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641 - Chapter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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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하지만 뒤에 있던 두 사람이 그들 앞으로 걸어와 멈춰 서기까지 하자 민초연은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이 둘이 혹시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는 건 아닐까?’안소현은 재빨리 머리를 굴려 말을 못 한다는 듯 손을 내젓고는 허종혁을 끌어당기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민초연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의심이 점점 커졌다.“정말 이상하네.”다른 건 몰라도 등장과 퇴장이 너무 수상쩍었다.마치 모든 게 미리 계획된 것처럼.이모건은 민초연이 계속 멍하니 있는 걸 보고 호기심 가득 물었다.“왜 그래요? 계속 뭘 보고 있는 거예요?”민초연은 얇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방금 나타난 그 두 사람 이상하지 않아요? 게다가 내가 오빠 신분을 말했을 때 그 둘이 마치 엿듣는 것 같았어요.”그 말에 이모건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민초연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먼저 이렇게 물었다.“그럼 전에 본 적은 있어요? 아니면 기억 속 어딘가에 남아 있던 익숙한 사람이라든지.”민초연은 이모건의 질문에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져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기억나지 않아요. 딱히 기억도 없어요.”민초연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게다가 그렇게 꽁꽁 싸매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봐요?”이모건은 자기 이마를 툭 치며 성급했다는 걸 깨달았다.‘왜 이런 상황에서도 바보같이 구는 거야.’방금 그 두 사람의 차림새만 보고 보통 사람이 정체를 알아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게다가 지금은 뭘 하든 증거가 우선이니 함부로 말할 수도 없었다.“그럼 호텔로 갈까요?”이모건이 민초연의 의견을 구하듯 묻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우선 물건 두고 나머지는 나중에 얘기해요. 정리 끝나면 다시 다혜 보러 와요.”이모건도 마침 같은 생각이라 바로 동의했다.이곳에서 여러 소동이 벌어지는 걸 지켜봤지만 아직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해 답답하던 찰나였다.게다가 안다혜의 몸 상태가 정말 걱정스러웠다.다른 건 몰라도 대체 무슨 병이기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태 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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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말도 예쁘게 하고 얌전하며 말재주도 좋았다.이런 아이를 싫어할 어른이 어디 있을까.어린 안다혜도 그렇게 생각했다.안소현이 무엇을 하든 옆에 서 있으면 안다혜는 마치 떳떳하지 못한 사생아처럼 여겨졌다.하지만 크면서 점차 주위에 친구들이 생기니 안다혜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민초연이 그렇게 많이 아는 것도 어릴 적 안다혜가 많은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이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둘은 항상 가장 친한 사이였다.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비밀 기지로 찾아가곤 했기에 그곳에는 둘만의 추억이 너무나도 많이 담겨 있었다.이모건은 민초연이 한숨 섞인 표정을 짓자 속으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이 아가씨는 왜 항상 딴생각에 빠진 걸까?’집중력이 매우 부족한 사람처럼 보였다.하지만 이따금 딴생각에 빠진 모습이 그의 눈에는 오히려 귀엽게 비쳤다.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민초연이 아무런 권모술수도 부리지 않는 사람이라 함께 지내기 무척 편했다.지금의 이모건은 속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경멸하고 있었다.민초연을 향해 미소가 지어질 때마다 속으로 그런 자신이 무척 역겨웠다.분명 안다혜를 좋아하면서도 지금은 민초연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이러고도 사람이야? 왜 이렇게 쓰레기 같은 거야.’이런 생각이 들자 이모건은 이유 없는 죄책감마저 느껴졌다. 안다혜의 현재 상태를 모르기에 더는 이렇게 지낼 수 없었다.이건 선을 넘었다.이모건은 탁한 숨을 내쉬며 앞으로 민초연과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건 정말 적절하지 않았다.게다가 애초에 둘은 안다혜를 위해 함께 다닌 게 아니었던가.이모건은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두 사람의 모습이 병원에서 사라진 뒤에야 안소현과 허종혁은 비로소 병원의 어두운 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나올 때쯤 물건들은 이미 다 내려놓은 상태였다.