Все главы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Глава 811 - Глава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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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1화

다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 일에 안소현이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아내는 거였다.그게 없으면 지금까지 알아낸 건 전부 헛수고가 되고 법적으로 죄를 물을 수가 없었다.이런 상황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다 알고 그게 안소현 짓이라는 것도 뻔히 아는데 딱 하나, 증거만 없는 셈이었다.이모건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걱정하지 마, 다혜야. 이 일은 우리가 모두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게. 나쁜 놈들도 딱 둘뿐이잖아. 큰 방향은 이미 잡혔으니까 나머지 자잘한 것들은 시간에게 맡기면 돼.”안다혜도 이모건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고 알겠다는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 걱정하지 마, 그건 나도 다 알고 있어.”두 사람은 마주 보며 살짝 웃었다. 그뿐이었고 그 이상 특별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누가 봐도 아주 자연스럽고 평범한 장면이었다.윤해준은 속으로는 썩 유쾌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딱히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이런 건 모두 안다혜의 정상적인 인간관계의 영역이었고 이런 것까지 간섭하겠다고 나설 수는 없었다. 그러면 정말 인간쓰레기나 다름없을 것이다.한편, 민초연도 병실 안 분위기가 영 묘하게 어색해졌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 더 있다가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하여 그녀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민초연은 단정하게 차려입은 안다혜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약간 놀라운 듯 물었다.“다혜야, 병실에 있으면서 왜 이렇게 마침 나가려고 하는 사람처럼 입고 있어?”속으로는 꽤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보통 병실에 있으면 다들 환자복을 입고 있지 않나? 최소한 좀 헐렁하고 편한 옷을 입는 게 보통인데.’안다혜의 지금 차림은 당장이라도 문 열고 나갈 준비가 된 사람처럼 보였다.곧이어 민초연이 살짝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안다혜, 지금 뭐 하는 거야? 설마 이제 막 깨어났는데 나가겠다는 건 아니지?”민초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을 보고 안다혜도 내심 조금 놀랐다. 민초연이 이렇게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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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여기 앉아만 있겠다는 게 말이 돼? 다른 건 몰라도 지금 차림새를 보면 당장 나갈 사람 같은데 다른 의도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이렇게라도 병실에 얌전히 앉아 있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민초연은 자신이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도착했다고 느꼈다.역시 속마음은 제일 친한 친구가 제일 잘 아는 법이다.민초연은 단번에 안다혜의 생각을 눈치챘고 계속 다그쳐 묻자 안다혜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나 아직 퇴원할 생각한 거 아니야.”그러고 나서 본인도 민망해서 윤해준 쪽은 쳐다보지 못했다.앞서 자신은 윤해준한테 하루라도 빨리 나가고 싶다고, 꼭 빨리 돌아가겠다고 큰소리했었는데 지금 민초연이 한마디 하니까 바로 태세 전환을 해 버린 셈이었다.그래서 안다혜는 윤해준의 눈을 마주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고 그가 자신을 비웃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하지만 윤해준은 안다혜를 비웃을 리가 없었다. 속으론 안다혜가 안쓰럽고 사랑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니 고집을 부리고 변덕을 부려도 당연하게 생각되었다.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가끔은 자존심 때문에 솔직해지지 못할 때가 있는 법이고 이럴 때 자기가 해야 할 일은 그저 품어 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었다.충분한 인내심, 그게 바로 좋은 연인의 기본 자격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윤해준은 민초연이라면 안다혜를 좀 말려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일부러 민초연을 불러온 것이었다.생각보다 민초연이 너무나 기가 막히게 이 역할을 잘해주고 있어서 의외였다.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민초연은 벌써 안다혜의 옷차림이 수상하다는 걸 눈치챘다.이 정도면 나중에 이모부와 이모한테 슬쩍 이야기해서 용돈 좀 올려 달라고 부탁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눈치가 빨라졌으니 앞으로는 자기편으로 잘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안다혜의 대답을 들은 민초연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고 팔짱을 낀 채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어차피 나도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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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다 네가 좋아하는 과일들이야. 