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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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1화

지금 이 순간 안소현의 세상만 암울했다. 다만 안소현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고 하나같이 안다혜가 순조롭게 계약을 체결한 것을 축하해줬다. 국내외에 이름을 알린 유명한 클라이언트를 따냈다는 건 참으로 대단한 일이었다.허종혁은 처량한 안소현을 보고도 다가가 부축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다를 것 없이 허종혁의 눈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안다혜만 보였다.안다혜와 요한은 눈 부신 불빛 아래 악수했다. 그렇게 태안 그룹은 국제화의 길로 나아갔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문을 열게 되었다.허종혁의 눈에는 온통 안다혜뿐이었다. 머리가 헝클어진 채 옆에 서 있는 안소현은 안다혜에 비하면 미친 사람 같았다. 허종혁은 잠깐만 더 보고 도망치려다 안소현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당신, 나 병원에 좀 데려다줘요.”힘이 쭉 빠진 안소현이 겨우 입을 열었는데 허종혁이 눈을 질끈 감으며 못들은 척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약혼까지 한 사이인데 도대체 뭐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당신 어디 가요?”안소현이 언성을 높이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허종혁에게로 향했다. 허종혁은 이제 자리를 뜨려고 해도 딱히 방법이 없었다.안다혜는 그런 두 사람이 너무 우스웠다. 먼저 태클을 걸지 않아도 이 사람들은 파리처럼 자꾸만 꼬여 들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는 말이 있긴 하지만 피하기만 하면 상대는 겁을 먹었다고 생각해 더 집요하게 나왔다.요한이 물었다.“파티에 온 그 여자 누군지 알아요?”“네. 제 친언니입니다.”안다혜가 씁쓸하게 웃었다. 친언니가 동생을 질투하는데 눈이 멀어 회사 이익은 뒷전이라고 말하면 믿어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이 말에 요한은 안다혜와 협업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적이라고 할만한 사람이 언니밖에 없는데 그 언니가 무서워할 만한 상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 협업은 안심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래요. 알겠어요.”요한이 안다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안다혜 씨, 앞으로 잘 부탁해요. 이번 협업으로 더 아름다운 미래가 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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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안다혜는 생각하면 할수록 언짢았다. 특히 그날 안소현이 파티에서 닦달하던 모습은 잊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던 안다혜는 퇴근 후 안씨 저택으로 향했다.‘안소현의 폭주를 막을 사람이 없지는 않지.’예전 일은 문제 삼지 않는다 해도 이번에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안다혜와 클라이언트를 난감하게 했기에 조용히 넘어갈 수는 없었다.퇴근 후, 안다혜는 카피한 영상을 들고 차에 올랐다. 안다혜가 저택에 들어서자 안경을 벗으려던 김미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다혜야, 네가 어쩐 일이야?”안다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김미진도 다 알고 있었다. 안다혜는 주변을 빙 둘러봐도 안소현이 보이지 않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엄마, 안소현은요?”“말하는 버릇이 그게 뭐야?”김미진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어떻게 언니의 이름을 그렇게 막 부르니.”안다혜가 콧방귀를 뀌었다.“허. 언니요?”“나는 그런 언니 없어요. 나를 해칠 궁리만 하는 사람이 어떻게 언니예요?”김미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안다혜를 바라봤다.“그게 무슨 말이야?”“갑자기 찾아와서는수수께끼라도 풀라는 거야?”김미진은 약이 잔뜩 오른 안다혜와는 달리 느긋하게 차를 마셨다. 안다혜는 그런 김미진을 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래요. 그러면 바로 말씀드릴게요.”“그날 안소현이 태클 걸지만 않았어도 더 빨리 계약을 따냈을 거예요. 안소현 때문에 하마터면 고객을 잃을 뻔했다고요.”안다혜가 자리를 찾아 다리를 꼬고 앉더니 시험하는 듯한 눈빛으로 김미진을 바라봤다.‘이번엔 누구 편을 들까?’김미진은 그런 안다혜의 눈빛에 말문이 막혔다. 말의 뜻은 다 알아들었지만 그 사람이 안소현이라니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다혜야, 네가 말한 것들 증거는 있니?”이 말에 안다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미진의 체면을 봐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그래요. 엄마. 증거가 보고 싶다면 보여드리죠.”이젠 안다혜도 확실히 알았다. 