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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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알아요. 제 일이 회사에 영향을 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번 사태가 전부 저 혼자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허종혁, 그 사람은 아무 문제도 없단 말씀이세요?”안다혜는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정면으로 맞섰다. 모든 잘못을 자기에게만 돌리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회사에 얼마나 공헌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김미진의 가슴을 찔렀다.김미진은 벌떡 일어나 안다혜를 노려보며 호통쳤다.“그 사람은 네 형부야! 어떻게 그렇게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있어? 내가 가르쳤던 예의와 도리는 다 어디로 갔어? 다 어디에다가 버리고 온 거야?”안다혜는 이를 악물고 맞받아쳤다.“형부요? 저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입니다! 별장에서 벌어진 일로 그 사람의 본모습을 이미 보셨잖아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허종혁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실 겁니까?”그녀는 고개를 돌린 채 차갑게 내뱉었다.“그런 남자는 솔직히 쓰레기예요. 형부라고 부를 자격조차 없습니다. 저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김미진이 쾅 하고 책상을 내리치며 벌떡 일어섰다.“안다혜, 너 지금 반항하는 거야?”“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안다혜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회사의 두 개 핵심 프로젝트를 제가 직접 따냈습니다. 지금 주가가 흔들린 건 사실이지만 그게 전부 저 때문인가요? 왜 제가 사과해야 합니까!”김미진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안다혜를 가리켰다.“이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당연히 압니다. 게다가 이 모든 사실을 회장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다만 모르는 척 외면하실 뿐이죠.”안다혜는 말을 쏟아낸 뒤, 김미진이 가슴을 움켜쥔 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자 순간 걱정이 밀려왔다. 그녀는 급히 다가가 부축하려 했지만, 김미진은 매몰차게 손을 뿌리쳤다.“네가 그렇게 잘났잖니? 네 엄마의 죽고 사는 문제는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넌 관심도 없잖아.”그 말만 남긴 채 김미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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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까 회장님께서 가슴이 답답해하시고 숨도 제대로 못 쉬셔서요. 제가 약을 사 왔으니까 빨리 가져다드리세요.”“네, 바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비서는 곧장 움직이려 했지만, 안다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만약에 안 드신다고 하시면 제가 가져왔다고 말씀하지 마세요.”비서는 의아했지만 그래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두 분이 모녀 사이 아닌가? 그런데 약 하나 드리는데 왜 이렇게 숨기는 거지?’보통은 당연하게 드리면 될 일인데 이들 모녀 사이에서는 뭔가 남다른 기류가 흐르는 듯했다.이해는 잘 안되었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두 사람만의 습관일 수도 있었다. 자신은 그냥 직원일 뿐이니 굳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자신은 어디까지나 김미진의 건강을 챙기면 되는 일이었다.그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다. 자신은 김미진의 건강을 잘 보살피면 되는 것이고 다른 것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자 마침 김미진이 가슴을 움켜쥔 채 크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입술은 핏기가 사라졌고 얼굴 역시 창백했다.누가 봐도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비서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회장님, 괜찮으세요? 어쩌다 이렇게 되셨어요?”문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안다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발걸음을 재빨리 사무실 쪽으로 옮겼지만 이내 멈춰 섰다.머릿속에는 조금 전 김미진이 던진 말들이 울려 퍼졌다.지금 김미진이 가장 보기 싫은 사람은 아마 자신일 것이다.그렇게 생각하자 안다혜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 정도의 자각은 하고 있었다.괜히 들어가서 김미진을 자극하기보다는 차라리 문밖에서 기다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안다혜는 굳게 다문 입술을 꽉 깨물었고 온몸이 긴장되었다. 그 모습을 본 직원 한 명이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세요?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이세요.”