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251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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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예진의 말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분명했다.성민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서서히 굳어 갔다.민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치킨 윙을 뜯으며 점점 더 맛있게 먹는 중이었다.은주와 영호 역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성민도 예진의 뜻을 알아차린 듯 더는 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래, 알겠어. 우리가 서로 다른 입장이라면 억지로 묶어둘 순 없지. 나는 법정에서 네 얼굴을 마주하고 싶진 않아.”“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친구로 지낼 수 있길 바랄게.”그 말을 남기고 성민은 사장에게 가서 계산을 했다.민혁과 다른 사람들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성민이 계산하는 걸 당연하게 기다렸다.성민은 결제를 마치고 돌아와 외투를 집어 들었다.그리고 모두를 향해 억지로라도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늘 정말 반가웠어.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또 보자. 그럼...”성민은 그렇게 말한 뒤 뒤돌아 떠났다.성민이 차에 올라타 먼지처럼 사라진 뒤에서야, 예진은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었다.‘이렇게 달라질 줄 알았으면, 애초에 이 자리에 나오지 않는 게 나았을 텐데.’예진이 고개를 돌려 민혁을 보자, 민혁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다리를 꼬고 흔들고 있었다.은주와 영호도 몰래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분위기는 묘하게 가벼워졌다.결국 넷은 공짜로 야식을 얻어먹은 셈이었다. 어쨌든, 맛있게 먹긴 했다.예진의 눈에는 민혁이 평소 꽤 생활에 까다로운 사람으로 비쳤다.하지만 이렇게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건 의외였다.아직 누구도 어색한 정적을 깨고 나서려 하지 않았는데, 그 순간 영호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잠시 후 돌아온 얼굴은 굳어 있었다.“방금 동료한테 전화가 왔는데... 젊은 여자가 투신했대요. 지금 당장 가봐야 해요.”영호는 잠시 머뭇거리다 은주를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은주 씨... 오늘은 내가 집까지 못 데려다 드릴 것 같아요.”은주는 곧장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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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정하늘 씨? 분명히 점심때 구해냈을 땐 멀쩡했잖아요, 그런데 왜 또 뛰어내린 거예요?”전화기 너머에서 인성이 설명했다.[오늘 낮 사건이 끝나고 가족들이랑 집에 갔는데... 무슨 말을 들은 것 같아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뛰어내린 겁니다. 뛰어내리기 전에 아름 선배님한테 문자를 남겼더라고요. 그제야 우리가 알게 된 거예요.]민혁의 미간이 점점 더 좁혀졌다.“지금 정하늘 씨 상태는요?”[이미 숨졌습니다. 근처 이웃이 경찰에 신고했고, 시신은 벌써 옮겨졌어요. 저랑 아름 선배님은 지금 병원 영안실에 있습니다. 선배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대표님, 직접 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뚝-민혁은 전화를 끊었다. 뒤돌아보니 예진은 은주와 웃으며 이야기에 열중해 있었다.‘이걸 어떻게 말하지...’민혁이 다시 자리로 오자, 예진은 그의 굳은 표정을 단번에 알아챘다.“무슨 일이에요? 안 좋은 일이 생긴 거지요?”민혁의 눈빛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문득 아까 영호가 받았던 전화를 떠올렸다.‘젊은 여자가 투신했다고 했었지. 아마 정하늘...’‘은주한테 이 얘기를 하면 분명 따라가 보겠다고 할 거야.’‘괜히 끌고 가 봤자 더 복잡해질 뿐이지.’민혁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별일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은주야, 집까지 바래다주자.”예진은 민혁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무슨 일 생긴 게 분명한데... 은주한테는 알리고 싶지 않은 거구나.’그녀는 곧장 맞장구를 쳤다.“그래, 벌써 늦었어. 우리기 은주 집까지 바래다 줄게. 내일 또 출근해야 하잖아.”은주는 아직 얘기를 더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두 사람이 이미 정리하는 분위기를 내자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셋은 아파트 단지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가져왔다. 