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281 - Chapter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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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1화

노엘은 말을 마치자마자 하지율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통화가 끊기자, 하지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위치 잡혔어요?”수화기 너머로 표서준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확인했어요. 이미 사람 보내서 구조 들어갔습니다.”하지율이 짧게 말했다.“좋아요. 소식 들어오면 바로 알려줘요.”하지만 10분쯤 지나 표서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대표님, 추적된 위치에는 아무런 준비 흔적이 없습니다. 노엘 쪽에서 던진 연막으로 보여요.”하지율은 전혀 놀라거나 실망한 기색 없이 담담했다. 애초에 그럴 거라고 예상했다.“알겠어요.”간단히 몇 마디 더 정리한 뒤, 하지율은 전화를 끊었다.그제야 함우민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지율 씨, 진짜 노엘 가문이 한 짓 맞아요?”하지율의 미간에 옅은 그늘이 내려앉았다.“그런 것 같네요.”함우민은 손에 쥔 컵을 세게 움켜쥐더니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어갔다.“윤택 도련님 아직 어린데... 이번 일로 얼마나 놀랐겠어요. 노엘은 아들을 잃었으니 복수한다고 윤택 도련님을 어떻게... 어떻게 다룰지...”말끝이 서늘하게 가라앉는 순간, 함우민의 시선이 조용히 있던 주용화에게 꽂혔다.“화야 씨, 이번 일은 당신 때문에 벌어진 거예요. 당신만 아니었으면 윤택 도련님이 노엘한테 잡힐 일도 없었어요. 결국 다 당신 책임이잖아요.”이번만큼은 주용화도 드물게 입을 다물었다. 함우민의 말을 바로 받아치지 않았다.그런 침묵에 함우민의 눈빛이 더 차가워졌다.“윤택 도련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는 화야 씨를 절대 가만두지 않겠습니다.”하지율이 낮게 끊어 냈다.“그만해요. 지금은 책임 따질 때가 아니에요. 윤택이를 어떻게 빼내 올지부터 생각해야죠.”고지후의 깊은 시선이 하지율에게 박혔다.“노엘이 말했잖아. 주용화를 넘기면 풀어 준다고. 넌... 주용화를 내줄 생각은 없어?”하지율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답했다.“화야 씨를 넘긴다고 해도 노엘이 순순히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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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2화

하지율은 고지후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지후 씨, 윤택이가 납치됐어. 지금 지후 씨랑 말다툼할 기분 아니야. 그리고 지후 씨도 알잖아. 아직 화야 씨를 희생해야 할 정도까지는 아니야.”고지후는 쓸데없는 말 대신, 하지율의 눈만 뚫어지게 쳐다봤다.“그래. 지금은 아직 아니지. 그럼 정말 그 순간이 오면? 윤택이랑 주용화 중 하나를 반드시 버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너는 누구를 선택할 건데?”하지율은 미간을 찌푸렸다.“지후 씨, 화야 씨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성인이야. 내 도구가 아니고, 본인 선택이 있어. 윤택이를 위해 희생하라고 내가 명령할 권리도 없고, 화야 씨도 거절할 권리가 있어.”고지후가 얇게 웃었다.“근데 지금 보면, 네가 한마디만 하면 주용화는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움직일걸? 네가 당장 죽으라 해도 그럴 사람이지. 윤택이를 위해 희생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고지후의 말투가 너무 거슬려서, 하지율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지후 씨는 원래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인 사람 아니었잖아. 오늘 그 대상이 화야 씨라서 이러는 거야? 그럼 그 자리에 유소린이 있었어도? 정시온이었다면? 정기석이었어도? 지후 씨는 나한테 똑같이 말했겠지. 윤택이는 내 아들이니까 너희가 희생하라고 말이야.”고지후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주용화는 달라. 윤택이가 이렇게 된 건 죄다 주용화 탓이잖아. 그러니 책임져야지.”하지율의 눈빛도 서늘하게 식었다.“이번 일에 화야 씨 책임이 있는 건 맞아. 하지만 노엘슨이 처음부터 나한테 꿍꿍이가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번지지도 않았어. 시작점은 나야. 그런데 지후 씨는 왜 나를 탓하지 않아? 왜 내가 윤택이를 위험하게 만들었다고는 말 안 하는 거야?”고지후는 차갑게 잘라 말했다.“결국 네 말은 윤택이를 위해 주용화를 내줄 생각이 없다는 거네.”하지율은 고지후를 바라보는 눈빛이 떼쓰는 아이를 보는 것처럼 변했다. 짙은 실망감이 내려앉았다.“나는... 우리 사이에 감정이 없더라도 적어도 오래 알고 지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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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3화

