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슬기는 속으로 못난 자신을 한탄했다.‘왜 이렇게 약해빠진 거야. 보는 눈도 많은데 안다혜가 뭘 할 수 있다고.’안소현은 씩씩대는 황슬기를 보고 자신이 조금 전 로비에서 어떤 표정이었을지 연상했다.‘참 쓸모없네. 안다혜만 보면 왜 아무 말도 못 하는 건지. 되레 사람들의 웃음거리나 되고 말이야.’아직 쓸모가 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진작 옆으로 뻥 차버렸을 안소현이다. 지금은 보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평소에는 그래도 꽤 쓸만한 도구였다.지금도 황슬기가 모든 짐을 들어준 덕분에 안소현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편하게 쇼핑할 수 있었다. 안소현에게 황슬기는 정서적 가치를 제공하면서 편까지 들어주는 좋은 쇼핑 메이트나 다름없었다.황슬기가 씩씩거리며 말했다.“소현아, 아까는 보는 사람도 많았는데 안다혜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그랬어.”“아직 때가 아니야.”안소현이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그동안 여러 번 맞붙으면서 그녀는 이미 안다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데미지로는 절대 쉽게 영향받지 않을 것이다. 정말 안다혜를 무너트리고 싶다면 이런 사소한 상황이 아닌 모든 사람 앞에서 한꺼번에 드러낼 자신이 있을 때 공격하는 게 제일 좋았다.다만 이 도리를 알 리가 없는 황슬기는 안소현이 지레 겁을 먹었다고 생각해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봤다.‘안소현, 언제부터 이렇게 겁이 많아진 거야? 전에는 뭐든 앞장서더니.’안소현은 그런 황슬기의 눈빛을 보고 무슨 생각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쓸모가 없었다면 정말 당장이라도 머리를 열어 안에 뭐가 들었는지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숨을 크게 들이마신 안소현이 왜 아까 안다혜의 민낯을 까밝히지 않았는지 황슬기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황슬기는 그제야 안소현의 마음을 알고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너는 달라. 네 말이 맞아.”안소현이 속으로 그런 황슬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멍청하기 그지없긴.’하지만 겉으로는 온갖 사이좋은 척은 다 했다.황슬기를 달랜 안소현이 성큼성큼 집으로 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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