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의 모든 챕터: 챕터 961 - 챕터 970

1058 챕터

제961화

허승호가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직접 경찰서로 가서 허종혁을 제대로 손봐주겠다고 김미진은 생각했다.“상황이 좀 복잡합니다, 회장님. 오셔서 직접 보신 뒤에 말씀드리는 게 좋겠습니다.”청장은 조심스럽게 상황을 전했고 너무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두 사람을 경찰서로 오게 하려면 온갖 방법을 다 써야 했다.어쩔 수 없었다. 그 두 사람을 경찰서에 계속 붙잡아 두고 있으면 안 됐다.시간만 낭비될 뿐인데다가 두 사람 다 전혀 통제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그러니 청장으로서는 이런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청장의 방법이 확실히 효과적이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김미진 역시 지금 대체 허종혁이 어떤 상황인지 꽤 궁금했다.청장의 말대로, 백 번 듣는 것보다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게 훨씬 나았다.집에만 있으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고 직접 경찰서로 가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결국 김미진은 청장의 말에 따라 오후에 가겠다고 답했다.청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바라던 상황이 바로 이거였다. 드디어 두 사람이 이곳으로 와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전화를 끊고 난 청장은 이제야 이 문제가 정리될 것 같은 기미가 보여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더 끌었다간 정말 수명이 반으로 줄 것 같은 기분이었다.도대체 만국의 청장은 어떻게 견딘 건지, 그렇게 오랫동안 두 사람을 붙잡아 둘 수 있은 것에 대해 민성의 청장은 꽤 놀라웠다.자신이 순간적으로 마음이 약해져서 두 사람을 이쪽으로 인계받게 되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사람이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고 이제라도 수습할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그러나 숨 돌릴 새도 없이 곧 누군가가 와서 안소현이 또 난리를 치고 있다고 전했다.청장은 미간을 꾹 눌렀다.“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라는 거야? 이제 겨우 며칠인데 왜 자꾸 난리를 쳐?”소식을 전한 경찰도 억울한 얼굴이었다.“저도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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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청장은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곧 사람들이 올 거야. 그러면 저 둘의 문제도 쉽게 정리될 거야.”“누가 오는데요?”경찰은 호기심이 생겼다. ‘전투력이 최고조에 달아있는 저 두 사람의 난동을 막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청장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의 보호자에게 연락했어. 곧 가족들이 올 거야. 그러니까 저쪽에서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마.”“네, 알겠습니다.”경찰의 말투는 살짝 들떠있었다. 저 두 사람과 더 마주칠 일이 없을 거라고 하니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이었다.안소현과 허종혁은 진짜 사람을 미치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경찰은 근무하면서 두 사람 때문에 항상 짜증이 나 있었다.청장은 그만 나가 보라고 손을 내저었다. 경찰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하고는 나가면서 사무실 문을 조용히 닫았다.청장이 잠깐이라도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배려였다.그는 지금 청장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최근 청장은 저 두 사람 때문에 정말 정신이 없어 며칠 사이에 폭삭 늙은 것 같았다. 사무실 문이 닫히자 청장은 뒤로 기대어 숨을 길게 내쉬었다.이제 할 일은 두 사람의 가족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두 사람이 여기에 있는 동안, 청장도 정말 속이 타들어 갔다. 경찰서의 분위기 전체가 저 둘 때문에 뒤숭숭했다.안소현과 허종혁을 상대하는 건, 범인을 잡는 것보다도 더 어렵게 느껴졌다.하지만 이제 이 모든 상황이 곧 끝나게 된다.얼마 지나지 않아 김미진과 허승호가 도착했다.고급 승용차 두 대가 연이어 민성 경찰서 앞에 멈춰 섰다.김미진과 허승호는 동시에 차에서 내려왔고 눈이 마주치자 마치 허공에서 불꽃이 튈 듯 분위기가 팽팽해졌다.김미진은 허승호의 검은색 세단을 힐끔 바라봤다.“어머, 이게 누구세요?”김미진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공교롭게도 오늘 두 사람이 타고 온 차는 브랜드까지 똑같았다.허승호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에 거슬려 김미진은 얼굴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하지만 허승호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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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곧이어 키가 크지 않은 남자가 보였다. 