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623 챕터

제381화

그 말을 들은 윤해준은 퍽 의외였다.이런 상황에 안다혜가 김미진의 곁을 지키지 않고 다른 곳에 갔다면 이유는 김미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 모르거나, 그런 일이 일어난 게 안다혜 때문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윤해준이 어두운 눈빛으로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어떤 이유든 그가 원하는 건 지금 당장 안다혜를 만나는 것이다. 안다혜에게는 지금 그가 필요했고 그녀 혼자 이 모든 걸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렇게 생각한 윤해준은 곧장 안다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한참 기다려도 안다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자동으로 통화가 끊기자 윤해준의 심장도 따라서 철렁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던 윤해준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차 준비해. 태안으로 간다.”“네.”오정우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윤해준을 보며 놀랐다가 이내 반응했다. 막는다 해서 그만둘 윤해준이 아니었기에 차라리 순종하기로 한 것이다. 미적거리다가 일을 그르치기보다는 빠른 대처가 서로에게 좋았다.“대표님, 함께 갈까요?”윤해준이 걸음을 멈추고 잠깐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아니. 다혜가 너를 알아봐.”이 말에 오정우는 윤해준을 따라나설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네. 대표님, 혼자 안전에 유의하세요.”“응.”간단한 대답을 뒤로 윤해준은 성큼성큼 사무실을 나섰다. 안다혜가 혼자 돌아다니는 게 걱정되지만 어딨는지 찾을 수 없으니 일단 태안에라도 가볼 생각이었다.게다가 안다혜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제일 먼저 향할 곳도 태안이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윤해준은 이 일에 이상하리만치 자신감이 넘쳤다.한편, 안다혜가 윤해준의 전화를 받지 못한 건 이모건과 통화하고 난 뒤로 머리가 하얘져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다른 건 일단 둘째치고 김미진이 정말 그녀 때문에 화가 나서 입원까지 한 거라면 안다혜도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누가 뭐래도 김미진은 피를 나눈 어머니인데 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끄떡없다면 사람이 아닌 짐승이었다. 이렇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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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홧김에 핸드폰을 바닥에 던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산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새 핸드폰이라 진이수는 평소 사용할 때 매우 조심했다.“아가씨, 일단 진정하세요. 정 그러시면 제가 나가서 둘째 아가씨와 잘 얘기해 보겠습니다.”안소현이 차갑게 말했다.“아니요. 다혜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그러더니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자리를 떠났다.안소현은 여기 남아 있다가 김미진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걱정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안소현은 김미진에게만큼은 절대적으로 진심이었고 효녀라고 해도 무방했다.진이수는 핸드폰이 걱정되긴 했지만 상사인 안소현이 잠깐 핸드폰을 쓴다는데 뭐라 할 수가 없어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저 두 자매가 얘기를 잘 나누고 핸드폰을 살살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안소현은 밖으로 나가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안다혜는 전화가 걸리자 얼른 이렇게 물었다.“회장님 지금 어때요? 괜찮은 거죠?”한참 기다려도 진이수가 대답하지 않자 안다혜가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래요? 상황이 안 좋아요? 왜 대답이 없어요?”안소현이 콧방귀를 뀌었다.“안다혜. 너 정말 웃긴다.”“안소현?”안다혜도 순간 무슨 상황인지 알아챘다.“왜 진 비서 핸드폰을 들고 있어?”안소현은 그 말이 우습게 들렸다.“그거야 당연히 내가 엄마 곁을 지키고 있으니까 그렇지.”“엄마를 걱정한다는 애가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자리를 비워? 그게 효도야?”이 말에 안다혜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가 잘못했다고 해도 안소현이 손가락질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내 일에 끼어들지 마.”안다혜의 말투도 곱지는 않았다.“핸드폰 진 비서에게 넘겨. 난 언니랑 얘기하고 싶지 않아.”“얘기하고 싶지 않다고?”안소현이 경멸에 찬 말투로 말했다.“나 지금 엄마 곁에 있어. 정 원하면 오든지.”“그래. 주소 보내.”안다혜도 그럴 생각이라 바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김미진이 있는 곳으로 가서 옆에 있어 주고 싶었다.다만 안소현이 갑자기 오리발을 내밀었다.