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Bab 271 - Bab 280

330 Bab

제271화

어떤 이들은 대놓고 말했다.“정하늘은 왜 아직도 안 뛰어내리냐? 분명 관심 끌려고 쇼하는 거겠지.”또 누군가는 비아냥거렸다.“며칠 뒤면 유튜브 채널 열고, 사건팔이 하면서 생방송이나 하겠네.”온 세상이 하늘을 욕했고, 하늘을 탓했다. 그녀의 절규는 그저 ‘관심병’으로 치부되었다.하지만 하늘이 세상을 떠나자, 세상은 순식간에 달라졌다.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가 안타까워했고, 애도했다.마치 얼마 전까지 하늘을 옥상 끝으로 몰아세우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아니라는 듯이.그때 ‘뛰어내리라’고 부추기던 입들과, 지금 ‘너무 안타깝다’, ‘꽃다운 나이에’라고 말하는 입들이 사실은 같은 사람들인데...이제 세상은 전부 선량한 사람들로 가득한 듯 굴었고, 화살은 모두 가해자 김모진을 향했다....로펌 사무실.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모두가 인터넷에 떠도는 하늘 관련 기사를 보고 있었다.하늘의 부모는 방송 카메라 앞에서 오열했고, 눈물과 콧물이 뒤섞인 얼굴로 딸의 억울함을 호소했다.그때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진 얼굴로 아름이 사무실에 들어섰다.사람들은 숨을 죽였다.‘괜히 말 잘못했다가 한 변호사 마음을 더 건드리는 건 아닐까...’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름은 아주 피곤해 보이긴 했어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오히려 그녀는 차분하게 정리된 소장을 내밀며 말했다.“끝까지 가보겠습니다. 정하늘 씨 사건, 제가 법정에서 반드시 따질 겁니다.”...점심 때, 모두가 식당에 모였을 때였다.그제야 누군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한 변호사님, 괜찮으세요?”“한 변호사님의 탓이 아닙니다. 정말 최선을 다하셨어요. 그 아이의 죽음은 변호사님 책임이 아니에요.”“혹시라도 힘드시면 우리한테 말씀하세요. 혼자 감당하시려 하지 말고요.”아름은 자신을 둘러싼 동료들의 진심 어린 위로에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정말 괜찮습니다. 다들 괜한 걱정을 하시네요.”그렇게 말했지만, 끝내 수저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결국 아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제가 맞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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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인성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반사적으로 그 그림자를 쫓았다.하지만 몇 걸음도 채 뛰기도 전에 이미 그 사람은 자취를 감췄다.헐떡이며 발길을 멈춘 인성은 어쩔 수 없이 되돌아왔다.아름 곁으로 다가온 그는 다급하게 물었다.“선배님, 괜찮으세요? 다친 데는 없죠?”아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손으로 얼굴에 흘러내린 달걀을 거칠게 훔쳤다.“별일 아니에요. 달걀이니까 다행이에요. 돌이었으면... 그럼 진짜 큰일 날 뻔했네요.”그 말투는 담담했지만, 인성은 알 수 있었다.‘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는 거잖아.’그가 더 묻지 않은 건, 아름이 이렇게 애써 버티는 걸 지켜보며 괜히 또 짐을 얹고 싶지 않아서였다.사실 인성은 어제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다.하늘을 비웃고 조롱하던 사람들이 결국엔 화살을 아름에게 돌릴 거라고.‘무능한 변호사 때문에 정하늘이 죽었다’는 식으로 말이다.그런데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저런 인간들은 뭐든지 할 수 있어.’‘사회성도 양심도 없는... 그냥 어둠뿐인 사람들...’인성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앞으로는 절대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말아야겠어. 그래야 아름 선배가 다치지 않아.’그는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조심스레 아름의 이마를 닦아주려 했다.그러자 아름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휴지를 받아 들고 스스로 얼굴을 훔쳤다.“괜찮다니까. 변호사 생활하다 보면 별 꼴 다 보게 돼요. 그냥 커피나 사러 가요.”아름은 태연한 척 발걸음을 옮겼고, 인성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다만 주변을 예리하게 살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카페에 도착했을 때, 아름은 줄을 서서 주문을 했다.그 순간 카페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사람들은 수군거렸고, 몇몇은 대놓고 손가락질까지 했다.다들... 무슨 구경거리라도 된다는 듯이.아름은 그 시선을 고스란히 견뎌야 했다.인성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녀가 지금 여기 서 있기 위해 얼마나 큰 용기를 짜내고 있는지.그는 말없이, 그저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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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아름이 카페를 나서자마자,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수많은 시선이 여전히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저 눈빛... 