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311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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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사람들은 민초연의 고함에 놀라서 순간 말을 잃었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저 사람, 안다혜 친구 맞지?”“아니, 딱히 그 친구 욕한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예민하게 반응해?”“내가 보기에 그냥 찔리는 게 있으니까 저러는 거지. 나 이런 부류 사람 너무 잘 알아.”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도 우쭐해서 코웃음을 쳤다.‘봐, 내가 뭐랬어. 남의 남자를 건드리는 여자가 잘될 리 없다니까.’사람들의 시선은 날카롭고 매서웠다. 누가 봐도 안다혜 쪽이 뭔가 수상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안소현은 속으로 흡족해했다. 뜻밖에도 황슬기가 제법 쓸 만한 역할을 해준 것이다.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말은 가끔 자신조차도 막아내기 벅찰 때가 있었다. 표정 하나하나까지 너무도 그럴듯했으니 말이다.안소현은 속으로 감탄했다. 이렇게 유능한 졸개를 자기 곁에 두다니.앞으로 황슬기에게 좀 더 잘해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야 그녀가 자신의 인생 가치를 실현해주고, 더 원활하게 목적에 다다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안소현의 낮은 웃음소리를 들은 황슬기는 곧장 몸을 옆으로 빼며 자신의 존재감을 줄이려 애썼다.이제는 안소현의 심기를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의 성격이 얼마나 고약한지, 이미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혹여 정면으로 맞섰다간, 그 결과가 어떨지 장담할 수 없었다.안소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왜 그렇게 날 신경 쓰고 있는 거야? 그냥 커피 한 잔 사 오라고 했을 뿐이지, 목숨 내놓으라는 것도 아닌데. 하기 싫으면 다른 사람 시키면 되잖아.”“아니야, 나한테 맡겨! 이런 건 내가 이미 경험이 있잖아.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어.”황슬기는 잽싸게 충성심을 드러내며 안소현에게 잘 보이려 했다. 상류층의 권력 놀음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제 황슬기는 충분히 파악했다. 빠져나가고 싶어도 지금은 도망칠 길이 없었다.결국 안소현이 밀면 밀리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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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하지만 안소현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엄마, 차라리 여기서 끝장을 봐요. 방금 일은 다들 똑똑히 봤잖아요. 이제 와서 숨긴다고 숨길 수 있겠어요?”안소현의 말에 사람들은 다시 술렁였다.“맞아, 남의 남편을 탐해놓고도 할 말이 있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 봤는데 책임은 져야지.”특히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더 목소리를 높였다.“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이런 년들이야. 젊고 예쁘게 생겨서 뭐든 할 수 있을 텐데, 왜 꼭 남의 가정을 파괴하려고 하는 거야?”말을 이어가던 그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신발을 벗어 안다혜 얼굴에 던지려는 기세였다.그 모습을 본 민초연은 속이 뒤집혔다.“이 미친 여자가, 온종일 뭔 헛소리에요!”“미친 여자?” 여자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좋아요. 그쪽이 날 미쳤다고 한다면 미친 걸로 하죠.”이제는 잃을 게 없었다. 설령 업계에서 쫓겨난다 해도 두렵지 않았다.김미진은 원래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분위기는 점점 더 격해졌다.심지어 거래처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이 일이 결국 사람들 앞에서 결론이 나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마음을 굳힌 김미진은 곧장 안소현을 노려보았다.만약 안소현만 없었다면, 안다혜를 조용히 데리고 나가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굳이 이런 자리에서 서둘러 결론을 내릴 일은 없었을 터였다.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이상, 더는 피할 수 없었다.안소현은 엄마의 매서운 눈빛을 알아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안다혜만 끌어내릴 수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감수할 수 있었다.김미진은 크게 숨을 고르고 굳은 얼굴로 안다혜를 바라봤다.“다혜야, 솔직히 말해. 정말 그런 짓을 한 거야?”‘형부를 탐했다니... 형부라면 결국 다 안소현의 남편 얘기가 아닌가?’“엄마, 설마... 엄마도 날 안 믿는 거예요?”김미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네 말을 못 믿는 게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무조건 네 편만 들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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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이 일은 엄마가 형부한테 직접 물어보면 될 일이지, 왜 저한테 따지세요?”