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741 - Chapter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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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1화

무슨 일이든 항상 진지하게 임하는 이 집사가 곁에 있어 마음이 든든할 때가 많았고 그리 외롭지 않게 느껴졌다.뭘 하든 뒤에 든든한 버팀목이 있는 듯했다.어린 안다혜는 살짝 미소 지으며 자기 할아버지를 보듯 이 집사를 바라보았다.“이 집사님, 고마워요.”그 말에 이 집사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작은 아가씨, 그런 말은 절대 하지 마세요. 이 모든 건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제 본분을 다할 뿐입니다.”어린 안다혜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해도 저는 이 집사님보다 더 적절한 사람은 찾을 수 없을 거예요. 뭐든 제 마음에 꼭 들게 하시니까요. 단순한 고용관계가 아니라 저희는 가족이자 파트너예요.”그 말에 이 집사의 마음도 따뜻해졌다.이게 안소현과 안다혜의 다른 점이었다.한 명은 제멋대로에 잔인한 수작을 부리지만 다른 한 명은 순진하고 무심해 보이지만 사실 마음이 섬세하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했다.둘 중 누가 더 높은 곳으로 오를지 이 집사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다만 눈치 없는 엄마가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김미진이 안다혜에게 조금 더 잘해주길 바랐다.그러면 안다혜 성격상 나중에 그녀에게 크게 보답할 게 분명하니까.손해 볼 일 없는 투자나 다름없다.그 생각에 이 집사는 새삼 김미진이 안타까웠다.안다혜 같은 든든한 조력자를 제 발로 차버렸으니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을 것이다.‘사모님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이 집사는 직접 차를 몰고 어린 안다혜를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오전에 수업이 있어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도 수업 시간에 맞춰 돌아와야 했다.원래 같았으면 학교 차량이 따로 배정되어 있어 이 집사가 안다혜를 학교까지 데려다줄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안다혜가 매번 일찍 시험을 마치고 나와 남은 학생들은 모두 시험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 안다혜 혼자만 데려다줄 수가 없었다.대회에 참가한 횟수가 많아지며 안다혜는 비결을 터득했다.이 집사가 밖에서 기다리면 혼자 지루하게 대회장에서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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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어쩌다 운 좋게 민초연 같은 절친이 생긴 건지.안다혜는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따뜻한 감정이 스쳤다.몇 년간 그녀에게 위안이 되어준 사람이 바로 절친 민초연이었다.그때 문득 민초연이 말을 꺼냈다.“다혜야, 오늘 우리 학교 강당에서 행사가 있어. 한청대 교수님 강연이라고 하던데 같이 갈래?”어린 안다혜는 거절하려 했지만 민초연의 반짝이는 큰 눈을 보니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그래, 알았어.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까 밥 먹고 같이 가자.”그 말을 듣고 민초연은 매우 기뻐하며 안다혜를 껴안은 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역시 다혜가 최고야.”어린 안다혜도 다정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민초연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안다혜는 옆에서 두 사람의 우정을 감탄하던 중 갑자기 머릿속에 뭔가 떠오른 듯했다.한청대 교수가 여기로 온다는 건...그 생각을 하자 안다혜의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한동안 안일하게 시간을 보내다 사고가 난 게 언제였는지 잊고 있었다.안다혜의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두려움이 밀려왔다.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지금이 사고가 벌어진 그날이었고 즉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었다.그 생각에 안다혜의 가슴속에서 억누를 수 없는 설렘이 솟구쳤다.누군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면 몸이 살짝 떨리고 있다는 것도 눈치챘을 것이다.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일을 진지하게 되돌아본 적이 없었다.서진우라고 확신한 후로는 그에게 잘해줄 생각만 했으니까.모든 정황이 그를 가리켰고 안다혜도 서진우라고만 생각했지 그 일의 진위를 따져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그럴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지금 보면 서진우와 기억 속 그 사람은 많은 게 달랐다.그전까지는 미처 깨닫지 못해 단순히 기분이 안 좋아 짜증을 내는 거라고만 여겼다.아니면 도와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잊어버린 걸지도 몰랐다.