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781 - Chapter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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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1화

“나도 이것저것 꼼꼼히 조사해 봤는데 공교롭게도 서진우는 정말 그 몇몇 아이들 사이에 있었고 오빠는 없었어요.”윤해준은 몹시 안타까워하는 안다혜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조여 오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다음은?”안다혜는 말을 이었다.“그 뒤에 기억을 더듬어 보니까 오빠는 그 다섯 아이 중 한 명이 아니더라고요. 심지어 교장 선생님조차도 오빠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내가 그때 오빠를 아무리 찾아도 못 찾아낸 게 당연하게 된 거죠. 오빠는 애초에 기록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윤해준은 순간 말문이 턱 막혀 버렸다.그때 그는 그저 그 학교에 잠깐 들렀을 뿐이었다. 학교 강당은 원래 그가 좋아해서 자주 머물던 곳이었고 그 건물 또한 전부 윤해준의 가문에서 투자한 곳이었다.그래서 그곳에 있어도 굳이 누구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교장조차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교장은 내내 밖에 노출된 다섯 명의 학생만 있다고 생각했고 그를 애초에 인원수에 넣지도 않았다.하지만 공교롭게도 그가 쉬고 있던 장소는 그 당시 안다혜가 서 있던 자리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래서 둘이 함께 아래로 떨어지게 되었고 그사이에는 건물 잔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버렸다.그 잔해들은 전부 고층에서 떨어져 내려온 것들이었다.그런데 이런 일들, 특히 그 사고 자체는 윤해준 본인도 도무지 설명할 수 없었다.윤해준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자연재해라고 하기엔 실제로 무너진 건 그 강당 하나뿐이었다. 그렇다고 인재라고 보기에도 잘 지어진 강당 하나를 통째로 무너뜨릴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있을 리도 없었다.게다가 무너지기 전 나타났던 기이한 현상들은 분명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었고 모두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장면이었다.이는 절대 누구도 속을 수 없이 실제로 발생한 일이었다.이후 윤해준의 가문 사람들은 소문이 밖으로 새는 걸 막기 위해 이 일을 일절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어쨌든, 그때 그는 집안의 유일한 상속인이었고 이런 일이 밖에 알려지면 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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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당연하지!”윤해준은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나랑 서진우는 완전히 달라. 난 네가 나한테 그런 식의 감정을 갖는 건 싫어.”그는 바보가 아니다. 안다혜가 깨어나기 전부터 자신에게 품고 있던 그 묘한 감정을 모를 리 없었다.분명 예전이랑은 달라져 있었다. 윤해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고 마치 자신이 그녀의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이런 눈빛을 윤해준은 예전의 안다혜에게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방금 안다혜가 예전의 일을 언급하니 윤해준으로서는 그녀가 그때의 일 때문에 은혜를 갚으려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온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서진우야말로 가장 좋은 예였다. 은혜를 갚으려는 그 마음 때문에 지금 그는 완전히 버려진 셈이니까 말이다.윤해준이 온갖 쓸데없는 상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쌍의 부드러운 손이 그의 얼굴을 탁 감싸 쥐더니 위아래로 마구 문질러졌다.“그만해요. 내가 오빠한테 느끼는 감정은 서진우한테 느꼈던 거랑 완전히 달라요.”윤해준의 눈이 반짝였다.“정말이야?”안다혜는 아직도 못 믿겠다는 듯한 그의 표정을 보며 조금 화가 났다.“그야 당연하죠. 왜 나를 못 믿어요?”“왜냐면 예전의 넌 내 앞에서 그런 눈빛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으니까.”안다혜가 깨어난 뒤로 윤해준은 더 이상 마음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생각나는 대로, 느끼는 대로 그냥 다 내뱉었다.이렇게까지 솔직한 윤해준을 보고 있자니 안다혜는 부끄럽고도 민망해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오랫동안 마음속에서 드는 별별 생각을 다 정리하고 나서야 그녀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는 내 마음을 전부 다 오빠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오빠한테는 첫사랑이 있었잖아요. 그게 난 계속 마음에 걸렸어요.”이 말을 들은 윤해준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으로 안다혜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오해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윤해준이 해명하려고 뭐라 말하려는 순간, 안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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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특히 안다혜가 없는 날들...