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771 - Chapter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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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안다혜는 문득 줄곧 궁금해하던 윤해준의 첫사랑이 떠올랐다.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자신이 아닌지 싶었다.다만 윤해준은 조금 전 폐허 속에서 그들이 아주 오래전에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그게 언제일까? 왜 나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걸까?’뭐가 됐든 안다혜는 지금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이렇게 오랜 세월을 헤매고 돌아다닌 끝에 그녀가 보답하고 싶었던 사람이 여전히 자신의 곁에서 심지어 남편이 되어 있었다.말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겠지만 다행히 하늘이 그녀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었다.아직 늦지 않았다.누가 자신을 해치려 했는지 알아낼 기회도 있었다.그 외에는 더 많은 시간을 윤해준에게 쏟고 싶었다.오랫동안 그를 오해했으니 이제는 그를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그게 당연한 거니까.그러면서 차츰 두 사람 사이를 유지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지금 안다혜의 마음과 두 눈에는 온통 달콤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빨리 현실로 돌아가고 싶었고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기 싫었다.알고 싶었던 일들은 거의 다 알아냈고 남은 건 그녀가 직접 조사해야 할 일이었다.여기서 계속 시간을 허비한다면 그건 생명을 낭비하는 거나 다름없으니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안다혜가 속으로 불평하는 사이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익숙한 느낌이 밀려오자 안다혜는 두려움보다 오히려 기쁨이 더 컸다.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고 머릿속도 점점 맑아져서 온몸이 편안하고 홀가분했다.‘그렇다면 이제 현실로 돌아가는 건가?’그 생각을 하자 안다혜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당장 윤해준을 만나고 싶었고 1분 1초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이런 지루한 일들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현실 속 윤해준이 과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오랜 시간 만나지 못해 정말로 그리웠다.게다가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이 그토록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윤해준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완전히 달라졌다.‘윤해준, 기다려 줘.’순간 안다혜의 눈앞이 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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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그 점은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허종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다혜야. 네가 오해한 거야.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하지만 안다혜가 그에게 기회를 줄 리 없었다.그녀도 이미 알아차렸다. 지금 자신이 병실에 있다는 사실을.안다혜는 곧바로 밖을 향해 소리쳤다.“누구 없어요? 안에 도둑이 들어왔어요. 빨리 와주세요.”자신은 병상에 있었고 몸이 무기력하게 축 늘어져 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이는 자신이 한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다는 증거였다.지금으로서 최선의 방법은 상대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 것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쪽은 그녀일 테니까.이전의 기억에서 벗어나자 안다혜는 지금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매우 신경 쓰게 되어 위험이 따르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아직 윤해준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목숨을 헛되이 버릴 수는 없었다.상대방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었고, 그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도 이제야 깨달았다.아직 윤해준과 제대로 이야기해 보지도 못했는데 무의미한 일에 목숨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이렇게 생각할수록 더 많은 시간을 자신에게 쏟아붓지 않았던 예전의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미래의 자신과 윤해준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남들 때문에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을 것이다.윤해준은 밖에서 통화를 하던 중 김미진이 할 말이 없는데 억지로 말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조금 전 안소현의 얼굴에 담겼던 미소를 떠올리자 남자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곧장 병실로 향했다.그러자 안소현이 막아섰다.“이봐요. 뭐 하는 거예요? 엄마랑 얘기도 다 안 끝났는데 우리 엄마를 존중하지도 않는 거예요?”