안다혜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 어서 가서 일 보세요. 괜히 시간 뺏지 마시고요.”직원은 회장실 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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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김미진은 병원에 가기를 원치 않았다. 손을 내저으며 거절하려 했지만, 갑자기 눈앞이 새까매지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몸이 의자에 축 늘어지며 입술 사이로 가쁜 숨만 새어 나왔다.그 광경에 비서는 놀라 비명을 질렀다.“회장님! 회장님, 정신 좀 차리세요!”그는 황급히 다가가 김미진의 상태를 살폈지만, 의식이 없는 것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마치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비서는 안다혜가 아직 문밖에 서 있을 거로 생각하고 급히 외쳤다.“대표님! 어서 들어오세요, 회장님이 쓰러지셨어요!”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밖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이상함을 느낀 비서는 곧바로 김미진을 의자에 안전하게 눕히고 다른 임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위 임원들이 달려왔고, 김미진의 상태를 확인한 순간 모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멀쩡하시던 분이 왜 갑자기 쓰러지신 거지?”누군가는 비서를 향해 평소에 어떻게 모신 거냐며 날카롭게 따졌다.비서는 억울했지만 지금 변명할 때가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그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지금은 원인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우선 병원으로 모시는 게 급선무예요. 상태가 심상치 않습니다.”비서는 회장님의 상황이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김미진의 건강 이상이 외부에 알려지면 태안 그룹의 주식이 큰 타격을 입을 게 뻔했다.김미진의 상황에 대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뻥긋할 수가 없었다. 모두 입을 다물고 비서의 말을 따랐다.회장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태안 그룹에도 좋을 게 없었고 태안 그룹의 주가와 시장에 영향을 줄 게 뻔했다.이 사람들에게는 돈을 벌지 못하는 것, 즉 자신의 이익이 줄어드는 게 제일 다급한 일이었다.모두 더는 지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김미진을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아무래도 이는 그들의 미래 수익과 직결되어 있었다.회사의 미래 발전 방향과 비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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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고위 임원들이 따로 지시할 필요도 없이 비서가 먼저 나서서 반드시 회장님을 잘 모시겠다고 장담했다.이 말을 듣고서야 모두 안심하고 자리를 떴다.복도에 비서 혼자만 남게 되자 그는 다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었다.‘대표님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회장님이 입원하셨는데 왜 아직 오지 않는 걸까? 아니면 아예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걸까?’비서는 깊게 숨을 내쉬며 곧바로 그런 생각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느꼈다.애초에 올 때부터 해당 층 직원들은 이미 회장님 소식을 다 알고 있었고 고위 임원들까지 함께 와 있었다.그렇다면 대표님이 모를 리는 없다. 결국 자신이 괜한 걱정을 하는 것뿐이었다.이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쓸데없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지금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오직 회장님을 잘 돌보는 것이었고 다른 일에 흔들려서는 안 되었다.그리하여 그는 온 마음을 다해 회장님을 모시려고 했다....한편 안소현은 김미진의 병환 소식을 듣자마자 놀라며 소리쳤다.“우리 엄마 괜찮으신 거예요?”태안 그룹의 한 임원이 급히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큰 아가씨. 회장님은 지금 병원에 계시고 비서가 곁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안소현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그녀는 곧바로 임원에게 병원 주소를 받아 들고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어쨌든 김미진에게는 여전히 감정이 있었고 또 도대체 어떻게 아프게 된 건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게다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자신이 김미진에게 효심을 다하는 딸임을 보여줄 수도 있었다.역시나 안소현이 병실에 들어섰을 때는 비서 한 사람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다른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여기 비서님 혼자뿐이에요?”안소현이 물었다. 그 말을 듣자 비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급히 일어나 대답했다.“네, 큰 아가씨. 여기에는 저 혼자뿐입니다.”“안다혜는요? 안 온 겁니까?”