윤해준은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런 삶은 그에게 있어 악몽이나 다름없었다.그는 인생 전체가 칙칙해지고 빛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느꼈다. 매일 눈을 뜨고 감는 순간까지 항상 혼자였다.그에게 그런 나날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삶이었다. 안다혜가 곁에 없으니 하루하루가 전부 똑같이 지루하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그런 날들을 윤해준은 진저리나게 겪어 온 것이다.이제야 겨우 안다혜가 자기 곁으로 돌아왔는데 그런 그녀를 다시는 잃어버릴 수 없었다.반면 안다혜는 윤해준의 말을 듣고 그대로 멍하니 굳었다. 알고 보니 전부 다 자신의 건강을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었다.괜히 자신만 쓸데없이 오해하고 혼자서 생각이 많았다. 문제는 자신에게 있었다.“알겠어요. 이해했어요. 그래도 의사한테 검사받는 게 맞는 거죠. 오빠 말이 맞아요.”안다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윤해준은 그런 그녀를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두 사람의 사이는 예전과 비교하면 몇 단계는 더 가까워진 상태였다.“걱정하지 마. 먹을 건 이미 다 준비해 놨어. 내가 전부 다 미리 생각해 뒀어.”그 말을 들은 안다혜는 고개를 들어 윤해준의 곧고 반듯한 옆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안도감을 느꼈다.역시 윤해준 곁에 있으면 이렇게 많은 걸 스스로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런 일들은 원래부터 그에게 맡기고 안심했어야 했다. 애초에 그녀가 괜히 마음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었다.윤해준 곁에 있는 한 그녀는 마음 편히 아이처럼 지내도 괜찮았다.“네, 알겠어요.”윤해준은 안다혜를 다시 눕혀 편히 쉬게 한 뒤, 호출 버튼을 눌러 의사를 불렀다.외국인 의사 제이슨은 원래 감정센터 쪽에 있었다. 허종혁이 했던 몇 마디 때문에 그는 이번 감정 결과에 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이 일 하나 때문에 괜히 병원 이미지에 흠집이라도 난다면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그런 상황을 그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이 병원에서 오랫동안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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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허종혁을 여기 묶어 둔 사람은 윤해준 쪽이었다. 게다가 제이슨은 허종혁의 저 뻔뻔한 태도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렇게 묶어 두는 편이 오히려 더 안전했다. 모두를 위해서도 그게 나았다.허종혁은 자신의 이간질이 먹히지 않은 데다가 약물이 이미 감정 센터로 보내진 상황이라 점점 더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다른 건 제쳐 두더라도 지금 그는 외국에 있는 처지였다. 만약 이 일이 드러나면 당연히 자국의 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밖에 없다.그런데 허종혁은 눈앞의 경찰들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곧 눈치챘다. 몸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이 영 달랐는데 만국의 군대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오히려 화국에서 길러진 정예 군인들에게서나 느껴질 법한 피비린내 나는 기세가 느껴졌다.이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허종혁은 등골이 오싹했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한 것이다.역시 예전에 아버지가 했던 말이 맞았다.자기는 애초에 안다혜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일을 한 번 겪고 나니 뒤늦게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안다혜 곁에 있는 그 남자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단순한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그와 안소현은 그 사람을 너무 가볍게 본 셈이었다.하지만 지금 와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한들 이미 후회할 틈조차 남지 않았다.기회는 이미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시간은 그렇게 흘러가 버렸고 정말 뒤늦게 후회한다 한들 이제 와서 달라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허종혁은 몸을 약간 떨면서도 애써 담담한 척 버티며 말했다.“그래서, 당신들은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겁니까. 날 여기 가둬 두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거 몰라요? 나중에 가서 고소당할까 봐 무섭지 않습니까?”이 말을 듣고 제이슨은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이 남자는 정말 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도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꼭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어린애 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다.