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801 - Chapter 810

829 Chapters

제801화

“네, 그 집안 맞아요.”안다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 집안은 지금 그나마 안씨 가문과의 연줄이 남아 있어서 겨우 버티고 있는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민성 재벌가에서 퇴출당했을 텐데 지금도 뻔뻔하게 계속 떠들어대다니.”윤해준의 눈빛이 위험하게 번뜩였다.“허종혁이 지금 자기 집안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거야?”“그건 아닐 거예요.”안다혜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윤해준은 안다혜가 왜 이렇게 확신하는지 의아했다.‘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안다혜는 윤해준의 시선을 느끼고 어색하게 코끝을 만지작거렸다.“맞아요. 전 계속 이 일을 주시하고 있었어요.”윤해준은 말하지 않아도 척척 맞는 둘의 호흡에 웃음이 났다.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걸 상대가 꿰뚫어 보는 게 제법 신기했다.‘이런 걸 어디 가서 말하면 다들 놀라겠지.’안다혜는 머쓱해하며 말했다.“난 그때 안소현에게 잘해줬어요. 함부로 아무 상대와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허씨 가문이 대체 어떤 집안인지 여러모로 알아봤죠.”윤해준은 속 깊은 안다혜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넌 참 생각이 깊어.”안다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안소현이 그녀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든 상관이 없었다.적어도 자신은 이미 진심을 보여줬고 그걸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상대에게 더 이상 베풀 이유는 없었다.그녀가 없이도 안다혜의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가니까.살다 보면 흔하게 겪을 일이라 앞으로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하며 안소현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자매의 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먼저 손을 놓은 것도 안소현이었다.한쪽이 마음먹고 버리기만 하면 버림받은 다른 한쪽도 결국 포기할 게 분명했다.바보가 아닌 이상 소용없는 것에 정성을 쏟지는 않으니까.세상을 살다 보니 참 많은 걸 배우게 된다.특히 안소현에 대한 감정은 더더욱 많은 게 달라졌다.둘 사이에서 먼저 등을 돌린 건 안소현이었고 안다혜도 싫다는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는 성격이 아니었다.어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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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그러면 많은 시간을 오로지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었다.바로 이 점 때문에 안다혜는 자신이 정말 성장했다고 느꼈다.윤해준은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논하지 않았다. “그 외에는 경찰서에서도 별말 없었어. 나머지는 그 사람들이 알아서 처리하게 둬.”안다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윤해준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차라리 그냥 내버려두는 편이 나았다.애초에 허산 그룹은 껍데기뿐인 회사인데 허종혁이 거들먹거리고 싶어 한다면 마음껏 하도록 내버려두는 수밖에.안다혜는 특별히 당부했다.“허종혁이 전화하거나 무슨 짓을 해도 그냥 내버려둬요. 절대 막지 말아요.”‘그럴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허종혁은 제대로 짓밟으며 혼쭐을 내야 정신을 차리고 얌전히 있을 사람이었다.윤해준은 곧장 안다혜의 뜻을 이해했다.저 밑바닥까지 처참하게 추락하기 위해서는 더 높이 올라가야 했다.희망을 줬다가 다시 절망에 빠뜨리는 게 가장 효과적인 교훈이었다.그 외의 것들은 허종혁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니 이런 방법이야말로 제격이었다.“역시 넌 똑똑해. 걱정하지 마. 내가 그렇게 하라고 시킬게.”안다혜는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해준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이해해 주니 사실은 무척 기뻤다.게다가 그녀는 윤해준의 능력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줄곧 윤해준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가 외국인들과도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이가 너무 좋아 보이고 무엇보다 그들이 가끔 윤해준을 두려워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여 이러한 점들이 안다혜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했다.하지만 달리 둘러댈 핑계가 없었고 안다혜도 단지 윤해준의 신분이 궁금할 뿐이었다.밖을 돌아다니며 여러 신분을 갖고 있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그래도 안다혜는 순순한 호기심으로 떠보듯 물었다.“해준 오빠, 이곳 경찰청장과 잘 아는 사이에요?”그 말을 듣자 윤해준의 가슴이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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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윤해준의 손바닥에는 이미 촘촘한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특히 안다혜의 눈빛이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심지어 안다혜와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도 몰랐다.