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631 - Chapter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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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1화

지금에야 이모건은 자신과 윤해준 사이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이모건의 말에 민초연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우물쭈물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이 문제는 저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민초연은 가볍게 헛기침하며 말했다.“아무튼 그냥 우리 사촌 오빠의 성격이 좀 별로라는 것만 알아두면 돼요. 절대 오빠에게 선 넘는 행동을 하면 안 돼요.”그렇지 않으면 아주 끔찍하게 죽을지도 모른다. 이 말을 민초연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덧붙였다.방금 그 사람들이 아주 좋은 예가 아닌가. 그렇게 쫓겨나고 나면 아마 이 병원에서도 더는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이 점에 대해서는 민초연도 잘 알고 있었다.한편 안소현과 허종혁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병원장이 윤해준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똑똑히 보았다.안소현은 그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다. 보아하니 자신의 매부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그렇게 생각한 안소현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안다혜 그년이 꽤 잘 숨겼구나.’안소현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몰랐고 안다혜 역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러니 남편이 이렇게 대단한 인물일 줄은 전혀 몰랐다.전에 안다혜의 입에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허종혁조차도 방금 그 광경을 보고 나니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겼다.“소현아, 네 매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야?”그 말을 들은 안소현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허종혁이 정말 한심해 보였다.무슨 일이 생기면 안소현에게 묻기 바쁘고 그 외엔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했지만, 여전히 주관이 없고 가끔은 트집만 잡는 사람이었다.안소현은 여전히 허종혁의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예전에 들었던 시어머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직도 거슬렸다.이런 고부 관계라면, 전혀 잘 지낼 리가 없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서 수도 없이 봐온 사례가 딱 이랬다.세상사에 어두운 것도 아니고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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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허종혁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솔직히 말해서 윤해준이 그렇게 막강한 모습을 보이자 그는 조금 후회되기 시작했다. ‘안소현을 따라 M주까지 온 것이 정말 올바른 선택이었을까?’게다가 오기 전을 생각해봤을 때 이 시간쯤이면 그는 원래 이연서가 있는 저택의 욕실 안에 있어야 했다.두 사람은 나름대로 꽤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전적으로 허종혁의 일방적인 착각일 뿐이었다. 이연서 쪽에서는 줄곧 허종혁을 몹시 혐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미 M주까지 와버린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가면 그야말로 큰 손해였다.그렇게 되면 안다혜가 순조롭게 깨어날 테고, 안소현이 태안 그룹에서 지금껏 쏟아부은 노력은 전부 물거품이 될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안소현의 마음속이 복잡하게 뒤틀렸다. 그녀는 절대로 그런 일을 용납할 수 없었다.‘어쨌든 간에 여기까지 왔잖아. 절대 그냥 돌아가지 않을 거야.’안소현은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고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옆에 있는 허종혁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허종혁은 괜히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정확히 뭐가 잘못된 건지 설명할 수는 없었다.그는 팔짱을 낀 채 약간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무슨 말 하려는 거야?”안소현은 가벼운 미소를 짓더니 허종혁을 향해 손가락으로 이리 오라는 제스처를 했다. 허종혁은 잠시 망설였지만, 사람을 현혹하는 듯한 안소현의 미소에 그는 결국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그리고 그녀의 계획을 들은 순간, 허종혁은 반사적으로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너 미친 거 아니야?”안소현은 살짝 눈썹을 치켜세웠다.“미쳤다니, 난 미치지 않았어요.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예요. 안 그랬으면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겠어요? 살아남지 못했겠죠.”허종혁은 찡그린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안소현은 가문 형편도 나쁘지 않고 김미진도 그녀에게 꽤 잘해줬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생각이 삐뚤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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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그래야죠.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목적이 뭔지, 그리고 우리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걸 항상 잊지 말아요.”안소현은 허종혁에게 바짝 다가가더니 불쑥 그의 볼에 입을 맞췄다.“됐어요. 이제 기분 풀어요. 이번 약은 두 달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용량이에요. 그러니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불안해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안소현은 의사에게 이미 용량을 늘리도록 지시해 두었다. 그래서 효과가 훨씬 오래갔고 약효가 떨어질 걱정도 없었다.정해진 주기에 맞춰 주사만 놓으면 전혀 문제가 없었다.“알겠어, 걱정하지 마.”허종혁이 그렇게 대답하자 안소현은 다시 그의 볼에 연달아 입을 맞췄다.“좋아요. 그럼 난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당신도 마음 놓아요.”허종혁은 알겠다며 짧게 대답했다. 표정에는 여전히 약간의 긴장감이 남아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훨씬 부드러워졌고 얼굴빛도 눈에 띄게 나아졌다.