분노가 치민 안다혜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말끝에는 원망이 담겨 있었다.김미진은 애초에 외부 사람들의 눈만 가리려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안다혜가 이렇게 반항하자 그녀도 억눌린 분노가 불쑥 치밀어 올랐다.“너, 엄마한테 지금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김미진은 곧장 예의를 들먹이며 압박했다.“잊지 마. 네가 지금 누리는 모든 게 누구 덕분인지를.”그 말에 안다혜는 입을 다물었다.세월이 흘러도 엄마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음을 깨닫자 가슴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결국... 엄마 눈에 저는 그저 돈을 버는 도구일 뿐인가요?”안다혜는 끝내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렸다.그 순간, 안소현은 웃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바로 이런 장면이 필요했다. 두 모녀가 공개적으로 싸우면 싸울수록 자신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올 것이다.김미진 역시 안다혜의 말에 잠시 흔들렸고 속으로는 안쓰러운 감정이 스쳤다.그러나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안소현이 교묘하게 끼어들었다.“다혜야,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지. 우리 모두 한 가족인데, 무슨 이용이니 뭐니... 그런 말은 엄마 마음을 더 아프게 할 뿐이야.”김미진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안소현의 말에 비로소 사태의 무게가 확실히 느껴졌다.이 많은 사람 앞에서 딸이 그런 식으로 자신을 몰아붙였다는 건 곧 자신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는 뜻이었다.태안 그룹 회장으로서의 체면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안소현은 엄마의 표정 변화를 읽고 속으로 확신했다.이제 김미진이 스스로 나설 것이고 자신은 더 이상 안다혜와 직접 부딪힐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다.“흥, 넌 네 언니만도 못하구나.”김미진은 등을 돌리며 차갑게 내뱉었다.“괜히 길게 말하지 않겠어. 지금 중요한 건 단 하나야. 사람들이 말하는 그 사람, 정말 네가 맞는 거야? 네가 그런 짓을 했어, 안 했어?”“안 했어요!”안다혜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몇 번을 말해야 믿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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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김미진은 이번 기회에 안다혜를 확실히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의 손바닥이 곧 안다혜의 뺨에 닿으려는 순간, 단단한 손이 날아와 그녀의 손을 막았다.김미진은 순간 발끈했지만, 고개를 돌리는 순간 마주한 건 윤해준의 날카로운 얼굴이었다.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저릿하며 자신도 모르게 기가 죽는 기분이 들었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자마자 김미진은 곧 후회했다. 분명 자신이 어른인데 어째서 한참 어린 사위 앞에서 움츠러드는가.그녀는 이를 악물고 허리를 곧게 세우며 체면을 지키려 애썼다.하지만 윤해준은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안다혜만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다친 데 없지?”자신을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에 김미진은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그러나 오늘의 윤해준은 날렵한 맞춤 정장에 넓은 어깨와 꼿꼿한 허리, 그리고 기품 있는 분위기까지 더해져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눈이 마주치는 순간, 김미진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묘한 두려움이 일었다.‘다음에 혼을 내도 늦지 않아. 지금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체면부터 지켜야지.’자신을 다독이며 수습하는 김미진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속내 따위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다혜는 그의 진심 어린 걱정에 잠시 말이 막혔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엄마가 절 해치시진 않으실 거예요.”그 말에 김미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헛기침만 내뱉었다.그러나 안다혜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이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엄마가 실제로 손찌검하려 했다는 사실을 은근히 드러내기 위해서였다.윤해준이 그것을 눈치챘는지, 모르는 척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말에 담담히 맞장구쳤다.“그럼 다행이네. 그래도 내가 곁에 없으니 괜히 누가 괴롭히는 줄 알았어.”그 말과 함께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이 주위를 둘러봤다.