안소현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가 회사에서 쓰러질 정도로 아픈 데 와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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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하지만 안소현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안다혜는 사실 이 일에 대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회사를 떠날 때부터 그녀는 목적 없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어차피 김미진이 그런 말까지 했는데 자신이 계속 회사에 남아 있는다면 오히려 뻔뻔해 보일 것이다.더 이상 머물 자신이 없었다.그렇다고는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문제는 아직 제대로 수습되지도 못했다.다시 말해 사실 김미진을 원망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안다혜도 그 점은 이해했지만 이미 김미진과 크게 다투고 회사까지 떠나온 상황이라 돌아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안다혜는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가슴이 불안했고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휴대폰을 확인해 보아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회사를 떠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김미진은 끝내 메시지 한 통 보내지 않았다.‘정말로 모질게 마음먹은 걸까.’사실 안다혜는 엄마가 먼저 연락해 주기를, 자신을 불러 다시 회사로 돌아오게 해 주기를 바랐다.비록 큰 성과는 없었지만, 그동안 나름대로 애는 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비어 있는 메시지 함을 바라보니 결국 자신이 엄마에게 기대했던 것이 지나치게 큰 건 아닌가 하는 실망감이 밀려왔다.안다혜는 입술을 꾹 깨물고 휴대폰을 가방 속에 넣은 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은 어딘가 몹시 쓸쓸해 보였다.그렇게 목적 없이 거리를 걷고 있을 때 서진우가 심서아를 태우고 차를 몰며 그녀 곁을 지나갔다.서진우는 선글라스를 쓰고 머리를 뒤로 넘겨 정갈히 드러낸 이마가 도드라졌다.한동안 못 본 사이 그는 오히려 의기양양해 보였다.그게 안다혜가 서진우를 다시 마주하자 떠올린 첫인상이었다.서진우는 안다혜가 마치 의지할 곳 없는 사람처럼 걷고 있는 걸 보며 비아냥거리듯 말했다.“어라, 이게 누구야? 유명한 안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아니신가? 어쩌다 이렇게 초라해졌어? 혼자 강가를 걷고 있네?”안다혜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의기양양한 서진우를 보니 말문이 막혔다.역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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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안다혜는 더는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한심한 두 사람 옆에 있으면 괜히 그 멍청함이 전염될 것만 같았다.한마디라도 더 주고받는 것조차 시간 낭비라고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지능까지 떨어질 것 같았다.안다혜가 떠난 뒤, 서진우와 심서아는 서로 얼굴만 마주 보았다.서진우는 원래 바로 차를 몰고 가려 했지만, 심서아가 그의 핸들 잡은 손 위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진우야, 저 여자 좀 봐.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여전히 저렇게 오만해.”심서아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당초에 너랑 사귀었던 것도 네 돈을 탐낸 게 아니었을까? 네가 그동안 고생한 게 다 저 여자 때문 아니야?”서진우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그녀의 말에 지난 시간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집에 갇혀 지내던 나날, 감옥에 있던 날들, 그 고통을 그는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었다.“네 말이 맞아.”서진우의 목소리에 억눌린 울분이 묻어났다. 이제 와서 초라해진 안다혜를 보니 오히려 더 강하게 짓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진우야, 내가 못돼 보여도 사실은 네가 불쌍해서 그래. 저 여자는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널 보고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잖아. 넌 그런 애를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었단 말이야?”심서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냥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여자야. 도대체 왜 저런 여자를 계속 잊지 못하는 거야?”그 말을 들은 서진우는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안다혜와 함께 있으면서도 늘 심서아를 떠올렸던 그때의 자신.그리고 지금, 안다혜가 태안 그룹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심서아를 떠날 뻔했던 자신.그는 스스로가 한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서진우는 옆에 앉은 심서아를 바라보며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목이 멘 듯 말했다.