제이슨이 보기에 그는 결코 이런 일을 처음 겪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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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이제는 결과가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가서 허종혁이 무슨 말을 하든 아무 소용도 없을 것이었다.모두 여기 모인 건 감정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제이슨이 오히려 허종혁보다 더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입은 겨우 막아 둘 수 있어도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막을 수 없는 법이다.이런 종류의 일은 어쩔 도리가 없다.두 사람이 각자 초조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시곗바늘이 조금씩 움직일수록 주변 사람들까지 전부 기다리다 지칠 지경이 되었다.심지어 허종혁조차도 이제는 긴장보다는 초조함이 더 커졌다.그는 속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제발 이 사람들이 다 멍청이라서 이 약이 뭔지 전혀 알아보지 못했으면 좋겠다.’같은 말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고 나서야 허종혁은 겨우 숨을 좀 고를 수 있었다.아직 안도의 한숨을 다 내쉬기도 전에 안쪽에서 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결과 나왔습니다.”이 말을 듣자 허종혁과 제이슨은 동시에 그쪽을 바라보았다. 다만 두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의 의미는 완전히 달랐다.한 사람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다른 한 사람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제이슨은 매우 기뻤다. 줄곧 왜 안다혜가 계속 깨어나지 못하고 혼수상태에 있는지 그 원인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 것 같아 마음에 걸렸었다.그런데 이 약물이 그 답을 알려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윤해준에게도 확실한 설명을 해 줄 수 있고 자신의 업계 평판도 확실히 지켜 낼 수 있다.이제는 더 이상 예전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사실 처음 화국에서 검사했을 때 아무것도 못 찾아냈다. 그래서 만국으로까지 와서 새 장비로 다시 검사했는데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이 일 때문에 제이슨은 꽤 오랫동안 우울감에 시달려야 했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는 곧 진짜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반면, 허종혁은 자신의 앞날을 생각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이 약이 뭔지 그는 누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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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허종혁은 지금 이 상황에서만큼은 안소현이 제발 정신을 차리고 오만하게 굴지 않기를 바랐다.이미 일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만약 이 와중에 또 생각 없이 입을 놀리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멍청한 짓이 아닐 수 없었다.하지만 안소현은 그저 비웃듯 허종혁을 힐끗 한 번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그냥 사실대로 얘기하면 될 일이죠. 환자가 내 친동생이라는 이유로 나랑 억지로 엮으려 하지 마요. 나는 무조건 사실만 말할 거니까요.”안소현은 마치 대단히 정의로운 사람이라도 되는 듯한 태도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 모습에 제이슨조차도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지금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안소현은 제이슨이 아직도 가만히 있는 걸 보더니 먼저 다가가 재촉했다.“저기요, 선생님. 왜 아직도 결과를 안 보세요? 분명히 말하는 데 제 동생은 막 깨어난 지 얼마 안 됐어요. 동생이 성격이 좋은 걸 핑계 삼아서 함부로 대하려고 하시면 곤란해요.”마치 전부 다 동생을 생각해서 하는 말인 것처럼 안소현은 온전히 친동생 편에 서 있는 언니의 모습으로 굴었다.하지만 이런 행동이야말로 허종혁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는 점점 더 불길한 예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짙어졌다.“안소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허종혁은 거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좋게 말할 때 제대로 말해. 너 지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고!”안소현은 양옆에서 붙잡고 있던 사람들의 손을 뿌리치고 두 팔을 가볍게 껴안으며 더 이상 가식적으로 굴 필요가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별다른 뜻은 없어요. 그냥 진실의 편에 서 있는 것뿐이에요.”안소현은 일부러 억울한 기색을 지으며 말했다.“난 그저 저 약이 뭔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요. 그거 말고는 다른 뜻 없어요.”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마치 자신이 가장 억울한 사람인 양 행동했다.이 모습을 보고 허종혁의 가슴은 서서히 싸늘하게 식어 내려갔다.