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611 - Chapter 620

620 Chapters

제611화

자신의 생명을 이렇게 허비하는 게 달갑지 않아 여전히 밖으로 나가서 가족과 친구들을 찾고 싶었다.정말 이대로 하루하루 어둠 속에서만 시간을 흘려보내야 하는 걸까.정말 원망스러웠다.허종혁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조금도 안타까워하지 않았다.어차피 이연서는 그가 구한 사람이었고 먹고 마시는 것까지 다 챙겨주는데 그를 위해 목숨 정도는 바칠 수 있지 않겠나.‘당연한 것 아닌가?’게다가 허종혁이 없었다면 이연서는 어느 황량한 들판에서 죽었을지도 몰랐다.‘이 정도 일도 그냥 못 넘어가는 거야? 참 웃기는 사람이네.’“됐어. 넌 여기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돌아왔을 때 기분이 좋으면 데리고 나가서 산책도 시켜줄 테니까.”그 말을 듣고 이연서의 눈이 반짝였다.그러고는 허종혁의 시선 속에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허종혁은 그제야 만족스럽게 이연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는 안소현과 합류하러 서둘러 떠났다.처리할 일이 있었기에 계속 여기에 있을 수 없었다.그것만 아니면 이연서와 계속 함께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다른 건 둘째 치고 그녀의 몸매와 외모가 확실히 그의 취향이어서 어떤 면으로 보나 매우 만족스러웠다.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허종혁은 당분간 절대 이연서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이연서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해 봤자 소용없었다.이연서는 허종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조용히 침대에 엎드린 그녀는 부서진 유리 인형처럼 얼굴에 아무런 빛이 없었고 더 이상 웃지도 않았다.입꼬리를 올려도 그 의미조차 알 수 없을 정도였다.이연서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무기력한 동시에 이렇듯 한심한 자신이 혐오스러웠다.이 지경이 되어서도 죽는 게 두려운 건지, 조금만 용감했더라면 이 악마의 고통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하지만 이연서는 정말로 두려웠다.아직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미련도 남았으며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었다. 이대로 모래알처럼 죽어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이연서는 겁이 났다. 이대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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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이연서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욕실로 가서 몸을 깨끗이 씻었다.발목에 채워진 사슬이 딸랑딸랑 소리를 냈다.그렇다. 허종혁은 그녀가 도망갈까 봐 지금도 발목에 가는 사슬을 채웠다.하지만 뭐가 됐든 활동 범위는 꽤 넓어서 외출하는 것 빼고는 이 방 안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게다가 방에는 허종혁이 방범 문을 설치해 놓았다. 마치 교도소 면회실처럼 작은 창문으로만 음식을 건네받을 수 있도록.그 외에는 이연서에게 외부와 접촉할 기회를 조금도 주지 않았다.이연서의 마음속 증오는 점점 더 짙어졌다.가끔 그녀는 생각했다. 어쩌다 재수가 없어서 허종혁 같은 사람에게 걸린 건지.과거에 천벌 받을 짓을 저질렀던 게 아니면 이렇게까지 험한 일을 당했을까.하지만 질문에 답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이연서 본인도 알지 못했다.자신이 누군지, 어디에서 왔는지,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이연서가 지금 느끼는 모든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은 오로지 허종혁 한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타인의 입을 통해 외부 세계가 어떤지 알게 된 셈이니 너무 끔찍했다.앞으로 상대가 이상한 생각을 주입하더라도 전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조금도 분별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연서는 아직 남아 있는 이성을 간직하며 더는 이렇게 지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반드시 외부 세계의 삶을 접해야 했다.지난번 전화 사건은 이미 드러났고 상대가 사실을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찾으러 오지는 않았다.아니면 아예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걸지도.어쨌든 그 사건 이후 이연서가 허종혁에게 혹독한 벌을 받았으니 이는 상대가 분명히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하지만 구하러 오지 않았다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그쪽에서 허종혁이라는 남자에게 또다시 속아 넘어갔다는 뜻이었다.그 생각에 이연서는 참으로 우습게 느껴졌다.‘봐, 이 남자는 그런 사람이야.’말재주가 좋아서 단 몇 마디로 상대를 쉽게 휘두른다.