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Kabanata 241 - Kabanata 250

335 Kabanata

제241화

은주는 쉽게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잠깐만요!”영호가 멈춰 서서 은주를 바라봤다.“밥은 그다음 문제고, 오늘 당신이 내게 무슨 대답을 하려는 건지부터 확실히 말해요. 그래야 내가 따라갈지 말지도 정하죠.”사실 은주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영호의 손에 쥐어진 장미 다발을 본 순간, 대답은 뻔했다.하지만 그 말만큼은 영호의 입에서 직접 듣고 싶었다.영호는 자기 꼴이 말이 아닌 걸 알았다. 옷매무새를 한 번 고쳐 잡은 뒤, 꽃잎이 반쯤 떨어져 흉해진 장미를 은주에게 내밀었다.“은주 씨. 저는 돌려 말하는 거 싫어해요. 사실 저도 은주 씨한테 호감 있어요. 우리... 한번 만나 보죠.”은주는 대꾸하지 않고, 눈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꽃을 바라봤다.그러다 다시 영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그래, 이게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지...’그녀는 가슴이 터질 듯 기뻤지만, 끝까지 애써 담담한 척했다.은주가 반응을 하지 않자 영호는 불안해졌다.“오늘 일은 정말 뜻밖이었어요.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정말 은주 씨랑 잘해 보고 싶어요. 전...”영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주는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 발끝을 들어 올려 남자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그 순간, 영호는 전기가 흐른 듯 전신이 굳어 버렸다. 눈이 휘둥그레졌다.은주는 짧게 입을 맞춘 뒤, 자연스럽게 꽃을 받아들며 능청스럽게 말했다.“영호 씨, 근데 이 꽃 좀 너무 초라한 거 아니에요? 색깔도 촌스럽고... 다음에 또 이렇게 못생긴 꽃 주면 가만 안 둬요.”그제야 영호는 현실로 돌아온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다음에...? 그럼 우리 지금...”은주는 먼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이 답답한 사람이 어떻게 경찰을 하고 있대요? 내가 꽃까지 받았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아직도 몰라요?”자신의 고백이 받아들여졌다는 걸 실감한 영호는, 순간 기쁨에 어쩔 줄 몰랐다.서로 맞잡은 손바닥에서는 차갑고 뜨거운 땀이 동시에 맺혀 있었다.영호의 다른 손은 어색하게 옷자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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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예진은 성민의 프로필을 넘겨보며 생각했다.지금의 성민은 딱 ‘성공한 사람’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예진이 아직 화면을 닫기도 전에 메시지가 도착했다.[예진아, 오랜만이야.]잠시 망설인 끝에 예진도 답을 보냈다.[성민아, 오랜만이네.]곧바로 ‘입력 중...’ 표시가 뜨자, 예진은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그 순간, 민혁이 사과를 한 조각 집어 입에 넣으며 힐끗 예진을 바라봤다.“요거트 마시고 싶어요.”예진은 습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요거트를 꺼내 건넸다.다시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붙들고 있는 모습은 민혁의 눈에 더 의심스러워 보였다.잠시 후, 성민의 메시지가 이어졌다.[요즘 어떻게 지내?]예진은 대답 대신 물었다.[내 연락처는 어떻게 알았어?]답은 금방 왔다.[동창들이 있는데, 그쪽에서 받았어. 어렵지 않더라.]예진은 곧장 답하지 않았다.‘이 사람... 내가 기억하는 성민이 맞나?’오늘 법정에서 보여준 모습도 그렇고, 눈앞의 대화도 그렇고, 예전의 성민과는 너무 달랐다.분명히 진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남자 편을 들어준 그 장면이 자꾸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민혁은 예진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지금 당장 핸드폰을 낚아채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대신 두 번 헛기침을 하고는, 물 한 잔을 핑계로 부엌 쪽으로 걸어갔다.슬쩍 예진의 화면을 보려 했지만, 글자가 너무 작아서 뭐라고 쓰여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다시 메시지가 왔다.[오랜만인데, 시간 괜찮으면 얼굴 좀 볼 수 있을까? 저녁이라도 같이 하자.]예진은 무심코 시계를 보았다. 밤 아홉 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 시간에 나가는 건 좀... 게다가 남자 동창이랑 단둘이?’예진은 손가락을 움직였다.[시간이 늦었어. 다음에 보자.]마침 민혁이 물을 따라 돌아오는 길, 일부러 걸음을 늦추며 다시 한번 화면을 훔쳐보려 했다.하지만 예진은 그때 막 화면을 꺼버렸다.민혁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예진의 맞은편에 앉아 물을 홀짝였다.