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341 - Chapter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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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1화

참다못한 안다혜가 입을 열었다.“보고할 게 있으면 바로 말해도 돼요.”윤해준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한참 기다렸는데도 아무 대답이 없자 이상하게 생각한 안다혜는 고개를 들었다. 순간 들어온 사람이 윤해준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여기는 어쩐 일이에요?”안다혜가 놀라며 물었다.윤해준은 안다혜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피로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요즘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바쁘게 지내길래 좀 챙겨주려고 왔지.”윤해준은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도시락을 들어 올렸다.“와봐. 내가 뭘 좀 준비해 왔어.”안다혜는 윤해준의 손에 들린 도시락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 남자 원래 이렇게 섬세했나?’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챙겨주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때로는 엄마인 김미진보다도 더 섬세하고 다정했다.많은 일을 겪으면서 윤해준을 대하는 안다혜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었다.윤해준이 직접 해온 음식을 테이블에 하나씩 꺼내놓았다. 그 종류가 워낙 많아 금세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안다혜는 열심히 준비하는 윤해준을 보고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져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이렇게 말했다.“다음에는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요.”윤해준은 젓가락을 꺼내다가 멈추며 말했다.“내가 이러는 거 싫어?”안다혜가 고개를 저었다.“싫은 게 아니라, 혹시 피곤할까 봐 걱정돼서요.”그 말을 들은 순간 윤해준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아니. 힘들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 나도 나름대로 내 몸 챙기면서 이러는 거야.”“빨리 와서 먹어.”윤해준이 열정적으로 권했다. 조금 전 지하 주차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말이다.안다혜도 자연스럽게 윤해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윤해준은 쉬지 않고 안다혜의 그릇에 반찬을 담아주었다.안다혜는 고작 두어 입 먹었을 뿐인데 산처럼 쌓인 반찬을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나를 이렇게 계속 챙길 필요는 없어요. 내가 알아서 먹을게요.”안다혜가 만류했지만 윤해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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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하지만 이런 감정을 안다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엄마인 김미진을 상대할 때도 뭐라고 가끔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안다혜는 앞에 놓인 음식들을 바라보다가 마음 한편이 서글퍼져 눈시울이 빨개졌다.‘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이유가 뭐야. 결국에는 태안 그룹을 위해서잖아. 그런데도 엄마와 임원들은 한 번도 나를 이해해 주지 않네.’이런 생각에 안다혜는 허무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윤해준의 손을 꼭 잡은 안다혜는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에 윤해준은 감개무량해지기 시작했다.‘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속깊은 얘기를 나눈 게 얼마 만이야. 한참 된 것 같은데.’한유라가 찾아온 뒤로 두 사람의 관계는 잠자리를 가질 때조차도 조심스러웠다. 윤해준은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한문수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도무지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윤해준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진지한 얼굴로 약속했다.“다정아, 걱정하지 마. 내가 며칠 내로 반드시 한유라 내보낼 거야.”“내 생각이 짧았어. 다 내 잘못이야.”안다혜는 진심 어린 윤해준의 사과에 마음이 점점 달콤해졌다. 연신 사과하는 윤해준을 보며 어떤 기분인지 정확하게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더 이상 윤해준에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이렇게 많은 일을 함께 겪고도 여전히 한유라의 이간질에 속는다면 태안 그룹 대표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지금은 막혔던 프로젝트도 잘 풀리고 있어 기분이 더 좋았다.“됐어요. 이걸 오빠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죠.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마요.”