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얻을 수 없는 좋은 일자리였다. 아줌마로서 좋은 직장을 내버려두고 낯선 여자를 도울 리가 없었다. 게다가 아줌마는 이 여자와 얘기를 나눈 적도 없었다. 허종혁도 아줌마가 어떤 사람인지, 품성이 어떤지 잘 알았기에 시름 놓고 썼던 것이다.한편, 별장에서 나온 허종혁은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한번 해본 경험이 있으니 매우 익숙하게 황규석의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허종혁이 사무실 앞에 도착했을 때 황규석은 다른 환자의 일을 보고 있었다. 하여 누군가 문을 두드려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문 열려 있으니까 그냥 들어오세요.”안다혜를 절대 다른 병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의사들의 약속을 받아낸 뒤로 황규석은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허종혁이 준 임무를 완성했으니 요즘은 별걱정 없이 보낼 수 있었다. 하여 사람을 대할 때도 전보다 많이 여유로워졌다.황규석은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사무실에 들어왔다는 걸 느꼈지만 한참 기다려도 아무 말이 없자 살짝 답답해지기 시작했다.‘뭐야. 찾아와 놓고 왜 아무 말도 안 해?’고개를 든 황규석의 눈동자에 느긋하게 서 있는 허종혁이 보였다. 너무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 황규석이 서둘러 이렇게 말했다.“도련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허종혁이 눈썹을 추켜세웠다.“왜요? 내가 오면 안 될 곳이라도 왔어요?”황규석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무슨 그런 말씀을. 찾아주시면 저야 좋죠.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은 마세요.”“이 병원은 허씨 가문에서 투자한 병원이잖아요. 운명 공동체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제가 어찌 그런 말씀을 드리겠어요.”황규석이 활짝 웃으며 아부하자 허종혁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만 황규석의 체면 따위는 봐주지 않고 황규석이 앉았던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아무 자료나 꺼내 이리저리 펼쳤다.“요즘 안다혜는 좀 어때요?”황규석이 얼른 허종혁에게 보고했다.“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입니다. 그 남자는 안다혜에게 새로운 의사를 찾아주는 걸 포기하지 않더라고요.”“그래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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