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301 - Chapter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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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1화

손이 망가진 뒤로 하지율은 이렇게까지 당황해 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이렇게 오랫동안 서럽게 운 적도 없었다.손형원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약자의 눈물은 가장 값싼 존재였다.그런데도 지금 하지율의 눈물은 진주처럼 뚝뚝 떨어졌다.그때 누군가의 손이 하지율 눈가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동시에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귀 가까이에 스쳤다.“지율 씨... 겁내지 마세요. 절대 지율 씨가 다치게 안 할 거예요.”하지율의 몸이 굳었다. 급히 고개를 들자, 주용화가 고개를 숙인 채 하지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입가에는 희미한 웃음까지 걸려 있었다.“화야 씨...”하지율이 무슨 말이라도 하려던 순간, 주용화의 얼굴이 더 창백해지더니 피를 한 모금 토했다. 그러더니 주용화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하지율의 온몸 피가 한순간에 얼어붙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심장이 멎어 버린 듯했다.충격에서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고지후가 급히 달려와 하지율의 곁에 섰다.“지율아, 괜찮아?”하지율이 다른 남자 때문에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굳어 있자, 고지후의 가슴이 꽉 막혔다. 심지어 아릿한 통증까지 번졌다. 그래도 지금은 질투할 때가 아니었다. 게다가 방금 주용화가 어떤 식으로 하지율을 감싸고 막아냈는지 고지후는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그 순간, 고지후는 왜 하지율이 주용화를 그렇게 믿는지 알 것 같았다.주용화는 하지율의 믿음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유민재와 김경환은 그들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이제야 둘도 충격에서 벗어나 재빨리 달려왔다.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었지만, 숨만 붙어 있는 듯한 주용화를 보자 둘의 얼굴도 순식간에 새파래졌다.주용화가 이렇게 크게 다친 건, 처음이었다. 지금은 살아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고지후가 주용화의 상태를 재빨리 확인하고 바로 결론을 내렸다.“지율아, 아직 숨은 붙어 있어. 당장 병원으로 옮겨야 해.”그 말이 얼음물처럼 하지율의 정신을 때렸다. 하지율은 덜컥 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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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함우민의 목소리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냉기가 서려 있었다.“주용화는 지율 씨의 보디가드잖아. 지율 씨의 안전을 지키는 건 주용화의 책임이자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 그걸로 감지덕지할 필요는 없지. 지금은 윤택의 상태도 좋지 않은데, 굳이 직원한테 시간을 쏟을 필요가 있어? 피는 물보다 진해. 윤택은 지율 씨의 피가 이어진 가족이야. 당연히 제일 중요한 존재지. 주용화는 지율 씨랑 아무 상관 없는 남일 뿐이잖아. 지후야, 너도 주용화의 겉과 속이 다른 태도가 싫다며? 언제부터 그렇게 대인배가 됐어?”고지후의 시선이 함우민에게로 옮겨갔다.“방금 봤어. 주용화의 상태가 안 좋아. 버틸 수 있을지는... 아직 몰라.”고지후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낮게 덧붙였다.“만약 못 버티면, 그게 지율이가 주용화를 보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어. 주용화가 지율이랑 윤택을 구하다 죽는 거라면... 마지막 얼굴도 못 보고 보내는 건, 지율이가 평생 죄책감에 묶이는 일이야.”고지후는 함우민을 깊게 바라봤다.“우민아, 그게 네가 보고 싶은 그림이야?”함우민은 입을 다물었다.고지후는 더 말하지 않고 함우민의 품에 안겨 있던 고윤택을 조심스럽게 받아 안았다.“우민아, 방금 윤택이를 지켜줘서 고마워. 자, 우리도 가자.”두 사람도 서둘러 헬기에 올랐다.병원으로 향하는 중, 고지후가 문득 물었다.“넌... 언제부터 지율이를 좋아했어?”함우민은 요즘 들어 자신이 너무 조급해졌다는 걸 자신도 알고 있었다. 늘 자랑하던 가면 속의 자신이 이미 고지후에게 들켜버렸으니 말이다.함우민은 더는 딴청을 피우지 않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지후, 고등학교 때 내가 계모한테 독을 맞아서 얼굴에 두드러기 잔뜩 올라오고... 강제로 다른 도시로 요양하러 갔던 일... 기억해?”고지후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설마...”함우민의 눈가에 오래된 기억의 그림자가 스쳤다.“그래. 그때 지율이를 만났어. 계모는 자기 사생아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려고 나를 밀어내려 했지. 그런데 날 진짜로 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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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3화

