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혜가 해외로 치료하러 가는 걸 일부러 막으려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자 한문수는 기분이 확 상했다.누구든 그의 길을 가로막는 순간, 곧바로 제일 큰 적이 되는 법이었다.게다가 요즘 한유라 쪽 일로 연달아 곤욕을 치른 터라 마음이 더 뒤숭숭했다.자신의 돈줄을 막히게 둘 수는 없었다. 윤해준이 자신에게 빚을 지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생각을 마친 한문수는 끝내 입을 열었다.“그게... 안소현 씨, 너무 예민하게만 반응하시는 건 아닌가요?”안소현은 발끈한 고양이처럼 고개를 홱 돌려 날카롭게 받아쳤다.“그게 무슨 뜻이죠? 본인 동생이 아니라서 걱정이 안 되는 겁니까?”한문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그런 뜻은 아닙니다. 다만 형수님이 며칠째 입원해 계시는데 이제야 오신 것도 그렇고요. 그런데 오자마자 의사가 형수님을 해외로 모시고 가서 치료하겠다는 걸 온갖 이유를 대서 막고 계시잖아요. 만약 다른 속내가 전혀 없다면 솔직히 저로서도 전혀 이해되지 않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안소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고개를 돌려 윤해준을 보니, 그의 눈빛 역시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사실 한문수조차 눈치챈 걸 윤해준이 모를 리 없었는데 다만 그는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안다혜의 상사도 곁에 있었고 무엇보다 안소현은 안다혜의 친언니였다.남편인 윤해준이 직접 나서서 이런 의심하는 말을 입 밖에 내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그래서였을까, 한문수가 대신 던진 말은 절묘했고 윤해준의 속마음을 정확히 얘기했다.그 반응을 느낀 한문수는 속으로 은근히 들떴다. 뜻밖의 수확이었다.지금 윤해준의 바람은 단 하나, 바로 안다혜가 눈을 뜨는 것이었다.그 외의 건 모두 의미가 없었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비집고 들어갈 최적의 타이밍이었다.윤해준이 자신에게 은혜를 입는 일, 이보다 큰 기회가 또 있을까 생각했다.한편, 안소현은 입술만 달싹거릴 뿐 뭐라 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함께 온 회사 고위 임원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