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의 모든 챕터: 챕터 191 - 챕터 200

315 챕터

제191화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그래. 기다려. 내가 어떤 행동을 보일지 기대해도 좋을 거야.’서진우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며 불같이 화를 냈다.“보긴 뭘 봐요? 다들 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아직도 구경할 게 남았어요? 한가한가 보네.”서진우의 태도에 바람잡이들이 하나둘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사장님. 약속한 돈은 주셔야죠.”“그러게요. 애초에 약속한 가격이 있는데 한 푼도 못 받았잖아요.”“설마 모른 척 넘어가려는 거 아니죠?”이 말에 서진우가 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 도대체 무슨 헛소리에요?”아직 떠나지 않은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는 의심에 찬 표정으로 서진우를 바라봤다. 처음에는 남자가 이런 대우를 받는 게 참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남자는 동정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다.바람잡이 꾼들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행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정체를 들킨 서진우는 명예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더 지체했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했던 서진우는 일단 바람잡이들과 함께 현장을 떠났고 무슨 상황인지 몰라 의아한 표정으로 눈빛을 주고받는 행인들만 남았다. 처음에는 행인들도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갑자기 불어친 찬바람에 조금 정신을 차렸다.한편, 바람잡이를 데리고 태안 그룹을 떠난 서진우는 약속한 금액을 미루지 않고 일시불로 그들에게 나눠줬다. 그렇게 그들을 보내고 난 서진우는 그제야 요 며칠 일어난 일들을 곱씹어보기 시작했다.안다혜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한 사람 같았다. 분명 전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헤어지고 나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무섭도록 냉정하고 차가워진 것이다.서진우는 안다혜가 말만 하지 말고 실제 행동을 보여달라고 했던 게 떠올라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뼈마디가 선명한 손에 굵은 핏줄까지 올라오자 살짝 무서울 정도였다.‘그래. 안다혜라고 매번 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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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심서아는 회사에서 팀장직을 맡고 있는 서진우가 평소 이렇게 일할 줄은 몰랐다. 사무실에 앉아 있기만 하면 직원들이 방안과 자료를 만들어 앞에 가져다줬고 서진우는 그저 결제만 하면 되었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심서아는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추켜세웠다. 서진우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안목을 의심할 정도였다.‘이 남자, 정말 내가 직접 고른 남자가 맞나? 서림 그룹 도련님이라는 신분 빼고 볼 게 뭐가 있지?’도시락을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심서아를 발견한 서진우가 얼른 바른 자세로 앉더니 정색하며 말했다.“서아야, 왔으면 들어오지 왜 밖에 그렇게 서 있어?”“다음엔 그냥 들어오면 돼. 여긴 언제든 열려있어.”서진우의 말에 직원들이 눈치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심서아는 그런 서진우를 보며 싱긋 웃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제 많이 초조해하는 것 같아서 네가 제일 즐겨 먹는 삼계탕 끓여왔어. 몸보신 좀 해.”도시락을 건네받은 서진우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역시. 나를 챙겨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니까.”심서아가 애교를 부리며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남자가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잘 아는 심서아는 이런 말을 아주 쉽게 내뱉었다.가부장적인 서진우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심서아가 체면을 살려주자 큰 만족감을 느꼈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난감했던 직원들은 가끔 회사에서 눈알을 찔러 잠깐 실명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심서아가 바닥에 던져진 서류를 주어 올리며 말했다.“너무 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하자.”“이 자료들 뒤에 쓰일지도 모르잖아.”서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아니. 이미 다 확인했어.”“쓸모가 있었다면 이렇게 초조하지도 않았겠지.”심서아는 회사 일을 잘 몰랐지만 서진우가 뭘 초조해하는지는 잘 알았다. 서류를 들어 아무렇게나 읽어본 심서아는 테이블 한쪽에 올려두고 다른 서류를 오른쪽에 놓으며 분류하더니 결국 한 회사를 정리해 냈다.