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Bab 231 - Bab 240

335 Bab

제231화

말을 끝내자 하늘은 몸을 돌려 두 팔을 활짝 벌렸다.그리고 그대로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순식간에 몸이 허공으로 기울어지자, 아름과 예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둘이 본능적으로 하늘 쪽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다.하늘의 몸은 공중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아래에서는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 순간, 가까이 다가가 있던 민혁이 몸을 날렸다.간신히 하늘의 손목을 움켜쥐었다.하늘은 허공에 매달린 채 간신히 민혁의 손에 의지하고 있었다.강한 충격 때문에 두 사람의 팔은 난간에 세게 부딪혔다.민혁의 얼굴에서 단번에 핏기가 사라졌고,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그럼에도 손아귀 힘을 조금도 풀지 않았다.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버티려는 힘이 없었다. 그저 몸을 축 늘어뜨린 채, 민혁의 손에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예진과 아름이 다급히 달려와 붙잡으려 했지만, 여자들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그때 법원 직원들이 달려들어 함께 손을 뻗었다.여러 사람이 합심한 끝에, 하늘은 간신히 난간 위로 끌어올려졌다.막바지의 죽음의 공포를 겪은 탓일까... 하늘은 난간을 넘자마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양팔로 무릎을 감싸 안고 얼굴을 묻더니, 숨죽여 울음을 터뜨렸다.가장 나이 많은 판사가 다가와서 외투를 벗어 하늘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주변 사람들은 혹여 다시 극단적인 행동을 할까 두려워서 모두 긴장한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봤다.그 와중에 예진은 민혁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다.그는 아까의 자세만으로도 팔에 무리가 갔을 터인데, 거기다 난간에 세게 부딪힌 탓에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민혁은 한쪽 팔을 움켜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만으로도 고통이 역력했다.예진이 급히 달려가 민혁의 옆에 섰다.“괜찮아요? 많이 다친 거 아니에요?”민혁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사람을 살린 게 어디예요? 그걸로 됐어요.”...이 긴박한 소동은 결국 하늘이 무사히 구출되며 막을 내렸다.사람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던 순간이 지나갔고, 현장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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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법원 앞은 이미 기자들과 방송사 카메라로 가득했다.사람들은 눈앞의 당사자 하늘의 상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렌즈와 마이크가 일제히 하늘에게 들이닥쳤다.“도대체 무슨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하셨습니까?”“오늘 판결 결과에 불만을 품고,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한 게 맞습니까?”“...”비슷한 질문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하늘은 얼굴이 창백해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아름마저 밀려드는 인파에 숨이 막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하늘이 뛰어내리길 기다리던 사람들은, 이제 카메라를 들이밀며 자극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하늘은 정신이 반쯤 나간 듯했고, 부모가 급히 머리를 감싸 쥐고 바깥으로 데려갔다.곧 경찰이 도착해 인파를 정리했고, 하늘과 부모는 경찰차에 태워 보호받았다.순간, 남은 시선은 전부 아름에게 향했다.“혹시 오늘 피고인 측 변호사 맞으십니까? 이번 판결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수십 개의 마이크와 카메라가 동시에 아름을 겨누었다.아름은 호흡이 가빠지며,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개만 가로저었다.‘뭐라고... 대답해야 하지...’그때, 임인성이 도착했다.그는 온라인으로 사건 상황을 접하고 곧장 달려왔지만, 이미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아름이 몰려든 기자들에게 포위된 모습을 본 인성은 얼굴이 굳어졌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섰다.그리고 아름의 팔을 잡아끌었다.“선배님, 괜찮아요. 제가 모시고 나가겠습니다.”그 순간, 아름의 가슴 한구석이 놓이는 듯했다.‘아... 이제는 버틸 수 있겠다.’그녀는 거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인성에게 이끌려 계단을 내려갔다.하지만 기자들은 여전히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질문을 퍼부었다.