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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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안다혜는 자리를 비운 사이에 회사에 기분 나쁜 일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안소현이 야망을 그래도 드러낸 이상 그쪽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보이면 바로 알고 싶었다.비서는 안다혜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고 있었기에 맹세하듯 말했다.“대표님,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집은 제가 문제없이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말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경례까지 하자 안다혜는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끼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네요. 멀리 나가는 거 아니니까 오후면 돌아올 거예요.”안다혜가 이것저것 당부하고 나설 준비했다. 비서가 지키고 있으니 어느 정도 안심할 수는 있었다.점심을 먹은 안다혜는 프로젝트 서류를 들고 풍산 그룹으로 향했다. 맞은편에 우뚝 선 마천루를 볼 때마다 안다혜는 언제쯤 태안 그룹도 이런 규모로 확장할 수 있을지 감탄했다. 언제쯤 이런 한탄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포기하지만 않으면 무조건 가능하다고 믿었다.안다혜가 풍산 그룹으로 들어가자 데스크 직원이 바로 그녀를 알아보고 공손하게 말했다.“안다혜 씨 맞으시죠? 업무 보고하러 오셨나요?”데스크 직원이 따듯하게 웃어주자 안다혜는 살짝 의아했지만 이내 반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어디서 기다리면 될까요?”“예전처럼 바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시면 됩니다.”안다혜가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곧장 엘리베이터로 걸어가 늘 가던 층을 눌렀다.원래는 익숙한 그림자를 보고 윤해준이 또 업무를 뛰러 온 거라 생각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전에 윤해준이 풍산에서 보여줬던 태도가 문득 떠올랐다. 의심이 가도 실질적인 증거가 없으니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었다.안다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윤해준이 풍산 그룹에 나타난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회의실로 들어간 그녀는 풍산 그룹 담당자에게 최신 진척을 보고했다. 다 듣고 난 담당자가 절로 혀를 내두르며 흐뭇한 표정으로 안다혜를 바라보는데 누군가 입을 열었다.“안다혜 씨 젊어 보이는데 프로젝트를 어쩜 이렇게 완벽하게 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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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이 말에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안다혜를 바라보는 눈빛마저 찬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말을 참 예쁘게 잘했고 일 처리가 빠삭하고 깔끔한 것도 모자라 생긴 것도 예쁘고 성격도 털털했다. 그러니 안다혜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더 친해지려 했다.회의가 끝나고 탕비실에 물 받으러 간 안다혜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윤해준을 발견했다. 그는 슈트 차림으로 중간에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얼굴에 별다른 표정이 없어 전체적으로 차가우면서도 도도 해 보였다. 이에 안다혜는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까 윤해준을 발견하긴 했지만 그저 업무 뛰러 왔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윤해준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남달랐다. 대부분 존중을 표했고 일부는 두려운 기색을 내보이기도 했다.컵을 내려놓은 안다혜는 윤해준을 향한 의심이 점점 커져만 갔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고 싶어 곧장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한두 번이면 우연일지 모르지만 오늘은 분명 상황이 달랐다. 업무 뛰러 온 사람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안다혜는 입술을 앙다물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여기는 풍산이었고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은 신분으로 보나 월급으로 보나 풍산에서 일한다는 건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는 의미였다. 그런 사람치고 오만하지 않은 사람은 없는데 고작 업무 뛰러 온 사람에게 이런 태도를 보일 리가 없었다.안다혜가 얼른 앞으로 달려가 그들을 따라잡았고 윤해준과 일행이 코너를 돌 때 얼른 잰걸음으로 달려갔다. 다만 코너를 돌아보니 윤해준과 일행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어디서 놓친 거지?’안다혜는 이런 상황이 다소 어리둥절했다.‘아까 분명 이쪽으로 오는 거 봤는데. 내가 잘못 봤나? 그럴 리가 없는데.’의심을 떨칠 수 없었던 안다혜가 앞으로 다가가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회의실이 꽤 많았다.