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321 - Chapter 330

626 Chapters

제321화

윤해준은 안다혜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마에 살짝 젖은 잔머리와 드러난 피부는 눈부시게 희었고 그녀의 분위기는 묘하게 매혹적이었다.그 모습에 본능이 이성을 앞질렀고 결국 긴 밤이 다시 이어졌다.다음 날 아침 안다혜가 눈을 떴을 때, 곁의 윤해준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그의 또렷한 이목구비를 바라보던 그녀는 어젯밤을 떠올리며 조용히 생각했다.‘이 정도라면 괜찮아. 지금 이 관계 그대로도 나쁘지 않네.’감정에 휘둘릴 여유가 없는 그녀에게는 지금의 거리감이 오히려 편했다.태안 그룹은 아직 갈 길이 멀었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산더미였다.안다혜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 그리고 누구도 자신의 길을 가로막게 두지 않을 것이다.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그녀는 곁의 윤해준을 더 오래 바라보다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세안 후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단호했다.안다혜가 떠난 뒤, 윤해준은 천천히 눈을 떴다.사실 조금 전까지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것도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굳이 눈을 뜨지 않았을 뿐이다.그는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고 단번에 허물어질 일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윤해준은 이마를 짚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더 노력해야지.”이렇게 되뇌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사로 향했다. 집에 남아 있어 봐야 달라지는 건 없었다.무엇보다 여전히 한유라라는 존재를 마주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렸다.한문수도 이쯤 됐으면 한유라를 데려갈 법도 했다.그 생각이 스치자 더욱 깊은 피로가 몰려왔다.한편, 윤해준의 머릿속에 맴돌던 한유라는 정작 회사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한문수의 특별한 부탁 덕분에 해성 그룹 안에서 그녀는 눈치 볼 것 없는 위치에 있었고 총괄의 직함을 내세워 제멋대로 권력을 휘둘렀다.특히 안다혜의 움직임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보고받았다.책상 위 자료를 훑어보던 그녀는 비서에게 차갑게 지시했다.“잘했어요. 앞으로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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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한유라는 탁자 위를 쾅 내리치며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태안 그룹이 이미 손을 댄 프로젝트라면 우리 회사가 빠질 수는 없잖아요. 그 프로젝트는 구체적으로 뭐 하는 거예요?”그녀의 시선이 비서에게로 향했다. 비서는 서류를 정리하며 조심스레 답했다.“해외 쪽 부지를 확보해서 새로운 개발을 추진하는 일입니다. 사실 태안 그룹 고위층에서는 처음에 반대가 많았는데요... 안다혜 이사가 끝까지 밀어붙여서 결국 길을 만들어냈습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말을 이어가던 비서는 불현듯 한유라의 눈빛과 마주쳤고 목이 탁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순간,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안다혜를 칭찬하다니, 그건 한유라 앞에서 해서는 안 될 짓이었다.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한유라는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그래요? 대단한 사람이라고요? ...계속 말해봐요.”그 기묘한 눈빛에 비서는 더 이상 입을 뗄 수 없었다.한유라가 가만히 기다리자 그는 급히 화제를 바꿨다.“아, 제 말은... 지금 중요한 건 안다혜보다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겁니다. 태안 그룹 안에서도 이 프로젝트 때문에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협상을 제대로 못 한다면 고위층이 끝까지 신뢰할까요?”그 말에 한유라의 눈이 번쩍 뜨였다.그래, 바로 그거였다.사람 마음속의 욕심을 건드리면 내부의 균열은 더 쉽게 벌어질 수 있다.“좋아요. 아주 괜찮은 방법이네요.”그녀는 비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웃어 보였다.“인사팀에 가서 보상받아요. 다음에도 이런 아이디어가 있으면 얼마든지 말하고요. 내가 다 받아줄 테니까요.”“네, 총괄님.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비서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비서가 나가자 한유라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그렇지. 저 프로젝트만 무너뜨리면 안다혜가 어떻게 태안 그룹에 발붙일 수 있겠어?”