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791 - Chapter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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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1화

“이런 죽음이 가장 고통스럽지 않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그러나 제이슨은 다소 경멸하듯 말했다.“하지만 약을 사용하는 건 비열한 짓이라 이미 모든 병원에서 금지 약물로 지정됐는데 아직도 구할 수 있을 줄이야.”안다혜와 윤해준은 서로를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아슬아슬했다. ‘만약 내가 깨어나지 않았다면 이후에 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안다혜는 윤해준을 잃을 수 없었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서로 먼 곳을 돌고 돌아 겨우 함께하게 됐는데 이대로 헤어질 수는 없지 않나.가끔 안다혜는 그 사고가 벌어진 게 고맙기도 했다.사고 탓에 처음 자신을 구해준 그 오빠가 누구인지 알게 됐으니까.알고 보니 가장 바보 같은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3년이라는 시간을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낭비해 결국 한 편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서진우의 눈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까.아마 그도 똑같이 비웃었을 거다.어디선가 갑자기 바보 같은 여자가 나타나서 온전히 자신에게 순종하고 돌봐주기까지 했으니 말이다.서진우의 첫사랑 사건만 아니었으면 안다혜는 서진우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했을 거다.그때 마음이 찢어질 만큼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겪었던 사고 때문에 안다혜는 그래도 떠나지 않고 계속 서진우 곁을 지켰을 거다.다행히 하늘이 자비를 베풀어 준 덕분에 안다혜는 순조롭게 서진우 곁을 떠나 엄마와의 내기로 윤해준을 알게 되었다.둘 다 어렸을 때 겪었던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인연이라는 건 원래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어머니의 재촉과 우연한 기회에 윤해준을 만나 마침 결혼 상대가 필요했던 둘은 함께 혼인신고를 했다.그러고 보면 참 놀라운 인연이었다.안다혜가 아직 감탄하고 있을 때 윤해준은 도저히 분을 참을 수 없었다.‘허종혁 그 자식이 감히... 내 여자가 이런 식으로 괴롭힘을 당한다고?’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남자라고 할 수 있겠나.그렇게 생각하며 윤해준은 무심코 주먹을 꽉 쥐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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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괜찮아요. 해준 오빠 잘못이 아니에요. 나쁜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윤해준은 물론이고 당사자인 안다혜조차 이 사람들의 수법이 이렇게까지 교활할 줄은 몰랐다.그들은 이미 한 가족이나 다름없었다.허종혁은 안소현과 약혼까지 했던 사이인데 그런 사람이 자신을 해치려고 했다는 사실에 안다혜는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다 같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까지 서로를 괴롭히는 걸까.’허종혁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그는 주제도 모르고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안다혜를 해칠 궁리만 하고 있었다.안다혜가 말로 달래주긴 했지만 윤해준은 여전히 찝찝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자신이 안다혜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그녀가 이렇게 많은 서러움을 겪었다고 생각했다.이제부터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거라고 다짐했다.윤해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진지한 표정으로 안다혜에게 약속했다.“걱정하지 마. 앞으로 네 옆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널 지켜줄게. 이번이 마지막이야.”윤해준의 진지하고 엄숙한 모습을 보니 안다혜는 마음이 따뜻해졌다.처음에는 안다혜도 이런 모습이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며 그러든 말든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보니 이 모든 건 남자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였기에 나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다.태도가 많은 걸 결정하니까.남자가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 사람 마음속에 자신이 어느 정도로 자리 잡고 있는지 이 모든 게 전부 중요했다.“그래요. 알았어요.”안다혜가 윤해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나 지금 멀쩡하잖아요. 나도 계속 옆에 있으면서 절대 떠나지 않을게요.”윤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입으로 한 말이야. 거짓말하면 안 돼.”안다혜도 덩달아 약속했다.“거짓말 아니에요. 해준 오빠를 속여서 내가 얻는 게 뭐가 있다고.”그 말을 듣고서야 윤해준은 안심했다.