안다혜가 손을 들어 부드러운 윤해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알다시피 윤해준의 머리는 그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었다. 다만 윤해준도 이번만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머리를 안다혜 쪽으로 살짝 기울였다.윤해준의 머리칼은 너무 부드러워 마치 순한 대형견을 쓰다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지?’“정말 화 풀린 거 맞아?”윤해준이 진지하게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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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안다혜가 윤해준을 흘깃 노려보며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 예고도 없이.”윤해준은 그런 안다혜가 귀여워 웃음을 터트렸다.“키스할 때 미리 말하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그러면 분위기 다 깨지잖아.”안다혜가 콧방귀를 뀌더니 아예 등을 돌리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윤해준이 몇 번이고 달래봤지만 안다혜의 태도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윤해준의 입가에는 줄곧 미소가 번져 있었다. 이번만큼은 안다혜의 화가 정말 풀렸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행동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윤해준은 절로 마음이 들떠 밥을 먹다가 또다시 안다혜의 그릇에 반찬을 집어줬다. 이번에는 안다혜도 거절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먹었다.이에 윤해준의 가슴은 성취감으로 벅차올랐다. 안다혜를 바라보는 눈빛은 애정으로 가득 차올랐고 참다못해 안다혜의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깃털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그런 입맞춤이었다.안다혜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두 사람을 감싼 분위기마저 핑크빛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이로써 윤해준은 안다혜의 화가 완전히 풀렸고 둘 사이도 완전히 풀렸음을 확신했다. 그게 아니라면 윤해준이 입을 맞추게 놔둘 리가 없었다.식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함께 휴게실에 누워 잠시 쉬면서 짧은 평화를 만끽했다.그러나 같은 시간, 또 다른 한 사람은 전혀 평화롭지 못했다.안소현은 테이블에 놓인 액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액자 속 어려 보이는 두 소녀가 서로에게 기대어 웃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더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 같았다.‘왜? 어릴 적에는 분명 똑같았는데 커서는 왜 이렇게 차별받은 건데?’안소현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안다혜, 네가 얼마나 더 잘난 척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험악했던 안소현의 표정이 점점 차분해졌다. 그러다 문득 안다혜 옆에 있는 남자를 떠올렸다. 왠지 모르게 그 남자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윤해준이 뿜어내는 강력한 아우라에 엄마인 김미진조차도 두려워하는 걸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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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안소현은 김미진 쪽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더 지켜볼 생각이었다....김미진이 퇴근하자 안소현이 적절한 때를 봐서 삼계탕을 들고 나타났다.“엄마, 안에 계세요?”소리를 들은 김미진이 줄 달린 안경을 벗으며 말했다.“그래. 들어와.”김미진이 고개를 들었을 땐 안소현이 활짝 웃으며 도시락을 들고 걸어오는 게 보였다.“엄마, 요즘 고생이 많아요. 모임에서 그런 일이 생겼으니 더 힘들 수밖에요. 그래서 엄마 몸보신해 주려고 삼계탕 끓여 왔어요.”김미진이 뽀얗게 우려낸 국물을 보며 안소현이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생각해 감동했다.“그래. 마음 써줘서 고맙구나.”김미진이 도시락을 받아 숟가락으로 한 모금 떠먹더니 감탄을 늘어놓았다.“담백하면서도 고소한 것이 맛이 참 좋구나.”안소현이 김미진의 뒤로 걸어가 어깨를 안마해 줬다.“엄마만 좋다면 다음에도 해드릴게요.”“아니야. 아줌마가 있는데 뭐 하러. 가끔이면 몰라도.”안소현이 반박하려는데 김미진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독였다.“이런 일 많이 하면 엄마 마음 아파. 그러다 피곤해서 아프기라도 하면 어떡해?”“너는 일단 네 몸부터 잘 챙겨.”마음이 따듯해진 안소현이 뒤에서 김미진을 꼭 끌어안았다.“알겠어요. 엄마.”“역시 나 잘해주는 건 엄마밖에 없다니까요. 전에는 내가 철이 없었어요. 너그럽게 넘어가 주세요.”김미진이 안소현의 손등을 다독이며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엄마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너희 두 사람 다 내게는 보물 같은 존재야. 그런데 너그럽게 넘어가지 못할 게 뭐가 있다고.”안소현이 그런 김미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 말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알아내려 했다. 사업을 오래 하다 보면 가끔은 자기 자신도 지금 하는 말이 마음에서 우러난 말인지 아니면 인사치레인지 잘 구분하지 못했다.“나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요. 