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521 - Chapter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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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1화

비록 처음부터 한유라가 윤해준에게 관심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마음이 이렇게 깊을 줄은 한문수도 미처 알지 못했다.“도대체 넌 왜 그렇게 윤해준을 좋아하는 거야?”한문수는 소파에 앉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여동생을 바라봤다.비록 친동생이지만 이런 속마음을 자신이 몰랐다는 사실에 놀랐다.“오빠,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미 계급이라는 걸 알았어.”한문수는 눈썹을 한번 치켜올리더니, 편한 자세를 잡고 그녀에게 계속 말하라는 듯 손짓했다.한유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이어갔다.“그때부터 알았어. 사람은 다 등급을 나눈다는 걸 말이야. 그래서 난 반드시 남들 위에 서야겠다고 다짐했어. 평범하게 살진 않을 거라고 말이야.”이런 이유를 들은 한문수는 적잖이 놀랐다. 설마 이런 이유 때문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래서 네가 윤해준을 좋아한다는 게 결국 그 이유야?”그의 눈에 믿기 힘들다는 기색이 드러나자 한유라는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윤해준은 내가 본 남자 중에 가장 뛰어나고 가장 잘생겼어. 이렇게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라면, 나랑 딱 어울리지 않아?”이 말에 한문수는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지금 보니 여동생의 머리가 어쩌면 좀 이상한 게 아닐까 싶은 정도였다.어쩜 이렇게 중2병 같은 생각을 하는지 싶었다.“됐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워.”그 말에 한유라는 발끈했다.“뭐가 말도 안 돼! 나 지금 진심으로 얘기하고 있는 거야!”한문수는 대놓고 무시했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네 뜻을 이해 못 한 거지. 내 잘못이야.”그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여동생을 두고 사는 게 참 고단했다.한유라는 삐죽이며 입술을 내밀었다.“세상이 원래 그래, 현실적이고 물질적이어야지. 추울 때나 배고플 때 예쁜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인데? 따뜻하게 해주거나 배 채워 줄 수 있어?”이 말에 한문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설마 자신이 어린 동생보다도 인생을 덜 통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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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녀는 본래부터 강한 사람에게 끌렸고 거기에 윤해준의 외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자신의 이상형에 완벽히 맞물리는 셈이었다.이런 생각을 하자 한유라의 가슴 속에서는 분홍빛의 몽글몽글한 환상이 피어올랐다.한문수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짜증스럽게 물었다.“너, 대체 말할 거야 말 거야?”“몰라!”한유라는 마치 죽을 각오를 한 사람처럼 뻔뻔하게 대꾸했다.도무지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 모습에 한문수도 가차 없이 한유라의 가슴을 파고드는 날 선 말을 내뱉었다.“좋아, 네가 말 안 한다 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너 이 집에서 쫓겨날 거니까. 버텨도 소용없어. 게다가 이 집은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상대는 이미 결혼한 사람이야. 네가 지금 하는 짓은 한마디로 말해서 불륜이야.”“한문수!”한유라는 이성을 잃고 고함을 질렀다. 그녀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오빠를 노려보았다.분노가 극에 달하자 그녀는 처음으로 오빠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 버렸다.그제야 한문수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사라졌다.“너 지금 내 이름을 부른 거야?”“그렇게 모진 말을 한 게 누군데? 내가 화내는 게 잘못이야?”한유라는 몸을 떨며 울분을 쏟아냈다.“내가 말을 모질게 했다고? 네가 한 짓 자체가 추잡한데 그걸 내가 감싸줘야 해?”한문수는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여기까지 온 건 네 추태가 언론에 터져 나오는 꼴을 막으려고 하는 거야. 창피해서 못 봐주겠어!”그는 단호하게 덧붙였다.“그리고 만약 한씨 가문을 지키고 싶다면 민성에서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빠짐없이 낱낱이 털어놔야 해!”‘한씨 가문’이라는 네 글자가 나오자 한유라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게 무슨 말이야? 이게 한씨 가문이랑 무슨 상관인데?”한문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다가섰다.“설마 내가 민성에 온 게 윤해준한테만 떠밀려서라고 생각했어? 그 뒤에 얽힌 더 큰 사정이 있다는 건 왜 생각 못 했을까?”