안다혜의 말대로 거짓말을 해봤자 얻는 게 없고 무엇보다 그는 더 이상 처음의 그 윤해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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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역시 윤해준은 믿음직했다.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는 이미 먹었어. 이건 다 너를 위해 준비한 거야. 맛이 담백하고 영양도 풍부해.”안다혜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살짝 올렸다.“생각보다 꽤 세심하네요.”“당연하지. 누가 먹는 건데.”윤해준은 제법 자랑스러워 안다혜 앞에서 유독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이내 휴대폰을 집어 든 그의 얼굴이 차가워지더니 안다혜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으며 속삭였다.“먼저 먹어. 난 통화 좀 할게.”안다혜는 의아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전의 윤해준은 이러지 않았는데 지금은 통화하는 것조차 그녀의 눈을 피했다.“그래요. 통화하러 가요.”안다혜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그녀는 누구나 자신만의 작은 비밀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한 가지 일로 사람을 단번에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안다혜는 윤해준이 발코니로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간단히 씻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원래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죽이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안다혜는 비로소 살아있다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거의 한 달 동안 누워서 수액만으로 생명을 유지하며 조롱에 갇힌 새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그러나 매일 이렇게 아무런 맛도 없는 음식을 먹는 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그래서 밖으로 나가면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매운탕 한 끼 거하게 먹겠다고 다짐했다.한편 윤해준 쪽도 별다른 일은 없었다.다만 교도소 안에서 허종혁이 매우 횡포를 부린다는 소식이 들렸다.심지어 너무 오만하다는 말까지 나왔다.그래서 청장이 윤해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이거 어쩌죠? 이 사람이 계속 소란을 피우면서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아요.”그 말을 듣고 윤해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다른 방법은 써봤습니까? 경찰청장이나 돼서 이런 사소한 일로 나한테 연락하는 겁니까?”윤해준은 철없는 아이를 나무라듯 말했다.잡아서 경찰서까지 데려갔는데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게 못마땅했다.‘입을 열도록 하는 게 그리 어렵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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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안다혜를 본 순간 수면 위를 둥둥 떠돌던 자신의 마음이 마침내 쉴 곳을 찾은 것 같았다.그런데 전화 너머로 청장은 여전히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대단한 거물께서 아직 허락하지 않아 뒷배가 있는 재벌 도련님에게 함부로 손을 댈 수가 없었다.상대에게 밉보이기라도 할까 봐 차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워낙 재벌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 청장은 더욱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그저 매일 경찰서에서 자신이 맡은 업무를 하는 것 외에 딱히 하는 일도 없는 작은 인물이었다.그런데 이 자리에 앉은 이상 편히 지낼 수만은 없었고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다.윤해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말을 끊었다.“됐어요. 그만 얘기하세요. 그 자식이 솔직하게 자백하도록 하세요.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책임질 테니까.”그렇게 말하고 윤해준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청장은 전혀 화내지 않았고 오히려 미소 지으며 웃고 있었다.다행이었다. 윤해준이 확실한 답을 줬으니 이후에 어떤 행동을 하든 한결 수월해질 것이고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청장은 이렇게 지시했다.“그 사람들한테 자비 따위 베풀 필요 없어. 뭐가 됐든 그냥 솔직히 털어놓게 하면 돼. 그리고 반드시 그 약의 성분을 본인 입으로 말하게 해.”경찰은 상관의 지시를 듣고 마음속으로 계산을 마쳤다.아무래도 처음 그 의사가 말한 게 사실인 모양이었다.저 둘의 뒷배가 아무리 대단해도 상관할 필요가 없었다.그들의 뒤에 더 강력한 인물이 버티고 있으니까.보아하니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 것 같아 경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청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대답을 들은 청장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할 말은 이미 다 했으니 남은 건 아랫사람들에게 맡겨도 전혀 문제없을 것이다.