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라가 아직 병실 안에 있었는데 윤해준은 말을 그렇게 직설적으로 내뱉었다. 그녀의 체면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이미 모든 게 드러난 상황이었으니 굳이 숨길 것도 없었다.바로 그 때문에 한문수의 태도는 점점 더 성의 없고 형식적으로 되었다. 예전 같지 않게 그의 눈빛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그는 한유라를 향해 눈짓을 보내며 먼저 자리를 비우라는 신호를 보냈다.이후에 오갈 대화는 분명 남자들끼리의 이야기일 터였다.게다가 심서아 역시 한유라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유라를 병원에 혼자 남겨 둘 수는 없었다.난방도 없는 이런 추운 날씨에 집에 혼자 있다면 한유라 역시 무척 추웠을 것이다.하지만 윤해준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한유라는 집보다도 더 시리고 쓸쓸함을 느꼈다.한문수는 가볍게 기침을 한 뒤, 준비해 온 물건들을 하나하나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그게, 해준아, 사실 지금 너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그 말에 윤해준은 이미 모든 걸 짐작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말해봐. 무슨 일이야?”하지만 그때, 한유라가 갑자기 끼어들었다.“해준 오빠, 분명 내가 먼저 오빠를 알았는데 왜 나는 기회조차 없는 거야?”그 말을 들은 윤해준은 올 한 해 가장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피식 웃었다.“네가 내 마음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그 차가운 대답에 한유라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윤해준의 첫 번째 여자가 될 거라 믿어왔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그녀는 끝내 알지 못할 것이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그 와중에도, 한문수는 애초에 자신이 온 목적을 떠올렸다.“해준아, 우리 예전에 함께했던 그 많은 세월이 너한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윤해준의 무표정한 옆모습을 바라본 한문수는 지금의 윤해준이 왠지 모르게 낯설었다.그가 알던 윤해준은 그래도 온기가 있는 사람이었지, 지금처럼 냉정하지는 않았다.그러나 윤해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다.“아직도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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