워낙 날씨가 더운 데다가 이렇게까지 꽁꽁 싸매고 있으니 바보가 아니고서야 더위를 못 느낄 리가 없었다.허종혁은 가슴을 두드리며 다소 두려운 듯 물었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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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딱 한 번 약을 주사하는 건 딱히 힘든 일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예전에도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다만 이곳은 외국이라 위치만 달라진 셈이었다.안소현은 허종혁의 얼굴에서 어렴풋이 당황한 기색을 읽어냈다.그녀 역시 쉽지 않은 일이고 들키면 창피할 거라는 것도 알았다.안소현은 허종혁이 긴장을 풀도록 바로 그를 호텔로 데려가 잠을 재웠다.“자, 이제 당신이 할 일은 편하게 쉬는 거예요. 저녁이 되면 나와 같이 병원에 가요.”허종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걱정하지 마, 내가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안소현은 지금 그에게 당근을 주고 있었다.허종혁이 조금이라도 기운 빠지는 모습을 보이면 그녀는 적극적으로 그의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허종혁은 여전히 긴장했다.왠지 모르게 낮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밤이 되자 긴장이 밀려왔다.특히 상대방에게 들킬까 봐서 걱정이었다.‘그러면 어떡하지?’게다가 안소현의 모습은 꼭 확신에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허종혁은 자신이 없는 듯 물었다.“정말 이 일이 완벽하게 성공할 거라고 확신해?”“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사람 불러서 윤해준을 유인하면 그때 들어가서 빨리 끝내요.”“알았어, 네가 최대한 시간을 좀 더 끌어봐. 난 주사를 잘 못 놔.”안소현은 허종혁이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조금 짜증이 났다.“네, 알겠어요. 걱정 말아요. 내가 잘 지켜볼게요.”안소현은 이미 생각을 굳혔다. 어차피 윤해준을 유인만 하면 되니 때가 되어 김미진에게 연락해 윤해준에게 전화를 걸라고 시키면 그만이었다.하루 종일 지켜보니 윤해준은 안다혜를 정말 신경 쓰는 것 같았다.비록 안다혜가 의식불명 상태여도 무슨 일이 생기면 윤해준이 가장 먼저 달려와 그녀를 걱정했다.그러니 김미진이 전화를 걸어온다면 윤해준이 밖으로 나와서 전화받을 확률이 높았다.“일단 병원으로 가요. 내가 기회를 봐서 엄마한테 연락할게요.”허종혁은 이해가 안 됐다. ‘지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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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평소 안소혜의 모습과 전혀 다른 행동이었다.김미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귀하게 키운 아이라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김미진은 전화받은 후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왜 그래, 소현아?”안소현은 망설이며 말을 꺼냈다.“엄마, 다혜 얘기를 들었어요.”김미진은 심장이 철렁했지만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었다.“누가 너한테 말해줬는데?”그녀는 안소현에게 말한 적이 없는데 대체 안소현이 어떻게 이 일을 알게 된 걸까.게다가 알아낸 것도 모자라 먼저 찾아와서는 이 일을 언급하다니.‘좀 이상하네.’김미진은 의아했지만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안소현이 말을 마치길 기다렸다.안소현은 여전히 망설이며 말했다.“엄마,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내가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어요.”“뭔데?”안소현의 말투에 김미진의 마음도 덩달아 불안해졌다.나이가 들어서인지 안소현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에 이미 지쳐 있었다.게다가 상대도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김미진을 애태우며 말도 줄곧 하려다 마는 식이었다.아무리 성격 좋은 김미진도 지금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소현아, 나한테 말할 거면 제대로 말해. 망설이지 말고.”김미진의 목소리가 다소 엄하게 들렸다.“이러지 말고. 말할 거면 다 말해. 말하기 싫으면 그만둬. 내가 직접 알아볼 테니까.”젊었을 적 김미진도 이름 꽤 날렸던 인물인데 중년이 되었다고 한낱 어린 아랫것에게 휘둘릴 수는 없었다.안소현은 아직 그녀를 상대하려면 멀었다.젊었을 적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본 김미진에게 안소현은 어린아이 같은 존재일 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오히려 이렇듯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김미진을 매우 불쾌하게 했다.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자신이 딸에게 이렇게 우물쭈물 행동하라고 가르친 적은 없었다.김미진은 저도 모르게 예전의 안다혜가 떠올랐다.