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의 모든 챕터: 챕터 971 - 챕터 980

1058 챕터

제971화

말하면서 울먹거렸다. 때로는 허종혁의 옷자락을 잡아당기기도 했다.하지만 상대는 손길을 허락하지 않았다.박선화도 비로소 눈치를 챘다.“여보, 얘가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나한테 제대로 된 설명 좀 해줘요.”박선화가 아무리 울며불며 호소해도 허종혁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저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조심스럽게 허승호의 소매를 바라보며 박선화가 만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자아보호 기제가 발동하면서 박선화와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허승호는 한참을 망설이며 아내에게 이 일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모든 게 다 자기 아들이 자초한 일이라 남에게 돈으로 보상까지 해줘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회사마저 지킬 수 없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나.게다가 평범한 가정주부인 그녀가 알아들을 리도 없었다.옆에서 보다 못한 김미진이 나서서 사건의 경과를 박선화에게 다시 설명해 주었다.“그러니까 본인 아들은 알아서 하시고 어떻게 저희에게 보상해 줄지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김미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경고하는데 내 아이가 받은 상처는 반드시 되갚아줄 겁니다.”상대의 살벌한 모습에 박선화는 눈에 띄게 겁을 먹었다.평생 집에만 있던 그녀가 어떻게 재계를 누비는 김미진의 상대가 될 수 있겠나.둘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허승호는 옆에서 이 극명한 대조를 보며 마음속으로 무한한 후회를 느꼈다.역시 어른의 말을 들어야 한다.‘현명한 아내를 만나야 대대손손 집이 잘사는데.’하지만 그건 살아가면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다음에 할 얘기였다.박선화는 기력이 다한 듯 소파에 주저앉았다.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열 달 동안 뱃속에서 품었다가 낳은 아이가 이 지경에 이를 줄이야.김미진은 박선화의 그런 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왜요, 이제 와서 본인 아들이 안타까워요?”김미진은 안소현을 자기 곁으로 끌어당긴 후 가차없이 쏘아붙였다.“그럼 내 딸은요? 이제 겨우 20대인데 당신 아들 때문에 성대가 망가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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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박선화는 사나운 기세로 안소현의 얼굴을 찢어버릴 듯 달려들었다.김미진은 깜짝 놀라 재빨리 진이수에게 그녀를 끌어내라고 손짓했다.진이수도 눈치 빠르게 다른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박선화를 붙잡고 있었다.그는 안소현을 향해 물었다.“아가씨, 괜찮으세요?”안소현은 눈물을 글썽이며 울었지만 꾹 다문 입술로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는 뜻을 내비쳤다.김미진이 걱정하지 않도록 매우 강인한 모습을 보이려는 거다.그 모습을 본 김미진도 놀란 가슴을 두드렸다.그녀는 안소현을 꼭 끌어안은 뒤 허승호와 박선화를 가리키며 소리쳤다.“이게 나와 상의해 보겠다는 태도인가요? 우리가 피해자라는 걸 잊지 말아요. 소현이뿐만 아니라 다혜 일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다 따질 거니까.”말을 마친 김미진은 안소현을 데리고 바로 떠났다.“진 비서, 이만 가지. 허산 그룹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이게 저 사람들 성의라면 난 당장 모든 협력을 취소하겠어.”그렇게 말한 김미진은 허승호 일행에게 자동차 배기가스만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허승호는 마치 모든 힘이 빠져나간 듯 비틀거리며 두 걸음 걷다가 쓰러질 뻔했다.박선화가 그 모습을 보고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괜찮...”짜악!뺨을 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뒤에 있던 허종혁마저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그는 목을 움츠리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아버지는 화가 나서 목까지 벌겋게 달아오르고 뺨을 맞은 어머니는 자리에 굳어진 채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에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한참이 지나서야 박선화는 화끈거리는 뺨을 만졌다.“당신... 지금 나를 때렸어요?”손이 덜덜 떨리면서도 차마 얼굴을 만지지 못했다.거울을 보지 않아도 박선화는 지금 자신의 얼굴이 어떤 모습일지 알 것 같았다.얼굴에 느껴지는 따가운 통증은 거짓이 아니었다.허승호가 박선화를 향해 매섭게 삿대질하며 말했다.“그래, 때렸다. 어쩔래? 온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고 회사가 망할 때쯤 내가 왜 때렸는지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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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가슴 한편에 더욱 애틋함이 밀려왔다.