“게다가... 선생님들이 언제 우리를 찾을지도 모르잖아. 물은 우리한테도 엄청 중요해.”당시 하지율 일행은 멧돼지에게 쫓기느라 도망치는 과정에서 배낭을 전부 잃어버린 상태였다.먹을 것도 물도 하나도 없었고, 겨우 하지율이 들고 있던 물 한 통만으로 구조될 때까지 버텨야 했다.하지율은 의식이 흐릿해질 정도로 탈진한 함우민을 보며 말했다.“그래도... 이 사람은 탈수 상태야. 우리가 지금 안 도와주면 진짜 위험해.”결국 하지율은 물을 함우민에게 나눠 줬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 자리에서 계속 곁을 지켰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았다.함우민이 낮게 말했다.“그때 지율 씨가 날 버렸다면... 아무도 날 구하러 오지 않았을 거야. 난 거기서 진짜 죽었을지도 몰라.”함우민은 하지율이 있던 그 도시에서 딱 2년을 지낸 뒤, 외가 쪽에서 치료를 받으며 얼굴을 말끔히 회복했다. 그러고는 번개처럼 움직여 계모와 사생아를 함씨 가문에서 완전히 쫓아냈다.그 뒤로도 함우민은 줄곧 멀리서 하지율을 지켜봤다.하지율 또한 자신과 비슷하게 사생아에게 자리를 빼앗긴 피해자라는 걸 알았을 때, 함우민은 더 깊이 공감했고 그만큼 더 마음이 아팠다.다만 그때의 함우민은 너무 어렸고 힘도 부족했다. 도와주고 싶어도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그러다 마침내 가주 자리를 쥐고 함씨 가문의 실권자가 되어 이제는 뭔가 할 수 있겠다고 싶었던 순간, 하지율은 이미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고지후와 결혼해 버린 뒤였다.함우민이 다시 말했다.“너희가 결혼한 걸 알고 나서는... 내 마음은 그냥 마음속에 묻었어. 조용히 축복하면서 말이야.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같이 컸잖아. 난 네 사람 됨됨이를 믿었고 그래서 지율 씨를 너한테 맡겨도 된다고 생각했어.”그 순간, 함우민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런데 넌... 임채아 때문에 그렇게까지 지율 씨를 무너뜨렸어.”그제야 고지후가 예전부터 끝내 이해하지 못했던 조각들이 차례차례 맞춰졌다.함우민은 분명히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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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4화

하지율이 고개를 돌리자 강병주가 단종건을 모시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지금 단종건의 곁에는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몇 명이나 바짝 붙어 있었고 그들은 단종건에게 주용화의 상태를 빠르게 설명하고 있었다.단종건을 보는 순간, 하지율은 눈가가 저절로 젖었다. 가슴 한가운데 매달려 있던 불안도 조금은 내려앉았다.꼭 혈육을 만난 것처럼, 그 한 장면만으로 하지율은 숨통이 트였다.하지율이 다급히 다가갔다.“어르신, 안녕하세요.”오는 길에 이미 경과를 들은 단종건은 하지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지율아, 걱정하지 마라. 용화 그 녀석이 숨만 붙어 있으면, 내가 염라대왕 손아귀에서라도 뺏어 올 테니. 수술은 내게 맡기고 넌 시름 놓고 기다려.”그 말에 하지율의 눈물이 뚝 떨어졌다.“어르신, 감사합니다.”병원으로 오는 길, 하지율은 단종건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들은 단종건은 망설임도 없이 바로 오겠다고 했다. 하지율은 강병주에게 단종건을 모셔 달라고 부탁했고, 그 덕에 단종건의 안전도 확보하면서 마음까지 놓을 수 있었다.유민재와 김경환도 단종건을 보자 굳어 있던 표정이 눈에 띄게 풀렸다.단종건은 은퇴한 지 오래였다. 은퇴 후엔 수술실에 발을 들이지 않았고, 평소에는 한의원처럼 작은 진료소를 열어 약 처방만 해 주는 정도였다. 일반인이 수술 좀 해 달라고 부탁해서는 모시기 어려운 인물이었다.그럼에도 단종건의 실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유민재와 김경환조차 단종건보다 더 믿을 만한 의사를 떠올릴 수 없었다.단종건이 수술실로 들어가는 걸 바라보던 김경환이 고개를 떨군 채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봤다. 얼굴 위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스쳤다.그걸 눈치챈 유민재가 낮게 물었다.“왜 그러세요?”김경환이 마른침을 삼켰다.“저... 아무래도 실수한 것 같습니다.”유민재가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김경환은 휴대폰 메시지 화면을 내밀었다. 유민재는 처음엔 영문을 몰랐지만 이름을 보는 순간, 시선이 미세하게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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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5화