어제 미리 의사 선생님한테 네가 뭐 먹어도 되는지 물어봤거든. 영양을 잘 보충해야 하면서 잘 쉬어야 한다고 하시더라. 네가 회복하는 동안 나는 네 옆에서 딱 붙어 있을 거야. 최대한 네가 심심할 틈 없게 해 줄게.”민초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사과를 하나 깎아 안다혜의 입에 가져갔다. 그 행동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그 모습을 보고 병실 안에 있던 다른 두 남자는 그만 넋이 나갔다. 윤해준은 이모건을 바라보았고 상대 역시 똑같이 얼이 빠진 표정인 걸 확인했다.그러자 그는 황급히 표정 관리했다. 이렇게 멍청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역시 이번에 데려온 조력자는 선택을 참 잘했다 싶었다.만약 민초연이 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안다혜는 벌써 퇴원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었을 것이다.상황은 누가 봐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윤해준은 민초연이 제때 와 준 게 새삼 다행스러웠다.두 사람이 한데 모여 있으니 정말 환상의 조합이었고 안다혜가 병실에서 혼자 심심해할 걱정도 전혀 없었다.지금처럼 안다혜가 환하게 웃고 있는 것만 봐도 민초연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그제야 윤해준도 안도하며 숨을 내쉴 수 있었다.민초연은 자기 입에도 블루베리 한 알을 집어넣으며 안소현과 허종혁의 근황을 물었다.안다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 둘은 지금 경찰서에 있어.”“이렇게 빨리 경찰서로 끌려간 거야?”민초연은 의아해졌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발이 빠른 건지, 누구일까 생각하던 찰나, 소파에 앉아 있는 윤해준이 시야에 들어왔다.한눈에 봐도 남다른 아우라를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그래, 누가 한 짓인지 알겠네.’하지만 안다혜는 민초연이 그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했고 윤해준의 ‘지인’ 이야기를 꺼냈다.“한마디로 다 해준 오빠 덕분이지.”안다혜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윤해준을 바라보았고 민초연도 따라서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오빠의 정체가 드디어 들킨 건가?’민초연이 뭔가 물어보려던 때,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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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안다혜는 마치 윤해준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듯 아주 순진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민초연은 입을 열 듯 말 듯 망설였다.자기가 지금 이러는 게 과연 옳은 걸까 싶었다. 사촌오빠를 위해서 오랫동안 함께해 온 단짝 친구를 속이는 일에 한몫을 보태고 있는 셈이니 아무리 생각해도 양심에 좀 걸렸다.그렇다고 해서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이건 어디까지나 두 사람의 일이고 어떻게 보더라도 자신은 결국 제3자일 뿐이었다.그렇게 생각한 민초연은 그냥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그녀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역시 우리 오빠가 여기서 인맥이 제일 넓은가 보네.”윤해준은 그런 민초연을 보며 미소를 지은 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운이 좋았을 뿐이야.”윤해준과 눈이 마주친 순간, 민초연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짝 떨었다.‘망했다, 나 진짜 왜 이렇게 한심하지.’어릴 때부터 머릿속에 깊이 새겨진 이미지 탓에 이런 건 도무지 자기 의지로 통제할 수가 없었다. 그냥 사촌오빠만 보면 본능적으로 겁부터 나 버리는 거였다.윤해준의 얼굴은 완벽했지만, 무표정일 때 풍기는 분위기는 정말 압도적이어서 살벌할 정도였다.오늘 이모건을 데리고 온 것도 사실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아까 이모건 앞에서 윤해준에게 맞서 보일 때도 마찬가지였다.그때도 사실 다리가 몰래 후들거리고 있었고 안다혜를 만나고 나서야 겨우 숨 좀 돌릴 수 있었다.물론 이런 속사정은 다 지나고 나니 돌이켜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안다혜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됐어, 나머지는 내가 회복한 뒤에 얘기하자. 어차피 안소현 일도 단기간에 쉽게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기억의 조각들을 보고 난 뒤로 안다혜는 이제 안소현을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열몇 살밖에 안 된 나이에 그 정도까지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그런 애가 지금은 성인이 되었으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안다혜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윤해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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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민초연은 안다혜를 진짜 단짝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절친이 그렇게 뛰어난 사람이라면 그건 자신에게도 뿌듯한 일이라고 여겼다.