“진우야, 이 회사는 어때?”“뭐?”심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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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서진우가 이렇게 말하자 심서아도 더는 뭐라 하지 않고 침묵했다.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아까 회사에서 성질을 부린 것도 서진우였다.역시 사람의 신분은 그 사람이 말하기 나름이었다.“삼계탕도 전달했으니 난 이만 들어가 볼게.”심서아가 인사하자 서진우가 잠깐 넋을 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성 건설에 눈길이 간 서진우는 조사한 끝에 한유라라는 사람을 알아냈다.“한유라?”비서가 요 며칠 들었던 일을 곧이곧대로 서진우에게 알려줬다.“네. 겉으로는 안다혜 씨와 사이가 좋은 것처럼 보이는데 애초에 이 회사에 들어갈 때부터 태안 그룹과 협업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지 확인했대요. 앞으로 그쪽만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말이에요.”“게다가 한유라 씨가 맡은 대부분 프로젝트가 태안 그룹에서 뺏어간 것들이에요. 이 회사가 태안 그룹과 원수가 된 건 꽤 오래전인 것 같아요.”비서의 보고를 유심히 듣던 서진우는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졌다. 한유라 자체로도 매우 만족스러운데 회사까지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이다.“한유라 씨 연락해. 일단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겠어.”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비서가 사무실에서 나가자 가면을 벗어던진 서진우가 음침한 표정으로 한곳을 바라봤다.‘안다혜.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태안 그룹으로 들어온 안다혜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했다.‘서진우, 왜 이렇게 들러붙는 거지?’서진우는 안다혜가 어디를 가든 정말 귀신같이 알아냈다. 안다혜는 그와 만났던 3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우스웠다. 눈이 멀지 않고서야 어떻게 3년을 만났는지 의문이었다.업무를 보고하러 들어왔던 이지영이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안다혜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다혜 씨, 왜 그래요?”“아침부터 심드렁한 게 평소답지 않은데요?”이 말에 정신을 차린 안다혜가 눈동자의 초점을 되찾고 난감한 표정으로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내가 무슨 일이 있다고. 업무 얘기 계속해요. 다 듣고 있어요.”하지만 이지영은 여전히 걱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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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어... 어떻게 그런 말을?”안다혜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업무가 더 중요한데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고요.”이지영은 안다혜의 말이 맞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에 두 사람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대표님, 회장님이 부르십니다.”노크하고 들어온 사람이 안다혜에게 말했다.“그래요. 알겠어요. 바로 갈게요.”안다혜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자 이지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에요?”“음... 그럴 수도 있죠? 일단 가봐야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그래요. 나도 이만 나가서 업무 볼게요.”이지영과 헤어진 안다혜는 곧장 회장 사무실로 가서 문을 두드렸지만 한참 지나서야 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김미진은 뭔가를 쓰고 있었는데 안다혜가 들어가도 보지 못한 척 자기 일에만 몰두했다.한참 기다리다 인내심이 바닥난 안다혜가 말했다.“회장님, 무슨 일로 찾으셨어요?”김미진은 여전히 대꾸하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공기 취급당한 안다혜는 그제야 김미진이 일부러 그런다는 걸 알고 차분하게 소파에 앉아 업무를 처리했다. 김미진은 자기를 꼭 닮은 안다혜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내가 왜 찾았는지 알아?”“회장님이 말씀해 주시기 전에는 함부로 추측할 엄두가 안 나요.”안다혜가 공손하게 대답했다.자리에서 일어난 김미진이 통유리 앞으로 다가가 바깥으로 다니는 차와 행인을 내려다봤다.“태안 그룹이 높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이 바닥에서 명성을 잘 닦은 덕분이지.”안다혜는 김미진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바로 알아챘다.“하지만 오늘 아침에 너와 서진우가 회사 앞에서 보인 모습은 너무 보기 그렇더구나.”김미진의 말에 힘이 들어갔다. 눈꺼풀을 아래로 축 늘어트린 안다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결국 이렇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잘 처리할게요.”