그 말을 듣는 순간, 한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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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심지어는 한유라의 이름조차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러므로 한유라는 비로소 뼈저리게 깨달았다.어찌 되었든 간에 한씨 가문은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고 남에게 함부로 짓밟히게 놔둘 수도 없었다.특히나 그 가문을 무너뜨리려는 사람이 하필이면 자신이 그토록 쫓아다닌 남자였다.이대로라면 한유라는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었다.한유라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 한문수 역시 한동안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러니까 다혜 씨는 지금도 병원에 누워 있다는 거야?”오랜 침묵 끝에야 한문수가 겨우 입을 열었다.그 말에 한유라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계속 깨어나질 못하고 있어. 며칠 동안 해준 오빠도 집에 돌아오지 않고 병원에서 계속 지키고만 있어. 그래서 지금 집에는 나 혼자뿐인데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한문수는 그런 동생을 바라보며 애가 탔다.안다혜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윤해준이 저토록 소중히 여기는 걸 보면 틀림없이 천사처럼 고운 여자일 것이다.이틀 넘게 돌아오지도 않은 걸 보면 분명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한문수는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 보았지만, 딱히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한유라는 주눅 들어서 큰소리도 한 마디 내지 못한 채 움츠러들어 있었다.“오빠, 사실 내가 그때 그렇게 했어도 새언니는 그렇게 화를 내지 않았어. 잘 생각해 보니까 사람 자체는 괜찮은 것 같아.”이 말을 들은 한문수는 눈을 번쩍 떴다.“전화로 말할 땐 전혀 다르게 말했잖아. 그 여자는 천박하다고, 그렇지 않으면 진작에 네 남자가 되었을 거라고...”“으... 그만해! 난 그런 말 안 했어!”한유라는 입술을 꼭 다물고 진실을 털어놓지 않으려 버텼다.솔직히 인정해 버리면 오빠가 두 번 다시 자신을 돕지 않으리라는 걸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다.간신히 분위기를 여기까지 끌고 온 마당에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오빠, 제발 도와줘.”한유라는 애걸복걸하는 눈빛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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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더군다나 지금 병원에 있을 때 가서 사과하는 게 가장 좋은 시기야. 더는 지체할 수 없어.”의사를 찾는다고 해도 지금은 시간이 도무지 모자랐다.한유라는 막상 안 가겠다고 말하려 했지만, 한문수의 불호령 같은 기세를 보고는 입술을 달싹였다가 결국 얌전히 그의 뒤를 따랐다.한씨 가문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그녀 역시 이 일을 반드시 해야 했다.어차피 단순히 사과 한마디 하는 일이고 두려워할 게 없다.‘괜찮다, 아무 문제 없어!’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니 한유라도 어느 정도 마음이 편안해졌다.이후 한문수는 한유라를 데리고 값비싼 보양식들을 사들였다.환자가 지금은 의식이 없어 먹을 수 없다고 해도 병문안을 가려면 격식은 차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남매는 그렇게 분주히 움직이며 곧장 중앙병원으로 향했다.오는 길에 한문수는 이미 해외 의사들과도 연락을 마쳤다.그는 단 1초도 허비할 수 없다는 듯 곧장 차를 몰고 병원으로 달려갔다.하지만 너무 다급했던 탓일까, 차를 몰던 중 옆 차량과 살짝 부딪히고 말았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한유라는 눈을 크게 뜨고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굳어 버렸다.이렇게 짧은 사이에 오빠는 무척 성급하고 거칠어졌다. 예전에는 결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말이다.남의 차를 긁어 놓고도 한문수는 오히려 짜증이 치밀었다.어쩜 이렇게 운이 없을까, 집을 나서자마자 사고라니 참 기막힌 일이었다.그는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차에서 내려 차주에게 돈을 건네주기로 했다.한문수의 눈에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애초에 문제도 아니었다.그냥 정리하고 갈 길 가면 되었다.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지갑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한편 심서아는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이미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멀쩡히 운전하는데 누군가 와서 차를 들이받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게다가 그녀는 지금 고객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최근 들어 서진우가 귀찮게 굴지 않아 덕분에 업무를 확장할 여유가 생겼다.