Semua Bab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Bab 131 - Bab 139

139 Bab

제131화

“심사숙고 끝에 결국 태안 그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그 자리는 제 둘째 딸인 안다혜가 맡을 예정입니다.”안다혜는 무대에 서서 방긋방긋 웃기만 하다가 김미진이 그녀를 불러서야 앞으로 나섰다. 할 말을 마친 김미진이 마이크를 안다혜에게 건넸다. 마이크를 받은 안다혜는 입술을 앙다물고 웃었다.“감사합니다. 회장님.”김미진이 안다혜의 어깨를 토닥이며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파티에서까지 회장님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어. 넌 맨날 그렇게 예의를 차리더라.”안다혜가 싱긋 웃자 보조개가 보일락 말락 했다.“알겠어요. 엄마.”상큼하기 그지없는 “엄마”라는 호칭에 현장에 정적이 흘렀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막연한 표정을 짓다가 입이 떡 벌어졌다. 회장님의 자녀와 같은 부서에서 일한다는 게 얼마나 큰 영광인지 그들도 잘 알지만 그 사실을 너무 늦게 발견했다.같은 부서 동료들은 안다혜가 전에 회사에서 보여준 모습을 떠올리며 그 말에 동의했다. 만약 안다혜가 회사로 나오지 않았다면 이훈이 그렇게 빨리 무너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태안으로 오자마자 풍산이라는 어려운 프로젝트를 따내며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나가는 건 실력이 남다르다는 의미였다.동료들은 많이 놀라긴 했지만 이 결과를 그렇게 힘들어하지는 않았다. 제일 먼저 반응한 사람은 이지영이었고 한시름 푹 놓았다는 듯 가슴을 툭툭 쳤다.“평소 함께 일하던 사람이 회장님 따님이라니. 정말 영광이네요.”“그러게나 말이에요. 둘째 아가씨가 회사로 들어오니까 빌런 이훈도 사라지고 풍산 그룹 프로젝트까지 따냈으니 회사 발전에 얼마나 큰 힘이 되었겠어요.”“둘째 아가씨 실력이 있으니까 그런 거죠.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 없는 그런 실력이에요.”...“여러분.”안다혜가 기침하며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이 자리에 제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있고 저를 아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그리고 저를 의심하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겠죠.”안다혜가 빨간 입술로 웃으며 아래 선 사람들을 빙 둘러봤다. 아는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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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허종혁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바로 옆으로 다가와 부축했다.“소현아, 괜찮아?”“왜 그렇게 얼굴이 하얘? 혹시 어디 아파? 잠깐 나갈래?”안소현이 고개를 저으며 나가지 않으려 했다.“난 괜찮아. 오늘 다혜에게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 놓칠 수는 없지.”안소현은 거의 이를 악물다시피 이렇게 말했다. 안다혜에게 수작을 걸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고 오히려 눈이 부시게 빛나는 모습만 봐서 내키지 않았다.‘안다혜.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많은데 다 피해 가지는 못할걸?’허종혁이 안소현의 어깨를 끌어안고 살살 위로했다. 사실 허종혁도 무대에 선 안다혜가 너무 예뻐 자꾸만 눈길이 갔고 마음이 설렜지만 안씨 저택에서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더는 안다혜와 좋게 지낼 수 없었다. 요즘 그는 거의 문밖을 나가지 않다가 비즈니스 파티를 핑계 삼아 밖에 나온 것이다.한편, 주변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함성이 귀에 전해져서야 서진우는 정신을 차렸다. 전에 태안 그룹 홀에서 만난 사람은 안씨 가문 둘째 아가씨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근데 그 여자는 그때 왜 부정하지 않은 거지?’서진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안다혜를 보고 소유욕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안씨 가문 둘째 아가씨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 헤어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결국 모든 잘못을 제때 신분을 밝히지 않은 안다혜에게로 돌렸다.화가 치밀어오른 서진우는 안다혜에게 따지고 싶었다.‘도대체 3년 동안 나를 뭐로 생각한 거야?’“비켜요. 찾을 사람 있어요.”서진우가 앞에 선 사람에게 말했다. 그의 신분을 알아챈 누군가가 비아냥댔다.