여러 번 본 적이 있어도 여전히 볼 때마다 두려웠고 이에 대해선 전혀 면역이 생기지 않았다.윤해준은 계속 이대로 지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안다혜와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 그녀에게 자신의 허점을 들출 기회만 주는 꼴이었다.“다정아, 지금 당장 내 친구에게 전화해서 경찰서에 연락하라고 할게. 이러다 퇴근이라도 해서 허종혁이 혼나지 않으면 우리 시간만 지체하잖아.”윤해준은 제발 안다혜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이대로 시간을 끄는 건 누구에게도 이득이 될 게 없었고 그의 정체가 들킬 위험만 커질 뿐이었다.그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윤해준은 이 주제를 이어가지 않도록 말을 돌렸다.아니면 입을 막고 말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안다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래요. 그럼 일 봐요.”성공적으로 안다혜의 관심을 돌렸는지 그녀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나중에 결과만 알려주면 돼요.”안다혜는 상대가 이미 친구라고 했으니 더 묻지 않았다.그렇게까지 말했는데 계속 물어보면 난처한 상황만 연출될 뿐이었다.다른 건 몰라도 깨어나자마자 이런 얘기만 나눈다면 남자가 싫어하지 않겠나.때론 끝까지 캐물을 필요 없이 적당한 선에서 그만두는 게 좋았다.아니면 형편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안다혜는 눈치 없는 여자가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눈치껏 예의와 선을 잘 지켰다.그래서 오랜 시간 사업을 해오며 수많은 파트너가 안다혜와 거래하기를 원했다.똑똑하고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라 그녀와 함께 있으면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얘기를 나눌 수 있었고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철저하게 책임지고 제시간에 완성해 냈다.이런 사업 파트너를 만나면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윤해준은 너그럽게 이해해 주는 안다혜의 모습에 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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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워낙 많은 사람이 들러붙으니 이런 것에 진작 익숙해져 있었다.가능하면 이런 것들을 마주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몸에 지닌 신분 때문에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밖에서는 이런 기세를 보여야 다른 사람들이 만만하게 보고 괴롭히지 않는다.무엇보다 재계는 전쟁터와 같아서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들통나 뼈조차 남지 않은 채 상대에게 먹혀 버리고 말 것이다.이 점을 잘 알았기에 윤해준은 더더욱 강해지려고 했다.그래야 사랑하는 사람과 지키고자 하는 사람을 보호할 수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한낱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특히 많은 일을 겪은 후 윤해준은 능력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깨달았다.좋아하는 사람조차 지키지 못하는데 살아서 무슨 소용이 있겠나.윤해준은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청장의 목소리에 짧게 대꾸하며 말했다.“허종혁 쪽에 새로운 움직임이 보이면 제때 알려주세요.”“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윤 대표님. 아무 문제 없도록 제가 책임지겠습니다.”청장은 윤해준의 지시에 내심 기쁘기도 했다.이런 일을 맡긴다는 건 그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는 말이니까.윤해준 같은 거물을 노리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때가 되어 윤해준에게 도움을 준다면 그야말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생각만으로 청장은 기분이 좋았다.그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자신이 윤해준에게 도움을 건넨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았다.그럴 기회가 극히 드물었기에 청장은 지금 최대한 윤해준을 돕고자 했다.앞으로 그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멍청하게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었다.윤해준은 상대의 대답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따로 지시 사항만 전달했다.“그리고 허종혁이 전화를 걸거나 다른 행동을 하려고 할 때는 말리지 말고 최대한 원하는 대로 맞춰주세요.”조금 전까지 순순히 대답하던 청장은 그 말에 다소 의아했다.“대표님, 정말 그렇게 해도 될까요?”청장이 머리를 긁적였다.“그 사람 말로는 자기 뒷배가 대단하다는데 혹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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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윤해준은 다소 의아했다. “그렇게 서두를 필요 있어?”