내 마음속에 엄마는 늘 일 순위에요.”이 말에 기분이 좋아진 김미진이 웃음을 터트렸다.“바보 같긴. 엄마도 전지전능하지는 않아.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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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아무리 할 말이 많더라도 딸이 이렇게 걱정해 주는데 무슨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별거 아니야. 해준이의 신분에 대해서는 더 캐묻지 마. 너는 그냥 종혁이와 잘 지내면 돼.”김미진은 모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머릿속이 뒤죽박죽 했다. 두 딸이 어느새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예상을 뛰어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았다.안소현은 김미진이 더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걸 보고 눈치껏 방을 나서며 문까지 닫아주었다. 그렇게 서재에는 원모 혼자만 남게 되었다.문을 나서는 순간, 안소현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도 따라서 사라졌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엄마도 윤해준의 정체를 모르는 모양인데?’‘그렇다면 정체불명이라는 소리인데?’‘아니야.’안소현이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이렇게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어쨌든 그 남자가 뿜어내는 아우라는 거짓이 없었고 김미진조차 두려워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결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인물이 아닐 것이다.안소현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다음 수를 어떻게 둘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그러면 이 남자를 이용하지 못할 것도 없지.’‘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안소현은 윤해준의 얼굴만 떠올리면 귀가 저절로 후끈 달아올랐다. 다른 건 둘째 치고 그렇게 잘생긴 남자는 처음이었다. 허종혁은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훌륭한 외모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소현이 연락한 사람이 소식을 보내왔다.[이거 보세요, 최신 헤드라인입니다. 제가 이미 사들였어요.]안소현은 결과물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좋아. 이번 건은 정말 잘했어.]그러고는 바로 상대에게 절반의 임금을 지급했다. 탐정은 돈을 받고 좋아하다가 이내 숫자를 확인하고는 얼굴이 굳었다.[분명 두 배 주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왜 지금은 절반만 보낸 거죠?]안소현이 덤덤하게 답했다.[고작 이 정도로 내가 만족할 거라고 생각해요?][나라면 차라리 들러리들을 사들여서 이 헤드라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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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밖으로 나오면서 본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려 비서는 괜스레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렇다고 이런 얘기를 안다혜에게 할 수는 없었다. 괜히 말했다가 안다혜가 따라오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건 비서였기 때문이다.이런 생각에 비서는 어쩔 수 없이 안다혜에게 아부하듯 활짝 웃어 보였다. 안다혜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그래도 일단은 비서를 따라갔다. 어차피 가봤자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 별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발걸음이 더 빨라졌고 결국 비서를 앞질러 혼자 앞으로 걸어갔다. 뒤에 선 비서는 그런 안다혜를 보고 조용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러면 대표님, 저는 여기까지만 따라가겠습니다. 제가 전할 말은 이미 다 전했습니다.”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실 사무실이야 어딘지 잘 알았기에 굳이 안내받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일 보세요. 난 혼자 갈 수 있어요.”비서는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순식간에 자리를 떠났다. 안다혜는 그런 비서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정말 급한 일이 있는 걸지도 모르지.’안다혜는 고개를 저으며 잡생각을 털어내려 했다.회장 사무실 앞에 도착해 노크했지만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살짝 의아하긴 했지만 안다혜는 그래도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하지만 십 분이 지나도록 사무실 안에서 인기척이 들리지 않자 안다혜는 서서히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그렇게 다시 노크하고 오 분을 더 기다린 끝에야 안에서 겨우 소리가 들렸다. 기다리는 동안 안다혜는 이미 눈치챘다. 김미진이 일부러 그녀를 밖에 세웠다는 걸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무례하게 오래 세워둘 이유가 없었다. 이건 분명 안다혜를 향한 강한 압박이었다.‘아마 들어가자마자 불호령이 떨어지겠지. 이번에는 또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는 걸까?’