주름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아부하듯 비굴한 표정이었다.김미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런 부류의 인간은 많이 봐 왔었다. 세상살이에 능숙한, 한마디로 처세에 능한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사람 대하는 데 흠잡을 데 없지만 분명 이익을 따라 움직이고 손해는 피하는 타입이기에 깊이 사귈 필요가 없었다.대체로 저런 사람들은 속이 깊고 계산이 빨랐다. 자기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또 원칙도 분명해서 자기 일이 아니면 절대 끼어들지도 손대지도 않는다.김미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두 사람은 지금 어디 있죠?”그녀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안다혜에게서는 아무것도 캐내지 못했는데 직접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하늘이 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이 기회를 절대 놓치면 안 됐고 제대로 붙잡아야 했다.무엇보다도 청장이 걸어 온 전화에 김미진은 꽤 만족했다.한편 허승호는 옆에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눈빛으로는 자기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그는 답을 얻어내겠다는 듯 청장을 똑바로 응시했다.청장은 끝까지 옅은 웃음을 유지한 채 말했다.“두 분,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저를 따라오시죠.”김미진과 허승호는 서로를 한 번 바라보더니,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은 말없이 청장 뒤를 따라갔고 이동하는 동안 뜻밖에도 김미진은 허승호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다.경찰서 안에서는 아무래도 좀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여긴 민성이었기에 이미지도 신경 써야 했다.나중에 혹시라도 사건에 관한 얘기가 새어나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두 그룹이었고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더 골치가 아파진다.이 점에 대해서만큼은 두 사람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대의 앞에서는 그래도 머리를 굴릴 줄 아는 사람들이었고 특히 허승호는 자신의 회사가 제일 중요했다.처음에 허종혁을 버려도 된다는 식으로 말했던 것도 사실 진심이었다. 아내 외에 다른 사람들은 이런 허승호의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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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그동안 안소현도 분명 적지 않게 고생했을 것이다.이런 곳에서 어떻게 버틴 건지 궁금했지만 막상 물어본다 해도 그 뒤에는 안소현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김미진은 감이 잡히지 않았다.김미진은 한숨을 쉬었다. 얼굴빛도 좋지 않았다.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허승호는 속으로 역시 여자들은 정에 약하다고 생각했다.나중에 그녀의 망설임 때문에 일이 어떻게 꼬일지, 그게 더 걱정이었다.태안 그룹의 힘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사실 허승호는 김미진이라는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는 중요한 일을 맡기엔 그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런 말은 마음속에서만 삼켰다.허승호가 참다못해 재촉했다.“청장님, 빨리 두 사람을 데려오라고 하시죠.”그는 여섯 시에도 일정이 있었기에 여기서 더 시간을 끌 수 없었다.태안 그룹과 엮여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긴 게 아니었다면, 허종혁 같은 아들은 정말 버려버리고 싶었다.가진 것도 없고 머리도 좋지 않아 데리고 다녀도 체면이 깎였다.청장도 두 사람의 인내심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눈치챘다.오후부터 지금까지 끌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저들 같은 사업가들이 재부를 축적하는 속도를 생각해본다면 1분 1초도 아까워할 사람들이다.김미진 쪽은 회사 일은 안다혜가 붙잡고 있으니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에 그나마 덜 조급해 보였다. 안다혜에게 맡기면 문제가 생길 리도 없어서 마음이 놓였다.청장은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달랬다.“네, 네. 진정하시고요. 이미 사람 보내서 데려오는 중입니다.”곧이어 허승호와 김미진은 쇠사슬이 쨍그랑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두 사람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안소현은 입을 삐죽 내밀고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몹시 못마땅한 표정이었다.한 번 힐끗 쳐다본 김미진은 미처 알아보지도 못했다.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수척한 얼굴, 헝클어진 머리, 낡고 망가진 옷차림을 한 여자가 눈앞에 서 있었다.김미진의 눈가가 서서히 젖어 들었다.‘이게... 정말 내 딸 맞아?’