‘그 여자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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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어른이 되어서는 더욱 속내까지 털어놓는 절친이 되었다.그러니 이런 것들에 대해서 민초연은 손바닥 뒤집듯 쉽게 알 수 있었다.하지만 사촌 오빠가 안다혜를 그렇게까지 대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만약 안다혜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절대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비록 사촌 오빠가 정말 무섭긴 해도 생각해 보면 역시 절친이 제일 중요했다.사촌은 여러 명 있을 수 있지만 절친은 안다혜 한명뿐이니까.민초연은 감각이 둔해서 자신이 이미 미행당하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안소현과 허종혁 두 사람도 캐리어를 끌고 공항 구석에 숨어 있었다.그들은 이미 민초연의 항공편을 조사해 두고 그녀를 따라 해외로 갈 계획이었다.그러면 나중에 안다혜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을 테니까.그때 기회를 노려 안다혜에게 그 약을 주사할 계획이었다.허종혁이 걱정스럽게 말했다.“소현아, 우리가 정말 안다혜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까?”“물론이죠. 민초연만 있으면 두려울 게 뭐가 있어요? 놓치지만 않으면 되잖아요.”허종혁은 얇은 입술을 꽉 다물었지만 여전히 불안했다.“하지만 우리가 해외에 간다고 해도 정말 안다혜가 있는 병원에 접근할 수 있을까?”허종혁은 자신이 걱정하는 부분을 바로 털어놓았다.“게다가 우리가 간다고 해도 그 병원은 우리나라 병원과 다를 텐데 우린 아는 사람도 없잖아.”안소현은 허종혁이 이렇게 주저하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아이참, 됐어요. 도착하기도 전에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할 거예요?”안소현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왜 기죽는 소리만 해요?”가장 짜증 나는 게 허종혁의 이런 소심한 태도였다.예전에도 줄곧 이랬기에 안소현은 내내 허종혁과 결혼할지 말지 고민했다.결혼은 평생의 일이니까 인생을 이런 한심한 놈에게 걸고 싶지 않았다.그러면 너무 손해 보는 일이니까.다른 건 몰라도 안소현의 외모나 집안은 민성에서 손꼽히는 수준이었고 허종혁 같은 남자가 만나려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했다.안소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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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민초연은 이모건과 그의 옆에 있는 캐리어를 번갈아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안소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전에 본 적이 없는 남자인데?’낯선 남자인 듯 전혀 기억이 없었다.‘설마, 민초연 친구인가?’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저 남자는 민초연과 별로 친해 보이지 않았고 말할 때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안소현의 마음속엔 의문으로 가득 찼고 슬슬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정확히 어디가 불편한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저 남자가 민초연의 지인이 아니라면 단 하나의 가능성만 있었다. 안다혜 때문에 접근했다는 것.그것 말고 안소현은 다른 가능성을 떠올릴 수 없었다.게다가 가장 뚜렷한 가능성이기도 했다.다른 건 몰라도 민초연 주위 사람에 대해서는 안소현도 잘 알고 있었다.허종혁은 안소현이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속이 뒤틀렸다.“자기야, 저 남자가 그렇게 잘생겼어?”그 말을 듣고 안소현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자 허종혁의 묘한 표정과 마주쳤다.말투까지 들으니 안소현은 그가 질투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안소현은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그저 몇 번 쳐다봤을 뿐인데 이렇게 질투하다니.보아하니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하든 이 남자를 피해다녀야 할 것 같았다.허종혁은 오히려 오만하게 굴었다.“아니면 이해가 안 돼. 내 아내에겐 내가 있는데 왜 다른 남자를 쳐다보는 거지?”허종혁이 이렇게 질투하는 모습을 보니 사실 안소현도 마음속으로는 꽤 뿌듯했다.이건 남자의 눈에 자신이 아직 매력적이고 끌리는 여자라는 뜻이니까.그게 아니면 상대가 이렇게 질투할 리도 없었다.남자를 질투하지도 못하게 하면 그건 실패했다는 뜻이고 상대의 소유욕조차 자극하지 못한다는 증거였다.이 점에 대해서 안소현은 제법 자신이 있었고 그렇기에 허종혁의 행동에 기분이 좋았다.질투만 한다면 모든 건 쉬웠다.상대의 마음속에 아직 자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였고 달리 말하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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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하지만 그런데도 허종혁은 안소현에게 다른 남자를 보지 말라고 요구했다.