하지율의 질문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동시에 굳어졌다.하지율이 다시 물었다.“두 분은... 화야 씨랑 그렇게 가까우세요?”하지율은 아직 완전히 침착해진 건 아니었지만 머리는 또렷했다.관계가 그저 그렇고, 그리 친하지도 않다면 김경환이 왜 이렇게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용화를 도우러 왔겠는가.“그게...”웬만한 큰 판도 수도 없이 겪어 온 김경환인데도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머릿속이 미친 듯이 돌아갔다.‘어떻게 둘러대야 하지율 씨가 믿을까.’그때 옆에서 유민재가 낮게 말했다.“됐어요. 김 비서님, 그냥 말씀드리죠.”그러자 김경환이 흠칫하며 유민재를 봤다.“그래도...”유민재가 말을 끊었다.“어떤 사실은 하지율 씨도 알아야 합니다.”그리고 하지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하지율 씨, 잠깐만... 여기 말고, 좀 비켜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주용화는 수술 중이었기에 당분간 수술실 문이 열릴 일도 없었다.하지율은 강병주를 한번 돌아봤고, 강병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하지율은 그제야 유민재, 김경환과 함께 사람 없는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유민재가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사실... 하지율 씨가 받으신 그 10조 투자는 대표님이 뒤에서 도와주신 겁니다.”하지율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유민재가 말을 이었다.“대표님이랑 김경환 씨는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고요. 두 분은... 예전에 R 씨 밑에서 함께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김경환이 유민재를 힐끗 봤다.하지율은 잠깐 멍해졌다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그러면... 제가 투자받은 10조는 화야 씨가...”김경환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10조는 대표님이 R 씨에게 직접 얘기해서 받은 겁니다. R 씨가 대표님에게 빚진 게 하나 있었거든요. 대표님이 그 인연을 써서 10조를 받아낸 거예요.”김경환은 말을 고르듯 한 박자 쉬었다.“사실 그 돈은 하지율 씨가 굳이 갚을 필요도 없어요. 그런데 그냥 주면 하지율 씨가 의심할까 봐... 투자라는 형식으로 손에 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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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6화

하지율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정신을 가다듬고 나서야 하지율도 함우민이 했던 말들 사이에 큰 허점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함우민은 주용화를 못 봤다고 했다. 그런데 주용화는 불길 속에 쓰러져 있었다.절대 못 봤을 리가 없었다.하지율은 함우민이 왜 그렇게 주용화를 싫어하는지, 심지어 죽길 바랄 정도로 증오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하지율이 알던 함우민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유민재가 김경환의 팔을 가볍게 밀어 진정하라는 듯 눈짓했다. 그러더니 하지율에게 낮게 말했다.“하지율 씨, 함우민 씨가 그동안 하지율 씨를 많이 도와준 건 알아요. 하지만 아무리 도움을 받았어도 그 빚을 대표님을 내주는 방식으로 갚으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 예전에 고지후 씨가 임채아 일로 하지율 씨를 억울하게 만들었던 거랑 뭐가 달라요?”하지율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그제야 유민재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는 더 길게 몰아붙이지 않고 담담하게 사실만 정리했다.“이번에 대표님이 저희를 먼저 보내서 폭약부터 해체하게 했고, 본인은 노엘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노엘 쪽 사람들은 애초에 여러 겹으로 덫을 깔아놨어요. 대표님이랑 윤택 도련님, 둘 다 죽이려고요.”노엘이 고윤택을 살려둘 생각이 있었을 리가 없었다.주용화를 죽이는 건 당연했고, 고윤택을 죽이는 건 하지율에게도 아들을 잃는 고통을 똑같이 맛보게 하려는 의도였다.누군가에게는 직접 죽이는 것보다 가장 소중한 걸 빼앗는 편이 더 잔인하고 더 의미 있으니까.김경환도 덧붙였다.“그리고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노엘은 저격수까지 배치해 놨더라고요. 대표님이랑 윤택 도련님이 그 창고에서 살아 나오기만 하면 바로 쏴 죽이려고요.”그들이 첫 발을 쏜 순간, 유민재와 김경환은 위치를 잡아냈다.두 번째 발을 쏘려는 타이밍에 둘이 저격수를 제압했고 그래서 함우민은 결국 한 발만 맞았다.하지율은 대략적인 전말을 파악한 뒤, 다시 수술실 앞쪽으로 돌아가 주용화의 수술이 끝나길 기다렸다.하지율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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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7화