못 본 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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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아마 안다혜도 지금 저렇게 화려하고 말끔한 모습일 가능성이 컸다.안소현은 그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는 머리를 감싸 쥐었지만, 수갑에 얼굴이 맞는 바람에 고통스러운 신음이 새어 나왔다.그 모습을 본 김미진은 더 가슴이 미어졌다.“청장님, 빨리 저희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세요. 여기 앉아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그녀는 딸을 만나고 싶었다. 딸을 꼭 끌어안고 싶었다.이런 그녀의 마음에는 잘못이 없었다.청장은 코끝을 만지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김 회장님, 제가 못 들어가게 하는 게 아니라 혹시 회장님이 놀라실까 봐 그럽니다.”“내 딸인데, 내가 무서워할 리 있겠어요?”김미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그거야말로 정말 웃기는 얘기 아닌가요?”그녀는 단호하게 청장 곁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 달라고 요구하려 했다.안소현은 안에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드디어 여기 생활도 끝이 나겠구나.’김미진이 왔으니 더는 아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이런 생각을 그동안은 체면 때문에 드러내기 싫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차라리 드러내는 게 나았다. 어떨 때는 체면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목숨이 더 중요했기에 체면 따위는 작은 문제였다.사실 최근 들어 안소현도 자신의 감정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이유 없이 괜히 화가 치밀어 오르는 때가 많았고 특히 허종혁이 미친 사람처럼 보일 때마다 속이 더 부글부글 끓었다.안다혜의 남자는 그렇게 훌륭한데다가 얼굴까지 허종혁보다 더 잘생겼는데 자신이 선택한 남자는 쓸모없는 것도 모자라 부모에게 버림받을 뻔하기까지 했다.‘그런 남자를 곁에 둬봤자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집에 데려다 놓고 장식품처럼 세워 두기라도 하라는 건가?’얼굴이 잘난 것도 아니었으니 장식품도 되지 못한다.안소현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유리창으로 다가갔다. 김미진이 가까이에서 자신을 똑바로 보게 하려는 듯했다.그녀는 지금 당장 김미진이 자신을 데리고 나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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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허승호는 청장이 한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그전까지만 해도 허종혁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왔었고 의도는 뻔했다. 감옥에서 나오고 싶다는 거였다.그때만 해도 멀쩡했다.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다.‘이제 얼마나 지났다고 갑자기 바보가 됐다는 말인가?’허승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청장은 허탈한 모습의 허승호를 말렸다.“허 회장님, 죄송하지만 사실입니다. 저희도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어 유감입니다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김미진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저희를 안에 못 들어가게 해 놓고 제 딸을 저 사람하고 같은 방에 가둬 놨다고요?”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떨렸다.“이렇게 하면 제 딸은 어떡하라는 거죠? 만약 허종혁이 제 딸을 다치게라도 하면요?”김미진은 흔들리고 있었다.그녀는 진짜로 겁이 났다. 안소현을 못 보는 동안, 그저 그녀가 병원에서 성대를 치료하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생활을 하고 있었다니, 더 빨리 알았더라면 진작에 안소현을 데리러 왔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런 고생을 덜 시켰을 것이다. 청장은 김미진을 안심시키려 말했다.“김 회장님,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허종혁 씨가 다른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은 있어도 안소현 씨 앞에서는 비교적 얌전합니다. 아마도 안소현 씨가 자기 약혼자였다는 걸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김미진은 몇 번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자기 딸만 다치지 않으면 됐다. 안소현은 이미 허종혁이라는 남자 때문에 이 지경이 됐고 더는 그 어떤 고통도 겪게 하면 안 됐다.“그럼 우리를 부른 이유가 뭔가요?”김미진은 이제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었다.한편 허승호의 시선은 머리카락에 얼굴이 가려진 채 안쪽에 서 있는 허종혁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그는 믿기지 않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종혁은 멀쩡했고 멀끔하고 잘났다.