곧장 그녀는 안다혜의 해외 프로젝트 자료를 넘겨보다가 협력 파트너가 요한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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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그렇지 않았다면, 한문수가 한유라를 그렇게 오랫동안 윤해준 곁에 머물게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윤해준은 그가 가장 신뢰하는 형제 같은 친구였고 만약 두 사람이 정말 이어진다면 분명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클 거라 믿고 있었다.한문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마음을 굳혔다.“알았어, 도와줄게. 내 동생인데, 내가 안 도우면 누가 돕겠어.”그 말에 한유라는 입꼬리를 올리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역시 오빠밖에 없네. 이 세상에서 오빠만큼 날 챙겨주는 사람은 없어.”한문수도 문득 지난 세월이 떠올라 감회가 깊어졌다.“넌 어릴 때부터 내 뒤만 졸졸 따라다녔잖아. 내가 널 안 챙기면 누굴 챙기겠어.”말없이 오빠의 대답을 듣는 유라의 눈빛에는 진심 어린 행복이 스쳤다.그녀에게 한문수는 단순한 가족이 아니라 마음 깊이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그리고 지금, 오빠의 힘을 빌려 안다혜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해질 터였다.“그런데 유라야, 네가 상대하려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는 말해줘야 하지 않겠니?”한유라의 눈매가 차가워졌다.“그건 오빠가 알 필요 없어. 그냥 기억해, 그 여자가 감히 오빠 여동생을 건드렸다는 것만 알면 돼.”그 여자가 아니었더라면 자신은 진작에 윤해준과 결혼했을 것이다.이렇게 눈치 보며 남의 집에서 얹혀사는 신세가 되지도 않았을 터였다.오랫동안 받아온 무시와 냉대가 한유라의 마음속에서 증오로 바뀌어 있었다.이제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는데, 어떻게 놓칠 수 있겠는가.“좋아. 네가 원하는 일, 오늘 당장 사람을 시켜 처리하도록 하지. 다만 너도 혼자 민성에 있으니까 몸조심 좀 해라.”한문수의 목소리에는 묘한 연민이 묻어났다.그에겐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여동생이었다.어릴 적부터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성격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더더욱 그녀를 붙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은 윤해준밖에 없다고 믿었다.무엇보다 윤해준은 자신의 오랜 의형제 같은 존재였다.성품도, 능력도 잘 아는 사람이기에 여동생과 함께라면 마음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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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한문수는 끊긴 전화기를 한참 바라보다가 부하 직원을 불렀다.“LC라는 회사의 요한을 좀 조사해. 움직임이나 동향이 있으면 바로 나한테 보고해.”“네, 대표님. 걱정하지 마십시오.”짧은 대화가 끝나자 그의 눈빛은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이번에는 직접 요한을 만나볼 생각이었다.정말로 소문처럼 대단한 인물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하겠다는 것이었다.‘요한이 사라지면, 태안 그룹 따위 이름 없는 중소기업에 불과하지.’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유라야, 걱정하지 마라. 네가 부탁한 일, 오빠가 반드시 해낼게.”...태안 그룹 본사.“들었어? 해외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대!”“뭐라고? 지난번까지만 해도 순조롭다더니?”“그러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대표님이랑 LC의 총괄 요한이 연회장에서 직접 계약 확정까지 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지?”직원들 사이에서는 수군거림이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그 소문의 중심에 있는 안다혜는 여전히 사무실 안에 앉아 기쁨도 분노도 없는 얼굴로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비서가 오히려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대표님, 지금 이렇게 여유롭게 있을 때가 아닙니다!”안다혜는 태연하게 되물었다.“그럼 비서님 생각엔 제가 지금 뭘 어떻게 해야 하죠?”예상치 못한 반문에 비서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러나 그녀가 여유롭게 갓 우린 차를 들어 올리자 비서는 더욱 조급해졌다.“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가만히 계실 순 없잖아요! 요한이라는 사람이 우리를 헌신짝처럼 버렸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랑 합의까지 다 했는데 말입니다.”안다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통유리 창가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번잡한 도시 풍경을 내려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사업이라는 게 원래 그래요. 이런 경우는 흔하죠.”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제가 아무리 속을 태우고 머리카락을 다 뽑아가며 초조해한들, 뭐가 달라지겠어요?”그 말에 비서는 얼이 빠진 듯 고개를 끄덕였다.“듣고 보니... 맞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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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네, 그렇게 처리해요. 