사업을 키워 가며 차도 바꾸고 옷차림까지 싹 바꾼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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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그거 당장 치워요. 필요 없어요!”한문수는 멍하니 손에 들린 지갑을 다시 받아 들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는 도대체 뭐지, 돈에 전혀 관심이 없다니?’그가 지금껏 본 여자 중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해외에 있을 때만 해도 돈을 내보이면 여자들은 언제나 달라붙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그래서 순간적으로 한문수는 정말 신기하다고 느꼈다.심서아 역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이 남자는 왜 이렇게 사람을 모욕하는 걸까?’분명 자기 차를 먼저 들이받아 놓고 내려서는 돈이나 뿌리다니, 지금 자신이 그렇게 돈이 궁한 사람처럼 보이기라도 했는지 의심이 들었다.심서아는 슬쩍 자신의 옷차림을 훑어보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마음을 놓았다.아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이봐요, 뭐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발 예의 좀 차리고 사세요, 네?”심서아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이어 말했다.“당신의 돈 따위 필요 없으니까 정말 돈이 많으면 차라리 그 돈으로 기부라도 하세요.”한문수는 본래 안다혜에게 사과하러 서둘러야 하는 상황인데 이런 일로 발이 묶이자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아니,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요?”한문수는 화를 꾹 참고 말했다.“돈을 받으면 바로 차 수리할 수 있잖아요. 그럼 끝나는 문제 아니에요? 사과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요? 사과하면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대체 그 값어치가 얼마라고 이러는 거예요?”그에게 있어 사과란 세상에서 가장 값어치 없는 것이었다.아무런 소용도 없고 그저 공허한 말에 불과했다.돈은 그저 차갑고 무미건조한 숫자에 불과했지만 적어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었다.심서아는 팔짱을 낀 채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진짜 내가 그 돈 몇 푼에 목매는 사람처럼 보여요? 내가 돈이 모자라 보여요?”그녀는 이미 자기 힘으로 돈을 벌어들여 당당히 고개를 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동안 피땀 흘려 일해 온 이유도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이제는 돈 많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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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두 사람 설마 서로 아는 사이야?”한유라는 심서아를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안다혜에게 사과하러 가는 길에 이렇게 아는 사람을 마주치다니 정말 기묘한 우연이었다.심서아는 눈을 가늘게 떴고 시선은 한문수와 한유라 사이를 오갔다.“이 사람이 그쪽 오빠예요?”한문수도 어리둥절했다.“유라야, 이 사람이 네 친구야? 너 언제 알게 된 거야?”‘아니, 어떻게 이런 괴짜 같은 사람을 알고 지내는 거지?’돈을 줘도 안 받고, 괜히 말만 길게 늘어놓으면서 시간만 끄는 사람을 말이다.하지만 심서아는 한문수의 말에는 대꾸하지 않았다.사실 그녀와 한유라의 인연은 썩 떳떳한 게 아니었다.안다혜와 얽히며 일종의 ‘악연 같은 인연’으로 시작된 관계였고 또 공통의 적이 있었기에 그럭저럭 반쯤 친구처럼 지낼 뿐이었다.이런 관계를 굳이 밖으로 떠벌릴 이유는 없었다. 한문수 앞에서 설명하려니 괜히 더 어색할 뿐이었다. 심서아는 헛기침하며 아까처럼 까칠하진 않은 태도로 물었다.“유라 씨는 오빠랑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예요?”차를 긁은 상황을 보니 한문수가 너무 서두른 나머지 이렇게 된 것 같았다.한유라는 그제야 심서아와 안다혜 사이의 관계를 떠올렸다.순간 뭔가 생각나 표정이 환해졌다.요즘 윤해준에게만 정신이 팔려 정작 심서아를 깜빡 잊고 있었다.그녀야말로 가장 좋은 조력자가 아니던가, 이 생각이 들자 한유라는 서둘러 심서아에게 다가갔다.차에 생긴 흠집을 흘끗 보니 별일 아니었다.조금만 돈을 들이면 금방 고칠 정도였으니 굳이 이렇게 큰소리 낼 필요는 없었다.“보니까 별거 아니네요. 그렇게까지 흥분할 필요 없어요.”심서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오는 한유라를 경계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거기서 하면 되잖아요. 굳이 내 앞으로 올 필요까지는 없는 거 같은데요?”한유라는 순간 난처한 미소를 짓더니 마지못해 설명했다.“내가 하고 싶은 말은 차 때문이 아니고 다른 얘기가 있어서 그래요. 걱정하지 말아요. 차 얘기는 아니고 우리 새언니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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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한유라가 그렇게 진지한 태도를 보이니 심서아도 더 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심서아는 한유라와 한문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그럼 지금 왜 오빠까지 함께 가고 있는 거예요?”