그도 그럴 것이 방금 안소현이 허종혁의 귀에 대고 대표 자리만 무사하게 지키게 되면 결혼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내겠다고 속삭였다.그렇게 되면 허산 그룹의 투자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의 미래가 순탄할 거라는 말에 허종혁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돌았다.허종혁은 안소현의 허리를 끌어안고 호텔로 가자고 제안하려 했지만, 안소현은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지금은 안 돼요. 당신이 일을 끝내고 나서요. 아직 여기서 지켜봐야 해요. 윤해준 저 남자가 정말 단 한 순간도 병실 밖으로 안 나오는지 두고 보자고요.”허종혁은 장난기 섞인 표정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병실 쪽을 바라보았다....한편, 다른 쪽에서는 민초연과 이모건이 다소 어색한 분위기 속에 서 있었다.이모건이 코끝을 만지며 물었다.“그럼 이제 우리 어디로 가야 하죠?”“당연히 아무 호텔이나 잡아서 가야죠.”민초연은 익숙하다는 듯이 대답하며 손에 든 밀크티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이모건이 눈썹을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사촌오빠랑 그렇게 친해요?”“제가 어렸을 때부터 오빠는 늘 어른들 입에 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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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민초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모건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제일 좋은 거죠.”이모건은 어깨 위에 올려진 민초연의 손을 바라보며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그의 머릿속에는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걱정 마요. 초연 씨의 사촌오빠가 정말 다혜를 잘 챙겨준다면 저는 절대 방해하지 않을 거예요. 이 감정은 시간에 맡기려고 해요.”이 말은 그야말로 완벽했고 단 하나의 허점도 없었다.민초연조차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살짝 뭉클해졌다.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사실 모건 씨도 참 괜찮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인생에 등장하는 순서라는 게 정말 중요한 걸지도 모르겠네요.”그 말을 들은 이모건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민초연은 겉보기엔 털털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많은 걸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결코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모건의 눈에는 오히려 솔직하고 진심 어린 사람으로 비쳤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가끔 그는 민초연이 참 사랑스럽다고 느꼈다.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안다혜는 지금 병실에서 생사도 알 수 없는 채로 누워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다른 여자를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자신이라니, 그는 자신을 경멸했다.민초연의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의 가슴을 깊게 파고들었다. 이모건은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이 맞아요.”‘다음 생이 있다면 좋겠네.’이모건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은 그저 친구로서 조용히 안다혜 곁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고 그 이상은 감히 바라지도 않았다.“됐어요. 이제 호텔이나 찾고 여기는 다음에 다시 와요.”이모건은 캐리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곳에 더 머문다고 해도 안다혜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민초연은 엉덩이를 털며 일어나 손에 들고 있던 밀크티를 챙겨 뒤따랐다.이모건이 아무렇지 않게 커다란 캐리어 두 개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엄지를 치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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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사람들이 모두 병원 1층에 몰려 있었고 괜한 원한을 사기 싫어서 민초연과 이모건은 조용히 뒤쪽에 섰다.그때 의사 쪽에서는 여기저기서 울부짖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의사 선생님, 제발 좀 봐주세요! 저희 어머니 연세가 이렇게 많으신데, 내쫓으면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맞아요, 우리 아버지는 다리도 다치셔서 움직일 수도 없어요!”“병원에서 우리 돈 다 받아놓고 이렇게 내쫓는 게 말이 됩니까?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에요?”“맞아요! 원장님 나오라고 해요, 우리한테 제대로 설명 좀 하라고요!”“여긴 다 병 보러 온 사람들인데, 왜 우리만 안 받아줘요!”간호과장은 그런 사람들을 보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실랑이를 벌였는데, 이 사람들은 지치지도 않는 건지 짜증이 치밀었다.“그만! 떠들지 말아요!”그녀는 확성기를 꺼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 소란을 잠재울 수가 없었다.정말 너무 시끄러웠다.“여기는 병원이에요! 조용히 좀 하세요! 소란을 피우지 않으면 안 됩니까?”간호과장도 결국 화가 폭발했다.처음부터 잘못은 저 사람들이 했다. 그 ‘대단한 인물’을 구경하겠다고 몰려갔다가 나중에는 험한 말까지 쏟아냈다.그런데 고작 쫓겨난 정도라니, 오히려 그 인물의 성격이 관대한 편이었다.간호과장이 화를 내자 사람들은 잠깐 조용해졌지만, 자신들의 권리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누군가는 아예 짐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버텼다.“모르겠고요, 우리 같은 환자들은 이제 어디 가서 치료받아요? 돈도 다 냈는데, 왜 우리를 안 받아줘요?”“맞아요, 이건 사람 괴롭히는 거잖아요!”또 다른 사람이 외쳤다.“이 병원은 부자들만 이용하는 곳입니까?”“그래요! 우린 가난하지만, 낼 돈은 한 푼도 빠짐없이 냈어요!”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동시에 목소리를 높였고 간호과장의 목소리는 곧 소음 속에 묻혀버렸다.정말로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사태는 처음이었다.바로 그때, 갑자기 위엄 있고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돈은 다 냈다지만,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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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그는 지금까지 봐왔던 이름뿐인 원장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풍기는 기운 자체부터가 전혀 달랐다.