두 사람은 각자 다른 속내를 품고 있었다.한편 민초연 쪽은 이모건의 등장에 여전히 놀라워하고 있었다.이모건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자세히 보면 눈빛 속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비쳤다.“민초연 씨, 저 진지해요. 나도 같이 가요.”민초연은 이해하지 못했다. “제가 뭘 하러 가는지 아시면서 왜 따라오시는 거죠?”“다혜가 걱정돼서요.”이모건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났고 표정도 더 눈에 띄게 흔들렸다.“그럼 아시겠네요. 다혜는 이미 결혼했다는 걸.”민초연의 말투도 딱딱해졌다.비록 지금 사촌오빠에게 불만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사촌오빠 편을 들어야 했다.이모건 같은 외부인을 사촌 오빠와 함께 거론한다는 건 웃기는 소리였다.이모건의 지금 행동은 민초연의 눈에 ‘내연남’과 다를 바 없었다.물론 차마 듣기 거북한 이런 말을 민초연은 직설적으로 뱉을 수가 없었다.이모건이 시선을 내린 채 말했다.“다 알아요. 하지만 전 친구로서 다혜를 보러 가려는 거예요.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어떻게 지내는지 너무 걱정돼요. 아무런 소식도 없고 아린이도 다혜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어요.”이아린을 언급하자 민초연의 표정도 조금 누그러졌다.그녀도 어린 나이에 자폐증을 앓고 있는 불쌍한 그 소녀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이모건이 남의 가정을 파괴하는 이유가 될 순 없었다.이모건은 민초연의 표정이 계속 변하는 걸 보며 그녀가 아직도 자신을 완전히 믿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이모건은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설명했다.“믿지 않겠지만 내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에요. 게다가 난 그쪽을 속일 필요가 없어요. 그동안 연락이 안 돼서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다혜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아서 진심으로 걱정돼요.”이모건이 이렇게 길게 말한 건 처음이었다.“그러다가 그쪽이 간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찾아온 거예요.”그 말을 듣고 민초연은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이모건의 진심 어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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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어휴, 신세는 무슨. 나한테 그렇게 예의 차리지 않아도 돼요.”민초연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을 돌렸다.“사실 뭐가 됐든 우리 다 한 사람을 위해서 이러는 거잖아요. 다혜는 정말 너무 좋은 사람이니까.”이모건도 그 말에 동의했다.“맞아요. 마치 태양처럼 살아 숨 쉬는 활력소를 전해주죠.”바로 이 때문에 안다혜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기도 했다.안다혜의 삶 속에서 자신도 짙은 색채를 남기고 싶었다.하지만 등장 순서라는 게 제법 중요한지 이번에는 이모건도 철저한 타격을 받았다.그럼에도 친구로서 안다혜 곁에서 그녀를 챙겨주고 싶었다.그것도 나쁘지는 않았다.민초연은 이모건의 어두운 표정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바로 그 때문에 민초연은 이모건에 대한 경계심을 한층 더했다.“나와 약속했으니 꼭 지켜요.”이모건은 민초연의 그런 모습을 보며 어이없어했다.이쯤 됐는데도 상대는 그를 여전히 믿지 않고 있었다.대체 무슨 말을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민초연의 마음이 넓은 건지, 아니면 눈치가 없는 건지.“그래요. 걱정하지 말아요. 시키는 건 뭐든지 하고 말 잘 들을 테니까.”그 말을 듣고서야 민초연은 안심했다.“그래요. 나랑 같이 항공권 변경하러 가요.”이모건은 다소 의아했다.“올 때 이미 확인했는데 같은 시간대 비행기라 변경할 필요 없어요.”“그럼 같이 내릴 필요도 없어요?”민초연이 강조하며 말했다. “같이 앉는 게 더 안전해요. 그래야 내릴 때 헤어지지 않으니까.”그 말을 듣고 이모건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리하여 두 사람은 함께 데스크로 향했다.처음에 안소현은 그들이 탑승하려는 줄 알고 속으로 조마조마하다가 단지 데스크로 가는 것임을 알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안소현은 이모건을 바라보며 양옆에 내려놓은 주먹을 서서히 꽉 쥐었다.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자신이 무엇을 하든 모두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지.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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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언제든 사람을 달콤하게 속여 기쁘게 만드는 말이었다.