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사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두 사람의 행동은 그리 친밀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계속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게다가 어느 누가 사랑의 도피를 하는데 병원으로 오겠나.운전사가 더 묻기도 전에 안소현과 허종혁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어쩔 수 없이 운전사는 돈을 챙긴 다음 차를 몰고 이 소란스러운 곳을 떠났다.‘됐어. 나는 한낱 운전기사로 오는 길에 잡담을 나눈 것뿐인데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있겠어?’그렇게 생각하니 운전사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고 올 때처럼 긴장되거나 스릴 넘치는 기분은 전혀 없었다.한편 안소현과 허종혁은 계속 긴장한 채 뒤에서 민초연을 바짝 따라다니며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두 사람이 사라질까 봐 조심스러웠다.데스크 직원은 이상한 네 사람을 보며 의구심이 들었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특히 뒤에 있는 두 사람은 계속해서 앞쪽 둘을 슬쩍슬쩍 따라다니고 있었다.‘네 사람이 아는 사이인가?’안소현은 계속해서 허종혁이 길을 잃을까 봐 그의 팔을 끌고 다녔다.그렇지 않고 혹시라도 일이 벌어지면 그녀 혼자서 처리해야 하니까.안소현은 틈을 타 허종혁의 어깨를 톡톡 치며 눈짓으로 약을 가져왔는지 물었다.허종혁은 안소현의 뜻을 순식간에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져왔어.”안소현은 그제야 안심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안다혜가 윤해준의 손에 이끌려 해외로 간 후로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졌기에 많은 일들에 대해 정말 두렵고 걱정스러웠다.아마 대부분 상황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났기 때문인지도 몰랐다.그 생각을 하자 안소현은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윤해준은 대체 무슨 배짱으로 말 한마디에 정말로 안다혜를 다른 병원으로 옮긴 건지, 정말로 안다혜가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 봐 두렵지도 않은 걸까.하지만 안소현은 윤해준이 안다혜가 깨어나지 못하는 것보다 그녀를 잃는 고통을 더 두려워한다는 걸 몰랐다.윤해준은 안다혜의 오만한 자존심을 잘 알았기에 이런 일을 벌였다.안다혜에겐 침대에 누워 있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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