김미진은 명확한 증거를 보여주지 않고는 안소현에 대한 그 어떤 나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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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안다혜는 바로 김미진의 생각을 읽어냈다. 이번에도 김미진의 마음은 안소현을 향해 있었다.“엄마, 이번에도 편을 들어주려는 건가요?”안다혜가 앞으로 꼈던 팔짱을 내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처음도 아니고 왜 김미진은 안소현의 본모습을 보아내지 못하는지 의문이었다.하지만 김미진의 생각은 달랐다.“난 그저 솔직한 생각을 말했을 뿐이야. 그리고 벌을 내리겠다고 했잖니.”김미진이 한마디 덧붙였다.“게다가 프로젝트도 이미 손에 넣었고.”“엄마, 그게 어떻게 같아요.”안다혜는 김미진이 안소현을 눈감아주는 게 너무 못마땅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다 알고 있었다. 그저 모른 척 외면하고 싶을 뿐이었다.김미진은 안다혜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걸 알고 옆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다정아, 깊게 생각하지 마.”“나머지는 내게 맡겨. 오늘 직접 요리할 생각인데 어릴 때 즐겨 먹던 탕수육 해줄게. 어때?”안다혜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김미진을 보며 얼른 따라갔다.“엄마, 번거롭게 그러지 마요.”“엄마는 앉아서 쉬고 아줌마더러 몇 가지 준비하라고 하든지요.”하지만 김미진이 고집을 부렸다.“아니야. 직접 요리하겠다는데 아줌마는 뭐 하러 불러.”주방으로 걸어간 김미진은 빠르게 저녁 준비에 돌입했다.안다혜는 분주하게 돌아치는 김미진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 안소현에 관한 얘기를 꺼낼 때마다 김미진은 여러 이유를 대며 안다혜의 입을 막았고 확실한 증거를 보더라도 그저 몇 마디 훈수를 두는 게 다였다. 이런 생각만 하면 안다혜는 마음이 먹먹했다.밥을 먹는데 김미진이 자꾸 안다혜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웃었다.“많이 먹어. 요즘 프로젝트 추진하느라 살이 빠진 것 같은데.”“고마워요. 엄마.”밥을 먹는 동안 안다혜에게는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젓가락을 놓는 듯한 눈치만 보이면 김미진이 친절하게 반찬을 집어줬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얘기를 꺼낼 수 없었던 안다혜가 식사를 마치고 인사하자 김미진이 안다혜를 남기려 했다.“정말 자고 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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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사실 이런 답을 들어도 안소현은 별로 놀랍지 않았다. 김미진이 이렇게 쉽게 권리를 내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뻔히 알면서도 얘기를 꺼낸 건 김미진의 태도를 떠보기 위해서였다. 망설이긴 했지만 바로 반박하지는 않았다는 건 희망이 있다는 의미라 안소현은 기대하기 시작했다....한편, 집으로 돌아온 안다혜는 그녀가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왔음을 알게 되었다. 윤해준과 한유라는 진작 집으로 돌아온 상태였다.안다혜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게스트룸으로 향했다. 이에 윤해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어머, 새언니, 왜 게스트룸에서 지내요?”한유라가 놀란 척하며 묻자 안다혜가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어디서 지내든 내 일인데 한유라 씨와 무슨 상관이죠?”“그건 나도 알죠. 해준 오빠랑 같은 방에서 지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한유라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혹시 둘이 싸웠어요?”안다혜와 윤해준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혔지만 아주 잠깐이었다.“다혜가 게스트룸에서 지내고 싶으면 지내는 거지. 네 앞가림이나 잘해.”윤해준이 언짢은 표정으로 말하자 안다혜가 입꼬리를 올리며 윤해준의 팔을 끌어안았다.“한유라 씨, 들었어요? 자기 앞가림이나 잘해요.”“아참,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안방에서 잘게요.”한유라를 봐준 적이 없는 안다혜는 그대로 몸을 돌려 안방으로 향했다.‘빌어먹을 년.’한유라는 그런 안다혜를 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입방정만 떨지 않아도 그대로 게스트룸에서 잘 텐데 너무 후회되었다.누군가는 기쁘고 누군가는 슬픈 밤이었다.윤해준은 안다혜가 안방에서 잔다고 하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말하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안다혜 옆으로 걸어간 윤해준이 함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안다혜가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다정아, 오늘 같이 자는 거 아니야?”윤해준이 억울한 표정으로 안다혜를 바라봤다. 강아지처럼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본 순간 안다혜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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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한유라가 너무 세게 넘어지는 바람에 윤해준은 두 손으로 일으켜야 했고 겨우 바닥에서 일어난 한유라는 그대로 남자의 품에 안겼다. 