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질 무렵, 천단 재궁의 침전에 등불이 밝혀지고, 손량언이 두 내관을 이끌고 들어와 몇 가지 담백한 재식을 상에 차렸다. 기양은 무거운 면복을 벗고 목욕을 마친 후, 소의로 갈아입고, 정방에서 나왔다. 면류관을 쓰지 않았던 탓에 반쯤 마른 검은 머리카락이 등 뒤로 늘어져 있었고, 준엄한 얼굴에는 촉촉한 물기가 남아 있었다.손량언은 서둘러 겹저고리를 가져다 그에게 입혀주고, 상 앞으로 그를 이끌어 의자를 당겨 앉도록 청하며, 직접 따뜻한 국 한 그릇을 그에게 주었다. “이곳은 궁만큼 따뜻하지 않으니, 폐하께서 몸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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