연상진은 잠깐 멍해졌고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연상진은 하지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펄쩍 뛰었다.“하지율, 지금이 어떤 때인데 이런 말이나 하고 있어? 윤택이가 죽길 바라는 거야?”하지율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화야 씨.”주용화가 앞으로 걸어가 연상진의 손을 붙잡더니 그대로 비틀어 꺾어 버렸다.“똑.”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연상진의 비명이 동시에 터졌다.“아악!”하지율은 연상진을 무심하게 내려다봤다. 눈빛은 그야말로 차갑고 서늘했다.“오늘 기분이 최악이니 괜히 건드리지 마세요. 제 앞에서 또 입 함부로 놀리면, 가만 안 둘 거예요.”연상진은 통증에 식은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다. 떨리는 손으로 하지율을 가리키기만 할 뿐, 입술이 파들파들 떨려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연정미가 급히 연상진을 붙잡아 부축했다.“오빠, 괜찮아?”한편 단서현은 하지율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하지율 옆에 선 주용화까지 한번 쳐다보고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비웃음이 섞인 표정이었다.하지율은 단서현을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단서현이 갑자기 하지율을 불러 세웠다.“하지율 씨, 잠깐만요.”하지율이 걸음을 멈췄다. 표정은 차갑고 담담했다.“무슨 일인데요?”단서현이 하지율 앞에 서서 비꼬듯 말했다.“고지후 씨가 너무 불쌍해요. 고지후 씨는 하지율 씨를 그렇게 오래 도와줬고, 그렇게 많이 희생했는데 하지율 씨는 정작 윤택이도 구할 생각이 없잖아요. 하지율 씨 같은 여자는 솔직히 처음 봐요. 그렇게까지 냉정할 수가 있나요?”고윤택이 납치된 것만으로도 하지율은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고윤택의 행방을 찾느라 머리를 굴려야 했고 사람을 배치하고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도 빠듯했다. 그런데 하나같이 앞에 나서서 손가락질부터 하니, 짜증이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하지율은 더 이상 말투를 곱게 다듬지 않았다.“제가 냉정하든 말든 단서현 씨랑 무슨 상관인데요? 단서현 씨는 외부인이니 우리 일에 끼어들 자격 없어요. 지후 씨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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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4화

고지후가 그렇게 칼같이 선을 긋자, 단서현은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여기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단서현은 연정미에게 방법을 써서라도 고윤택을 연씨 가문 저택에 좀 더 머물게 해 달라고 했다. 그래야 고지후와 마주칠 시간도, 말을 섞을 기회도 더 생기니까.그런데 고지후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가닥도 못 잡은 사이에, 고윤택이 납치됐다.조금 전만 해도 단서현은 고지후를 찾아가 말 한마디라도 위로해 보려 했다. 그러다 우연히 고지후와 하지율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원흉을 내주면 아들 안전을 되찾을 수 있는데, 하지율은 끝까지 거절만 했다. 결국 하지율은 주용화를 놓치기 싫었던 거였다.단서현은 그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주용화의 정체를 까발리고 싶었다. 하지율이 그렇게 감싸는 남자는 사실 보호 따위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똑똑히 보여 주고 싶었다.하지만 이성이 단서현을 붙잡았다. 고지후가 하지율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게 되면, 고지후는 하지율에게 완전히 마음을 접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용화는 이 상황에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율에게 진심이 아닌 게 분명했다.고윤택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하지율은 고지후와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고, 주용화와도 반드시 갈라설 것이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하지율이 깔보는 표정과 말투로 단서현을 찍어 누르자, 단서현은 속에서 불길이 확 치솟았다.‘할아버지 비위를 맞춰 자원이나 빼앗아 간 가짜 아가씨 주제에... 남자 하나 때문에 아들도 내팽개치는 사람이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날 가르치는 거야?’참다못한 단서현이 손을 치켜들어 하지율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치려 했다.하지만 손바닥이 닿기도 전에 하지율이 단서현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그리고 하지율은 반대로 뺨을 후려쳤다. 단서현은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나뒹굴었다.“짝!”연정미가 방금 연상진을 눕혀 두고 나오던 참이라, 단서현의 비명이 그대로 들렸다.“서현아!”연정미가 급히 달려가 바닥에 쓰러진 단서현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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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5화

