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의 표정이 어딘가 미묘하게 굳어 있자, 재하가 눈치 빠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왜요, 영호 씨, 메모 안 해요? 갑자기 멈췄네요?”영호는 어색하게 웃었다.“그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형님들처럼 다들 여유도 있으면, 서로에게 좋은 걸 해줄 수 있잖아요.”“그런데 전 솔직히 가진 게 별로 없어요. 그래서 가끔은 은주 씨가 저랑 있어서 손해 보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재하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딱히 떠오르지가 않았다.솔직히 은주는 서씨 가문의 금지옥엽이었고, 자신도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 있는 편이었다.반면 영호는 직업의 특성상, 평생 큰 부자가 되긴 어려웠다.그때 민혁이 조용히 영호의 어깨를 두드렸다.“야, 그런 생각 하지 마.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한테 줄 수 있는 최고는, 결국 ‘사랑 그 자체’야.”“그게 진심이라면 충분해. 설사 한 송이 꽃이든, 손편지 한 장이든, 진심으로 건네면 은주도 절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을 거야.”영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웃었다.“예전엔 ‘사랑은 늘 미안함을 동반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요, 이제야 알겠어요. 은주 씨를 만나고 나니까, 그 말이 왜 맞는지 알겠더라고요.”민혁은 그 말에 잠시 시선을 떨구었다.‘괜히 형편 이야기로 위로하는 건 오히려 상처가 되겠지.’그는 굳이 ‘우리 집은 돈 많으니까 괜찮다’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솔직히 이런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남자라면, 은주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그렇게 얘기하는 사이, 차는 어느새 호텔 앞에 도착했다.선아가 있는 오씨 가문의 호텔이었다.“자, 도착했다!”재하는 문이 열리자마자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내렸다.그는 턱시도 자락을 털며 신나게 외쳤다.“다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야! 오늘은 우리의 우정 테스트하는 날이거든. 오늘 꼭 내 신부를 빨리 만나야 해 줘! 알겠지?”민혁과 영호가 동시에 웃었다.민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좋았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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