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Chapter 501 - Chapter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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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윤제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짧고 단호하게 물었다.이안의 어깨가 떨렸다. 두 눈이 커다랗게 흔들리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말하면 안 돼... 엄마가 화낼 거야...’아린은 옆에서 눈빛이 번뜩였다.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이안의 등에 손을 뻗어 꾹 세게 꼬집었다.“아악!”이안이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뜨렸다.윤제의 이마에 주름이 더 깊게 패였다. 입술이 굳어지면서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예진 역시 옆에서 얼굴이 굳었다.아린은 재빨리 몸을 숙이며 이안을 감쌌다.“아니, 뭐 그렇게 심각하게 그래? 애가 초콜릿 좀 먹은 게 뭐 어때. 이렇게 아픈데 맛있는 거라도 먹고 싶을 수도 있지.”“아이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지 않아? 그렇게 겁을 주니까 애가 이러잖아.”눈앞에서 울음이 터진 아이를 보자 윤제도 마음이 풀어졌다.‘그래, 내가 너무 몰아붙였나...’“그래, 그래. 이안, 울지 마. 아빠가 잘못했어. 아빠가 너무 심했어.”그는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아린은 재빨리 이안을 안아 침대에 눕혔다.“됐어, 이제 울지 마.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야.”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였다.그녀는 윤제와 예진을 돌아보며 말했다.“두 사람은 나가서 이야기해. 애 좀 쉬게 해줘.”예진은 잠시 말을 잃었다.‘류아린이... 이렇게 이안을 챙긴다고?’그녀는 속으로 의심이 스쳤다.‘이안이 평소에 얼마나 버릇없는 애인데...’‘저렇게 우는 건 처음 봐... 무슨 꿍꿍이지?’눈살을 찌푸리며 아린을 바라보던 예진은 결국 아무 말 없이 복도로 나왔다.잠시 후, 방 안에서 나온 윤제의 손엔 반쯤 먹다 남은 초콜릿이 들려 있었다.윤제는 아무 말 없이 초콜릿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초콜릿, 그거 어떻게 알았어?”그가 낮게 물었다.“이안 베개 밑에 숨겨 놨더라.”예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네가 애한테 관심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진작에 알았을 거야.”윤제는 순간 말이 막혔다.‘그래, 요즘 일에 치여서 이안을 제대로 본 적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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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민혁은 최대한 평정한 얼굴을 유지하며 송승예 앞에 앉았다.“어머님, 저를 찾으신 이유가 있을까요?”송승예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자네, 예진이랑... 요즘 사이 좀 안 좋지?”예진의 이름이 나오자, 민혁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리고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아닙니다. 그런 거 없습니다.”그 말에 송승예는 조용히 눈썹을 치켜올렸다.‘거짓말이네. 얼굴에 다 써져 있구만.’그녀는 더 이상 돌려 말하지 않았다.“윤제가 예진이 찾아온 거, 알고 있지?”민혁의 얼굴이 굳었다.잠시 입술을 깨물다 고개를 끄덕였다.“그 이후로 예진이 자네랑 좀 거리 두지 않던가? 마치... 뭔가 숨기는 사람처럼.”민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저 시선만 커피잔 위에 떨군 채 움직이지 않았다.송승예는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젊은 날의 자신도 그랬으니까.‘이해는 돼. 하지만 괜히 의심만 커지면 서로 망가질 뿐이지...’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커피잔을 내려놓았다.“우리 딸은 말이야,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늘 혼자 버텨. 이혼할 때도 그랬어. 나랑 아버지 걱정시킬까 봐, 집에도 안 들어오고 혼자 다 감당했지.”송승예의 눈빛이 잠시 부드러워졌다.“그래도 분명히 말할 수 있어. 예진이는 자네를 좋아해. 내 딸이니까 알아. 얘는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그 사람 하나만 보고 가. 숨도 못 쉴 만큼 몰입해.”민혁은 작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쓸쓸했다.“그런데 왜... 그분이 찾아왔다고 그렇게 흔들리는 걸까요?”송승예는 고개를 숙였다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그게 바로 오늘 자넬 부른 이유야. 그 얘길 좀 하려고.”민혁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시선이 진지하게 송승예를 향했다.‘예진 씨... 도대체 무슨 일이야.’...그 시각, 예진은 병원 앞 벤치에 서 있었다. 며칠 만에 안색이 조금 돌아온 듯했다.‘이제 끝났다. 정말... 끝났어.’마음속의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간 듯, 숨이 한결 가벼웠다.