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541 - Chapter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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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1화

역시,문호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단단히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 아린아.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내가 해줄 수 있어.”말을 마치자마자, 문호는 다시 아린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 들었다. 손끝은 또다시 불안하게 그녀의 피부 위를 헤맸다.아린은 짧게 숨을 내쉬며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 인간은 진짜 조금도 손해를 안 보겠다는 거네.’‘도와준답시고 꼭 뭔가 받아야 직성이 풀리지.’하지만 아린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남자는 너무 배불리 먹게 해선 안 돼.’그 생각이 스치자, 아린은 살짝 피곤한 척하며 문호의 가슴을 밀었다.“나 피곤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그렇게 말하고는 재빠르게 몸을 빼내 문 밖으로 나왔다.문 앞에 서서 아린은 장난스럽게 뒤돌아보며 웃었다.“왜 이렇게 급해? 좋은 건 천천히 즐겨야지.”그 말에 문호는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속은 타들어 갔다.‘이 여자는 사람 마음을 이렇게 애타게 만드네.’결국 그는 에어컨을 세게 틀고, 찬물 한 잔으로 겨우 뜨거운 욕망을 식혔다.문호가 아린을 병원에 데려다 줬을 때는 이미 밤 열한 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혹시 누가 볼까 걱정된 아린은 문호가 병동까지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여기까지만 와. 누가 보면 귀찮아지니까.”그렇게 간단히 인사만 하고 아린은 홀로 병동으로 걸어 들어갔다.문을 열자, 이안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다행이네... 아직 안 깼어.’안도하는 순간, 아린의 등 뒤로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아린이 천천히 돌아보자, 문 앞에 서 있는 윤제의 싸늘한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그 차가운 시선에 아린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망했어...’하지만 곧 그녀는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자기야? 이렇게 늦게 웬일이야?”윤제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훑어봤다.“그건 내가 물어야지. 이 늦은 시간에 어디 갔다 왔는데? 이안을 혼자 두고.”아린의 얼굴엔 조금의 당황한 기색도 없었다.그녀는 오히려 태연하게 걸음을 옮겨 윤제 옆에 앉았다.“예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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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자기야, 이안은 아무 일 없을 거야. 나중에... 우리 이안한테 동생 하나 만들어주자, 응?”아린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하지만 그 속엔 차가운 계산이 섞여 있었다.‘그래야만 부씨 집안에서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지.’윤제는 속이 울렁거렸다.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막힐 만큼 역겨웠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일 좀 정리되면, 우리 같이 건강검진이나 받으러 가자.”“검진?”아린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하지만 얼굴의 미소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네가 전에도 암이 재발할 수도 있다고 했잖아. 약 계속 먹고 있다면서. 요즘도 이안 돌보느라 힘들었을 텐데, 네 몸도 챙겨야지. 나중에 혹시라도 아이를 가지려면, 건강해야 하잖아.”그 순간, 아린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젠장, 들켰나?’그 미세한 움직임을 윤제는 놓치지 않았다.“왜? 하기 싫어?”“아니야.”아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자기가 이렇게 신경 써주는데, 내가 왜 싫겠어. 알았어, 일만 좀 정리되면 같이 가자.”그녀의 말투는 자연스러웠지만, 윤제의 입가엔 냉소가 번졌다.‘진문호한테 또 부탁이라도 할 생각인가 보네.’윤제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아린의 연기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더 우스웠다.‘좋아. 그렇다면 내가 곧바로 클라이맥스까지 몰아가 주겠어.’“그럼 이렇게 하자. 이안 상태도 요즘 안정됐으니까 굳이 미룰 필요 없겠네. 우리가 매일 병원에 있으니까 시간도 넉넉하고... 내일 바로 하자.”“뭐?”아린의 얼굴이 굳어졌다.“내, 내일?”‘이게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적극적인 거지?’‘설마... 