‘여기까지 왔는데 나도 좀 누려야지. 이 나이가 되도록 아무것도 누리지 못한 채 남에게 휘둘리기만 해서야 되겠어? 그럼 그 고생을 해서 이 자리까지 올라올 필요도 없었지. 헛고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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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경찰이 책상을 쾅 내리쳤다.“이 사람이, 이게 대체 무슨 태도입니까? 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말이잖아요.”경찰의 태도도 거칠어졌다.“경고하는데 여긴 경찰서고 그쪽이 횡포를 부릴 곳이 아닙니다. 여기서도 인맥을 동원할 생각입니까?”“난...”허종혁은 경찰의 이런 태도에 당황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곧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경찰이 이렇게 사나운 모습을 보이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경찰은 내 신분을 모르는 건가? 아니면 무슨 일이 있었나? 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데 어떻게 아직도 나한테 큰소리를 치는 거지?’안소현도 예쁜 눈을 가늘게 떴다.갑작스러운 경찰의 태도 변화가 확실히 이상했다.그녀는 침착하려고 애쓰며 조금 전 그가 나가서 뭘 했을지 생각했다.처음에는 경찰도 허종혁을 감당하지 못했고 게다가 ‘뒷배’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더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그런데 나가서 뭘 했는지 돌아온 뒤로 태도가 확 달라졌다.‘위에서 상관이 무슨 말이라도 한 건가?’그 생각에 안소현은 마음이 답답했다.‘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면 경찰의 태도가 이렇게 달라져?’조금 전만 해도 전혀 이렇지 않았다.안소현은 상대를 조용히 훑어보며 결정적인 순간이 아니면 마지막 카드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만약 들통나면 정말로 물러설 곳이 없게 될 테니까.그때 가서 또 무슨 수로 홀로 안다혜와 맞서겠나.가끔은 사람을 너무 좋게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최악의 경우도 예상해야 했다.그래야 상대에게 물러설 곳이 없도록 밀어붙일 수 있었다.한편 허종혁은 경찰이 전혀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대체 당신은 어떻게 된 거야? 형사증 보여줘. 당장 고소하게!”허종혁이 언성을 높였다. 감옥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게 아니었다.한번 들어가면 새로운 고문 장소에 발을 디딘 거나 다름없었기에 들어가기 전에 막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지금은 여기서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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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이렇듯 오만한 허종혁의 모습을 보니 경찰은 오히려 호기심이 생겼다.“그럼 그쪽 이름과 집안을 말해봐요. 우리가 사람을 보내 알아볼게요.”그토록 많은 사람을 봐왔지만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분을 내세우는 걸 봐서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이렇게 거들먹거리는지 궁금했다.허종혁이 턱을 치켜들었다.“그럼 잘 들어. 난 화국 민성 허산 그룹 아들이고 우리 아빠가 그 회사 회장이야. 못 믿겠으면 당장 조사해 봐. 나는 집안의 유일한 후계자니까 아빠가 분명히 나를 구하러 올 거야. 너희 같은 무리가 감히 나한테 이럴 수 없지.”그러면서 허종혁은 수갑이 채워진 손목을 살짝 들어 올리며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딱 기다려. 아빠가 너희들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그 말을 듣고 경찰은 잠깐 침묵했다.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 했더니 그저 집에 들러붙어 사는 기생충이었고 별 볼 일 없었다.게다가 보아하니 집에서는 그가 이곳에 갇힌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경찰은 앞서 청장이 했던 말이 떠올라 전혀 무섭지 않았다.허종혁의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는 몰라도 상관은 잘 알 테니까.훌륭한 직원이라면 상관의 말에 따르는 게 옳았고 게다가 경찰은 자신의 위치를 매우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그래요. 그러면 아버님께 연락드릴까요?”허종혁의 눈이 반짝였다. 어떤 방법으로 아버지께 연락할지 고민 중이던 찰나 경찰이 이렇게 말하니 오히려 잘된 일이 아닌가.아버지에게 지금 이 끔찍한 곳에 갇혀 있으니 빨리 구해 달라고 말할 기회도 생겼다.“정말 그렇게 해줄 건가?”허종혁은 반신반의하며 물어보면서도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았다.경찰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에게 알릴 권리 정도는 있습니다.”그 말을 듣고 허종혁은 안심했다.“그럼 연락해. 아빠 번호가...”경찰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연락을 취했다.이런 사소한 일은 굳이 상관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 괜히 말하면 혼만 날 테니까.