게다가 여름이라 잠옷을 입어도 옷감이 얇아 두 사람의 자세는 야릇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씻고 나온 안다혜가 마침 이 장면을 목격하고는 충격을 먹었다.“두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예요?”소리가 나오지 않아 한참 지켜보던 안다혜가 겨우 이렇게 말했다.“넘어져서 일으켜 준 거야.”윤해준이 바로 설명했다.“맞아요. 새언니. 내 얼굴을 좀 봐요. 다 까졌잖아요.”안다혜의 시선이 한유라의 얼굴에 난 빨간 자국으로 향했다. 넘어진 흔적이 맞긴 했다.다만...“어떻게 넘어져도 딱 우리 방 앞에 넘어져요? 우연도 너무 기막힌 우연인데요?”안다혜는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웠다. 넘어진 장소도 기막힌데 시간도 마침 안다혜가 다 씻고 나올 시간에 맞춘 것이다. 노린 게 맞다면 한유라는 정말 고수라 안다혜는 상이라도 주고 싶었다.이 말에 윤해준도 이상함을 감지했다. 한유라가 넘어진 것도 다 그가 갑자기 문을 열면서 몸을 의지할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윤해준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안다혜를 타일렀다.“됐어. 다혜야. 이만 돌려보내자.”윤해준은 안다혜가 한유라를 신경 쓰는 게 싫었다. 생활은 두 사람의 것이고 한유라는 제삼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해준은 기회를 봐서 한유라를 집에서 내보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다만 듣는 입장인 안다혜는 그 말이 다른 의미로 와닿았다.“지금 내가 한유라 씨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안다혜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윤해준을 바라봤다. 그가 방금 내뱉은 말은 한유라를 감싸는 거나 마찬가지였다.한유라도 놀란 표정으로 윤해준을 바라봤다.‘역시 오빠가 나를 이렇게 쉽게 내칠 리가 없지.’어릴 적부터 쌓아온 감정은 뒤늦게 나타난 안다혜가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해준 오빠,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야.”한유라가 일부러 어릴 적 얘기를 꺼냈다.“어릴 적에 실수로 이웃집 유리를 깼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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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윤해준을 향한 한유라의 감정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한 안다혜는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래서 한유라가 들어와 사는 거 동의한 거구나. 다 계획이 있었네.’이런 생각이 들자 안다혜는 자신이 우스워지기 시작했다.‘남녀 사이에 순수한 우정이라는 게 있을 리가 없잖아.’이 점은 안다혜도 잘 알고 있었다.문을 닫은 윤해준은 안다혜의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고는 자연스럽게 수건을 가져오며 말했다.“다혜야, 누워. 내가 말려줄게.”“됐어요.”안다혜는 윤해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낯선 사람을 대하듯 차갑게 말했다. 이에 윤해준도 안다혜의 기분이 별로라는 걸 알아챘다.아까 욕실에서 나올 때부터 화난 것 같았는데 지금 오히려 더 심각해진 것 같았다. 이유를 모를 리 없는 윤해준이 설명하려 했다.“다혜야, 나랑 유라는...”“스톱.”안다혜가 윤해준의 말을 잘라버렷다.“듣고 싶지 않아요. 궁금하지도 않고요.”윤해준은 앞으로 다가가 손을 잡으려 했지만 안다혜가 잽싸게 손을 거두며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우리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유라는 그저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어.”안다혜가 콧방귀를 뀌었다.“말했잖아요. 나랑 아무 상관도 없다고. 오늘은 내가 소파에서 잘게요.”윤해준은 무력감이 솟아올라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아니. 내가 소파에서 잘게.”윤해준은 이제 설명할 힘이 나지 않아 이렇게 말하고는 곧장 거실 소파로 향했다. 큰 키를 소파에 욱여넣다 보니 웅크리고 잘 수밖에 없어 모양새가 우스웠지만 안다혜는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어차피 큰 침대를 포기하고 소파를 선택한 사람은 윤해준이었다.그날 밤 두 사람 모두 잠을 이루지 못했다.이튿날.윤해준은 안다혜에게 설명하고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방안은 이미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아침 일찍 집을 나선 것 같았다.텅빈 방안을 마주한 윤해준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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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그건 다혜 일이야. 네가 뭔데 왈가왈부하는 거야.”윤해준의 말은 반박할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다 먹고 나면 정리해.”윤해준이 앞에 놓인 밥을 대충 입에 넣더니 방으로 돌아갔다. 