윤해준이 날카로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다혜가 무사하길 기도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죽여서 함께 저승으로 보낼 거니까.”안소현은 윤해준의 위압감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곧 김미진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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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그러니까 이 모든 상황이 연이어 꾸며낸 함정이었다.윤해준은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하고 허종혁에게 다가가 왼손으로 주먹을 날린 뒤 그대로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한 번에 이어지는 동작은 마치 흐르는 물처럼 매끄러웠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윤해주의 깊은 목소리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끔찍해 마치 방금 지옥에서 기어 나온 사람 같았다.안다혜가 깨어났다는 걸 보고 무척 기뻐하며 엄청난 환희에 빠져 있었다.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허종혁이 여기 있는 걸 보고는 들뜬 마음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윤해준은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인지 가슴이 들썩거렸다.안다혜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윤해준이 이를 눈치채고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자신의 몸에 기대게 했다.안다혜의 따뜻해진 몸을 만지면서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 기분이었다.‘꿈이 아닌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 깨어난 건가?’안다혜는 윤해준의 몸이 살짝 떨리고 있음을 알아차렸다.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안다혜를 힘껏 끌어안고 조금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안다혜의 눈시울이 젖어 들었다.그동안 자신이 윤해준에게 이토록 큰 존재가 되었을 줄은 전혀 몰랐다.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기에 상대가 정말 윤해준이 맞는 지도 의심스러울 정도였다.비록 전에도 잘해주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마음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이 모습을 본 안다혜는 다소 놀라웠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서둘러 떨어지려고 했다.그렇지 않으면 허종혁이 또 무슨 핑계를 댈지 몰랐다.안다혜가 나지막이 말했다.“해준 씨, 나 좀 놔줘요. 사람들이 보잖아요.”윤해준이 요란한 소동을 일으킨 탓에 많은 사람이 목격했고 외국인 의사까지 따라 들어왔다.안다혜가 깨어난 걸 보고 그 역시 매우 놀랐다.“세상에, 이건 기적이야. 이 환자가 어떻게 깨어난 거지?”그 말을 듣고 안소현은 크게 벌어졌던 입을 겨우 다물었다.안다혜가 깨어난 지금의 상황은 그녀에게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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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윤해준도 이를 알아차렸다. 안다혜가 막 깨어난 상태라 분명히 부끄러워할 거란 생각에 결국 손을 놓았다.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안다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안다혜는 슬쩍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지금 윤해준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사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자신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렀던 탓에 이제는 윤해준의 곁을 떠나기 싫었다.특히 그가 자신을 구해준 그 오빠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더욱 그랬다.안다혜는 더 이상 윤해준의 곁을 떠나기 싫어하는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고 볼수록 그가 더 마음에 들었다.예전에는 특별한 감정이 없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그 감정이 유독 강렬하게 느껴졌다.윤해준은 안다혜의 손을 꼭 잡은 채 아직도 땅에 엎드려 울부짖는 허종혁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혜야, 저 사람이 뭘 하려고 했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말하며 윤해준의 목소리는 한층 더 낮게 가라앉았다.온몸에서 위험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어투만으로도 허종혁은 놀라서 몸이 흠칫 떨리며 바닥에 엎드린 채 계속 소리쳤다.“윤해준 씨, 이게 무슨 뜻입니까?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무슨 근거로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단정하는 거죠?”허종혁은 온몸으로 바닥에 엎드린 채 요란하게 소리를 질렀고 그 모습에 안소현은 기가 막혔다.‘아니라고만 말하지 말고 그럴듯한 변명이라도 하지. 계속 저렇게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게다가 증거도 사람도 다 여기 있으니 현행범으로 잡힌 거나 다름없잖아. 이 지경이 됐는데도 변명이나 하고 있네.’안소현은 여기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꽉 막힌 병실을 보며 단념했다.누가 봐도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윤해준이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을 터였다.