‘회의하러 온 건가? 그렇다 해도 나를 피할 이유는 없는데.’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간 안다혜가 포기하려는데 뒤에서 윤해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정아, 네가 여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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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그 자리에 우뚝 선 안다혜는 진지한 표정의 윤해준을 보며 자기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정말 오빠가 한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게다가 따지려고 해도 다른 건 떠오르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화와 의심이 사그라든 안다혜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지금 말한 거 다 사실이에요?”윤해준이 거리를 좁히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당연하지.”안다혜는 그제야 윤해준이 하는 말을 믿었다.‘뭐 정말 프로젝트 때문에 온 걸 수도 있지.’안다혜의 의심이 사그라들어서야 윤해준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다만 윤해준이 긴장을 늦추는데 안다혜가 한마디 덧붙였다.“그런데 내가 매번 업무 진척 보고하러 올 때마다 마주치는 게 가능한 일이에요?”이 말에 윤해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안다혜의 진지한 눈동자를 보고 얼른 머리를 굴리며 핑계를 생각해 냈다.“풍산 그룹은 고객을 접대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처음 듣는 소리라 안다혜가 어리둥절해하는데 윤해준이 밀어붙였다.“봐봐. 너도 15일로 예약했지?”안다혜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그게 어때서요?”윤해준의 얇은 입술이 묘한 각도로 올라갔다.“그러면 이 상황이 설명되지.”“오늘 15일이잖아. 내가 풍산 그룹에 나타난 이유도 여기에 있고.”그제야 알아들은 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떨떠름한 표정으로 윤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요. 내가 잘못 생각했네요.”윤해준이 자연스럽게 안다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괜찮아. 너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설명해 줄 수 있지.”남자의 매혹적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안다혜는 머릿속에 불꽃이라도 터진 듯 사리 판단이 흐릿해졌다. 안다혜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프로젝트 담당자가 그녀를 불렀다.“그러면 먼저 가볼게요.”안다혜가 윤해준에게 말했다. 밖에서는 안다혜도 윤해준의 체면을 봐주는 편이었기에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남자들이 이런 걸 제일 싫어한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저번처럼 질문이 많아지면 또 짜증을 낼지도 모른다.그렇게 안다혜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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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안다혜는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윤해준이 한 말에 일리가 있어 더 따져봐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오정우의 전화를 받고 달려와 급한 불을 끈 프로젝트 담당자는 안다혜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원래는 안다혜를 그저 일반적인 프로젝트 담당자로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신분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것 같았다. 아니면 일 년에 한 두번 볼까 말까인 비서실 수석 비서가 직접 전화해서 지시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전화한 목적이 안다혜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었고 그쪽으로 가보니 대표님과 함께였다.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진 담당자는 눈썹이 절로 뛰었다.안다혜도 담당자가 자꾸만 그녀를 힐끔거리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한두 번이면 몰라도 그 차수가 많아지자 안다혜는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왜 그러세요?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아닙니다.”이 말에 담당자는 자신의 행동이 적절치 않았음을 느꼈다. 눈앞의 상황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던 안다혜가 입을 열었다.“자꾸 보시길래 혹시 제가 실수했나 해서요.”담당자가 어색하게 웃었다.“아닙니다. 그저 안다혜 씨가 어린 나이에 이렇게 독보적인 시야를 가진 것도 모자라 능력까지 뛰어나서 눈길이 갔던 겁니다. 제 부하들도 안다혜 씨만큼은 아니더라도 잘 보고 배워야 할 텐데요.”일이야 어찌됐든 칭찬은 늘 옳았다. 아니나 다를까 안다혜는 담당자의 시선에 더는 연연하지 않았다.“과찬입니다. 그것보다는 다시 프로젝트를 논의해보는게 어떨까요?”갑자기 치고 들어온 칭찬에 난감해진 안다혜가 이렇게 말하자 담당자도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네. 마저 토론해봅시다.”...