사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안소현도 문득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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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한편 윤해준은 발코니에서 나와 방으로 돌아왔다.안다혜가 거의 모든 요리를 반쯤 먹어 치운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했다.그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많이 배고팠나 봐.”“그럼요.”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였다.“하루 종일 누워 있으니 팔다리에 힘이 없어요. 위에 뭐가 들어가니까 이제야 좀 살 것 같아요.”아무리 건강한 몸이라도 한 달 가까이 그렇게 누워만 있으면 언젠가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는 걸 모두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윤해준은 안다혜가 말하는 중에도 계속 입에 음식을 넣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한 달 동안 너무 고생해서 지금 이렇게 된 거다.예전의 안다혜는 항상 화려하게 빛났으며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의 안다혜는 예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부족하면 더 먹어. 다 먹고도 부족하면 내가 더 가져오라고 할게.”안다혜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벌써 많이 먹었는데 뭐가 부족해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한 달 가까이 굶었는데 갑자기 많이 먹으면 위에 부담이 갈 거예요.”생각해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너무 조급한 나머지 그 점을 간과하고 말았다.“내 생각이 짧았네. 그럼 필요하면 그때 다시 얘기해.”안다혜는 고개를 저었다.“나 곧 퇴원할 수 있어요. 여기 오래 있다 보니 뼈가 썩을 것 같아요.”윤해준은 조금 걱정스러웠다.“좀 더 지켜보는 게 어때? 그래도 이제 막 깨어났잖아.”하지만 안다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회사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무엇보다 안소현이 그토록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입원해 있는 동안 회사에 손을 댔을지 누가 알겠나.정말 그랬다면 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닐 것이고 처리할 일도 예전보다 훨씬 많을 거다.안소현의 성격상 아마 많은 사람을 포섭했을 텐데 이대로 가만히 당할 수는 없었다.비록 꿈속에서 헤맬 때는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남겨두겠다고 했지만 든든하고 강력한 뒷배가 없이 다른 일은 생각할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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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윤해준도 알았다. 자신이 아무리 말하고 시간을 끌어도 소용없다는걸.안다혜를 보니 이미 마음을 굳힌 모양이었다.계속 막는다면 오히려 눈치 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았고 무엇보다 앞서 그녀를 자유롭게 내버려두기로 마음을 먹지 않았나.애초에 자유로운 사람인데 조롱 안에 갇힌 새로 만들 수는 없었다.그건 아주 오래전부터 윤해준이 해왔던 말이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했다.안다혜가 마음을 굳혔으니 윤해준은 그녀를 막는 대신 앞길을 환하게 비춰줘야 했다.그게 아니고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다면 다른 남자들과 다를 게 없을 테니까.사랑하는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걸 막고 자신도 제자리에 안주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윤해준은 진지하게 안다혜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걱정하지 마. 내가 지금 의사한테 가서 물어보고 퇴원 절차 진행할게. 넌 조급해할 것 없어.”안다혜는 윤해준이 더 이상 자신을 말리지 않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크게 안도했다.원래는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니 안다혜는 오히려 조금 어색하기까지 했다.과거 서진우와 함께 있을 때는 남자가 강압적이었던 탓에 뭐든 그를 중심으로만 생각했다.다른 사람들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데 하물며 곁에 있는 안다혜는 더더욱 꿰뚫어 보았다.그래서 3년간의 고통을 겪은 후 안다혜는 무의식적으로 윤해준도 그런 사람으로 여겼다.그런데 힘겹게 설득하지 않아도 윤해준이 바로 동의할 줄은 몰랐다.심지어 그 어떤 회유나 설득도 필요가 없었던 탓에 안다혜도 제법 놀랐다.‘도대체 왜일까?’윤해준은 아직도 놀란 듯 입을 살짝 벌린 안다혜의 표정을 보며 어쩐지 웃음이 났다.“왜 그래, 내가 돌아가는 걸 동의했는데 기분이 안 좋아?”안다혜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좀 의외라서요.”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애를 먹을 거라 생각했던 일이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윤해준은 이 말을 듣고 안다혜의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그는 살짝 몸을 곧게 펴고 안다혜를 바라보며 말했다.