“꿈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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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안다혜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귓가에 규칙적인 신호음이 들렸다. 안다혜는 안소현이 일부러 이런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분명 안다혜가 김미진을 보러 가지 못하게 막으려는 것이다.김미진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데 안다혜는 계속 회사에 남아있을 수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김미진이 정말 자신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는지도 모르는데 혼자 여기 있기는 힘들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상관없지만 일단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 김미진이 그래도 잘해준 편이었는데 고작 말다툼했다는 이유로 원망하며 가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안다혜는 김미진만 생각하면 마음이 저렸다. 애초에 김미진과 다투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제일 급선무는 일단 김미진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전에 다른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김미진의 건강이었다.‘엄마는 무조건 무사해야 해.’그래야만 안다혜의 죄책감도 조금 덜 수 있다.안다혜는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일단 비서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회사로 향했다. 계속 기다리고만 있는 건 안다혜의 성격에 맞지 않았고 시간이 마냥 흘러가는 걸 지켜볼 수도 없었다.이모건이 도착했을 때 마침 안으로 들어서려는 안다혜를 발견하고 불러세웠다.“다혜야.”안다혜가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 연한 머리칼에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띤 이모건이 달려왔다.“네가 왜 여기 있어?”안다혜의 질문에 이모건이 멈칫하더니 이내 반응하고는 웃으며 말했다.“전화했다가 네가 걱정돼서 왔지.”안다혜는 전화 한 통에 바로 달려온 이모건이 참 섬세하다고 생각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괜찮아졌어.”안다혜가 손을 저었다.“회장님은 좀 어떠셔?”이모건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안다혜가 답답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나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오늘 다른 일 때문에 회사를 비워서 자세한 상황은 나도 잘 몰라.”이모건은 안다혜의 눈동자를 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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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이모건도 태안의 사업 파트너 중 한 명이라 김미진을 보러 가는 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그건 당연히 아니지.”안다혜가 웃으며 만회해 보려 했다.“같이 갔다 와도 좋아.”게다가 안소현이 그쪽에 함께 있는 게 걱정이었다.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옆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 거기서 뭐 해?”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안다혜와 이모건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한 안다혜가 깜짝 놀랐다.‘오빠가 왜 여기에...’안다혜의 시선이 이모건에게로 옮겨졌다.‘어떻게 된 거야? 두 사람이 어떻게 같이 나타나?’평소에는 절대 만날 일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안다혜는 그렇게 조용히 윤해준이 다가오는 걸 지켜봤다. 기다란 체격을 가진 남자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내며 보는 사람을 두렵게 했다.이런 윤해준은 안다혜도 매우 낯설었다. 특히 그 눈빛은 안다혜도 처음이었다.안다혜 곁으로 걸어간 윤해준은 주도권을 드러내며 이모건에게 적대감을 보였다. 그러더니 이모건을 아래위로 훑으며 가족임을 알리는 말투로 물었다.“다정아, 아직 소개하기 전인데. 이분은 누구야?”안다혜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애써 난감함을 감췄다.‘이게 도대체 무슨 숨 막히는 상황이야.’“그... 이분은 내 협업 상대, 이모건이에요.”안다혜가 이모건에게 윤해준을 소개했다.“이쪽은...”안다혜는 이모건에게 윤해준의 신분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고민이었다. 윤해준은 안다혜가 망설이자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안으며 이모건을 도발했다.“자기야, 왜 그래?”“그냥 얘기하면 되잖아. 우리 부부 사이라고.”안다혜는 허리춤에 전해진 온도를 느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최근에 인터넷에 윤해준의 신분을 밝히긴 했지만 윤해준이 다른 사람 앞에서 직접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한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사실 안다혜는 지금까지 두 사람의 관계는 음지에 있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안다혜가 필요했던 건 혼인 신고였고 윤해준도 자신을 그저 가족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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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내 와이프가 얼마나 예쁘고 대단한 사람인지는 나도 잘 아니까요.”