“어? 서진우 씨 아니에요?”“안다혜 씨와 만났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쩌다 헤어진 거예요?”이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서진우에게로 향했다.“안다혜랑 서씨 가문 도련님이 만났던 사이라고?”“이 일은 허성 사람들만 알고 있을걸. 그때 한 2, 3년 만난 걸로 알고 있어.”서진우는 그 사람들을 상대할 겨를이 없어 미간을 찌푸린 채 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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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하여 서진우는 걸음을 옮겨 익숙한 그림자로 향했다. 그 그림자는 다름 아닌 전에 태안 그룹 데스크 앞에서 마주쳤던 “안씨 가문 둘째 아가씨”였다.그쪽으로 걸어가는데 서진우는 걷잡을 수 없는 화에 사로잡혔다. 이 여자만 아니었으면 안다혜 앞에서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불과 몇 분 전에 안다혜에게 으름장을 놓았는데 바로 체면이 구겨졌으니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 서진우는 모든 걸 눈앞에 보이는 여자 탓으로 돌리며 그 여자가 도대체 누군지 알아내려 했다.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간 서진우는 그 여자가 어떤 남자에게 기댄 걸 보고 다짜고짜 뜯어냈다.“빌어먹을. 당신 도대체 누구예요?”안다혜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안소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미처 반응하지도 못하고 바로 욕을 먹었다. 화가 치밀어오른 안소현은 다가온 사람이 서진우라는 걸 알아채고 불같이 화를 냈다.“이거 놔. 미친 사람 아니야.”서진우는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떻게 잡았는데 쉽게 놓아줄 리가 없었다.“싫어요. 안 놓아주면 어쩔 건데요.”“당신만 아니었어도 내가 사람을 잘못 알아볼 일은 없었어요.”허종혁이 서진우에게 주먹을 날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안소현을 당겨와 안으며 다독였다.“소현아, 괜찮아? 어디 다치진 않았지?”안소현이 고개를 저으며 허종혁의 팔을 잡았다.“나는 괜찮아요. 그런데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요.”“내가 헛소리한다고요?”서진우가 입가에 새어 나온 피를 닦아내며 어두운 표정으로 안소현을 노려봤다.“그날 태안 그룹 홀에서 당신이 태안 그룹 둘째 아가씨라고 했잖아요.”“아니면 내가 헷갈릴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이런 수작을 부릴 줄은 몰랐네요.”서진우는 안소현이 위로 기어오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로 보였다. 기회만 있으면 무슨 말이든 내뱉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안소현이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게다가 그날 나를 먼저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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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다른 건 일단 둘째치고 허씨 가문만 놓고 봐도 충분히 서림 그룹을 상대할 수 있어 딱히 걱정할 건 없었지만 그래도 허종혁은 이렇게 말했다.“왜? 네가 누군지 알면 내가 그만둘 것 같아서?”“당연하지.”서진우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우리 서림 그룹은 민성에서도 손꼽히는 기업이야. 너 따위에게 당할 기업이 아니라고. 나는...”“그러니까 네 말은 안씨 가문 큰 아가씨도 함부로 건드릴 수 있다는 거야?”허종혁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서진우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손사래 치며 반박했다.“안씨 가문 큰 아가씨면 뭐 어때…”“큰 아가씨?”서진우의 표정이 순간 얼어붙었다. 손을 허공에 올린 채로 얼어붙은 모습이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다. 그는 농담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시선을 안소현에게 돌리더니 버벅거리며 말했다.“정말 안씨 가문 큰 아가씨예요?”“자기소개가 늦었네요. 나는 안소현이라고 해요.”안소현이 턱을 살짝 들고는 오만한 표정으로 서진우를 바라봤다. 서진우의 놀란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묘하게 짜릿했다. 아까 기세등등해서 그녀에게 따질 때만 해도 저런 표정이 아니었는데 말이다.서진우는 얼굴이 얼얼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머리가 하얘지고 세상이 빙빙 도는 것만 같아 그저 연신 뒤로 물러나기만 했다.