민초연은 그게 자신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고 그래서 다들 민초연은 진짜 속이 없는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안다혜랑 싸우고 절교했을 거라고 말이다.하지만 민초연은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안다혜랑 더 즐겁게 지내고 싶었다. 어디를 가든 안다혜를 데리고 가서는 고개를 쳐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봐, 이 사람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야. 얘는 시험 보면 맨날 일등 하는 애라고!”민초연이 이렇게 긍정적인 걸 보면서 어떤 사람들은 그녀를 바보 같다고도 했다. 아무래도 너무나 뛰어난 안다혜 옆에 있으니 상대적으로 더 멍청해 보인다는 거였다.사람들은 민초연을 맨날 웃기만 하고 정작 하는 일은 하나도 없는 애 같다고 말했다. 특히 둘을 비교하면서 민초연은 쓸모없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까지 나왔다.하지만 민초연은 그런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안다혜 때문에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고 해도 상관없었다.어찌 됐든 안다혜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였다. 그 사람들은 안다혜가 어떤 사람인지, 좋고 나쁨을 평가할 자격이 없었다.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어대든 민초연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고 그런 말들이 그녀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도 못했다.어차피 인생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거지, 남들 보라고 사는 게 아니다. 게다가 이런 수다를 떨고 뒷담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었고 정말 우습기만 했다.만약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떠드는 몇 마디 말에 휘둘려서 다 믿어버린다면 그건 자기 삶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건 그냥 웃긴 소리일 뿐이고 인생은 결국 자기 자신의 것이니 굳이 남들 눈치 보면서 살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인생에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하는 말을 너무 신경 쓰다 보면 결국 손해 보는 건 언젠가 자기 자신이다.이런 점에서 민초연은 정말 통찰력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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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민초연이 이렇게까지 들떠서 챙겨 주는데 안다혜도 차마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이건 전부 민초연의 진심 어린 호의인데 거절했다가는 민초연이 분명 마음 아파할 것이다.입 밖으로야 아무 말 안 하겠지만 속으로는 분명히 혼자 끙끙 앓을 사람이었다.겉으로 보기에는 털털하고 신경 하나 안 쓰는 것 같아도 사실은 마음속에서 오래오래 곱씹는 타입이었다.그녀는 무엇이든 스스로 소화해 버리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면 그건 결국 민초연 자신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게다가 언젠가는 분명 자기 인생이 너무 우울하다고 느끼게 될지도 몰랐다.안다혜는 그렇게 뭐든 혼자 다 삭여 버리는 민초연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럴 거였으면 자기 같은 친구가 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단짝 친구라는 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기댈 수 있으라고 있는 것이었다.지금 이렇게 분주하게 자기를 챙기는 민초연을 보고 있자니 안다혜의 마음은 따뜻하면서도 한편으론 짠했다.민초연은 늘 이렇게 무조건 자기 입장을 먼저 생각해 주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그만큼 너그럽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걸 떠올리니, 안다혜는 더더욱 마음이 아렸다.하지만 이 모든 건 민초연이 스스로 기꺼이 감당하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그녀에겐 안다혜라는 단짝 친구가 딱 한 명뿐이다. 그 친구에게까지 잘해 주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잘해 주겠는가.그리고 그녀의 이런 다정함은 아무에게나 쉽게 내주는 게 아니었다.윤해준은 두 사람의 분위기를 지켜보며 속으로 안도하여 한숨을 내쉬었다.보아하니 민초연이 이곳에 와 준 것이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었다.조금만 더 늦게 왔더라면 아마 지금 이 시각쯤 안다혜는 이미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 있었을 것이다.다행히 민초연이 여기 머물러 준 덕분에 그 출국을 며칠이라도 늦출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일밖에 모르는 이 워커홀릭이 또다시 무리할 게 뻔했다.겨우 이렇게 좀 안정이 된 참인데 말이다.한창 휴대폰으로 폭풍 주문을 넣고 있던 민초연은 문득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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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이모건은 옆에서 생기 넘치고 발랄한 민초연을 바라보다가 문득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이 이는 것을 느꼈다.