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531 - Chapter 540

620 Chapters

제531화

이 말에 윤해준은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사실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문수가 이를 알아보고 힘을 북돋아 줬다.“결과야 모르지만 시도는 해보는 게 어때?”이 말에 윤해준은 한문수를 보는 대신 안다혜를 바라봤다. 정교한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다시 망설여지기 시작했다.다시 생각해 보면 한문수의 말이 맞았다. 안다혜를 위해서라면 전에 해보지 못했던 걸 시도해 보고 싶었다. 게다가 더 지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윤해준은 두고 볼 수가 없어 한문수를 똑바로 쳐다봤다.“이 의사 믿을만한 사람 맞아?”이 말에 한문수는 혼자 슬퍼하는 한유라를 제쳐두고 얼른 윤해준에게로 달려갔다.“당연하지. 외국에서 알고 지내던 유명한 의사야. 분야가 대뇌 신경 쪽이고.”“걱정하지 마. 나도 진심으로 형수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 농담 아니야.”이 말에 윤해준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한문수의 제안을 수락했다는 의미였다.한문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최대한 빨리 불러올게. 걱정하지 마. 나 절대 형수 건강 가지고 장난치지 않아.”“응.”윤해준은 그제야 한편에 앉은 한유라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데려가.”윤해준이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그 뜻은 말하지 않아도 분명했다. 이제 더는 한유라와 엮이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다. 여기서 이렇게 덤덤하게 대화를 나눈 것도 다 한문수가 의사를 소개해 준 덕분이었다. 아니면 두 사람 모두 쫓아버렸을 것이다.이를 모를 리 없는 한문수가 주먹을 꼭 쥔 채 입술을 앙다물고 이렇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해준아. 형수 도울 방법 꼭 찾을게. 내가 우리 가문으로 장난칠 사람은 아니잖아.”“그럴 담도 없고.”한문수가 중얼거리듯 이렇게 말했다.성인이 돼서 어릴 적부터 라이벌이라고 생각해 온 상대에게 머리를 숙여야 하니 자존심이 상했지만 가족 앞이라 어쩔 수 없었다. 한숨을 푹 내쉰 한문수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형수 잘 챙겨. 나는 유라 데리고 먼저 갈게.”윤해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들에게 차가운 뒷모습만
Read more

제532화

이 말에 한유라는 방금 한 행동을 후회하며 중얼거렸다.“못 들었을 수도 있잖아.”한유라는 한문수가 잘못 본 거라고 생각했다.‘내게 어쩌다 이렇게 멍청한 동생이 차려진 걸까? 이건 모자란 게 아니라 뇌가 아예 없는 거잖아. 그러니 뭘 하기 전에 생각이라는 걸 안 하지.’한문수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됐어. 빨리 가자. 여기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한문수는 윤해준의 마음이 바뀌면 또 트집을 잡을까 봐 걱정이었다. 한문수가 이번에 안다혜를 찾으러 온건 윤해준과의 관계를 만회하기 위해서였다.의사를 찾아주겠다고 한 것도 일단 질렀을 뿐 아직 실행에 옮긴 건 아니었다. 한문수는 아는 정보가 너무 적어 머리가 아팠다.‘그냥 혼수상태라는 것만 알고 다른 건 하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한유라는 병원을 나서자마자 심서아에게 문자를 보내 안다혜가 아직 깨어나기 전이라고 말했다. 고객을 만나느라 핸드폰을 보지 못한 심서아는 한 시간이 지나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심서아도 처음에는 놀랐다가 이내 활짝 웃었다.‘안다혜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 곧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기겠네?’‘서진우도 태안 그룹 상대하려고 회사 일 배우는 중이고.’이렇게 생각한 심서아의 얼굴에 웃음이 짙어졌다. 고객도 심서아의 설계를 퍽 마음에 들어 했다.“심서아 씨, 바로 사인할까요?”심서아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주문하신 옷은 한주쯤이면 완성할 수 있습니다. 다 만들어지면 그때 직접 가져다드릴게요.”이에 고객도 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실 고객은 이 옷으로 전시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심서아가 차린 스튜디오를 믿지 않았다. 갓 개업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심서아를 만나보니 진심이 느껴져 작은 스튜디오일지라도 기회는 줄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게다가 태도도 매우 좋아 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옷을 만드는 스튜디오는 많고 스타일도 거의 비슷했지만 유일한 차이는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 이는 누구나 아는 이치
Read more