인성은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차갑게 기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기 계신 분들 중에는 그저 자극적인 기사로 수당을 챙기고 싶은 분들도 계시겠죠. 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이 사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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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그때, 커튼이 열리며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린이 윤제의 시야에 들어왔다.윤제는 순간 멍하니 굳었다. 아린의 드레스 자태가 눈부셨기 때문이 아니었다.그 장면이... 오래전 다른 기억을 강하게 끌어올렸기 때문이었다.예진이었다.그때도 예진은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으며 윤제를 바라봤다.결혼을 앞둔 신부의 얼굴.그날, 윤제는 진심으로 숨이 멎을 만큼 놀라웠다.그 순간부터 그는 고집처럼 믿게 되었다.즉, 흰색은 예진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고집. 윤제가 멍해 있는 걸 눈치챈 아린의 미간이 살짝 흔들렸다.그러나 옆에서 직원은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신부님, 정말 축복받으셨네요. 신랑님 눈빛만 봐도 사랑이 가득한 게 느껴져요.”아린은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짐작하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이 사람이 떠올린 여자... 분명... 고예진이겠지.’그러나 아린은 영리했다. 그 생각을 굳이 입 밖에 내지 않고, 대신 천천히 윤제 앞으로 다가갔다.“오빠, 이 드레스 어때? 잘 어울려?”윤제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어디까지나 마음은 다른 곳에 있는 듯했다.“잘 어울려. 아주 예쁘다.”아린은 부드럽게 웃었다.“이 드레스 말고도 두 벌이 더 있어. 그것도 입어볼까 해.”윤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슬쩍 손목시계를 확인했다.“나 회사에 회의가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 나머지 두 벌은 네가 직접 고르고, 제일 마음에 드는 걸로 해. 그냥 카드 긁으면 돼. 넌 뭐든 잘 어울리니까.”겉으론 다정해 보이는 대답이었지만, 사실상 아린과 함께할 시간조차 내주지 않으려는 태도였다.아린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지만, 여전히 웃으며 윤제가 건넨 카드를 받았다.그렇게 윤제를 배웅하는 눈빛은 부드러웠다.하지만 윤제가 돌아서 나가자마자, 아린의 입가에서 웃음기는 단번에 사라졌다.그리고 손에 쥔 카드를 힘껏 움켜쥔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벌써 절반은 성공했어. 이제 남은 건 끝까지 가져가는 것뿐이야.’‘부씨 집안의 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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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민혁은 예진의 여린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입가엔 저도 모르게 미소가 걸렸다.창을 뚫고 들어온 햇살이 예진의 몸 위로 쏟아졌다. 그녀는 마치 온몸에 금빛이 입혀진 것처럼 보였다.민혁은 그 분위기에 취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예진이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순간 멈추지 못한 민혁은 그대로 예진과 정면으로 부딪쳤다.손에 전해진 따끔한 통증 따위는 뒷전이었다. 민혁은 그대로 얼어붙은 듯 멍해졌다.그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한 시선.‘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아...’예진도 잠깐 멍하니 굳어 있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황급히 두 걸음 물러났다. 시선은 온통 민혁의 손에 쏠려 있었다.“괜찮아요? 손 안 다치셨어요?”그제야 정신을 차린 민혁은 통증에 이를 악물며 얼굴을 찡그렸다.“아이고, 안 되겠어요. 아파 죽겠어요. 예진 씨가 박았으니까 책임져야죠!”예진은 어이없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하게 ‘딱 걸린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서 대표님, 걱정 마세요. 손 다 나을 때까지 제가 24시간 대기할게요.”그제야 만족한 듯 민혁은 턱을 치켜들고, 예진과 함께 다시 길을 나섰다....돌아가는 길, 운전대는 예진이 잡았다. 그리고 단지 근처의 대형 마트 앞에 차를 멈춰 세웠다.“식재료 좀 사올게요. 손이 불편하시니까 그냥 차에서 기다리세요.”민혁은 차창 너머로 북적이는 사람들을 힐끔 바라봤다.‘이 상태로 내려가 봤자 도와줄 것도 없지...’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예진은 차에서 내려 곧장 마트 안으로 향했다.그 순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는 눈이 있었다. 바로 윤제였다.웨딩숍에서 나온 윤제는 예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끊기자, 결국 직접 찾아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마트로 들어가는 예진, 그리고 여전히 차에 앉아 있는 민혁.