이 일은 비서님한테 맡기면 걱정 없을 것 같아요.”안다혜가 미소를 지으며 비서를 바라보았다.비서는 그녀의 의중을 곧장 이해했다.겉으로는 태연해 보였지만 사실 안다혜는 이미 모든 수를 읽고 있었다.그렇기에 오히려 더 평온하게 행동하는 것이었다.그걸 깨닫자 비서는 오히려 가슴이 뜨겁게 벅차올랐다.‘대표님은 역시 달라. 겉으로는 무심한 듯 보여도 속으로는 이미 승부를 보고 계시는 거야.’그는 자신도 모르게 안다혜에 대한 존경심이 한층 깊어졌다.허락만 한다면 평생 그녀를 따라가고 싶을 만큼 우러러보게 되었다.비서가 사무실 밖으로 나오자 사무실 한편에선 직원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수군거림이 점점 커지자 그는 몇 마디를 엿듣게 되었다.“야, 진짜 요한이랑 틀어진 거 맞대.”“헐, 그럼 해외 프로젝트는 어쩌려고?”비서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곧장 책상을 세게 내려치며 목소리를 높였다.“지금이 근무 시간인 거 몰라? 다들 뭐 하는 거야? 회사 그만두고 싶어서 이러는 거야?”순간,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웅성거림을 멈췄다.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하지만 누군가는 차마 참지 못하고 물었다.“비서님, 그럼 사실대로 말씀 좀 해주세요. 요한 씨가 정말 우리 태안 그룹과 협력하지 않겠다고 한 게 맞나요?”비서는 그 질문을 던진 직원을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스스로가 대단한 줄 아는 건가. 이 회사 다닌다고 해서 모든 걸 자기들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그는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당신이 그걸 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데?”질문한 직원이 얼어붙었다. 그는 겨우 목소리를 내며 더듬거렸다.“그... 그래도 진실은 알고 있어야 우리한테도 공평하지 않습니까...”“공평?” 비서는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요한 씨가 그쪽 이름이나 알아? 그쪽이 대표님 대신 협상을 이끌 수 있기라도 해?”그 직원을 비롯해 모두가 고개를 떨궜다. 말은 거칠었지만,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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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요한의 비서는 이전의 공손한 태도와는 전혀 다른 차가운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스스로 안 대표님의 사람이라고 말했으니 가서 대표님 본인이 직접 오라고 전하십시오. 어째서 당신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이 대신 온 겁니까?”태안 그룹의 비서는 분노하여 주먹을 움켜쥐었다.“저는 대표님 곁에 있는 유일한 비서입니다. 제가 온 것은 곧 대표님을 대신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그러나 요한의 비서는 코웃음을 치고는 유창한 영어를 섞어가며 무시하듯 말했다.“그렇다면 더더욱 본인이 직접 오시라 전하세요. 이건 우리 요한 총괄님의 뜻이기도 합니다.”그 말만 남기고 그는 비웃듯 뒤돌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태안 그룹 비서는 문 앞에 서서 분을 삭이지 못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저렇게까지 오만하게 구는 걸 보면 분명 요한의 지시가 있었을 터였다.그렇지 않고서야 단순한 비서가 이렇게 거만한 태도를 보일 리 없었다.결국 그는 씁쓸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고 그 모든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안다혜에게 전했다.안다혜는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한껏 여유로운 태도로 물었다.“그래요? 그 비서가 정말 그렇게 건방지게 말했어요?”비서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한마디도 빼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그 자식, 너무 건방지더군요. 예전엔 저렇게까지 뻔뻔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하지만 안다혜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됐어요. 결국 다 자기 상사의 뜻대로 움직이는 사람일 뿐이에요.”그 말을 듣자 비서는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자신 역시 안다혜를 위해서라면 태도를 바꿀 수 있었다.안다혜가 조금의 기색도 흐트러뜨리지 않으니 오히려 자신이 더 초조해지는 기분이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안다혜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괜찮아요. 어차피 요한은 제가 직접 오길 바란다잖아요. 그럼 제가 가면 되죠.”그녀의 붉은 입술이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눈빛 속엔 승부욕이 번뜩였다.비서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하지만 대표님, 요한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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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안다혜는 비서를 데리고 다시 요한의 사무실을 찾았다.