사람들이 서진우를 알아보고는 구경거리라도 났다는 듯이 큰소리로 비웃었다.“어머, 왜 그렇게 다그치나 했네.”“그러게요. 둘째 아가씨를 찾으러 왔는데 사람을 잘못 본 거구나.”“정말 너무 우스워서 말이 다 안 나오네요. 안다혜랑 그렇게 오래 만났는데 진짜 신분이 뭔지 몰랐다니.”물밀듯 밀려오는 조롱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서진우는 주먹을 불끈 쥐고 도대체 상황이 어디서부터 틀어진 건지 돌이켜봤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그날 안소현은 자기가 둘째 아가씨라고 말한 적이 없었고 다 그가 성급하게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서진우는 그래도 신분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안소현에게 사과했다.“미안해요. 안소현 씨. 내가 그날 사람을 잘못 봤네요.”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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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서진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허종혁은 안소현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의 귓가에 작지 않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소현아, 앞으로 이런 덜떨어진 놈이랑은 말 섞지 마.”서진우를 들으라고 한 말이었기에 그도 더는 참기 힘들었다.“허종혁 씨, 그만해요. 때릴 만큼 때려놓고 아직도 부족해요?”허종혁은 대꾸하지 않고 콧방귀만 뀌었다. 그러자 서진우도 더는 엮이기 싫었는지 몸을 돌렸다. 주변에서 보내오는 시선에 평소 꼿꼿하기만 하던 그의 허리는 어딘가 살짝 굽어진 것 같았다. 여기 더 머물러 있다가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 것 같아 그는 터벅터벅 구석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비웃는 것 두려웠지만 그래도 이곳을 떠날 생각은 없어 보였다.“안다혜. 이 빌어먹을 년. 오늘 겪은 수모는 내가 꼭 기억하지. 수단이 좋네.”서진우는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그대로 원샷했다. 역한 술이 목을 타고 내려가서야 억울함이 좀 풀리는 것 같았지만 주변에 사람이 많아 여전히 어디서 그를 비웃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오늘 파티에서 그는 철저히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술기운이 올라온 서진우는 전에 친구가 다리를 놓아줬던 때를 떠올렸다. 그 파티에도 안다혜는 있었지만 서진우는 그녀가 둘째 아가씨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대단한 신분을 두고도 알리지 않고 일부러 숨긴 안다혜가 얄미웠다. 그녀가 숨기지만 않았다면 서진우가 바보처럼 속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생각하면 할수록 서진우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며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체면마저 잃고 웃음거리가 되었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이 모든 건 다 안다혜 그년 때문이야.’그렇게 술을 한 잔 더 원샷한 서진우는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안다혜를 찾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겨우 버텼다. 술잔을 내려놓은 그는 인파 속에서 안다혜의 그림자를 찾았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반짝반짝 빛나는 안다혜는 점잖게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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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든 안다혜는 서진우의 잔뜩 어두운 얼굴과 눈이 딱 마주쳤다. 순간 그녀의 얼굴도 순식간에 시커멓게 굳어버렸다.“미쳤어? 이거 놔!”안다혜가 소리쳤지만 서진우는 오히려 손아귀 힘을 더욱 강하게 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손 놓으라고? 오늘 제대로 설명 안 하면 절대 안 놔줄 거야!”안다혜는 아픔에 얼굴을 찡그렸다.“저 사람 누군데 이러는 거야?”이지영은 안다혜가 저렇게 당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너무 아팠고 누구라도 붙잡고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서진우는 험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솔직히 말해. 나를 가지고 논 거 맞지? 나를 완전 광대 취급하는 게 그렇게 재밌었어?”안다혜는 냉소하며 손을 힘겹게 움직여 저항하며 말했다.