안다혜는 풍산 그룹을 나서면서도 고민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윤해준의 회사가 풍산 그룹과 이렇게 깊은 협업 관계가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내 견식이 너무 짧았네.’하지만 풍산 그룹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안다혜는 미간을 찌푸렸다. 특히 풍산 그룹으로 들어갔을 때 그녀를 향한 직원들의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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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입술을 꽉 앙다물고 김미진의 의도를 생각하던 안다혜가 이렇게 말했다.“아무래도 다녀오는 편이 좋겠어요.”이미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안 이상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곳은 태안 그룹이었고 안다혜가 돌아왔는지 아닌지 김미진도 다 알고 있을 텐데 속일 여지가 없었다.생각을 정리한 안다혜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런 상황에 피하기보다는 맞서는 편이 더 나았다.비서도 안다혜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다른 정황은 있었나요?”안다혜의 질문에 비서가 고개를 저었다.“없습니다. 큰 아가씨 쪽은 아무 움직임이 없이 조용했어요. 지금까지 대표님을 찾으러 온 사람은 회장님뿐입니다.”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번 풍산 그룹 일정에 대한 고민은 뒤로 미룬 채 회장 사무실로 향했다. 가는 길에도 안다혜는 김미진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찾았는지 추측했다.똑똑똑.들어오라는 소리에 안다혜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김미진도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적는 게 아니라 마치 안다혜가 올 거라는 걸 미리 예상한 사람처럼 다소곳하게 앉아 있었다.안다혜는 그런 김미진이 퍽 의아했지만 공손하게 말했다.“회장님, 부르셨나요?”“오후에는 풍산 그룹에서 프로젝트 진척에 관해 보고하느라 지금 들어왔습니다.”김미진은 별다른 반응이 없이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켰다.“서서 뭐 해? 앉아.”김미진이 이렇게 말하며 턱으로 소파를 가리켰다.“네.”안다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분고분 자리에 않았지만 김미진의 자애로운 표정이 다소 낯설었다.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난 김미진이 안다혜 곁으로 다가가 앉자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안다혜는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도 어머니라 옆에 있으면 얌전해질 수밖에 없었다.김미진도 안다혜가 불편해하는 걸 느꼈는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안다혜의 손등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왜 긴장하고 그래?”“긴장하긴요. 아닙니다. 회장님.”김미진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됐어. 우리 둘뿐인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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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김미진은 자신의 체면을 봐주는 안다혜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젊었을 때의 자신과 똑 닮아있는 안다혜가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안다혜는 그런 김미진의 시선을 느끼고 오늘따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빤히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그럴 만도 했다. 예전 같았으면 지금처럼 우물쭈물하지 않고 들어오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도 남았을 텐데 말이다.참다못한 안다혜가 다시 물었다.“엄마, 오늘 무슨 일로 찾으셨어요?”계속 김미진과 이렇게 앉아 있자니 퍽 난감한 안다혜였다. 이 말에 김미진도 더는 표정 관리하기 어려워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게 뜸을 들이기보다는 차라리 사실대로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입을 열었다.“오늘 이렇게 부른 건 너희 언니에 관해서 토론하고 싶어서 불렀다.”“이 회사의 운영을 너에게 맡기긴 했다면 너희 언니 어떡하니. 손등도 살이고 손바닥도 살인데 똑같이 마음이 쓰이는걸.”김미진의 뜻을 알아챈 안다혜는 바로 표정이 변했지만 일단 반박하지 않고 김미진의 말에 맞춰 이렇게 말했다.“그래서요? 엄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이건 김미진이 예상했던 반응과 달랐다. 바로 반박하거나 끝까지 반대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덤덤하게 나온 것이다. 따로 공을 들여 안다혜의 기분을 달래줘야 된다고 생각했던 김미진은 차분하게 그녀를 맞춰주는 안다혜를 보며 뻘쭘했는지 마른기침했다.“그래서 나도 그냥 심플하게 생각했지. 자리 하나 만들어서 너희 언니를 회사에 불러들이려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안다혜가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엄마는요? 엄마는 어떤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은데요?”안다혜는 김미진의 말에 반박하는 대신 질문을 그대로 돌려줬다. 