이번엔 안다혜가 직접 왔다는 소식을 들은 요한이 더는 거절하지 않고 직접 나와 맞이했다.“다혜 씨, 오신 줄도 모르고 제대로 맞이하지 못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요한은 환하게 웃으며 문 앞까지 나왔다. 조금 전 비서가 왔을 때의 냉담한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그런 요한을 보며 안다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하게 웃었다.“그런 겉치레가 뭐 필요하겠어요. 우리 사이에 그런 예의는 사치 아닙니까?”그 말에 요한의 표정이 순간 굳었지만, 곧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그렇지요. 어서 들어가시죠, 다혜 씨.”안다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요한과 함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두 사람은 마주 보고 소파에 앉았다.공기가 묘한 정적에 휩싸였다.안다혜는 태연하게 차를 홀짝이며 요한이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비즈니스 세계란 결국 인내와 기 싸움이었다.누가 먼저 입을 떼느냐, 그게 곧 고개를 숙이는 것이나 다름없다.이 사실을 안다혜와 요한, 두 사람 모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안다혜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그녀는 정말 단순히 차를 마시러 온 듯 여유롭기만 했다.그 모습에 요한은 은근히 주먹을 움켜쥐었다.‘이 여자가 지금 무슨 속셈이지? 분명 먼저 찾아왔다는 건 이미 한발 물러섰다는 뜻인데, 그런데도 이렇게 당당하다고?’안다혜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그녀 역시 이 원리를 잘 알았다.그렇기에 이미 찾아왔다는 사실로 한 번 고개를 숙였다고 생각했고 그다음 말을 꺼내는 역할은 반드시 요한이 해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태안 그룹은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한 채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될 터였다.결국 참지 못한 쪽은 요한이었다.“다혜 씨, 제 사무실까지 찾아오신 건... 무슨 일 때문입니까?”안다혜는 그제야 찻잔을 내려놓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서로 다 사업하는 사람들인데 굳이 돌려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그 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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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안다혜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결국은 우리랑 맺은 계약을 배신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네?” 요한이 낮게 소리 내며 손사래를 쳤다.“배신이라니요. 전혀 아닙니다. 그냥 정당하게 비용을 조정한 것뿐이에요.”“아시잖습니까. 우리 LC 사가 국제 시장에서 어떤 평판이 있는지. 솔직히 태안 그룹과 거래하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란 말입니다.”안다혜는 그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짧게 물었다.“그래서요?”“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합리적인 선이라고 판단되는 만큼 정상적인 비용을 조금 올렸을 뿐입니다.”안다혜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요한 씨, 그런 말을 하면서 스스로 우습다고 느끼진 않나요?”요한의 뻔뻔함에 그녀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처음 LC 사와 손잡으려 했던 이유는 그 회사의 미래 가치였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 내부 사람들은 눈앞의 이익만 따지며 계약조차 뒤집으려 하고 있었다.그녀의 계산이 빗나간 셈이었다.안다혜는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며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그녀의 얼굴이 굳어지자 요한은 오히려 흥미를 느낀 듯 눈을 빛냈다.‘흥, 이 여자는 늘 무표정이더니, 지금은 꽤 화가 났네? 재밌군.’요한은 입꼬리를 올리며 즐겁게 말했다.“우습다고요? 다혜 씨, 사업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닐 텐데 이런 상황은 예상했어야죠. 안 그렇습니까?”안다혜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그렇다. 애초에 이런 가능성을 고려했어야 했다.“정말 협상할 여지는 없는 겁니까?”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요한은 그 모습이 오히려 낯설고 흥미로운 듯 비꼬았다.“다혜 씨가 이런 표정을 다 하시네요? 전 전혀 동요 안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당황하신 것 같군요?”그 말에 안다혜는 헛웃음을 터뜨렸다.처음에는 요한이 훌륭한 파트너가 될 거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완벽히 무너졌다. 이 중요한 순간에도 그녀를 놀려먹을 여유가 있는 사람이었다니.만약 회사 자금 사정만 넉넉했다면 진작에 이런 자리에 앉아 시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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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맞는 말이었다. 