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171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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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팀장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어 답답했다.“그렇죠. 태안 그룹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겹치는 게 많아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회사는 태안 그룹과...”팀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유라가 잘라버렸다.“그다음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알아요. 앞으로 태안 그룹과의 경쟁은 내가 책임질게요.”이 말에 팀장이 넋을 잃었다.태안 그룹은 확실히 강력한 경쟁상대였다. 게다가 요즘은 풍산 그룹과 연줄이 닿아 민성에서의 지위가 일취월장한 상태였다.“한유라 씨, 지금까지 쭉 외국에 있어서 태안 그룹이 어떤 회사인지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사실 매우 실력 있는 회사입니다.”한유라가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래서 뭐요? 전혀 두려워할 거 없어요. 실력이 없으면 오히려 재미없죠. 태안 그룹과의 경쟁 건은 내가 맡을 테니까 다른 건 하나도 걱정하지 말아요.”한유라는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팀장은 그런 한유라를 보며 주먹이 불끈 쥐어졌지만 윗분이 했던 말이 떠올라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네. 알겠습니다.”“한유라 씨의 능력이라면 무조건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을 거예요.”한유라는 이런 추앙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제야 한유라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아챈 팀장은 속으로 한시름 놓았다.‘다른 사람이 우러러보는 걸 좋아하네.’그렇게 한유라는 해성 그룹에서 디자인 총괄이라는 자리를 맡게 되었다....태안 그룹.일과를 마친 안다혜는 돌아가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 고작 하루인데도 김미진이 의심하는데 오늘도 집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생각할지 몰랐다. 게다가 늘 이렇게 도망칠 수 없을뿐더러 안다혜의 성격에도 맞지 않았다.집으로 돌아온 안다혜는 불조차 켜지지 않은 텅 빈 집안을 보고 마음이 착잡했다.‘첫사랑이 돌아왔으니 이제 둘만의 세상을 만끽하러 간 건가?’이 결혼이 우스워진 안다혜가 차갑게 웃더니 두 사람이 집을 비운 틈을 타 전에 지내던 게스트룸과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몇 벌 정리했다.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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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옷장 앞에 선 안다혜는 퍽 난감했고 이런 윤해준을 보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평소 그는 하늘에서 사는 신선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로 도도했고 잠자리를 가질 때에만 정서를 밖으로 드러냈다. 다른 때도 늘 온화하고 차분하고 점잖은 편이라 오늘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안다혜의 목소리도 따라서 낮아졌다.“이거 놓고 얘기해요.”“싫어...”윤해준은 머리가 점점 무거웠지만 뭘 하고 있는지는 잘 알았고 품에 안긴 사람을 더 꽉 끌어안았다.안다혜는 그제야 윤해준의 상태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는 마음속으로 솟구쳐 올라오는 감정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몸을 돌려 그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가 소리를 질렀다.“왜 이렇게 뜨거워요?”“열난 거 아니에요? 약은 먹었어요?”하지만 윤해준은 고집스럽게 대답을 들으려 했다.“화내지 마.”“다정아, 난 대답을 듣고 싶어. 다른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어떻게 중요하지 않아요.”안다혜가 언성을 높였다.“왜 이렇게 막무가내에요 몸 좀 신경 써요.”“가요. 병원으로.”윤해준이 안다혜의 손목을 잡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약 좀 먹으면 괜찮아져. 걱정하지 마.”“약을 먹긴 했어요?”윤해준은 걱정이 눈동자를 뚫고 나올듯한 안다혜를 보며 진짜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안다혜가 돌아올 때 불을 켜지 않았던 건 침대에서 휴식하기 위해서였다.안다혜는 윤해준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한시름 놓으며 그를 침대로 부축했다. 남자는 침대에 눕자마자 자연스럽게 안다혜를 침대로 끌어당겼고 그녀는 힘을 이기지 못한 채 그대로 그의 품에 엎어졌다. 이윽고 들려오는 짧은 비명에 놀란 그녀가 얼른 몸을 일으켰다.“괜찮아요?”그 말투는 분명 관심이었다. 사실 안다혜 본인조차 이미 화가 풀렸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아니, 어쩌면 화를 낼 겨를도 없이 윤해준의 몸 상태를 걱정하느라 바빴는지 모른다.