끝까지 날 구경거리로 만들겠다는 거지.’인성은 혹여 아름이 순간적으로 마음을 꺾어 충동적인 일을 저지를까 불안해,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고 곁을 지켰다.회사 건물 앞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오를 때까지, 아름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에 인성은 참다 못해 입을 열었다.“선배님... 마음속으로 얼마나 힘드신지 알아요. 울고 싶으면 그냥 우세요. 절대 참지 마세요. 저런 사람들, 그냥 무지할 뿐이에요.”“스스로 정의로운 척하지만 결국은 바람 불면 쓰러지는 갈대 같은 인간들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마음 놓으세요.”아름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인성을 바라봤다. 눈빛은 믿기 어려울 만큼 차분했다.인성은 순간 긴장돼 침을 꿀꺽 삼켰지만,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갔다.“선배님 잘못 아니에요. 우리 모두 선배님 편이에요.”아름은 그 진지한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에는 묘한 체념이 섞여 있었다.“임 변, 설마 내가 저 인간들 때문에 스스로 목숨 끊을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 하늘 씨처럼?”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름은 미소를 거두고 낮게 중얼거렸다.“만약 내가 정말 그런 선택을 한다면, 결과는 뻔해요. 내가 죽으면, 날 인터넷에서 몰아세우고 욕하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서 ‘불쌍하다, 안타깝다’며 눈물을 흘리겠죠. 마치 몇 마디 미안한 말이면 자기들이 내 등에 꽂은 칼이 사라지는 것처럼.”그녀는 냉소를 흘리며 덧붙였다.“하늘 씨한테 그랬던 것처럼, 나한테도 똑같이 할 거예요.”인성은 말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시선을 숙이며 힘겹게 말했다.“지금 시대가 그래요. 다들 온라인에서 쏟아내는 말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착각하죠. 하지만 가장 날카로운 칼이 바로 그 말이라는 걸 모르는 겁니다.”아름은 더 차갑게 웃어 보였다.“하지만 난 하늘 씨가 아니에요. 저 인간들이 원하는 대로는 절대 되지 않을 거예요. 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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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송승예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고환일은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곧 민혁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가자. 뒷마당에서 우리 둘이 차나 한잔하지.”민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환일을 부축하며 발걸음을 옮겼다....저택 뒤편의 정원은 작은 정원이라기보다 마치 정성껏 가꾼 공원 같았다. 화사하면서도 위풍이 느껴졌다.오른편에는 오래된 그네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민혁의 시선이 잠시 거기에 머물렀다.“저건 예진이가 어릴 때 가장 좋아하던 거야. 밖에서 놀다 다칠까 싶어, 집 안에 직접 만들어줬지.”고환일의 말에 민혁은 빙긋 웃었다. 두 사람은 정원 중앙, 작은 화로 위에서 물이 끓고 있는 탁자 앞에 마주 앉았다.고환일은 오래 전부터 다도를 즐겨온 듯, 손놀림이 능숙하고 여유로웠다.민혁도 그 차분한 동작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봤다.“홍차는 묵직하게 남는 맛이 있고, 녹차는 청아하게 맑지. 자넨 어떤 게 더 입에 맞나?”민혁은 손을 모아 공손히 대답했다.“각기 다른 매력이 있으니 다 좋습니다. 아버님 취향에 맞추겠습니다.”그 말에 고환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녹차를 덖기 시작했다.그는 멀리 그네를 흘깃 바라보다가, 갑자기 직설적으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보게. 예진이를 좋아한 지 얼마나 됐나?”민혁은 찻잔을 들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잠시 망설이다가 낮게 대답했다.“꽤 오래 됐습니다.”고환일의 표정이 단호하게 굳어졌다. 예상치 못한 답은 아니었지만, 막상 민혁의 입에서 직접 듣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예진이는 알고 있나?”민혁은 고개를 저었다.“말한 적 없습니다. 예진 씨는 이제 막 이혼했잖아요. 지금은 마음이 가장 흔들릴 때라... 서두르고 싶지 않았습니다.”고환일은 깊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나도 솔직히 얘기해야겠군. 민혁이, 자네가 괜찮은 청년이라는 건 부정을 못 하겠어. 하지만... 예진이 문제만큼은...”고환일은 말을 잇다가 잠시 멈칫했다.그 순간, 민혁이 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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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예진이 급히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마침 올라오던 민혁과 정면으로 마주쳤다.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하자마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황을 이해했다.