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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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하지만 직업윤리 때문에 제이슨은 안소현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이런 느낌을 받는 건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함께 온 경찰 역시 안소현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이 괜히 불편해졌다.그녀는 마치 두꺼운 가면으로 진실된 표정을 가리고 있는 사람 같았다.“다만...”제이슨이 한마디를 덧붙였다.“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해 두세요. 지금 같이 와 있는 저 남자분은 감옥살이를 피하긴 힘들 겁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제이슨은 자리를 뜨려 했지만, 안소현은 그 말에 저도 모르게 뒤로 두 걸음 물러섰고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하고 물었다.“뭐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허종혁은 그런 안소현을 보면서 이 여자가 정말 연기 하나는 끝내준다고 느꼈다. 모든 걸 다 알면서도 여기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연기를 하고 있었다.정말 지독하게 위선적인 인간이었다. 자기가 이런 꼴이 된 건, 전부 다 이 여자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지금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도 애틋한 척 연기를 하고 있으니 이런 모습을 보고는 아무도 그녀를 믿어주지 못할 것이다.허종혁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참 연기도 잘해. 그게 다 너한테 돌아갈까 봐 걱정되지도 않아?”안소현은 그 말을 듣고도 마음속으로는 비웃었으나 겉으로는 전혀 흔들림 없었다. 어찌 됐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자신과 상관없는 일로 만드는 것이었다.안소현은 의아한 듯 웃으며 말했다.“종혁 씨,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난 분명히 계속 당신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요. 아까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머릿속이 완전히 새하얘졌어요.”말을 이어 가는 동안, 그녀의 눈가에는 금세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난 정말 당신이 이런 짓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진짜 너무 충격이에요.”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허종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은 감옥에 가더라도 좋으니까 안소현도 편하게 지내지는 못하게 하리라 다짐했다.결국 다 같이 끝장을 보는 결과로 치닫게 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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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이 사람이 건드린 상대가 또 엄청난 분이거든요. 분명 여러분도 챙겨 줄 겁니다.”이 말을 듣고서야 경찰들도 한결 마음이 놓였다. 원래는 일이 좀 까다로울까 봐 걱정했는데 지금 보니 그야말로 괜한 기우였다. 뒤에 이렇게 큰 인물이 버티고 있다면 더 이상 눈치 보며 일할 이유도 없었다.경찰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바로 수갑을 챙겨 의자에 앉아 있는 허종혁 쪽으로 걸어갔다.“수사에 협조 좀 부탁드립니다.”이 장면을 본 허종혁은 눈을 크게 치켜떴다. 설마 진짜로 자기를 이렇게까지 대할 줄은 몰랐다.“당신들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허종혁은 눈을 크게 부릅떴고 아직도 이 사람들이 정말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있었다.안소현조차도 다소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윤해준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대담하게 나오는 걸까? 아까 그 의사 때문인가? 제이슨인가 뭔가 하는 그 사람이 정말 이렇게까지 힘이 있는 사람인 건가?’안소현은 입술을 꽉 깨물며 속으로 확신하지 못했다.허종혁이 뭐라고 떠들든 경찰들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당신이 어떤 신분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방금의 약물이 증인의 진술에 따르면 분명 당신이 가지고 들어온 것이고 당신과의 연관성도 아주 큽니다. 그러니까 규정대로 당신은 저희와 함께 가서 조사받아야 합니다.”경찰들이 이렇게 밀어붙이자 허종혁은 속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안소현, 너 정말 나를 모른 척할 작정이야?”허종혁은 안소현 쪽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나랑 너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내가 전부 다 까발리면 어쩔 건데?”허종혁의 눈빛이 매서워지자 안소현도 속으로 흠칫 놀랐다.이 남자는 어찌 되었든 자기 비밀을 꽤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진짜 입을 열어버리면 분명 자신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어떤 식으로 생각하더라도 자기에게 유리할 리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안소현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경찰 앞으로 성큼 다가가 말했다.