그 눈빛이 닿는 순간, 사람들은 저마다 어깨를 움츠리며 숨을 죽였다.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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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윤해준은 안다혜 곁으로 다가서며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훑었다. 알 수 없는 짜증이 서서히 치밀어 올랐다.“다혜야, 저 사람들이 다 너 얘기하는 거야?”겉으론 무심한 듯 물었지만, 그의 시선은 단 한 순간도 사람들에게서 벗어나지 않았다.마치 이 자리의 얼굴 하나하나를 기억해 두려는 듯 차갑게 번뜩였다.만약 자신이 없을 때 건방지게 그녀를 몰아세운 거라면 그 대가는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다.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수군거리던 사람들도 막상 윤해준의 눈빛과 마주치자 이유 모를 두려움에 목을 움츠렸다.안다혜는 그의 말에 담긴 속뜻을 읽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 그냥 다른 얘기를 하는 거겠죠.”윤해준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다만 매섭게 고정된 시선으로 현장을 훑으며 단 한 사람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결의를 드러낼 뿐이었다.그때,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심장이 불안하게 요동쳤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자기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흐름이 바뀌었다.‘사실은 안다혜가 먼저 유혹한 게 맞잖아. 그걸 말하는 게 뭐가 잘못된 건데?’그런데도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고 눈치만 본다니, 속이 뒤틀렸다.‘역시 가진 자들의 힘이란 건가?’여자는 이를 악물었다. 진실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한마디만 던지면 세상은 원하는 대로 굴러간다.그 사실이 더욱 역겨웠다.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역시 이것이 당신들의 수법인가 보군요!”붉은 입술은 비웃음을 짓고 곧장 안다혜를 겨눴다. 그 눈빛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이 여자가 정말로 형부를 유혹했는지, 아무도 아직 모르는 일 아닌가.그 말에 현장은 한순간 끓어올랐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여자를 향했고 윤해준조차 뜻밖이라는 듯 미간을 살짝 좁혔다. 감히 이런 자리에서 나서는 자가 있다니.하지만 먼저 나선 자가 먼저 화살을 맞는 법이다.윤해준은 그저 고요히 여자를 노려볼 뿐 굳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시선만으로도 분위기는 한층 무겁게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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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상황이면 그런 일이 있다고 믿는 게 맞죠. 없다고 단정하는 게 더 위험하지 않겠어요? 그 얼굴이 제일 좋은 증거인 셈이잖아요.”여자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매서운 눈빛으로 안다혜를 노려보았다.애초에 자기 남편을 빼앗아 간 것도 바로 이런 요염한 여자들이었으니 분노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안다혜는 작게 웃더니 구석에 서 있는 허종혁을 손짓으로 불렀다.“이리 와요.”사람들은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의아해했다.그러다 허종혁이 멀끔한 차림으로 다가오자 다시 수군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아니,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남자를 만나본 적 없는 사람도 아니고, 이게 뭐야?”“그러게. 남편이 바로 옆에 있는데 다른 남자를 부르다니, 참 뻔뻔하네.”사람들은 늘 그렇듯 단면적인 것만 보고 말을 보탰다.그러나 안다혜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허종혁을 기다렸다.처음엔 못마땅했던 허종혁도, 그녀가 휴대폰을 슬쩍 가리키는 순간 곧장 상황을 이해했다.그 안에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녹음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결국 그는 얌전히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소현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저 남자는 도대체 누구 편인 거야? 왜 안다혜 말에만 따르지?’파티 자리에서 이런 꼴이라니, 그야말로 망신이었다.안소현의 시선은 허종혁에게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윤해준 또한 안다혜가 왜 허종혁을 부른 건지 궁금했다.‘무엇을 보여주려는 거지?’하지만 이내 모두가 답을 알게 됐다.안다혜가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여러분, 이분이 바로 여러분이 말하던 저의 형부예요.”그리고 옆에 선 윤해준을 가리켰다.“그리고 이쪽은 제 남편이에요.”안다혜의 양옆에 선 두 남자, 누가 더 잘 어울리는지는 누가 보아도 분명했다.그 순간, 과연 안다혜가 다른 남자를 탐했을까 하는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조차도 잠시 흔들렸다. 