주용화는 중상을 입어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유민재 일행이 막은 덕분에 노엘도 끝내 도망치지 못하고 꼼짝없이 붙잡혔다.함우민이 담담하게 말했다.“친구가 아니에요. 정확히 말하면 원수죠.”그 말을 들은 노엘의 눈이 번쩍 빛나더니 이내 날카로운 시선이 함우민에게 꽂혔다.“설마... 날 풀어주러 온 거야?”함우민이 말했다.“노엘, 당신을 풀어주는 건 불가능해요. 주용화를 죽이려 한 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아요. 하지만 고윤택을 납치한 건 당신의 실수예요. 내가 봐준다 해도 연태훈은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노엘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럼 풀어주러 온 것도 아닌데 여기엔 왜 온 거야?”함우민이 말했다.“알려주러 왔어요. 당신이 그렇게 많은 함정을 깔아놓았지만 주용화는 결국 살아남았다고요. 당신은 아들의 복수에 실패했어요.”노엘의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눈빛이 순식간에 흉악하게 일그러졌다.함우민이 이어 말했다.“당신을 풀어줄 수는 없지만, 죽기 전에 아들의 복수를 할 기회는 만들어줄 수 있어요.”노엘이 차갑게 함우민을 노려봤다.“내가 뭘 해주기를 바라는 거야?”함우민이 고개를 저었다.“나를 위해서 뭘 해주는 게 아니라, 당신이 자기를 위해서 하는 거예요. 난 그저 제안을 하는 거고 따를지 말지는 당신이 결정하면 돼요.”노엘이 대답했다.“말해 봐.”함우민이 말했다.“당신은 곧 심문을 받게 될 거예요. 고윤택 납치 사건을 전부 주용화한테 뒤집어씌워요. 이 모든 게 주용화의 자작극이었다고. 일부러 고윤택을 구하러 가는 척하고 크게 다쳐서 하지율의 신뢰와 호감을 얻으려 했다고 말하면 돼요.”노엘은 그 말을 듣더니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주용화가 내 아들을 죽였는데, 내가 왜 주용화의 말을 듣겠어. 네가 지어낸 얘기는 너무 유치해. 이렇게 허점투성이인 얘기를 누가 믿을 것 같아?”함우민이 살짝 웃더니 말을 이었다.“믿고 싶은 사람은 허점투성이라도 믿을 거예요. 안 믿고 싶은 사람은 진짜여도 트집을 잡고요. 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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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8화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즈음, 수술실 문이 열렸다.단종건이 잔뜩 지친 얼굴로 밖으로 걸어 나오자 하지율, 유민재, 김경환이 곧장 단종건의 앞으로 다가갔다.하지율이 조급하게 물었다.“어르신, 화야 씨 상태는 어때요?”단종건이 웃으며 말했다.“이 녀석, 살겠다는 의지가 아주 강해. 원래 체력도 괜찮은 편이고. 당장 생명에 큰 위험은 없다.”세 사람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한숨을 돌렸다.“하지만.” 단종건이 바로 말을 이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내상도 심해. 다리에 총상도 있고 화상도 있어. 무엇보다 큰 건 폭발로 남은 상처인데... 지금은 급한 불부터 껐어. 앞으로 합병증이 생기는지 봐야 해.”유민재가 웃으며 말했다.“저희는 믿어요. 어르신이 계시니까 주용화 씨는 절대 문제없을 거예요.”단종건이 유민재를 힐끗 보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아부하지 마. 지율이 얼굴 봐서 이 녀석을 살린 거지, 아니었으면 모르는 척했을 거다.”김경환이 급히 말을 이었다.“맞는 말씀입니다, 어르신.”단종건이 다시 말했다.“며칠은 중환자실에서 먼저 지켜봐야 할 거야. 상태가 안정되면 그때 일반 병실로 옮기고.”이어 단종건은 주의 사항을 몇 가지 더 당부한 뒤 자리를 떴다.주용화는 당장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앞으로의 치료는 더욱 전문적이고 계획적이어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술실 문이 열리고 주용화가 밖으로 밀려 나왔다.눈을 감은 주용화의 얼굴은 아무 표정도 없이 고요했다. 그 평온한 표정은 마치 잠든 사람 같았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하지율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주용화는 하지율과 고윤택을 구하려다 지금 이 모양이 되었다.만약 주용화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앞으로 하지율은 어떻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연씨 가문으로 돌아온 뒤로 주용화가 항상 하지율의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주고 도와줬다.어쩌면, 주용화가 없었으면 지금의 하지율도 없었을 거다.주용화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하지율과 유민재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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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9화