“여러분, 혹시 오해가 있는 건 아닐까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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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어쨌든 여기는 남의 구역이니까 어쩔 수 없었다. 가기 전에 안소현은 휴대폰에 저장된 한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고 그렇게까지 하고 나서야 그녀는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그 사람이 문자를 보고 예전처럼, 어릴 때처럼 사람을 바로 보내 주기를 바랐다.한편, 제이슨도 안다혜의 병실로 돌아왔다.윤해준이 그를 보며 말했다.“잘 왔어요. 다혜의 몸 상태를 좀 봐주세요.”제이슨은 그 약물에 관한 이야기를 윤해준에게 먼저 전하려고 했었지만, 윤해준의 말을 듣고 자신이 여기로 온 목적을 떠올리게 되었다.그는 이마를 치며 말했다.“네. 제가 먼저 살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안다혜가 깨어난 뒤로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터져 버린 탓에 가장 먼저 안다혜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게다가 허종혁이라는 사람이 옆에서 계속 날뛰고 있어서 이렇게 미뤄지고 말았다.제이슨은 황급히 손에 들고 있던 감정 서류를 내려놓고 바로 안다혜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안다혜의 눈 상태를 확인하고 청진기로 심장박동을 들어보고 맥까지 짚어 본 뒤에야 모든 게 안정적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안다혜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외국인 의사가 이렇게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겸한 식의 진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보기에는 정말 실력자 같았다.안다혜는 윤해준을 바라보았다. 그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게 눈에 보여서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윤해준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는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살짝 고개를 저었다.이렇게 해서라도 윤해준을 안심시키고 조금이라도 덜 걱정하게 해 주고 싶었다.윤해준은 그런 안다혜의 미소를 보고는 숨을 한 번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어쨌든 지금 이렇게 안다혜가 눈을 뜨고 깨어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다시 지난 시간으로 돌아가 버리면 그때는 정말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릴지도 몰랐다.소중한 사람을 잃는 일을 절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일은 정말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었다.제이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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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해준 씨,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윤해준은 침대에 앉아 안다혜를 안고 있다가 제이슨의 말을 듣고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렸다.기분이 조금 나아진 터라 짧게 대답했다.“말해요.”“약물의 감정 결과가 나왔습니다.”이 말을 들은 안다혜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정말 그 약물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고 싶었다.그리고 허종혁이 왜 그걸 자기 몸에 주사하려고 그토록 애를 쓴 건지도 알고 싶었다.‘설마 그 안에 들어 있는 게 나를 혼수상태에 빠뜨리는 물질이었던 건가?’이런 생각이 든 안다혜는 마음 한편이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 어쨌든,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었기 때문이다.자신은 아무 짓도 한 게 없는데 왜 이런 일을 벌인 건지, 허종혁이라는 인간은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런 짓을 하려던 건지 안다혜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 이유도 알 수 없었다.‘그 두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깊은 원한이 생겼길래 나를 이렇게까지 미워하는 걸까?’제이슨은 두 사람을 한 번씩 바라본 뒤 머릿속으로 말을 정리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감정 결과 이 약물은 법적으로 금지된 약품으로 확인되었습니다.”윤해준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래서 그 약은 뭐에 쓰는 겁니까?”그의 목소리에서는 꾹꾹 눌러 담은 분노가 느껴졌다. 조금 전 이 약물이 안다혜의 몸에 주사될 뻔했다는 사실만 떠올려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아까 허종혁을 너무 약하게 때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사람들이 감히 이렇게 악랄한 약품을 안다혜에게 주사하려 했다. 평소에 이런 인간들을 너무 봐준 탓일지도 몰랐다.처음부터 기선을 제대로 제압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지도 몰랐다.안다혜는 자신이 곁에 두고 소중히 품어 주기만 해도 모자랄 사람인데 그런 그녀가 이런 자들에게 함부로 당하게 했다니, 윤해준은 깊이 자책하고 있었다.제이슨은 그런 윤해준의 모습을 보고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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