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201 - Chapter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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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1화

유소린에게서 소식을 받은 그 순간부터 하지율은 이미 결심했다.유소린의 정보가 진짜든 가짜든 일단은 한 번 부딪혀 보기로 말이다.손형원의 신경을 긁을 수 있는 일이라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가짜라면 대비책을 하나 만들어주는 것이니 걱정할 것도 없었다.옆에 있던 주용화가 문득 입을 열었다.“손형원을 털 생각이에요?”하지율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만 제 쪽은 인원이 부족해서요. 병주 선배랑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주용화가 물었다.“좋은 계획이라도 있어요?”하지율이 대답했다.“계획은 단순해요. 거래 장소에서 물건을 가로채는 거죠. 손형원은 상대가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상대 쪽은 손형원이 돈을 받고 배신하는 것으로 보이게 말이에요. 서로 물어뜯게 만들 거예요.”어쩔 수 없었다. 지금 하지율의 세력과 자원으로는 손형원 같은 가주와 정면으로 부딪칠 수 없다.그래서 정당한 방법이든, 비열한 방법이든 아직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강병주가 함께해도 마찬가지였다.손형원이 괜히 손씨 가문의 가주가 된 게 아니다. 손형원이 손에 쥔 힘과 숨겨둔 카드들은 상상 이상이었다.연씨 가문 삼 형제조차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하지율은 무리하게 맞붙기보다 손형원의 날개를 하나씩 잘라내면서 그사이에 본인의 힘을 키워야 했다.주용화는 하지율의 의도를 이미 알아챈 듯, 눈빛에 옅은 감탄이 스쳤다.많은 일들을 겪고 나니 하지율도 이제는 스스로 판을 짤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괜찮은 계획이네요.”주용화의 눈에 어두운 빛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주용화는 말을 고르듯 잠시 멈췄다가 이어 말했다.“유소린 씨를 구하려는 거라면, 그건 제가 맡을게요. 하지율 씨 쪽에서 손형원의 시선을 끌어주면, 제 쪽에서 유소린 씨를 빼내는 건 부담이 적을 거예요.”하지율은 몇 초 고개를 숙인 채 생각했다.유소린을 구하러 들어갈 사람은 실력이 좋아야 하고 무엇보다 믿을 수 있어야 한다.그러니 주용화만 한 적임자가 없었다.게다가 노엘슨 사건을 해결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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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2화

하지율은 최근 일정을 훑어봤다. 오늘 밤이 아니면 시간이 없었다.하지율이 대답했다.“저 오늘 밤만 시간이 나요. 근데 저녁 여섯 시쯤 회의가 하나 있어서 조금 늦을 것 같은데 괜찮아요?”함우민의 목소리는 온화했다.“당연히 괜찮죠. 회의 먼저 해요. 저는 급하지 않으니까요.”시간을 정한 뒤 하지율은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오후 다섯 시쯤,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하지율이 고개를 들자 함우민이 서 있었다. 하지율은 예상치 못한 사람의 등장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우민 씨, 여긴 어떻게 왔어요?”함우민이 웃었다.“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끝나고 그냥 들렀어요. 지율 씨는 먼저 일 보세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퇴근하면 같이 밥 먹으러 가요.”하지율은 시간을 확인했다.“근데 적어도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할 텐데요.”함우민이 대답했다.“괜찮아요. 여기서 기다리나, 식당에서 기다리나 똑같잖아요.”그 말을 들으니 하지율도 더는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하지율이 물었다.“우민 씨, 뭐 마실래요? 커피요, 음료요?”“그냥 물이면 돼요.”하지율은 함우민에게 물 한 컵을 따라 준 뒤 다시 업무를 이어갔다.하지율이 바이올린을 그만둔 뒤로 함우민은 하지율이 일하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게 처음이었다.하지율은 집중력이 대단해서 함우민이 옆에 있어도 흐트러지지 않았다.게다가 정말 바빴다. 계약서와 각종 문서를 검토해 사인해야 했고 협업 관련 결재도 쉴 새 없이 처리해야 했다.함우민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함우민이 있는 동안 주용화가 한 번도 들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만약 주용화가 진짜 하지율의 주변을 온종일 맴돈다면 함우민은 질투로 미쳐버릴지도 몰랐다.다섯 시 반쯤 표서준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사무실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걸 본 표서준은 잠깐 멈칫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들어와 하지율에게 말했다.“하 대표님, 지난번에 저희랑 계약한 조 대표님이 방문하셨습니다.”하지율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조 대표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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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3화