윤제는 막 입에 물었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짓밟아 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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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예진이는 지금 잠깐의 새로움에 끌려서 그쪽이랑 있는 것뿐이에요. 하지만 그 신선함이 사라지면, 그쪽도 과연 예진이가 원하는 삶을 줄 수 있을까요?”“예진이 그쪽이랑 그냥 장난처럼 지내는 거죠. 나를 그렇게 오래 사랑한 사람이, 이렇게 쉽게 놓을 리가 없어요.”“그러니까 충고하건대요, 스스로 물러나요. 안 그럼 나중에 그쪽 꼴이 더 우스워질 테니까.”그 말에 민혁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예진 씨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확실히 아는 건 하나 있어요.”“예진 씨가 남편이랑 내연녀가 눈앞에서 희희낙락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 그런 삶은 원치 않을 거라는 건 분명하죠.”“당신...!”윤제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혀 버렸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다가 한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난 당신 같은 말재주 좋은 인간하고는 입씨름하고 싶진 않아요. 간단하게 가지. 얼마면 돼요? 당신이 예진한테서 떨어질 수 있는 액수 말해봐요.”민혁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좋죠. 9000억. 그 돈만 줄 수 있으면, 저는 지금 당장 부 대표님 눈앞에서 사라져 드릴게요.”“당신...!”윤제는 순간적으로 혈압이 치솟으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민혁의 전혀 예측 불가능한 대답은 윤제의 모든 계산을 흔들어버렸다.그 우스꽝스럽고도 분노에 찬 표정을 바라보며, 민혁은 팔을 차창에 걸친 채 비웃듯 말했다.“부 대표님, 사실 저는 대표님의 행동에 대해 참 이해하기 힘들어요. 예진 씨랑 같이 있을 땐 그 소중함을 몰라서 밖으로만 눈 돌리더니...”“막상 예진 씨가 떠나주고 내연녀랑 편히 지낼 수 있는 판이 되니까, 괜히 애정이 깊은 척 매달리고 계시네요.”그리고 목소리는 점점 날카로워졌다.“정작 전심전력으로 예진 씨를 사랑할 자신은 없으면서, 예진 씨 곁에 다른 남자가 서 있는 건 못 보겠다?”“그건 그냥 당신이 손해 보고 싶지 않다는 집착일 뿐이잖아요. 병적인 집착 말이에요.”“당신...!”윤제의 얼굴은 분노로 짙게 물들어 거의 새파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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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예진은 들고 있던 짐을 트렁크에 내려놓았다.“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윤제는 얼굴을 찌푸렸다. 예진이 굳이 민혁을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그는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난 당신이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예진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윤제를 따라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민혁은 백미러로 그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비틀었다.‘뭐 그렇게 대단한 얘길 한다고 말이야.’“뭐든 빨리 해. 나 저녁 준비해야 하거든.”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국물은 한두 시간 끓여서 되는 게 아니니까.윤제는 예진의 차가운 태도에 더 깊은 주름을 만들었다.“지금 진심으로 나랑 끝내고 싶다는 거야? 내 말에 이렇게까지 성의 없이 대할 정도로?”예진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나는 오히려 충분히 인내했다고 생각해. 우리 이미 이혼했어. 이렇게 마주 서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 거 몰라?”“나...”윤제는 이를 악물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오늘 인터넷에서 난리 난 그 투신 사건 말이야. 당신... 그 자리에 있었던 거 맞지?”“맞아. 그런데 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윤제의 표정은 무겁게 굳어졌다.“지금 변호사 한다는 거야? 말도 안 돼. 당신이 어떻게 변호사가 돼? 자격증도 없는 거 내가 제일 잘 아는데.”예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부윤제 씨, 분명히 해두지. 내가 그동안 변호사 자격증을 안 땄던 건, 떨어져서가 아니라... 도저히 그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야.”윤제도 냉소를 흘렸다.“자격증이 아무나 딸 수 있는 줄 알아? 몇 년 동안 집에서 살림만 하던 당신이 어떻게 그걸 따겠어.”예진은 이미 윤제가 자신을 깎아내리던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다. 더 이상 변명하거나 설득할 기운조차 없었다.“그래서 지금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겨우 날 비웃으려고?”