그런데 고작 며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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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김미진이 그렇게 해준다면 안소현은 분명 감지덕지할 것이다.한편, 김미진은 허승호의 말에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지금은 감옥 가는 걸 상처의 크기를 보고 판단하나요?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안 보고요?”김미진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그럼 당신이 먼저 내 뺨을 한 대 때렸다고 칩시다. 내가 똑같이 한 대 되돌려줬어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더 세게 때렸다면, 그럼 내가 감옥 가야 하고 정작 먼저 시비 건 당신은 아무 문제도 없다는 겁니까?”김미진은 허승호에게 바짝 다가가 그의 귓가에 서늘하게 속삭였다.“그런 거예요?”허승호는 김미진의 말을 듣고 순간 말문이 막혀 뭐라 반박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청장은 금방이라도 싸울 것 같은 분위기에 급히 사이에 끼어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두 분 여기서 싸우셔도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김미진과 허승호가 동시에 청장을 바라보자 청장은 오히려 조금 머쓱해졌다.그래도 그는 코끝을 만지며 말을 이었다.“두 분을 부른 건, 사실 다른 일 때문입니다.”그러면서 청장은 자료를 두 사람에게 건넸다.그리고 차분히 설명했다.“허종혁 씨의 현재 상태 때문에 우리 경찰서에서도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 할지 난감합니다. 다만, 허종혁 씨가 저지른 일은 사실상 증거가 확실합니다.”김미진은 손뼉을 치며 맞장구쳤다.“당연히 그렇겠죠. 그런 짓을 저지르고 죗값을 치르지 않겠다는 건 말이 안 되죠.”김미진의 말은 날카로운 바늘처럼 허종혁의 가슴에 박혔다.허종혁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입술이 가볍게 꿈틀거렸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구석에서 그의 눈동자에는 서늘한 기운이 번졌다.이 인간들의 추악한 얼굴을 그는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미친 척, 바보인 척하면 한 번쯤은 빠져나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지금 보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언제나 이 사람들은 그에게만 유독 가혹했다.허승호는 힘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지금 상황이 자신과 허종혁에게 극도로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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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허승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김미진의 말이 맞다고 인정했다. 상대가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건, 아직 상황을 돌릴 여지가 있다는 뜻이었다.청장은 두 사람이 마침내 결론을 낸 걸 보고 속으로 한숨을 돌렸다.‘이제 됐다. 드디어 저 역병 같은 인간들을 내보낼 수 있어.’두 사람을 여기 계속 두면 언젠가 경찰서를 뒤집어엎을 기세였다.“좋습니다.”청장은 가볍게 헛기침했다.“다만 그동안 안소현 씨와 허종혁 씨는 반드시 저희의 감시 아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민성을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저희는 이후의 절차를 강제로 집행할 것이고 그때는 더 이상 여러분이 협의할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김미진과 허승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했다.두 가문 모두 이 사회의 실세인 재벌가라고 해도 결국 장사하려면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김미진과 허승호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그래서 청장의 말을 완벽히 거부할 수는 없었다.“알겠습니다, 청장님. 그럼 제가 두 아이를 먼저 데리고 가겠습니다.”청장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의 수갑을 풀어 주었다.자유를 되찾는 순간, 안소현은 잠시 멍해졌다. 손목이 텅 빈 듯 가벼웠고 구속이 사라진 감각이 새삼스러웠다.역시 사람은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걸 뼛속 깊이 느끼고 있었다.김미진은 더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안소현을 와락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소현아, 엄마가 미안해.”안소현도 팔을 들어 김미진을 안아 주려던 순간, 목덜미 쪽으로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그 순간 안소현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그녀는 줄곧 김미진이 자신을 창피하게 여겨서 구해 주지 않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했다.