하지만 발걸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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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민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는 잠시 얼어붙은 듯 서 있다가, 천천히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온몸으로 느꼈다.입술이 떨어지고 나자, 둘 사이엔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운 정적이 흘렀다.한참이 지나서야 예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민혁 씨, 더 이상...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요.”“네?”민혁이 놀라 눈을 들었다.예진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날 병원에서 민혁 씨가 하려던 말이 있었죠? 지금 얘기해 주세요. 듣고 싶어요.”민혁은 순간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예진이가, 지금... 듣고 싶다고?’그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곧,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늘 가지고 다니던 반지 케이스가 손끝에 닿았다.‘꽃이 없잖아. 그래도... 있어야지. 이건 그래야 해.’그는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지금 말할게요. 잠깐만요, 예진 씨.”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병원 맞은편에 있는 꽃집을 발견했다.“잠시만요! 바로 올게요!”민혁은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에서 전력으로 뛰어갔다.잠시 뒤, 그가 양손에 꽃을 들고 돌아왔다.차들이 오가는 도로를 가로질러, 그는 환하게 웃으며 예진 쪽으로 달려왔다.저녁 바람이 민혁의 셔츠 자락을 흔들었다.꽃다발이 남자의 손끝에서 흔들리고, 민혁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번졌다.‘아... 이렇게 뛰어오고 있는 모습만 봐도...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예진의 시야가 서서히 흐려졌다.그러나 그가 가까워질수록, 그 흐릿한 세상이 다시 또렷하게 맺혔다.민혁은 예진 앞에서 멈춰 섰다.그는 숨을 몰아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한 손에는 꽃, 다른 손에는 반지.민혁의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지만, 눈빛은 단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다.“예진 씨.”짧은 숨 사이로, 그가 웃었다.“나... 예진 씨를 좋아합니다.”예진은 민혁의 그 단도직입적인 고백에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살짝 고개를 젖히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언제부터 좋아하신 건데요?”민혁의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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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윤제는 그 반쪽짜리 초콜릿 포장지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손끝에서 구겨진 은색 포장지가 바스락거렸다.마트 진열대 구석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흔하디흔한 초콜릿.그게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질까?‘이안이 정말 먹고 싶었다면...’윤제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내가 직접 만들어줬을 거야. 제일 좋은 재료로, 몸에 해롭지 않게...’‘몇 시간이고 공을 들여서라도 그건 해줄 수 있었는데...’하지만 이안이 직접 사 먹었을 리가 없었다.요즘 이안은 하루 종일 병원에 묶여 있어서, 마트에 갈 시간은커녕 바깥 공기조차 제대로 못 마신다.윤제의 눈매가 서서히 좁혀졌다.‘그럼... 누가 사준 거지?’예진이 했던 말이 귓가에서 다시 울렸다.자신이 본 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윤제의 가슴이 묘하게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는 초콜릿 포장지를 다시 내려다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한편, 병실 안.윤제가 나간 뒤, 이안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아린은 아무 말 없이 창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표정을 보자, 이안은 금세 어깨를 움츠렸다.“엄마... 미안해. 내가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다 그 아줌마 때문이야.”아린의 눈빛이 흔들렸다.하지만 곧 짜증 섞인 한숨이 새어 나왔다.‘하... 이 꼬마 때문에 머리가 아프네.’윤제가 이 일을 그냥 넘길 리가 없었다.이안이 했던 거짓말은 들어도 믿기 힘든 수준이었다.그건 아린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이안을 똑바로 바라보는 아린의 눈매가 살짝 매서워졌다.