이때 벨 소리가 갑자기 끊겼다.그리고 이윽고 메시지 하나가 화면에 떠올랐다.[지율아, 손형원을 털 계획은 꼼꼼히 다 확인했어. 정말 화야 씨한테 소린이를 구하는 임무를 맡길 거야? 손씨 가문은 위험한 곳이야. 화야 씨가 감당 못 할까 봐 걱정돼.]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함우민의 표정이 확 굳었다.손형원을 턴다니.‘지율 씨가 왜 손형원을 터는 거지?’함우민은 무심결에 위쪽 메시지들을 더 확인하려고 했다.하지만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그대로 멈춰버렸다.허락도 없이 다른 사람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건 명백한 실례다.하지만 마음이 어지러웠다.하지율이 왜 강병주에게는 이런 얘길 해놓고 함우민에게는 한마디도 안 했을까.분명 함우민도 하지율을 도울 수 있는데 말이다.아니면... 하지율이 아직 함우민에게 말할 시간이 없었던 걸까?오늘 밤 하지율이 밥을 사기로 했으니 어쩌면 그때 말해줄지도 모른다.함우민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다가 또 멈췄다.만약 하지율이 이 일을 끝내 함우민에게 말하지 않는다면?함우민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건 하지율의 마음속에서 함우민이 강병주나 주용화보다 못하다는 뜻이 된다.강병주에게 밀리는 건 받아들일 수 있다.하지율과 강병주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고 강병주는 하지율에게 친오빠 같은 존재니까.하지만 주용화는...그 생각에 함우민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함우민은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바라봤고 눈빛은 더 어두워졌다.몇 초 뒤, 함우민은 무언가 결심한 사람처럼 움직였다.함우민은 문 쪽을 한 번 확인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압축 파일 하나를 하지율의 휴대폰으로 전송했다.하지율은 원래 비밀번호나 지문 잠금 같은 걸 설정해 두지 않는 편이라 함우민은 아주 쉽게 하지율의 핸드폰을 열었다.그리고 방금 전송한 파일을 압축 해제했다. 그러자 하지율의 핸드폰 화면이 몇 초간 검게 꺼졌다가 금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켜졌다.그리고 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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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4화

함우민은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꽉 쥐었다.주용화는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저 사람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식사 자리에서 하지율은 함우민과 근황을 조금 나누고, 고윤택과 고지후 이야기도 꺼냈다.식사 시간은 짧지 않았지만 하지율은 결국 손형원과 관련된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함우민이 일부러든 무심코든 그쪽으로 화제를 끌어보려 해도 하지율은 끝까지 손형원을 털 계획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함우민은 하지율이 주용화 때문에 그 계획을 얘기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강병주가 보낸 메시지를 보면 주용화도 이 일에 참여하는 사람이었다.하지율은 그저 함우민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저녁 식사는 금세 끝났다.주용화가 운전해서 함우민을 호텔 앞까지 데려다줬다.함우민은 여전히 봄 같은 미소를 유지했다.“지율 씨, 그럼 먼저 들어가서 쉬어요. 도움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요.”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네.”하지율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함우민 얼굴의 미소도 서서히 지워졌다.그 자리를 대신한 건 차갑고 음울한 표정이었다.‘주용화가 지율 씨 입을 막은 거야. 그러니까 반드시 저 사람을 없애야 해.’호텔로 돌아간 함우민은 노트북을 켜고 하지율 핸드폰에서 정보를 빼내기 시작했다.그리고 손쉽게 하지율의 계획을 전부 알아냈다.불 꺼진 방에서, 노트북 화면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만이 남자의 무표정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밤은 먹물을 쏟은 듯 어두웠다. 손씨 가문의 상세 도면은 금세 주용화 손에 들어왔다.그렇다고 해서 주용화가 도면만 믿고 아무 생각 없이 손씨 가문으로 뛰어들 리는 없었다.손씨 가문의 경계는 거의 왕실 수준이었다.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철저한 인원 배치가 필요했다.하지율도 도면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손씨 가문은 왜 이렇게 장치가 많아요?”주용화는 지도를 내려다보며 집중했다.“이건 확인된 장치들뿐이에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장치도 많을 거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있을 거예요.”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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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5화