자신이 들은 정보가 정말 맞는 건지, 그 확신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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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안소현 역시 속으로는 붉은 드레스 여자가 끝까지 버텨주기를 바라고 있었다.그와 달리 윤해준의 눈빛은 안다혜의 말 한마디에 밝게 빛났다.그녀가 자신을 선택하고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가슴속에서 작은 불꽃놀이처럼 터져 올랐다.반면 허종혁은 점점 초라해졌다.옆에 서 있는 모습이 꼭 우스꽝스러운 광대 같았다.애초에 안다혜가 자신을 불러 세운 순간부터 좋은 일이 없으리란 건 알고 있었다.그러나 불려오지 않았다면 또 다른 화가 닥쳤을 터였다.어느 쪽도 막다른 길이었다. 허종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때 윤해준이 나섰다.“제 아내가 이미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합니다.”낮고 깊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의 시선은 단번에 그에게로 쏠렸다.모두가 숨조차 고르지 못한 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안소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불안이 피어올랐다.‘오늘 안다혜를 무너뜨리지 못하면 다시 기회가 있을까?’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 황슬기를 향해 눈빛을 보내려던 찰나에 붉은 드레스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당신 아내가 뭘 설명했다는 거죠? 별다른 얘기를 안 했잖아요.”윤해준은 피식 웃더니 단호하게 대답했다.“제가 여기 서 있는 것 자체가 증거입니다. 저는 제 아내의 가장 든든한 자산이니까요.”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안다혜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았다.두 사람은 누구도 끼어들 수 없을 만큼 밀착했다.“여러분도 보셨을 겁니다. 제 아내의 형부라는 사람이 저와 비교가 됩니까? 제 아내가 이렇게 좋은 남자를 곁에 두고 굳이 수준을 낮춰 다른 남자를 택하겠습니까?”그 말에 허종혁의 표정은 단박에 무너졌다.“윤해준, 이 자식아!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안다혜가 곧장 받아쳤다.“우리는 부부니까 당연한 말이죠. 말조심해요.”윤해준의 말 한마디에 안소현의 안색은 창백해졌다.허종혁을 조롱하는 말이 자신에게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미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맞아. 집에 저런 남자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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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윤해준은 키가 크고 늘씬했다. 안다혜 앞을 든든히 가로막으며 온갖 소문과 시선을 대신 막아내고 있었다.거기에 압도적인 기세까지 더해지자 누구도 감히 그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안다혜는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곧 차분히 마음을 다잡았다.윤해준, 이 남자의 정체는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이 정도의 기세와 판단력이 과연 평범한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을까?’늘 마음 한편에 웅크리고 있던 의심이 오늘 일을 계기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기 시작했다.윤해준의 단호한 말과 행동은 순식간에 주변의 입방아를 잠재웠다.아직 뭐라 하고 싶은 이들도 있었지만, 그의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 앞에 결국 말문이 막혀 버렸다.그 눈빛에는 은근한 경고가 담겨 있었고 누구도 그 벽을 넘지 못했다.덕분에 안다혜는 더 힘을 쓸 필요가 없었다. 허종혁 때문에 이미 기운을 많이 빼앗겼는데 이제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다.“여보, 이제 집으로 갈까?”윤해준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안다혜가 주위를 둘러보자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길 꺼렸다.심지어 처음부터 그녀를 몰아세우던 김미진조차 시선을 피했다.처음에는 남의 편을 들며 곤란하게 만들더니 결국 잘못 짚은 셈이었다.그 사실이 떠오르자 김미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괜히 눈길을 돌려 버렸다.안다혜와 시선이 닿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죄책감과 불편함이 밀려온 것이다.안다혜는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다른 이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김미진마저 그런 반응을 보이니 가슴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네, 가요.”안다혜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두 사람은 마치 세상에 둘만 남은 듯 당당하게 자리를 떠났다.연회는 아직 절반도 남아 있었지만, 그들이 떠나자 중심이 사라진 듯 흥미를 잃어버렸다.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 결국 하나둘 흩어졌다.그 광경을 지켜본 안소현은 주먹을 꼭 쥐었다.‘쟤는 왜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아 가는 거야. 기다려. 