김미진이 고개를 돌려 고집스러운 안다혜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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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안다혜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서진우가 이제 직장까지 영향 주고 있으니 더는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한 번만 더 찾아오면 그땐 더 매섭게 맞설 생각이었다.저번에 구치소에 들어간 걸로 충분히 혼내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았다.안다혜는 팔찌를 살살 돌리며 눈을 찌푸리고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서진우요?”한유라는 이 이름을 듣고도 한참 반응이 없었다. 머릿속을 아무리 뒤져봐도 이 사람에 대한 인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네. 서림 그룹 도련님이라고 들었어요.”비서가 말했다.“꼭 한번 뵙고 얘기 나누고 싶다고 했어요. 손에 총괄님이 원하는 걸 들고 있다고 하던데요?”이 말에 구미가 당긴 한유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렇게 말했다.“정말 그렇게 말했다고요?”“네. 확신에 찬 말투로 그렇게 말했어요. 지금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한유라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긴 하네요. 내가 원하는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요.”그러더니 걸음을 옮겨 접견실로 향했다. 서진우는 말 한마디에 이미 한유라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접견실로 들어간 한유라가 서진우의 맞은편에 앉더니 편안한 자세로 물었다.“내가 원하는 물건을 들고 있다던데 맞나요?”서진우는 청순하고 귀여운 생김새와는 달리 야망으로 가득한 한유라의 눈동자를 본 순간 아주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당연하죠. 태안 그룹과 경쟁 관계라는 건 이미 들어서 알고 있어요.”한유라는 눈빛이 살짝 변했지만 바로 인정하지는 않았다.“그저 소문일 뿐이잖아요. 증거도 없이 함부로 말하면 안 되죠.”서진우가 입꼬리를 올리더니 전에 안다혜와 만났음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들을 내밀었다.“이 여자가 목적인 거 알고 있어요. 마침 내 목표도 이 여자거든요.”“같은 목표가 있고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도 있으니, 우리 같이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한유라는 두 사람의 사진을 본 순간 눈동자가 반짝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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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사이좋게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은 그렇게 한배를 타게 되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한유라의 불안한 마음은 악수한 순간 신기하게 차분해졌다.서진우가 따라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한유라 씨.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에겐 공동의 적이 있잖아요.”한유라가 손을 빼더니 공손하지만 거리감이 느껴지게 웃었다.“일단 성의부터 보여줘요. 어떡할 생각이에요?”서진우는 한유라가 손을 빼도 딱히 뭐라 하지 않았고 얼굴에 걸린 웃음도 여전했다.“한유라 씨가 몸을 담은 회사가 태안 그룹과 경쟁 관계더라고요. 회사를 통해 한 말이 더 믿음이 가지 않겠어요?”한유라가 눈썹을 추켜세웠다.“계속해 봐요.”“우리가 하려는 건 간단해요. 태안 그룹이 제일 신경 쓰는 게 이미지인데 외부에서 압력을 넣으면서 내부를 흔들어야죠.”“그러면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 아니겠어요?”서진우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 말을 천천히 곱씹어본 한유라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요. 필요한 거 있으면 바로 얘기해도 좋아요.”이 말은 서진우의 계획을 인정한다는 말이었다.‘이 세상에 안다혜를 싫어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한유라가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평소에 얼마나 꼴 보기 싫게 굴었으면 다들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일까?’“필요한 거 있어요.”서진우가 한유라 곁으로 다가가자 후자는 갑자기 가까워진 거리에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할 말 있으면 거기서 해요. 가까이 오지 말고.”한유라는 서진우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자 살짝 걱정되었다. 안다혜의 전 남자 친구긴 해도 그녀에게 이상한 짓이라도 하면 윤해준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서진우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유라를 보며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가볍게 웃었다.“아직 나를 못 믿네요. 파트너가 되기로 했으면 서로를 백 퍼센트 믿어야죠.”“파트너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믿음이 없는 건 정상 아닌가요?”한유라가 차갑게 웃었다.