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391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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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이제 안다혜가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물러설 게 아니라 용감하게 같이 맞서야 했다. 이런 상황에 뒤에 물러난다면 뒤돌아봤을 때 떳떳하지 못할 것 같았다.진이수가 전화를 받을지 알 수 없어 네 사람은 핸드폰을 에워싸고 섰다. 그리고 진이수는 그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걸려 온 전화를 보고 진이수는 안다혜가 무조건 옆에서 듣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잠깐 망설였지만 이내 전화를 받았다. 누가 뭐래도 김미진은 안다혜의 어머니였기에 안다혜도 어머니가 어떤 상황인지 알 권리가 있었다.진이수가 전화를 받자 안다혜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역시 이 방법이 먹힌 것이다. 그래도 직원들 사이에 어느 정도의 믿음은 있는 것 같았다.전화가 걸리자 안다혜는 비서에게 김미진의 행방을 확인하라고 눈짓했다. 비서가 목을 축이더니 수화기에 대고 나지막하게 물었다.“저기... 진 비서님. 확인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이렇게 전화했어요.”“네. 알아요.”진이수는 상대가 우물쭈물하자 살짝 어이가 없었다. 회사에 들어온 지도 꽤 됐는데 말 한마디에 생각이 훤히 보이니 말이다.“왜 전화했는지 다 아니까 용건만 말해요.”이 말에 안다혜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대표님 옆에 계시죠?”진이수의 목소리가 스피커로 울려 퍼졌다.“내 생각이 맞다면 아마 옆에서 우리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을 것 같은데.”안다혜는 진이수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더는 숨기지 않았다.“역시 총명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마음이 편하다니까요.”진이수도 웃으며 말했다.“대표님이 옆에 계신 거 당연히 알죠. 전에 큰 아가씨가 제 핸드폰으로 아가씨와 통화할 때 저도 막지 못했는데요.”“괜찮아요. 이해해요.”안다혜는 아까 있었던 일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같은 월급쟁이로서 진이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안다혜는 망설여지기 시작했다.“그래서 지금 생각은 뭐예요? 안소현의 편에 서서 나와 맞서고 싶은 거예요?”진이수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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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이 말에 진이수는 안다혜에게 왜 회사를 떠났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대표라면 그런 상황에 회사를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다혜가 회사를 떠나지만 않았다면 김미진을 병원으로 모셔 올 사람도 안다혜였을 테고 상황이 이렇게 복잡해질 일도, 큰 아가씨가 여기로 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알겠습니다. 대표님. 바로 위치 보내드리겠습니다. 사실 한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데 전화로 확인해도 될지 모르겠네요.”진이수는 상황 판단이 빠릿빠릿한 사람이라 실수하는 법이 거의 없었다.“그게 뭔데요?”안다혜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진이수도 더 물을 생각이 없었다. 큰 아가씨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데 안다혜가 한시라도 일찍 도착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때가 되면 그때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빨리 병원에 도착해 회장님을 보살피는 겁니다.”안다혜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진이수는 안다혜보다 상황 판단이 더 빨랐다.“그래요. 위치 보내면 바로 출발할게요.”전화를 끊은 안다혜는 비서에게 고마움을 전달했다.“오늘 일은 정말 고마워요.”“걱정하지 마요. 일이 마무리되면 월급 올려줄게요.”이 말에 비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머리를 긁적이며 괜찮다고 말했다.“대표님, 그동안 많이 도와주셨는데 저도 염치가 있어야죠.”비서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게다가 별로 도움이 되지도 못했는데요. 다 진 비서님이 도와드린 거죠.”“그리고 이 일은 대표님 집안일이라 저희는 그저 보조적인 역할일 뿐 결정해 드릴 수는 없는 거잖아요. 나머지는 대표님이 혼자 이겨내셔야 하는걸요.”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회사는 늘 그렇듯 나 대신 잘 지키고 있어요.”“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안다혜가 윤해준과 이모건을 데리고 사무실을 나서며 비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는 비서에 대한 고마움과 믿음의 표현이었다.비서도 안다혜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혼자 회사를 지켰다.