운전은 예진이 맡았다.은주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 나니 이미 자정이 훌쩍 넘어 있었다.은주가 무사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뒤, 예진은 옆자리에 앉은 민혁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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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예진은 달려가 아름을 힘껏 끌어안았다. 민혁은 인성 곁으로 가서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아름은 예진을 보자마자, 그동안 간신히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다.“예진 씨, 다...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더 노력했더라면, 준비를 더 철저히 했더라면...”“아마 그 재판을 이겼을지도 몰라요. 그러면 하늘 씨는... 하늘 씨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아름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고, 온몸이 떨렸다. 흐느낌은 숨이 막힐 정도로 이어졌고, 보는 이들마저 가슴이 저릿하게 아파왔다.예진은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변호사로서 하늘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죄책감이 얼마나 무겁게 아름을 짓누르고 있을지를...‘의뢰인을 구하지 못했다는 그 자책감... 얼마나 큰 고통일까?’예진의 눈가도 금세 붉어졌다. 그저 아름의 등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한 변호사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한 변호사님은 이미 충분히 잘하셨어요. 진짜 한 변호사님의 책임이 아니에요.”하지만 위로의 말에도 아름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예진에게 건넸다.“이건... 하늘 씨가 마지막으로 저한테 보낸 문자예요.”예진은 두 손으로 조심스레 핸드폰을 받아 들었다. 민혁도 곁으로 다가와 함께 화면을 들여다봤다.[아름 언니, 오늘 언니랑 언니 친구분이 저를 도와줘서 정말 감사했어요.언니들 덕분에 세상이 전부 차갑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어요.하지만 미안해요. 언니들의 마음을 져버릴 수밖에 없네요.저, 정말 버티지 못하겠어요. 너무 지쳤어요.부모님은 제 명예를 위해 그냥 참고 넘어가라고 하지만,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아름 언니, 안녕.]예진의 손은 폰을 쥔 채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름은 그런 예진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계속 울었다.인성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속이 미어졌다. ‘이 사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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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하늘의 부모가 금방이라도 몸싸움을 벌일 듯하자, 영호가 서둘러 달려가 동료 경찰과 함께 두 사람을 떼어냈다.“두 분 진정하세요. 이렇게 싸우면 따님이 편히 떠날 수 있겠습니까?”그 말을 듣고서야 하늘의 부모는 가까스로 억눌린 듯 숨을 몰아쉬었다.하지만 잠시 후, 하늘의 아버지 시선이 곧장 아름에게 꽂히더니 얼굴빛이 확 달아올랐다.그는 그대로 성큼 다가와 손을 번쩍 들어 아름을 내리치려 했다.“뭐 하는 겁니까! 진정하세요!”인성이 재빨리 아름을 감싸 안으며 몸으로 막아섰고, 민혁은 손을 뻗어 하늘 아버지의 팔을 붙잡았다.하늘 아버지의 울분은 점점 더 커졌다.“진정? 내 딸이 죽었는데 내가 어떻게 진정해! 변호사랍시고 우리 돈 받아먹고 결국 패소했잖아! 내 딸이 죽은 거야! 이 변호사를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아름은 본래부터 죄책감에 짓눌려 있었는데, 그 비난을 온몸으로 맞으니 금세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해졌다.인성은 그녀를 끌어안고 두 손으로 아름의 귀를 막아 주었다.그 순간, 이번에는 하늘의 어머니가 울부짖으며 아름을 향해 달려들었다.예진이 서둘러 막아섰고, 영호까지 달려와 함께 붙잡았다.“다 너희 같은 변호사들 때문이야! 남의 피눈물로 돈 벌면서 오래 살 줄 알아? 우리 딸이 죽었으니 속이 시원하냐고!”경찰이 다급히 하늘 어머니를 붙잡았다. 그 와중에 몸싸움이 벌어지며 민혁은 부상당한 팔을 부딪쳤다. 그는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숨을 들이켰다.예진은 본능적으로 민혁 앞을 막아섰다.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만큼은 그를 지키려는 결연함이 눈에 보였다.영호가 굳은 목소리로 외쳤다.“그만하세요! 진정 좀 하세요! 저희가 사건의 전말은 다 확인했습니다. 두 분이 딸을 잃으신 건 정말 안타깝지만, 이건 변호사 탓이 아닙니다.”곁에 있던 젊은 경찰관도 거들었다.“맞습니다. 이 변호사님은 점심때 따님을 살리려고 몸까지 다쳤어요. 게다가 무료로 변호까지 맡아 주셨잖아요. 더는 원망하실 게 없습니다.”