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311 - Chapter 1320

1437 Chapters

제1311화

하지율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차갑고 매정한 목소리로 얘기했다.“피도 안 섞인 낯선 사람이지만 주용화 씨는 몇 번이고 내 목숨을 구해줬어요. 그런데 가족이라는 사람들은... 나를 키운 적도 없으면서 내게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없애려 하네요.”하지율이 가볍게 한마디 던졌다.“좋아요. 꼭 주용화 씨를 없애고 싶다면 나부터 죽이고 가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연씨 가문을 뒤엎어 놓을 거니까.”고지후는 곧 충격에서 정신을 추슬렀다.하지율의 말은 날카롭고 독했지만 하지율은 원래부터 연씨 가문에 호감이 없었고, 게다가 연씨 가문 사람들은 주용화를 없애겠다고 달려들고 있었다.지금은 주용화가 가장 약해진 순간이기도 하고, 게다가 M국은 연씨 가문의 구역이다. 그들에게 지금 주용화를 처리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일 것이다.하지율이 조금이라도 물러섰다면 저들은 몰래 주용화를 처리했을 것이다.그동안 하지율과 연씨 가문 사람들은 겉으로나마 평화를 유지해 왔다.정면충돌하기에는 하지율의 힘이 아직 부족했다.그런데 하지율은 결국 주용화 때문에 연씨 가문과 완전히 찢어졌다.고지후는 가슴이 찌릿하게 저려왔다.하지율은 자기 목숨으로 주용화를 지키고 있었다.질투가 뼛속까지 파고들어 미쳐 버릴 것 같았다.하지만 고지후는 알고 있었다.이게 하지율의 스타일이다.하지율은 변한 적이 없다.예전에도 하지율은 유소린을 지키려 자기 손을 부쉈다.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손을 말이다.그러니 지금도 주용화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었다.한때는 고지후를 위해서 모든 걸 내줄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고지후는 그런 하지율을 제 손으로 잃어버렸다.연태훈이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가슴을 움켜쥐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하지율을 가리키며 입을 벌렸다.연정미가 급히 연태훈을 부축했다.“아버지, 윤택이 쪽에도 사람이 필요해요. 일단 윤택이 돌보러 다시 올라가요.”그러며 연정미는 연재영에게 눈짓했다.하지율은 연씨 가문과 완전히 등을 돌리고 싶진 않았고, 연씨 가문 역시 초
Read more

제1312화

하지율이 담담하게 말했다.“얼마면 돼요. 갚을게요.”연상진이 하지율을 노려봤다.“돈으로 따질 일이야? 우리가 돈이 없어서 그러는 줄 알아?”하지율이 물었다.“그럼 원하는 게 뭐예요?”연상진이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정미 차가 박살 났으니 예전 차를 그대로 되돌려 받는 건 불가능하겠지. 그래도 우리는 한 집안 사람이니까 너무 몰아붙이지는 않을게. 대신 희광이랑 똑같은 레이싱카를 준비해.”연상진이 비웃듯 덧붙였다.“정미는 희광으로 수없이 많은 우승 트로피를 쓸어 담았어. 정미한테 희광이 가지는 의미는 네 여름밤의 별이 너한테 가지는 의미랑 비슷하겠지. 나도 가족이라 봐서 한발 물러나는 거야.”연상진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도발했다.“어때? 물어줄 수 있겠어?”하지율의 표정은 끝까지 차분했다.“희광을 물어줄게요. 대신 부품 리스트를 보내요.”연상진이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하지율이 담담한 표정으로 연상진의 말을 잘랐다.“난 희광에 대해 잘 몰라요. 리스트를 주지 않으면 내 방식대로 맞출 거예요. 그랬다가 당신들 기준에 못 미친다면, 그건 내 책임이 아니죠.”연상진이 이를 갈며 말했다.“좋아. 나사 하나까지 빠짐없이 전부 정리해서 보내주지. 그래도 복원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안 봐줘.”희광은 손형원이 손수 튜닝한 차였다. 하지율이 부품을 구한다 한들 똑같이 조립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게다가 돈으로도 못 구하는 소재와 부품이 적지 않았다. 그런 건 손형원만 손에 넣을 수 있었다.손형원과 하지율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틀어졌다. 그러니 손형원이 그 부품을 하지율에게 넘길 리가 없었다.연상진은 곧 하지율이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이번에 반드시 하지율의 기를 꺾고 하지율이 무릎 꿇고 빌게 만들어야 한다.연정미는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할 뿐, 말리지도, 반대하지도 않았다.하지율의 승낙을 받아낸 연상진은 만족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연태훈은 하지율 때문에
Read more