이안은 그 눈빛에 겁을 먹고, 울먹이며 말했다.“엄마 미안해. 나 진짜 다시는 안 그럴게. 아빠한테도 절대 말 안 할게. 초콜릿은 내가 사 먹은 거라고 할게.”아린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지금은 감정 낭비할 때가 아니야.’이안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상황을 더 망치면 곤란했다.윤제와 의사의 의심이 아직 자신에게 쏠리진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아린은 억지로 입꼬리를 다잡고, 침대 옆에 앉아 이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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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윤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천천히 이안 쪽으로 다가가 아이의 작은 손을 잡았다.“이안아, 아빠가 잘못했어. 아까 그렇게 화를 내서 미안해. 근데 이안도 아빠한테 거짓말하면 안 되는 거 알지?”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미안해. 나 아빠가 화낼까 봐 그랬어.”윤제는 아이의 눈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물었다.“그럼 이제 아빠한테 솔직하게 말해줄래? 그 초콜릿, 어디서 난 거야?”그의 시선이 잠시 아린 쪽을 향하면서 흔들렸다.‘설마... 진짜 아린이?’아린은 그 눈빛을 느끼고, 속으로 긴장했다.‘이 꼬마가 괜히 헛소리라도 하면 끝이야.’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간 아린이 이안의 어깨를 토닥였다.“이안, 괜찮아. 아빠는 화를 안 낼 거야. 솔직하게 말해봐. 알겠지?”이안은 잠시 망설이다가 작게 입을 열었다.“어제 햇빛 쐬러 병원 정원에 나갔는데, 어떤 친구가 초콜릿을 줬어. 맛있어서... 그냥 베개 밑에 숨겨놨어.”윤제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는 미간을 좁히며 낮게 물었다.“친구? 그 친구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나?”“한 번밖에 못 봤어. 이제는 잘 기억도 안 나. 아빠, 화내지 마. 이안이 이제 안 먹을게.”윤제는 팔짱을 낀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병원 정원엔 늘 몇몇 환자 아이들이 드나들었다. 서로 장난도 치고 금방 친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안의 말은 겉으론 말이 됐지만, 어딘가 이상했다.‘이안이 다른 아이하고 마주칠 시간이 있었을까?’‘요즘은 거의 병실 안에만 있었는데...’윤제의 눈빛이 다시 예리해졌다.“이안, 아빠가 뭐라고 했지?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아빠는 이안이 먹고 싶은 건 뭐든 사줄 수 있는데, 왜 굳이 다른 사람이 준 걸 먹은 거야?”이안은 그 말을 듣자,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그냥 초콜릿이 먹고 싶었어. 근데 아빠가 항상 안 된다고만 하니까... 나... 그냥...”말끝이 흐려지고, 아이의 목소리가 작아졌다.그리고 눈물방울이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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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윤제는 생각했다. 이안은 예진의 손에서 자랄 때부터 늘 세심한 보살핌을 받았다. 약을 먹일 때마다 달래야 했고, 잠을 재우는 일조차 늘 전쟁 같았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린에게 맡긴 뒤로는 모든 게 너무 순조로웠다. 마치 중간의 어색한 과정 따윈 없었던 것처럼, 아린은 처음부터 이안을 완벽히 다루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단순히 이안이 아린을 좋아해서 그런 걸까?’‘아니야, 그건... 뭔가 이상해.’윤제는 찜찜한 기분을 애써 눌렀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했다.괜히 의심했다가 아린을 억울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그래서 윤제는 그 생각을 조용히 마음속 깊이 눌러 담았다.그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을 꺼냈다.“나 요 며칠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먼저 들어가야겠어. 오늘 밤은 네가 좀 더 고생해 줘.”윤제의 목소리는 지친 듯 낮게 깔려 있었다.아린은 ‘현모양처’라는 가면을 완벽히 쓰기 위해 며칠째 병원에 머물고 있었다. 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선택할 수만 있다면, 누가 이 삭막한 병실보다, 따뜻한 집의 커다란 침대 위를 마다하겠는가?아린은 순간 속으로 피식 웃었다.‘참나, 아픈 건 자기 아들인데... 피곤한 건 본인이라네.’‘남자란 다 똑같아. 결국 자기 피곤한 것부터 먼저 챙기지.’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겉으로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그래, 오빠도 요즘 정말 고생 많았잖아. 걱정 말고 집에 들어가. 이안은 내가 잘 볼게.”윤제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럼 부탁할게.”그는 잠시 아이를 한 번 더 보고, 천천히 병실을 나섰다.문이 닫히자, 이안은 곧장 아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빛을 반짝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아빠가 의심을 안 했어! 