“처음 본 사람을 백 퍼센트 믿으라고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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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괜찮아?”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든 안다혜는 아무 표정 없는 윤해준의 얼굴과 마주했다.“괜찮아요.”안다혜는 윤해준의 얼굴만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도무지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어 몸을 비켜 안쪽으로 들어갔다.윤해준이 안다혜의 손목을 잡더니 상처받은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다혜야, 우리 얘기 좀 하면 안될까...”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대치했지만 그 누구도 상대적인 평형을 깨기 싫어했다. 사실 안다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유라가 끼어든 뒤로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요. 마음에 담아두지 마요.”안다혜가 억지로 웃었다.“게다가 우린 번개 결혼이잖아요. 양가 부모님을 위한 결혼인데 더 따질 필요가 있겠어요? 이 결혼에서 감정은 중요하지 않아요.”윤해준은 이 말을 하는 안다혜의 표정에서 거짓말의 흔적을 찾아내려 했지만 너무 잘 위장한 탓인지 흠잡을 데 하나 없었다.“꼭 그렇게 매정하게 말해야겠어?”안다혜가 차갑게 웃었다.“아는지 모르겠는데 매정한 건 내 쪽이 아니에요.”이 말을 뒤로 안다혜는 윤해준의 손을 뿌리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몰래 듣고 있던 한유라는 너무 기뻐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번개 결혼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윤해준을 공략하는 난이도가 떨어졌다는 것에 흥분했다.‘그래. 해준 오빠는 결국 내게로 돌아올 거야.’“뒤에 나타난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내게서 해준 오빠를 뺏으려 하는 거야?”“이미지가 바닥나는 그날을 기대해.”한유라가 서진우에게 문자를 보냈다.[나도 최대한 협조할 테니까 최대한 빨리 추진해 봐요.]심서아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서진우가 문자를 보고 동작을 멈추자 심서아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왜 그래?”서진우의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공동의 적을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한유라에게 답장했다. 심서아는 그런 서진우를 보고 주먹을 불끈 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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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한유라는 어제 들었던 번개 결혼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자꾸만 간질간질했다. 결혼도 번개로 했으면 이혼도 번개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한유라도 오빠를 설득해 윤해준 곁에, 민성에 계속 남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오지랖은 집어치워요. 난 그저 계획이 뭔지 궁금할 뿐이에요.”서진우도 이 말에 더는 뭘 물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파트너도 안다혜를 빨리 무너트리고 싶어 한다는 건 알 수 있었다.“그렇다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서진우가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한유라를 향해 연기를 동그랗게 뿜어냈다.“이제 기자들 연락해서 이 일을 기정사실로 만들면 돼요.”한유라는 아무렇지 않게 연기를 뿜어내는 서진우가 불만이었다.“내 앞에서 담배 피우지 마요.”“그리고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되는 일 맞아요?”서진우가 가볍게 웃었다. 한유라가 담배에 반감을 드러내도 그는 눌러 끄기는커녕 느긋하게 다 태웠다.“나머지는 인내심 있게 기다리면 돼요.”“그러면 성공은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되어 있어요.”한유라는 자신감 넘치는 서진우의 표정을 보며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손잡고 처음 도모하는 일이라 딱히 할 말은 없네요. 좋은 협업 기대할게요.”“당연하죠. 나는 그 누구보다 우리의 계획이 성공하길 바라는 사람이에요.”서진우는 한유라가 뭘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동자에 담긴 야망을 알아챘지만 그저 마주 보며 웃었다....태안 그룹.안다혜가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는데 비서가 허둥지둥 달려와 노크했다.똑. 똑. 똑.오늘따라 다급한 노크에 불안해진 안다혜가 미간을 찌푸렸다.“들어와요.”안다혜의 대답을 들은 안다혜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이 말에 안다혜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일이길래 ‘큰일 났다는’ 말을 쓰는 거예요?”“이것 좀 보세요.”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비서가 손에 든 태블릿을 안다혜에게 건넸다. 