윤해준은 고개를 저으며 평소와 달리 하얘진 입술로 말했다.“난 괜찮아. 한잠 자면 나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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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안다혜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요?”“집까지 데려와 놓고 모른다고 발뺌할 생각이에요?”안다혜는 아직도 모른 척하는 윤해준을 보며 남자는 누구든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사실 윤해준은 안다혜가 톡 까놓고 말해서야 그녀가 말한 첫사랑이 한유라를 가리킨다는 걸 알았다.‘아, 이 일로 내게 화가 난 거였구나. 왜 자꾸 성질부리나 했네. 우리 다정이 질투한 거였어.’이렇게 생각한 윤해준은 순간 기력을 회복하고 눈빛마저 초롱초롱해졌다.“내 첫사랑이 누군지 아직도 모르겠어?”이 말에 안다혜가 놀란 표정으로 윤해준을 바라보는데 시야에 웃는 듯 마는 듯한 눈동자가 보였다. 은하수가 내린 듯한 눈동자는 너무 예뻤지만 안다혜가 모르는 정서가 담겨 있어 사람을 불안하게 했다.“내가 알아야 하는 거예요?”안다혜가 빨간 입술로 자신감 없이 되물었다. 너무나도 귀여운 모습에 윤해준은 그녀를 품에 더 꽉 끌어안고 이마를 갖다 댔다.“다정아, 너 정말 너무 귀여워.”안다혜는 이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도대체 뭐 하자는 거지?’항상 냉철하고 차분한 안다혜였지만 이번만큼은 머리가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었다.“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 우리 같은 얘기하는 거 맞아요?”안다혜가 결국 참지 못하고 이렇게 물었다. 윤해준은 그런 안다혜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큰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더니 가볍게 말했다. “잘 자. 다정아.”안다혜는 묻고 싶은 말이 남았지만 윤해준의 눈동자에 서린 실핏줄을 보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화를 나누면서 내비친 피로감이 그녀에게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다.‘떠난 지 고작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병든 거야? 이렇게 자기 몸에 소홀해서야 되겠어.’이미 눈을 감은 윤해준은 안다혜의 눈동자에 담긴 원망을 보지 못했다.안다혜는 원래 윤해준이 잠들면 품에서 몰래 벗어나려 했다. 두 사람이 이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될뿐더러 그녀는 그렇게 쉽게 풀리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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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하지만 이튿날 같은 방에서 나오는 두 사람을 보고 한유라는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안다혜는 놀란 한유라의 표정이 우스워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좋은 아침이에요. 아침부터 입은 왜 그렇게 크게 벌리고 있어요?”이 말에 한유라가 얼른 표정을 정리하고 윤해준을 바라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후자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불안해진 한유라가 난감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새언니, 다른 뜻은 없고 요즘 통 안 보이다가 봐서 놀란 거예요. 화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이 말에 윤해준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겨우 달래놨는데 지나간 일을 다시 들추는 한유라가 못마땅했기 때문이다.한유라는 칼과도 같은 윤해준의 시선을 느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쌓아온 정이 있는데 누군가 떠나야 한다면 뒤에 등장한 안다혜가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한유라는 안다혜가 화를 이기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이혼 절차를 밟기를 바랐다. 윤해준도 긴장한 표정으로 안다혜를 바라보며 뭔가 말하려는데 후자가 오히려 가볍게 웃었다.“한유라 씨가 내 기분을 이렇게 챙길 줄 몰랐네요. 마음은 알겠으니까 밥부터 먹죠. 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요.”안다혜가 이 말만 남기고 먼저 주방으로 향했다. 어제 일이 있고 안다혜도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했다. 중요한 건 한유라가 윤해준의 첫사랑인지가 아니라 지금이었다. 윤해준의 와이프는 그녀라는 것, 그것만 알면 그녀가 장애물이든 아니든 급한 건 남은 두 사람이었다.안다혜가 턱을 살짝 들고 한유라 옆을 지나갔다. 말문이 막혀 입이 떡 벌어진 모습이 참으로 우스웠다.윤해준도 안다혜의 뜻을 알아채고 얼른 주방으로 따라 들어갔고 한유라만 궁색하게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두 사람이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 걸 본 순간 한유라는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저 빌어먹을 년이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지? 