예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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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민혁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 시간에 야식 먹겠다고 나가는 거예요? 그렇게 먹다간 돼지 되겠어요.”“아니에요. 조금만 먹을 거예요. 중요한 건 얘기하는 거죠.”“아, 그래요? 뭐 동창이랑 옛날 얘기 좀 하겠다 이거네요? 근데 그 동창도 참 이상하네요. 여자 동창인 고 비서하고 이 시간에 만나자고 하니. 오늘 꼭 남자 동창하고 먹어야 해요?”민혁의 말투에 묘하게 가시가 섞여 있었다.예진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얼굴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그래서요, 서 대표님. 제 동창이랑 뭘 먹든, 그게 대표님 허락을 받을 일인가요?”그제야 민혁은 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걸 깨달았다. 곧장 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한 척을 했다.“제가 뭘 간섭한다고 그래요. 그냥 한마디 한 거죠. 고 비서 지금 제 생활비서잖아요.”“제가 손 다쳐서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는데, 고 비서가 너무 늦게 들어오면 나 혼자 곤란하지 않겠어요? 괜히 사고라도 나면 월급에서 까야 할 것 같아요.”“하...”예진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이게 무슨 억지야. 진짜 어이없네.’‘하지만 어쩌겠어? 이 사람이 내 상사인데...’예진은 신발을 갈아 신으며 차갑게 대꾸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최대한 빨리 들어올게요.”그 말을 남기고 문을 나서는 예진.민혁은 거실에 홀로 남겨졌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이 쿵쾅거려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민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을 이리저리 서성였다.‘주성민? 밤 열 시 넘어서 여자 동창을 야식 먹자고 부른다고?’ ‘이건 누가 봐도 수상하잖아.’머뭇거리던 민혁은 결국 못 참겠다는 듯 외투를 들고 따라 나섰다. 그리고 나가면서 마스크까지 챙겼다.혹시 엘리베이터에서 예진과 마주칠까 싶어, 일부러 계단으로 내려갔다.그리고 1층에 도착했을 때, 마침 예진이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민혁은 서둘러 모자를 눌러쓰고 몇 미터 뒤에서 슬쩍 따라붙었다.예진이 아파트 정문 앞에서 서서 기다리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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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예진과 성민이 나란히 걸어가고, 민혁은 꼭 도둑이라도 된 듯 조심스럽게 몇 미터 뒤에서 따라붙었다.10분쯤 지났을까, 두 사람은 큰 길 모퉁이에 있는 허름한 숯불구이 포장마차 앞에서 멈춰 섰다.“이 시간에는 마땅히 문 연 데가 없네. 괜찮으면 여기서 삼겹살이나 먹을래?”성민의 말투는 대학 시절처럼 털털하지 않았다. 괜히 지나치게 공손하고 정제된 어투.‘뭐지, 이 거리감은...’예진은 잠깐 어색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둘은 바깥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성민은 메뉴판을 대충 훑고 고기를 몇 가지 주문한 뒤 사장에게 건넸다. 그리고 맥주 두 병을 받아, 하나는 자기 앞에 두고, 다른 하나는 예진 쪽으로 밀어냈다.멀찍이 나무 뒤에 숨어 지켜보던 민혁은 그 장면에 이를 악물었다.‘뭐? 술까지? 예진이 술을 얼마나 못 마시는지 알기나 해?’민혁은 나도 모르게 땅을 쿵쿵 구르며 분을 삭였다.포장마차는 작은 노란 전구들이 사방에 걸려 있어 은근히 아늑했다.성민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졸업하고는 진짜 처음이지?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간다니... 대학 다닐 때는 우리 과 사람들이랑 자주 이런 데서 고기 구워 먹었잖아.”예진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먹고 돌아가면 꼭 누가 배탈이 났는데도, 다들 신나서 또 모였지.”성민은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더니, 눈빛이 반짝이며 말을 이어갔다.“너 그때 유명했잖아. 명문가집 아가씨라서 다들 처음엔 말도 잘 못 걸었어. 근데 그렇게 집안 좋은 네가 우리랑 포장마차를 들락거리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예진은 잠시 씁쓸하게 웃었다.그 시절, 고씨 집안은 세상 누구보다 화려했다. 자신도 분명 ‘재벌집 딸’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성민은 한동안 추억에 잠긴 듯 말을 이어갔다.“특히 과 모임 때 말이야. 네가 막상 고기를 먹어 보더니 우리보다 훨씬 맛있게 먹었잖아. 그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예진도 그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맞아... 그때 난, 그냥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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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예진이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성민의 귀까지 들어갔다니.