그렇게 생각하며 안다혜는 줄곧 서진우에게 이 일에 관해 묻지 않았고 절망적인 이별을 겪게 되어서야 상대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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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두 사람이 즐겁게 식당으로 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거운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어린 시절의 자신이 그 고통을 다시 겪는 모습을 직접 보는 건 그야말로 사형이나 다름없었다.그전까지는 이 문제를 깨닫지 못했지만 이제 알게 되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이후 안다혜는 그들과 함께 식당에 들어가지 않았다.두 사람이 저렇게 다정하게 이야기하는데 굳이 들어가 방해할 필요가 있을까.식사를 마친 후 어린 안다혜는 민초연과 헤어졌다.헤어질 때 민초연이 아쉬워하자 그 모습을 본 어린 안다혜는 웃음이 나왔다.“됐어. 오후에 강당에서 보기로 했잖아. 이대로 영영 못 보는 것도 아니고.”그 말을 듣고 민초연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네 말이 맞아. 오후에 또 만나겠네. 밥 먹는 동안 깜빡했어.”어린 안다혜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얼른 수업하러 가. 오후에 공지 기다리자.”“그래.”민초연의 달콤한 미소는 안다혜의 먹구름이 드리운 마음을 순식간에 맑게 했다.‘됐어,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잖아.’모든 걸 다 겪어왔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나.원래 한 치 앞을 몰라서 더 재밌는 게 인생이라 굳이 망설일 게 없었다.어린 시절의 자신도 이미 모든 걸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어른인 지금 못할 게 또 뭐가 있을까.‘아니면 지금 내가 어린 시절보다 못하다는 건가?’그 생각이 들자 안다혜는 고개를 저으며 식당 밖에서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다.그렇다. 올 것은 반드시 온다.그 천재지변 속에서 다행히 민초연은 무사했다.안다혜는 주변 사람들이 무사하기만 하면 홀로 모든 걸 감당할 수도 있었다.오후.하늘이 왠지 모르게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다.먹구름이 짙게 드리워 구름이 당장이라도 눈앞에 덮쳐올 듯했다.심지어 한쪽은 맑고 다른 쪽은 비가 오는 양극단의 날씨가 공존했다.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이유 없이 불안해졌다.“이게 무슨 일이지?”“평소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좀 무섭네.”“그러게, 비가 오려는 건가?”“왠지 그런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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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4화

안다혜는 알고 있었다. 이건 평범한 비가 아니라는 걸.이 재앙 속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그 남자 덕분이었다.그가 아니었다면 폐허 속에서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멀쩡히 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 남자 덕분이었다.또다시 같은 의문이 들었다.‘과연 서진우가 맞을까?’안다혜는 주먹을 꽉 쥐었다. 곧 답을 알게 될 것이다.그래도 지금처럼 제삼자의 시선으로 이 재난을 바라보는 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마치 어릴 적 느꼈던 숨 막히는 감각이 다시 찾아온 듯 너무 무서웠다.하지만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마주하는 것뿐이었다.주위가 소란스럽고 사람들이 불안에 떨며 논쟁하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데 한청대 교수의 강연 취소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갑작스러운 날씨에 기상청도 어찌할 바를 몰랐고 그들조차 원인을 알 수 없었다.정말로 급작스러운 변화였다.순간 안다혜는 이 광경을 보며 이 시기로 다시 온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아니면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이런 시선으로 모든 걸 바라보는 건 정말 무력하기만 했다.혼자서 가장 북적이는 사람들 한가운데 서 있었지만 그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도, 그들에게 재난을 피하라고 알릴 수도 없었다.그저 이 모든 걸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한편 어린 안다혜도 강당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휴대폰을 자주 보지 않아 약속 시간이 다가오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다.보통 앞당겨 도착하는 게 습관이었고 상대가 민초연이라 이번에 더 일찍 갔다.민초연을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고 민초연도 시간 맞춰 오는 사람이었다.그래서 먼저 가서 자리를 잡은 뒤 민초연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극단적인 날씨를 보면서도 어린 안다혜의 마음은 별다른 파문 없이 평온했다.강연을 연다고 했으니 분명 미리 일기예보를 보고 결정한 거라 생각했다.‘평범한 인간이 위의 결정에 간섭할 필요가 있을까.’