“미안해, 서아야. 내가 철이 없어서 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몰랐어.”심서아는 고개를 저으며 눈가가 붉어졌다.“괜찮아, 진우야. 난 네가 건강하게만 있어 준다면 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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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서진우가 낮게 속삭였다.“서아야, 넌 정말 좋은 사람이야. 걱정하지 마, 내가 널 끝까지 지켜줄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다가와 심서아의 입술에 맞닿았다.처음엔 심서아도 낯설어 얼굴이 굳어 있었지만, 서진우가 애써 진심 어린 척하는 모습을 보니 굳이 거절하기도 애매했다.어찌 됐든 모두 두 사람의 결정이었다. 어차피 서진우는 얼굴도 잘생겼고 겉모습만 봐도 남부럽지 않은 남자였다.‘그래, 못 받아줄 이유도 없지.’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심서아는 결국 그의 키스에 응했다.서진우는 원래 가볍게만 끝낼 생각이었다. 그저 자신의 진심과 애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뿐이었다.하지만 심서아가 열정적으로 응하자 금세 제어할 수 없게 되었다.두 사람은 차 안에서 뜨겁게 입을 맞췄다.그러나 서진우가 알지 못하는 건, 심서아는 이미 속으로 진저리가 나 있었다는 사실이다.입술을 맞대면서도 속으로는 욕이 절로 나왔다.만약 서진우의 재산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참고 있을 리가 없었다. 서진우의 곁에서 이렇게 오래 버텨준 게 누군데 정작 그는 아직도 안다혜만 생각하고 있으니 그 사실이 심서아를 더 화나게 했다.하지만 지금 심서아에게는 서진우 곁에 붙어 있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숨을 고른 심서아는 키스가 끝난 후,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의 가슴 위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진우야, 넌 정말 나한테 잘해주는 것 같아...”서진우는 그녀의 손을 단단히 잡으며 욕망이 짙게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넌 내 여자잖아. 내가 너한테 잘해주지 않으면 누구한테 잘해줘?”심서아는 얌전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그렇지. 근데... 안다혜 쪽은 난 아직도 못 참겠어. 너한테 그렇게나 모질게 굴었잖아.”이 말에 서진우는 잠시 망설였다. 아버지가 예전에 그를 따끔하게 경고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탓에 회사가 이 지경이 됐다고 말이다.하지만 도대체 누구를 잘못 건드린 건지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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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안녕하세요, 여기는 주차 금지 구역입니다. 차를 너무 오래 세워두셨네요. 이건 과태료 딱지입니다.”서진우는 체면이 구겨졌지만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어 딱지를 받아들었다.경찰은 심서아의 붉게 부은 입술을 힐끔 보고는 못마땅하다는 듯 한마디 덧붙였다.“다음번엔 이런 건 집에서 하세요. 밖에서는 보기 안 좋습니다.”그 말만 남기고는 경찰은 바로 자리를 떠났다.차 안에는 서진우와 심서아 둘만 남았다.서진우는 심서아의 붉어진 입술을 힐끔거리며 어쩐지 민망해졌다.경찰이 굳이 말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심서아는 얼굴이 활활 달아올라 있었다.“됐어, 얼른 가자.”이런 데서 더 있고 싶지 않았다. 그야말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다.이 순간만큼은 서진우랑 말 한마디 더 주고받는 것조차 힘들었다.서진우는 그런 심서아의 수줍은 모습을 보며 눈가에 웃음이 피었다.“그래, 가자.”심서아는 “응”하고 작게 대답하며 얌전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서진우는 줄곧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안다혜보다는 외모가 못하더라도 심서아는 적어도 말을 잘 듣고, 순종적이었다.서진우에게는 그 점이 크게 마음에 들었다.집에 돌아오자, 두 사람은 차 안에서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을 자연스레 이어갔다.모든 게 당연하게 흘러가듯 이어졌다.한편, 안다혜는 바닷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옆에는 맥주캔 하나가 놓여 있었고 그녀의 손에는 또 다른 병맥주가 들려 있었다.안다혜는 고개를 젖히며 맥주를 들이켰다.지금 안다혜의 머릿속은 하나의 질문으로 가득했다.‘이 회사에 과연 다시 가야 하는 걸까. 가야 한다면,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가야 할까.’이미 김미진이 그런 말을 해버린 이상, 더는 얼굴을 들고 회사에 나설 자신이 없었다.아니, 그보다도 이제는 김미진이나 다른 임원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조차 감이 오지 않았다.안다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또다시 술을 들이켰다.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알코올의 따가움에야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게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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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근데 내가 듣기로는 회장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셨다던데...”