이렇게 밝고 활기찬 민초연이 막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안다혜보다도 더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그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이모건은 얼떨떨해졌다.‘설마 나도 그렇게 마음이 쉽게 움직이는 사람이었나?’그는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아 갑작스레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이 감정이 이모건에게 낯설게 다가와 심지어 그는 점점 깊은 자기 회의 속으로 빠져들었다.그는 소파에 앉아 허벅지 위에 올려둔 양손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구석에서 이를 꽉 물고 속으로는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해준은 이모건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고 힐끗 한번 쳐다보았지만, 그뿐이었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이 남자는 원래부터 하는 짓이 하나같이 괴상했으니 이제 와서 새삼스러운 것도 없었다.아니, 애초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유부녀에게 마음이 갈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 감정 자체가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윤해준은 그 점이 늘 의아했고 지금 이모건이 혼자 끙끙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더욱 못마땅해졌다.대체 뭐가 그리 복잡하다고 남자가 맨날 저렇게 고민에 빠져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될 일들이 이 남자만 거치면 온갖 사연이 붙어 복잡해지는 느낌이었다.그 생각에 윤해준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섞인 한숨이 나왔다.한편 이쪽에서는 안다혜와 민초연이 의견을 모아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결국 김미진에게 전화를 걸어 보기로 했다.그 말을 듣고 윤해준도 비로소 떠오르는 일이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안다혜가 깨어나기 직전까지도 자신은 김미진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그런데 그 통화가 갑자기 끊겨 버렸고 거기에 더해 안소현과 허종혁까지 둘 다 감옥에 들어간 상황이니 지금쯤 김미진은 집에서 속을 태우고 있을 것이다.그 사실을 떠올린 윤해준은 괜히 코를 만지작거리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왠지 조금은 미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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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를 김미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이 집사의 목소리가 들리자 김미진은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겨우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그에게 다가갔다.그녀는 이 집사의 소매를 꽉 붙잡고 기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 집사님, 아까... 다혜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요.”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집사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김미진이 이런 표정으로 말하는 걸 보니 왠지 정신 상태가 조금은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이 집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혹시 잘못 들으신 거 아닐까요? 지금 둘째 아가씨는 여기 안 계시고 방금 사모님이 통화하신 건 사위 분이시잖아요.”이 집사는 그저 김미진이 사람을 착각한 줄로만 알았다.그도 그럴 것이 요즘 들어 김미진의 컨디션은 도무지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태였다.종일 음식을 별로 먹지도 않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서 피로가 극도로 누적된 상태였다.게다가 날마다 안다혜 걱정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보니 사람이 눈에 띄게 야위어 갔다.이 집사는 김미진의 도드라진 광대와 살이 많이 빠져 움푹하게 들어간 볼을 그냥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아려 왔다.불과 며칠 사이에 사람이 이렇게까지 말라버릴 수도 있나 싶은 정도였다. 누가 봐도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이 집사의 말에 김미진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제가 방금 누구랑 통화했는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목소리가 불쑥 높아졌다. 그 말투에는 이 집사의 말을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김미진의 흥분한 모습을 보며 이 집사는 더 이상 말을 삼키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지금 여기서 계속 말을 보탰다가는 오히려 김미진의 감정만 더 자극할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상태를 봐서는 더 이상 자극을 주는 게 좋지 않았다.“알겠습니다, 사모님 말씀이 맞으십니다.”이 집사가 한발 물러서자 오히려 이번에는 김미진이 뭔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도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억지로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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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아니, 그럴 리 없어요...