제533화

‘너무 갑작스럽긴 하지만.’스튜디오로 향하는 심서아의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얼굴에 걸린 미소는 떠날 줄을 몰랐고 점점 짙어져갔다.다만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안에 있는 서진우를 보고 놀라 웃음이 살짝 굳었다.“여긴 어쩐 일이야?”심서아가 멈칫하더니 난감한 말투로 물었다. 환한 미소도 예전만큼 눈부시지 않았다. 서진우가 이렇게 찾아온 게 재결합을 위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요즘에는 별로 찾아오지 않아서 포기한 줄 알고 있었는데 오늘 또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먼저 왔으니 오히려 잘됐네?’서진우는 반짝반짝 빛나는 심서아를 보고 질투에 눈시울이 빨개졌다. 눈빛은 어쩌면 심서아보다 더 초롱초롱해 보였다.“서아야, 우리 다시 만나면 안 될까?”자리에서 일어난 서진우가 심서아를 향해 걸어갔다.“너를 잃고 싶지 않아. 네가 없는 생활은 너무 힘들어.”“많은 일을 겪고 나니까 알겠어. 너를 정말 사랑한다는 거 말이야.”심서아는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서진우가 했던 짓이 떠올라 꾹 참고 그 자리에 서서 서진우를 품에 꼭 끌어안은 채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진우야, 네가 이러니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심서아가 미련이 남은 듯한 표정으로 울먹이자 마음이 아팠던 서진우가 심서아를 꼭 끌어안았다.“나도 너 사랑해. 요즘 떨어져 지내면서 나도 내 마음이 어떤지 알겠더라고. 너랑 헤어지기 싫어.”심서아도 서진우를 꼭 끌어안으며 미련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 하지만 우리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이제 우리 둘만의 일이 아니라 두 가문의 일이 된 거잖아.”심서아는 서진우가 현실을 직시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취지로 이렇게 말했다. 이제 심서아의 눈에는 사업밖에 없었고 사랑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하루라도 빨리 안다혜를 밟고 그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면 그녀를 업신여기던 사람들도 다시는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이렇게 다짐한 심서아는 숨을 길
Read more

제534화

“서아야. 우리 부모님이 문제라는 거 알아. 걱정하지 마. 내가 꼭 설득할게.”진지한 서진우의 표정을 봐서는 정말 심서아와 함께 하고 싶은 것 같았다. 하지만 심서아는 이제 예전의 심서아가 아니었다. 사랑보다는 스튜디오를 잘 운영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무슨 말인지 알아. 하지만 우리는 아직 젊잖아. 사랑에만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지.”이 말에 서진우는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이미 노력하고 있잖아.”“이미 회사 일도 배우고 있고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어. 너는 왜 내 노력은 봐주려고 하지 않아?”심서아가 이마를 짚었다.“그래. 그 노력은 나도 봤어. 한 가지만 물을게. 지금 회사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데?”서진우는 말문이 막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서아야. 그래도 기회를 줘야지.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니까. 아버지랑 어떻게 회사를 운영할지 보고 배우고 있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심서아가 스튜디오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스튜디오는 돌아봤어?”“다 내가 이뤄낸 것들이야. 내가 너를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일궈낸 것들이지.”“너는? 우리가 헤어진 지도 꽤 오래됐는데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잖아.”심서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타격 주면 안 된다는 거 알고 있는데 말하지 않으면 속병이 날 거 같아서.”이 말에 서진우는 연신 뒷걸음질 쳤다. 잘생긴 얼굴도 예전의 풍채는 보이지 않고 세월의 직격탄을 맞은 것처럼 초췌했다.심서아는 그런 서진우가 더 싫었다.‘그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헤어졌다고 이제 몸도 가꾸지 않는 건가?’처음에는 심서아도 서진우의 외모를 좋아했는데 말이다.서진우는 심서아의 말에 큰 충격을 받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아야, 지금 내 모습 되게 병신 같지?”심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서진우가 실망하기도 전에 심서아가 말을 이어갔다.“나는 네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러면 너도 너희 아버지께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거야.”“나는...”서진우가 말하기
Read more