화내면서 해준 오빠에게 따져야 맞는 거잖아.’윤해준에게 완벽한 연인은 그녀여야만 하는데 자꾸만 나타나 알짱대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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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다만, 그동안 쌓아온 정이 있다고 해도 차수가 많아지다 보면 성가실 수밖에 없다. 윤해준도 자기만의 생활이 있는데 시간을 한유라에게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아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아침을 먹은 안다혜는 직접 운전해서 태안 그룹으로 향했고 데스크 직원들이 평소처럼 인사를 건넸다.“아참, 대표님, 이모건 씨가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안다혜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면서도 의문이 생겼다.‘약속한 3일에 비해 고작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완성한 건가?’안다혜의 기대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접견실로 와보니 예상대로 이모건이 이아린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하이힐 소리를 들은 이아린이 겁을 내다가 안다혜를 발견하고 다시 차분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와서 미안.”안다혜가 웃으며 반박했다.“내외하지 말라고 했지. 게다가 지금은 출근 시간이잖아.”잠깐 뜸을 들이던 이모건이 이렇게 말했다.“맞는 말이네.”안다혜가 허리를 반쯤 숙이고 이아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이아린도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아린이 오늘 너무 귀엽다. 공주 드레스 입었네? 다만...”안다혜가 엉망으로 묶어 올린 이아린의 머리를 보며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모건도 안다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채고 난감한 표정으로 헛기침했다.“오늘 집에 사람이 없어서 내가 묶어줬거든. 너무 서툴러서...”“귀여워.”안다혜가 웃으며 말했다.“좋은 오빠니까. 아린이도 네 마음 알아줄 거야.”이아린은 입을 꼭 다물고 있었지만 이모건의 다리에 올린 손으로 얼마나 그를 의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훈훈한 모습에 안다혜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다혜야, 네가 다시 묶어줄래?”이모건이 난감한 표정으로 코를 만지작거렸다. 사실 이모건 본인도 “작품”을 봐주기 힘들었지만 이아린이 싫은 티를 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이 머리를 하고 나온 것이었다.안다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잠깐 손을 들었다가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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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다 같이 좋아야 좋은 거 아니겠어? 본질로 돌아간 디자인이지.”이 말에 안다혜는 눈이 번쩍 뜨였다.“너무 맞는 말이다.”이모건은 안다혜가 어떤 설계를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이번 설계는 생활을 기반으로 한 설계였기에 안다혜가 무조건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래. 일단 이 도면으로 회장님께 보고할게.”안다혜는 이모건을 우러러보며 이런 인재를 어떻게든 태안 그룹에 남겨야겠다고 다짐했다.‘엄마 말이 맞아. 절대 다른 곳으로 보낼 수는 없어.”이모건과 설계에 관해 깊게 파고들수록 안다혜는 그를 더 우러러볼 수밖에 없었다. 이모건도 이 대화에서 희열을 느끼며 이 정도로 마음에 맞는 사람은 오랜만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의 사유를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이 매우 적었는데 안다혜는 달랐다. 그녀와 대화하면 모든 사유가 탁 트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늦었는데 이만 점심 먹으러 갈까?”안다혜가 시간을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너 안 바빠? 번거롭지 않겠어?”이모건이 미안함을 드러냈다. 이아린 곁을 한시도 떠날 수 없어 늘 한 몸처럼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아니야. 오후에 특별한 거 없어. 괜찮아.”이모건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김미진에게 간단하게 상황을 보고한 안다혜는 더는 지체하지 않고 두 사람과 식사하러 나갔다. 예전에 갔던 식당으로 이모건이 이아린을 안고 들어가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이아린이 먼저 얌전하게 의자에 앉아 밥 먹을 준비를 했다.안다혜가 이아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아이고, 착해라. 아린이 밥 많이 먹어야 해.”이모건은 안다혜의 얼굴에 걸린 미소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다혜야, 오후에 혹시 다른 볼일 있어?”