“걱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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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네, 알겠어요.”윤해준이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안다혜는 곧바로 달려가 그를 껴안았다.팔에 꼭 힘을 준 채 눈앞의 윤해준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해주며 어릴 적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기도 한 남자였다.이렇듯 흠잡을 데 없는 남자인데 더 바랄 게 뭐가 있겠나.안다혜는 앞으로 윤해준만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면 절대 그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남몰래 다짐했다.“해준 오빠,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윤해준도 안다혜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됐어. 그런 말은 하지 마. 난 네가 너무 힘들어하는 게 싫을 뿐이야. 하지만 너도 할 일이 있다는 건 잘 알아. 그러니 약속해 줘. 몸조심하고 나 걱정시키지 않겠다고. 알겠지?”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말아요.”두 사람이 굳게 약속한 뒤에야 윤해준은 안다혜가 바깥세상을 누비는 것에 동의했다.윤해준은 조금 전 발코니에서 걸려 온 전화를 떠올리며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바로 안다혜에게 그 일을 털어놓았다.“아까 허종혁 때문에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어.”안다혜는 입에 음식을 넣은 채 놀란 표정이었다. 윤해준이 이렇게 직접 말할 줄은 몰랐다.다른 사람이 걸어온 전화라 분명 숨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윤해준은 거침없이 말을 꺼냈다.“아, 그래서요?”사실 안다혜는 그가 이 일을 자신에게 알리는 게 맞는지 의문이었다.윤해준은 안다혜의 얼굴에 드러난 고민을 눈치채고는 곧바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리 둘은 원래 하나인데 고민할 게 뭐가 있어. 밖에 나가서 전화받은 건 괜히 네가 밥을 먹는데 기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안다혜는 기쁨이 밀려왔다. 누군가의 배려를 받는 게 이런 느낌인 것 같았다.상대가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챙겨주기에 그녀 본인도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안다혜는 그제야 경찰서로 간 허종혁이 생각나 겨우 말을 꺼냈다.“경찰이 그 사람에 대해 뭐라고 했어요?”“그럼.”윤해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안다혜가 젓가락으로 집은 소고기를 바라보더니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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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지금껏 살면서 많은 여자를 봐왔지만 오직 안다혜만이 이런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했다.그저 그녀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기만 해도 심장이 빠르게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렇기 때문에 늘 안다혜를 볼 때면 새로운 기분이 들었고 그녀를 항상 마음 한편에 소중히 간직하며 차마 무거운 말을 꺼내지 못했다.안다혜가 원하는 일이면 윤해준은 뒤에서 묵묵히 지지해 주고 단 한 마디의 불평도 하지 않았다.자기 여자 하나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잘해주지 못하면 그게 어떻게 남자라고 할 수 있겠나.그 생각에 윤해준은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맛있어. 네가 주는 건 뭐든 다 맛있어.”윤해준이 다정하게 안다혜의 어깨를 감쌌다.품 안에 다가오는 온기를 느끼며 심장이 떨리는 것만 같았다.이 순간, 그는 마치 온 세상을 품에 안은 듯했다.그리고 비로소 깨달았다. 세상을 가진다는 게 이토록 쉽다는걸. 지나치게 무언가에 집착할 필요 없이 그저 눈앞에 있는 것만 잘 챙기면 그만이었다.깨달음을 얻은 뒤 윤해준은 눈앞의 모든 것이 부드러운 필터를 씌운 것처럼 보였다.안다혜는 그가 딴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급히 화제를 돌렸다.“해준 오빠, 아까 허종혁 얘기했잖아요. 그래서 경찰서에서 뭐라고 했는데요?”그걸 떠올리니 안다혜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대체 어떤 사람이면 경찰서에 갇히고도 얌전히 굴지 않는 건지.‘잘못은 본인이 해놓고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거야? 다 큰 어른이 왜 저렇게 한심하게 굴어.’안다혜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특히 병실에서 눈을 뜨자마자 허종혁의 얼굴을 봤던 걸 생각하면 역겨웠다.제일 먼저 윤해준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깨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허종혁이 경찰서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안다혜도 궁금하긴 했다.윤해준이 청장의 말을 안다혜에게 전했다.“허종혁이 지나치게 오만하게 군다는 거야. 경찰서에서 줄곧 자신의 신분만 내세우며 뻔뻔하게 행동한대.”안다혜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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