안다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어차피 병원에 계속 있어도 할 일이 없는데 차라리 빨리 나가는 게 나아요. 여기서 지내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고 몸도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것 같아요.”윤해준은 안다혜가 고집을 부리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러다 문득 민초연도 이곳에 왔던 게 떠올랐다.어제 자신이 무섭게 쫓아냈으니 오늘 분명 찾아올 것이다.윤해준은 민초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마음이 넓어 속에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오늘도 분명 올 거라고 단정했다.게다가 지금 안다혜의 상태를 보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상대를 어떻게 말려야 할지 몰랐다.윤해준은 이리저리 생각한 끝에 민초연이 좋은 핑곗거리인 것 같았다. 그러면 그들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셈이니까.안다혜도 윤해준이 자신의 결정에 간섭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그 생각에 윤해준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생각을 안다혜에게 전했다.“아마 초연이가 올 거야.”“걔가 어떻게 와요?”안다혜는 짐을 정리하던 것도 멈추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빨리 돌아가서 민초연을 만날 생각이었는데 그녀가 바로 여기에 있다니.그렇다면 서두를 필요 없이 여기서 바로 만나면 그만이었다.윤해준은 어쩔 수 없이 이전 일을 털어놓았다.“전에 널 보겠다고 서둘러 찾아온 적이 있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널 보러와서 내가 우선 호텔로 가서 쉬라고 했어. 쉬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푹 쉬고 멀쩡한 정신으로 만나는 게 낫잖아.”안다혜는 윤해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오빠 마음은 잘 알겠어요. 나 대신 초연이 챙겨줘서 고마워요.”민초연은 성격이 털털해도 진심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나쁜 일도 마음에 담아두는 법이 없어 본인의 감정을 다스리는 데에도 능했다.어떠한 일로도 밤을 지새우며 잠을 설치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윤해준도 민초연과 제대로 얘기를 나눌 시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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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다만 이제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안다혜는 윤해준이 바로 그때 그 남자아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예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지만 여전한 다정함과 안다혜를 향한 보호 본능, 이 두 가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안다혜는 그런 모습을 고스란히 눈에 담으면서 마음속 깊이 새겨 두고 있었다.이런 남자는 정말로 드물었다.그래서일까, 안다혜는 이렇게 다시 이어진 인연을 더없이 소중하게 여겼다. 모든 것들이 완벽한 방식으로 짜인 운명처럼 느껴졌다.윤해준이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윤해준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이 시간에 올 만한 사람이라면 아마 그 두 사람뿐일 것이다.‘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딱 맞춰 오는 걸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두 사람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금세 찾아오다니.’이 정도 속도라면 사촌 여동생이 혹시 안다혜의 몸에 뭔가라도 달아놓은 건 아닌지 윤해준은 점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안다혜는 노크 소리를 듣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문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누가 온 거예요?”그녀가 일어나려는 걸 본 윤해준은 잽싸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내가 나가볼게. 너는 그냥 푹 쉬어. 건강 잘 챙겨야지.”윤해준이 이렇게 말하자 안다혜도 굳이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지금은 무엇보다 몸을 잘 챙겨야만 함께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건강을 잃는다면 모든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그래서 안다혜에게 건강은 모든 것의 근본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스스로 생명을 갉아먹어서는 안 됐다.이를 안다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몸을 아꼈다.윤해준이 문을 열러 나갔을 때, 예상대로 얼굴에 웃음을 띤 민초연과 무심하고 냉담한 표정을 한 이모건이 서 있었다.이모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윤해준은 무의식적으로 주먹부터 날리고 싶었으나 곧바로 민초연에게 가로막혔다.“오빠, 미리 말해두는데 지금 모건 씨는 내 손님이에요. 이렇게 대하는 건 진짜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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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한마디만 들어도 민초연은 방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챌 수 있었다.