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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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예진은 속으로 오히려 안도했다.‘다행이야... 일찍 이혼하길 잘했어.’‘아니었으면, 언젠가는 저 집안 사람들한테 시달리다 죽었겠지.’도순희의 고함은 여전히 멈출 줄 몰랐다.“좋게 말할 때 알아서 짐 챙겨 나가! 매니저 오면 너희 같은 것들 당장 쫓겨날 텐데, 그 꼴 나면 세상 사람들이 다 비웃을 거야!”민혁은 흥미롭다는 듯 윤제네 식구들을 훑어보았다.“쫓겨난다면야, 정말 웃기겠죠. 하지만 오늘 누가 웃음거리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윤제는 본래부터 예진과 민혁의 관계를 곱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 민혁이 대놓고 어머니를 몰아붙이자, 남아 있던 마지막 죄책감마저 싸늘히 사라졌다.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민혁을 똑바로 노려봤다.“서 변호사님, 인정합니다. 당신은 법정에선 분명 뛰어난 변호사죠. 하지만 변호사일 뿐이잖습니까.”“돈을 얼마나 벌 수 있겠어요? 감히 성공한 사업가와 자신을 비교하다니, 결국 웃음거리가 되는 건 본인일 겁니다.”민혁은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곧장 소리를 내며 냉소적으로 웃어버렸다.“성공한 사업가? 허, 뻔뻔하기도 하시죠. 고작 몇 푼 번다고 세상을 다 가진 줄 아는 사람들... 내가 충고 하나 해드리죠. 세상엔 언제나 더 큰 하늘이 있고, 더 큰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윤제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얼굴에는 노골적인 불쾌감이 드러났다.그때 아린이 타이밍을 맞춰 끼어들었다.“예진 씨, 정말 대단하다. 자기 남편 앞에서, 그리고 자기 아이 앞에서 다른 남자랑 이렇게 설치다니... 체면은 아예 내다 버린 거예요?”말은 간단했지만, 화살은 곧장 예진을 겨냥하고 있었다.주변에서 구경하던 손님들은 원래 사정을 잘 몰랐다. 그러나 아린의 말 한마디에 금세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저 여자가 그 아이 엄마라고? 결국 그 남자 때문에 이혼한 거 아냐?”“혹시 결혼한 상태에서 바람 피운 거 아냐? 아이까지 두고?”“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알고 보니 남편 버리고 바람난 거였네. 저러고도 부모님이랑 당당히 다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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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예진이 한 발 한 발 다가서자, 아린은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말문이 꽉 막혀 단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예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남의 남편을 빼앗아 놓고도 그렇게 뻔뻔하게 잘난 척을 하다니... 참 대단해. 뻔뻔한 인간은 많이 봤지만, 당신처럼 이렇게 대놓고 얼굴 두껍게 구는 건 드물지.”그 말에 아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윤제는 곤란한 듯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나서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민혁, 그리고 뒤에 서 있던 고환일과 송승예는 예진의 단호한 태도에 고개를 연달아 끄덕였다.‘그래... 이게 맞아. 사람이 참다 못해선 이렇게라도 터뜨려야지.’‘그동안 우리 예진이가 너무 착하게만 살아온 거야.’고환일과 송승예는 새삼 깨달았다.예진을 너무 ‘예의 바른 딸’로만 길러낸 게 오히려 독이 되었다는 사실을.‘이 세상은 착하게만 굴면 만만하게 보는 놈들이 더 많아.’도순희는 그런 광경이 못마땅했다. 아린이 몰리는 꼴을 보다 못해, 결국 앞으로 나서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움직이기도 전에, 이안이 먼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작은 몸으로 예진을 밀쳐내며, 앳된 얼굴을 단단히 굳혔다.“우리 새엄마 괴롭히지 마!”예진은 그 힘에 두어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순간을 놓치지 않고 송승예가 급히 일어나 예진을 붙잡아 안았다.송승예는 아이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얘야, 외할머니는 네가 이렇게 엄마를 괴롭히는 걸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평소에 비록 이안을 자주 볼 기회는 없었지만, 예진 부모님은 이안을 나름 귀하게 생각해왔다.그런데 막상 이렇게 차갑게 꾸짖고 보니, 이안의 얼굴이 금세 붉어져 더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누가 괴롭혔다고 그래! 엄마가 먼저 우리 새엄마를 괴롭혔잖아! 고모는 아빠랑 곧 결혼할 거고, 이제 진짜 내 새엄마야! 