이런 바보 같은 아들을 앞으로 사모님들 무리에서 어떻게 자랑하며 다니겠나.박선화는 생각할수록 더욱 괴로웠다.게다가 방금 맞은 뺨까지 더해져 모든 억울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박선화는 허종혁을 꼭 껴안고 머리를 감싼 채 통곡했다.“불쌍한 내 아들, 우리 모자 팔자가 왜 이리도 고달픈지. 쓸모없는 네 아빠는 모든 화풀이를 나에게만 하고 남편 잡아먹을 네 약혼녀는 좋은 여자가 아니었어. 아들아, 우리 운명도 참 기구하구나.”박선화는 울면서 허종혁의 등을 토닥였다.그런데 허종혁의 얼굴에는 짜증만 가득했다.두 노인네가 아무런 쓸모가 없을 줄이야.김미진 한 명을 상대로 이렇게 쉽게 무너져 버리다니.좀 더 지켜보다가 정 안 되면 적절한 기회를 찾아 허승호에게 자신이 미친 게 아니라는 사실을 털어놓을 생각이었다.허종혁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어머니에게도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일을 해결하는 대신 오히려 일을 더 망쳐버렸다.아주 작은 일만 생겨도 폭죽처럼 바로 발끈하며 분노를 터뜨리니,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머리로 생각하는 법이 없었다.허종혁은 박선화가 한가롭게 TV를 보던 모습을 떠올렸다.그런데 정작 본인은 유치장에서 찾아오는 이 한 명 없는 신세였다.허종혁은 눈을 감았다. 귀에는 박선화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지만 억지로 듣지 않으려 했다.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결국 그는 벌떡 일어나 위층으로 걸어가며 소리쳤다.“아버지... 아버지를... 찾아야...”박선화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똑똑하고 영리한 아들이 지금 이 순간 갑자기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다.허종혁은 연기하며 박선화의 품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났다.이곳에 더 있다가는 귀가 망가질 것 같았다.이제 그는 앞으로의 길을 어떻게 갈지 생각해야 했다.감옥?거기는 절대 갈 수 없었다.이생에 다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안소현은 김미진의 팔짱을 낀 채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고 모녀는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진이수는 앞에서 운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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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진이수는 무척 기뻐했다. 미친 여자를 막았을 뿐인데 월급까지 오를 줄이야.이런 좋은 일이 앞으로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허종혁 일이었다.“회장님, 이대로 쉽게 넘어갈 생각이세요? 허씨 가문의 태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앞에서 운전하던 진이수의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했다.허씨 가문 일가의 행동이 눈에 거슬렸다.본인들이 먼저 잘못했으면서 미친 박선화는 오히려 자신들이 옳은 것처럼 굴었다.대체 무슨 염치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김미진은 운전하는 진이수를 담담히 바라보며 그가 정말 화가 난 걸 알고는 다독이듯 말했다.“됐어. 이 일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일단 운전이나 해. 나머지 일은 허씨 가문의 그 늙은이가 나에게 설명할 때까지 기다리면 돼.”김미진의 눈빛에 날카로운 빛이 스쳤다. 그 늙은이가 대체 무슨 속셈인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아들이 저 지경이 됐는데도 손에 쥐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집념 하나는 인정해야 했다. 게다가 같이 사는 아내도 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김미진은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 늙은이가 이대로 그냥 넘어갈 생각이라면 그들 일가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언젠가는 재앙이 닥치겠지.’안소현이 눈치껏 김미진에게 기댄 채 자신을 위해 너무 애쓰지 말고 몸을 먼저 챙기라며 다정하게 말했다.김미진은 어깨 위의 무게를 느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만 같았다.이렇게 이해심 깊은 아이가 있는데 뭘 더 바라겠나.김미진은 안소현의 손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소현아, 두려워하지 마. 엄마가 여기 있잖아. 내가 허씨 가문 사람들이 너를 괴롭히게 두지 않을 거야. 그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도망가지 못하게 할 거야.” 안소현은 감동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 엄마. 엄마가 곁에 계시니 마음이 편안해요. 저한테 정말 잘해 주시네요.”“당연하지. 넌 내 딸인데 내가 너한테 잘해주지 않으면 누구한테 잘해주겠니?”김미진은 한숨을 쉬었다.“너희 둘 다 내 귀한 자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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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안소현은 익숙한 집 문을 바라보며 눈시울에 맺힌 뜨거운 눈물이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듯했다.