뭔가 눈치 챈 건가?’그녀는 억지로 웃어 보였지만, 심장은 이미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윤제의 눈빛이 점점 의심으로 변해갔다.“왜, 내일은 안 돼? 내일이 불편하면 모레도 괜찮아.”그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속뜻은 분명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검진은 시킬 생각이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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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한편, 구재하와 오선아의 신혼 파티는 대성공이었다.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밤공기 속으로 번졌다.저마다 흥이 오른 젊은이들이 불꽃 옆에서 춤을 추었고, 시계는 어느새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예진은 조금 지친 듯, 조용히 정원 쪽으로 걸어가 그네에 앉았다.여자의 어깨 위로 달빛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멀리서 그 모습을 본 민혁이 천천히 다가왔다.그는 발치에 피어 있던 들꽃 몇 송이를 집어 들더니 손으로 조심스레 엮었다.“이거요.”민혁이 작은 화관을 예진의 머리 위에 올려줬다.예진은 잠시 놀란 듯 눈을 깜빡이다가, 미소를 지었다.“기억나요? 우리 처음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민혁 씨가 내 생일 챙겨준다고 이런 거 나에게 사줬잖아요.”민혁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벌써 그렇게 오래된 일인데, 예진 씨 기억력이 참 좋네요.”예진은 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솔직히 말해요... 그때 사실 은주가 시킨 거 아니죠? 민혁 씨가 일부러 나하고 같이 가게 한 거잖아요.”민혁의 눈가에 얕은 웃음이 번졌다.“은주요? 걔는 자기 생일도 까먹는 사람이에요. 예진 씨 생일 챙겨달라고 부탁할 리가 없죠.”예진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그때 이미 나한테 관심 있었던 거네요?”“뭐, 그렇게 봐도 되죠. 다만 인정하자면... 예진 씨는 꽤 어려운 상대였어요.”“어려운 상대요?”예진이 장난스럽게 눈을 가늘게 뜨자, 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네.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이니까.”그 말에 예진은 피식 웃었다.그 순간, 하늘엔 별이 가득했다.예진은 고개를 들어 별빛을 바라봤고, 민혁은 그런 그녀를 바라봤다.늦은 밤의 바람이 예진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향기를 퍼뜨렸다.‘이 향기, 예전 그대로네.’민혁의 마음 한구석이 살짝 흔들렸다.잠시 후, 예진이 조용히 물었다.“민혁 씨... 그때, 어떻게 버텼던 거예요? 그렇게 힘든 일을 겪고 나서.”그 질문이 떨어지자 민혁은 짧게 숨을 고르고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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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괜찮아, 아마 영호 씨가 근무 중에 호출 받은 거겠지. 우리랑 같이 가자.”예진이 그렇게 말하며 은주의 손을 잡았다.민혁이 운전대를 잡고, 셋은 차에 올랐다.차 안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지만, 은주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오늘따라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지...’차가 절반쯤 달려갔을 때, 은주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지구대 동료였다.은주는 평소에도 영호가 야간근무를 할 때 자주 지구대에 들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호의 동료들과도 번호를 주고받은 사이였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주 씨, 큰일 났어요! 영호한테 사고가 생겼어요.]그 한마디에 은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네? 무슨 사고요? 어디 다친 거예요?”[그게 아니라요... 영호가 어제 은주 씨랑 결혼식장 다녀왔잖아요? 그 호텔에서 누굴 때렸대요. 그런데 그 맞은 사람이 꽤 힘 있는 집안이라네요.][지금 그 쪽에서 난리예요. 아침부터 우리 대장님이 영호를 불러다가 한참 혼내고 계세요. 아직도 분위기가 험악하대요.]“뭐라고요?”은주의 목소리가 떨렸다.‘말도 안 돼... 영호가 사람을 때릴 리가 없는데.’그녀는 어제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화장실에서 한참 나오지 않던 영호.그리고 돌아와서는 평소처럼 웃지도 않고, 심지어 넥타이까지 풀어놓았던 그 모습.“혹시 그 맞은 사람 이름 알아요?”[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신’ 씨였던 것 같아요. 고향이 J시 쪽이고, 친척이 H시에 꽤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던데요.]“신...?”그 이름을 듣는 순간, 은주의 눈빛이 변했다.‘신세준. 역시 그 자식이었어.’어제 신세준이 아무렇지도 않게 파티장 안으로 들어왔을 때부터은주는 뭔가 불길하다고 느꼈다.‘분명히 그놈이 먼저 시비 걸었을 거야.’‘영호는 아무 이유 없이 주먹을 쓰는 사람이 아니야.’