제535화

가끔 심서아는 서진우의 뇌 구조가 어떤지 궁금했다.“안다혜가 쓰러졌으니까 태안 그룹의 중요한 역량이 빠져나간 거잖아.”“이건 서림 그룹의 기회 아닌가?”서진우는 이 말을 듣고도 반응하지 못해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서 있었다.‘이럴 수도 있다고? 전에는 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지?’심서아는 서진우의 생각을 꿰뚫고 속으로 구시렁댔지만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진우를 격려했다.“전에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도 지금 잘하면 아무 문제도 없을 거야.”심서아가 웃으며 말했다.“안다혜가 쓰러져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제일 좋은 기회 아니겠어?”“서림 그룹에서 태안 그룹을 밟을 수만 있다면 아저씨도 우리 두 사람을 반대하지는 않겠지.”“네가 성과를 내면 아저씨도 네 말을 믿어줄 거야.”서진우는 그제야 모든 걸 알아챘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래. 서아 말이 맞아.’‘서아는 나를 떠나고 점점 더 똑똑해지는 것 같아. 일을 볼 때도 차분하게 여러 각도에서 보고.’이렇게 생각한 서진우의 눈빛이 점점 더 뜨거워졌다.“서아야. 너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심서아는 이 말이 살짝 의외였다.“어디가? 난 그대로인데?”서진우가 난감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예전보다 자기주장도 뚜렷해지고 더 매력적으로 변했어.”“아무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심서아는 이 말을 듣고 살짝 넋을 잃었다가 이내 알아차렸다. 이제 더는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해냈다. 스튜디오를 만들고 재벌가 사모님과 연이 닿기까지 어느 하나 남의 손을 거친 게 없었다. 독립적인 여자가 되어야만 원하던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서진우의 인맥을 쓰지 않았다. 나무에 기대면 나무가 언제 쓰러질지 걱정해야 하고 사람에게 기대면 사람이 언제 떠날지 걱정해야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기대면 다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지금의 심서아는 서진우에게 돈을 요구하던 심서아와는 하늘과 땅 차이, 아니, 아예 다른 사람이었다. 가끔은 심서아도 어쩌다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Read more

제536화

그건 아무런 보장이 없는 관계였다. 앞으로 정말 같이 산다고 해도 블랙홀처럼 끝도 없이 싸움이 날 것이다.하지만 서진우는 이 도리를 아직도 깨치지 못했고 앞으로도 깨우칠 일이 없어 보였다. 하여 심서아는 어쩔 수 없이 서진우를 달래며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를 바랐다. 지금처럼 연애할 생각이나 하면서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었다. 젊은 나이에 노력해서 더 큰 세상을 볼 생각을 해야지 작은 민성에만 처박혀 있기는 싫었다.심서아가 굽히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방법과 방향은 제시했으니까 앞으로 열심히 일하길 바랄게.”“우리 두 사람 아직 기회 있어. 나 너희 부모님이 나를 얕잡아보는 거 싫어.”감동한 서진우는 선망의 눈빛으로 심서아를 바라봤다. 심서아는 이제 더는 서진우의 장난감이 아니었다. 지금은 서진우가 오히려 심서아에게 의지해야 할 판이다.심서아도 이를 보아내고 이 점을 이용해 돌파구를 찾아 안다혜에게 복수하려 했다.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해 봤자 심서아에게 득 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서서 제자리걸음만 하면 영원히 발전이라는 걸 이룩하지 못한다.“진우야, 나는 네가 성장했으면 좋겠어. 우리가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되어서 더 나은 미래가 있었으면 좋겠고.”서진우가 심서아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넌 정말 너무 좋은 사람이야. 걱정하지 마. 내가 너 아껴줄게. 예전보다 더 잘해줄게.”“태안 그룹 내가 가만히 두지 않는다.”심서아도 이번에는 서진우를 밀어내지 않고 꼭 끌어안은 채 등을 토닥였다.“나도 네 생각을 아니까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거야. 안다혜 때문에 구치소도 두 번이나 들어갔다가 왔잖아.”“안다혜는 너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니까? 근데 왜 아직도 봐주려 드는 거야? 안다혜가 혼수상태에 빠진 건 우리에게 기회야. 더는 망설이지 마.”서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그래. 서아야. 지금 바로 회사로 돌아갈게. 걱정하지 마. 이 일은 바로 아버지께 알릴 거야.”심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너도 쉬엄쉬엄해. 살 빠
Read more