순간 눈꺼풀이 뛰는 걸 느낀 안다혜는 점점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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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비서는 안다혜가 신속하게 대응책을 생각해 낸 것에 놀랐다. 어제 갓 비서로 올라온 그녀는 안다혜에 대해 아는 게 없어 기사를 보자마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다.다만 두 사람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고 더는 버텨내기 힘들었던 비서가 다시 안다혜를 찾아왔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태안과 협업한 업체가 많은데 조금 전 보여준 그 업체 말고도 여러 업체가 더 있습니다. 지금 하나둘 납품 중단하겠다고 연락이 오는데 이러면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밖에 없어요.”펜을 들고 있던 안다혜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사태의 발전이 예상보다 빠른 게 뒤에서 누군가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았다.안다혜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지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밝혀내기에 앞서 공장을 안정시키는 게 더 급선무였다. 프로젝트가 하루라도 중단되면 손해 보는 시간과 돈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그중에서도 풍산 그룹 프로젝트가 가장 중요했다. 첫 프로젝트부터 제시간에 완성하지 못하면 앞으로의 협업은 어려울 것이다.“먼저 납품 중단하겠다고 연락한 공장부터 달래요. 그리고 인터넷에 찌라시를 배포한 사람 찾아내고요. 이렇게 당하고만 살 수는 없잖아요.”“네. 지금 바로 조사하겠습니다.”비서는 한시도 지체할 엄두가 나지 않아 얼른 사무실을 나섰다. 대응이 늦어졌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후과는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왕관을 쓴 사람이 견뎌야 하는 무게였다.안다혜는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유심히 살피다가 뭔가를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하여 일단은 비석 공장을 연락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 업체들은 태안 그룹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존재였기에 하나라도 잃으면 그 후과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비서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불만을 쏟아냈다.“대표님, 그 사람들 우리 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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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누군가 의도적으로 공격한 게 틀림없는데 이런 상황에 김미진이 어떻게 나올지 의문이었다.한편, 김미진의 사무실에는 안소현도 함께였다. 김미진이 이마를 부여잡은 채 난감한 표정으로 테이블을 내려다보는데 옆에 선 안소현이 김미진의 어깨를 주무르며 위로를 건넸다. 화기애애한 장면에 안다혜의 정교한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지금 두 사람이 얼마나 알콩달콩한지 보여주려고 부른 건가? 평소에도 지긋지긋하게 봤는데 굳이 이런 상황에 부를 필요는 없는데.’안다혜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에 한참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서야 노크했다.“들어와.”김미진이 오늘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 안다혜는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회장님.”안다혜는 머리가 뒤죽박죽이었지만 일단은 꾹 참고 최대한 차분해지려 했다.“그래.”김미진이 이렇게 대꾸하며 안소현에게 그만 주물러도 된다는 의미로 손을 들어 보였다. 안소현이 얼른 동작을 멈추더니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맞은편에 선 안다혜를 바라봤다. 이로써 두 사람의 지위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내가 왜 불렀는지는 알고?”김미진의 엄숙한 말투에 안다혜가 주먹을 불끈 쥐고 허리를 꼿꼿이 폈다.“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말씀해 주시죠.”“그렇단 말이지?”안소현의 다소 오만한 말투에 김미진은 화가 치밀어올랐다.“인터넷에 떠도는 기사는 어떻게 처리할 거야?”김미진의 말투가 점점 엄숙해졌다.“업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몰라? 자칫하다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이런 실수를 할 수가 있어?”“회장님,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요. 사태의 발전이 이상할 정도로 빠른 걸 봐서는 뒤에 누군가 숨어있는 게 분명해요.”안다혜가 지금까지 한 분석을 김미진에게 보고한 건 김미진이 상황을 파악하고 더 많은 사람을 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안다혜의 예상과는 달리 김미진이 서류를 테이블에 힘껏 던졌다.“아직도 남 탓만 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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