안소현은 허종혁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언제나 안소현의 목표는 분명했고 항상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안다혜가 깨어나지 못하는 것 그 점이 무엇보다 중요했다.안소현은 늘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다.이번에 출국하는 목적 또한 그러했다.이 점에 대해서는 허종혁도 내심 안소현이 존경스러웠다.그는 안소현의 야망으로 가득 찬 얼굴을 바라보며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때로는 안소현의 이런 성격이 오히려 꽤 괜찮다고 느껴지기도 했다.뭐가 됐든 야심이 있는 건 분명하니까.기회만 있다면 허종혁은 왠지 모르게 마음속으로 안소현이 안다혜보다 뒤처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이 점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안소현은 허종혁이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며 눈을 흘겼다.“됐어요.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아요. 저 사람들 곧 가는 데 왜 아직도 멍하니 있어요. 탑승하고 난 뒤엔 어떻게 하려고.”그 말에 허종혁은 감탄하던 마음을 접고 서둘러 안소현을 따라갔다.한편, 민초연은 방송에서 곧 탑승 수속이 시작된다는 소리를 듣고 옆에 있는 이모건을 바라보며 말했다.“자, 이제 갈 시간이에요.”“네, 알겠어요.”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동시에 일어섰다.민초연과 이모건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도 갈 때까지 뒤에 두 개의 꼬리가 따라오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안소현과 허종혁은 뒤에서 끈질기게 따라붙었다.두 사람은 혹여 놓칠까 봐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다녔다.민초연과 이모건은 탑승한 후 각자 자리를 찾아 앉았다.이모건은 민초연의 정확한 좌석 위치를 몰랐기에 비행기 탑승 직전에야 항공권을 변경했다.결국 두 사람은 지금 나란히 앉게 되었다.안소현은 민초연이 분명히 퍼스트 클래스를 살 거라 예상하고 일부러 자리를 비켜 이코노미 클래스를 샀다.비록 조건은 다소 열악했지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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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그러면 엄마의 수고도 덜어드리는 셈이었다.인수식 따위 열 필요도 없이 열심히 일해서 늙은이들의 인정을 받기만 하면 되었다.다른 것들은 다 허울뿐이라 전혀 쓸모가 없었다....한편 민초연은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졸음이 밀려왔다.원래 고소공포증이 있는 데다 오늘 비행기가 출발부터 불안정해서 입술이 창백해지고 안색이 불편해 보였다.그 모습을 본 이모건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민초연 씨, 괜찮아요?”두 사람의 좌석이 나란히 있었기에 이모건은 말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지금 둘 사이는 아무것도 가로막지 않는 거리에 놓여 있었다.남들이 보면 다정한 연인으로 오해하기도 충분했다.이모건은 민초연의 사랑스럽고 정교한 얼굴을 바라보며 섹시한 목젖이 저절로 꿈틀거렸다.하지만 상대가 괴로워하는 모습에 이모건은 자기 뺨을 때리고 싶어질 지경이었다.‘이럴 때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야.’민초연은 이모건의 말을 듣고 대답할 힘조차 없었지만 그래도 짧게 대꾸한 뒤 머리를 등받이에 기대고 잠시 눈을 붙이려 했다.이모건은 그 모습을 보고 승무원에게 작은 담요를 달라고 한 뒤 민초연에게 덮어주었다.그도 눈치챘다. 민초연은 누가 봐도 비행기 멀미를 심하게 하는 눈치였다.아무래도 민초연과 안다혜 사이가 정말 각별한 것 같았다.이렇게 멀미가 심한데도 친구를 보러 가는 건 진정한 우정이었다.그 생각에 이모건도 감동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그때 민초연이 갑자기 중얼거렸다. “시끄럽게 하지 마요. 괴로우니까 좀 잘게요...”말을 마친 뒤 민초연의 머리가 흔들리는 비행기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점점 이모건 쪽으로 기울어졌다.결국 이모건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괴로운 모습을 보니 편히 잠들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이모건은 아예 상대의 머리를 자기 어깨에 기대게 했다. 민초연이 좀 더 편히 잘 수 있도록 이모건은 자기 어깨 위에 부드러운 담요를 한 장 더 깔아줬다.어깨에 기댄 민초연은 편안한 듯 나지막이 소리를 냈다.한눈에 봐도 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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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또 다른 당사자인 이모건도 그다지 조급해하는 기색이 없자 민초연도 한결 마음이 놓였다.심지어 자신이 너무 과하게 반응한 건 아닌지 생각하기도 했다.그저 친구 사이에 걱정해 주는 것뿐인데 뭐가 대수란 말인가.그렇게 생각하니 민초연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이모건은 민초연이 마음을 내려놓자 덩달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가끔은 정말 민초연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무슨 일이 있든 본인 스스로 생각을 정리한 뒤엔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집착하지 않았다.