은주의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신세준... 이번엔 진짜 선을 넘었어.’은주는 가슴이 부글부글 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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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은주야, 어쨌든 신세준 쪽에서 뭐라도 요구하면, 웬만하면 들어줘야 해. 괜히 더 크게 번지면, 영호한테 불이익이 갈 수도 있으니까.”예진이 은주의 어깨를 토닥이며 덧붙였다.“민혁 씨, 일단 도착하면 나랑 같이 영호 씨부터 만나자. 민혁 씨는 신세준 쪽 사람들 찾아가서 상태 좀 보고, 분위기 살펴봐 줘요.”예진의 말에 은주는 겨우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지금은 흥분할 때가 아니야. 일단 상황부터 확인해야 해.’한편, 운전대 앞의 민혁은 아무 말 없이 웃음을 지었다.‘뭔가 이상하게 기분 좋은데... 이거 완전 아내한테 지시받는 남편 느낌인데?’그는 혼자 피식 웃으며 핸들을 돌렸다....지구대장실.묵직한 공기가 감돌았다.영호는 딱딱하게 굳은 채로 책상 앞에 서 있었다.지구대장 한강규는 의자에 기대 앉아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자, 이제 똑바로 말해. 왜 사람을 때린 거야?”영호는 짧게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그 사람이... 맞을 짓을 했습니다.”“뭐?”한강규가 책상을 탁! 치며 벌떡 일어섰다.“지금 네가 하는 말이 말 같아? 너 경찰 맞아? 깡패야? 경찰이 싸움질이라니, 이게 밖에 알려지면 어쩔 거야!”영호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속에서는 수많은 말이 떠올랐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설명을 해봤자 소용없어. 내 손으로 지켜야 했을 뿐이야.’한강규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시 눈을 감았다.그는 화를 억누르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놈이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그는 영호를 처음 본 날을 떠올렸다.경찰 연수원 시절,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던 한 남자.침착하고, 진심이 느껴졌던 눈빛.그때부터 한강규는 확신했다.‘이 녀석은 제대로 된 경찰이 될 놈이야.’실제로 영호는 그 기대를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었다.성실하고 책임감도 강했고, 민원인들한테도 늘 공손했다.그런 영호가 사람을 때렸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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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한강규는 그 말을 듣자마자 또다시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하지만 입을 떼기도 전에, 가슴이 쿡 하고 아파오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대장님!”영호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그때, 방금 은주에게 전화를 걸었던 김지찬이 문을 박차고 뛰어들어왔다.지찬이 재빨리 주머니에서 심장약을 꺼내 한강규의 입에 넣어주면서 어깨를 두드렸다.“아이고 대장님, 진정하세요. 영호는 그냥 고집이 좀 센 놈이에요. 몸 상하시면 안 됩니다.”한강규는 한참 후에야 숨을 고르면서 힘겹게 눈을 떴다.그는 영호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이 자식, 당장 꺼져!”영호는 어쩔 줄 몰랐다.‘이런 상태로 놔두고 가도 되는 걸까?’그런데 자신이 계속 서 있으면 한강규의 혈압만 더 오를 것 같았다.지찬이 그런 영호를 향해 살짝 눈짓을 보냈다.‘괜찮아, 내가 있으니까.’그제야 영호는 조용히 문을 나섰다.사무실로 돌아오자, 동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궁금해 죽겠다는 얼굴들.‘조금만 있으면 다들 와서 캐묻겠지.’자리에 앉아 있던 영호는, 답답한 마음에 그냥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기로 했다.문 앞 벤치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민혁의 차가 그의 앞에 멈춰 섰다.영호가 고개를 들기도 전에, 은주가 차에서 내리더니 그대로 그를 끌어안았다.영호는 팔을 들어 은주를 꼭 안았다.‘이게 제일 큰 위로구나...’은주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자,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다.“바보! 쫓겨난 거야? 내가 들어가서 따져줄게, 영호 씨!”영호의 품에서 몸을 빼낸 은주가 지구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은주는 예진에게 팔을 붙잡혔다.“잠깐, 은주야. 일단 영호 말부터 들어보자.”은주는 숨을 몰아쉬며 멈춰 섰다.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영호는 예진과 민혁을 번갈아 바라봤다.“다 들었구나? 괜히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해. 일부러 여기까지 오게 만들고.”