“아니, 충고하러 온 거지. 변호사 일 하지 마. 법이랑 관련된 일에도 손대지 마.”예진은 그 순간만큼은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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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예진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갈 가치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윤제는 그 뒷모습에 이를 악물었다.‘역시... 나와 이안이는 이제 완전히 뒷전이구나.’“고예진! 나... 아린이랑 곧 결혼해. 당신 정말...”윤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진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그의 말을 끊었다.“그럼 진심으로 축하해야겠네. 드디어 첫사랑을 아내로 맞이하게 됐으니, 이제 인생에 후회는 없겠지.”“이안이도 좋아하는 새엄마 얻게 됐고. 결혼식은 내가 분위기 망칠까 봐 안 갈게. 여기서 미리 축하할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가길 .”예진은 더 이상 미련 없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남겨진 윤제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그는 예진이 차에 올라 민혁과 함께 떠나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가슴 속이 텅 빈 듯 허무함이 밀려왔다.‘죽을힘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는데, 허공만 친 기분이야...’윤제는 오늘 이 자리에서 예진의 마지막 마음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예진은 흔들림 하나 없이 냉정하게 축복의 말을 던졌다.그 순간, 윤제의 심장은 이유 모를 분노로 치밀어 올랐다.길가의 쓰레기통을 세게 발로 걷어 차고서야 겨우 화를 삼켰다.잠시 후, 윤제도 차에 올라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민혁은 차를 세우고 예진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엘리베이터 안에서 예진은 그제야 민혁의 입꼬리가 계속 올라가 있는 걸 눈치챘다.“손은 안 아파요? 왜 그렇게 실실 웃어요?”민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몰라도 돼요.”‘오늘은 덕 본 게 많지.’민혁의 웃음에는 그런 여유가 배어 있었다.집에 도착하자 예진은 제일 먼저 국을 올려놓고 저녁 준비에 들어갔다.한 시간 남짓 지나자, 네 가지 반찬과 국으로 된 저녁이 완성됐다.예진은 특별히 이연과 나정을 불러 함께 먹자고 했다.나정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붕대를 감은 민혁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오늘 낮, 핸드폰 뉴스에서 현장을 이미 본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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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사실 예진도 요즘 들어 이 문제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지난번 모임 이후, 로펌 동료들과 가까워지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민혁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었다.로펌의 다른 변호사들 역시 이익이 나지 않는 사건을 종종 맡곤 했다.‘이렇게 큰 로펌이... 이렇게 많은 변호사들이 죄다 적자일 수도 있는 사건을 맡다니...’ ‘민혁 씨는 도대체 뭘 노리는 걸까? 보통 사장은 돈만 보는 거 아니었나?’예진이 고개를 들어 민혁을 바라보니, 이미 이연 모녀와 나정까지 같은 의문이 담긴 시선으로 민혁을 보고 있었다.민혁은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턱을 살짝 치켜올린 채 익살스럽게 말했다.“공정과 정의를 위해서인데, 안 돼요?”세 사람은 동시에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믿기지는 않았지만, 그 모습이 묘하게 우스웠다.“진짜예요, 변호사님. 왜 그런 사건들을 굳이 맡으세요?”이연의 추궁에 민혁도 더는 얼버무릴 수 없다는 걸 알았다.잠시 웃음을 거둔 민혁의 표정에는 조금의 진지함이 묻어났다.“제가 굶지 않고, 기본적으로 생활할 만큼은 벌 수 있다면... 그 외엔 그냥 착한 일 좀 하자는 거죠. 언젠가 복이 쌓일 수도 있고, 아니면 덕이라도 쌓이겠죠.”더 캐묻고 싶어도, 민혁이 이쯤에서 대화를 닫아버렸다는 걸 눈치챈 이연 모녀는 그 이상 묻지 않았다.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나정이 불쑥 고개를 들었다.“서 변호사님은 잘생겼죠, 돈도 많죠, 거기다 착하기까지 하죠...”“그럼 변호사님 좋아하는 여자들이 여기서 줄 서면 해외까지 이어질걸요? 그런데 왜 여자친구는 없는 거예요?”예진은 그 말에 먹던 국물을 뿜을 뻔했다. 겨우 억지로 삼킨 뒤, 두어 번 기침을 했다.민혁은 그 모습을 보며 예진을 째려봤다.“왜요? 나정 씨가 칭찬해주니까 질투하는 거예요?”예진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 미안해요. 그냥... 흘리다가...”민혁은 입술을 비죽 내밀며 대꾸했다.