회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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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안다혜는 가끔 자기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윤해준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지 못한 건지 궁금했지만 이모건도 함께라 일단은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진정하려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안다혜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알겠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 감정은 잘 추슬러 볼게요.”그렇게 안다혜는 두 사람을 데리고 차가 세워진 쪽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이모건이 갑자기 차를 세우라고 하자 안다혜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차는 왜 갑자기 세우라고 하는 거야?”이모건이 웃으며 말했다.“빈손으로 보러 갈 수는 없잖아. 선물이라도 들고 가야지.”안다혜는 이모건의 섬세함에 다시 한번 놀랐다. 하지만 그때 윤해준이 입을 열었다.“이미 출발했는데 어디 가서 살 셈이에요?”“그래도 빈손으로 가는 건 실례죠.”이모건이 고집을 굽히지 않자 윤해준이 콧방귀를 뀌었다.“나도 빈손으로 갈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출발하기 전에 비서에게 병원 로비에 가져다 두라고 얘기해 뒀고요. 올라갈 때 가지고 올라가면 돼요.”안다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언제 준비한 거예요? 난 몰랐는데.”조수석에 앉은 윤해준이 안다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주소를 받자마자 바로 준비했지.”“가다가 사면 시간도 애매하고 준비한 물건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아서. 장모님 취향에 맞춰서 사야 하잖아.”안다혜는 그런 윤해준이 대단했다. 주소를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엄마의 취향까지 생각해 준비한 것이다. 윤해준에 비하면 이모건은 확실히 조금 부족했다.안다혜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됐어. 모건아. 이미 준비했다는데 살 필요 없지. 셋이 같이 들고 올라가면 돼.”“하지만...”이모건이 한마디 덧붙이려는데 윤해준이 칼같이 잘라버리며 기회를 주지 않았다.“됐어요. 뭘 자꾸 보태요. 지금 상황에 뭘 살지 고민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다고 그래요. 그냥 내가 산 거 들고 올라가요.”이모건은 안다혜가 빨리 병원에 가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 윤해준의 말을 반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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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뒤에 앉은 이모건이 앞에 앉은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뒤통수만 봐도 두 사람은 신기하리만치 잘 어울렸다. 안다혜의 청아한 아우라와 윤해준의 도도한 아우라가 그렇게 조화로울 수가 없었다.이모건도 처음에는 이 두 사람이 그저 결혼해서 함께 살뿐이지 감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안다혜가 윤해준에게 아무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무슨 일이든 먼저 윤해준을 살피며 그의 의견을 물으려 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안다혜의 마음을 얻을 기회가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가 영락없는 제삼자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다른 사람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칙칙한 하수구에서 몰래 훔쳐보는 쥐일지도 모른다.이모건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이모건의 생각을 알 길이 없었던 안다혜는 머릿속이 온통 김미진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김미진이 가슴을 부여잡고 기침하던 모습이 눈앞에 선했고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핸들을 꽉 잡은 안다혜는 속으로 김미진을 응원했다.‘엄마, 내가 갈 때까지 기다려요.’...서씨 저택.서진우는 이번에 심서아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서동욱은 전에 두 사람이 만나는 걸 동의하지 않았지만 오늘 일을 겪고 심서아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특히 안다혜가 서동욱에게 험한 말을 할 때 심서아가 나서서 서동욱의 체면을 지켜줬다. 이에 서진우는 심서아의 손을 꼭 잡았다. 오늘 정식으로 부모님에게 소개해 줄 생각이었다.다만 가는 길에 심서아는 마음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아 지금 드는 생각을 전부 서진우에게 털어놓았다.“진우야, 정말 부모님께 나 소개할 생각이야?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때?”“다시 생각해 보라니. 이미 결정한 일인데 무를 수야 없지.”서진우는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표정이었다. 게다가 오늘 심서아의 진심을 확인한 이상 이렇게 좋은 여자를 놓치기 싫었다.