이모건이 조심스레 물었다.“그래서 전화를 걸어본 거야. 어떻게 멀쩡하시던 분이 병원에 계신 건가 해서.”안다혜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목소리가 높아졌다.“그게 무슨 말이야? 어느 회장님이 입원했다는 거야?”안다혜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이모건이 자신을 속이는 줄 알았다.“태안 그룹 회장님 말이야...”이모건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안다혜의 반응을 보니 정말로 어머니가 입원한 걸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밖에서는 모녀 사이라고 꽤 돈독하다는 얘기가 돌던데 정작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는데도 딸은 전혀 모르고 있다니.’이모건은 어쩔 수 없이 말을 돌렸다.“나도 그냥 전해 들은 얘기라 확실한 건 몰라. 아마도 헛소문일 거야. 네가 모르는 일이라면 괜히 신경 쓰지 말고 흘려버려.”하지만 안다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회사에서 김미진에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그때 김미진이 가슴을 부여잡던 모습이 분명 지병이 도진 것처럼 보였었다.‘약까지 사다 줬는데, 왜 병원에 입원하게 된 걸까?’불안과 의문이 안다혜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듯했다.“이모건,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안다혜는 목이 멘 듯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직접 확인해보고 다시 전화할게.”“알겠어. 그럼 방해 안 할게.”이모건은 눈치 있게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 짧은 대화만으로도 대충 상황의 윤곽이 보였다. 지금 상황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이모건은 무의식적으로 이아린을 안고 나설 준비를 했다. 동생을 핑계 삼아 안다혜를 찾아갈 생각이었다.그때, 이모건의 어머니가 불쑥 말을 던졌다.“이모건, 어디 가려고?”“나가려고요.”동생을 품에 안은 채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아들을 바라보던 어머니는 답답한 듯 직설적으로 말했다.“가려면 너 혼자 가. 아린이는 두고.”이모건이 못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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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이모건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한껏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었다.집을 나서기 전, 그는 동생에게도 잊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그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오빠 다녀올게. 오빠 너무 보고 싶어 하지 마.”그러나 이아린은 자기만의 세계에 파묻혀 손에 든 장난감만 만지작거릴 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 모습에 이모건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지만, 곧 다시 힘을 되찾은 듯 눈동자가 반짝였다.“엄마, 다녀올게요. 아린이는 부탁드려요.”“이놈아, 무슨 소리야. 내 딸을 내가 보살피는 게 당연하지.”아들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이모건의 어머니도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깊은 그늘이 있었다.조금 전 순간적으로 어두워진 아들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사실 이아린에게 그런 일이 생긴 이후, 이모건이 언제 제대로 웃어본 적이 있었던가.이모건이 집을 나선 뒤, 한참이 지나서야 이아린은 고개를 들었다. 초점 없는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이었다.그 모습을 본 어머니는 안쓰럽지만 동시에 묘한 위안을 느꼈다.비록 반응이 느리고 적더라도 그 자체가 기특했기 때문이다.“아린아, 너도 오빠랑 같이 가고 싶어?”어머니는 다정히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오빠는 예쁜 언니한테 가는 거야. 그래도 오빠 마음속엔 항상 귀여운 아린이가 있단다.”그 뒤로 아무리 말을 건네도 이아린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그래도 어머니는 실망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반드시 아이가 괜찮아질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그날이 오면 꼭 아린이를 데리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세상의 이름다운 풍경을 보여줄 거라 다짐했다.... 풍산 그룹.“대표님, 김미진 회장님께서 입원하셨습니다. 저희도 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입원했다고?”윤해준은 손에 들던 서류를 내려놓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언제 일이야?”“오늘 오전입니다.”오정우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윤해준은 깊게 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아무 연락도 와 있지 않았다.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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