“오늘 주인공은 나라는 거 잊지 마. 네가 말한 것처럼, 넌 그저 광대야. 촐싹이는 광대일 뿐이라고. 그러니 뭘 더 할 수 있겠어?”“너...”서진우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술기운에 휩싸인 그는 지금 당장 안다혜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을 뿐이었다.짝하는 소리와 함께 뺨이 내리쳐졌다. 하지만 윤해준이 때린 것이었고 그 뺨은 서진우의 얼굴에 정확히 꽂혔다.곧이어 윤해준은 안다혜를 자기 뒤로 끌어당겨 보호하며 서로 손을 굳게 맞잡았다.안다혜는 윤해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순간, 마음이 조금은 놓이는 것을 느꼈다.“이게 서씨 가문의 품격인가 보지?”윤해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여자에게 손찌검하다니 서씨 가문은 정말 대단하네!”그 말에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며 서진우를 질책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안소현은 윤해준을 못마땅하게 쳐다봤다.‘왜 이렇게 타이밍 좋게 나타난 건지, 다혜랑 서진우, 둘이 꼴사납게 싸우는 꼴을 더 보고 싶었는데. 그래야 엄마 눈에 안다혜가 대표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박힐 텐데.’서진우는 얻어맞은 뺨을 험악한 표정으로 어루만지며 윤해준을 노려봤다. 평소의 말끔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네놈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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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얼굴을 맞은 서진우는 그들과 대비되어 더욱 초라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였다.서진우 역시 그 사실을 알아차린 듯 주먹을 꽉 쥐고 안다혜와 그 남자가 잘 어울리는 모습을 쏘아봤다.걷잡을 수 없는 질투심이 솟아올랐다.“다혜야, 너 겨우 저런 제비 때문에 날 버린 거야? 쟤는 가진 것도 없잖아.”서진우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잊지 마. 내 뒤에는 서림 그룹이 있어. 그런데 쟤는 뭐가 있는데? 넌 분명 후회할 거야!”남자는 미친 듯 날뛰며 안다혜를 협박했다.하지만 안다혜는 그의 손을 쏘아보며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 누구한테 손가락질이야? 이건 내 선택이야. 함부로 서림 그룹 이름 팔지 마. 서림 그룹 없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잖아?”“서림 그룹이 없어도 네 옆에 있는 저런 제비보다는 내가 훨씬 낫지! 쟤가 뭔데!”서진우는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하며 조롱이 가득한 눈으로 안다혜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가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놓쳤다는 듯 말이다.안다혜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그녀는 윤해준에게 기대어 팔짱을 끼며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시 한번 말하는데 내가 가장 후회하는 일은 너와 함께했던 시간이야.”이 말을 내뱉자 안다혜는 옆에 있는 남자의 몸이 굳어지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그녀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서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함께 했던 과거가 나에게는 가장 수치스러운 시간이었어.”“지금 뭐라고 했어?”서진우는 안다혜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너 지금 홧김에 그런 말 하는 거지, 그렇지? 다혜야, 분명히 너 예전에 나 엄청 좋아했잖아. 나한테 직접 죽도 끓여주고 출장 갈 때 입을 옷도 챙겨주고 내가 아플 땐 옆에서 간호도 해주고, 너는...”“그만해!”윤해준이 차갑게 외쳤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마치 송장을 보는 듯했다.“남자라면 그녀가 베풀었던 호의를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낱낱이 떠벌리는 게 아니지.”그의 말에 사람들도 흥미롭게 구경하던 표정을 조금 거두었다.“안다혜 씨가 옛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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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그녀는 윤해준의 마음을 알았지만 계속 그의 뒤에 숨어 있을 수는 없었다.게다가 이건 그녀와 서진우의 문제이고 언젠가는 매듭을 지어야 했다.안다혜와 서진우 쪽의 일은 김미진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와서 알려주었던 것이다.