결국 윤해준의 확신에 찬 눈빛을 보고 민초연은 자신의 절친, 그러니까 안다혜가 이미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놀라움과 기쁨에 휩싸인 민초연은 곧바로 윤해준을 지나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려 했다.살아 움직이는 안다혜를 마지막으로 본 게 도대체 얼마나 오래전인지 하늘만 알 거다. 그래서 지금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로 다 못 할 정도였다.그런데 윤해준은 냅다 손을 뻗더니 민초연이 양손에 들고 있던 것들을 받아 들고는 그녀를 문 앞에 가둬 버렸다.“잠깐만.”윤해준의 말을 듣기도 전에 민초연은 벌써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장 중요한 순간에 윤해준이 왜 굳이 앞을 막아서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안다혜를 만나고 싶었던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한계치를 넘어섰다. 그렇게 긴 시간을 버텨 왔고 이제 드디어 만날 수 있는데 정작 사촌오빠라는 사람은 눈치라고는 하나도 없이 길을 막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렇게 생각하니 윤해준을 바라보는 민초연의 눈빛도 서서히 아니꼽게 변해갔다. 전에까지만 해도 그녀는 윤해준이 제법 눈치도 있고 감정도 잘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지금은 그 말을 도로 주워 담아야 할 것 같았다.게다가 이모건조차 윤해준이 오늘따라 영 수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두 사람을 이렇게 문밖에 세워 두다니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그도 오랫동안 안다혜를 보지 못해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속 깊이 눌러 두고 있었다. 드디어 그녀가 깨어났다는 말을 들었으니 속으로 무척 기뻤는데 윤해준이 이런 식으로 가로막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모건 입장에서는 괜히 재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뭐야, 자기는 이미 다 봤으니까 이제 남들은 못 보게 막겠다는 건가? 정말 그렇다면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이모건은 막 한마디 하려던 찰나에 윤해준의 날카로운 눈빛과 딱 마주쳤고 그 즉시 하려던 말을 꿀꺽 삼켜 버렸다.지난번에 윤해준과 한 판 붙었던 일이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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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윤해준의 말뜻을 민초연과 이모건은 단번에 알아들었다.이렇게 쭈뼛거리는 윤해준의 모습이 민초연은 살짝 낯설기까지 했다.“알았어요, 오빠.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었으니까 걱정 마요.”민초연은 손을 휙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그런 건 저도 잘 알아요. 다혜가 이제 막 깨어났는데 제가 그런 얘기들로 일부러 분위기를 흐릴 일은 없죠. 그럼 저는 진짜 철없는 게 되잖아요.”그 말을 듣고 윤해준은 마음속으로 안도했다.역시 자기 사촌 여동생이었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그대로 다 알아들었다.“좋아, 그럼 들어가자.”민초연은 그 말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옆에 서 있던 이모건은 이 모든 장면을 아주 진지하게 보고 있었다.윤해준이 저렇게 나오는 건 딱 봐도 어제 있었던 일을 안다혜가 알게 될까 봐 두려운 것 같았다.어제 둘은 병원에서 제대로 한 판 붙었고 그때의 윤해준 태도는 지금이랑은 완전 딴판이었다.누가 봐도 이 안에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는 건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민초연이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였다. 마치 아무 생각 없는 사람처럼 그런 사정은 잊고 있었고 심지어 윤해준의 말이 꽤 일리가 있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어쨌든 안다혜가 깨어났는데 굳이 그런 심란한 일들로 안다혜의 기분을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반면에 이모건은 민초연이 아직도 너무 순진하다고 느꼈다. 지금 민초연은 늑대 같은 윤해준에게 그대로 휘둘리고 있는 꼴이었다.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모건은 한 사람의 본모습을 아주 또렷하게 알게 되었다. 어떻게 앞뒤가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는지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그는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안다혜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기에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그렇게 해서 민초연과 이모건은 윤해준을 따라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들어가기 전부터 마음이 꽤 설레고 있었는데 막상 안다혜를 눈앞에서 보게 되자 심장은 더 거세게 쿵쾅거리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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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역시 지금 이 모습이 더 나았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게 느껴졌다.