마침 사장이 주문한 음식을 내왔다.성민은 익숙하게 젓가락과 접시를 챙겨 예진 앞에 놓아주었다.예진은 굳이 사양하지 않고 바로 꼬치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성민도 그녀를 따라 하나 집어 들며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금세 예전처럼 대화를 이어갔다. 웃음이 섞이고, 꼬치 굽는 냄새와 함께 잔잔히 흘러갔다.멀찌감치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민혁은 나무 뒤에서 다리가 저려오는데도 버티고 있었다.‘저게 뭐가 그렇게 맛있다고... 기름 덩어리 쓰레기 음식이나 먹으면서.’잠시 후, 예진이 오랫동안 머뭇거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내 기억으론, 너 졸업하고 바로 해외로 나갔잖아. 언제 다시 국내 와서 변호사 일 시작한 거야?”성민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1년쯤 됐나? 뭐... 사람은 돈 따라 가잖아. 변호사가 돈이 되니까.”말투가 의외로 솔직했다. 예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오늘 재판 끝나고 여파 봤어? 인터넷에도 벌써 퍼졌던데.”사실 성민은 재판이 끝난 뒤 곧장 의뢰인 가족과 함께 법원을 나갔기 때문에, 정작 하늘이 난동을 부린 순간은 보지 못했다.“봤어. 다행히 큰일까진 안 갔더라.”성민이 무심하게 대답하자 예진은 오히려 놀랐다.‘예전엔 뭐든 호들갑스럽게 반응하던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담담하다니.’예진은 못 참고 물었다.“근데 만약 오늘 진짜 사람이 잘못됐으면... 넌 죄책감 안 들었을까?”성민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천천히 예진을 바라봤다. 입가엔 옅은 웃음기가 스쳤다.“왜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해?”한아름은 이번 일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데, 정작 주성민은 피고 측 변호사로서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시간이 정말 사람을 이렇게 바꿔놓을 수 있구나.’예진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학창 시절, 성민은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가 도와주던 사람이었다.누군가 괴롭힘을 당하면, 주저 없이 막아서는 것도 그였다.그런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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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성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예진아, 너 혹시 변호사랑 판사의 역할을 혼동한 거 아냐? 변호사의 역할은 의뢰인한테 돈 받고, 그 사람한테 유리한 증거를 법정에 내는 거야. 정의니, 공평한 판결이니 하는 건 전부 판사의 몫이지.”모순적이면서도... 예진은 왠지 성민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다.‘틀린 말은 아니네.’예진이 잠시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자, 성민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잔을 채워주었다.“너 대학 다닐 때 전공 최고 수재였잖아. 근데 아무리 좋은 칼도 갈지 않으면 무뎌지지. 오랫동안 일을 안 했으니 머리가 좀 굳은 것도 이해할 만해.”예진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성민이 단순히 우연히 만난 게 아니라, 오늘 이 자리를 ‘작정하고’ 나온 거라는 걸.예진의 이혼은 물론, 지금까지 경력이 공백이었다는 사실까지 다 알고 있었다.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멀찍이 지켜보던 민혁은 답답함에 이를 갈았다.‘아, 미치겠네. 뭐라는 건지 하나도 안 들려!’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같이 앉아서 얘기하고 싶었다.그러나 민혁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영호와 은주가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을.오늘 영호가 예약한 레스토랑은 마침 민혁 집 근처였다.둘이 오늘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이 시간쯤이면 주변 식당들은 거의 문을 닫았고, 이 골목의 포장마차들만 불을 밝히고 있었다.그래서 은주가 영호를 데리고 이리로 들어온 것이었다.뜻밖에도 둘이 같이 밥을 먹기도 전에 은주의 눈에 먼저 들어온 건...나무 뒤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쓴 채, 수상쩍게 엿보고 있는 민혁이었다.은주는 순간 눈이 동그래졌다.“저거... 우리 오빠잖아요? 저기서 뭐 하는 거예요?”영호도 시선을 따라가며 놀란 듯 중얼거렸다.“서 변호사님... 맞네요?”은주는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다.“가요, 가서 좀 봐요.”그러나 전혀 상황을 모르는 민혁은 온 신경이 예진 쪽에 쏠려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어깨 위로 툭 손이 닿았다.“헉!!”