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의 수상쩍은 행동이 눈에 띄자,예진은 점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자꾸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특히 은주가 입은 새빨간 원피스가 눈에 확 들어왔다.‘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예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곰곰이 떠올렸다.성민도 고개를 돌려 그쪽을 흘끗 보더니, 미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아는 사람이야?”예진은 천천히 일어서며 대답했다.“확실하진 않은데... 가서 확인해 봐야겠어.”그렇게 몇 발자국 앞으로 다가가자, 먼저 상황을 눈치 챈 건 영호였다.“큰일 났다, 예진 씨가 이쪽으로 와요!”말소리를 들은 민혁은 순간 얼어붙었다.차마 고개를 돌리지도 못했다.은주도 고개를 슬쩍 돌리다 예진의 모습이 보이자,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망했다, 진짜 오고 있어!”그 순간 민혁의 머릿속은 하얘졌다.‘걸리면 안 돼. 지금 이 꼴 들키면...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본능적으로 튀어나가려던 찰나, 예진의 목소리가 날아왔다.“민혁 씨? 여기서 뭐 하세요?”‘끝났어... 이제는 도망칠 수도 없어.’민혁은 속으로 이를 악물고, 차라리 태연하게 굴기로 했다.마스크를 벗어내리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어, 예진 씨도 여기서 야식 먹어요? 우연이네요.”은주와 영호는 동시에 어이없다는 듯 민혁을 바라봤다.‘우연? 우연은 무슨, 뻔히 쫓아와 놓고...’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굳이 들추는 건 오빠 망신만 더 키울 일.민혁이 슬쩍 은주의 옆구리를 쿡 찔러 신호를 보냈다.은주는 못마땅하게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도 억지로 맞장구를 쳤다.“그러게, 세상 참 좁네. 여기서 다 만나고.”예진은 순간, 은주의 이런 태도가 낯설게 느껴졌다.늘 당돌하고 직설적이던 은주가, 오늘은 억지 웃음을 띠고 있으니.하지만 곧, 예진의 시선은 다른 데에 꽂혔다.은주와 영호가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모습.“너희...?”예진은 눈이 살짝 커지며, 뜻밖의 장면을 목격한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민혁은 재빨리 눈치를 채고, 분위기를 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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