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알아봐 주신 은혜에 감사드린다는 뜻으로 몇 점은 선물로 드리겠다고 합니다.”손형원은 서재에 걸려진, 정성스럽게 액자까지 맞춘 그림들을 둘러보았다. 열에 아홉은 summer의 그림이었다.손형원은 고개를 돌려 방 중앙에 텅 비어 있는 벽을 한번 쳐다보더니 자조적인 미소를 흘렸다.손형원은 가장 아끼던 그림 한 점을 연정미에게 줬다.연정미는 가끔 손형원에게 메시지 몇 개 보내는 게 전부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손형원은 원래 summer를 찾아 연정미 초상화를 의뢰하려 했다.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손형원은 대가를 바라며 무언가를 해온 적이 없었다.하지만 얼굴도 본 적 없는, 성별도, 나이도, 정체도 모르는 사람이 예전에 그림 몇 점 사 준 은혜를 되갚으려 한다.손형원은 연정미를 위해 모든 걸 걸어 왔지만 돌아오는 건 성의 없는 안부 몇 마디일 뿐이었다. 필요 없을 때는 모르는 척하다가 주용화를 없애야 할 때가 되면 그제야 불러낸다.손형원은 그 사실이 매우 우스웠다.손형원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뒤 손형원은 결심했다. 조만간 주용화를 한번 만나야겠다고 말이다.물론 이번에는 연정미 때문이 아니다.손형원과 주용화 사이에 쌓인 원한 때문이었다.손형원도 알고 있었다. 주용화는 주씨 가문 가주다. 그러니 주용화를 없애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정말 쉬웠다면 연씨 가문이 손형원에게 부탁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하지율은 새 화판과 물감을 사서 병원으로 돌아오다가 병원 정문 앞에서 뜻밖의 사람을 봤다.주용화가 일반 병실로 옮긴 뒤 하지율, 유민재, 김경환이 교대로 주용화를 간병했다.정문 앞에 선 사람을 본 순간, 하지율의 눈빛이 미세하게 바뀌었다.“손형원 씨, 왜 여기 있어요?”손형원이 고개를 돌리고 하지율 손에 들린 쇼핑백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하지율의 질문은 가볍게 무시한 채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렸다.“화판이랑 물감? 하지율 씨, 그림도 그려요?”하지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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