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금 연정미는 손씨 가문이 흔들리자마자 대놓고 손형서의 것을 가로채려 들고 있었다.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연정미는 손형서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였다.그런데도 연정미는 손형서를 조금도 배려하지 않고 손형서의 기분 따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 순간, 손형서의 속에서 증오가 들끓기 시작했다.연정미의 인생은 너무 순탄했다.똑같은 사생아인데도 연정미는 어릴 때부터 화려한 시기를 보냈다.반면 손형서와 손형원은 사생아라는 이유만으로 쥐처럼 숨어 살아야 했다.비웃음당하는 건 기본이었고 정실 자식들 앞에서는 고개도 못 들고 늘 숨어 다녀야 했다.같은 사생아였는데도 왜 연정미만 저렇게 높은 곳에 서서 여신 행세를 할 수 있는 걸까.이 순간, 하지율을 향한 증오는 이미 흩어져버렸다.낯선 사람에 대한 증오보다는, 자신을 배신한 가까운 사람을 향한 증오가 더욱 강했다.손형서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증오를 억지로 눌러 삼킨 뒤 겨우 웃음을 짜냈다.“물론이죠. 정미가 뭘 좋아하는지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주용화가 웃었다.“고마워요, 손형서 씨. 커피는 내가 살게요.”커피를 마신 뒤, 두 사람은 근처 쇼핑몰로 갔다.손형서는 일부러 연정미가 싫어할 선물을 고르진 않았다.그건 너무 저급한 수단이다.대신 연정미가 정말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은 모르고 오직 자기만 아는 걸 골랐다.손형서가 주용화를 보며 말했다.“화야 씨, 이 선물은 정미가 분명 좋아할 거예요. 원래 저랑 연정미만 아는 비밀이거든요. 제 오빠도 몰라요.”손형원 얘기가 나오자 주용화가 물었다.“손형서 씨는 지금도 손형원 씨랑 연정미 씨를 이어주고 싶어요?”손형서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치듯 지나갔다.손형서는 씁쓸하게 웃었다.“이제 오빠는 권력도 예전 같지 않고 크게 다치기까지 했잖아요. 정미한테는 안 어울려요. 연정미는 워낙 뛰어난 사람이니까,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죠.”주용화가 말했다.“손형원 씨가 약해졌으니 예전부터 연정미를 좋아하던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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