제1313화

“정미야, 주용화가 계속 하지율을 돕게 둘 순 없어.”연정미는 몇 초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아까 아빠랑 큰오빠가 하지율한테 주용화를 처리해 주겠다고 했지만 하지율이 엄청 강하게 반대했어. 우리랑 완전히 틀어지는 한이 있어도 주용화를 지키겠다고 했고, 주용화를 죽일 거면 자기부터 죽이라고 했어.”하지율이 갖고 있는 초기 지분 때문에, 연씨 가문은 함부로 하지율과 싸울 수 없었다. 게다가 허울뿐이긴 하지만 가족이라는 명분이 있으니...하지율이 M국에 세력을 많이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먹고 덤벼들기 시작하면 연씨 가문도 꽤 골치 아프다.강병주, 고지후 같은 사람들은 분명 하지율 편에 설 거다.연상진은 둘의 대화를 듣다가 바로 얘기했다.“주용화가 정말 고윤택의 아빠 자리를 노리는 거라면 절대 살려둬서는 안 돼. 나중에 분명 골치 아픈 녀석이 될 거야. 지금이 기회야. 지금은 주용화가 가장 약한 시기니까. 지금 주용화를 죽여야 해.”연상준이 연상진을 힐끗 봤다.“주용화는 주씨 가문 가주야. 하지율이 목숨 걸고 막고 있는데, 죽이는 게 그렇게 쉬울 것 같아? 죽더라도, 주용화의 죽음이 연씨 가문과 엮여서는 안 돼. 하지율뿐만이 아니라 주씨 가문에서도 보복하려 들 테니까.”연상진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면, 주용화가 치료받은 뒤 계속 하지율 편에 서서 도와주는 걸 그냥 지켜보자는 거야?”연상준이 연정미를 바라봤다.“정미야, 무슨 좋은 방법 없어?”연정미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상준 오빠 말도 맞아. 주용화는 우리 손으로 죽이면 안 돼. 하지만 주용화 때문에 형원 오빠가 팔 하나를 잃었잖아. 형원 오빠 성격에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주용화가 주씨 가문 가주라고 해도 형원 오빠는 두려워하지 않을 테니까.”연상준이 잠시 멍해 있다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손형원도 그렇게 오래 치료받았으니 이제 거의 다 회복했겠지.”...고윤택이 깨어난 건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정신을 차린 고윤택은
Read more

제1314화

심다희가 하지율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었다.“지율아, 요즘 바빠?”심다희는 고윤택이 납치당한 것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율이 강병주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유소린과 정기석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이미 끝난 일을 굳이 꺼내서 다른 사람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심다희가 연락할 때, 하지율은 마침 주용화 병실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연경 그룹에 들어간 뒤로 하지율은 생각보다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연태훈이 아직 하지율과 연정미를 정식으로 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지율은 기존 회사 쪽 업무만 조금씩 손보면 됐다.기존의 회사는 새로 시작하는 큰 프로젝트가 없었고, 작은 건들은 하지율이 한번 확인한 뒤 아래 사람들에게 넘겨 협상하게 하면 그만이었다.하지율은 아직 의식이 없는 주용화를 한번 바라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밖으로 나왔다.“나 요즘은 별로 안 바빠. 무슨 일 있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야?”심다희가 잠깐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지율아, 너 대학 때 그림 팔던 거 기억하지? 그때 네 그림 사 갔던 사람이 있잖아.”하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기억해. 그때 내가 돈이 급했는데 마침 뒤에 나온 그림들까지 전부 그 사람이 사 갔다고 들었어. 내가 가격 올려도 망설이지 않고 사던 사람이었어. 게다가 천만 원을 더 얹어서 줘서 덕분에 급한 불을 끌 수 있었어.”심다희가 이어서 말했다.“그때 네 그림을 팔아주던 선배 있지? 그 선배가 최근에 나한테 연락했어. 그 사람이 네 그림을 또 사고 싶대. 몇 점 더 팔 수 있는지 물어보더라.”하지율의 그림은 당시 심다희가 사람을 통해 판매해 준 거였다. 그때 하지율은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신인이라 전시에 작품을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는데, 심다희가 인맥을 동원해서 하지율을 도와줬었다.다행히 하지율의 작품은 신인의 작품이지만 기운이 살아 있었기에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걸렸는데도 첫 전시에서 바로 팔려 나갔다.하지율은
Read more