하지율과 고지후는 연상진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연상진 같은 사람과 말을 섞는 건 품위 떨어지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하지율이 연태훈을 바라봤다.“아버지가 일부러 저를 찾으러 오신 거면 중요한 일이겠죠?”연태훈이 말했다.“재영아, 영상 보여줘라.”연재영이 하지율 손에 핸드폰을 쥐여줬다.하지율이 화면을 켜자 노엘을 심문하는 영상이 재생됐다.영상 초반의 노엘은 완강했다. 연씨 가문 사람들이 뭘 물어도 입을 꾹 다문 채 침묵하며 버텼다.결국 연태훈의 인내심이 바닥나자 연재영은 사람을 시켜 더 잔혹한 수단을 썼다.노엘은 한동안 겨우 버티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주용화라는 놈이 그러더라. 노엘슨을 죽인 건 하지율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그게 아니라면 경호원 주제에 무슨 원한이 있어서 노엘슨을 죽이겠어. 그놈은 나한테 충성한다고 맹세하고 하지율 몰래 나랑 손잡고 고윤택 납치에 협조했어. 그러고는 일부러 혼자 고윤택을 구하러 온 척했지. 그래야 의심을 벗으면서 연씨 가문이 빚을 지게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나는 내 아들을 죽인 놈의 말을 믿지 않아. 그래서 주용화의 말에 장단 맞춰주는 척하면서 주용화와 고윤택을 모두 죽일 생각이었어. 결국 죽을 뻔했다며? 하하하. 정말 속이 시원하네!”연태훈은 노엘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아니었다. 더 캐묻기 위해 심문을 이어가려던 때, 노엘이 갑자기 벽에 머리를 박고 자살해 버렸다.연태훈과 연재영은 동시에 굳어버렸다.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연상진과 연정미는 심문 과정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그저 연태훈이 표정을 잔뜩 굳힌 채 하지율의 행적을 묻는 모습만 봤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하지율이 고윤택의 곁을 지키지 않은 것 때문에 연태훈이 화가 난 줄 알았다.그런데 이게 진짜 이유라니.노엘이 한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더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미 죽어 버렸으니까.하지만 사람은 죽기 전에 진실을 내뱉는 편이다.죽는 것도 두렵지 않은 사람이, 진실을 얘기하는 게 뭐가 무섭겠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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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0화

처음엔 연태훈과 연재영은 하지율 곁에 남자 하나 붙어 있는 게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율의 관심이 분산될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주용화가 하지율 곁에 붙어 있을수록 하지율의 관심이 흩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연씨 가문과의 관계가 점점 더 틀어졌다.주용화가 이간질한 것이 틀림없었다.게다가 주용화는 하지율을 위해 몇 번이고 사람을 다치게 했기에 연태훈과 연재영은 진작부터 주용화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었다.어떻게든 내칠 핑계를 찾고 있었는데 이번 일이 딱 좋은 명분이 된 것이었다.그 말을 들은 김경환이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유민재가 김경환의 팔을 잡아끌더니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나서지 마.’하지율이 입을 열었다.“노엘이 한 말, 이상하지 않아요? 윤택이를 납치할 생각이었다면 당연히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죠. 주용화 씨가 먼저 윤택이를 납치하자고 제안한 거라면, 주용화 씨는 노엘이 M국에 온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연태훈과 연재영이 동시에 멈칫했다.그러자 연상진이 재빨리 끼어들었다.“노엘이 M국에 오기 전부터 서로 연락하고 있었겠지. 주용화가 납치에 협조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노엘이 M국에 온 거고.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고윤택을 납치하는 데 성공했겠어?”연상진의 설명은 꽤 그럴듯했다.하지율이 연상진을 한번 바라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노엘 말이 맞아요. 노엘슨을 죽인 건 내가 시킨 거예요. 그 인간이 내 방에 침입해서 나한테 못된 짓을 하려고 했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내가 자기를 유혹했다고 뒤집어씌우려 했거든요. 그런 인간에게는 살아 숨 쉬는 공기도 아까워요.”연재영이 미간을 찌푸렸다.“지율아, 아무리 주용화를 위해 해명하고 싶다고 해도 말이 되는 변명을 해야지. 우리도 알아. 넌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일 사람이 아니라는 걸.”하지율이 웃으며 되물었다.“무고해요? 노엘슨이 무고하다고요? 그 인간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괴롭혔는데요. 얼마나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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