그럼 나 이제 또 과자 먹을 수 있어? 나 지금 감자칩 먹고 싶어.”아린은 잠시 아이를 내려다보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이 꼬마, 참 단순하네. 안 주면 또 울고 칭얼대겠지.’‘게다가 달래서 재우는 게 더 피곤해.’윤제가 없으니 굳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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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민혁은 예진과 함께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었다.예진의 어깨가 민혁의 팔에 살짝 스쳤다.‘아... 이게 뭐라고 이렇게 심장이 요동치지.’민혁은 조심스럽게 새끼손가락으로 그녀의 손등을 스쳤다. 별것 아닌 움직임이었지만, 오늘따라 그 작은 접촉이 이상하리만큼 짜릿했다.예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왜 이렇게 심장이 뛰지... 이런 게 뭐라고.’손가락이 스친 곳에서부터 뜨겁게 열이 올라왔다.예진은 입술을 꾹 다물고, 속으로 자신을 혼냈다.‘결혼까지 했던 사람이 이 정도로 설레다니, 진짜 한심하다...’그때, 민혁이 손을 내밀었다.망설이지도 않고 예진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남자의 손에 완전히 감싸인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예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빛엔 놀람과 부끄러움, 그리고 조금의 기쁨이 뒤섞여 있었다.‘이게 꿈일까... 내가 다시 누군가의 손을 이렇게 잡을 줄은 몰랐는데.’이혼을 결심하던 그날, 예진은 다시 사랑을 믿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처음 민혁을 만났을 때만 해도, 그녀는 민혁이가 단지 이혼소송을 도와주는 변호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이 남자가 바로 다음 결혼 상대로 떠오르다니... 예진이 보기엔, 인생이란 참... 알 수가 없었다.띵동-엘리베이터가 소리를 내며 멈췄다.서로 아무 말도 없이 미소를 지으면서 복도로 걸어나왔다.문 앞에 도착하자 예진이 멈춰 섰다.“민혁 씨... 들어와서 잠깐 앉았다 갈래요?”그 말을 듣는 순간, 민혁의 머리가 새하얘졌다.평소엔 말 잘하고 입도 가벼운 민혁인데, 이상하게 이날따라 말이 꼬였다.“아, 아뇨... 괜찮아요. 난...”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혁은 속으로 자책하며 자신을 쥐어박고 싶었다.‘미쳤냐, 왜 거절해! 바보 같은 놈!’예진 역시 마찬가지였고, 얼굴이 붉어졌다.‘아, 뭐야, 진짜 왜 그렇게 성급해?’‘그냥 가만히 있으면 됐는데, 뭐 하러 초대까지 해?’‘괜히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어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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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예진의 부드러운 입술이 닿는 순간, 민혁의 눈이 번쩍 뜨였다.마치 시간이 멈춘 듯, 몸이 굳어버렸다.‘방금, 뭐야?’아무 생각도 정리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는 사이, 예진은 재빨리 남자의 품에서 빠져나왔다.그리고 얼굴이 활활 달아올라서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허둥지둥 현관 비밀번호를 눌러 문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기 직전, 예진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민혁 씨, 잘 자요.”찰칵-문이 닫히자마자, 예진은 문에 등을 기대고 섰다.방 안은 너무나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 속에서 자신의 심장 소리만 유독 크게 울렸다.‘미쳤어... 진짜 내가 왜 그랬지...’손바닥으로 뜨거운 얼굴을 감싸 쥔 채, 예진은 고개를 숙였다....한편, 민혁은 여전히 현관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한참이나 그 자리에 굳어 있다가, 손끝으로 아직 따뜻한 입술을 천천히 만졌다.“예진 씨가... 먼저 했어?”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그 웃음을 어떻게 해도 숨길 수가 없었다.‘이거, 진짜 큰일 났네.’입술에 남은 온기가 도무지 가시지 않았다.참지 못할 만큼 예진에게 다시 달려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충동을 억누르면서 민혁은 낮게 속삭였다.“잘 자요... 예진 씨.”그렇게 민혁은 겨우 몸을 돌려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자정이 넘은 시각.침대에서 민혁은 이리저리 뒤척였다. 눈을 감아도 자꾸 입술이 뜨겁게 욱신거렸다. 예진의 향수가 희미하게 코끝에 남아 있었다.‘이 벽 하나 사이에 있는데...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지.’그는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결국 새벽 1시를 넘긴 시각, 민혁은 참지 못하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베개를 들고 조심스럽게 방 문을 열었다.발끝으로 살금살금 예진의 집 앞으로 다가간 뒤, 지문 인식 센서에 손가락을 살짝 갖다 댔다.삑- 소리도 최대한 작게.