안다혜는 그들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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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민초연은 물건을 챙겨 막 나가려던 찰나 밖의 날씨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룸메이트도 계속 말렸다.“초연아, 밖에 날씨가 이런데 어디 가려고?”“한청대 교수님 강연에 가야 해.”민초연은 다소 둔감해서 밖의 날씨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저 비가 오기 전의 평범한 자연 현상이라고 생각했다.민초연의 룸메이트는 그녀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이런 날씨에 어딜 나가려고 그래? 지금은 억지 부릴 때가 아니야!”민초연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하지만 친구가 강당에서 기다리고 있어. 지금 당장 가야 해.”친구들이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친구한테 문자라도 보내면 안 돼?”“그래, 서둘러. 날씨가 저러면 얌전히 집에 있는 게 맞아. 어디도 가지 마.”“맞아, 게다가 한청대 교수님 강연은 나중에 또 볼 기회가 있을 거야. 목숨은 하나뿐이잖아.”다들 밖으로 나가려는 민초연을 계속 말리며 외출하지 못하게 했다.그들은 평소 민초연과 사이가 좋았고 무엇을 가져오든 항상 서로 나눠주곤 했다.그렇기에 더더욱 민초연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민초연은 평소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도 많았고 다들 그녀와 어울리길 좋아했다.“초연아, 고집부리지 마. 오늘 무슨 말을 해도 우리는 네가 이 문밖을 나가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야.”친구들이 단호한 모습을 보였고 누군가는 두려운 듯 구석에 웅크리고 있자 민초연도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점차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뭔가 생각했던 것만큼 단순하지 않은 것 같았다.민초연은 나갈 생각도 접고 서둘러 안다혜에게 조심하라며 얼른 돌아가라고 문자를 보냈다.절대 밖에 머물지 말라고 했다.지금 밖이 이렇게 위험한데 안다혜 그 바보가 계속 강당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봐 걱정되었다.‘내가 안 가고 다혜 혼자 거기 있으면 어떡하지?’그 생각을 하니 민초연은 울음이 터지기 직전이었다.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겨우 떨리는 손으로 안다혜에게 문자를 보냈다.[다혜야, 아직 강당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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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6화

이렇게 조금씩 쌓여서 지금의 성취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안다혜는 한순간도 느슨해질 수가 없었다.한편, 민초연은 안다혜가 어떤 습관을 지닌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답장이 없는 건 분명 문제를 풀고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절대 이럴 리가 없었다. 평소에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서로의 감정 변화를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안다혜를 신경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민초연은 기숙사 안에서 안절부절못했고 창가로 다가가 먹구름 낀 하늘을 보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늘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얼마 되지 않는 사이에 어쩌다 하늘이 이렇게 완전히 새까매진 걸까.민초연은 휴대폰을 한 번 더 확인했지만, 안다혜는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시간을 보니 아직 오후 한 시였다.‘이게 정말 정상인 걸까? 정말 그냥 비가 오려는 징조인 걸까?’민초연은 두 손을 모아 가슴 앞에 놓고 기도했다.“제발 오늘은 그냥 흐리고 비 오는 날일 뿐, 재앙이 발생하지는 않기를. 우리 다혜는 반드시 무사할 거고 아무 문제도 없을 거야. 하느님, 제발 제 소중한 친구를 꼭 지켜주세요.”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친구들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민초연을 밖으로 내보내는 건 말 그대로 그녀를 위험으로 밀어 넣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렇다고 평소에 늘 밝은 모습인 민초연이 이렇게까지 마음 졸이는 걸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어찌 됐든 그녀 역시 살아 있는 한 생명이 아닌가.그 시각, 안다혜는 영혼의 모습으로 민초연의 곁에 서서 그녀의 초조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그제야 사고가 났던 그때, 자신이 민초연을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그녀는 민초연이 일부러 자신을 바람맞힌 거로 생각했다. 심지어 이미 밖으로 나왔으면서도 강당에 오지 않은 거라고 오해했다.사고 후, 그 오빠에게 구출되어 간신히 살아난 뒤, 안다혜가 가장 먼저 본 얼굴은 바로 민초연이었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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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7화