곧이어 고환일과 송승예도 뒤따라 내려왔다.예진이 서둘러 말했다.“아빠, 엄마. 로펌에 일이 생겼어요. 저희가 먼저 다녀와야겠어요.”송승예가 뒷모습을 향해 물었다.“저녁은 들어와서 먹을 거니?”민혁이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최대한 들어오겠습니다.”...30분 뒤, 두 사람은 로펌에 도착했다.문을 열자마자 묵직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사무실 가득 밀려왔다.민혁과 예진이 중앙까지 걸어 들어가자, 인성과 다른 동료들이 곧장 몰려왔다.인성은 낮고 빠른 목소리로 오늘 벌어진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해 들려주었다.민혁과 예진의 얼굴에 걱정이 드리웠다.하지만 두 사람은 굳이 나서서 아름을 위로하지 않았다.그 순간, 민혁이 두 손을 마주치면서 박수 소리를 냈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민혁에게 향했다. 아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민혁의 말을 기다렸다.“잘 들어요. 지금 당장 각자 손에 쥔 일은 잠시 내려놓으세요. 오늘부로 우리 로펌의 최우선 과제는 단 하나, 정하늘 씨의 사건을 반드시 이기는 겁니다.”민혁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힘찼다.“비록 의뢰인 정하늘 씨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정의는 결코 죽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살아남은 우리가 끝까지 싸워서 정의를 사람들 앞에 보여주는 겁니다.”그 말에 사무실은 순간 웅성댔지만, 곧 굳은 결의가 터져 나왔다.“맞습니다! 의뢰인이 세상을 떠나도, 우리가 직접 항소할 수 있어요. 반드시 가해자를 법정에 세워야 합니다!”“그래, 절대 그냥 두면 안 되지!”“대표 변호사님이 계시잖아요. 우리 팀이라면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굳게 다문 얼굴들 사이로, 아름의 표정이 조금씩 풀렸다.민혁은 그제야 아름 앞으로 걸어 나갔다.“한 변호사님. 모두가 이렇게 자신만만한데, 당신도 승산 있다고 생각하나요?”아름은 달걀이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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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건우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그 서민혁의 ‘서’가... 바로 J시에 뿌리 둔 서씨 가문이더라.]윤제의 미간이 더 깊게 찌푸려졌다. 손에 쥔 핸드폰을 움켜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J시의 서씨 가문? 내가 생각하는 그 집안이 맞아?”건우는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아니면 뭐, J시에 서씨가 몇이나 된다고.]H시에서의 싸움이 돈과 재산으로 판가름 난다면, J시는 달랐다.J시에서 힘을 가지는 건 곧 ‘위세’였다. 정치적 권력과 배경.그리고 그런 이름을 당당히 올릴 수 있는 집안들만 J시의 상류층을 차지하고 있었다.그 가운데 서씨 가문은 단연 으뜸.집안의 재력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 입김 또한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수준이었다.부씨 집안 따위는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심지어 부씨 집안에 건우네 집안을 보태도 역부족일 터였다.윤제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서민혁이... 그 서씨 가문 사람이란 거야?”[정확히 본가 직계인지, 아니면 갈라져 나온 방계 쪽인지는 끝내 확인이 안 됐어. 워낙 신상 자체를 철저히 가려놨더라고. 하지만 확실한 건, 서씨 가문 사람이라면 누구든 쉽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거지.]건우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충고를 보탰다.[윤제야, 괜히 서민혁이랑 맞부딪히지 마라. 만약 그 뒤에 서씨 가문이 있다면... 우리 같은 사람은 절대 상대가 안 돼.]J시와 H시는 지리상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상류 사회의 인맥과 자원은 이미 서로 얽혀 있었다.서씨 가문을 적으로 돌린다면, 윤제는 H시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게 될 게 분명했다.그럼에도 윤제는 코웃음을 치며 믿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얘기가 우스울 정도였다.“네가 착각하는 거 아냐? J시 서씨 가문의 도련님이 고예진 같은 이혼녀를 택한다고? 애까지 있는 여자를? 그게 말이 돼?”건우는 진작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글쎄다. 사람 취향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게다가, 예진 씨... 솔직히 애가 있다고 해도, 몸매며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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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아린은 고개를 저으며 힘없이 웃었다.“다 내 몸이 말을 안 들어서 그래.”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오빠, 나... 혹시 짐만 되는 거 아니야?”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예전에 내가 아파서 오빠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잖아. 