생각할수록 안다혜는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김미진은 늘 그랬다. 무슨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그녀를 탓했다.안다혜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 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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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회장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토사구팽해도 되는 거예요?”안다혜가 차갑게 웃었다.“지금까지 일하면서 태안이 필요하다면 뭐든 했습니다. 단 한 번도 거역한 적이 없죠. 그런데도 결국 절 이렇게 내치시는군요.”안다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잊지 마세요. 저도 안 씨에요.”김미진도 결국 참지 못하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회사가 잘되면 너도 나쁠 건 없잖아.”“태안 그룹을 위해서라기보다 너 자신을 위해서 그런 거 아니야?”이 말에 안다혜는 김미진에게 완전히 실망했다.지금까지 회사에 이 한 몸을 다 바쳤는데 돌아온 건 그런 헌신이 결국 자기 욕심을 차리기 위한 거라고 치부되었기 때문이다.“엄마, 지금 그 말 진심이세요?”안다혜는 회장님에서 엄마라고 부르며 김미진이 제발 이성을 되찾기를 바랐다. 하지만 김미진의 눈빛은 흔들리키는 커녕 냉철했다.“사흘 줄게. 밖에서 나도는 소문 깨끗이 정리해. 그렇지 않으면 대표 자리에 앉아 있을 생각 하지 마.”김미진은 듣기 싫다는 의미로 손을 휙 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본 안다혜도 더는 말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김미진의 속마음을 완전히 알았으니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그래요. 알겠어요.”짧은 대답을 뒤로 안다혜는 곧장 사무실을 나섰다.홀로 남겨진 김미진은 그런 안다혜의 뒷모습을 보며 잠깐 침묵에 잠겼지만 이내 스스로를 다잡았다. 애초에 잘못을 저지른 건 안다혜니 그 결과도 안다혜가 직접 책임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표 자리에 앉아 있는 이상 언제까지나 엄마 뒤에 숨어 있을 수는 없었다.결국 마음을 굳힌 김미진은 이번 결정이 절대 틀리지 않았다고 자기 자신을 위로했다.한편, 방을 나선 안다혜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인터넷을 확인해 보니 이미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상태였다. 분명 가족 모임이 끝나고 모든 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후폭풍이 따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안다혜는 떠도는 소문을 보며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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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예전의 안다혜는 늘 어머니의 체면을 생각해 조금만 더 참자, 한 번만 더 참자 다짐하며 양보해 왔는데 이제 보니 끝없이 양보한다고 해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안다혜를 바라보는 안소현의 시선도 여전히 곱지 않았다.이럴 바에는 차라리 정면으로 맞서는 게 낫다. 사실 안소현이 어떤 카드를 들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언니는 그 남자를 보물처럼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야.’‘허종혁?’안다혜의 입꼬리가 묘한 각도로 올라갔다.‘그래. 내가 이 사람을 잠깐 깜빡하고 있었네.’원래는 안소현의 체면을 생각해 공개하지 않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제 더는 봐줄 체면이 없어 이번 기회에 전부 쓸어 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같았다.안다혜는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을 보며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분명 그 누구도 건드린 적이 없는데 왜 사람들은 하나같이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지 의문이었다. 사실 안다혜가 원하는 건 태안 그룹을 더 크게 키우는 것뿐이지 다른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치 고기가 보이면 달려드는 피라냐처럼 한꺼번에 몰려들었다.이런저런 생각에 안다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유는 모르지만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건 윤해준의 얼굴이었다. 놀랍게도 가장 먼저 윤해준에게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어제 일을 겪은 뒤로 이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윤해준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지금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윤해준이었다.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어제 일이 있고 난 뒤로 안다혜는 점점 윤해준에게 기대게 되었다. 처음에는 안다혜도 이런 자신이 조금 두려웠는데 이제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누가 뭐라 하든 윤해준이 그녀의 남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기에 조금 의지한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었다.