안소현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이 억지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윤해준은 허종혁의 말을 듣고 매우 기가 차 바닥에 떨어진 주사기를 집어 들었다.“그럼 이게 말해봐. 이게 뭔지.”허종혁은 깜짝 놀라 주사기를 되찾으려 했지만 윤해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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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다른 건 몰라도 지금 주도권이 누구 손에 있는지는 뻔한데 허종혁의 의견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오히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였다.참으로 흥미로운 상황이라 외국인 의사가 전문 용어로 말했다.“선생님께서는 알 수 없는 액체가 든 주사기를 들고 우리 병원에 나타나셨으니 병원에서는 환자 안전을 위해 조사할 권리가 있습니다.”그 말을 듣고 허종혁은 더욱 당황스러웠다.“여긴 당신들 영역인데 가져가서 다른 용도로 쓸지 누가 알겠어요? 아니면 다른 걸 섞어서 나한테 뒤집어씌우면 어떡해요?”그 말을 듣고 안소현은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생각과 달리 허종혁이 위기 상황에서 제법 머리를 굴려 빠져나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어쨌든 여기는 상대방의 영역이라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하물며 그들이 다른 일을 꾸미려 한다면 더더욱 막을 수 없었다.외국인 의사는 억지 부리는 허종혁의 모습에 다소 화가 치밀었다.“선생님, 저희 실력은 의심하셔도 진정성까지 의심하시면 안 되죠. 저희는 경찰 측과 협력하는 병원이고 경찰에서 감정이 필요한 물건들은 대부분 우리 병원으로 보냅니다.”제이슨은 화가 났다.그들 병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인데 이 남자가 함부로 모욕하는 걸 절대 허용할 수가 없었다.그러다 쓸데없는 소문이라도 나면 더 이상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치료할 수가 없을 테고 병원도 더 이상 열지 못할 수도 있었다.‘일부러 영업 못 하게 하려고 이러는 건가?’그 생각에 제이슨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함께 온 교수도 표정이 일그러졌다.안소현은 이상함을 눈치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곳은 타인의 영역이었고 그녀는 지금 중점 관찰 대상이었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허종혁이 이미 들킨 상황에서 그녀까지 연루된다면 남아있던 희망마저 사라지고 앞으로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도 없어진다는 걸 안소현도 잘 알고 있었다.그 생각에 그녀는 허종혁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이 상황을 모면할 수 없다면 희생양을 만들 수밖에.허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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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허종혁은 갈비뼈 쪽에 은은하게 쑤시는 듯한 통증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아마 걷어차여서 부러진 것 같았다.“원래 그런 거잖아!”그는 날카롭게 소리쳤다.“네가 생각해 봐. 당신들은 전부 한 가족이고 나는 외부인이잖아. 그러니 당신들에게 내가 괴롭힘을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이 말을 들은 안다혜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질 뻔했다.“그 말인즉 형부도 자신이 외부인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네요?”비웃음을 띤 안다혜의 눈빛과 마주친 허종혁은 드물게 기가 죽은 모습을 보였다. 다른 사람들과 마주할 때는 아무렇지 않은데 이상하게 안다혜를 보면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졌다.안다혜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사실 그는 여기에 CCTV가 없다는 걸 믿고 이렇게 설치고 있었다. 만약 CCTV가 있었다면 그는 절대 이렇게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허종혁은 안다혜의 말에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도 몰라 멍하니 있었지만, 안다혜는 그를 신경 쓰지 않는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이 주사기도 형부가 가져온 거잖아요. 우리는 애초에 이런 걸 쓴 적도 없어요.”안다혜는 미묘한 뉘앙스로 말했다.“처음에 이걸 내 몸에 주사하려고 했었잖아요. 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저도 참 궁금하네요.”“내 몸에 주사하려고 했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윤해준은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허종혁에게 한 번 더 발길질할 뻔했다. 조금 전 너무 약하게 찬 것 같아 후회되었다.‘이걸 다혜의 몸에 주사한다고? 여기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데?’이런 생각이 들며 윤해준의 가슴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자신이 무능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이 밀려왔다.게다가 갓 깨어난 그녀가 혼자서 허종혁을 상대해야 했다.그 생각에 윤해준은 기분이 가라앉아 우울해졌고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곁에 있던 안다혜는 이를 눈치챘다. 그녀는 윤해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바로 알아차렸고 괜스레 마음이 아려왔다.