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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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민혁은 코끝으로 비죽 웃음을 흘렸다.‘참, 스스로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모르는 인간들이 제일 가소롭지.’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그때, 직원이 마침내 식당 매니저 유강을 데리고 돌아왔다.유강은 먼저 윤제를 보더니 곧장 허리를 낮추며 공손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아, 부 대표님이시군요. 무슨 일로 이렇게 소란이 난 겁니까? 다들 편히 오신 손님들이시니, 불쾌한 일은 없으셨으면 합니다.”윤제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도순희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기세등등하게 목소리를 높였다.“드디어 책임자가 나왔네. 식당 관리가 어떻게 된 거야? 아무나 들여보내서 밥 먹게 하다니, 우리까지 기분이 다 상했어.”유강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며 서둘러 진정시키려 했다.“사모님, 우선 진정하시죠. 저희 레스토랑은 분명한 규정이 있습니다. 예약 없이는 식사하실 수 없고, VVIP 회원권이 있어야 예약 자체가 가능합니다.”그 말을 들은 도순희는 입꼬리를 잔뜩 올리며 비웃었다.“들었지? 규정이 그렇대잖아.”그리고는 다시 유강을 향해 손가락으로 민혁 일행을 가리켰다.“저 사람들이 문제야. 아무 자격도 없으면서 이 자리에서 소리나 지르고, 우리 식사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어. 오늘 제대로 처리 못 하면 우리도 다시 이곳에 발도 들이지 않을 거야.”협박성 말투에 유강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네, 네... 사모님, 염려 마십시오. 반드시 사모님께서 만족하실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그 말과 동시에 유강의 시선은 예진과 민혁, 그리고 고환일 부부에게로 옮겨졌다.“실례지만, 예약을 하셨습니까?”민혁은 두 팔을 가볍게 교차한 채, 태연한 표정으로 유강을 응시했다.“아니요. 우리는 예약 같은 거 필요 없습니다.”그 목소리에는 확신과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민혁에게 꽂혔다.유강의 태도는 눈에 띄게 싸늘해졌다.“몇 분은 아마 저희 레스토랑 규정을 잘 모르시는 것 같군요. 예약 없이는 이용이 불가합니다.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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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민혁은 느긋하게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반짝이는 카드를 한 장 뽑아 유강 앞으로 내밀었다.“잘 좀 보세요. 이게 있는데, 내가 예약이 필요할까?”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카드였다. 다들 민혁이 허세를 부리는 줄로만 알았다.도순희는 더 크게 비웃었다.“쯧, 고작 카드 한 장 내밀고 뭐 대단한 사람인 척이야? 그런 걸로 허세를 부려 봤자 창피할 뿐이지.”유강은 처음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지만, 곧 카드를 받아 들고 꼼꼼히 살펴보았다.순간 그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얼굴빛이 확 변했다.“이, 이건... 저희 레스토랑의 VVVIP 멤버십 고객님이십니까?”민혁은 여유롭게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럼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내가 예약이 필요하겠어요?”유강은 허리를 깊이 숙이며 급히 태도를 바꿨다.“아이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고객님은 저희 매장의 VVVIP 고객님이신데 무슨 예약이 필요하겠습니까? 방금 제가 몰라뵙고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십시오.”고환일과 송승예는 순간 서로를 바라보며 얼굴이 굳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예진 역시 미간을 좁히며 민혁을 향해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병원에서는 교수님들이 먼저 인사를 하더니...’‘이번엔 고급 레스토랑의 VVVIP 고객?’‘이 사람이 아무리 인맥이 넓다지만, 이건 단순히 직업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민혁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도순희가 앞으로 확 달려 나왔다. 그리고 유강 손에 들려 있던 카드를 낚아채듯 빼앗았다.“뭐? VVVIP? 우리보다 더 높은 등급이라고? 우리 부씨 집안이 여기에 얼마를 쓰는 줄 알아? 감히 우리 위에 또 다른 고객이 있다고?”윤제는 믿기지 않는 듯 민혁을 바라봤다. 얼굴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아린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면서, 안색이 수시로 변했다.