놀란 한유라는 입을 떡 벌린 채 윤해준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화풀이하듯 젓가락으로 밥을 쿡쿡 찔렀다.‘왜? 이제는 안다혜를 나무라는 것도 안되는 거야?’그래도 두 사람이 어릴적부터 같이 자란 건 변함없는 사실이었다.회사로 나온 윤해준은 한유라가 맨날 집에 있는 것도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안다혜와 2인 생활을 즐기려고 산 집인데 한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신혼이었다.윤해준은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해 바로 한문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으로 나왔다. 뒤에도 여러 번 전화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방법이 없었던 윤해준은 일단 한문수에게 전화하는 걸 포기하고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요즘 일어난 일을 돌이켜봤다. 한유라가 온 뒤로 모든 게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지금 질투하는 거지?’윤해준은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저녁에 시간을 찾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안다혜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한유라가 정말 문제의 근원이라면 아무 핑계나 찾아 내보낼 생각이었다.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 때문에 두 사람의 감정에 금이 가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다만 프로젝트에 매달려 있는 안다혜가 매일 일찍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두 사람은 아예 만날 기회가 없었다. 윤해준은 어쩔 수 없이 안다혜가 지내는 그 게스트룸에서 기다렸다.퇴근하고 집에 들어간 안다혜가 습관처럼 불을 켜고 샤워하러 들어가려다 침대에 점잖게 앉아 있는 윤해준을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여기 앉아서 뭐 해요?”“너 기다리고 있었어.”자리에서 일어난 남자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안다혜에게 다가갔다.“나를 기다렸다고요?”안다혜는 이런 상황이 살짝 답답했다. 요즘 마주친 적도 없는데 무슨 할 말이 있다고 그러는지 의문이었다. 그러다 천천히 다가오는 윤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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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윤해준은 놓아주려 하지 않고 선제공격했다.“너 계속 이러는 거 한유라 때문이지?”이 말에 안다혜는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웃음이 터질 뻔했다. 이젠 그녀도 더는 숨기지 않고 마음의 소리를 따라갈 생각이었다.“알고 있었네요?”안다혜의 예쁜 눈동자는 윤해준에게로 향했다. 이젠 앞에 선 남자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 처음부터 이 결혼은 도박이나 다름 없었기에 그녀도 결과를 바란 적은 없었다.다만 남자에게 첫사랑이 있다는 걸 안 뒤로 안다혜는 예전처럼 차분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마음속의 은밀한 사랑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었다.안다혜의 예쁜 눈동자에 숨겨진 뜻을 알아챈 윤해준은 놀라움이 앞섰지만 곧이어 희열에 잠겼다.‘우리 다정이 정말 질투하는 거야? 그렇다는 건 나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라 다정이도 내게 마음이 있다는 건데?’윤해준이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다... 다정아, 정말이야?”“정말 한유라 때문에 화난 거야? 맞아?”안다혜는 윤해준의 희열을 보아냈지만 반항심이 앞서 윤해준이 원하는대로 해주고 싶지 않았다.“무슨 상관이냐고요. 이미 말했잖아요. 뭘 더 알아내고 싶은 거예요?”윤해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다혜를 품에 꼭 끌어안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다정아. 말해줘. 네가 직접 말하는 걸 듣고 싶어서 그래.”안다혜는 정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고의가 아니고서는 절대 이렇게 닦달하지 않았을 것이다. 눈을 질끈 감은 안다혜는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하고는 하고 싶었던 말을 왈칵 쏟아냈다.“맞아요. 우리 집인데 왜 갑자기 다른 사람을 들이는 거예요? 내 기분은 생각해 봤어요?”“두 사람의 사이가 정말 그렇게 좋다면 아예 같이 나가서 사는 방법도 있잖아요. 나는...”윤해준이 고개를 숙여 주저리주저리 끝도 없이 내뱉는 입에 키스했다. 지금 이 순간 느낀 희열과 감동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다정이도 나를 신경 쓰고 있었어.’모든 호흡을 빼앗긴 안다혜는 숨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윤해준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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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윤해준이 입술을 꽉 앙다물더니 말을 이어갔다.