지난 한 달 동안 그녀가 누린 건 소독수 냄새와 경찰서에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분위기뿐이었다.목소리도 망가질 정도로 고생했기에 안소현에게 이 한 달은 마치 일 년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사실 시간은 그렇게 빨리 흐르지 않았다.서러워하는 안소현의 모습을 김미진은 모두 눈여겨보고 있었다.그녀는 줄곧 허종혁이 저지른 일이라고만 여기며 안소현은 전혀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안소현에게 조금 더 잘해주고 싶었다.게다가 성대 문제까지 겹치자 김미진은 오히려 안소현에게 빚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다만 김미진도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안소현의 손을 잡고 가볍게 말했다.“가자, 우리 집으로.”“네.”안소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코를 훌쩍였다.정말 집이 그리웠다.오랫동안 밖을 나돌았으니 그리울 수밖에.안소현이 달콤하게 말했다.“엄마, 엄마가 만든 갈비찜과 생선요리 먹고 싶어요.”김미진은 애정 어린 손길로 안소현의 코끝을 톡 건드렸다.“그래, 이 먹보야. 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엄마한테 다 말해. 엄마가 도우미한테 가서 장을 보라고 말할게.”안소현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이 정도면 충분해요. 엄마, 너무 많이 하면 저도 정말 다 못 먹어요.”김미진은 깊은 감회에 젖었다.“네가 정말 어른이 됐구나.”과거의 안소현은 자신 때문에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아가씨로 자랐다는 걸 김미진도 잘 알았다.나쁜 사람이 아닌데 그런 성격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다지 좋게 비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진이수가 느낀 것처럼 김미진도 알아차렸다.이 딸을 너무 애지중지 키워서는 안 된다는 걸.안으로 들어간 안소현은 김미진이 앞치마를 매는 것을 도왔다.김미진은 한동안 요리에 손을 뗐지만 오늘은 특별히 안소현을 위해 직접 해볼 생각이었다.두 사람은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김미진이 나왔을 때 식탁에는 이미 그릇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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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안 그러면 안다혜의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다.안다혜는 이 집사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집사님, 엄마 집에 계시죠?”“네, 계십니다.” 이 집사가 물었다.“사모님께 드릴 말씀이라도 있으세요?”안다혜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사실 마음속으로 계속 갈등하고 있었다.결국 그녀는 고개만 저었다. “나중에 엄마랑 이야기할게요.”안다혜의 눈빛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김미진이 아닌 이 집사에게 말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네, 알겠습니다.”이 집사도 그걸 훤히 꿰뚫어 보았다.안다혜가 이제 막 집으로 왔는데 문 앞에서 캐묻는 것도 실례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남의 집안 사정에 그가 왜 끼어들겠나.집사는 재빨리 사과했다.“죄송해요. 아가씨, 제가 지나치게 참견했네요.”안다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니잖아요.”그렇게 말하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집사는 그 모습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안다혜를 막을 수가 없었다.그도 단지 이 집에서 일하는 집사라 주인 앞에서 선 넘는 행동을 할 수는 없으니까.남은 건 김미진에게 달렸다.이 집사는 다시 생각해 보니 별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어차피 안에 있는 사람도 전부 가족이고 김미진이 알아서 대처할 것이다.안으로 들어선 안다혜의 눈에 안소현이 맛있게 밥을 먹고 김미진이 그 옆에서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눈앞에 벌어진 장면에 심장이 쿡 쑤셨다.김미진의 기분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정작 당사자는 멀쩡히 사태의 주인공을 데려왔다.‘내가 또 쓸데없는 걱정을 했네.’우스웠다. 그녀의 걱정이 김미진에게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김미진은 집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안다혜가 다가올 거란 걸 알았지만 그녀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어쨌든 안소현도 여기 있는데 너무 격한 반응을 보이면 안소현에게 미안한 일이니까.안소현은 집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김미진의 반응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그녀 역시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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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그래, 다혜야. 