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혁의 굳었던 표정이 예진의 손길 덕에 조금은 풀렸다.하지만 나정은 눈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여전히 분위기를 놓아주지 않았다.“예진 언니, 이렇게 예쁘고 또 이렇게 다정한데, 언니 좋아하는 남자들 엄청 많을 것 같아요. 왜 아직도 남자친구가 없어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민혁의 숟가락 위에 있던 갈비가 ‘툭’ 하고 그대로 떨어져 버렸다.예진 역시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담담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언니는 이미 결혼도 해봤고, 아이도 벌써 유치원 다녀요.”뜻밖의 대답에 나정의 턱이 그대로 식탁 위로 떨어질 뻔했다.애초에 민혁과 예진을 엮어 보려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하얘졌다.순간적으로 어색한 기운이 식탁 위에 흘렀다.꽤 긴 정적 끝에 이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럼... 고 비서님 남편분하고 아이는... 왜 한 번도 못 본 거예요?”예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심히 대답했다.“이혼했어요. 아이는 아버지 쪽에 있고요. 이혼 소송은 서 변호사님이 맡아주셨고, 덕분에 전 남편 재산 절반을 받아냈죠.”“그러니까 사모님이랑 나정 씨도 서 변호사님 믿고, 용기 내 봐요.”말을 마친 예진은 부드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밥을 뜨러 부엌으로 향했다.이연은 물 한 모금을 삼키며 겨우 충격을 누를 수 있었다.나정은 더 크게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어딘가 뿌듯하게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민혁을 바라봤다.‘이거... 어른들 세계는 우리가 알던 거랑 완전히 다르잖아...’순간, 나정은 헷갈렸다. 이걸 두고 민혁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교활하다고 해야 할지.그렇게 미묘한 공기를 품은 채, 저녁 식사의 후반부는 어수선하게 마무리되었다.그리고 이쪽의 은근한 웃음 섞인 분위기와 달리, 은주 쪽은 훨씬 긴장감이 감돌았다.영호가 예약한 곳은 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 그것도 창가 자리였다.은주는 약속에 나가기 위해 오전에는 푹 자며 피부 관리를 했고, 오후에는 미용실에서 따로 케어까지 받고 돌아왔다.집에 와서는 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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