안다혜는 윤해준의 손을 꽉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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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안소현은 이상한 느낌에 괜히 팔을 문질렀다.안다혜는 신경 쓰지 않고 외국인 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생님, 번거로우시겠지만 이거 가져가서 검사해 주세요.”허종혁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안다혜가 먼저 말을 이었다.“그리고 혹시 누가 결과를 못 믿겠다거나 우리가 조작했다고 의심한다면 그 사람도 함께 가서 직접 결과를 보도록 하세요. 경찰서 사람들이 동행하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안다혜는 체면 따위 전혀 봐주지 않았다.“어떤 사람들은 하수구에 있는 벌레 같은 존재라서 한번 달라붙으면 떼어내기도 힘들고 괜히 피해만 받게 되니까요.”이 말을 들은 허종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안다혜가 지금 말하는 사람이 바로 자기라는 건 너무도 뻔한 사실이었다. 이 와중에도 눈치를 못 챈다면 그야말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멍청이일 것이다. 안다혜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허종혁을 웃는 얼굴로 내려다보았지만, 그 표정에서는 한기가 느껴졌다.“그러니 허종혁 씨, 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가서 결과를 확인해도 됩니다.”안다혜의 웃는 얼굴을 마주한 허종혁은 몸이 떨렸다. 그는 이 여자가 좋은 마음으로 이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내내 떨칠 수가 없었다.안다혜의 성격대로라면 진작에 그에게 어떻게든 복수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웃고 있으니 허종혁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계속 가슴이 철렁했다.안소현은 멍하니 서 있는 허종혁을 바라보며 속이 답답했다.‘이 남자는 어쩜 이렇게 하나도 쓸모가 없지. 일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 아직도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건가?’언제나 이렇게 쭈뼛거리기만 하는 모습이라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다.아무리 거부하고 싶어도 허종혁은 결국 윤해준 쪽 사람들에게 끌려갔다. 나중에 감정 결과에 문제가 생겼을 때 허종혁이 도망가 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윤해준도 그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에 허종혁 쪽에 사람을 여러 명 붙여 철저히 관리하게 했다. 만에 하나 도망치기라도 하면 이 인간은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가서 통제하기도 힘들게 될 것이다.이제는 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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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근데 내가 깨어났는데도 왜 언니는 별로 기뻐하지 않는 거 같지?”이 말에 안소현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나... 나 볼일이 좀 있어서.”안소현은 허종혁을 떠올리며 급히 핑계를 댔다.“너도 봤잖아, 종혁 씨가 네 남편한테 끌려가는 거. 그 사람이 무슨 잘못을 했든 내 약혼자인 건 변함이 없으니까.”안소현은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그래도 가서 보는 게 낫겠지.”그러자 안다혜가 불쑥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언니도 인정하는 거네. 허종혁 씨가 한 짓이 언니랑도 상관이 있다는 거지?”이 말을 듣는 순간, 안소현의 발걸음이 그대로 멈춰 섰다.그녀는 비웃음이 분명 담긴 웃고 있는 안다혜의 표정을 바라보며 이를 부서질 정도로 악물었다.안다혜는 원래 이런 식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언제나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지만 정작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사람을 진흙탕에 처박아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특히 우월감이 배어 있는 도도한 태도는 보기만 해도 몹시 불쾌했다.그래서 안소현은 언젠가 안다혜의 이 가식적인 가면을 산산조각 내서 발밑에 두고 짓밟고 싶다고 생각해왔다.그래야만 모두가 안다혜의 위선적인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안다혜가 모두를 속이고 다니게 둘 수는 없었다.안소현은 자신이 안다혜의 말에 말려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 이 병실 안에는 다른 사람들도 함께 있는 상황이라 이 자리에서 그냥 빠져나가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상황을 파악한 안소현의 표정은 미묘하게 달라졌고 결국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 맞아.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거야. 하지만 나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안다혜가 말을 끊었다.“괜찮아. 언니가 무슨 뜻으로 말한 건지 다들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안다혜는 웃으면서 말했다.“나중에 가서 방금 언니가 한 말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안다혜의 태도를 보면서 안소현은 괜히 가슴 한편이 불편해졌다.이상하게도 굉장히 찝찝했다. 그렇지만 뭐가 잘못된 건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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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왜 갑자기 나한테 고맙다고 하는 거예요?”