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서 있었을까, 한유라가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아니. 우린 무조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 우리 두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야.”“내가 전에 오빠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도대체 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거야? 지금이나 예전이나 다를 게 없는데.”한유라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고 윤해준 앞에서 보이던 얌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온통 음침하기만 했다.한편, 방으로 돌아온 윤해준은 게스트룸을 지나다가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걸 듣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던 윤해준이 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안다혜가 안에서 샤워하고 있었다. 눈빛이 어두워진 윤해준이 침을 꿀꺽 삼키며 안으로 들어가려다 문득 안다혜가 그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달라졌음을 느꼈다.‘왜 또 게스트룸으로 온 거지?’윤해준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샤워를 마치고 가운만 걸치고 나온 안다혜는 거실에 서 있는 윤해준을 보고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나가요. 피곤해요.”안다혜의 얼굴에는 표정이랄게 없었고 말투도 매우 덤덤했다. 윤해준은 그런 안다혜를 보고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문제가 생겼음을 알아챘다. 아무래도 안다혜가 화난 게 틀림없었다.“다정아, 왜 그래? 어제까지만 해도 좋았잖아.”윤해준이 한 걸음 한 걸음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웅장한 체격에 불빛이 막혀 안다혜에게 그림자가 드리웠고 덕분에 그녀의 몸집은 더 가냘파 보였다. 안다혜는 어딘가 억울해 보이는 윤해준의 표정을 보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왜 나는 그 말이 그렇게 우스울까요? 이건 내 일이니까 상관하지 마요.”윤해준을 노려본 안다혜는 더는 그를 상대하기 싫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려는데 윤해준이 한발 빨리 채가더니 자연스럽게 머리를 말려주려 했다.“내가 말려줄게.”인내심이 바닥난 안다혜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상관하지 말라고 했잖아요.”“빨리 나가요. 여기서 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안다혜가 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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