사실 이 자리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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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민혁은 내내 곁눈질로 예진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예진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민혁 역시 끝내 입을 다물었다.간신히 아름을 달래고 난 뒤에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인성은 끝내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차에서 내리며 함께 올라가겠다고 했다.민혁은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짐작했다.‘오늘 밤 인성이 곁에 있어야 아름이 무너지지 않겠지.’그리하여 민혁은 예진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차 안은 한동안 고요했다. 예진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 민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무슨 생각해요? 겁먹은 거예요?”예진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너무 안타까워서요.”살아 있기만 하면 언젠가는 희망을 찾을 수 있는데, 하늘은 절망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그 순간, 예진의 머릿속에 오래 묻어두었던 기억이 떠올랐다.‘나도 부윤제랑 이안이 날 불길 속에 버리고 갔을 때, 절망했었지’‘그때 끝내 포기하고 싶었던 마음도 들었어...’하지만 자신에겐 끝내 버팀목이 되어준 부모님이 있었다.‘아빠랑 엄마가 날 지켜주지 않았다면, 나도 하늘처럼 무너졌을지도 몰라...’부모란 본래 자식의 가장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하늘의 경우... 그 방패가 오히려 날카로운 칼끝이 되어버렸다.민혁은 예진의 눈빛을 읽은 듯 시선을 떨구며 낮게 말했다.“사실 흔한 일이에요. 모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아니거든요.”예진은 순간적으로 반박하고 싶었다.‘아니야.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다니, 그게 말이 돼?’그러나 이안이 자신에게 저질렀던 일을 떠올리자, 도저히 부정할 수도 없었다.‘그래, 세상은 넓고 별별 부모가 다 있지.’‘그렇다고 꼭 틀린 말은 아니겠네...’예진은 무심코 민혁을 바라봤다. 민혁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그가 하늘을 안타까워하는 건가 싶어, 예진은 더 묻지 않았다.집에 도착하니 이미 새벽 두 시가 넘었다. 둘이 서둘러 씻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지만, 예진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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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문이 열리자, 민혁이 한쪽 팔을 괴고 서 있었다.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있고, 눈은 아직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졸린 얼굴이었다.그는 문틀에 몸을 기대며 낮게 중얼거렸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오늘 오전 로펌에 안 가도 되잖아요.”말을 내뱉은 뒤 대답이 없자, 이상한 걸 눈치챈 민혁이 천천히 눈을 떴다.그리고 눈앞의 광경을 보는 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소파에는 예진이, 옆에는 송승예가 똑같이 눈이 휘둥그레진 채 앉아 있었다.거실 안쪽, 안방 옆에 서 있던 고환일 역시 민혁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굳은 얼굴로 멈춰 있었다.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그제야 모두 현실을 인식했다.예진은 벌떡 일어나 허둥지둥 손사래를 쳤다.민혁은 졸음이 순식간에 달아난 얼굴로, 다른 팔로 머리를 대충 쓸어내렸다.“아버님, 어머님... 이렇게 갑자기 오실 줄 몰랐습니다. 미리 말씀만 주셨으면 제가 내려가서 모실 수 있었을 텐데요.”고환일은 예진과 민혁을 번갈아 보며 굳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반대로 송승예의 입가에는 미묘하게 장난스러운 웃음이 번졌다.예진은 급히 손을 저으면서 변명했다.“아, 아니에요! 엄마 아빠가 생각하는 그런 거 절대 아니에요!”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스스로도 설득력이 없다는 걸 예진은 직감했다.‘왜 이렇게 혀가 꼬여...? 말이 안 풀려...’민혁도 입을 열지 못했다. 평소 법정에서는 거침없는 최고의 변호사였지만, 지금은 한 마디도 꺼내기 힘들었다.송승예는 두 사람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둘 다 잠옷 차림에 얼굴에는 막 잠에서 깬 기색이 역력했다.게다가 민혁이 나온 곳은 다름 아닌 예진 집의 작은 방.이 상황은 그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었다.송승예는 눈썹을 슬쩍 치켜올리며 말했다.“우리가 뭘 어떻게 생각하는데?”‘망했다... 엄마 표정 보니까 이미 완전히 오해하셨어...’예진은 속으로 절망했다.반면 고환일은 무겁게 얼굴이 굳어진 채, 소파 앞으로 걸어와 털썩 앉았다.