이아린과 놀아주던 안다혜가 고개를 돌렸다.“아니. 특별한 거 없는데.”이모건이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렇게 말했다.“아린이 데리고 쇼핑 좀 할까 하는데. 옷이나 몇 벌 사주려고.”“너도 알잖아. 나는 남자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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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이모건이 적절한 때에 입을 열었다.“누군가를 좋아하면 나오는 행동이야. 뚫어져라 쳐다보기 좋아하거든.”기분이 좋아진 안다혜가 웨이터를 불러 아이가 좋아할 만한 디저트를 몇 개 더 주문했다. 이모건은 눈앞에 펼쳐진 훈훈한 장면에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오후.세 사람은 제일 큰 쇼핑몰인 대정으로 향했다. 그들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에 바로 3층으로 향했다. 진열장에 비치된 알록달록한 옷을 보노라니 안다혜도 어떤 걸 골라야 할지 잘 몰랐다. 그때 이아린을 안고 안다혜의 옆에서 걸어가던 이모건이 이렇게 말했다.“다혜야, 우리 바로 아동복 구역으로 갈까?”“그래. 여성복 구역을 지나면 바로 아동복이야.”여성복이라는 말에 이모건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더니 이렇게 말했다.“어차피 오후에 할 일도 딱히 없는데 네 옷도 좀 볼래?”“내 옷은 됐어. 나 옷 많아.”안다혜는 오늘 여기로 온 목적이 이아린의 옷을 사러 온 건데 오히려 여성복 구역을 돌아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모건은 아니었다.“그런 말이 있잖아. 옷은 많아도 같은 옷은 없다고.”안다혜는 활짝 웃자 반달 모양이 된 이모건의 눈을 바라봤다. 게다가 그는 말하는 내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어 거절하기가 너무 힘들었다.“우리 오늘 아린이 옷 사러 온 거 아니야?”이모건이 이아린을 안고 살짝 흔들었다.“괜찮아. 아린이도 급한 건 아니잖아. 맞지?”이아린은 그저 눈만 깜빡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빛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이아린이 대답해 주길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저 지금처럼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바랄 게 없었다.결국 안다혜는 이모건의 열정을 이기지 못하고 함께 여성복을 돌아봤지만 딱히 눈에 들어오는 옷이 없었다. 지금 입는 옷들도 다 김미진이 직접 디자이너에게 보내라고 시킨 옷들이었다. 그래도 돌아보겠다고 한 건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이제 가자.”“마음에 드는 거 없어?”이모건은 그녀가 왜 많고 많은 옷 중에 마음에 드는 옷을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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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한유라는 못 알아들은 척했지만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언니. 나는 도통 못 알아듣겠어요.”안다혜가 콧방귀를 뀌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유라가 준비한 쇼를 지켜봤다. 발 연기가 심각해 속아 넘어갈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사실로 믿는 사람이 있었다.생각이라는 게 없는 황슬기는 한유라의 편에 서서 안다혜를 나무랐다.“우리 유라한테 왜 그래요? 무슨 말을 하든 다 유라의 자유인데 무슨 상관이라고.”“그쪽은 우리 유라의 그림자일 뿐이에요.”이 말에 안다혜는 큰 상처를 받았다. 이모건조차 안다혜를 안쓰럽게 바라볼 정도였다.얼굴이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진 안다혜가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한유라를 바라봤다. 예상대로 아무 말이나 떠들고 다녔고 윤해준이 없으니 연기마저 집어치웠다.‘이러고도 좋은 동생?’한유라가 황슬기를 잡아당기며 퉁명스럽게 제지했다.“됐어. 슬기야. 이제 그만해.”“이건 언니 집안일인데 함부로 말해다가 상처받으면 어떡해. 이건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야.”하지만 황슬기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고 빨간 매니큐어를 한 손으로 안다혜를 향해 손가락질했다.“이 여자만 아니었다면 네가 자리를 뺏길 일도 없었어. 이 여자는 그저 뒤늦게 나타난 그림자일 뿐이라고.”“슬기야.”한유라가 큰소리로 호통쳤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입만 돌리고 있었다. 게다가 황슬기는 흥분하면 할수록 못하는 말이 없었다.“내 말이 틀려?”황슬기가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말이 좋아서 뒤늦게 나타난 거지 사실은 그냥 도둑이지. 세컨드고.”“옆에 있는 남자도 가족이 있는 남자 같은데? 지금은 왜 또 이 남자와 함께 있는데? 발랑 까진 여자 같으니.”듣다못한 이모건이 나서서 막으려는데 안다혜가 말렸다. 남자는 말리는 영문을 몰라 의아한 표정으로 여자를 돌아봤다. 머리 위로 기어오르는 사람을 참아준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그가 지금까지 봐온 안다혜가 아니었다.