제1315화

“당시 알아봐 주신 은혜에 감사드린다는 뜻으로 몇 점은 선물로 드리겠다고 합니다.”손형원은 서재에 걸려진, 정성스럽게 액자까지 맞춘 그림들을 둘러보았다. 열에 아홉은 summer의 그림이었다.손형원은 고개를 돌려 방 중앙에 텅 비어 있는 벽을 한번 쳐다보더니 자조적인 미소를 흘렸다.손형원은 가장 아끼던 그림 한 점을 연정미에게 줬다.연정미는 가끔 손형원에게 메시지 몇 개 보내는 게 전부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손형원은 원래 summer를 찾아 연정미 초상화를 의뢰하려 했다.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손형원은 대가를 바라며 무언가를 해온 적이 없었다.하지만 얼굴도 본 적 없는, 성별도, 나이도, 정체도 모르는 사람이 예전에 그림 몇 점 사 준 은혜를 되갚으려 한다.손형원은 연정미를 위해 모든 걸 걸어 왔지만 돌아오는 건 성의 없는 안부 몇 마디일 뿐이었다. 필요 없을 때는 모르는 척하다가 주용화를 없애야 할 때가 되면 그제야 불러낸다.손형원은 그 사실이 매우 우스웠다.손형원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뒤 손형원은 결심했다. 조만간 주용화를 한번 만나야겠다고 말이다.물론 이번에는 연정미 때문이 아니다.손형원과 주용화 사이에 쌓인 원한 때문이었다.손형원도 알고 있었다. 주용화는 주씨 가문 가주다. 그러니 주용화를 없애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정말 쉬웠다면 연씨 가문이 손형원에게 부탁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하지율은 새 화판과 물감을 사서 병원으로 돌아오다가 병원 정문 앞에서 뜻밖의 사람을 봤다.주용화가 일반 병실로 옮긴 뒤 하지율, 유민재, 김경환이 교대로 주용화를 간병했다.정문 앞에 선 사람을 본 순간, 하지율의 눈빛이 미세하게 바뀌었다.“손형원 씨, 왜 여기 있어요?”손형원이 고개를 돌리고 하지율 손에 들린 쇼핑백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하지율의 질문은 가볍게 무시한 채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렸다.“화판이랑 물감? 하지율 씨, 그림도 그려요?”하지율은
Read more

제1316화

하지율은 손형원 같은 인간에게 굳이 길게 설명할 마음이 없었기에 냉담하게 말했다.“손형원 씨, 다른 사람이 그림을 그리나 마나 신경 쓰지 말고 본인 손이나 신경 쓰세요. 나는 바이올린은 못 켜게 됐어도 그림은 그릴 수 있어요. 하지만 손형원 씨는...”하지율의 시선이 비어 있는 손형원의 소매로 내려갔다.“이제 다시는 그림을 못 그리겠죠?”손형원이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하지율의 말을 들은 손형원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내가 왼손잡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나 보네요?”손형원이 왼손잡이라는 건 가까운 사람만 아는 것이었다.겉으로는 늘 오른손을 썼지만 손형원은 사실 왼손잡이였다.주용화도 그걸 알고 있었기에 손형원의 왼손을 잘라낸 것이었다.하지율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손형원 씨는 오른손도 다친 적 있잖아요. 이제 왼손까지 잃었으니 앞으로 운전도 못 하고... 그냥 겨우 먹고 사는 사람이 되겠네요. 이게 바로 인과응보라는 겁니다.”손형원은 화내기는커녕 흥미롭다는 듯 하지율을 빤히 쳐다봤다.“그런 게 있다면 가장 먼저 벌받아야 하는 건 주용화겠네요.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해서 지금은 병상에 누워 겨우 연명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는...”손형원은 텅 빈 팔을 들어 올렸다.“요즘 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팔 하나 없어진 게 대수입니까? 이미 의수 제작에 들어갔어요. 하지율 씨, 실망했겠지만 내 일상생활에는 아무 영향 없어요.”하지율이 담담히 웃었다.“그래도 다시는 그림을 못 그리게 되었네요. 의수가 아무리 잘 움직인다고 해도 그건 진짜가 아니에요. 손형원 씨 팔은 영영 돌아오지 않죠. 그러니 손형원 씨도 이제 알겠네요. 소중한 걸 빼앗기는 기분이 어떤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손형원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시작? 그렇다는 건, 여전히 내 목숨까지 노린다는 겁니까?”하지율이 말했다.“내가 손형원 씨처럼 툭하면 사람 죽이는 줄 알아요? 손형원 씨는 사람 괴롭히는 데
Read more