낯빛은 잔뜩 어두워 있었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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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고환일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누그러졌다.“정말 그 말이 사실이지?”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버님, 두 분 의뢰인이 지금도 맞은편 집에 계십니다. 혹시 못 믿으시겠다면 직접 뵙게 해드리겠습니다.”고환일은 손을 내저었다.“그럴 것까진 없다. 하지만 너희 둘, 남녀가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는 건 아무래도 좋지 않아.”“만약 사귀는 사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더더욱 조심해야 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곤란하지 않겠나.”민혁은 곧장 고개를 숙였다.“말씀 맞습니다, 아버님. 제가 경솔했습니다. 금방 짐을 챙겨서 나가겠습니다.”예진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아빠! 조심할 건 알지만, 우리 둘이 같이 산다는 걸 아는 사람은 부모님밖에 없잖아요.”“게다가 민혁 씨 지금 다치기도 했고요. 제가 옆에서 돌봐 드리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그제야 고환일과 송승예의 시선이 민혁의 붕대 감은 팔로 옮겨졌다.송승예가 먼저 입을 열었다.“어제 사건이 인터넷에서 떠들썩하던데, 나도 봤어. 민혁아, 참 잘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아무리 의로운 일이라도 네 몸부터 챙겨야 한다.”민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어머님. 명심하겠습니다.”고환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람이 필요하다면 방법은 많아. 괜히 둘이서 같이 살 게 뭐 있어. 오늘부터 짐 챙겨서 우리 집으로 들어와. 나도 있고, 네 엄마도 있으니 함께 돌보면 되지 않겠냐.”‘차라리 식구가 더 많은 게 낫지.’‘두 남녀가 한집에서 지내는 건 도리가 아니지. 소문이라도 나면 어쩔 셈이야?’예진이 다시 변명하려고 할 때, 민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고환일의 진심을 알아차리고 있었다.“그럼 아버님, 어머님께 폐를 끼치겠습니다. 제가 낯짝이 두꺼우니, 신세 좀 지겠습니다.”말을 마친 민혁은 방으로 들어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예진도 아버지의 뜻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자신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기에, 그저 한숨만 내쉬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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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도순희는 겨우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 두 사람을 따라 유치원으로 향했다.반 시간쯤 지나, 네 사람은 강가 전망이 훌륭한 고급 식당 ‘은빛강’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메뉴판을 본 이안의 눈이 반짝였다.“이거! 감자튀김이랑 햄버거 먹을래!”평소엔 예진이 철저히 막아왔던 음식이었다. 윤제 역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지만, 일부러라도 이안에게 그런 음식은 피하게 했다.이안은 원래 몸이 약해, 사소한 것에도 쉽게 탈이 났기 때문이다.윤제는 단호히 제지했다.“안 돼. 그런 건 건강에 안 좋아. 다른 거 시켜.”이안은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본 아린이 윤제의 팔을 살짝 당겼다.“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잖아. 이안이 먹고 싶다는데 그냥 먹게 해. 한 번쯤은 괜찮잖아.”도순희도 곧장 거들었다.“그래, 오늘만 먹이고 다음부터 안 주면 되지.”윤제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하루쯤은... 괜찮겠지.’하지만 정작 모르는 건, 이안이 요즘 이런 음식들을 꽤 자주 먹어왔다는 사실이었다.예진이 손을 놓은 뒤로, 유치원 행사며 휴일 나들이까지 아린이 이안을 데리고 다녔다.예전에도 아린은 이안과 같은 집에 살았지만, 이렇게 직접 챙긴 적은 거의 없었다.그런데 막상 돌봐 보니, 이안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밤에는 동화를 읽어줘야 겨우 잠들고, 낮에는 반찬을 맞춰야 겨우 밥을 먹었다.아린은 번번이 지쳐 결국 간단히 과자, 초콜릿, 치킨 같은 걸 사다 먹였다. 예진이 늘 금지하던 것들.‘이렇게 해야 얘가 말을 듣네...’그 결과, 이안은 점점 그런 음식들에 입맛이 길들여졌다.어차피 이미 여러 번 먹은 터라,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음식을 주문하고 난 뒤, 아린이 도순희와 이안을 차례로 바라보았다.“어머니, 저랑 윤제 오빠는 하루라도 빨리 날짜를 정하고 싶어요. 결혼식은 간단히 치르려 하는데, 어머니 생각은 어떠세요? 그리고 우리 이안이는?”도순희는 그제야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좋지, 좋지! 