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았다면, 한문수가 한유라를 그렇게 오랫동안 윤해준 곁에 머물게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윤해준은 그가 가장 신뢰하는 형제 같은 친구였고 만약 두 사람이 정말 이어진다면 분명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클 거라 믿고 있었다.한문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마음을 굳혔다.“알았어, 도와줄게. 내 동생인데, 내가 안 도우면 누가 돕겠어.”그 말에 한유라는 입꼬리를 올리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역시 오빠밖에 없네. 이 세상에서 오빠만큼 날 챙겨주는 사람은 없어.”한문수도 문득 지난 세월이 떠올라 감회가 깊어졌다.“넌 어릴 때부터 내 뒤만 졸졸 따라다녔잖아. 내가 널 안 챙기면 누굴 챙기겠어.”말없이 오빠의 대답을 듣는 유라의 눈빛에는 진심 어린 행복이 스쳤다.그녀에게 한문수는 단순한 가족이 아니라 마음 깊이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그리고 지금, 오빠의 힘을 빌려 안다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해질 터였다.“그런데 유라야, 네가 상대하려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는 말해줘야 하지 않겠니?”한유라의 눈매가 차가워졌다.“그건 오빠가 알 필요 없어. 그냥 기억해, 그 여자가 감히 오빠 여동생을 건드렸다는 것만 알면 돼.”그 여자가 아니었더라면 자신은 진작에 윤해준과 결혼했을 것이다.이렇게 눈치 보며 남의 집에서 얹혀사는 신세가 되지도 않았을 터였다.오랫동안 받아온 무시와 냉대가 한유라의 마음속에서 증오로 바뀌어 있었다.이제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는데, 어떻게 놓칠 수 있겠는가.“좋아. 네가 원하는 일, 오늘 당장 사람을 시켜 처리하도록 하지. 다만 너도 혼자 민성에 있으니까 몸조심 좀 해라.”한문수의 목소리에는 묘한 연민이 묻어났다.그에겐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여동생이었다.어릴 적부터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성격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더더욱 그녀를 붙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은 윤해준밖에 없다고 믿었다.무엇보다 윤해준은 자신의 오랜 의형제 같은 존재였다.성품도, 능력도 잘 아는 사람이기에 여동생과 함께라면 마음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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