제1317화

하지율은 김경환과 교대하러 왔다.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병실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김경환 씨, 저 사람은 왜 여기 있는 거예요?”김경환이 급히 말했다.“유민재 씨,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그냥 주용화 씨 상태를 보러 온 거니까...”유민재가 김경환의 말을 끊었다.“여기에는 단종건 어르신이 계시니 저 사람은 필요 없어요.”“유민재 씨...”유민재의 목소리가 더 차가워졌다.“단종건 어르신이 계시니까 안심하셔도 돼요. 주용화 씨는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나가 주세요. 주용화 씨도 당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김경환이 낮게 말했다.“그때도 진소현 씨는 주용화 씨를 위해서...”유민재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내려앉았다.“멋대로 최면을 거는 것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고 할 수 있어요?”김경환이 조심스럽게 맞받아 얘기했다.“그래도 주용화 씨 상태가 실제로 많이 좋아지긴 했잖아요...”유민재가 비웃었다.“그게 주용화 씨가 원했던 방식이에요? 최면으로 잊은 기억이 언젠가 돌아오면 어떡할 건데요. 기억을 지운 게 후회되어서 지금 다시 주용화 씨를 찾아온 거예요? 기억을 깨우고 자극하려고요?”잠깐 정적이 흐른 뒤 젊은 여자가 입을 열었다.“난 그저 용화 씨가 잘 있는지 확인하러 온 거예요. 걱정하지 마요. 평소에 방해하지 않을 거고 주용화 씨 앞에도 절대 나타나지...”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여자가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거기 누구예요?”김경환이 바로 문을 열었다.그리고 문밖에 서 있는 하지율을 본 순간, 김경환은 약간 놀란 듯 굳어버렸다.“하지율 씨... 언제 오셨어요?”“방금 왔어요.” 하지율이 안쪽을 한번 훑었다. “유민재 씨랑 싸우고 계신 거예요?”문 하나를 사이에 둔 탓에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또렷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다만 말투가 예사롭지 않다는 건 눈치챌 수 있었다.김경환이 시선을 피하듯 눈을 깜빡였다.“아니요...”하지율이 병실로 들어서며 물었다.
Read more

제1318화

동시에 하지율은 느낄 수 있었다. 눈앞의 여자가 자신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옆에 있던 유민재와 김경환도 그 기색을 알아채고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하지만 하지율은 그 정도로 흔들릴 사람이 아니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하지율은 이런 걸로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하지율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거뒀다. 미소를 짓는 얼굴에는 당황함도, 민망함도 없었다.진소현은 티 나지 않게 하지율의 표정을 살피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괜찮네. 잘 버티네.’하지율이 물었다.“진소현 씨, 화야 씨한테는 어떤 병이 있었어요?”하지율은 진소현의 태도를 보면서, 어쩌면 진소현이 하지율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진소현이 담담한 말투로 하지율의 질문에 대답했다.“불면증 때문에 생긴 정신 쪽에 문제가 생겼어요. 발작할 때는 자기 행동을 통제하지 못해요.”그러더니 뭔가 떠올랐다는 듯 덧붙였다.“하지율 씨도 봤을 거예요. 다만 운이 좋았죠. 하지율 씨가 본 건 치료 이후의 상태였으니까.”치료 이후의 상태.하지율은 가슴이 갑자기 확 답답해졌다.치료 이후의 상태가 저 정도라니. 그럼 가장 심했을 때는 대체 어떤 모습이었을까.진소현이 말을 마치고 유민재와 김경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생명에는 더 이상 위험 없다는 걸 확인했으니 난 가볼게요. 잘 보살펴요.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고.”진소현은 하지율에게도 예의상 고개만 살짝 끄덕인 뒤 천천히 병실을 나갔다.하지율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 한쪽이 묘하게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불쾌함과는 다른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치고 올라왔다.하지율이 물었다.“저 사람... 화야 씨의 심리치료사였나요?”유민재가 답했다.“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도 있어요. 주용화 씨가 원래 힘든 일을 많이 하면서 자주 다쳤거든요. 그때마다 진소현 씨가 치료했어요.”김경환이 덧붙였다.“그... 이래 봬도 실력은 엄청 좋아요. 성격이 까탈스럽
Read more