제537화

심서아는 닭살이 돋아 팔을 마구 문질렀다.‘역시 서진우는 좋은 말을 많이 해주면 안 된다니까.’이러다간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것 같아 걱정이었다. 그냥 지금처럼 서진우의 부모님을 핑계로 대면 더 들러붙을 일도 없을 것 같았다.아마 서진우의 어머니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지금의 서진우는 그렇게 반대하던 심서아의 눈에도 그저 유치하고 별 볼 일 없는 남자라는 걸, 보물처럼 아끼던 아들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볼품없는 남자라는 걸 말이다.심서아는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는 스튜디오를 보며 마음이 차분해졌다. 비서가 그런 심서아를 보며 장난치듯 말했다.“언니, 저 남자는 왜 날마다 찾아오는 거래요? 혹시 언니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아니야. 그냥 떼어내고 싶은 쓰레기야.”심서아는 마치 여왕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아한 자태였다. 그녀는 이제 더는 남자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꽃이 아니었다. 지금은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지 서진우를 둘러싸고 돌 때가 아니었다. 생각을 정리한 심서아는 웃음이 더 짙어졌다.이 말을 들은 비서는 살짝 의외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서는 이 스튜디오가 개업했을 때부터 합류해 스튜디오의 성장을 지켜본 사람이었다. 가끔은 비서도 심서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배경도 없이 시작한 스튜디오를 심서아가 투자자들과 식사하고 술을 마시면서 투자를 얻어낸 것이다. 그리고 지금 협업하고 있는 사람들도 심서아가 출중한 입담으로 데려온 사람들이었다. 스튜디오가 지금까지 운영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심서아 혼자만의 성과였다.그러니 처음부터 함께한 비서라 해도 심서아의 선택을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는 없었다. 이 남자와 만나면서 다른 남자를 만나도 그 일은 비서가 상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사람마다 각자 살아가는 스타일이 있었다.이렇게 생각한 비서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역시 우리 언니, 매력이 하늘을 찌른다니까요. 저 남자도 지금은 누추해 보이지만 본판은 괜찮은 것 같던데요?”이 말에 심서아는 3년 전의 서진우를 떠
Read more

제538화

심서아의 웃음이 더 처량해지더니 사연이 많아 보이는 눈빛을 하고는 말했다.“남자에게 돈을 쓰기 시작하면 인생이 망하는 거야. 남자가 한 말을 완전히 믿으면 안 돼.”여다경은 심서아가 마음 아프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전지전능해 보이는 심서아가, 무슨 일이든 다 해결하는 심서아가 오늘 이런 말을 하니 뭔가 달라 보였다.사실 여다경은 심서아와 같은 자리에 오르면 고민거리가 없다고, 자다가도 웃으면서 깰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고 오히려 많은 일을 겪은 것 같았다.‘역시 사람은 겉보기엔 번지르르해 보여도 속사정은 알 수가 없지.’여다경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언니 말 명심할게요.”“언니가 해준 충고는 잘 기억해 둘게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할게요. 절대 남자에게 속을 일 없게 꼭 조심할게요.”이 말에 심서아가 흐뭇한 표정으로 웃더니 여다경의 어깨를 툭툭 쳤다.“그래. 일 봐. 나는 계약서 하나 처리해야 해.”여다경이 알겠다고 말하자 심서아는 사무실로 돌아갔다. 예전에 비해 심서아는 성격이 많이 차분해졌고 제멋대로 굴지도 않고 매사에 평정심을 가지게 되었다.심서아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쓰기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외 다른 건 모두 인생에서 겪어야 할 고난일 뿐이다.심서아는 눈앞에 놓인 파일을 보고 있노라니 세상이 다 밝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안씨 저택.김미진은 앞에 놓인 계약서를 내려다봤지만 힘에 부쳤다. 몸도 머리도 예전처럼 빠릿빠릿하지 않은 느낌이었다.안다혜가 회사를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크고 작은 일들 모두 안다혜가 직접 관리했지만 회장인 김미진은 예전의 인맥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하여 김미진이 밖으로 교섭하고 다니면 안다혜는 안에서 회사 데이터와 협업의 큰 틀을 잡은 덕분에 태안 그룹은 예전보다 점점 좋아졌다. 하지만 지금 안다혜가 아프면서 회사는 방향을 잃은 배처럼 별 성과 없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녔다.이것만 생각하면 김미진은 머리가 아팠다. 아래로 내려
Read more