윤해준의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이모건 씨가 나를 실망하게 하지 말았으면 해요.”“당연하죠.”이모건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대답했다.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안다혜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고 이모건이 한눈판 틈을 타서 윤해준을 꼬집었다.아파서 고개를 돌린 윤해준은 안다혜의 경고가 담긴 눈동자를 보고 의아해하다가 이내 사람 좋게 웃었다. 안다혜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이로써 두 사람은 화해한 셈이다.예쁘다니, 이 얼마나 난처한 말인가.윤해준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안다혜는 이모건 앞에서 체면을 챙기고 싶었다.“아참,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안다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약속이라도 한 건가?’다만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걸 봐서는 약속한 만남은 아닌 것 같았다.안다혜는 턱에 손을 올리고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그 눈빛에 어색해진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윤해준이 마른기침하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나는 네가 전화했는데 안 받길래 걱정돼서 온 거야.”윤해준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이모건을 턱짓했다.“오길 잘했지. 아니면 좋은 구경을 놓칠 뻔했잖아.”원망이 담긴 윤해준의 말에 안다혜는 살짝 미안해졌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배터리가 다 돼 있었다.“봐요. 일부러 안 받은 거 아니에요.”안다혜가 웃으며 말했다. 윤해준이 자신을 걱정해 특별히 회사까지 달려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달콤해졌다.윤해준이 안다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됐어. 탓하려는 건 아니야. 일단 먼저 들어가자.”이모건도 그제야 찾아온 연유를 떠올리며 말했다.“그래. 다혜야. 회장님 쪽은 네가 직접 가보는 게 좋겠어. 너도 다른 사람 보내는 건 시름이 안 놓일 거 아니야.”이 말에 안다혜가 이모건에게 감격의 눈빛을 보냈다. 이모건은 참으로 사람을 잘 챙겼다. 안다혜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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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다른 사람은 감히 엄두도 못 냈을 테지만 윤해준이 있어 두려울 게 없었다.이모건이 자연스럽게 안다혜 옆으로 걸어갔다.“됐어. 얼른 회사로 들어가 보자.”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데스크 직원이 열정적으로 안내했다.“안녕하세요.”데스크 직원이 듣기 좋은 목소리로 공손하게 말했다. 그러다 함께 들어온 안다혜를 발견하고는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안다혜가 데스크 직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친근한 두 사람을 보며 윤해준과 이모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꽤 친밀해 보였기 때문이다.아니나 다를까 데스크 직원이 안다혜의 옷자락을 잡고 옆으로 다가오더니 회사에서 일어난 일을 말해줬다.“어제 재무팀에 큰일이 있었어요... 그리고 며칠 전 영업팀의 양지희와 서지원이 오더 하나 가지고 싸운 거 있죠...”안다혜가 흥미진진하게 듣다가 일부러 엄숙한 척하며 마른기침했다.“그래요. 알겠어요. 지금은 출근 중이고 다른 사람도 있으니 좀 진지해져 볼까요?”데스크 직원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약속했다.“다음부터 유의하겠습니다.”참다못한 이모건이 웃으며 안다혜에게 물었다.“다혜야. 너 평소에 직원들이랑 이렇게 사이좋게 지내?”“그래. 나는 출근할 때랑 퇴근할 때랑 상태가 아예 달라.”이 말에 이모건이 살짝 놀랐다. 평소 빈틈없는 모습만 보이던 안다혜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두 사람을 사무실로 데려갈 생각인 안다혜가 데스크 직원들에게 말했다.“일이 있어서 이만 올라가 봐야겠어요. 다음에 얘기해요.”데스크 직원이 안다혜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눈빛으로 마중했다. 데스크 직원들도 전에는 안다혜에게 고개 숙여 인사만 하다가 안다혜가 얼마나 귀여운 사람인지 알고 재밌는 일이 있으면 안다혜에게 조금씩 들려주기 시작했다.그리고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데스크 직원들과 인사한 안다혜는 이모건과 윤해준을 데리고 사무실로 걸어갔다. 이모건이 그런 안다혜를 보고는 귀띔했다.“다혜야, 지금 제일 중요한 건 회장님의 행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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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이렇게 생각한 이모건은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윤해준을 바라봤다. 윤해준도 그런 이모건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히자 윤해준이 잠깐 넋을 잃는 듯 보이더니 곧이어 공격적인 눈빛으로 화답했다.안다혜가 적절한 때를 봐서 입을 열었다.