마음을 정리한 안다혜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서도 예전처럼 바로 게스트룸으로 가지 않고 곧장 안방으로 들어갔다. 윤해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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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분명 윤해준을 더 일찍 만난 사람은 한유라인데 결국 윤해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었고 오히려 뒤에 끼어든 안다혜가 자리를 꿰차고 말았다. 그것도 모자라 이렇게 당당하게 따지고 드니 한유라는 더 울화통이 터졌다.“그냥 한번 보러 왔어요. 도대체 당신이 해준 오빠를 어떻게 구워삶았길래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지 궁금해서요.”안다혜는 이 말이 너무 우스워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왜요? 오늘은 그이가 없으니까 연기도 집어치운 거예요?”한유라는 안다혜의 태연한 모습만 보면 속에서 천불이 끓었다“말 다했어요? 지금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예요? 난 그저 당신이 해준 오빠를 어떻게 홀렸는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아니면 볼 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당신이 어떻게 해준 오빠를 만나겠어요?”안다혜가 앞으로 팔짱을 낀 채 나른하게 대답했다.“자격이라면 내가 와이프인 거로 충분히 증명했다고 생각하는데요. 한유라 씨는 그저 동생으로 불리는 존재일 뿐이지만. 정말 두 사람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그리고 당신이라면...”안다혜가 경멸에 찬 눈빛으로 한유라를 아래위로 훑었다.“그럴 시간에 거울이나 봐요. 최소한 나는 쉽게 누구를 욕하지는 않아요. 교양이 없는 걸 왜 다른 사람을 탓해요.”그 말을 듣고 한유라는 더 분노했다.“다 당신 때문이잖아요. 당신만 없었더라면 해준 오빠는 분명 나를 선택했을 거예요. 바로 당신 같은 세컨드 때문에 우리 사이가 망가진 거예요.”한유라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칼을 들고 안다혜의 얼굴에 상처를 내고 싶었다. 그 예쁜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질투와 열등감이 차올랐기 때문이다.사실 한유라는 집안의 좋지 않은 유전자를 조금 물려받아 안다혜만큼 예쁘게 생기지는 못했다. 그래서 더욱 윤해준의 얼굴에 집착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한유라는 자신이 안다혜 따위보다는 윤해준과 훨씬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윤해준 곁을 지킨 건 한유라지 안다혜 같은 외래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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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오, 그래요? 그러면 어디 한번 기대해 볼게요. 한유라 씨가 나를 어떻게 곤란하게 하는지.”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윤해준이 문가에 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들었다. 동시에 고개를 돌린 한유라와 안다혜는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필 지금 윤해준이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가장 먼저 반응한 건 한유라였고 황급히 그쪽으로 달려가 윤해준의 팔짱을 끼며 변명했다.“해준 오빠, 오해야. 아까는 그저 새언니랑 농담한 것뿐이야.”자리에서 일어난 안다혜가 경멸에 찬 눈빛으로 한유라를 바라봤다.“농담? 그게 농담이면 나도 농담 좀 해도 되죠?”한유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입술마저 파르르 떨렸다.“언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나는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정말 농담이었어요. 그냥 내뱉은 말이라고요.”한유라가 이렇게 말하며 윤해준을 향해 손을 마구 저었다.“정말이야. 해준 오빠. 나 믿어줘. 난 정말 언니랑 조금 농담했을 뿐이야. 다른 뜻은 전혀 없었어.”안다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한유라가 광대처럼 나대는 꼴을 조용히 지켜만 봤다.반면 윤해준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새까만 눈동자는 마치 한유라를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또렷했다. 사실 그 속에 담긴 뜻은 분명했다. 한유라가 한 말 중에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알고 싶어했다.그 시선에 짓눌린 한유라는 점점 더 초조해졌다. 윤해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해준 오빠... 뭐라고 말 좀 해봐. 그렇게 말없이 쳐다만 보니까... 무서워...”한유라가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얘기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안다혜는 그런 한유라가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다혜를 협박하던 사람이 윤해준 앞에서 온갖 가식을 다 떨고 있으니 말이다.안다혜는 앞으로 팔짱을 낀 채 윤해준이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봤다. 사실은 다 드러난 상태라 더 말할 것도 없었다.마침내 윤해준은 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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