얼마 전 노엘에게서 걸려 온 그 전화만 봐도 노엘의 정신 상태가 썩 정상적이지 않다는 건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아들이 죽었을 때조차 노엘은 저렇지 않았다.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까지 무너진 걸까?그 생각이 미치자 하지율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하지율은 주용화를 바라보며 말했다.“화야 씨, 사람 시켜서 알아봐 줘요. 최근에 노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상대의 상황을 알아야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잡을 수 있었다.주용화는 하지율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지율 씨, 걱정하지 마세요. 지율 씨가 바로 저를 내치지 않으셨고 제 편을 들어 주시고 방법까지 찾아 주시잖아요. 그걸로 충분합니다.”하지율의 가슴 한쪽이 서늘해졌다.“화야 씨,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마세요.”주용화가 가볍게 웃었다.“지금은 노엘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제가 충동적으로 움직이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요.”그제야 하지율은 조금 숨을 돌렸다.“화야 씨, 아까 그 말들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이미 손을 쓰고 있어요.”잠깐 뜸을 들인 하지율이 덧붙였다.“화야 씨도, 윤택이도... 둘 다 무사할 거예요.”주용화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믿습니다.”주용화는 곧 하지율에게 말했다.“그럼 저는 노엘 쪽부터 조사해 보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 주세요.”“그래요.”주용화가 나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번엔 함우민이었다.함우민은 하지율의 표정을 살폈다. 아이가 납치된 어머니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침착했다. 결국 함우민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지율 씨, 안 불안해요?”하지율은 함우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린 듯 담담하게 말했다.“예전의 저였으면 정말 정신 못 차렸을 거예요.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겠죠.”하지율은 시선을 굳게 세웠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윤택이는 제가 구하러 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저까지 무너지면 누가 윤택이를 구하겠어요?”잠시 멈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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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6화

노엘 같은 납치범한테 무슨 신용이 있겠는가.입으로 내뱉는 말 중에 진짜가 몇 마디나 되겠는가.하지율은 이제 예전처럼 집 안에만 갇혀 살던, 세상 물정 모르던 전업주부가 아니었다.노엘의 말은 예전의 하지율을 속일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의 하지율은 절대 안 속았다.함우민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질투를 억눌렀다.결국 요지는 하나였다. 하지율은 주용화를 내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함우민이 말했다.“지율 씨의 말이 맞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만일의 경우가 있잖아요. 정말 윤택이가 살길이 있을 수도 있는데...”함우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노엘을 거절했다가 그놈이 진짜 미쳐서 윤택이를 바로 죽여 버리면 어떡해요?”하지율은 함우민을 바라봤다.하지율의 머릿속은 지금 믿을 수 없을 만큼 또렷했다.“우민 씨, 이런 인간이랑 상대하는 건 도박이랑 다를 게 없어요.”하지율은 한 박자 쉬고 말을 이어갔다..“도박할 때 무얼 거는 줄 알아요? 운수?”하지율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아니죠. 도박은 심리를 거는 거예요. 우민 씨가 겁먹는 순간, 밀리는 순간... 그때는 이미 진 거죠. 노엘도 똑같아요. 주용화를 내놓으라며 협박했잖아요? 제가 거기서 흔쾌히 알았다고 말해 버리면, 그다음에는 더 미친 요구를 말하겠죠. 더 악랄해질 겁니다.”