나정은 두 사람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점점 수상쩍다는 듯 눈을 가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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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민혁의 굳었던 표정이 예진의 손길 덕에 조금은 풀렸다.하지만 나정은 눈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여전히 분위기를 놓아주지 않았다.“예진 언니, 이렇게 예쁘고 또 이렇게 다정한데, 언니 좋아하는 남자들 엄청 많을 것 같아요. 왜 아직도 남자친구가 없어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민혁의 숟가락 위에 있던 갈비가 ‘툭’ 하고 그대로 떨어져 버렸다.예진 역시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담담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언니는 이미 결혼도 해봤고, 아이도 벌써 유치원 다녀요.”뜻밖의 대답에 나정의 턱이 그대로 식탁 위로 떨어질 뻔했다.애초에 민혁과 예진을 엮어 보려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하얘졌다.순간적으로 어색한 기운이 식탁 위에 흘렀다.꽤 긴 정적 끝에 이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럼... 고 비서님 남편분하고 아이는... 왜 한 번도 못 본 거예요?”예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심히 대답했다.“이혼했어요. 아이는 아버지 쪽에 있고요. 이혼 소송은 서 변호사님이 맡아주셨고, 덕분에 전 남편 재산 절반을 받아냈죠.”“그러니까 사모님이랑 나정 씨도 서 변호사님 믿고, 용기 내 봐요.”말을 마친 예진은 부드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밥을 뜨러 부엌으로 향했다.이연은 물 한 모금을 삼키며 겨우 충격을 누를 수 있었다.나정은 더 크게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어딘가 뿌듯하게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민혁을 바라봤다.‘이거... 어른들 세계는 우리가 알던 거랑 완전히 다르잖아...’순간, 나정은 헷갈렸다. 이걸 두고 민혁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교활하다고 해야 할지.그렇게 미묘한 공기를 품은 채, 저녁 식사의 후반부는 어수선하게 마무리되었다.그리고 이쪽의 은근한 웃음 섞인 분위기와 달리, 은주 쪽은 훨씬 긴장감이 감돌았다.영호가 예약한 곳은 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 그것도 창가 자리였다.은주는 약속에 나가기 위해 오전에는 푹 자며 피부 관리를 했고, 오후에는 미용실에서 따로 케어까지 받고 돌아왔다.집에 와서는 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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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은주의 생각에, 영호는 차라리 솔직하게 말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굳이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기다리게 했다.‘이건... 내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은 거야.’식당을 나서자 선선한 바람이 얼굴에 스쳤다.그제야 은주는 조금은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그때, 눈물이 번져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영호였다.오늘의 영호는 평소와 달랐다. 늘 운동복이나 캐주얼 차림을 즐기던 그가 정장을 입고 있었다. 짧은 머리도 평소와 달리 손질이 되어 있었고, 심지어 나비넥타이까지 매고 있었다.“은주 씨!”영호는 헐떡이며 달려와 은주를 발견하자 손을 흔들었다.눈을 깜빡이던 은주는 그게 정말 영호임을 확인한 순간, 이를 악물었다.영호가 다가오기도 전에 몸을 홱 돌려 외면했다.“은주 씨, 잠깐만요!”영호는 황급히 은주의 앞을 가로막았다.은주의 눈빛은 불길처럼 치솟아 있었다.“뭐라고요? 거절할 거면 그냥 말하면 되잖아요! 날 이렇게 모욕 줄 필요는 없었어요. 내가 당신 좋아한다고 해서 날 함부로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생각해요?”영호의 얼굴에는 지금껏 본 적 없는 당혹감과 초조감이 뒤섞여 있었다.“미안해요, 은주 씨. 절대 그런 뜻 아니에요! 화난 거 알아요. 그래도 제 말... 한 번만 들어주세요. 제발요.”은주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영호를 노려보다가, 그의 차림새를 유심히 바라봤다.정장은 맞지만 구겨지고 군데군데 더러웠다.머리도 정성스레 손을 봤지만, 여기저기 먼지가 달라붙어 있었다.심지어 콧등에도 시커먼 얼룩이 묻어 있었다.그때 은주의 시선이 영호의 손에 멈췄다.검은 포장지에 둘러싸인 붉은 장미 한 다발.하지만 꽃은 이미 구겨지고 짓밟혀 제 모양을 잃어 있었다.영호는 그걸 여전히 손에서 놓지 않고, 마치 무언가를 증명하듯 꽉 움켜쥐고 있었다.‘이 사람... 정말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거야?’은주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눌러 담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좋아요. 말해봐요. 뭐라고 둘러댈 건지 들어나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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