심서아는 바보가 아니었다. 이내 곧바로 눈치를 챘다.“두 사람 다혜 씨 보러 가는 거죠?”이 말을 듣자 한유라는 속으로 감탄이 나왔다.역시 심서아는 눈치 빠른 여자였다.똑똑한 사람과 대화하는 건 이렇게 편했다. 괜히 힘을 쓸 필요가 없다.“맞아요. 정확하게 맞췄어요. 난 지금 새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심서아와 시선이 마주치자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지었다.그 순간, 서로의 속내를 단번에 이해했다. 다시 한번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한문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이쪽저쪽을 번갈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두 사람 지금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무슨 암호 같은 걸 주고받는 거야?”하지만 한유라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이렇게 훤한 대낮에 길거리에서 이런 얘기를 떠벌리면 많은 사람이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말처럼 심서아 역시 경계심이 있었다.그래서 이 문제에 관해서는 서로 자연스럽게 함구하는 태도를 보였다.그 순간, 한유라와 심서아가 또다시 눈을 마주쳤다.그리고는 미묘한 미소를 주고받았다.“그럼, 이 차 문제는...”한유라의 말투만 들어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굳이 이 일로 시간을 끌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심서아 역시 더 이상 꼬투리를 잡지 않았다.돈도 있으니 이런 사소한 문제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사소한 차 문제보다 안다혜를 어떻게 상대할지가 더 중요했다.“알겠어요. 볼일 보러 가세요. 하지만 다혜 씨 쪽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제일 먼저 나한테 알려줘야 한다는 거 잊지 말아요.”심서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다혜 씨가 깨어났는지, 혹은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말이에요. 보기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도 전부 알려줘요.”“걱정 마요. 우리 둘은 이제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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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그 질문을 던지고 나서 한문수는 사실 조금 후회했다.한유라가 왜 안다혜를 싫어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여자들 사이의 문제야 뻔한 거고 게다가 한유라의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하지만 심서아라는 여자는 달랐다.그래서 한문수는 의아하게 생각했다.“사실 내가 심서아를 알게 된 건 안다혜랑 그 남자친구 사이에 얽힌 일 때문이야. 둘이 예전에 경쟁하는 관계였거든.”이 말을 듣자 한문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설마 윤해준의 여자가 그렇게 완벽하게 ‘깨끗한’ 사람이 아닐 줄은 몰랐다. 그녀에게도 그런 과거가 있었다니 뜻밖이었다.한문수는 늘 생각했다. 윤해준이 고르는 여자는 당연히 흠이 없는 사람일 거라고 말이다.그런데 이런 과거가 있는 게 의외였다.생각에 잠겨 있던 한문수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오빠, 뭐가 그렇게 웃겨?”한유라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오빠의 얼굴에 걸린 웃음이 영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바보 같고, 똑똑해 보이지도 않았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한문수가 대답했다.“아, 아니야. 그냥 좀 의외라서.”그 말을 듣고 한유라는 단번에 오빠의 속내를 알아챘다.“나도 의외야. 해준 오빠는 귀하게 자란 사람이야. 그 오빠가 언제 그런 모욕을 받아본 적이 있겠어?”그녀는 점점 더 화가 치밀었다. 안다혜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해준 오빠의 마음을 독차지한단 말인가.과거까지 있는 여자라니, 차라리 빨리 버려야 마땅했다.한문수는 그런 한유라의 발끈한 모습이 우스웠다. 역시 여동생과 자기 생각은 다르구나 싶었다.물론 그는 윤해준과 죽마고우였다.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며 정이 깊었지만, 친구 사이에는 은근한 경쟁심도 있기 마련이었다.그러나 그의 여자가 별로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안도감이 들었다.그런 마음이 들자 더 이상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한유라는 오빠 얼굴에 번진 미소를 보고 서둘러 경고했다.“오빠, 우리 곧 병원에 가서 병문안할 거야. 그러니까 그만 좀 웃어. 해준 오빠는 아직 그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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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한유라는 크게 심호흡하고서야 겨우 마음을 다잡았다.