먼저 말을 꺼냈다는 건 이미 마음속에 생각이 섰다는 것이고 이번에 이렇게 부른 것도 상의가 아니라 통보였다. 하긴, 김미진은 원래도 안다혜와 상의할 사람이 아니었다.“너희 부서로 보내서 설계 총괄로 두고 싶은데.”이 말을 들은 안다혜는 바로 거부감이 들었지만 일단 성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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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이 말에 김미진이 침묵했다. 하긴 안소현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안다혜가 동의할지만 고민한 것이다. 이런 기회가 흔치는 않으니 회사 업무를 접촉할 좋은 자리를 안소현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안다혜의 질문에 지금 이런 결정을 하는 게 맞는지 의심되기 시작했다.안다혜는 김미진이 침묵하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렇게 말했다.“엄마, 표정을 보니 언니랑 상의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내 의견은 그래요. 언니랑 일단 상의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나는 큰 문제 없어요. 언니만 좋다면 나도 환영이에요.”이 말에 김미진이 흐뭇하게 웃었다.“다정아, 정말 많이 컸구나.”안다혜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은 거지 큰 건 아니에요. 엄마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그러면 조금 더 고민해 보세요. 나는 이만 나가볼게요.”이 말을 뒤로 안다혜는 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김미진도 딱히 말리지는 않고 머릿속으로 안다혜가 한 말을 곱씹어봤다.맞는 말이긴 했다. 안소현의 의견도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해 그 자리에 앉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다 두 딸이 서로 얼굴을 붉히면 김미진만 중간에 껴서 힘들어질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김미진은 이 일에 조금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안소현의 의견도 꼭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회장 사무실을 나선 안다혜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아까 김미진에게 그렇게 말한 건 입 발린 소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안소현이 절대 안다혜 밑에서 설계 총괄로 있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다. 안소현의 야망이 얼마나 큰지 알아버린 안다혜는 그녀 절대 김미진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순진하지만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안소현의 능력은 야망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아무튼 안다혜는 안소현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설계 총괄로 들어오면 안다혜 밑에서 비굴하게 있어야 하는데 그건 안소현에게 죽기보다 더 괴로운 일이 될 것이다.“안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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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그래. 네 생각이 맞다. 내 생각이 짧았어.”김미진이 말을 이어갔다.“너를 회사로 불러들인다 해도 다혜의 수하로 들어가면 안 되지. 그러면 직원들이 끝도 없이 토론할 거다.”안소현은 김미진이 반응을 보이자 얼굴의 미소가 짙어졌다.“엄마, 엄마는 내가 어떤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요?”“뒤에 더 생각해 보마. 고민 끝나면 말해줄게.”김미진은 안소현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희망을 줬다가 실망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다만 김미진의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안소현은 불만이 샘솟아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같은 딸인데 왜 안다혜는 바로 대표 자리에 앉히면서 그녀는 고작 설계 총괄인지 의문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안다혜의 수하라니, 안소현은 마음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김미진은 아직도 그녀에게 어떤 자리를 줄지 명확히 얘기하지 않고 고민해 보겠다는 말만 늘어놓았다.‘역시, 엄마는 안다혜 그년 편이라니까.’안소현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전혀 티 내지 않고 김미진의 뒤로 걸어가서 어깨를 주물러줬다.“다 알아요. 엄마. 요즘 회사 일로도 머리가 아플 텐데 나까지 신경 쓰게 했네요.”안소현이 얌전하게 한마디 덧붙였다.“사실 내 일은 급한 거 아니에요. 시간 날 때 배정해 주시면 돼요. 아니면 회사에 들어가지 않고 이렇게 집에서 어머니를 보살피는 것도 좋고요.”“나는 바라는 거 딱히 없어요. 그냥 엄마 옆에만 있을 수 있으면 돼요.”김미진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손을 안소현의 손등에 올리고 다독였다.“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구나.”하지만 고작 이 한마디로 대화는 끝나버렸다.김미진 뒤에 선 안소현의 얼굴은 음침하기 그지없었다. 김미진은 늘 그랬다. 다 같은 딸이지만 차별 대우하기 일쑤였다.