“다만…”하지율은 강병주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유소린이 준 정보가 진짜인지도 확신할 수 없어요. 만약 가짜라면 손형원이 거래 현장에 따로 배치를 해놨을 수도 있어요. 그럼 선배 쪽이 제일 위험해져요.”유소린이 걸어온 그 전화가 협박받아 걸어온 건지조차 아직 확실치 않았다.다만 유소린이 협박받아 시간과 장소를 알려줬다면 함정은 강병주 쪽에 깔릴 가능성이 컸다.하지율과 강병주는 그 점을 전제로 이미 대비와 배치를 해두었다.강병주가 냉소했다.“손형원 같은 냉혈한은 우리가 진짜로 노리는 게 유소린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걸.”손형원을 터는 것은 어디까지나 눈 가림 용일 뿐, 진짜 목적은 유소린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율이 말했다.“그런데 손형원이 일부러 반대로 움직일 수도 있잖아요. 혹시라도 손형원이 우리 목적을 눈치챘다면 오히려 화야 씨 쪽이 제일 위험해져요.”작전이 시작 전, 두 사람은 생각할 수 있는 건 전부 염두에 두었다.주용화 쪽에 함정이 있을 가능성도 작지 않았다.그래서 하지율은 중간에서 양쪽 상황을 바로바로 전달해야 했다. 어느 쪽이 함정인지 판단해야 했고 경우에 따라선 양쪽에 다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두 사람은 한참 더 상의한 뒤 각자 자리로 흩어져 움직이기 시작했다.멀지 않은 건물의 꼭대기.함우민은 천천히 망원경을 내렸다.하지율의 핸드폰에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심어둔 덕에 함우민은 하지율과 강병주의 계획을 손바닥 보듯 알고 있었다.함우민은 이미 사람을 따로 붙여 하지율을 보호하게 해두었다.강병주 쪽도 마찬가지로 조치를 해놨다.손형원은 하지율의 원수다.그럼 함우민에게도 원수다.하지율을 위해 손형원을 터는 일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유일한 문제는 주용화였다.함우민의 입꼬리가 음산하게 올라갔다.함우민은 직접 사람을 이끌고 유소린을 구하러 갈 생각이었다.그리고 주용화는 그 자리에서 죽게 만들 것이다.함우민은 이미 손형원에게 정보를 흘려두었다.손형원 같은 인간은 의심이 많아 함우민의 정보를 믿지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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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6화

주용화는 순조롭게 손씨 가문에 잠입했다.괜히 소란을 키우지 않기 위해 사람도 적게 대동했다. 그리고 주용화는 원래부터 곁에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았다. 주용화는 데려온 사람한테 흩어져서 유소린을 찾게 했다.밤공기는 고요했다.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주용화는 미간이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무언가를 감지한 듯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조금 떨어진 어둠 속에 커다란 키의 익숙한 실루엣이 서 있었다.주용화가 그대로 멈췄다.“손형원?”손형원이 천천히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주용화 씨가 무슨 일로 한밤중에 찾아오셨는지 모르겠군요.”주용화는 다가오는 손형원을 보자마자 바로 무언가를 깨달은 듯 얘기했다.“아, 일부러 여기서 기다린 거였군요. 누가 귀띔이라도 해줬나요?”손형원의 얇은 입술이 서늘하게 휘었다.“하지율 씨 곁에는 주용화 씨를 못마땅해하는 사람이 많죠. 혹은 하지율 씨가 주용화 씨 정체를 이미 알아서 내 손으로 주용화 씨를 치우려고 한 걸 수도 있고요.”주용화가 하지율 곁에 있는 목적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주용화가 손형원이 있는 병원까지 찾아와 손형원을 죽이려 했던 순간부터 두 사람의 사이는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져 버렸다.손형원은 자신을 죽이려 한 사람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주용화가 말했다.“나를 못마땅해하는 사람은 확실히 많죠. 지율 씨가 정말 나를 치우고 싶었다면 직접 움직이면 되는데 굳이 손형원 씨 손을 빌려서 나를 없앤다...”주용화는 경멸스러운 시선으로 손형원을 쳐다보았다.“손형원 씨는 그럴 급이 아니에요.”손형원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죽기 전이라 그런지 입만 나불거리네요.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뜻인데.”손형원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이제는 독 안에 든 쥐를 잡기만 하면 되니까.”주용화도 낮게 웃었다.“독 안에 든 쥐라... 어느 쪽이 독이고 어느 쪽이 쥐인지 모르겠네요.”손형원이 뭔가 더 말하려는 찰나 주용화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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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7화