하지율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그 인간이 자기가 가진 패로 뭐든 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 끝까지 우리를 몰아붙일 겁니다.”하지율은 함우민을 똑바로 바라봤다.“우민 씨가 한번 생각해 봐요. 우민 씨의 손에 적의 목숨줄이 잡혀 있으면... 딱 한 가지만 요구하고 끝낼 것 같아요?”하지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더 뜯어내고 싶지 않겠어요?”함우민은 멍해졌고 반박하려던 말이 입안에서 그대로 녹아버렸다.하지율의 말이 맞았다.그 순간, 함우민은 하지율이 낯설게 느껴졌다.어떤 엄마는 아이가 납치되면 무너져 아무것도 못 한다.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절벽 끝에서 오히려 극단적인 냉정함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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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7화

노엘의 괴이한 웃음이 순간 뚝 끊겼다.수화기 너머는 숨 막히도록 조용했다. 들리는 건 점점 거칠어지는 노엘의 숨소리뿐이었다.노엘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뒤쪽을 몇 번이나 훑었다.주용화가 허세를 부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걸, 노엘도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그 순간, 노엘의 등골에는 서늘한 공포가 번졌다.‘왜... 저 인간이 이걸 알지?’노엘은 이내 정신을 다잡고 차갑게 웃었다.“네가 그 애를 구할 생각이 없었으면 이 전화를 할 리가 없겠지. 도망치면 그만 아닌가?”주용화의 목소리는 여전히 느긋했다.“도망치면 되죠. 근데 저도 이 편한 고연봉 생활이 조금 아쉬워서요.”주용화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연봉은 챙기고 안전하게 살 수 있으면 제일 좋고... 그게 안 되면 뭐, 어쩔 수 없죠. 다시 칼끝을 핥으며 살면 됩니다. 그래서 전화한 건 맞아요. 그 애를 구하고 싶어서요.”주용화가 낮게 웃었다.“어른들의 원한이야 어른끼리 풀어야죠. 애한테까지 뒤집어씌우는 건 좀 그렇잖아요. 원하시면 기회는 드릴게요. 저한테 복수하고 싶으면 해 보세요.”주용화의 말투가 한층 더 가벼워졌다.“가져갈 수 있으면 제 목숨을 가져가시면 됩니다. 물론 저는 제가 안 죽을 거라 생각해서... 노엘 씨랑 한 판 걸어 보는 거고요.”주용화는 한 박자 쉬었다.“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목숨까지 잔뜩 끌고 가겠다는 욕심은... 노엘 씨, 너무 과해요. 욕심부리다가는 마지막에 빈손이 되는 법이거든요. 저 같은 보디가드 한 명 죽는 건, 아무도 크게 신경 안 쓰는지 몰라도...”주용화가 또렷하게 말했다.“재벌 가문의 아가씨랑 그 가문의 후계자 아이는 얘기가 달라져요. 그렇게 쉽게 못 가져가죠. 남들이 다 바보인 줄 아세요? 노엘 씨가 생각할 수 있는 건, 남들도 다 생각해요.”주용화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동의하면... 저 혼자 가겠어요. 동의 안 하면... 제 얼마 안 되는 양심을 접고 그 애는 포기할 수밖에요.”노엘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마침내 이를 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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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8화

주용화의 말이 꼭 유언을 남기는 것처럼 들렸기에 유민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주용화는 그동안 웬만한 폭풍우는 다 지나왔다.더 위험한 판에서도, 저런 말을 꺼낸 적은 없었다.죽을 확률이 높다는 걸 알아도 유언장을 쓰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이 세상에 그에게는 아무 미련도, 아무 미련 붙일 사람도 없었으니까.오히려 죽고 나서 남겨진 막대한 유산을 두고 사람들이 피 터지게 싸우는 꼴을 보는 게 주용화에게 어딘가 비뚤어진 재미가 될 수도 있었다.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주용화는 정말로 유언장까지 써 버렸다.유민재는 목이 바짝 말랐다.“대표님, 주씨 가문 쪽 자산은 규모가 너무 커요. 하지율 씨 혼자서는...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고, 오히려 그게 하지율 씨한테 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유민재의 진짜 의도는 따로였다.‘그러니까 대표님, 제발 살아서... 끝까지 지율 씨를 지켜 줘야 해요!’하지만 주용화는 고개도 흔들지 않았다.“예전의 하지율이였으면 몰라도 지금은 달라. 누구한테도 안 밀릴 거야.”주용화는 낮게 덧붙였다.“나한테 진짜 무슨 일 생기면... 너랑 경환이가 나 대신 지율 씨를 잘 지켜줘. 옆에서 받쳐 주고.”유민재는 숨을 삼켰다.“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함우민이 몇 번이고 뒤에서 판을 치지 않았으면, 하지율 씨가 이렇게 계속 위험해질 일도 없었잖아요. 그 인간의 정체를 까 버리시면... 하지율 씨가 안 믿더라도, 최소한 경계는 할 텐데요.”주용화도 그 이유를 모르는 게 아니었다.하지만 주용화는 하지율의 마음속에서 함우민과 자기 중, 대체 누가 더 무게가 무거운지 아직 확신할 수가 없었다.