지금 여기서 이렇게 걱정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없고 아무 의미도 없었다.“알겠어. 그래도 전화는 몇 번 더 해볼게.”민초연은 친구들의 말대로 더 이상 밖으로 뛰쳐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안다혜에 대한 걱정도 멈출 수 없었다.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안다혜는 이 순간 계속 마음에 걸리던 서운한 감정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그럼 그렇지, 민초연이 자기를 버릴 리는 없었다.날씨는 점점 더 악화하고 있었고 예식장 안에는 다섯 명의 학생만 남아 있었는데 그 안에는 안다혜도 포함되어 있었다.한 장의 시험지를 다 풀고 난 뒤, 그녀는 주변 학생들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발견했다.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내 이상함을 느꼈다.‘시험지를 한 장이나 다 풀었는데 민초연이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거지?’평소 같으면 벌써 왔어야 했다. 둘 사이에는 적어도 한 장의 시험지를 다 풀 시간 안에는 반드시 도착하는 게 약속이었다.그리고 어린 안다혜도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민초연이 아무리 늦어도 시험지 한 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그녀 앞에 나타났다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오늘은 너무 이상했다.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민초연은 나타나지 않았다.그제야 안다혜는 생각이 났다.‘휴대폰을 한번 확인해볼까? 혹시 초연에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 걸까?’카톡 목록에 스무 개가 넘는 메시지가 쏟아지는 걸 본 안다혜는 벌떡 일어섰다.처음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바깥 날씨가 정말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비 오기 전의 평범한 징조가 아니었다.나머지 네 명의 학생들도 점점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어쩌지? 밖이 이래서 함부로 나가기가 무서워.”“진짜 무슨 일 나는 거 아니야?”“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날씨가 왜 갑자기 이렇게 변했지?”“그러니까. 한청대 교수님도 강연을 취소한다는 말은 없었는데.”네 사람은 하나로 모여 서로 붙어 서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안다혜가 멍하니 서 있는 걸 보고 그제야 예식장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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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어린 안다혜가 발을 들어 움직이려는 순간, 바닥의 균열이 점점 더 커졌다. 아마 그녀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위험 지역의 중심인 것 같았다.곧 어린 안다혜 주변의 바닥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녀에게는 대응할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다른 네 명의 학생들도 그걸 보고 다가가려 했지만, 그들 주변 역시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왜 이러는 거야? 바닥이 왜 갑자기 갈라지기 시작하는데?”“살려줘, 나 아직 어린데, 나 죽기 싫어.”“나 아직 충분히 살지도 못했는데, 이게 뭐야? 누구 없어요? 우리 좀 살려줘요!”안다혜 쪽이 더 위험했다. 그녀가 막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던 때 그녀는 그 학생들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녀 앞의 바닥이 너무 빠르게 무너져내렸기 때문이다.결국 어린 안다혜는 아래로 그대로 떨어졌다. 그리고 밖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심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하늘은 무서울 만큼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모든 변화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것 같았다.어린 안다혜가 아래로 떨어지는 그 순간, 민초연의 심장이 갑자기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녀는 벌떡 일어서더니 창문 쪽으로 미친 듯이 뛰어갔지만, 폭우에 시야가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혹시 그녀의 정신 상태가 이상해진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 시작했다.“민초연, 너 괜찮아? 왜 갑자기 뛰어온 거야?”“밖에 지금 폭우 내려. 너는 나갈 생각하지 마. 그건 절대 불가능해.”민초연은 그 말을 듣자 오히려 더 크게 자극받은 듯 머리를 흔들었다.“다혜는 어디 있어?”“지금 강당 쪽은 어떻대? 아는 사람 있어?”민초연의 목소리는 울먹이며 떨리고 있었다.이런 민초연의 모습은 그들 모두 처음 보는 것이었다. 모두가 안다혜가 민초연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평소 사람들은 두 사람이 그냥 겉으로만 친해 보이는 정도일 거로 생각했었다. 둘 다 부잣집 자녀이니 그저 가벼운 우정 정도라고 여겼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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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안다혜는 마치 투명한 존재가 된 것처럼 서 있는 것도 완전한 방관자의 시점이었다. 