안소현의 생각을 알 리가 없는 김미진은 이렇게 좋은 딸을 둘이나 둔 것에 감탄하며 흐뭇해했다. 하나는 능력 있고 하나는 사람을 챙길 줄 알았다. 이런 두 딸이 있으니 태안 그룹의 성장도 시간 문제라 김미진이 걱정할 건 딱히 없었다....한편, 안다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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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이번에는 윤해준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무슨 일로 자꾸만 풍산 그룹에 나타나는 건지 꼭 알아내고 싶었다.탕비실로 들어간 안다혜가 커피를 내리고 몸을 돌리는데 기막힌 우연으로 한 남자가 윤해준 곁에서 걸으며 뭐라고 급하게 말하는 게 보였다.그런 두 사람을 본 순간 안다혜는 알아챘다. 이건 윤해준이 업무를 뛰러 온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윤해준을 업무적으로 찾아왔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았다.‘근데 왜 이 회사 직원들은 윤해준에게 이렇게 깍듯한 거지?’‘설마...’입술을 꽉 깨문 안다혜는 눈빛이 살짝 변하더니 이내 윤해준을 바짝 따라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저번에는 따라가다 놓쳤지만 이번에는 한 남자가 윤해준 곁에서 바짝 따라가며 공손하게 뭔가를 얘기하고 있는 게 아주 잘 보였다.안다혜는 윤해준이 풍산 그룹의 임원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니면 이렇게 공손하게 뭔가를 보고할 일도 없을 것이다.열정적으로 업무를 보고하던 오정우의 시야에 익숙한 그림자 하나가 들어왔다. 그 그림자가 누군지 알아챈 오정우는 순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아이고 하느님, 사모님이 여긴 어쩐 일이시지?’오정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윤해준에게 귀띔했다.“대표님, 저 사모님 본 것 같아요.”걸음을 멈춘 윤해준은 사무실로 향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잘 본 거 맞아?”오정우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확실합니다. 곧 우리를 따라잡을 것 같습니다.”이에 윤해준이 몸을 돌리자 오피스룩을 한 안다혜가 화난 표정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순간 윤해준은 가슴이 철렁했다.‘설마 내 신분을 이미 눈치챈 건가?’‘어떻게 된 거지? 다혜가 왔는데 왜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거야?’윤해준은 화난 안다혜의 표정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안다혜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이미 신분이 들통나서 따지러 온 건 아닌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다정아,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어. 여기서 또 만나네?”안다혜가 차갑게 웃었다.“그러게요. 어떻게 매번 내가 올 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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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오정우도 이를 알아채고 바로 정색했다.윤해준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뭐하긴. 나야 당연히 업무 뛰러 왔지.”안다혜가 눈썹을 추켜세웠다.“그 말은 또 뭐고요. 내가 누명이라도 씌웠다는 거예요?”윤해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오뉴월에 서리가 내릴 정도야.”윤해준이 막무가내로 나오자 안다혜도 방법이 없었다.“그러면 이 회사에 자꾸만 나타나는 이유가 뭔데요?”안다혜는 참다못해 이렇게 물었다. 오랫동안 쌓아둔 일이 지금은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쏟아져나온 것이다.윤해준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오정우를 눈빛으로 경고했다.“여기 담당자와 토론할 일이 있어서 온 거야.”“이분이 풍산 그룹 담당자이자 내가 주로 찾는 사람이지.”오정우가 윤해준의 뜻을 캐치하고 바로 대꾸했다.“맞습니다. 윤해준 씨는 제가 담당하는 고객입니다. 프로젝트에 아직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자주 풍산 그룹에 들리고 있습니다.”“요즘 프로젝트를 빨리 마무리해야 해서 구성원들 모두 야근 중입니다. 집에 다녀올 시간조차 없어서 회사에서 자는 사람들도 있다니까요. 양해 부탁드립니다.”이 말에 안다혜는 무슨 말을 했으면 좋을지 몰랐지만 윤해준은 만족한 듯 등 뒤로 엄지를 내보였다. 중요한 순간에 오정우가 큰 힘이 되어줬기 때문이다.윤해준도 오정우가 한 말에서 흠집을 잡아내지 못할 정도니 안다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두 사람 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어 트집을 잡기가 애매했던 안다혜가 결국 이렇게 말했다.“됐어요. 그러면 일 봐요. 나는 이만 가볼게요.”안다혜가 회의실로 걸어갔다. 풍산 그룹까지 왔는데 그냐 돌아갈 수는 없어 프로젝트 담당자와 얘기를 나눠보려 했다. 아니면 수고스럽게 온 의미가 없어진다.한편, 윤해준은 한두 번이면 몰라도 차수가 많아지면 더는 얼렁뚱땅 넘어가기 힘들어진다는 걸 알았다. 이렇게 자주 회사에서 마주치면 의심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안다혜는 마음이 답답했다.‘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예요?’‘결혼한 사이에 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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