날카로운 칼끝이 살기 서린 차가운 빛을 토해내듯 번뜩였다. 손형원은 무술을 어느 정도 연마한 사람이었기에 반응 속도가 빨랐다.칼끝이 손형원의 몸 안으로 파고들기 직전에 손형원은 주용화의 손목을 움켜쥐었다.그 순간 주용화의 얇은 입술 사이로 의미심장한 말이 흘러나왔다.“고작 그 정도예요?”손형원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고개를 들자 비웃는 듯한 눈빛이 손형원을 바라보고 있었다.그제야 손형원은 깨달았다. 처음부터 주용화한테 놀아난 거였다.하지만 바로 그때 시야를 가르는 차가운 섬광이 스쳤다.동시에 뜨거운 액체가 얼굴에 튀었고, 왼손에서 끔찍한 통증이 터져 나왔다.손형원은 몇 초 동안 멍하니 굳어 있었다가 천천히 자기 왼손을 내려다봤다.손목이 잘려서 하얀 뼈가 드러났고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잘린 손은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손형원은 놀라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멍하니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의 남자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그 뾰족한 단검을 손끝으로 굴리며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뚝뚝 떨어지는 피가 단검에서 흘러내려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거의 눈 깜빡할 사이에 끝나버려서 반응할 수도 없었다.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정말 눈치도 못 챘을 것이다.하지만 아는 사람은 그 속도가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다“너... 너...” 손형원은 주용화를 바라보며 한참 말을 더듬거리며 제대로 된 문장을 끝내지 못했다.주용화는 손형원을 무심하게 내려다봤다.검은 눈동자는 깊은 늪처럼 가라앉아 있었고 위험한 기운이 엷게 낀 안개같이 위험하게 번져 나왔다.주용화가 가볍게 웃었다. “손이 망가진 기분이 어때요?”손형원의 잘린 손목에서 계속 쏟아져 나온 피가 바닥에서 작은 개울처럼 고였다.얼굴에는 핏기가 사라져 귀신처럼 창백해졌다.그때 손형원의 이어폰으로 부하의 다급한 보고가 들려왔다.“가주님, 큰일입니다. 물건이 털렸습니다!”손목의 고통과 과다 출혈 때문에 손형원은 의식이 점점 흐릿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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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8화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란 건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여긴 손씨 가문이고 손형원이 호락호락한 인간일 리 없으니까 말이다.다만 유민재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때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유민재는 표정이 확 달라져서 얼른 앞으로 나가 맞이했다.김경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했다.“대표님이 다쳤습니다. 얼른 수술을 준비해야 할 겁 같아요.”유민재는 놀라서 더 묻지도 않고 얼른 수술을 준비하게 했다.주용화를 수술실로 보낸 뒤, 유민재가 그제야 물었다.“김 비서님, 무슨 일이에요? 일이 제대로 안 풀렸어요?”김경환이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계획은 순조로웠습니다. 유소린 씨도 찾았고요. 하지만 손씨 가문 저택을 떠나지 않겠다고 하셔서 데려오지 않았습니다.”사실 유소린을 구하는 건 주요 임무가 아니었다. 주용화의 진짜 목적은 손형원이었으니까 말이다.그래서 주용화는 홀로 손형원을 찾으러 나섰고 다른 사람한테 유소린을 맡겼다. 미리 폭탄도 설치해 놓았고 주용화의 실력도 뛰어났기에 혼자 상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유민재가 물었다.“순조로웠다면 대표님이 왜 다치게 된 겁니까? 다른 일이라도 있었나요?”김경환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별 건 아니고... 화단을 지나던 중에 기습을 당했습니다.”유민재는 의외라는 듯 물었다.“화단이요?”“손씨 가문의 화단은 업계 내에서 유명합니다. 이곳의 풍수지리와 토양 환경이 좋아서 꽃이 유달리 예쁘게 피어요. 손씨 가문의 생화는 아주 비싼 값에 거래되기도 합니다.”유민재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멍했다.이윽고 김경환이 주머니에서 붉은 장미꽃 한 송이를 꺼냈다.이 장미는 보통 장미와 달리 아주 크고 색도 진했다.불빛 아래서 더 몽환적인 빛을 뿜어내 아주 아름다웠다.주용화가 아무 이유도 없이 장미꽃을 꺾어올 리가 없었다.김경환의 표정을 보니... 주용화는 이 장미꽃을 꺾다가 다친 것이 분명하다.목숨 따위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주용화가 할법한 짓이었다.김경환이 얘기했다.