“둘 다 그만 쳐다봐요. 비서가 곧 들어올 거예요.”윤해준과 이모건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입을 꾹 다물었지만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안다혜는 그저 난감할 뿐이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유치하게 신경전이나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평소 점잖고 차분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안다혜도 뭐라 말하기 힘들었다.이모건과 윤해준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눈빛을 주고받았지만 안다혜가 있어 결국 입을 다물었다.이모건은 마음이 착잡했다. 안다혜의 마음속에 윤해준이 꽤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그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두 사람이야말로 부부이니 말이다.다만 이모건은 안다혜에게 반쪽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살면서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포기했다가 앞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분명 지금을 후회할 것 같았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포기하라고 한다면 누구든 그러지 못할 것이다.세 사람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윤해준은 이모건이 무슨 생각하는지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혼인신고까지 했는데 넘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누구든 자신의 여자를 탐낸다면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안다혜는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고 머릿속에는 온통 김미진에 대한 걱정뿐이었다.윤해준도 안다혜의 조급함을 알아채고 옆으로 다가가 이모건이 보는 앞에서 손을 잡았다.“괜찮아. 내가 있잖아.”“걱정하지 마. 장모님은 괜찮을 거야.”윤해준의 말에는 사실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이모건이 보고 있어서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다. 이모건이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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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한편, 병실로 돌아간 안소현은 핸드폰을 진이수에게 돌려줬다. 진이수는 핸드폰이 멀쩡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시름이 놓였다. 새로 바꾼 핸드폰이기도 했고 회장님이 입원해 있으니 바꿀 여력도 없을뿐더러 바꾼다 해도 비용을 처리해 줄 사람이 없었다.“아가씨, 작은 아가씨도 이따 오시는 건가요?”진이수가 안소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그도 속으로 안다혜가 올지 말지 계속 추측하고 있었다. 회장님이 이렇게 된 건 둘째 아가씨와 얘기를 나누고 난 뒤였기 때문이다.진이수의 질문에 안소현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안다혜가 오든 말든 무슨 상관이에요? 원하는 게 뭐예요?”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는데 안소현이 이렇게 나오자 진이수는 그만 넋을 잃었다.“아가씨, 저는 원하는 거 없어요. 그냥 궁금해서 확인해 봤을 뿐이에요.”“다른 건 상관하지 말고 주어진 일만 잘해요. “안소현이 귀찮은 듯 진이수를 차갑게 노려봤다. 진이수가 김미진의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선을 넘으면 따끔하게 혼내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진이수는 안소현의 이런 태도가 살짝 어이없었다. 그래도 회장님 비서인데 회장님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나서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앞뒤 상황을 따지지 않고 성질만 부리는 안소현을 보며 진이수는 마음이 불편했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회장님을 따르는 사람인데 이렇게 대놓고 뭐라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회장님도 내게 역정을 내신 적이 없는데 잘났다 이거지?’따지고 보면 진이수는 김미진을 참 오랫동안 따라다녔다. 그동안 한 번도 이런 푸대접을 받아보지 못한 진이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렇게 두 사람은 침상에 누운 김미진을 보살피며 말조차 섞지 않았다.“나가서 먹을 것 좀 사 올게요. 안다혜 불러올 생각하지 마요. 내 말 명심해야 할 거예요.”진이수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안소현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도 결국에는 월급쟁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안소현은 진이수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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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진이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병실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고민했다.‘하지만 알려주려고 해도 핑계가 없잖아.