나와서 단 몇 마디만으로도 사람들의 입을 완전히 막아버렸다.이모건은 그 점이 정말 의외였다. 하지만 뭐라 해도 이렇게 단호한 사람이 있다는 건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사람들도 원장에게는 확실히 겁을 먹은 눈치였고 어설픈 관리자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민초연과 이모건은 사람들 사이에 서서 원장이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두 사람은 자신들이 왜 거기서 발을 떼지 못하는지 몰랐다. 아마도 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쫓겨났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이전에는 이런 일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그들의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민초연은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이모건은 처음엔 그녀를 데리고 나가려 했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래, 방금 그런 일들을 겪었는데 잠시 마음을 식힐 필요도 있겠지.’그는 그렇게 생각했다.사실 민초연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일에 휘말려버린 게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 이렇게 잠시라도 안정을 되찾은 듯한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한편, 사람 중 일부는 원장의 말을 듣고는 눈치를 보다 조용히 물러갔지만, 대부분 사람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불만을 터뜨렸다.그들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은 돈을 내고 병 보러 왔을 뿐인데 왜 이런 식으로 내쫓겨야 하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이 병원은 개인 병원이 아니라 국가의 지원을 받는 병원이었다. 누구 한 사람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다.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높였다.“원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도 돈 내고 병 보러 온 건데 도대체 왜 내쫓으시나요?”한 남자가 먼저 나섰다. 사람들은 모두 불만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먼저 말하기는 두려웠던 참이었다.그런데 누군가 입을 여니 다른 사람들도 억눌렀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맞아요! 우린 정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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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원장을 본 순간, 안소현의 눈빛이 번쩍였다.원장이 윤해준을 대하는 태도로 보아 두 사람은 분명 서로 아는 사이였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처럼 특별 대우를 할 리가 없었다.원장은 M주에서도 꽤 유명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윤해준을 위해 이 정도까지 나선다는 건, 하나의 가능성밖에 없었다. 원장은 윤해준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 그 외의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안소현은 점점 더 궁금해졌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내면서 자신의 매부가 이렇게까지 능력 있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가족들조차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안소현은 안다혜조차 윤해준의 진짜 신분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물론 지금으로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최근의 모든 일들은 윤해준이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그래서 안소현은 마음속으로 윤해준이 한 모든 일을 반드시 안다혜에게 알려야 한다고 결심했다.그래야 안다혜가 깨어나면 자기 남자가 어떻게 자신을 배신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이렇게 생각하려니 안소현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안다혜가 불행해하는 모습을 보는 걸 가장 좋아했다.설령 나중에 안다혜가 깨어나더라도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그래서 행동은 빨라야 했고 안다혜가 깨어나기 전에 모든 걸 끝내야 했다.그래야 이후의 일도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고 지금처럼 매 순간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됐다.안소현은 주먹을 세게 쥐며 마음속으로 절대 안다혜를 깨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지금껏 쌓아온 모든 노력이 수포가 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했다.안다혜가 깨어나지 않는 지금, 모든 일이 놀라울 만큼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장애물도, 반대도 거의 없었다.하지만 안다혜가 깨어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은 다시 안다혜에게로 쏠릴 것이고 자신은 그저 존재감 없는 조연이 되고 광대로 전락할 게 뻔했다.그동안 안다혜가 의식이 없는 사이, 안소현은 이미 조금씩 태안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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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주어진 기회는 반드시 붙잡아야 했다.안소현과 허종혁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그 순간, 병원 로비 전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떠들던 분위기가 마치 누군가 리모컨으로 소리를 끈 것처럼 조용해졌다.안소현과 허종혁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둘 다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왜 이렇게 갑자기 조용해진 거지?’한편, 민초연은 놀라서 작게 비명을 내질렀다. 원장이 이렇게까지 준비가 철저한 사람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원장이 모든 사람의 얼굴을 일일이 찍어놓은 것이다. 대형 스크린에는 조금 전 안다혜의 병실 앞에서 조롱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재생되고 있었다.고화질 사진이라 그들의 비웃음과 경멸이 서린 표정 하나하나가 아주 뚜렷하게 잡혀 있었고 사각지대도 없었다.그 모습을 보고 이모건도 놀랐지만, 민초연이 더 투명하게 놀라며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다.“말도 안 돼요. 원장님이 이렇게 세심한 사람이었다고요?”“언제 저걸 찍은 거죠? 게다가 화질도 되게 좋아요.”