민혁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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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영호는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지찬아, 신경 많이 썼지. 미안하다.”지찬은 손을 휘저으며 고개를 저었다.“야,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사이야. 같이 죽을 고비도 넘긴 형젠데 그런 말 하지 마.”“그래도 말이야, 네가 경찰이 된 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꿈이었잖아.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말고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그 말을 남기고, 지찬은 영호의 어깨를 툭 치면서 돌아섰다.‘꿈이라...’은주의 가슴이 순간 쿡 하고 찔렸다.‘그래, 경찰은 영호의 오랜 꿈이었지.’‘그런 사람 앞에서 내가 뭐라고 했던 거야?’‘그만두라고, 내가 먹여 살리겠다고... 나도 참, 바보 같은 소리만 했네.’예진은 두 사람의 표정을 살피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지금은 둘 다 너무 예민하니까, 일단 집에 가서 쉬어. 병원은 나랑 민혁 씨가 가 볼게. 신세준 상태가 생각이 어떤 지도 확인해 볼테니까.”“그래요. 예진 씨, 부탁 좀 할게요.”영호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그렇게 해서 영호와 은주는 차에 올라 떠났고, 예진과 민혁은 병원으로 향했다....그 시각, 병실 안에서는 신세준이 의사에게 코 보형물 재정착 시술을 받고 있었다.의사의 손끝이 살짝 미끄러지자, 세준이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쳤다.“야, 이거 제대로 하는 거 맞아? 내 얼굴 망가지면 당신이 책임질 수 있어?”의사는 세준의 성깔을 이미 알고 있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금방 끝납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바로 그때, 병실 문 앞에서 예진과 민혁의 발소리가 들렸다.둘은 들어가려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 두 명에게 막혔다.“죄송합니다. 도련님 허락 없이는 출입이 불가합니다.”안쪽에서 소리가 새어 나왔다.세준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더니 민혁을 보자 손짓했다.“됐어, 들어오게 해.”경호원들이 길을 비키자, 민혁이 예진의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또 무슨 쇼를 할지 모르겠네, 이 인간.’민혁은 속으로 이를 악물며 세준을 똑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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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비웃음이 가시지 않았지만, 민혁과 예진은 속으로 세준을 한심하게 여겼다.그러나 지금 주도권은 분명 세준 쪽에 있었다.민혁이 차분한 표정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알아. 영호가 먼저 때린 건 잘못이야. 그래서 우리가 온 것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고, 우리는 진심이야.”“신씨 가문이 어떤 집안인지 모르는 바도 아니고, 너희가 돈이 없는 집안이란 생각은 안 해.”그 말과 함께 민혁이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고, 입가에 얄밉게도 미세한 미소가 스쳤다.“현금 한 번에 끝내는 건 솔직히 유혹이 크진 않지. 대신 제안을 하나 하지. 서씨 가문이 J시에서 진행하는 전자기술 개발 프로젝트 하나가 있어.”“내가 듣기로 그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신씨 가문은 연간 최소 2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그게 향후 5년은 유지될 거야.”서씨 가문의 그 프로젝트는 J시뿐만 아니라 H시에서도 눈독들이는 사람들이 많은 대형 사업이었다.이 기회를 잡는다면, 신씨 가문엔 사실상 ‘재기’의 기회나 다름없었다.세준은 얼핏 그 말의 무게를 이해했다.‘이건 우리한테 큰 기회야...’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준은 쉽게 체면을 굽히지 않았다. 어렵사리 서씨 가문을 움켜쥘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바로 비굴하게 굴 순 없었다.세준은 냉소 섞인 웃음을 지으며 반문했다.“너희가 그런 걸로 날 꼬드기려는 거야? 그 조건이 솔직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내가 돈에 눈이 멀었다고 알려지면 나중에 누가 우리 신씨 가문을 믿고 손을 잡겠어?”“‘아, 저 사람 돈으로 매수됐구나’ 이렇게 생각할 텐데, 그게 어딜 봐서 좋겠어?”민혁은 사실 처음부터 세준이 이렇게 나올 걸 알고 있었다.‘역시나... 예상대로네.’세준은 원래부터 머리가 비상한 타입이 아니었다. 눈앞의 체면이 전부였고, 한 발짝 앞을 내다보는 안목은 없었다.잠시 숨을 고른 예진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신세준 씨, 저희가 오기 전에 이미 담당 의사분께 진단서를 확인했어요. 모두 멍과 찰과상뿐이더군요. 입원할 정도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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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세준이 가장 분통이 터진 건 따로 있었다.