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그동안 쌓아온 정이 있다고 해도 차수가 많아지다 보면 성가실 수밖에 없다. 윤해준도 자기만의 생활이 있는데 시간을 한유라에게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아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아침을 먹은 안다혜는 직접 운전해서 태안 그룹으로 향했고 데스크 직원들이 평소처럼 인사를 건넸다.“아참, 대표님, 이모건 씨가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안다혜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면서도 의문이 생겼다.‘약속한 3일에 비해 고작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완성한 건가?’안다혜의 기대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접견실로 와보니 예상대로 이모건이 이아린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하이힐 소리를 들은 이아린이 겁을 내다가 안다혜를 발견하고 다시 차분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아침 댓바람부터 찾아와서 미안.”안다혜가 웃으며 반박했다.“내외하지 말라고 했지. 게다가 지금은 출근 시간이잖아.”잠깐 뜸을 들이던 이모건이 이렇게 말했다.“맞는 말이네.”안다혜가 허리를 반쯤 숙이고 이아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이아린도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아린이 오늘 너무 귀엽다. 공주 드레스 입었네? 다만...”안다혜가 엉망으로 묶어 올린 이아린의 머리를 보며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모건도 안다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채고 난감한 표정으로 헛기침했다.“오늘 집에 사람이 없어서 내가 묶어줬거든. 너무 서툴러서...”“귀여워.”안다혜가 웃으며 말했다.“좋은 오빠니까. 아린이도 네 마음 알아줄 거야.”이아린은 입을 꼭 다물고 있었지만 이모건의 다리에 올린 손으로 얼마나 그를 의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훈훈한 모습에 안다혜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다혜야, 네가 다시 묶어줄래?”이모건이 난감한 표정으로 코를 만지작거렸다. 사실 이모건 본인도 “작품”을 봐주기 힘들었지만 이아린이 싫은 티를 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이 머리를 하고 나온 것이었다.안다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잠깐 손을 들었다가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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