마치 자신은 이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잠깐 이 세상에 놀러 온 사람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구경이나 하라고 주어진 시간이 아니었다. 안다혜는 어린 안다혜의 무력한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다.비록 결국 누군가에게 구출될 것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 직전까지의 시간은 어린 안다혜에게 가장 괴롭고 힘겨운 순간이었다.그녀는 처음 무너질 때부터 네 명의 다른 학생들과 함께 떨어지지 않았다. 붕괴가 일어난 그 순간, 이미 두 팀으로 갈라져 버렸다.지금의 어린 안다혜는 말 고립되어 도와줄 사람이 한 명도 곁에 없었다.강당은 유럽풍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로, 둥근 지붕에 하얀 벽으로 되어 있어 학생들의 눈에는 평소에도 아주 인상적인 건물이었다.그리고 이 건물은 학교의 상징적인 구조물 중 하나이기도 했다.많은 학생이 평소 이 강당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인증사진을 남기곤 했다. 비록 이곳이 고등학교라 해도 여기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부유하거나 머리가 아주 비상한 학생들이었다.그래서 교장도 휴대폰 반입을 굳이 막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상징적인 건물이 무너져 내린 순간, 교장은 자신의 교육자 인생은 여기서 끝났다고 직감했다.‘이 많은 건물 중 다른 곳은 멀쩡한데 하필 강당만 무너졌다는 게 말이 되는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어린 안다혜는 아래로 깊게 떨어지지 않았는데 건물의 바로 밑부분으로 떨어져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옅은 색의 교복은 한순간에 본래의 색을 잃고 진흙 빛으로 완전히 물들어버렸다.그녀는 팔에 힘을 주어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자신은 이게 겨우 열몇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였다.절대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세상은 이렇게 넓고 보고 싶은 것도 많고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포기한다는 건 도저히 안다혜답지 않았다.어린 안다혜는 이를 악물고 일어섰지만 바로 위에서는 무언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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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경찰서, 신문사, 그리고 정부의 사람들도 모두 몰려왔다. 아무래도 이번 천재지변은 민성에서 발생하긴 했지만, 핵심 위치가 바로 이 학교였기 때문이다.수많은 전문가조차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를 설명할 수 없었다.평소 이 학교는 그다지 눈에 띄는 곳도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일어난 변화는 민성 전체는 물론 위쪽 고위층들까지 모두 주목하게 했다.이번 사건으로 이 학교는 단숨에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한편 기숙사에서는 날씨가 갠 것을 본 민초연이 바로 밖으로 뛰쳐나갔고 곧장 강당 방향으로 달려갔다.친구들은 더 이상 그녀를 막지 않았다. 사실 원래라면 민초연은 훨씬 더 일찍 뛰어나갔을 것이지만 주변 친구들이 그녀를 막고 있었기에 가지 못했다.따뜻한 햇볕이 온몸에 닿자 학생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했다. 조금 전의 모든 상황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일어난 일은 너무 빠르게 지나갔고 끝난 것도 너무 갑작스러웠다.먹구름이 뒤덮였을 때 일부 학생들은 심지어 세계 종말이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그런데 다시 해가 떠오르자 학생들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이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고 아무 이상도 없다는 사실에 자신들의 손, 발을 계속 확인했다.그 광경을 보며 학생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정말 다행이었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고 모두가 살아 있었다. 최소한 내일의 태양은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한편 민초연은 밖으로 달려가 강당 근처까지 도착했다. 멀리서 보아도 교직원들, 경찰, 구조대원들, 기자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게 보였다.아까 해를 보고 모든 게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던 마음은 그 순간 완전히 무너져버렸다.문밖으로 나서면 당연히 멀쩡한 안다혜가 자기 앞에 서 있으리라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예식장 앞의 이 인파는 뭐고, 자신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그 높고 웅장했던 강당 건물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민초연은 긴장하여 침을 삼키고는 무거워진 발걸음을 앞으로 한 걸음씩 내디뎠다.그녀는 꼭 움직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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