안소현은 자기가 김미진을 너무 나쁘게만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지금 김미진은 분명히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까 허승호와 논리적으로 맞서 싸운 것도 김미진이었고 김미진은 언제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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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쓸모없는 인간.’안소현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자신이 남자를 보는 눈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새삼 느껴졌다.도대체 왜 이런 놈을 좋아했는지, 그동안 자신은 어떻게 버텨 온 건지, 그렇게 오랜 시간 참아 낸 자신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하지만 이미 한참 지난 일이고 이제 와서 되뇌어 봐야 소용없다.‘내 목소리...’그 생각에 안소현은 무심코 손을 들어 자기 목을 만졌다.그녀의 눈동자에 쓸쓸함이 스쳤고 그 모습이 그대로 김미진의 눈에 들어왔다.김미진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겨우 이십 대인 어린 나이에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단 말인가, 멀쩡하던 목이 왜 이런 억울한 재앙을 당해야 하는가.’이 생각에 김미진의 마음속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허승호를 바라봤다.“갑시다. 허 회장님 집으로 갈까요, 아니면 우리 집으로 갈까요?”허승호는 잠시 말이 없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우리 집으로 가죠. 우리 집이 더 가깝습니다. 김 회장님도 이 사건을 최대한 빨리 결론 내고 싶으시잖습니까.”이번만큼은 김미진도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그녀는 정말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진이수가 말리지 않았다면 허종혁의 뺨을 몇 대라도 때렸을 것이다.해외에 한 번 다녀오더니 사람이 이렇게 망가진 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다. 무슨 벌이라도 받은 건가 싶었다.일행은 두 대의 차를 몰고 허승호의 집으로 향했다.허종혁은 익숙한 저택을 보자 속으로 감탄이 흘러나왔다.마침내 살아서 돌아왔다.예전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곳이었는데 이런 일을 한바탕 겪고 나니 완전히 딴 세상 같았다.익숙한 나무 한 그루, 잔디 한 줄기까지도 낯설 만큼 소중하게 느껴졌다.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현관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아들을 보며 허승호는 속에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가자. 문 앞에서 뭐 해?”그는 허종혁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봤다.허종혁은 허둥대며 허승호의 행동을 따라 움직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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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진이수는 그렇게 움츠러들어 있는 안소현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쨌든 그녀도 안씨 가문의 사람이었다.진이수는 안소현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 제가 여러분을 지켜 드리겠습니다.”그 말에 안소현은 감사하다는 듯 미소로 답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이 사람들이 설마 내가 진짜로 무서워하는 줄 아나?’이건 전부 김미진에게 보여 주기 위한 연기일 뿐이었다. 그래야 김미진이 자신에게 더 잘해 줄 것이다.안다혜가 다시 회사로 돌아온 이상, 그 늙은이들은 분명 안다혜를 더 좋아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에게는 이제 별다른 카드가 없었다.결국 지금은 스스로 다른 길을 찾아야 했고 그 길이 바로 김미진의 동정심을 이용하는 것이었다.역시 김미진은 안소현이 얌전한 모습을 할수록 눈가가 더 빨개졌다.김미진은 안소현의 손등을 토닥이며 달래듯 말했다.“소현아, 걱정하지 마. 엄마가 꼭 네 억울함을 풀어 줄게. 절대 그냥은 못 넘어가.”“고마워요, 엄마.”안소현은 김미진의 팔을 꼭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모녀 같았다.집 안으로 들어간 일행의 눈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허종혁의 어머니가 보였다.허종혁의 어머니는 소리가 나자 가정부가 장을 보고 돌아온 줄로 알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아주머니, 점심에 가지볶음 좀 해 줘요. 갑자기 그게 먹고 싶네요.”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그제야 그녀는 이상함을 느꼈다.고개를 드니 허승호 일행의 분노로 가득한 얼굴이 보였고 그사이에는 자기 아들까지 서 있었다.허승호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그녀를 가리키며 욕설부터 퍼부었다.“이 망할 여편네, 너는 아들 걱정은 안 하는 거야? 전에는 종혁이 구해 오라며 그렇게 난리 치더니 지금은 뭐 하고 있는 거야?”이는 일부러 김미진이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허씨 가문에서 허종혁을 버릴 생각이었던 게 아니라, 상황이 안 돼서 못 찾았을 뿐이라는 걸 보여 주려는 것이다.하지만 허종혁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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