하지만 어째서인지 심서아는 마음의 문턱을 넘기가 힘들었고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하지만 너희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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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서진우의 이용 가치가 사라지기 전까지 떠날 생각이 없었던 심서아가 서진우를 끌어안으며 품에 기댔다.“됐어. 진우야.”“너를 만난 것만 몇 년인데 설마 아직도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서진우는 그런 심서아가 마음이 아팠다.“네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명분을 주려는 거야.”“나는 지금 네게 어떤 존재야?”심서아가 고개를 들어 심사하는 듯한 눈빛으로 서진우를 바라봤다. 벙찐 서진우는 심서아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안다혜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지만 서진우는 이내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원망했다. 한마음 한뜻으로 그를 바라보는 여자를 앞에 두고 그를 감옥에 처넣으려는 여자를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나 이렇게 모자란 사람이었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왜 아직도 그 여자를 잊지 못해서 안달인 건데?’심서아는 망설이는 서진우를 보며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서진우는 진심으로 만나려는 게 아니라 편하게 써먹을 이유를 만들려는 것 같았다.‘진심은 개뿔. 그냥 잠시 내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것뿐이지.’심서아는 그런 서진우가 정말 너무 우스웠지만 겉으로는 조금도 티 내지 않고 이렇게 다독였다.“됐어. 나 위해서 그런다는 거 알아.”“시간도 많은데 조급할 이유가 뭐가 있다고. 난 그냥 네 곁을 지키면서 언젠가 너희 부모님의 인정을 받고 떳떳하게 네 옆에 서고 싶을 뿐이야. 너의 부속품이 아닌 나로 말이야.”“그러니까 서두를 필요 없어. 천천히 가자.”이 말에 서진우는 크게 감동해 심서아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눈물을 글썽였다.“난 운이 참 좋은 것 같아. 어떻게 너라는 여자를 만났을까?”심서아가 부드럽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앞으로도 쭉 네 옆에 있을게. 인정을 받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얼마나 힘들지 모르지만 그래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심서아는 본인이 직접 말하고도 토할 것 같았다. 전에는 이렇게 거짓말을 잘하는 줄 몰랐는데 이제는 입만 벌리면 술술 나왔다. 심서아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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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입술이 맞닿은 순간 서진우는 마음속 깊이 감탄했다.‘역시, 내 여자가 제일 좋아.’심서아는 뜨겁게 키스를 나누면서도 그저 역겨울 뿐이었다.서진우는 심서아를 부모님에게 소개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집으로 데려와 부모님의 눈을 피해 방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벌건 대낮부터 제일 원초적인 본능에 충실했다.심서아는 이런 상황이 황당하긴 했지만 다른 선택은 없었다. 게다가 아까 서진우와 얘기를 나누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다짐한 상태였다.안다혜를 상대하는 것도 그중 하나였지만 제일 중요한 건 본인의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서진우가 제일 좋은 디딤돌이었다.방향을 잡은 심서아는 더 공을 들였다.뜨거운 사랑이 스쳐 간 자리에 서진우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심서아를 안고 누워있었다. 사실 서진우는 심서아가 이렇게 좋은 교제 상대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안다혜와 비기니 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심서아는 얌전한 고양이처럼 서진우의 품에 안겨 있었다. 두 사람은 언제 앙금이 있었냐는 듯 조화로워 보였다.“진우야, 우리 계속 이렇게 행복했으면 소원이 없겠다.”심서아가 서진우의 가슴에 원을 그리며 이렇게 말했다.“그래. 내가 잠깐 어떻게 됐었나 봐. 다 내 탓이야.”서진우가 한탄하자 심서아는 고개를 저으며 싱긋 웃었다.“아니야. 적어도 지금은 함께잖아.”“우리가 뜻을 모은다면 그 누구도 우리를 떼어놓을 순 없어.”이 말에 서진우는 감동한 나머지 예전으로 돌아가 철없던 자신을 한 대 세게 쥐어박고 싶었다.‘왜 진작 서아의 이런 마음을 깨닫지 못한 거지? 정말 나를 위하는 사람이 누군지 왜 이제야 발견한 걸까?’“걱정하지 마. 명분을 줄 수 있게 어떻게든 노력할게.”서진우가 연신 맹세했다.“나는 너 믿어. 진우야.”심서아의 표정을 보지 않고 달콤한 목소리만 듣는다면 아마도 이 남자에게 완전히 의지했다고 믿을 테지만 가까이서 보면 사실 눈을 흘기며 역겨워하고 있었다. 심서아는 이제 이 남자가 자신을 어떻게 대하든 상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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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그저 아직 내려놓지 못했을 뿐이다.게다가 서동욱이 여러 번 경고한 탓에 서진우도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안다혜 뒤에 숨은 누군가가 그녀를 돕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안다혜의 힘으로 지금의 높이까지 올라갈 수는 없었다.