심지어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는 건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사실 안다혜가 깨어났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난 한 달이 마치 꿈 같았다. 아무 기척도 없이 침대에 누워 있던 그녀가 지금은 이렇게 멀쩡히 앉아서 민초연과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니, 이 모든 일이 도무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심지어 이모건 본인조차 상상도 못 했던 변화였다.그래서일까, 그의 시선은 좀처럼 안다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그는 눈 하나 깜박이지도 않고 안다혜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윤해준은 속이 썩 좋지 않았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얼굴로 슬쩍 안다혜 앞을 막아서며 이모건의 시야를 가로막아버렸다.그런 윤해준의 행동에 이모건의 기분은 순식간에 찝찝해졌다.그는 시선을 천천히 윤해준 쪽으로 돌렸다. 여태껏 모르고 있었는데 이 남자가 이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제 생각이 짧았던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뻔뻔한 남자를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특히 윤해준 같은 타입은 정말 예상 밖이었다.그래도 이모건은 안다혜가 이제 막 깨어났다는 걸 생각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기쁜 순간에 굳이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었고 괜히 마음만 뒤숭숭해질 뿐이었다.여기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바보가 아니었다.안다혜의 말을 들은 민초연은 가슴이 더 아려 왔다. 분명 상처를 입고 가장 힘들었던 사람은 안다혜인데 정작 이렇게 다른 사람을 위로해 주고 있는 것도 그녀였다.늘 그랬다. 안다혜는 언제나 남의 감정부터 먼저 챙기는 사람이었다.‘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은...’민초연은 그런 생각이 들며 안다혜가 더 안쓰러워졌다.“야, 너 그렇게 말하면 나 진짜 화낼 거야.”민초연은 울먹거리고 있었다.“네가 뭐가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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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이모건은 안다혜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게 정말 순전히 사고인 줄로만 알았다.그런데 지금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이건 단순한 병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안다혜를 해치려고 저지른 일이었다.“다혜야, 누구야? 빨리 우리한테 말해줘.”이모건도 참지 못하고 나섰다. 그 말을 들은 안다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한 번 바라봤다.이모건이 온 걸 못 본 게 아니었다. 뜻밖이긴 했지만 둘 사이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친구로서 찾아온 거라면 오히려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문제는 윤해준의 질투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었다.그의 표정만 봐도 안다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렇게 깨어난 이상, 안다혜는 마음 깊은 곳에서 다짐했다. 앞으로는 절대로 윤해준이 자기 때문에 또다시 마음 아프거나 질투하게 두지 말자고 말이다. 자신도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 했다. 이 남자가 어떤 부분에 민감한지 뻔히 알면서 계속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그러면 그건 정말 선을 넘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병실 문이 열릴 때부터 그녀는 일부러 이모건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이모건 역시 이를 눈치채고 있었다. 둘 다 머리 나쁜 사람이 아니니 이런 일 하나로 괜히 어리석게 굴 필요는 없었고 전혀 그럴 이유도 없었다.그래서 이모건도 줄곧 조심스럽게 선을 지키며 함부로 나서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안다혜가 누군가에게 당해서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듣고 나서 더는 가만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만약 안다혜가 그저 병이 나서 쓰러진 거였다면 그도 이렇게까지 흥분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고 그걸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모건의 반응을 지켜보던 윤해준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뭐라고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친구의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라면 안다혜에게 벌어진 일을 걱정하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그리고 안다혜가 이제 막 깨어난 참이라 이런 이야기들로 괜히 기분을 망치고 싶지도 않았다.그래서 윤해준은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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