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김미진은 방 안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해서 그 말을 중얼거렸다.누가 봐도 정신이 위태로워 보였다.그녀는 두 손을 꽉 힘주어 맞잡고 그 안에서라도 어떻게든 안전함을 찾으려 애썼다. 그러나 그렇게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겨 봐도 마음속에서 원하는 답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이 집사도 덩달아 조바심이 나기 시작해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사모님, 그럼 사위 분께 전화를 한번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그 말을 들은 김미진의 발걸음이 딱 멈춰 섰다. 그리고는 서둘러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격하게 동조했다.“그래요. 왜 이제껏 그 생각을 못 했죠? 당장 전화해봐야겠어요. 도대체 내 딸을 어떻게 만들어 놨는지 제가 직접 물어볼 거예요!”김미진은 속으로 안다혜의 상태가 어떨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나뿐인 딸인데 지금까지 내내 침대에 누워만 있는 상황이었다.그런데도 정작 가장 기본적인 상태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니 이런 상황에서 눈을 붙이고 잘 수가 없었다.이 집사는 기대 어린 눈길로 김미진을 바라보며 응원했다.“좋습니다, 사모님. 어서 걸어 보시지요.”김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해준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만 들려왔다.그 찰나에 김미진은 마치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어쩌다가 일이 이렇게까지 된 걸까.’김미진의 손아귀에서 휴대폰이 천천히 미끄러져 떨어졌고 표정은 점점 굳었다.이 집사는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사모님, 왜 그러십니까?”김미진은 좌절하고 있었다. 그녀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듯,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이 집사님, 윤해준 휴대폰이 꺼져 있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왜 하필 지금...”그 말을 들은 이 집사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겪어 온 모든 일들이 너무나도 기묘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맞춰 놓은 각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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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이 말에 김미진은 억눌러왔던 감정이 모두 터져 나왔다.“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그럼 제가 지금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김미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제 몸이 아무리 안 좋아도 침대에 누워 있는 제 딸보다는 낫잖아요. 지금 저 아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제가 여기서 그냥 손 놓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라고요? 저는 절대 그럴 수 없어요!”감정이 격해진 김미진을 바라보며 이 집사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렇게까지 무너진 김미진의 모습을 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그가 기억하는 김미진은 무슨 일을 처리하든 언제나 침착하고 논리정연했다. 회사 일도 빈틈없이 관리하면서 어떤 일이 닥쳐도 제일 먼저 해결책부터 떠올리는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이성을 이른 채 고함만 치고 있었다.이 집사의 기억이 맞는다면, 예전의 김미진은 무슨 일이 닥쳤을 때 남한테 소리부터 지르고 보는 사람은 결국 겁쟁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던 사람이었다.실력이 없으니까 남에게 자신의 감정만 토로하게 되고 결국 모든 일을 다 남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라고 했었다.그런데 김미진은 지금 언제부터인가 본인이 말하던 그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었다.이 집사는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아 당황스러웠다.“사모님, 많이 조급하신 건 알지만 그래도 조금만 진정하셔야 합니다. 지금 같은 때일수록 저희에게는 차분해질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이 집사의 얼굴에도 어느새 초조함이 비치기 시작했다.그 말을 듣고 김미진은 몇 번이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가슴 한가운데에 커다란 돌덩이가 올려져 있는 것처럼 답답했고 귀에서는 이명이 울리면서 머릿속까지 지직거리는 소리로 꽉 찬 것 같았다.김미진은 자신도 모르게 한발 물러섰고 당장 그대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비틀거렸다.그 모습을 본 이 집사는 깜짝 놀라 서둘러 약상자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는 평소 김미진이 먹던 약을 찾아 꺼내고 급히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건넸다.김미진이 약을 먹고 호흡이 조금 가라앉자 그제야 이 집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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