“꽃병 좀 알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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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그날 함우민이 사람들을 데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난장판이었다.손형원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사실 함우민은 마음만 먹으면 손형원을 그 자리에서 처리할 수도 있었다.그런데 손형원 쪽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우르르 쫓아가는 걸 보자 함우민은 바로 알아챘다.그들은 주용화를 추격하러 간 것이라고 말이다.함우민은 잠깐 망설였다가 결국 주용화부터 쫓기로 했다.손형원은 이미 죽기 직전인 사람이다. 이제는 죽이고 싶을 때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하지만 주용화는 다르다. 주용화는 매일 하지율 곁에 붙어 있다.함우민은 그 순간 손형원보다 주용화가 더 증오스러웠다.주용화는 함우민 눈에 박힌 가시였다.그래서 주용화부터 먼저 뽑아야 했다.주용화는 빠르게 도망쳤다.폭발 때문에 손씨 저택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손형원도 없어서 다들 우왕좌왕했다.게다가 손형원 사람들은 주용화를 따라가지 못했다.함우민도 혼란을 틈타 사람들을 데리고 안쪽으로 섞여 들어갔지만 결국 주용화의 흔적을 잡지 못했다.거의 포기하려던 순간 함우민은 손씨 가문 정원에서 주용화 일행을 우연히 발견했다.그리고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발견했다.큰 소동을 벌였으면 도망치기에 급급한 게 정상일 텐데 그 미친 인간은 도망치기는커녕 남의 정원에 들어가 꽃을 꺾고 있었다.정상적인 사람이 할 행동이 전혀 아니었다.게다가 함우민을 더 분노하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함우민은 분명 손형원에게 미리 정보를 흘려서 대비하게 만들어놨다.그런데도 손형원은 주용화에게 상처 하나 못 냈다.주용화가 손형원 구역으로 들어갔는데도 손형원은 끝내 주용화를 죽이지 못했다.진짜 쓸모없는 인간이 아닌가.함우민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총성에 손형원의 사람들이 모이기 전에 함우민도 얼른 몸을 빼야 했다.총알이 주용화를 맞힌 걸 확인한 함우민은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왔다.다만 그 뒤로 주용화 상태가 어땠는지는 함우민도 알지 못했다.요 며칠 하지율 핸드폰 위치는 계속 병원에 찍혀 있었다.하지율은 원래 업무 외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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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0화

함우민은 잠깐 멈칫했지만 금세 표정을 지웠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주용화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손형원에게 정보를 흘린 사람, 함우민 씨죠?”함우민이 그걸 인정할 리 없었다.“화야 씨,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요.”주용화가 담담하게 웃었다.“이 계획을 아는 사람은 나, 지율 씨, 강병주, 이렇게 셋뿐이에요. 강병주 씨와 지율 씨가 이 일을 흘릴 리는 없죠. 그럼 남은 건 하나예요. 얼마 전에 지율 씨를 불러내서 저녁 식사를 했던 함우민 씨요.”함우민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주용화가 이렇게까지 날카로울 줄은 생각 못 했다.주용화는 함우민의 반응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듯 말을 이어갔다.“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훔쳐 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맙긴 하네요. 함우민 씨가 손형원에게 알려주지 않았으면, 손형원을 그렇게 쉽게 찾지는 못했을 거예요. 손씨 가문이 워낙 넓어서 손형원이 숨어버리면 찾느라 시간이 꽤 들었을 텐데 말이에요.”주용화가 고개를 들어 어두워진 함우민의 눈을 마주하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럼에도 손형원은 나한테 상처 하나 못 냈죠. 참 무능해요. 함우민 씨가 제때 와줘서 다행이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멀쩡한 제가 어떻게 지율 씨의 간호를 받겠어요.”주용화는 느긋하게 덧붙였다.“그리고 지율 씨가 왜 병실에 없는지 알아요? 나를 위해 약선을 끓이러 갔거든요. 조금 있으면 함우민 씨가 온다는 걸 알아도 결국 나부터 챙기는 거죠. 함우민 씨, 큰 도움 줘서 고마워요. 난 함우민 씨가 계속 내 발목만 잡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결정적인 도움을 줄 줄은 몰랐네요.”부드러운 말투로 감싼 날 선 말들이 함우민의 속을 긁었다. 함우민은 화가 나서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래서 그 총알은 일부러 맞은 겁니까?”주용화가 약 올리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한밤중에 손씨 가문에 쳐들어가 놓고 상처 하나 없이 돌아오면 지율 씨랑 어떻게 더 가까워지겠어요? 함우민 씨도 예전에 다쳐봤잖아요. 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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