유강은 황급히 카드를 다시 받아 들며 고개를 저었다.“사모님, 아마 모르고 계셨을 겁니다. 저희 매장이 문을 연 이래, 회장님께서 직접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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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이안은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아도 뭔가 쫓겨나게 생겼다는 건 감지했다. 그래서 도순희의 다리를 껴안으며 억울한 듯 얼굴을 붉혔다.윤제의 얼굴은 이미 새까맣게 굳어 있었다.“결국 우리더러 나가라는 거군요?”유강은 고개를 깊게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죄송합니다, 부 대표님. 하지만 저희 식당 규정상 VVVIP 멤버십 고객님의 요청은 최우선으로 지켜야 합니다.”윤제의 입가에 서늘한 비웃음이 번졌다. 민혁을 바라보는 눈빛은 서서히 차갑게 가라앉았다.‘감히... 나를 이런 모욕으로 짓밟다니.’하지만 민혁은 태연했다.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스럽게 한마디 던졌다.“아까 누가 그랬죠? 쫓겨나면 머리를 떼어 공처럼 차 주겠다고. 기억나는데요?”민혁이 일부러 되갚아 주자, 도순희의 무릎에 순간 힘이 풀리면서 털썩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예진은 민혁의 뻔뻔하면서도 통쾌한 모습에 못 이긴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고환일과 송승예 역시 흐뭇한 눈빛으로 민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이 정도 배짱이 있어야 우리 예진이 옆에 설 만하지.’그러나 윤제는 다시 냉소를 흘렸다.“누가 나가게 될진 아직 모를 일이죠. VVVIP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본데, 너무 일찍 기뻐하지는 마세요.”그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화면에 뜬 이름은 허태현이었다. 상대방은 곧 전화를 받았다.[아이고, 부 대표님, 드물게 연락을 다 하고... 웬일이에요?]윤제는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장난치지 마. 지금 네네 식당에 와 있는데, 매니저가 VVVIP 멤버십 고객 때문에 날 내쫓으려 하고 있다.”[뭐라고요? VVVIP 멤버십 고객이라고?]태현은 그 존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식당 창립 당시, 아버지가 직접 정해둔 단 열 명의 특별회원. 그야말로 최고층 인맥들의 상징이었다.윤제는 코웃음을 치며 짧게 대꾸했다.“그래.”체면을 중시하는 태현은 즉각 목소리를 높였다.[무슨 소리예요? 어떤 VVVIP라 해도 우리 윤제 형님보다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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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예진이 말대로야. 밥 한 끼일 뿐인데, 굳이 이런 졸부 같은 인간들 때문에 신경 쓸 필요는 없지.”송승예가 먼저 거들었고, 고환일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못 먹을 데가 어디 있다고. 그냥 다른 데 가서 먹으면 되지.”만약 윤제 일가가 굳이 찾아와 시비를 걸지 않았다면, 자리를 옮기는 게 크게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처럼 판이 이렇게 커져 버린 상황에서 그냥 물러난다는 건 곧 윤제 가족의 기세에 눌려 굴복했다는 뜻이었다.민혁은 원래 작은 일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오늘은 반드시 끝을 봐야 해.’그는 고환일과 송승예를 부드럽게 부축해 다시 자리에 앉혔다.“아버님, 어머님. 그냥 편하게 앉아서 구경만 하세요. 오늘 이 한 끼, 제가 반드시 두 분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예진은 그제야 민혁의 뜻을 눈치챘다.‘결국 물러날 생각이 없구나.’“그만해요, 그냥 우리가...”예진이 나서려는 순간, 민혁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고 비서, 잘 봐 둬요. 오늘은 제가 대표로서 직접 가르쳐 주는 날이에요. 개똥 같은 미덕을 발휘해서 ‘참아라’, ‘한 발 물러서라’는 말들이 통할 때도 있지만, 어떤 인간들은 그걸 약점으로 착각해 더 날뛰기도 해요.”민혁은 곧바로 유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래서, 매니저님.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유강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우물쭈물했다.“그... 그러시다면, 제가 윗층 최고급 룸으로 따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부 대표님 일행과는 층이 달라 서로 마주칠 일도 없을 겁니다.”민혁은 손가락을 천천히 흔들며 단호히 잘랐다.“분명히 다시 말합니다. 저 사람들 때문에 밥맛이 떨어졌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이 자리에서 당장 퇴장시키는 겁니다.”“그, 그건...”