“한유라의 오빠만 아니었다면 우리가 알고 지낼 일도 없었을 거야.”이 말은 사실이었다.어릴 적 한씨 가문에는 자식이 한문수 하나였는데 어렵게 한유라를 얻으면서 가족 전체가 무척 아꼈다. 한유라가 오만한 성격을 갖게 된 것도 집에서 너무 오냐오냐한 결과였다. 그러다 보니 갖고 싶은 걸 손에 넣지 못하면 심술을 부리기 일쑤였다.윤해준은 이번 일이 있고 나서야 한유라와 거리를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안다혜가 오해할 수밖에 없다. 윤해준이 지금 제일 신경 쓰는 게 바로 안다혜의 정서였다. 다른 건 몰라도 지금처럼 계속 싸우면 2세를 가지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안다혜의 반항도 점점 줄어들었다. 윤해준이 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고민할 생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금 한 말 사실이에요?”안다혜는 오늘 처음으로 윤해준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가 해준 설명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윤해준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내가 한 말 중에 거짓은 없어.”“그러면 말해줘요. 한유라 씨의 오빠와 가족들은 어떻게 알게 됐는지.”안다혜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윤해준은 안다혜가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다. 한씨 가문과 어떤 사이인지 설명하려면 신분을 드러내야 하는데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다.윤해준의 신분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았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 원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눈앞의 행복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안다혜는 망설이는 윤해준을 보며 실망하기 시작했다.“역시 남자가 한 말은 믿으면 안 된다니까요.”한참 고민하던 윤해준은 결국 밝히지 않기로 결정했다.“다혜야, 우리 다른 얘기하면 안될까?”안다혜가 차갑게 웃었다. 윤해준에 대한 실망도 점점 늘어갔다. 아까는 한말 중에 거짓이 없다더니 지금은 이 화제를 뛰어넘으려 하니 말이다.“됐어요. 이제 알겠네요.”안다혜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그저 웃어 넘겼다. 역시 남자가 한 말은 믿을 게 못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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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그래요. 알겠어요.”안다혜가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지하지 못한 안다혜의 태도에 윤해준은 마음이 착잡했다. 살짝 억울하기도 했지만 안다혜에게 성질을 부릴 수는 없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래라고 대답하고는 방으로 돌아갔다.그제야 안다혜도 김빠진 풍선처럼 머리를 닦던 손을 내렸다.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사실 억지로 만들어낸 허상이었다.방으로 돌아간 윤해준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안다혜를 달랬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핸드폰을 침대에 던져둔 윤해준은 마음이 힘들어 미간을 주물렀다.‘함께 한 시간이 얼만데 정말 한유라 때문에 멀어져야 하는 걸까?’윤해준은 이런 상황이 못내 아쉬웠다.이튿날 윤해준은 그래도 화해하고 싶어 안다혜를 찾아갔지만 게스트룸은 텅 비어 있었다. 이젠 윤해준도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저녁에 집으로 돌아온 한유라도 두 사람의 분위기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다. 뭐랄까, 미묘했지만 어디가 이상한지 짚어내긴 어려웠다. 게다가 한유라는 두 사람이 집에 들어온 후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것도 발견했다.‘이상한데?’예전 같았으면 윤해준이 먼저 안다혜에게 말을 걸거나 이튿날 뭘 먹을지 물었을 텐데 지금은 윤해준은 일하느라 바쁘고 안다혜는 한유라나 윤해준이 룸메이트라도 된다는 듯 아무 일 없이 먹거나 마셨다.한유라는 이런 상황이 너무 반가웠다.‘두 사람 싸웠나?’한유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해준 오빠, 왜 새언니랑 한마디도 안 해?”“두 사람 왜 그래?”이 말에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잠깐 부딪혔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윤해준이 차갑게 쏘아붙였다.“별거 아니니까 밥이나 먹어.”오히려 안다혜가 진지하게 대꾸했다.“그래요. 싸웠어요. 곧 자리 날 것 같으니까 준비해요.”안다혜가 나른하게 머리를 뒤로 넘기더니 회사로 향했다. 집에 남겨진 한유라와 윤해준이 멍한 표정으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그러다 한유라가 눈물을 글썽이며 윤해준을 바라봤다.“해준 오빠, 새언니가 나 오해한 것 같은데?”윤해준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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