그는 문을 조심스레 열자, 방 안은 고요했다.‘자고 있겠지.’민혁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그리고 침대 옆에 다다르자, 예진은 정말로 곤히 잠들어 있었다.여자가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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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예진 씨, 아침은 제가 준비할게요. 조금만 더 자요.”그 말을 남기고, 민혁은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예진은 살짝 눈을 떴다.그리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으며, 얼굴을 붉혔다.‘진짜 같이 잤잖아. 그것도 같은 침대에서...’심장이 괜히 두근거려서, 이불 안에서 혼자 몸을 웅크렸다....예진이 30분쯤 다시 잠이 들었다 깼을 때, 이번엔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그때 마침 문틈으로 고소한 냄새가 스며들었다.‘이 냄새는 뭐지? 계란 프라이 냄새?’예진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안방 문을 열었다.주방에서는 민혁이 잠옷 위에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어깨를 살짝 걷어붙이고, 팬 위에서 계란을 뒤집는 모습은 마치 광고 속 장면처럼 보였다.식탁 위에는 이미 정갈하게 차려진 아침이 있었다.토스트, 샐러드, 계란 프라이, 우유, 커피, 그리고 계란찜까지.‘이걸 혼자서 반 시간 만에 다 한 거야?’예진은 놀란 표정으로 식탁에 앉았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어색하지 않았다. 대신 어딘가 묘하게 따뜻하고... 설레었다.식사 도중, 민혁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어제 보고서 올렸어요. 이규철의 가정폭력 사건하고, 이병수 부부가 예진 씨를 납치한 건, 병합 수사로 갈 것 같아요.”“하지만 예진 씨 몸 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니까 이 사건은 일단 내가 직접 맡을게요. 걱정 마요, 그 사람들... 반드시 죗값 받게 할 거예요.”그 말에 예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단호히 말했다.“민혁 씨가 해주겠다면 물론 든든하죠.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직접 해보고 싶어요. 내 자신을 위해서도, 봉춘영 여사님을 위해서도요.”민혁은 그 단단한 눈빛을 잠시 바라보다가 작게, 그러나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이래서 내가 이 여자를 좋아하지.’민혁의 사랑은 그저 보호만 하는 게 아니라, 그녀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곁을 내어주는 것이었다.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예진을 사랑하는 건 단순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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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민혁은 반사적으로 문을 쾅 닫고서 그대로 얼어붙었다.선아와 재하도 마찬가지였다. 멍하니 문 앞에 서서 꼼짝도 못 했다.“나... 나 지금 착각한 거 아니지? 방금 서 변이 문 열었던 거 맞지?”선아의 목소리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재하는 묘하게 들뜬 말투로 웃었다.“착각은 아닌 것 같은데? 우리 좋은 구경 하나 놓친 게 아닐까?”그때 아직 무슨 일인지 모르는 예진이 문 쪽으로 다가왔다.“왜요? 문 잠겼어요?”그렇게 말하며 문을 열자마자, 반응할 틈도 없이 선아와 재하가 벌컥 들어왔다.“세상에, 진짜 민혁이잖아! 둘이 벌써 같이 살고 있는 거야?”“그럼 그렇지, 자기야. 아침부터 잠옷 차림이라니, 단순히 아침 먹는 사이는 아니겠는데?”‘며칠 전까지만 해도 고백을 고민한 데다가, 어제 낮에는 냉전 상태였잖아?’‘이 커플, 감정선이 도무지 예측 불가네.’예진은 그제야 민혁이 왜 문을 열자마자 도로 닫고 멍하니 있었는지 이해했다.‘역시 이 부부... 귀신 같이 냄새를 맡고 달려오는 사람들이라니까.’선아가 예진의 팔을 덥석 잡았다.“예진 씨, 솔직히 말해봐요. 예진 씨랑 서 변, 어디까지 간 거예요?”재하도 성큼 다가와 민혁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참에 속도 좀 더 내지 그래? 모레 우리 결혼식이잖아. 너희 커플도 같이 하면 되겠다.”민혁은 귀찮다는 듯 재하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본론이나 말해.”그 표정만 봐도, 둘이 사귀고 있다는 건 뻔했다.선아와 재하는 그 사실이 너무나 반가운 듯 환하게 웃었다.“우리가 무슨 다른 일로 왔겠어요. 곧 결혼식이니까 선 변이랑 예진 씨 두 바쁜 사람 좀 붙잡고, 결혼식 진행 얘기나 하려고 왔죠.”선아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예진의 손을 잡고 거실로 이끌었다.소파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자신이 구상한 웨딩 디자인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예진은 그런 이야기를 워낙 좋아했다.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였고,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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