‘원래대로라면, 지금 서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있어야 할 사람은 나였어!’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예영호 따위가 아니라, 자신이 그 자리에 앉아야 하는 게 당연했다.서은주, 그 여자.‘그 싸가지 없는 년이 예전에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다 아는데...’‘매일 꼬리를 흔들던 게 엊그제 같은데.’그는 생각할수록 피가 거꾸로 솟았다.그리고 얼굴이 이미 부운 데다가, 분노가 더해지자 붓기가 심해지는 것 같았다.그 모습을 본 민혁은 여전히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뭐, 지금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지. 천천히 생각해 봐. 우리 쪽도 네 답변 기다릴게.”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을 맺었다.“그럼, 이만 실례.”민혁과 예진이 병실 문을 닫고 나가자, 복도 쪽에서 아린이 마주 걸어오고 있었다.멀리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본 아린은 눈을 가늘게 떴다.“고예진? 서민혁이랑 고예진이 왜 여기 있어?”호기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아린은 그대로 걸음을 옮겨 병실 앞까지 다가갔지만, 문 앞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막아서며 말했다.“죄송합니다, 도련님 허락 없이는 출입이 안 됩니다.”아린은 살짝 발끝을 세워 병실 안을 힐끔 들여다봤다.그러다 세준의 얼굴을 본 순간, 표정이 굳었다.‘저 사람... 신세준 아니야?’예전에 윤제와 함께 갔던 파티에서 본 적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신씨 가문에서 가장 아끼는 귀한 아들이라던 세준이었다.그런데 지금 세준의 얼굴은 마치 돼지 머리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게다가 분노로 들썩이며 침대에 앉아 있는 세준의 모습은 영 정상이 아니었다.‘설마, 신세준이 다친 게 고예진이랑 관련이 있는 거야?’그렇게 생각하자, 아린의 호기심이 더 커졌다.아린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세준 도련님, 실례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다치신 거예요?”세준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봤다. 눈빛엔 짜증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흥미가 섞여 있었다.“너 누구야?”아린은 얌전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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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0화

아린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제 신분이야 뭐 대단할 게 있겠어요. 다만, 아까 오셨던 고예진 씨랑 서은주 씨 두 분이 아주 절친이잖아요. 저는 그 두 사람과 예전부터 좀 인연이 있습니다.”“정확히 말하자면... 서씨 가문 덕에 억울한 일을 좀 당했죠. 도련님처럼 신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전 그냥 참고 넘길 수밖에 없었어요.”세준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아린은 말을 이어가며 천천히 세준의 자존심을 간질였다.“하지만요, 제가 만약 신씨 가문 같은 백이 있는 입장이었다면, 절대 고예진 씨나 서은주 씨한테 그냥 넘어가진 않았을 거예요.”“결국 세상은 돈보다 권력이 중요하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도련님 외삼촌께서 H시에선 꽤 영향력 있는 분이시라고요.”“그 정도면 서씨 가문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쉽게 못 덤비죠.”그 말은 세준의 심장 한가운데를 정확히 찔렀다.세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꼬리를 올렸다.“맞는 말이야. 내가 괜히 가만히 있던 게 아니야. 서씨 가문이야 돈으로 굴리지만, 우리 집안이 그보다 못한 건 없거든. 솔직히 서씨 가문 따위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아린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역시 단순하네. 신세준, 머리보다 허세가 앞서는 타입이야.’그녀는 마음속으로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말 몇 마디로 이렇게 흔들릴 줄이야...’‘이걸로 서민혁하고 서은주, 고예진 셋 다 제대로 골치가 아프겠지.’‘벌써 기분이 좋아지는 걸.’아린이 조금 더 말을 잇고 분위기를 몰아가려던 찰나, 핸드폰이 진동했다.화면에는 ‘여보’라는 이름이 떴다.아린은 순간 표정을 감추며 폰을 무음으로 바꾸었다.“세준 도련님, 제가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오늘 얘기는 정말 즐거웠어요. 쾌차하시길 바랍니다.”세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래, 가 봐. 근데... 저 여자 말이 틀린 건 없지. 사람은 체면으로 사는 거야. 예영호가 날 이렇게 만들어 놨는데, 서씨 가문이 돈 몇 푼으로 덮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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