다른 사람이라면 한 가지 일에 오랫동안 매달릴 수도 있겠지만 민초연은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그녀는 일이 발생하면 어차피 지나간 일이라 아무리 괴로워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했다.그런 일을 겪지 않고서는 앞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여기면서 말이다.경험해 본 사람만이 나중에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게 되는 법이다. 당시 왜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왜 그렇게 했는지 후회만 해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사실 민초연의 이런 성격이면 많은 일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었기에 이모건은 가끔 진심으로 초연의 그런 성격이 부러웠다.지금 민초연이 또다시 얽매이지 않고 다 털어놓은 채 활력을 되찾은 모습을 보자 이모건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이게 바로 민초연이다. 조금 전 비행기에서 안쓰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금세 다시 괜찮아졌다.이모건이 물었다. “이제 다혜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민초연이 서둘러 휴대폰을 꺼냈다. “참, 제가 확인해 볼게요.”이모건은 민초연이 허둥지둥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정말 귀엽기 그지없다고 생각했다.다 큰 어른이 어쩜 이렇게 뭘 하던 어리바리한지.“그래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요.”이모건은 옆에서 달래주기만 했다.어차피 M주까지 왔으니 사람을 만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기에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민초연은 김미진이 보낸 주소를 확인했다. 한 병원이었다.이내 이모건을 데리고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곧장 향했다.오랫동안 안다혜를 보지 못해서 사실은 정말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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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이제 왔으니 안다혜 곁을 잘 지켜줘야 했다.민초연은 다시는 안다혜와 떨어져 지내지 않겠다고 확고하게 다짐했다.지금 그녀는 한순간도 지체할 수 없었다. 오직 안다혜의 현재 상태가 궁금할 뿐이었다.게다가 사촌 오빠에게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했다.그에게 보낼 때만 해도 멀쩡했던 안다혜가 지금 이 지경이 되었으니 만나면 윤해준을 제대로 혼내주기로 마음먹었다.이모건은 민초연이 기뻐했다가 화를 내길 반복하는 표정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왠지 모르게 귀엽다고 느꼈다.하지만 동시에 궁금하기도 했다. 민초연의 저 표정이 대체 무슨 뜻인지 말이다. 어딘가 망설이고 주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왜 그래요? 표정이 왜 그렇게 변덕스러워요?”이모건은 참지 못하고 호기심 가득 물었다. 그는 정말 궁금했다. 민초연의 작은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오는 내내 민초연의 표정은 계속 귀여웠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마치 생기 넘치는 토끼처럼 소녀 같은 속마음이 모두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그 모습을 본 이모건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민초연은 이모건의 웃음 섞인 표정을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도 조금 망설이기 시작했다. 이모건에게 자신과 윤해준의 관계를 말할지 말지.‘말하면 이모건은 나와 윤해준이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이번 일은 윤해준이 멋대로 안다혜를 해외로 데려가면서 벌어졌다.두 사람은 오는 내내 꽤 즐겁게 대화했고 민초연은 이모건에게 나쁜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다. 갓 쌓아 올린 이 우정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별일 아니에요. 내가 원래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서 그래요.”민초연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실 아무것도 아니고 그냥 내 개인적인 문제라 다혜만 만나면 괜찮아질 거예요.”그 말을 듣고 이모건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민초연이 말하고 싶지 않다는데 굳이 억지로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게다가 이런 식으로 남을 억지로 부추기는 건 사실 좋지 않았다.그렇게 생각하니 이모건도 더 망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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