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건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한껏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었다.집을 나서기 전, 그는 동생에게도 잊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그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오빠 다녀올게. 오빠 너무 보고 싶어 하지 마.”그러나 이아린은 자기만의 세계에 파묻혀 손에 든 장난감만 만지작거릴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 모습에 이모건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지만, 곧 다시 힘을 되찾은 듯 눈동자가 반짝였다.“엄마, 다녀올게요. 아린이는 부탁드려요.”“이놈아, 무슨 소리야. 내 딸을 내가 보살피는 게 당연하지.”아들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이모건의 어머니도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깊은 그늘이 있었다.조금 전 순간적으로 어두워진 아들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사실 이아린에게 그런 일이 생긴 이후, 이모건이 언제 제대로 웃어본 적이 있었던가.이모건이 집을 나선 뒤, 한참이 지나서야 이아린은 고개를 들었다. 초점 없는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이었다.그 모습을 본 어머니는 안쓰럽지만 동시에 묘한 위안을 느꼈다.비록 반응이 느리고 적더라도 그 자체가 기특했기 때문이다.“아린아, 너도 오빠랑 같이 가고 싶어?”어머니는 다정히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오빠는 예쁜 언니한테 가는 거야. 그래도 오빠 마음속엔 항상 귀여운 아린이가 있단다.”그 뒤로 아무리 말을 건네도 이아린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그래도 어머니는 실망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반드시 아이가 괜찮아질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그날이 오면 꼭 아린이를 데리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세상의 이름다운 풍경을 보여줄 거라 다짐했다.... 풍산 그룹.“대표님, 김미진 회장님께서 입원하셨습니다. 저희도 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입원했다고?”윤해준은 손에 들던 서류를 내려놓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언제 일이야?”“오늘 오전입니다.”오정우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윤해준은 깊게 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아무 연락도 와 있지 않았다.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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