태안 그룹과 서림 그룹은 사실 실력만 놓고 보면 비슷했지만 굳이 높낮이를 따지자면 태안 그룹이 프로젝트에서 우위를 점했다.이렇게 생각하면 서진우는 심서아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심서아는 주저하는 서진우를 보며 어떻게든 잘 구슬려서 안다혜와 겨루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야만 심서아도 그만큼 시간을 아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른 건 몰라도 안다혜와의 앙금을 이대로 흘려넘길 수 없었다.서진우가 잠깐 생각하더니 이렇게 설명했다.“지금 우리 집이 어떤 상황인지 너도 알잖아.”“아버지가 딱 지키고 있어서 그 어떤 움직임도 다 아버지의 귀에 들어갈 거야. 요즘은 일단 몸을 사려야 해.”서진우는 심서아의 표정을 관찰했지만 심서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차분했다. 하지만 서진우의 시선이 닿지 않은 곳에서 심서아는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만큼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래. 늘 핑계는 좋아. 뼛속까지 이기적인 놈.’서진우는 늘 자신이 우선이었고 다른 건 딱히 고민하지 않았다. 안다혜가 이렇게 나오는데도 미련이 남아 마음을 모질게 먹지 못하고 오히려 아버지 핑계를 대고 있었다.“그래. 알았어. 난 다 이해해.”심서아는 대수롭지 않은 척 부드럽게 웃었다. 자존심의 만족을 얻은 서진우가 심서아를 품에 꼭 끌어안은 채 흐뭇하게 웃었다.‘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네? 어디서 이렇게 좋은 여자를 만나겠어. 땡잡은 거지.’심서아가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 나는 네가 힘든 거 싫어. 그 여자가 너를 그렇게 못살게 굴었는데 그냥 넘어가기엔 분해서 그래. 너만 괜찮으면 나도 괜찮아.”이 말에 서진우는 침묵에 잠겼다. 사실 이 말을 듣기 전까지는 안다혜가 그렇게 나와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했다. 구치소에 들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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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서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서진우는 심서아의 말에 감동했는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지만 심서아는 그런 서진우가 내키지 않았다.‘전에는 왜 몰랐을까. 이 남자가 생각보다 더 구슬리기 쉽다는걸.’그저 생각 없이 던진 말에도 서진우가 함부로 감동하니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심서아가 배를 만지며 서진우에게 애교를 부렸다.“진우야. 나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그래.”자리에서 일어난 서진우가 심서아의 얼굴에 부드럽게 뽀뽀하고는 안고 샤워하러 갔다. 이런 대우를 받아본 건 처음이라 심서아는 살짝 적응하기 힘들었다. 안다혜 앞에서는 어떻게든 체면을 차리려 했지만 뒤에서는 사실 별로 대접받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서진우가 늘 그녀를 안다혜와 비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 때면 심서아는 서진우가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닌 안다혜와 비교하기 위해 옆에 둘 뿐이라고 생각했다. 서진우의 감춰진 속내를 꿰뚫어 본 후로 심서아가 서진우에게 바라는 건 돈밖에 없었다.정리를 마주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서진우와 심서아는 마침 들어오는 서씨 내외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 두 사람 모두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한 서진우는 왠지 모르게 자꾸 불안해져 심서아를 뒤로 숨기며 어색하게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집에 계셨네요?”심서아는 서진우의 행동에 눈빛이 살짝 변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가 그렇게 내놓기가 민망한가? 이 집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당황할 만큼? 그럴 거면 애초에 왜 데려온 거지? 오기 전부터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미리 알아챘어야지.’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내뱉을 수는 없었다.“흥. 숨긴다고 숨겨지니? 여자를 데려온 것도 모를 만큼 늙지는 않았어.”서동욱은 심서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서진우를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봤다.‘진지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집까지 데려온 걸 보면 이 여자도 보통은 아니네.’서동욱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진우 이놈이 진심인 것 같은데?’그게 아니면 굳이 숨기면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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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과연 가족을 버릴지 의문이었다.“잊... 잊은 적 없어요.”