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은 후, 그가 나에게 중독됐다의 모든 챕터: 챕터 501 - 챕터 510

“어디든 좋아.”제나가 조용히 말했다.“이제 병원에 더 있고 싶지 않아.”경후가 몸을 숙였다. 그의 손끝이 제나의 머리칼을 스치더니, 이내 부드럽게 이마에 입을 맞췄다.목소리는 평소보다 한결 온기가 담겨 있었다.“그래.”제나는 그 품에 살짝 몸을 기댄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디서 들었는데, S시에 새로 생긴 온천 리조트가 있대. 거기 가자.”그동안 제나가 먼저 이렇게 말을 건 적은 거의 없었다.게다가 특별한 부탁도 아니었다.경후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당신 일도 많잖아. 방해되면 안 되니까,

제나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경후의 품 안에서 그저 눈을 감았다.남자의 팔이 자신을 감싸는 무게가 버겁게 느껴졌지만, 힘을 쓰는 것도, 밀어내는 것도 이제는 지쳤다.‘그래, 오늘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금요일이 되었다.경후는 이미 제나의 퇴원 절차를 다 준비해 두었다.내일 아침 바로 온천 리조트로 향할 계획이었다.아마 은주의 생일 때문이었을까... 경후는 평소보다 일찍 병원에 들렀다.심지어 직접 제나에게 저녁을 먹여주기까지 했다.식사가 끝나자 그는 조용히 말했다.“별일

영상은 거기서 끝났다.제나는 무심코 손가락을 움직여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화면 속 팔찌가 클로즈업되는 순간, 제나는 재빨리 멈춤을 눌렀다.그녀는 하성과 함께 참석했던 경매를 떠올렸다. 그날, 경후도 있었다.하성과 경후가 동시에 그 팔찌를 놓고 경합했던 장면이 또렷이 스쳤다.제나는 영상 속 팔찌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건 경후가 낙찰받은 그 팔찌가 아니었다.‘차경후가 그 팔찌를 산 후로, 윤세린이 착용한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설마, 윤세린이 아껴서 안 찬 거야?’‘아니면 애초에 그 팔찌가 윤세린을 위한

은주의 생일 파티는 노유미가 직접 나서서 준비한 자리였다.하지만 막상 레스토랑에 도착해보니, 자리에 앉은 건 은주와 경후 단둘뿐이었다.경후는 별다른 표정 없이 물었다.“이제 뭐 할 생각이야?”은주는 잠시 창밖을 보다가 천천히 대답했다.“여긴 내가 자라온 곳이잖아. 앞으로도 여기서 지내고 싶어.”“그래.”경후는 짧게 대답하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은주는 시선을 내리고, 손목에 찬 팔찌를 가만히 매만졌다.‘이 팔찌... 여전히 따뜻하네.’그 온기가 마음속까지 전해지는 듯했다.조심스럽

“좋아.”경후가 고개를 숙여 제나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술에 은근히 취한 듯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스쳤다.“나한테 상 좀 줘야 하지 않아?”제나는 그의 숨결을 피하며 말했다.“줄 상 같은 건 없어.”“있어.”그 말이 끝나자마자, 경후는 다시 입술을 내려 붙였다.제나는 손끝으로 그의 어깨를 밀어냈지만, 미동도 없었다.결국 그녀는 저항을 멈추고, 그가 원하는 대로 두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온천 리조트에서 보름 가까이 머물렀다.경후는 매일 아침 일찍 시내로 나가 회사를 돌보고, 밤늦게 다시 리조트로 돌아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