안다혜는 그녀 앞에서 자신의 고집을 지키며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하지만 안소현은 대부분 애교로 넘어갔고 그 외에는 정말로 생각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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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안소현은 가볍게 기침을 한 뒤 미리 준비해 둔 말을 모두 꺼냈다.“엄마,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말하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그 말을 듣자 김미진은 벌떡 일어나 허리를 곧게 현 채 이를 갈았다.‘얘는 대체 어떻게 된 게 반나절 동안 한마디도 못 해?’김미진은 이제 인내심이 바닥났다.“말하기 싫으면 끊어.”“잠깐만요. 엄마!”안소현은 시간을 재며 말했다.“엄마, 사실은 다혜가 너무 걱정되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아무도 모르게 제가 해외로 왔어요.”김미진은 안소현의 말에서 빈틈을 포착했다.“다혜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 어떻게 알고?”안소현은 심장이 철렁했다. 역시 김미진이다. 이렇게 빨리 그녀의 말에서 빈틈을 발견하다니.게다가 재빨리 되묻기까지 했지만 안소현도 여유롭게 대꾸했다.“엄마, 요즘 교통과 정보가 얼마나 발달했는데 제가 마음만 먹으면 당연히 알아낼 수 있죠. 게다가 정말로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됐어요. 빨리 찾을 수만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일 아니겠어요?”그 말을 듣고 김미진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 딸이 여우 같다는걸.종종 말하다 보면 아주 쉽게 안소현의 함정에 빠지게 되었고 게다가 걸려들었어도 미처 깨닫지 못할 때가 있었다. 바로 그 점이 가장 무서웠다.하지만 지금 김미진은 그런 것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그래, 그럼 지금 다혜의 상황을 알게 됐다는 거지?”다른 건 묻고 싶지 않았고 오직 안다혜의 현재 상태만 궁금했다. 무엇보다 안다혜를 보지 못한지 너무 오래됐으니까.안다혜에 대한 김미진의 죄책감은 커져만 갔다.심지어 안소현이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한 탓에 지나치게 많은 사랑을 쏟아 안다혜에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사실 이런 것들을 김미진도 다 알고 있었다.하지만 다 귀한 자식이라 안소현이 죽어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건강한 안다혜가 서러움을 겪어야만 했다.만약 민초연이 이 사실을 안다면 분명 김미진과 한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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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안소현은 병원에서 일어난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김미진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원장이 윤해준을 대하는 태도부터 윤해준의 오만한 모습까지.이것들은 모두 나중에 그가 안다혜를 속였다는 중요한 증거가 될 테니까.안다혜가 이 일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안소현은 과거 윤해준이 그들 앞에서 재벌이라는 말을 한 적이 전혀 없었다는 걸 떠올렸다.게다가 그녀는 윤해준 집안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이런 일들이 하나둘 쌓여가자 안소현은 점점 흥분되기 시작했다.‘이제야 윤해준의 비밀을 알게 된 건가?’안소현은 평소 윤해준이 보였던 오만하고 건방진 모습을 떠올렸다.이제 상대방의 작은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이걸로 그를 휘두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덧붙였다.“엄마, 이 병원은 M주에서 꽤 유명해요. 엄마가 알아서 잘 생각해 보세요. 윤해준은 우리에게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해요. 그렇지 않고서야 원장이 왜 뭐든 그 사람 말에 따르겠어요? 윤해준 뒤에 있는 세력 때문이겠죠.”그 말을 듣자 김미진은 제법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김미진은 지금 안소현이 이다음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궁금해졌다.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 처음으로 딸의 말을 진지하게 듣는 것 같았다.예전에는 안소현의 몸이 안 좋은 것에만 관심을 돌렸기에 이런 일에 대해서 안소현이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했다.무엇보다 안소현이 지금 해외에 있다는 건 안다혜의 현재 상황을 알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나.왠지 모르게 김미진은 마음이 조금 들뜨기 시작했다.안다혜가 안쓰럽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녀 역시 정신없이 바빴다.게다가 어떻게 다가가서 위로하고 걱정해 줘야 하는지도 몰랐다.안다혜는 이미 어른이 되어 자신만의 성숙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안소현보다 더 마음이 놓이는 것도 사실이었다.비록 안다혜가 안소현보다 조금 어리긴 해도 김미진은 그렇게 생각했다.