서진우는 서동욱의 얼굴을 바라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살면서 누린 모든 것들이 서림 그룹 덕분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서림 그룹이 없으면 서진우도 그저 티끌에 불과했다.심서아는 서진우의 말에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그래. 진작 알았어야 하는 건데. 서진우가 서씨 가문이 준 부와 명예를 포기할 리가 없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서림 그룹에 온 것들인데 그룹과 가문을 떠나면 서진우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잖아.’서진우는 이미애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이미애는 그런 그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서진우는 자신이 정말 크게 잘못했음을 알고 반사적으로 심서아를 힐끔 쳐다봤다. 빨개진 심서아의 눈시울을 본 순간 서진우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래. 서아야말로 슬럼프를 겪고 있는 내 옆을 지킨 여자야. 어떻게 아버지, 어머니의 말만 듣고 내 잘못을 인정하겠어.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뭐가 잘못됐다고.’서동욱이 콧방귀를 뀌었다.“잊지 않았다는 놈이 또 이 여자와 어울려?”“진우야, 뭘 잘못했는지는 알지?”이미애도 서진우를 달래려 했다.“진우야, 아버지 말 듣고 그만둬.”“이 여자는 우리 가문에 어울리지 않아. 엄마가 마땅한 여자를 찾아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네가 좋아할 만한 여자로 찾아줄게.”심서아는 자존심이 뭉개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당사자를 앞에 두고 두 사람이 대놓고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이러는 걸 봐서는 앞으로 서진우와 만난다 하더라도 축복은커녕 욕만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서아가 원하는 건 오직 서씨 가문의 돈과 권력뿐인데 두 사람이 이렇게 나오면 더 견지할 의미가 없었다.“아버지.”서진우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지켜보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심서아도 서진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라 덩달아 고개를 드는데 서진우가 주먹을 꽉 움켜쥐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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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데 심서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저씨, 아주머니, 실례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지금 바로 나가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이 말에 서진우는 당황하기 시작했다.“안돼.”심서아는 들으려 하지 않고 서진우를 지나쳤지만 서진우가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가슴이 쿵 내려앉은 듯한 느낌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 손을 놓으면 심서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놓아줄 수가 없었다.‘사랑에 무슨 죄가 있다고.’서씨 내외는 꽉 잡은 두 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미애는 잡아먹을 듯한 서동욱의 눈빛에 손에 땀을 쥐었다.‘아버지가 보고 있는데 간댕이가 부었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거야. 서림 그룹 후계자 자리도 대수롭지 않다는 거야?’이미애는 이 일로 서진우가 서림 그룹을 물려받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었다.‘그러면 진우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서림 그룹은 또 어떡하고.’이미애는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전에는 반항조차 하지 않던 놈이 갑자기 간땡이가 배 밖으로 나온 게 이상했다.서동욱은 그런 서진우가 너무 우스웠다.“서진우. 정말 서림 그룹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야?”“아직도 내가 뭘 하려는지 모르겠어?”“그게...”이 말에 서진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동욱의 말은 경고였다. 굳이 서진우가 아니더라도 회사를 물려받을 사람은 많으니 유일한 선택은 아니라는 의미였다.‘하긴. 여기서 아무리 용 써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이렇게 생각한 서진우는 다시 망설이기 시작했다. 이미애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타이르기 시작했다.“아들아. 아버지가 한 말 잘 생각해 봐. 여자를 위해서 앞날을 포기하는 건 밑지는 장사야. 어리석게 굴지 마.”심서아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여기 가만히 서 있는데도 참 힘이 들었다. 서진우가 손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이 집을 나섰을 것이다.서진우만 문제인 게 아니라 가족 전체가 병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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