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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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세 사람의 수상쩍은 행동이 눈에 띄자,예진은 점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자꾸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특히 은주가 입은 새빨간 원피스가 눈에 확 들어왔다.‘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예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곰곰이 떠올렸다.성민도 고개를 돌려 그쪽을 흘끗 보더니, 미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아는 사람이야?”예진은 천천히 일어서며 대답했다.“확실하진 않은데...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그렇게 몇 발자국 앞으로 다가가자, 먼저 상황을 눈치 챈 건 영호였다.“큰일 났다, 예진 씨가 이쪽으로 와요!”말소리를 들은 민혁은 순간 얼어붙었다.차마 고개를 돌리지도 못했다.은주도 고개를 슬쩍 돌리다 예진의 모습이 보이자,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망했다, 진짜 오고 있어!”그 순간 민혁의 머릿속은 하얘졌다.‘걸리면 안 돼. 지금 이 꼴 들키면...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본능적으로 튀어나가려던 찰나, 예진의 목소리가 날아왔다.“민혁 씨? 여기서 뭐 하세요?”‘끝났어... 이제는 도망칠 수도 없어.’민혁은 속으로 이를 악물고, 차라리 태연하게 굴기로 했다.마스크를 벗어내리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어, 예진 씨도 여기서 야식 먹어요? 우연이네요.”은주와 영호는 동시에 어이없다는 듯 민혁을 바라봤다.‘우연? 우연은 무슨, 뻔히 쫓아와 놓고...’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굳이 들추는 건 오빠 망신만 더 키울 일.민혁이 슬쩍 은주의 옆구리를 쿡 찔러 신호를 보냈다.은주는 못마땅하게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도 억지로 맞장구를 쳤다.“그러게, 세상 참 좁네. 여기서 다 만나고.”예진은 순간, 은주의 이런 태도가 낯설게 느껴졌다.늘 당돌하고 직설적이던 은주가, 오늘은 억지 웃음을 띠고 있으니.하지만 곧, 예진의 시선은 다른 데에 꽂혔다.은주와 영호가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모습.“너희...?”예진은 눈이 살짝 커지며, 뜻밖의 장면을 목격한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민혁은 재빨리 눈치를 채고, 분위기를 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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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민혁은 속으로는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한 테이블에 앉을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다.결국 몇 사람은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다.사장이 다시 메뉴판을 가져오자, 은주가 대충 몇 가지를 골라 체크했다.분위기는 어쩐지 어색하게 흘렀다.잠시 후, 성민이 먼저 민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서민혁 변호사님 맞으시죠?”민혁은 시치미 뗀 듯 물만 따르면서도, 눈매에 은근한 자부심이 스쳤다.성민이 다시 말을 이었다.“제가 기억하기로, 서 변호사님도 저희 학교 선배셨죠. 지금도 학교 명예의 전당 같은 데에 이름 걸려 있던데요.”민혁은 물을 한 모금 삼키며 대꾸했다.“뭐, 사건 많이 맡다 보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거니까... 그쪽도 날 알고 있었는데, 난 그쪽을 모르겠네요.”평소 농담을 섞어도 예의는 지키던 민혁이, 오늘은 유난히 날카롭게 말했다.예진은 그 말에 순간 놀라 눈길을 돌렸다.은주와 영호는 괜히 끼어들었다가 분위기를 깨트릴까 싶어, 조용히 안주만 집어먹었다.두 사람은 속으로는 그야말로 불구경하는 심정이었다.성민은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었다.“저는 서 변호사님의 후배예요. 예진이랑 동기고요. 그동안은 해외에서 일하다가 얼마 전에야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주성민이라고 합니다.”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학장이라도 된 듯 태연하게 말했다.“국내 사건이 해외랑은 또 많이 달라. 국내 법정은 만만치 않죠. 주 변도 이제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면 경험이 좀 부족할 거예요. 뭐, 괜찮아요. 예진 씨 동기니까 시간 되면 우리 로펌에도 한 번 들러요.”‘역시 내 오빠지.’은주는 속으로 통쾌하게 웃었다. 단 몇 마디 만에 흐름을 뒤집어 놓다니.예진은 괜히 어정쩡한 시선으로 민혁을 보았지만, 민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영호는 세 사람 사이에 오가는 팽팽한 기류를 느끼며, 은주의 귀에 살짝 속삭였다.“저러다 둘이 싸움 나는 거 아니에요?”은주가 작게 중얼거렸다.“설마요. 둘 다 변호사인데, 법 잘 아는 사람들이 여기서 싸우겠어요?