유강은 식은땀을 닦으며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바로 그때, 도순희가 비웃음을 터뜨렸다.“어머, 그쪽은 뭐 때문에 이렇게 매니저님을 곤란하게 만들어? 우리 아들 윤제의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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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예상치 못하게, 허건국은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뭐라고요? 지금 바로 갈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뚝-전화가 끊겼다.민혁은 태연하게 예진의 손을 잡아 끌며 옆의 자리에 앉혔다.“어차피 끝을 보자고 하는 것 같으니, 저도 기꺼이 끝까지 함께하죠.”유강은 이제 와서야 얼굴이 잿빛으로 질렸다.처음에는 이쪽저쪽 눈치를 보며 애매하게 굴었지만, 지금은 다리에 힘마저 빠져서 덜덜 떨고 있었다.‘아침에 달력을 제대로 안 보고 나온 거 아냐?’‘왜 이렇게 재벌 같은 큰손들만 줄줄이 나타나는 건데?! 하나같이 만만치가 않네.’그는 숨조차 거칠게 몰아쉬며, 혹여라도 말실수라도 하면 바로 밥그릇을 잃을까 두려워졌다.윤제는 눈살을 깊게 찌푸린 채 민혁을 바라보았다.‘서민혁... 도대체 정체가 뭐지?’‘허 회장님 같은 인물이 단 한 통의 전화, 단 한 마디 말만으로 직접 움직이다니.’윤제의 눈빛에도 경계와 당혹, 그리고 얕은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이 서민혁, 그저 단순한 ‘변호사’가 아닌 것 같아.’...사람들은 점점 더 몰려들었고, 식당 분위기는 이미 아수라장이었다.식사 따위는 잊은 지 오래, 모두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예진은 속으로 조마조마했다.민혁이 전화를 건 상대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분명 대단한 인물임을 느낄 수 있었다.‘아무래도... 허태현 아버지, 허건국 회장님이겠지.’물론 회장이 직접 오면 이 사소한 다툼은 순식간에 정리될 것이다.하지만 예진은 오히려 불안했다.‘겨우 말 몇 마디 주고받은 일로 회장을 부르는 게 맞을까?’‘이러다 괜히 민혁 씨가 곤란해지는 건 아닌지...’그녀는 조심스레 민혁의 소매를 잡아당기고는, 남자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만하는 게 어때요? 민혁 씨 능력 있는 거 알아요. 그런데 이건 좀... 너무 과한 거 같아서요.”고개를 저은 민혁이 미소를 지었다.“고 비서는 이제 제 비서잖아요. 고 비서와 관련된 일이라면,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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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허건국이 막 도착하자, 도순희는 곧장 얼굴 가득 억지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아이고, 회장님을 이런 사소한 일로까지 귀찮게 해드리다니 제가 다 죄송합니다. 다 이 사람들이 눈치도 없이 회장님 식당에서 소란을 피워서 그런 거지요, 저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낯 뜨거운 아부는 도순희의 특기였다. 하지만 허건국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시선은 곧장 윤제로 향했는데, 표정은 한없이 냉담했다.“윤제야, 듣자 하니 자네 요즘 막 이혼했다고 하던데. 내가 알기론, 이 여자분... 고예진 씨가 자네 전처 맞지?”윤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습니다.”허건국의 시선이 이번엔 아린에게로 옮겨졌다. 눈빛엔 노골적인 경멸이 담겨 있었다.“그럼, 이 아가씨가 류아린 씨겠지?”아린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삼촌, 안녕하세요.”다음 순간, 허건국은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다.“삼촌이라고? 그건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겠어. 우리 상류층은 그리 넓지 않아. 그렇기에 다들 체면을 중히 여기고, 선 넘는 짓은 하지 않으려 하지.”“그런데 너희 둘은 참 대단하더라. 전국적으로 떠들썩하게 해놓고도, 부끄럽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인 양 행동하다니.”말은 칼날 같았다. 아린의 얼굴빛은 금세 굳어졌고, 윤제의 표정도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러나 허건국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윤제야, 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우리 집안과 여러모로 거래가 있었지. 그래서 네가 우리 집 그 망나니 녀석이랑 어울려도 내가 눈감아 준 거야. 하지만 말이지...”허건국은 냉소와 함께 윤제를 노려봤다.“오늘은 네 아버지와의 인연을 봐서 충고 하나 해주마. 너희 부씨 집안, 수년간 고씨 집안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다.”“그런데 이제 와서 염치도 모르고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사람답게 좀 굴어라.”“그런 식으로 배은망덕하다간 업계에서 소문 돌아서 거래할 사람 하나도 못 찾게 될 거다. 