진이수는 한참 고민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여 아직 혼수 상태인 김미진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회장님, 회장님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계실 텐데...”진이수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이사회는 또 어떻게 해야 하지...’이런저런 생각에 진이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됐어. 될 대로 되라지. 일개 월급쟁이가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아. 고민한다고 해서 월급을 올려주는 것도 아닌데.’이렇게 생각한 진이수는 고민 따윈 집어치우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초점 없는 눈으로 시계를 보며 안소현이 언제 돌아올지 계산했다....한편, 안다혜는 한참 기다려도 비서가 연락하지 않자 속이 바질바질 탔다. 게다가 사무실에 윤해준과 이모건까지 있어 더 난감했다.‘어떡해야 할까.’이사회는 김미진이 쓰러졌다는 소식이 흘러 나가면 태안 그룹의 주식이 떨어질까 봐 김미진의 행방을 꼭꼭 숨기며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그동안 김미진이 온갖 심혈을 기울여 태안 그룹을 이끈 덕분에 김미진의 이미지와 행보는 태안 그룹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김미진이 대표하는 건 전체 태안 그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안다혜도 진이수의 소식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손 쓸 구석이 없었다.수심 가득한 안다혜의 얼굴을 보며 이모건이 이렇게 위로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이모건 씨, 농담을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네요. 내 여자를 이모건 씨가 왜 도와요?”윤해준은 이모건의 말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주도권을 앞세우려 안다혜를 뒤로 숨겼다. 안다혜도 딱히 피하지 않고 윤해준이 하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윤해준의 손에서 전해진 온도에 마음이 차분해졌기 때문이다.이모건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마음이 씁쓸해져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당장이라도 사무실을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느끼며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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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통화한 지 한참 지났는데 안소현이 핸드폰을 진이수에게 돌려줬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비서가 고개를 저으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안다혜를 바라봤다.“죄송합니다. 진 비서님이 회신이 없습니다.”이 말에 모든 자신감을 잃어버린 안다혜가 눈꺼풀을 축 늘어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어머니를 보러 가고 싶을 뿐인데 왜 일이 이렇게 꼬이는지 의문이었다.윤해준은 그런 안다혜를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 그가 기억하는 안다혜는 늘 자신감이 넘치고 밝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자기 자신을 의심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윤해준은 생각한 바를 그대로 털어놓았다.“다정아, 힘내. 고작 이런 걸로 포기하면 안 되지.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정신 차려야 해. 이 정도의 타격으로 무너질 네가 아니잖아.”윤해준이 입술을 앙다물더니 결심이라도 한 듯 이렇게 말했다.“너는 태안 그룹 대표야. 대표가 고작 이런 걸로 좌절하면 어떡해?”이 말에 안다혜는 순간 무언가에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모건도 윤해준을 우러러볼 수밖에 없었다.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사람을 달래는 데도 일가견이 있을 줄은 몰랐다. 다른 건 몰라도 지금 이 말이 안다혜에게는 매우 효과적이었다.안다혜는 윤해준의 말에 화를 내기는커녕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래. 고작 이런 걸로 좌절해서는 안 되지. 여기서 포기할 거야?’“알았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힘낼게요.”마음을 다잡은 안다혜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에 옆에서 지켜보던 이모건도 감탄했다.‘역시. 다혜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윤해준이네. 그저 몇 마디 타일렀을 뿐인데 바로 마음을 다잡은 거 보면.’이모건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비록 마음이 불편했지만 지금은 다른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제일 중요한 건 안다혜가 다시 힘을 내서 눈앞의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모든 걸 제자리로 돌릴 수 있다.생각을 정리한 안다혜가 비서에게 이렇게 말했다.“지금 여기서 개인번호로 진 비서에게 연락해요.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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