오랜 시간 동안 김미진은 진심으로 안다혜가 걱정되고 안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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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오랜 시간이 흐르니 상대방 마음을 읽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엄마, 뭘 걱정하시는지 알아요.”안소현이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서진우만 해도 바로 그런 예시였죠. 다혜가 어떻게 그 남자에게 속았는지 잊으셨어요? 마지막엔 만나는 동안 쓴 돈 하나하나 다 따졌잖아요.”안소현이 혀를 차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탄식했다.“이 일이 만약 소문나서 남이 들으면 얼마나 창피해요.”“입 다물어.”김미진이 참지 못하고 꾸짖자 안소현은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김미진이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서진우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그동안 서진우가 어떤 사람인지 안소현도 꿰뚫어 보았다.그저 허세만 부리는 남자라 아무런 능력도 없었다.듣기론 서림 그룹에서 무슨 일을 벌이는지 한동안 대외적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민성 재벌가에는 온통 그에 관한 얘기로 시끌벅적했다.이번에는 정말로 정신을 차렸다나 뭐라나.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어떤 유흥업소에서도 서진우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다들 서진우가 정말로 변한 건지, 아니면 뒤늦게 양심에 찔린 건지 추측하기 바빴다.그걸 떠올리자 안소현도 의구심이 들었지만 애초에 그녀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고 별로 상관도 없었다.지금 그녀의 신분으로는 기껏해야 강 건너 불구경하는 정도였다.서진우는 안소현에게 있어 그저 한낱 광대일 뿐이었다.허종혁도 단지 조력자일 뿐 진정한 약혼자로 여겨본 적이 없었다.지금까지 안소현은 허종혁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정말 웃기는 소리였다. 결혼한다 해도 그 상대가 허종혁은 아니었다.적어도 외모는 윤해준보다 훨씬 뛰어나야 했다.안다혜가 가진 건 그녀도 반드시 소유해야 하니까.다른 건 몰라도 절대 안다혜에게 뒤처져서는 안 됐다.한편 김미진은 안소현을 꾸짖은 뒤 마음속으로 이미 후회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미 뱉은 말을 되돌릴 수가 없었고 그녀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말을 바꾸는 대신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됐어. 다혜와 서진우 일은 이미 지나간 거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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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안소현의 목소리가 순간 멈칫하더니 곧이어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엄마, 이건 엄마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거잖아요?”그 말을 듣고 김미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이 딸을 대하는 태도를 정말로 바꿔야 할 것 같았다.“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니?”김미진도 바보가 아니었다. 안소현이 이렇게까지 말한 걸 보면 분명 부탁할 게 있다는 소리였다.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빙빙 말을 돌리며 살갑게 굴지도 않았을 테니까.그제야 김미진은 큰딸이 생각했던 것보다 단순한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다.그래서 딸이 자신도 모르는 깜짝 놀랄 만한 일을 준비하는 건 아닌지 알고 싶어서 이렇게 물었다.이건 딸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안소현이 보여주는 태도가 다소 의외였다.안소현은 김미진의 질문에 십중팔구 넘어왔다는 걸 알아차렸다.이러면 앞으로 진행할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김미진의 성격도 안소현은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흥미를 느끼기만 하면 그 뒤에 할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는 걸.“엄마, 지금 제가 여기 있잖아요.”안소현이 웃으며 말했다.“그냥 매부한테 전화해서 다혜 상태가 궁금하다고 말씀하세요.”“그렇게 한 다음엔?”김미진은 이해가 안 됐다. ‘그렇게 해서 윤해준의 목적을 알 수 있다는 건가?’안소현이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전혀 감이 안 잡혔다.심지어 무슨 의도인지도 잘 이해가 안 갔다.안소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기 너머로 진지하게 말했다.“엄마, 제 말 한 번만 믿어 주세요. 게다가 지금 윤해준이 다혜를 여기로 데려왔잖아요. 우리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요.”안소현이 잠시 멈칫했다.“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엄마도 아시잖아요. 전 의사의 지시를 따르는 거예요.”의사가 한 말이라는 소리에 김미진은 예전에 윤해준이 안소현에 대해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게다가 안다혜는 지금 아무 문제도 없는데 그 의사 말도 반박할 수 있다는 뜻 아닌가?’