요한도 안다혜도 틀린 소리를 한 건 아니었다.요한은 철저한 사업가였고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익이었다.이 말은 어디에 가도 통하는 진리였다.그래서 그는 가격을 올렸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였다.그게 바로 사업가의 본질이었다. 이익이 최우선일 뿐이었다.물론, 누군가의 귀띔이 없었다면 그는 이렇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그전까지 안다혜는 분명 훌륭한 파트너였다. 그동안 그녀가 보여 준 능력은 모두가 인정할 정도였다.하지만 돈 냄새를 맡은 순간, 요한의 마음은 달라졌다.그의 웃음은 서서히 어두워졌다.“다혜 씨, 날 원망하지는 말아요. 원망할 게 있다면 다혜 씨가 해외 시장에 발을 들이려면 결국 날 통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겠죠. 어쩔 수 없잖아요. 나한테 의지해야 한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니까요.”그렇게 중얼거리며 요한의 입가엔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안다혜가 사무실을 나서자 문 앞에서 대기하던 비서가 다가왔다.그녀의 얼굴빛이 어두워 보이자 비서는 불안해졌다. ‘혹시 협상이 틀어진 건가?’비서는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요한 씨 쪽에서 뭐라고 합니까?”속으로는 제발 이번 건이 잘 마무리되길 바랐지만, 돌아온 대답은 고개를 저으며 내뱉은 한마디였다.“그만합시다. 요한과의 길은 접는 게 맞아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요.”비서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안다혜는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내쉬었다.“별거 아니에요. 그냥 그 사람이 우리랑 맞지 않는다는 거죠.”그녀의 목소리엔 뼈아픈 후회가 묻어 있었다.“이번에는 내가 잘못 본 거예요. 우리가 자금 여력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프로젝트가 수익 나는 걸 확인하자마자 값을 올리더군요.”그리고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이런 사람과는 태안 그룹이 손잡을 수 없어요.”그 말에 비서도 놀라움과 함께 씁쓸함이 밀려왔다.“대표님, 그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하는 줄은 몰랐습니다.”안다혜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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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그 돈은 전부 회사 자금이었다.안다혜는 그 돈을 몽땅 이번 프로젝트에 쏟아붓는 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만약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허탕이었다.그렇게 되면 현재 확보된 현금까지 전부 묶여 버려 손실은 훨씬 더 커질 게 뻔했다.안다혜는 붉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이런 상황은 나중에 수습한다고 해서 회복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래서 요한과 손잡은 이번 선택이 잘못된 길이라는 걸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이상하게도 가슴 한편이 불안하게 요동쳤다.다음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이런 모습은 비서에게도 낯설었다.“하지만 대표님, 우리가 그 자금을 쓰지 않는다면 해외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죠?”비서도 다급해졌다. 이대로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시간이 지체될수록 손해는 두 배가 될 뿐이었다.돈은커녕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었다.안다혜 역시 그 점을 잘 알았다.그래서 불안했다. 혹여 끝내 프로젝트를 완수하지 못한다면 어쩌지?게다가 요한은 어쩐 일인지 이전과 달리 전혀 여지를 주지 않았다.잠시 침묵하던 안다혜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일단 돌아갑시다.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혼자 차를 몰아 떠났다.비서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괜히 짐을 더 얹지 않는 것이 그녀에게 부담을 더 주지 않는 것이었다.하지만 이대로는 답이 없다는 걸 안다혜도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지금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었다.집에 돌아온 안다혜는 우선 이 문제를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요한의 이 돌변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 그 이유를 찾아야 했다.분명 그전까지는 태도가 온화했고 가격 얘기 같은 건 꺼낸 적도 없었다.그런데 이번만은 달랐다.‘이유가 뭘까.’생각할수록 마음이 쓰라렸다.결국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는 걸 그동안의 경험이 뼈저리게 알려 주지 않았던가.안다혜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집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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