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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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성민의 시선이 민혁의 깁스한 팔에 머물렀다.“선배님, 손은... 어떻게 된 겁니까?”은주도 금세 끼어들었다.“맞아, 나도 아까부터 궁금했어. 오빠 손 왜 그래? 왜 깁스까지 하고 있어?”예진이 먼저 대답했다.“오늘 맡은 사건 피고인이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건물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어. 서 변호사님이 그 순간 붙잡아서 살렸지.”은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민혁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존경이 가득했다.“와, 오빠 진짜 멋있다!”영호도 감탄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민혁의 입꼬리는 점점 더 올라가 숨길 수가 없었다.그런데 그때, 성민이 안경을 끌어올리며 비죽 웃었다.“역시... 선배님이 지금의 명성을 가진 이유가 있었네요. 다 사실이었군요.”순간, 자리에 앉은 모두가 멈칫했다.예진이 의아한 눈빛으로 성민을 바라봤다.“그게 무슨 뜻이에요?”성민은 싱긋 웃었지만, 그 웃음 속에는 묘하게 날이 서 있었다.“별 뜻은 없어요. 선배님께서 괘념치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민혁은 속으로 비웃었다.‘봐라, 아까 칭찬 섞인 말들은 다 형식적인 인사였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군.’민혁은 눈빛을 가늘게 뜨며 담담히 대꾸했다.“괜찮아.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하면 되지.”성민은 괜히 머뭇거리는 듯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특별한 말은 아니고요. 그냥... 밖에서 들은 얘기가 있어서요. 선배님이 단 한 번도 패소하지 않은 이유가...”은주가 급해져서 성민을 다그쳤다.“뭔데, 얼른 말해봐.”성민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입꼬리를 올렸다.“선배님은 늘 피해자 쪽 사건만 맡는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일방적으로 유리한 사건만 받아서 그런 기록을 세운 거라고요.”그 말에 예진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은주의 얼굴에도 노기가 올라왔다.“헛소리야! 우리 오빠가 이기는 건 실력이 있어서야. 그딴 유언비어랑은 전혀 상관없어!”성민은 태연하게 웃어넘겼다.“그렇죠.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차피 바깥에 떠도는 소문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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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하지만 최근 이어진 사건들을 겪으면서, 예진은 하나의 진리를 더 확실히 깨달았다.예진이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강자라고 해서 변호사의 도움을 못 받는 게 아니야. 다만, 이 차가운 사회에서 너무 많은 피해자들이 정당한 판결조차 받지 못하니까, 그 사람들에게 더 절실히 변호사가 필요할 뿐이지.”성민은 대꾸하지 못했지만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민혁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점점 깊어졌다.은주는 속으로 통쾌했다.‘잘했다, 친구야!’옆에서 괜히 흥분한 듯 영호의 손을 몰래 꼭 쥐었다.잠시 동안 공기가 얼어붙은 듯한 침묵이 이어졌다.그때 사장이 새로 구운 안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성민이 닭날개 꼬치를 하나 집어 예진의 접시에 올려주며 말했다.“됐어, 이런 얘긴 그만하자. 대신 많이 먹어. 이거, 학교 다닐 때 네가 제일 좋아하던 거잖아.”예진은 대꾸하지 않았다.민혁이 곧바로 매운맛 끝판왕이라는 닭날개를 집어 예진의 접시에 얹었다.그러곤 성민이 놓아둔 꼬치를 집어 들더니, 아무렇지 않게 씹어 먹었다.“예진 씨는 닭날개 좋아해요. 근데 원래는 매운맛밖에 안 먹죠.”성민은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먹기만 했다.예진은 조금 의아했다.‘민혁 씨가 이런 것까지 알다니... 설마 은주가 얘기한 건가?’그렇게 생각하니 별로 대단할 것도 없었다.잠시 후, 성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예진아, 사실 오늘 이렇게 나온 건 부탁이 있어서야.”그는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예진 앞으로 내밀었다.민혁의 눈길이 명함을 스쳐 지나갔다. 명확히 적혀 있는 건, 로펌의 이름과 주소.예진이 명함을 받아 들자, 성민이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직접 로펌을 차렸어. 그래서 널, 우리 로펌으로 초대하고 싶어.”민혁의 눈매가 순간 차갑게 가라앉았다.‘내 앞에서 대놓고 스카우트라니... 이건 좀 선 넘은 거 아닌가?’은주와 영호는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민혁의 반응만 살폈다.하지만 민혁이 말을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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