너도 좀 먹어.”김미진은 웃으며 두 자매 사이가 가까워지길 바랐다.이렇게나마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았다.비록 다소 성급하긴 했지만 조금씩 맞춰가는 것도 나쁠 건 없었다.김미진은 이마에 흐르지도 않는 땀을 닦았다.이 집사는 옆에서 지켜보며 안다혜의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눈앞에 당장이라도 아수라장이 벌어질 것 같았다.안다혜는 안소현의 목소리를 듣고 우습기만 했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비웃으며 말했다.“우리 언니 목소리가 왜 그럴까? 날 해치려던 잘난 형부가 한 짓인가?”안다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지만 눈빛은 싸늘했다.그녀가 안소현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하찮은 광대를 보는 듯했다.안소현은 화가 나서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안다혜가 김미진이 있는데도 대담하게 비아냥거릴 줄은 몰랐다.예전 같으면 김미진의 눈치를 봤을 텐데 지금의 안다혜는 사뭇 달라진 것 같았다.김미진은 테이블을 내리치며 바로 꾸짖었다.“안다혜, 언니한테 무슨 말버릇이야?”안소현이 이제 막 경찰서에서 나와 아직 몸도 마음도 추스르지 못한 상태인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그런데 안다혜가 오자마자 차갑게 조롱이나 하니 김미진은 참을 수 없었다.“둘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든 그래도 네 언니야.”김미진은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말했다.“언니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양심에 찔리지도 않아?”안다혜는 예쁜 눈을 부릅떴다. 엄마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분명 자신이 피해자인데 어쩌다 보니 그들의 입에서는 마치 천하에 둘도 없는 악당이라도 된 것 같았다.‘세상에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안다혜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엄마, 전 이해가 안 되네요. 엄마가 생각하는 피해자는 자신이 잘못을 저질러놓고 남에게 들킨 뒤에 불쌍한 척하는 사람인가요? 본인이 자초한 일인데 누구 탓도 못 하죠.”안다혜의 태도 역시 매우 차갑고 단호했다.원래는 김미진과 안소현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럴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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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그런데 정작 친딸은...그러한 생각이 들자 김미진은 천천히 시선을 상대방에게 돌렸다. 안다혜의 얼굴에 비친 믿을 수 없다는 표정만 보였다.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일이었다.김미진의 얼굴에서 그런 흔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안다혜는 퉁명스럽게 코웃음을 치며 김미진을 바라보았다.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기도 전에 그녀의 얼굴에 번진, 안소현에 대한 흐뭇함이 보였다.그걸 보고 무슨 말을 더 할까.굳이 말하지 않아도 명백한 사실인걸.더 물어봤자 서로에게 이득이 될 것도,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끝까지 캐물어봤자 자신만 눈치 없는 사람이 될 테니까.안다혜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알겠어요.”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김미진에게 말했다.“엄마, 제 생각이 짧았어요. 제 문제네요. 전 일이 있어서 두 사람 방해하지 않고 이만 가볼게요.”말하며 안다혜는 떠나려 했다.김미진과 안소현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안다혜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오늘은 왜 이렇게 고분고분하지?’한마디 대꾸도 없이 바로 떠나려 했다.평소 같으면 진작 화를 내고도 남았을 텐데 이상했다.하지만 김미진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어른으로서 제 자식이 대꾸하지 않는 게 별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니까.그런데 안소현은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기에 곧장 이렇게 물었다.“엄마 만나러 온 거 아니야? 아무것도 안 물어보고 그냥 가?”안다혜는 돌아서지 않고 그저 등을 돌린 채 말했다.“됐어. 내가 할 말을 엄마가 이미 다 했는데 굳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지.”그렇게 말하고 안다혜는 곧장 그곳을 떠났다.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그저 멍하니 있는 안소현과 김미진만 남겨둔 채.안소현은 어리둥절한 채 물었다.“엄마, 무슨 일 있었어요? 다혜 말은 무슨 뜻이에요?”그녀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안다혜는 어딘가 수상해 보였다.김미진은 머릿속으로 자세히 되짚어봤지만 딱히 중요한 일은 떠오르지 않았다. 허씨 가문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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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나.김미진이 아끼는 딸은 안소현인 것을.