그 때문에 오빠가 몇 년이나 무너져 있었던 거, 다 알아.”“이제 겨우 오빠 곁으로 돌아왔는데, 또 이렇게 문제만 안겨주고... 사람들 눈총까지 받게 만들고...”“나는 상관없어, 오빠만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어. 하지만 오빠까지 욕을 먹게 하고 싶지는 않아.”윤제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아린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괜한 생각 하지 마.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아린이 갑자기 윤제를 껴안았다.“나도 오빠를 힘들게 하고 싶진 않아. 하지만 내 몸은 언제 쓰러질지 모르잖아. 그래서 이번만큼은 조금만 이기적이고 싶어.”“남은 시간 동안 오빠 곁에 있고 싶어. 다들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 나는 끝까지 가보고 싶어. 오빠, 이해해줄 수 있어?”그런 아린의 모습에 결국 마음이 무너진 윤제는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알아. 다 이해해.”아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오빠, 나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윤제는 그녀가 더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 곧장 대답했다.“그게 무슨 소리야. 설령 이기적이라고 해도, 그건 나야. 아린, 우리 이미 한 번은 놓쳤잖아. 이번만큼은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자. 알겠지?”그제야 아린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아린은 윤제의 품에 안겨 작은 고양이처럼 몸을 떨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감정이 조금 가라앉은 걸 확인한 윤제가 아린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아린, 내일 나랑 병원에 가서 검사를 좀 제대로 받아보자. 네 몸 상태는 내가 꼭 알아야 해. 응?”그 말을 듣자마자 아린은 순간적으로 긴장했다.사실 지금 아린의 몸 상태는 멀쩡했다. 예전에 떠돌던 암 투병 얘기 역시 전부 꾸며낸 것이었다.만약 윤제가 직접 병원까지 따라간다면 모든 게 들통날 터였다.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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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이번 사건이 어려운 건, 김모진 측 변호사가 계속 ‘강제로 끌려갔다는 증거가 없다’는 걸 물고 늘어진다는 거예요.”“게다가 정하늘 씨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었다는 걸 빌미로 ‘스스로 유혹했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죠.”“맞아. 또 하나 걸림돌은 김모진이 학교나 사회에서 쌓아온 이미지야. 늘 성실하고 얌전한 학생으로 알려져 있잖아요.”“반대로 정하늘 씨는 술집에 자주 드나든다는 꼬리표가 붙어 있으니까, 사람들 인식 자체가 이미 기울어져 있어요.”“이대로는 1심에서 주장했던 논점만으로는 부족해요. 이길 수 있는 길을 찾으려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해요.”“...”회의실 안에서는 각자의 목소리가 오갔다.예진과 아름은 계속 말이 없었다. 예진은 고개를 숙인 채 재판 날 적어둔 노트를 보고 있었다.그때 민혁이 곧장 이름을 불렀다.“고 비서, 의견 있어요?”예진은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었다.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건 모두 법정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변호사들이었다. 자신은 그저 갓 들어온 신입일 뿐.‘그래도 피하고 싶진 않아. 내 생각을 말해도 괜찮아.’예진은 조심스럽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말씀하신 부분,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은 분명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이어갔다.“1심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그땐 사건이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았고, 사회적 여론의 압박도 없었습니다.”“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미 파급력이 상당하고, 온라인에서 동정 여론이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물론 인터넷의 특성상 금방 잊히고 다른 이슈로 대체되겠지만, 그 짧은 순간의 ‘연민’이야말로 우리가 붙잡아야 할 무기입니다.”예진의 말에 회의실 안은 잠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곧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민혁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습니다. 계속해 보세요.”“저는 법이 단순히 차갑고 딱딱한 규범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해야 하고, 감정을 담아야 합니다. 증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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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민혁은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아름을 바라보았다.