하지만 이내 안소현이 덧붙였다.“윤해준이 다혜의 목숨을 갖고 장난치는 게 아니고 뭐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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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이제 윤해준을 떼어놓는 건 문제가 없었고 허종혁이 무사히 들어가서 약물을 주사하기만 하면 되었다.그 생각을 하니 안소현의 말에 들뜬 기색이 묻어났다.곧이어 안소현은 자신의 계획을 모두 김미진에게 털어놓았다.“일단 윤해준한테 전화해서 받는지 안 받는지 확인해 봐요. 안 받으면 엄마가 나한테 다시 전화해요.”“네가 직접 만나러 가는 거야?”안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때 제 번호로 연락하면 제가 휴대폰을 윤해준한테 넘길게요.”김미진이 생각해 보니 이 방법이 확실히 통할 것 같았다.마침 그녀도 윤해준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많았다.하나밖에 없는 딸을 대체 무슨 속셈으로, 어디로 데려가려는 건지 말이다.게다가 정말로 딸을 속이려 한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안소현과 김미진은 이야기를 마친 뒤 전화를 끊으려 했다.“엄마, 매부한테 전화하는 거 잊지 마세요. 저는 우선 병원에서 기다릴게요. 만약 이상한 일이 생기면 저한테 전화하세요. 제가 휴대폰을 윤해준에게 넘겨줄게요.”안소현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엄마도 묻고 싶은 말이 많을 거예요.”김미진은 딸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안소현이 이렇게 마음을 써주니 딱히 할 말도 없었다.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고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안다혜의 상황을 알게 된 것만으로 충분했다.이렇게 보니 오히려 이득이었다.김미진은 늘 이랬다. 다른 사람들보다 일을 가볍게 넘겼고 그다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안 그러면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일에 무너져버렸을 거다.이 모든 것은 김미진이 그간 겪어온 수많은 사건 덕분이었고 그 덕에 그렇게 빨리 성장할 수도 있었다.그게 아니면 이렇게 행동하는 게 불가능했다.안소현은 전화를 끊자마자 재빨리 병원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허종혁에게 문자를 보내 아직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약은 단 하나뿐인데 들키면 괜히 약만 낭비한 셈이었다.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테니 이대로 낭비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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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당시 안소현이 조금 불쾌해하는 걸 눈치챘지만 그녀가 아무리 기분 나빠해도 허종혁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장난칠 수는 없었다.생명은 매우 소중하고 단 하나뿐인데 죽으면 정말로 끝이었다.허종혁도 바보가 아니었다. 이 일 때문에 자신의 앞날을 망칠 필요는 없었다.결국 안소현은 불쾌해하면서도 현재의 방안을 제시했다.즉 그녀가 윤해준을 유인하는 동안 허종혁이 그 틈을 타 행동을 개시하고 일이 끝나면 서둘러 빠져나오는 것이었다.지하실에는 허종혁이 갈아입을 옷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모든 것이 완벽하게 짜여 있어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허종혁조차 일이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다고 생각하며 은밀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망설이고 있던 허종혁은 안소현의 메시지를 보고 다시 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내용만 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주관이 없는 사람이라 아직도 장차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안소현과의 결혼조차 부모님이 먼저 결정한 일이었다.사실 허종혁에겐 선택할 권리가 전혀 없었지만 이미 병원 문 앞까지 왔으니 이제 와서 포기하는 건 불가능했다.허종혁은 결국 떨리는 손으로 안소현에게 답장을 보냈다.[알겠어. 네 연락 기다릴게.]그는 탁한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조금 더 미룰 수 있겠네.’지금 허종혁은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안소현의 말을 따르는 게 나을 것 같았다.부모님도 그렇게 당부하지 않았던가.그렇게 생각하니 허종혁은 순간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졌다.이 나이를 먹도록 자기주장 한번 고집한 적도 없이 남이 정해준 길만 따라서 살아왔다는 게.허씨 집안 두 어르신이 없다면 그 역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닐까.허종혁은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의 온갖 잡생각들을 떨쳐내려 했다. 더 이상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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