제539화

안소현이 불만을 토로했다.“엄마. 다혜는 뭐 하고 있어요? 이럴 때 도와주지 않고.”안소현의 말투에서 원망이 느껴졌다. 옆에 선 집사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큰 아가씨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말을 함부로 하는 거지? 작은 아가씨 지금 혼수상태에 빠져있는데 어떻게 도우라고. 돕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도울 수 없는 건데.’‘게다가 작은 아가씨가 계실 때만 하더라도 회사는 이런 광경이 아니었잖아. 계약만 몇 개를 따냈는데. 다 작은 아가씨 혼자 이뤄낸 성과지 큰 아가씨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잖아.’‘작은 아가씨께 이런 일이 생겼는데 여기서 초치는 말이나 하고. 정말 같이 자란 사람 맞아?’다른 사람은 몰라도 두 자매가 자라는 걸 옆에서 지켜본 집사는 두 사람의 성격이 아예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이렇게 생각한 이 집사는 절로 한숨이 나갔다. 그러자 대화를 나누던 김미진과 안소현의 시선이 일제히 이 집사에게로 향했다. 안소현이 의미심장한 말투로 물었다.“왜 그래요? 이 집사님.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 혹시 무슨 일 있어요?”“무슨 어려운 일 있으면 말씀하세요. 어릴 적부터 많이 챙겨주셨는데 가족이나 다름없잖아요.”김미진은 철이 든 안소현을 보며 뿌듯했다. 이번 생에 제일 큰 행운은 바로 이런 두 딸을 둔 것이었다. 게다가 두 딸은 얌전할뿐더러 한 명은 사업쪽으로 머리가 좋았고 다른 한 명은 사람을 살뜰히 잘 챙겼다.“소현아, 다혜를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안소현이 화들짝 놀랐다.“엄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뭐라고 했는데요?”“회사를 맡겼는데 문제가 생겼으면 다혜 잘못 아니에요? 난 그저 사실을 얘기했을 뿐이에요.”안소현이 불만을 털어놓았다. 마음속으로는 회사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알고 있었지만 김미진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김미진을 핍박해 조금씩 토해내게 해야만 다른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 당당하게 회사를 물려받을 수 있다.“아니야. 사실 요즘 너희 동생이 이상한 병에 걸려서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Read more

제540화

안소현이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화해했으면 하는 거 알아요. 나는 다혜에게 딱히 불만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그냥 다혜는 잘났는데 나는 멍청하니까 부러웠던 거죠.”김미진은 그런 안소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품에 꼭 끌어안고 다독였다.“그래. 네 마음 잘 안다. 다혜 지금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어. 다행히도 수치는 정상이래. 회사가 문제지.”“이 계약을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마땅한 사람도 떠오르지 않고.”안소현은 다급한 김미진을 보고 상직적으로 몇 사람의 이름을 꺼냈다. 하지만 김미진은 그 사람들을 전부 탐탁지 않아 했다.“네가 말한 사람들 나도 안다. 하지만 일을 함에 있어서 차분하지가 않아. 이 프로젝트를 접해본 적도 없고. 맡긴다 해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야.”김미진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게다가 그 사람들 하나같이 하이에나야. 내가 잘 알아. 그런데 어떻게 프로젝트를 맡기겠어?”안소현이 고개를 숙이고 고민했다.“그러면 어떡하죠. 더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요.”“가끔은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싫어요. 엄마를 돕고 싶은데 능력이 안 되니까 너무 쓸모없게 느껴져요.”안소현이 눈물을 글썽였다. 곧 떨어질 듯 말 듯한 눈물이 눈가에 걸려 있으니 그렇게 불쌍해 보일 수가 없었다.김미진은 원래 그런 안소현을 위로하려다가 생각이 바뀌었다.‘위로는 무슨. 앞에 이렇게 좋은 후보가 있는데?’안소현은 전에 몸이 좋지 않았지만 몇년간 조리하면서 상태가 많이 좋아졌고 재발도 없었다. 큰 자극만 받지 않으면 맡겨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김미진이 떠보듯 말했다.“소현아, 너무 고민하지 마. 전공도 우리 회사랑 잘 어울리고. 너 혹시...”안소현은 너무 기뻐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갑자기 뚝 떨어진 희소식에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억지로 누르느라 여간 힘이 들지 않았다.‘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엄마가 드디어 이 말을 해주네.’“엄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김미진도
Read more
PREV
1
...
5253545556
...
6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