언젠가는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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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도저히 평범한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그 순간, 허종혁은 마음을 굳혔다.‘돌아가면 반드시 이 남자의 정체를 철저히 조사해야겠어.’한편, 안소현은 김미진에게 몸이 좋지 않다며 자리를 떠나려 했다.김미진은 곧바로 손을 흔들며 서둘러 나가라고 재촉했다.‘이미 한 번 망신을 당했는데, 여기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태안 그룹이 완전히 웃음거리가 되고 말 거야.’안소현이 떠난 뒤, 김미진은 더 이상 웃음을 유지할 수 없었다.“방금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남은 연회를 즐겨주시고, 술과 안주도 마련되어 있으니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랍니다.”짧게 마무리 인사를 한 그녀는 사회자에게 무대를 넘기고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가장 먼저 확인한 건 태안 그룹의 주가였다.‘제발... 오늘 일 때문에 흔들리면 안 돼.’간절한 바람과 달리 모니터에 뜬 수치는 이미 두 포인트 하락해 있었다.그나마 위안이라면 이 정도 하락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김미진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애써 침착함을 되찾았다.무대 위에 남은 사회자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싸늘해진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그는 남은 순서를 억지로 이어갔다.사람들의 흥은 이미 꺾였지만 태안 그룹의 눈부신 성장세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결국, 누구도 오늘 일 하나로 그들과 척지길 원치 않았다.사람은 결국 이기적이다. 잠시 입방아를 즐겼지만, 이익은 계속 챙겨야 했다.그리하여 연회는 어색한 공기 속에서도 어떻게든 마무리되었다.그날 이후, 아무도 감히 안다혜와 허종혁을 한데 묶어 농담하지 않았다.혹시라도 그런 말이 나오면, 곧바로 안다혜가 눈이 그렇게 낮을 리는 없다는 대답이 따라붙었다.하지만 연회의 뒷얘기 따위에 안다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불필요한 일에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자기 삶만 잘 살면 돼.’수많은 일을 겪고 난 끝에 그녀는 그 사실을 또렷하게 깨달았다.운전석에 앉은 윤해준을 바라보자 그의 잘생긴 얼굴과 또렷한 윤곽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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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두 사람이 집에 돌아오자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한유라는 간식을 먹으며 무심하게 그들을 맞이했다.함께 들어오는 모습은 이제 익숙했고 자신이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하지만 곧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안다혜가 곧장 안방으로 향한 것이다.늘 게스트룸으로 들어가던 그녀가, 오늘은 왜?한유라는 본능적으로 윤해준에게 묻고 싶었지만, 그의 눈빛 속에 스친 뜨거운 기운을 보고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괜히 분위기를 깨는 말로 자리를 더 어색하게 만드는 건 결국 자기 손해일 뿐이었다.역시나, 윤해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그녀의 뒤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갔다.한유라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시선은 자꾸만 닫힌 방문에 머물렀다.이 집에 오래 머물렀지만, 이제는 자신이 투명 인간처럼 취급받고 있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그런데도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스스로 달랬다.‘그래, 조금만 참으면 돼. 오늘은 저 여자 차지라 해도, 결국 평생 오빠 곁에 남을 사람은 나일 거야.’그렇게 합리화했지만, 마음 깊은 곳의 불편함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어린 시절부터 곁을 지켜온 사람이 자신인데, 왜 저 여자를 선택하는 걸까.억눌린 감정을 삼키며, 한유라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머릿속은 이미 다음 수를 어떻게 둘지 계산하기 시작했다.반면 안방에 들어온 안다혜는 더 이상 한유라를 의식하지 않았다.이만큼 지내보니 그녀가 단순하고 별다른 능력도 없는, 그저 순진한 척하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세수를 마친 뒤 침대에 누운 안다혜는 이제 윤해준과 같은 침대를 쓰는 게 전혀 낯설지 않았다.합법적인 부부인데, 굳이 피할 이유도 없었다.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윤해준의 다정한 손길을 받아들이며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그의 눈빛에는 예전보다 한층 더 따뜻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이제 다혜가 날 조금은 용서해준 걸까?’그런 생각이 스치자 그는 더욱 열정을 담아 그녀를 안아주었다.안다혜는 편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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