다만 안다혜가 곧이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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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황슬기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안다혜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다... 당신 정말.”안다혜가 눈썹을 추켜세우자 화들짝 놀란 황슬기가 손을 거뒀다. 이를 지켜보던 한유라는 속으로 그런 황슬기를 참 쓸모없다고 욕했다.“사람이 말하면 좀 들어야지. 듣지 않으니까 이렇게 고생하는 거 아니야.”안다혜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말은 가려서 해야 할 거 아니야. 다음에 또 그러면 안 되니까 내가 다른 사람을 대신해 손 좀 봐준 거야.”안다혜가 한유라를 힐끔 쳐다보며 비아냥댔다.“사람답게 좀 살아. 사람으로 태어나서 왜 다른 사람 개노릇을 하고 있어.”한유라가 그녀를 무기 삼아 휘두르는 티가 팍팍 나는데 황슬기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게다가 실력도 없으면서 나대고 있으니 안다혜는 그저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안다혜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모를 리가 없는 한유라가 질세라 이렇게 말했다.“언니, 그러지 마요. 내가 해준 오빠에게 이르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안다혜가 눈썹을 추켜세웠다.“친애하는 한유라 씨? 이건 엄연히 우리 집안일이에요.”“이르든 말든 나랑 아무 상관 없으니까 알아서 해요. 입이 한유라 씨에게 달렸는데 내가 뭘 어쩔 수 있겠어요?”안다혜가 이 말만 남기고 이모건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름답기만 하던 기분이 순간 바닥을 쳤다.이모건은 이아린을 안고 재빨리 안다혜를 따라갔다. 이아린도 어느새 이 상황에 반응하고 이모건과 똑같이 안다혜를 우러러보고 있었다.한편, 뒤에 서 있던 황슬기가 비명을 질렀다.“유라야, 나 손이 너무 아파.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정말 부러진 거 아니야?”아까 본 안다혜의 표정이 너무 무서워 황슬기는 배상하라고 요구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자칫하면 정말 손가락이 부러졌을지도 모른다.한유라는 고통에 일그러진 황슬기의 얼굴을 보며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아직 쓸모가 남아있어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위로했다.“슬기야. 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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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황슬기는 시녀로서는 합격이었기에 한유라는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병원비를 결제했다. 큰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이 정도 병원비로 생활이 궁색해질 리도 없지만 시간도 낭비하고 체면도 구겨졌다는 생각에 한유라는 너무 기분이 잡쳤다. 게다가 황슬기가 옆에서 손이 아프다고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인내심을 가지고 황슬기를 위로하면서 속으로 온갖 욕설을 다 퍼부었다.‘쓸데없는 년. 차라리 확 부러지고 말지. 증거도 남기지 못하고 이게 뭐야. 해준 오빠 찾아가서 하소연하려면 뭐라도 있어야 하는데.’황슬기는 아우성치는 데만 집중하느라 한유라의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이제 안다혜만 떠올리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예쁘게 생긴 여자가 손찌검함에 있어서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소득 없이 병원을 나서야 했다. 어차피 여기 더 머물러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이모건은 열심히 옷을 고르는 안다혜를 보고 이아린을 꼭 끌어안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저기... 다혜야. 괜찮아?”“괜찮지 않을 게 뭐가 있다고.”안다혜는 이모건이 왜 그렇게 묻는지 몰라 고개를 돌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이모건이 오히려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 그냥 좀 걱정돼서. 기분 잡친 건 아니지?”안다혜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고작 이걸로 내 기분이 잡치지는 않아. 영향받을 일은 더더욱 아니고.”“그런 사람과 신경전을 벌이는 건 내 시간을 낭비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이 말에 이모건이 감탄했다.“그래. 네 말이 맞아.”안다혜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아린을 바라보며 머리를 어루만졌다.“됐다. 쓸데없는 사람과 일은 잊어버리고 귀여운 우리 아린이 옷이나 골라야지.”이모건은 이아린이 안다혜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너무 뿌듯했다. 이 정도로 인내심이 많은 여자는 처음일뿐더러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이아린을 대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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