“한 변, 생각은 어때요?”그제야 아름이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고 비서님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미 결심했어요. 어떻게 해야 2심까지 이 사건의 관심을 끌고 갈 수 있을지.”인성은 아름의 표정을 보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선배님, 지금 뭐 하려는 겁니까? 여론을 붙잡는 방법이라면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하면 돼요. 하지만 선배님 혼자 몸을 던지는 일이라면, 전 절대 동의 못 합니다.”아름은 조용히 웃으며 인성의 팔을 잡아당겨 다시 앉히며 말했다.“알아요. 모두가 저를 걱정한다는 거... 하지만 만약 이 사건이 공정하게 판결 받지 못한다면, 저는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해요. 그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그녀는 이어서 차분하게 덧붙였다.“제가 위험을 무릅쓰겠다는 게 아니에요. 단지 현실적으로 지금 하늘 씨는 세상을 떠났고, 김모진의 부모는 기를 쓰고 사건을 빨리 덮으려 하겠죠.”“그래서 김모진은 절대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을 겁니다. 결국 이 이슈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이에요.”실제로 아름은 이미 온라인 여론의 중심에 서 있었다.악성 댓글은 물론이고, 오프라인에서조차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방금 다녀온 카페에서도, 자신을 알아본 사람들이 수군거렸을 정도였다.‘위험하다는 걸 모르지 않아. 하지만 이건 기회이기도 해.’‘지금 물러서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아름의 말을 들은 인성은 결국 굳은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도대체 어떻게 버틴다는 거예요? 오늘 겪은 일 벌써 잊었어요? 지금도 충분히 위험한데, 만약 관심이 계속 커지면 위험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겁니다. 그 부분은 생각해본 적 있어요?”민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임 변 말이 맞아요.”아름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전 바보가 아니에요. 당연히 제 몸 던져 위험에 빠질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이미 결심했어요. 인터넷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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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아름이 말한 그 감정은, 사실 모두가 마음속으로는 이해하고 있었다.인성은 끝내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민혁은 아름과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기에 잘 알고 있었다.아름의 성격상 이번 일을 막는다면, 평생 마음의 빚을 안고 살아갈 거라는 것을.그렇게 생각한 민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래요. 한 변 말대로 합시다. 임 변, 한 변의 안전은 임 변이 책임져요.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합니다.”인성은 고개를 번쩍 들며 단호하게 대답했다.“대표님, 걱정 마세요. 절대 선배님이 당하게 두지 않겠습니다.”다른 이들도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저희도 같이 하겠습니다.”“한 변호사님은 우리가 지킵니다.”“...”예진도 자리에서 일어나 힘주어 말했다.“그럼 저는 한 변호사님 보조를 맡을게요. 방송이든 다른 방식이든, 이슈를 끌어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모두의 반응에 아름은 눈가가 벌겋게 물들었다. 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아름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이 담긴 시선을 하나하나에게 건넸다.“여러분의 믿음, 절대 헛되게 하지 않을게요. 이번에는 반드시 이기겠습니다.”회의가 끝난 뒤, 예진과 아름은 회의실에 남아 구체적으로 방법을 논의했다.결국 두 사람은 이 시대, ‘뉴미디어’만이 답이라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생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이었다.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오늘 뜨거운 관심이 식기 전에.예진은 삼각대로 핸드폰을 고정시키고, 방송 버튼을 눌렀다.처음 카메라 앞에 선 아름은 긴장으로 손끝이 조금 떨렸다. 하지만 이내 태연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정면을 응시했다.사무실에 있던 다른 이들은 각자 자리에서 핸드폰을 켜고, 아름의 방송창으로 접속했다.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방송을 시작한 지 고작 5분 만에 시청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그리고 곧바로 쏟아진 것은 끝도 없는 악플이었다.[이거 그 악명 높은 변호사 아니야? 사람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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