주용화는 더는 그 이야기를 이어 가지 않았다.“그 얘긴 됐고. 일단 준비해. 노엘이 숨 돌릴 틈 주지 말고.”유민재는 주용화가 이미 결심을 내렸다는 걸 알아챘다.“네, 대표님.”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주용화가 유민재를 다시 불렀다.“그리고 이 일은 지율 씨한테는 당분간 말하지 마.”유민재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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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가 방문을 조용히 두드렸다.문밖에서 도우미가 공손히 말했다.“아가씨, 연 회장님께서 윤택 도련님 소식이 들어왔다고 하십니다. 잠시 내려오시라고 합니다.”하지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보죠.”여긴 어쨌든 연씨 가문의 세력 범위였다. 소식을 얻는 속도만큼은 하지율이나 고지후보다 연씨 가문이 훨씬 빠를 수밖에 없었다.하지율과 고지후가 방을 나서자 계단 입구에 서 있던 함우민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윤택의 소식이... 있는 거야?”고지후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함우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나도 같이 가도 돼?”그러자 고지후가 하지율을 바라봤다.하지율은 함우민의 눈가에 떠 있는 불안을 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같이 가요.”그제야 함우민의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 풀렸다.응접실에 들어서자, 연씨 가문 사람들은 이미 모두 모여 있었다.그리고 가족들 사이에 끼어 있는 외부인이 하나 더 보였다. 단서현이었다.연상진의 팔은 다시 맞춰진 채 고정 부목으로 단단히 감겨 있었다.하지율은 연상진을 쳐다보지도 않고, 오로지 연태훈만 바라봤다.“아버지... 윤택의 소식이 있나요?”연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밤샘에 가까운 시간과 걱정이 겹쳐서인지 이마에는 피로가 뚜렷했다.“노엘이 있는 곳은 지형이 꽤 까다로워. 지하에 비밀 통로가 있는 것 같고.”연태훈이 낮게 말을 이었다.“조사해 보니 노엘이 보름 전쯤 외곽 창고 하나를 통째로 임대해서 개조해 놨더군. 다만 내부를 어떻게 바꿨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 워낙 노엘은 조심스럽게 움직였어. 사람도 자기 사람만 썼어. 그쪽 지형이 매복 치기엔 최적이라더군. 어디서든 함정이 나올 수 있는 곳이야.”하지율이 바로 물었다.“지도가 있나요?”연태훈이 손짓하자 옆에 있던 연상준이 지도를 꺼내 하지율에게 건넸다.하지율이 지도를 받아 펼치려는 순간 옆에서 연상진의 비웃음이 튀어나왔다.“여기서 폼 잡고 시간 낭비하지 마. 지도 봐서 뭐 하게? 네가 그걸 알아보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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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연상준이 비웃는 얼굴로 하지율을 바라봤다.“역시 조금 성과 내더니 사람이 날뛰는구나.”연태훈 역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지율을 보았다.“지율아... 너 정말 서현이를 때렸니?”하지율은 더는 말싸움할 기분도 시간도 없었다.그냥 휴대폰을 꺼내 복도 CCTV 영상을 불러온 뒤, 응접실 한가운데 러그 위로 툭 던졌다.곧 영상이 재생됐다.연상진의 입에서 쏟아지는 악독한 말부터 소리까지 최대치로 키워 놓은 화면이 그대로 흘러나왔다.“넌 노엘한테 윤택이가 찢겨 죽는 게 더 좋은 거 아니야? 말썽꾸러기 아들을 달고 다니기 싫어서 일부러 그런 거지? 네 두 번째 인생 방해될까 봐 두려워? 내가 보기에 너는 원래부터 밖에 원수 많은 거 알면서도 일부러 윤택이를 데리고 나간 거야. 남 손 빌려서 네 아들을 없애려고 말이지.”그 말을 듣는 순간, 연재영과 연상준의 얼굴이 동시에 시커멓게 굳었다.아들이 납치당했는데 위로는커녕 저런 말을 입에 담다니.연태훈은 끝까지 듣고는 숨이 거칠어졌다.연태훈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그대로 연상진 쪽으로 내던졌다.“이 천벌 받을 놈아, 네 조카가 저렇게 됐는데 돕지는 못할망정, 여기서 남의 불행을 즐겨?”연상진은 정통으로 맞고 뜨거운 물에 데어 비명을 질렀다.연상준은 연상진이 과장하고 헛소리를 늘어놓는 바람에 아버지와 형까지 난처해졌다는 걸 알아차렸다.연상준은 이를 악문 채 낮게 말했다.“일단 들어가서 옷부터 갈아입어.”연상진은 노기가 치민 연태훈의 얼굴을 슬쩍 훑고 이어 표정이 시커멓게 가라앉은 연재영을 힐끗 봤다. 더는 소리칠 엄두가 나지 않았는지, 입을 꾹 다문 채 꼬리를 내리고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얼마 지나지 않아 영상은 단서현이 먼저 손을 올리는 장면으로 넘어갔다.단서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새파래졌다.그제야 단서현은 하지율이 얼마나 교활한 여자인지 떠올랐다.손형원은 물론이고, 단서현의 삼촌 단보현, 사촌오빠인 단성훈, 단진서까지도 하지율 손에서 크게 손해를 본 적이 있었다.거실은 한동안 기묘한 정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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