그녀에게 가서 간섭할지 묻자 김미진은 막아섰다.“다혜의 일이야. 다혜라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거야.”오늘 파티에서 많은 사람들이 안다혜를 알게 되었지만 이것 역시 그녀에게 이름을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안소현은 군중 속에 숨어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그녀는 안다혜와 서진우가 크게 싸우기를 바랐고 서진우 저 쓸모없는 인간이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랐다.허종혁은 그저 냉담하게 지켜볼 뿐이었다.지난번 안다혜가 녹음 파일을 공개한 이후로 그는 안다혜에게 사랑보다는 증오심을 더 많이 느끼고 있었다.예뻐서 무슨 소용인가. 속셈이 너무 많은데. 저런 여자는 집에 들여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윤해준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안다혜를 믿고 옆으로 비켜섰다. 그녀에게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준 것이다.그녀는 온실 속 화초가 아니니까. 그녀라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었다.윤해준은 입술을 오므렸다. 안다혜가 자신에게 의지하길 바랐지만 그녀의 날개를 꺾고 싶지는 않았다.안다혜의 아름다운 눈은 서진우를 쏘아보며 그의 꼴사나운 모습에서 익숙한 느낌을 조금이라도 찾으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어쩌면 그녀가 너무 고집스러운 탓일지도 모른다.서진우는 안다혜를 보며 웃었다. 그의 눈에서는 희망이 번뜩였다.“다혜야, 지금이라도 제비를 버리고 나한테 돌아와. 기회를 줄게. 너 예전에 나 엄청 사랑했잖아. 어떻게 나를...”버릴 수 있어...짝하는 소리와 함께 서진우의 말이 끊겼다.그는 얻어맞아 돌아간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듯 안다혜를 쳐다봤다.“너, 지금 나 때린 거야? 감히 나한테 손을 대?”“진작부터 널 때려주고 싶었어.”안다혜는 냉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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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하지만 그는 답을 얻지 못한 채, 보안 요원들에게 끌려나갔다.떠나면서도 서진우는 계속 외쳤다.“안다혜! 난 믿을 수 없어. 네 마음속엔 분명 아직 내가 있잖아! 너 저런 제비같이 있으면 절대 행복할 수 없어. 후회할 거야!”남자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그렇게 안다혜의 귓가에 맴돌았다.그녀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다소 불쾌감을 느꼈다.그때 윤해준은 안다혜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조용히 위로했다.“신경 쓰지 마. 저런 쓰레기 때문에 화낼 가치도 없어.”“맞아요.”안다혜는 빙긋 웃으며 다른 손님들을 바라보았다.“여러분께 민망한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집안 망신인데 다들 너그러이 웃어넘겨 주시고 기분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아니에요. 안다혜 씨가 현명하게 대처하셨어요. 저런 남자한테는 저렇게 대해야죠.”동료들은 안다혜의 냉철한 대처에 혀를 내두르며 수군거렸다.“그러고 보니 전에 회사에 있을 때, 다혜 씨가 이훈 씨에게 너무 부드럽게 대했던 것 같아.”“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저런 쓰레기 같은 남자들은 비 온 뒤 죽순처럼 하나같이 다혜 씨한테 꼬이는 거야.”“내가 저런 남자를 만났다면, 난 분명 안다혜 씨보다 훨씬 더 심하게 했을 거야.”“원래 사는 것도 힘든데, 저런 쓰레기들이 자꾸 나타나면 좋게 보일 리가 없지.”주변 사람들은 안다혜의 시원시원한 대처에 감탄하며 서진우를 옹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들도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아니까.안소현은 허종혁 옆에서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몸을 가늘게 떨면서 속으로 서진우를 욕했다.‘쓸모없는 놈, 그깟 일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해? 여자 하나 제대로 감당 못 하다니.’허종혁은 안소현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 아까부터 좀 안 좋아 보이던데.”“괜찮아요. 그냥 동생이 걱정돼서요.”안소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서진우 씨도 참, 사람들 다 보는데 동생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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