제1319화

이제야 하지율은 주용화가 깨어났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율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주용화 곁으로 다가갔다.“화야 씨, 언제 깼어요?”주용화의 시선이, 들뜬 기색과 놀람이 살짝 비치는 하지율의 얼굴에 머물렀다.“지율 씨가 태양을 그릴 때, 그때 깼어요.”하지율은 약간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미안해요. 내가 너무 그림에 몰입했나 봐요.”주용화가 말했다.“아니에요. 지율 씨가 그림 그리는 거 방해하지 않고 보고 싶어서 일부러 조용히 있었어요.”하지율은 침대 옆 호출 벨을 누르며 물었다.“지금은 어때요? 어디 불편한 데 없어요? 물 마실래요?”주용화가 낮게 대답했다.“괜찮아요. 물 한 잔만 따라줘요.”하지율이 물 한 잔을 떠서 주용화의 입가에 가져다 대자 주용화가 한 모금 마셨다. 이때 병실 문이 노크 소리와 함께 열렸다.단종건이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오며 물었다.“화야가 드디어 깨났어?”하지율이 뜻밖이라는 듯 물었다.“어르신, 어떻게 아셨어요?”단종건이 웃었다.“요 며칠 너희가 벨 누르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그런데 갑자기 벨이 울렸길래 이놈이 깼구나 싶었지.”단종건은 곧장 다가와 주용화를 꼼꼼히 살폈다.“음. 정신 상태도 괜찮고, 보아하니 걱정했던 합병증도 없네. 내상은 어쩔 수 없어. 일단 깼으니 내가 처방해 준 대로 치료하면 한 달 뒤에는 퇴원할 수 있을 거야. 다만 그 한 달 동안 절대 방심하면 안 돼.”단종건이 주용화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놈아, 지율이 부탁이 아니었으면 너처럼 몸 막 쓰는 인간은 치료도 안 해줬어.”주용화는 긴 속눈썹을 내리깔며 시선을 감췄다.“신경 쓰이게 해드려 죄송합니다.”단종건이 혀를 차며 말했다.“네가 몸을 그렇게 굴리면 네 걱정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속상할지 생각 안 해봤어? 네가 누워 있던 동안 지율이는 거의 매일을 밤새웠어. 이러다 지율이도 너처럼 불면증에 걸리겠어. 지율이 걱정시키지 마.”단종건의 말이 끝나자 주용화가 바로 하지율을 바라봤다.칠
Read more

제1320화

손형원이 다시 물었다.“하지율 쪽에서 뭘 공개하길래 그러는 거야?”비서가 대답했다.“연상진 씨와 한 여자의 스캔들입니다.”예전부터 손형원이 비서에게 지시해 둔 게 있었다.연씨 가문 사람의 일이 터지면 가장 먼저 자신에게 보고하라고.그래서 사건이 크게 터지기 전에 손형원이 먼저 눌러버렸다.그 덕분에 연씨 가문은 평판이 좋은 가문처럼 보였다.물론 겉모습만 그런 건 아니었다. 솔직히 다른 재벌가 가문에 비하면 연씨 가문 삼 형제는 평이 꽤 괜찮은 편이니까 말이다.괴팍한 취미도 없고, 여자 문제도 많지 않았고, 거의 업무에만 매달렸으니까. 가문이 정해 준 정략결혼 상대에게도 늘 예의 바르게 대했고, 흔한 막장 스캔들 같은 것도 없었다.다만 그들을 넘보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안주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넘쳐났다.연재영과 연상준은 조심스러운 성격이기에 그런 여자들의 함정에 빠져도 정신을 차리고 빠져나오곤 했다.문제는 연상진이었다. 연상진은 덜렁대는 성격 때문에 결국 함정에 걸려버렸고 상대를 임신까지 시켜 버렸다.그 일은 손형원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그 여자가 연상진을 상대로 임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 여자의 가문도 보통 가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씨 가문만큼 최정상급 가문은 아니어도 어디 가서 무시당할 급도 아니었다.인맥과 힘이 있었으니 연상진을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수 있었던 거다.하지만 연상진은 책임지지 않으려고 했고 여자는 결국 참지 않고 바로 연상진의 만행을 전부 폭로하겠다고 나섰다.그때 연정미가 손형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손형원이 연상진의 사건을 조용히 눌러준 것이다.손형원이 담담히 말했다.“누르지 마. 반대로 하지율 쪽에 불을 붙여. 연상진이 저지른 멍청한 짓을 전부 다 터뜨리게 말이야. 어차피 연씨 가문은 이것도 전부 하지율이 한 짓이라고 생각할 거야. 서로 물어뜯게 두는 것도 꽤 재밌잖아.”비서가 잠시 망설였다.“그렇다면... 연정미 씨 쪽은요?”
Read more
PREV
1
...
130131132133134
...
14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