어차피 지금 이 모든 일은 한씨 가문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회사를 위해서이기도 했다.윤해준이 마음만 먹으면 그들이 해외에 있든 어디에 있든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한유라는 어릴 적부터 윤해준을 동경하며 좋아했을 때 이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한유라가 다른 누구보다도 윤해준의 수단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지하 주차장에 들어설 때부터 한유라는 애써 긴장을 누르려 했지만, 마음은 점점 더 조여 왔다.지난번 윤해준이 차갑게 꺼지라고 했을 때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그에게서 혹시 다른 태도를 볼 수 있을지, 그녀의 마음은 두근거림과 기대, 그리고 두려움으로 뒤섞여 있었다.하지만 막상 병실 앞에 서고 보니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자신을 깨닫게 되었다.한문수는 병실에 들어서서 침대 옆에서 세심하게 안다혜를 돌보는 윤해준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정말 해준이를 이렇게까지 바꾸는 여자가 있네.’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었다.한문수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손에 든 물건을 들고 다가갔다.그러자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여기는 왜 온 거야?”윤해준은 그들을 보고는 표정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나마 둘만의 시간을 간신히 지키고 있었는데 불청객이 들이닥친 셈이었다.“그게 말이야. 해준아, 내가 유라를 데리러 왔어.”이 말을 듣는 순간, 뒤에 서 있던 한유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 말 한마디가 그녀의 가슴을 산산이 부수는 듯했다.그래도 잠깐은 오빠가 눈치를 보며 기다려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망설임 없이 정곡을 찔러 버린 것이다.잠시 숨 돌릴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한유라는 떨리는 눈으로 혹시 가지 말라는 말을 해줄까 기대하며 윤해준을 바라봤다.하지만 그다음에 들려온 대답은 그녀의 표정을 단숨에 얼어붙게 했다.“나랑 무슨 상관이지? 당장 데리고 나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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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한유라가 아직 병실 안에 있었는데 윤해준은 말을 그렇게 직설적으로 내뱉었다. 그녀의 체면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이미 모든 게 드러난 상황이었으니 굳이 숨길 것도 없었다.바로 그 때문에 한문수의 태도는 점점 더 성의 없고 형식적으로 되었다. 예전 같지 않게 그의 눈빛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그는 한유라를 향해 눈짓을 보내며 먼저 자리를 비우라는 신호를 보냈다.이후에 오갈 대화는 분명 남자들끼리의 이야기일 터였다.게다가 심서아 역시 한유라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유라를 병원에 혼자 남겨 둘 수는 없었다.난방도 없는 이런 추운 날씨에 집에 혼자 있다면 한유라 역시 무척 추웠을 것이다.하지만 윤해준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한유라는 집보다도 더 시리고 쓸쓸함을 느꼈다.한문수는 가볍게 기침을 한 뒤, 준비해 온 물건들을 하나하나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그게, 해준아, 사실 지금 너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그 말에 윤해준은 이미 모든 걸 짐작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말해봐. 무슨 일이야?”하지만 그때, 한유라가 갑자기 끼어들었다.“해준 오빠, 분명 내가 먼저 오빠를 알았는데 왜 나는 기회조차 없는 거야?”그 말을 들은 윤해준은 올 한 해 가장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피식 웃었다.“네가 내 마음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그 차가운 대답에 한유라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윤해준의 첫 번째 여자가 될 거라 믿어왔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그녀는 끝내 알지 못할 것이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그 와중에도, 한문수는 애초에 자신이 온 목적을 떠올렸다.“해준아, 우리 예전에 함께했던 그 많은 세월이 너한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윤해준의 무표정한 옆모습을 바라본 한문수는 지금의 윤해준이 왠지 모르게 낯설었다.그가 알던 윤해준은 그래도 온기가 있는 사람이었지, 지금처럼 냉정하지는 않았다.그러나 윤해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다.“아직도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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