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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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예약 손님이신가요?”민혁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직원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죄송합니다. 저희 식당은 예약 손님만 모시고 있습니다. 지금은 빈자리가 전혀 없네요.”홀을 둘러보니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다. 예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 그냥 다른 데로 갈까요?”민혁은 고개를 저으며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어머, 이게 누구예요? 사돈 아니신가요?”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순희였다. 고개를 들어 올린 그녀는 금세 익숙한 얼굴을 알아봤다. 예진 일가, 그리고 그 옆에 선 ‘예진의 남자’ 변호사 민혁까지.예진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고, 눈빛이 곧장 서로 마주쳤다. 순간 공기는 얼어붙고, 양쪽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라졌다.도순희의 입가에는 승리감 어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이안은 반대로... 얼굴을 찌푸리며 혐오 어린 시선으로 이쪽을 노려봤다.아린은 예진 일행을 훑어본 뒤, 입꼬리를 올리며 은근히 도발적인 미소를 띠었다.윤제는 무의식적으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장인어른, 장모님...?”고환일과 송승예의 얼굴은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굳어졌다.예진 역시 표정이 단단히 굳어졌다.민혁만이 속으로 헛웃음을 삼켰다.‘참...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나?’‘이 넓은 도시에선 길에서 마주치기도 힘든데...’‘하필이면 꼭 이렇게 밥맛 떨어질 사람들만 딱딱 마주치네.’고환일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부 대표, 착각하신 모양이군. 부 대표는 이미 우리 딸과 이혼했고, 우리 부부와는 아무 관계가 없어.”송승예도 날 선 목소리로 거들었다.“그래. 더는 장인, 장모라 부르지 말게. 우리가 그런 호칭을 받을 이유도 자격도 없으니까.”윤제의 얼굴에는 곧바로 어색한 기색이 번졌다.그러자 이번엔 도순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목소리를 높였다.“아들아, 너도 참 눈치가 없구나. 저 사람들이 널 사람 취급이나 해? 보이는 대로잖아.”그리고는 날카로운 웃음을 터뜨렸다.“근데 말 나와서 말인데, 마치 우리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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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아린은 마치 호의를 베푸는 듯 말했지만, 그 어투는 구걸하는 이에게 베풀듯 오만하게 들렸다.예진은 차갑게 눈을 흘기며 단호히 잘라 말했다.“필요 없어요. 당신들이랑 밥을 같이 먹느니 차라리 굶는 게 낫겠네요.”그렇게 말한 뒤 예진 일행은 자리를 뜨려 했다.그러나 도순희는 여전히 물러서지 않았다.“허, 먹을 형편이 안 되면 솔직히 그렇다고 하지. 괜히 그럴싸한 핑계나 대지 말고. 내 아들 떠나서 잘 사는 줄 알았더니, 고작 이 정도구만. 제대로 된 밥 한 끼도 못 사 먹는 처지라니.”고환일과 송승예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리고 입술을 달달 떨며 당장이라도 맞받아치려는 순간.윤제가 먼저 돌아섰다. 찌푸린 눈썹 사이로 불쾌한 기색이 드러났다.“어머니, 그만하세요.”하지만 도순희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내가 왜 그만둬? 사실인데! 형편이 안 되면 이런 데는 안 오면 되잖아. 아무나 들여보내는 게 다 좋은 게 아니야.”“자, 저기! 도대체 어떻게 서비스를 하길래 이런 급의 식당이 아무 손님이나 받는 거야? 그러다 장사 말아먹는 거지!”직원은 얼굴이 잔뜩 굳어져 곤란해했다.그때, 민혁이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말씀 맞습니다. 이런 곳은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죠. 그러니 앞으로는 당신네 같은 사람들은 발길 끊으시죠.”예진은 그 말을 듣자 순간 화를 삭이며 민혁의 팔을 잡아끌었다.“됐어요. 이런 사람들이랑 더 얘기해봐야 소용없어요. 우리 그냥 가자.”민혁은 예진의 손등을 토닥이며 눈빛으로 ‘조금만 기다려’라는 신호를 보냈다.도순희는 역시 금세 기세등등해졌다.탁! 그녀는 식탁을 세차게 내리쳤다.“뭐? 우리가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하, 제정신이야? 내 아들이 여기 VVIP야! 1년에 수백만 원을 쓰는 손님이라고!”“네까짓 게 뭔데 여길 못 오게 막아? 당장 매니저 불러와! 이 집 매니저가 어떤 식으로 장사하는지 내가 똑똑히 확인해 볼 거야. 이런 인간들까지 들여보내는 꼴을 말이야!”도순희가 얼마나 악다구니 심한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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