이모건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때 현장은 엉망진창이었고 사람들은 호기심 반, 구경하고 싶은 마음 반으로 몰려들어 좀처럼 물러가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때 윤해준이 전화 한 통을 한 이후, 원장이 곧장 나타났고 마치 모든 걸 이미 알고 있는 듯 신속히 상황을 정리했다.도착도, 퇴장도 너무나 빠르고 정확했다.민초연이 감탄하며 내뱉은 말들이 이모건의 귀에 고스란히 들어왔지만,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마음속에는 원장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뿐이었다. 문제 해결 방식이 명확했고 단호하면서도 누구도 반박할 수 없게 만들었다.이모건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민초연은 감탄하는 데만 집중하여 이모건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녀는 그저 원장이 정말 대단한 분이고 나중에 이런 사람한테 많이 배워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때, 원장은 입을 꾹 다문 사람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아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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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민초연은 밖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놀랍게도 아직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 남자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그녀는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다.“아니, 모건 씨, 저 사람들 좀 봐요. 이 상황에서도 아직 저렇게 뻔뻔하다고요?”이모건도 놀란 기색이었다가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이번엔 초연 씨 사촌오빠가 능력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원장을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이 정도인 거예요.”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원장이 안 나왔으면요? 혹은 오늘 일이 평범한 사람에게 일어났다면요?”그 말에 민초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모건의 말이 옳았다. 만약 윤해준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이런 억울함을 당해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지금 이 상황에, 이렇게 명확한 증거가 눈앞에 있는데도 아직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니, 그 점이 민초연에게는 더욱더 충격이었다.심지어 원장 역시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돌아가려던 참이었는데 사람들의 뻔뻔한 태도에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자리에 남았다.사람 중 일부는 원장의 말에 공감했지만, 감히 나서서 편을 들지는 않았다.지난번의 사건으로 알수 있었다. 만약 윤해준이 정말로 원장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면 그를 거슬렀다가는 나중에 병원에 다시 오지도 못할 수도 있었다.결국, 사람들은 속으로는 분노했지만,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런 일에서는 항상 나서는 사람이 낭패를 보는 것이었다. 지금 말썽을 일으킨 남자가 바로 그 ‘나선 사람’이었다.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고 그 자신도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잠깐 당황한 기색이 비치더니 오히려 더 뻔뻔하게 굴었다.병원이 돈을 받았으면, 환자를 보는 건 당연한 일이고 자신이 뭐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합리화하며 점점 더 태도가 뻔뻔해졌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잘못한 건 당신들이잖아요! 왜 우리한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겁니까? 이 병원은 진짜 양심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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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내가 피해받은 그분이 아니라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겁니다. 만약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내가 아니라 그분이었다면 여러분은 지금보다 훨씬 더 끔찍한 결과를 맞이했을 겁니다.”그 말을 끝으로 원장은 소매를 휙 하고 털며 자리를 떠났고 남겨진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방금 원장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그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 누구도 쉽게 움직이지 못했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처음에 나서서 원장과 맞섰던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가족을 데리고 조용히 병원을 빠져나갔다.그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러웠고 마치 전부터 각오했던 사람처럼 보였다.그의 가족들도 처음에는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그가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자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제 나이도 찼으니 자기 행동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도 입을 꾹 닫았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특히 대형 스크린에 얼굴이 찍힌 사람들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도 없었다. 일부 가족들은 한숨을 내쉬며 자기 가족을 나무랐다.스크린에 잡힌 구경꾼들도 마찬가지였다. 입 한 번 잘못 놀렸다가 화를 불러올까 봐 그저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돈도 많지 않은데 계속 이곳에 남아 병원과 맞설 용기가 있을 리 없었다.아까 그 남자의 결말은 가장 분명한 경고였다.이곳에 남아봤자 얻을 것도, 바뀔 것도 없다는 걸 모두가 똑똑히 본 것이다.결국 사람들은 말없이 짐을 챙겨 병원을 나가기 시작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다음부터는 절대 쓸데없는 구경을 하지 않을게요.”곳곳에서 그런 다짐과 반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성인이 되었더라도 잘못한 일은 바로잡아야 했다. 이번 일 같은 상황에서 그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그 알량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면 다른 병원으로 쫓겨나는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간호과장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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