안다혜는 두 사람 사이가 전에 비해 많이 가까워졌는데 왜 갑자기 사이가 멀어진 사람처럼 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마치 서로를 잘 알고 지내지 않았던 남처럼 느껴졌다.안다혜는 영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윤해준은 그녀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안다혜를 꼭 끌어안은 채 전혀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윤해준의 행동에 안다혜는 점점 숨이 막혀 왔다. 그녀는 윤해준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해준 오빠, 왜 그래요?”윤해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팔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안다혜가 막 말을 꺼내려던 순간, 목덜미 쪽에 뜨거운 것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바로 그때, 안다혜는 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녀는 이런 윤해준의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낯설게 느껴졌다.안다혜의 기억 속에서 윤해준은 늘 아주 강한 사람이었고 이렇게 무너진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무슨 일이 닥쳐도 절대로 당황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 지금처럼 눈물을 보이는 모습은 상상도 못 했다.그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안다혜의 가슴까지 뜨겁게 달구는 듯했다.윤해준은 숨을 내쉬고는 안다혜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다정아, 너무 보고 싶었어. 앞으로는... 절대 나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응?”이렇게 안다혜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그녀를 꽉 끌어안고서야 윤해준은 비로소 이 모든 것이 진짜라고 느낄 수 있었다.그전까지는 마음 한구석에 내내 꿈 같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안다혜와 조금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고 단 한 순간도 떼어놓지 않고 꼭 붙어 있고 싶었다.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서야 안다혜도 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잠깐의 이별이 그에게 남긴 상처와 후유증이 너무 컸던 모양이었다.그래서 이렇게까지 불안해하고 다시 잃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이다.안다혜는 윤해준이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그녀의 마음속에는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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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하루하루를 어떻게 지내왔는지도 실감이 안 나. 매일 네 옆모습만 바라보면서 끝없는 절망 속에 빠진 것 같았어.”안다혜는 그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고 마음이 아팠다.예전의 윤해준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적도 없었고 언제나 감정을 마음에 묻어두는 타입이었다.그런데 지금의 윤해준은 너무도 직설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고 있어서 안다혜조차 그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버거울 정도였다.안다혜도 마음이 괜히 먹먹해져서 말했다.“알겠어요. 봐요, 나 이렇게 깨어났잖아요? 나는 아주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은 느낌이에요. 꿈속에서 예전에 내가 겪었던 많은 일들을 다시 보게 되었거든요.”말하다 보니 안다혜는 방금 한 말이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아니에요. 이건 그냥 꿈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윤해준은 자신도 확신이 없어 보이는 안다혜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의문이 생겼다.“그게 무슨 뜻이야?”안다혜는 맑고 단호한 눈빛으로 윤해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방금 내가 한 말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꿈에서 본 일들은 전부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라는 확신이 들어요.”윤해준은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어서 흥미를 느꼈다.“네가 하는 말들이 다 진짜야?”안다혜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 진짜예요. 왜냐면 그 일들은 전부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겪어 온 일들이었고 게다가 예전에 내가 그냥 지나쳐 버렸던 것들까지도 전부 보게 되었거든요.”이 말을 들은 윤해준의 가슴속에서도 은근한 기쁨과 기대가 피어올랐다.‘다혜가 예전의 일들을 전부 기억해 낸 건 아닐까?’안다혜는 기대에 찬 윤해준의 눈빛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나 다 기억났어요.”순간, 윤해준의 눈빛이 살짝 떨렸다. 설마 안다혜가 정말로 기억을 되찾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그렇다는 건 그동안 자신이 쏟아온 모든 노력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는 안다혜가 그때 그 순간을 영원히 잊고 살아가리라 생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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