그건 결국 네가 네 발등 찍는 거지.”윤제의 얼굴에 수치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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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회장님!”도순희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온몸이 떨리면서 감정도 더는 억누를 수 없었다.허건국은 물러서지 않았다.“됐습니다. 군말은 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서 변호사님은 제게 귀한 손님입니다. 서 변호사님께서 직접 말씀하셨으니, 여기 계신 분들은 이제 그만 자리를 비워주시지요.”“뭐라고요?”도순희는 믿을 수 없었다. 끝내 내쫓기는 쪽이 자신이라니.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았다. 아린이 황급히 다가와 부축하고, 이안도 걱정스레 곁으로 달려왔다.예진을 빼닮은 듯한 이안의 작은 얼굴은, 당장이라도 불의를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허건국은 유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사람들 흩어지게 하고, 손님들 모셔 드려.”유강은 얼굴의 땀을 훔치며 서둘러 움직였다.그제야 허건국은 민혁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민혁은 허건국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두 사람은 오래된 벗처럼 어깨를 두드리며 웃음을 나눴다.“서 변, 내 체면을 봐서라도 일을 더 크게 만들진 말아 주게.”민혁은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사람들만 내쫓으면 됐지, 시끄럽게 할 생각은 없었지.’그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회장님이 직접 말씀하시니, 제가 따를 수밖에요.”허건국은 무력한 듯 한숨 섞인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또다시 두드렸다.“역시 빈말은 못 하는군. 자, 올라갑시다. 오늘은 내가 제대로 대접하리다.”말을 마치고 허건국은 민혁과 예진 일가를 데리고 윗층 최고급 룸으로 향했다.민혁과 예진 일가가 사라지자, 도순희의 호흡은 거칠어지고 숨이 막히는 듯했다. 아린이 급히 가방에서 약을 꺼내 도순희의 입에 넣어주었다.그 옆에서 이안은 울먹이며 소리쳤다.“엄마는 나쁜 사람이야! 외부 사람 데리고 와서 할머니 괴롭혔어. 난 엄마가 싫어!”도순희는 이안의 작은 손을 꼭 붙잡았다.“착한 내 손자, 이제 그 여자는 네 엄마가 아니야. 앞으로는 고모가 네 엄마야. 그 못된 여자는... 우리 이안이 엄마 자격이 없어.”이안은 진지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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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하, 이게 제가 잘못한 건가요? 회장님의 신분이 워낙 특별하니 그렇죠. 회장님이 여기 앉아 계시기만 해도 제 손님들이 감히 입을 못 떼잖아요.”허건국은 싸늘한 얼굴로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씩 웃으면서 민혁이 말했다.“됐습니다. 나중에 기회 되면 술 한잔 대접하겠습니다.”허건국은 그 말에 숨은 뜻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에휴, 내가 괜히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거지. 서 변 덕분에 괜히 오래된 벗이라도 된 것처럼 착각했네.”그는 민혁의 어깨에 걸쳐진 손을 툭 치우면서 돌아섰다.“가 보게. 필요한 거 있으면 유강 매니저에게 직접 말하고.”허건국의 뒷모습이 멀어지자, 민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안쪽에 앉아 있던 고환일과 송승예는 곧장 시선을 예진에게로 돌렸다.“예진아, 민혁 씨랑 회장님은 도대체 무슨 사이냐?”예진은 고개를 저었다.“몰라요.”고환일은 여전히 미심쩍다는 듯 말을 이었다.“허건국 회장은 보통 인물이 아니야. 성격은 호랑이 같고, 사람을 가려 상대하지. 그런 사람이 민혁이 부르자마자 달려왔다? 민혁이가 보통 사람이 아닌 모양이야.”예진은 그 말에 입술을 꾹 다물었다. ‘지난번 연회 때도 그랬지...’‘부윤제랑 류아린이 일부러 소란을 피웠는데, 유지강 회장마저 민혁 씨 편을 들어줬어.’생각해보면, 윤제 뒤에는 부씨 집안이 있고, 사회적 지위로도 결코 낮지 않았다. 그런데 유지강 같은 사업가조차 민혁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저런 사람들은 속속들이 계산하는 장사꾼들이잖아.’‘결국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는 쪽에 고개를 숙이는 법이지.’처음엔 예진도 이렇게 생각했다. 아마 민혁이 큰 사업가들의 사건을 맡아 변호한 적이 많아, 그래서 그들과 친분이 있는 거라고.하지만 곱씹을수록 이상했다. 변호사는 어디까지나 돈 받고 일하는 직업이다. 사건을 맡았다고 해서 그토록 특별히 대접받을 이유는 없었다.‘아니야... 뭔가 다른 이유가 있어. 단순히 변호 일 때문만은 아닐 거야.’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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