이 집에서 위로 도약하거나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한 결정권은 김미진 손에 있었다.안소현도 이 점을 잘 알았기에 안다혜보다 더 멀고도 많은 것을 보아낸 것이다.지금은 김미진이 건강하니까 오로지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건 대단한 방법이 아니었다.김미진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안소현은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는 걸 잘 알았기에 다른 일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았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안소현은 미소 지었다.“엄마, 고마워요. 엄마가 해 주신 밥 정말 맛있어요. 해외에 있을 때부터 이 밥이 너무 그리웠어요.”사랑하는 딸에게 칭찬받은 김미진도 당연히 기뻐서 안소현에게 음식을 떠 주며 눈이 휘어지게 웃었다.“맛있으면 많이 먹어. 다음에 또 해 줄게.”“네, 엄마가 최고예요.”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혼자 떠난 안다혜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옆에 있던 이 집사는 마음이 불편했다.‘둘 다 너무한 거 아니야? 더구나 회장님은 자기 친딸에게 어떻게 저렇게 대하지?’두 사람이 식사하는 중에 아무 생각 없이 찾아온 안다혜는 결국 차갑게 식은 마음만 안고 돌아갔다.이 집사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속 쓰린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엔 그도 한낱 집사라 어디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괜히 섣불리 입을 놀렸다가 이 집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지도 몰랐다.그가 이 집에서 이렇게 오래 일할 수 있었던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눈치가 빠르다는 점 때문이었다.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정확히 구분했던 이 집사는 얇은 입술을 꽉 다물고 한쪽으로 물러나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저 모녀가 이렇게 화목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은 행복한데 홀로 떠난 안다혜는 무슨 기분일지 모르겠다.한편 안다혜도 집을 나서면서 자신이 참으로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병상에 한 달 넘게 누워 있었던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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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하지만 김미진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다. 이제 겨우 얼마나 됐다고 바로 안소현을 데려올 줄이야.그 여자는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안다혜는 주먹을 꽉 쥐고 주저 없이 보석함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하지만 두 걸음도 가지 못하고 마음속에서 후회가 밀려왔다.결국 예쁜 눈을 질끈 감은 채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버리긴 아까우니 간직해 뒀다가 나중에 김미진의 생일 때나 다시 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주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김미진은 곁에 안소현만 있으면 충분할 테니 굳이 쓸데없이 찾아가고 싶지는 않았다.그 정도 자각은 있었기에 안다혜는 손바닥에 든 보석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역시, 사람이라는 건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는 법이다.한번 마음이 약해지면 약점이 생긴 것처럼 강인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문득 안다혜는 김미진이 전에 자신에게 했던 말과 자신을 잘 챙겨주던 모습을 떠올렸다.그것만 생각해도 엄마한테 잘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었다.앞으로 많은 소통이 필요할 것 같았다.뭐가 됐든 낳아주고 어렸을 때부터 키워준 엄마니까.그녀에게도 엄마를 돌볼 의무가 있는 셈이었다.안다혜가 생각을 굳히고 회사에 돌아와 사무실에 막 도착했을 때, 유이현이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오세요.”안다혜의 말에 상대는 바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고개를 들자 유이현이 보였다.그는 안다혜 책상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대표님, 서진우 씨와 약속 잡고 저녁 식사 장소도 예약해 두었습니다.”안다혜는 자리에 굳어버렸다.이렇게 빨리 그 남자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이번 생에 다시는 그와 아무런 접점이 없을 줄 알았다.자기 손으로 그 남자를 두 번이나 감옥에 보냈으니까.미워하는 감정이 없어도 내심 원수로 여기긴 할 것이다.그러니 지금 이런 식으로 회사에 보복하는 것이었다.안다혜는 둘의 만남이 이토록 순조롭게 성사될 줄은 몰랐다.“그쪽에서 원하는 건 없었나요?”안다혜가 참지 못하고 묻자 유이현은 고개를 저었다.“아무 요구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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