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391 - Chapter 1400

1432 Chapters

제1391화

차라리 이 틈에 어떻게 수습할지 생각하는 편이 나았다.연정미는 점점 차분해졌다.손형서를 쳐다본 연정미는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기자들은 욕실 쪽으로 몰려갔다. 욕실 문이 잠겨 있는 걸 본 기자들은 다 같이 문을 밀어 열어젖혔다.그런데 안의 광경을 보는 순간 모두가 다시 얼어붙었다.손형원은 확실히 욕실 안에 있었다. 하지만 옷을 입은 채 욕조 안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문이 열리자마자 싸늘한 냉기가 얼굴을 덮쳤다.욕실 안은 너무 차가워서, 기자 몇 명은 참지 못하고 연달아 재채기를 했다.“에취!”손형원은 욕조에 기댄 채, 밤새 차가운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던 탓에 얼굴이 거의 투명할 정도로 창백했다.눈을 감고 있던 손형원은 소리를 듣고 천천히 눈을 떴다.욕실 문 앞에 빼곡히 선 기자들을 보자 손형원의 눈에 차가운 기운이 번졌다.“나가.”목소리는 이미 쉬었고 너무 쇠약해서 카리스마라고는 거의 없었다.그런데도 기자들은 동시에 움찔했다. 숨조차 편하게 쉬지 못할 정도로 공기가 얼어붙었다.카메라를 들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손형원을 향해 셔터를 누르지 못했다.그들은 잠깐 잊고 있었다.손형원이 아무리 입지가 흔들린다 해도 여전히 가주급 인물이라는 걸.손형원은 수단이 잔인하기에 손형원을 건드린 사람은 좋은 결말을 본 적이 전혀 없었다.기자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다가 결국 줄행랑치듯 방을 빠져나갔다.약기운이 거의 빠진 걸 느낀 손형원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옷자락을 따라 바닥으로 줄줄 흘렀다.욕조에 너무 오래 몸을 담그고 있었던 탓에 손형원은 온몸의 근육이 굳고 감각도 무뎌져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다.그때 손형서가 조심스럽게 손형원을 부축했다.손형서는 찔리는 게 있는 사람처럼 고개를 숙인 채 손형원 눈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오빠.”손형서는 손형원이 왜 연정미를 덮치지 않고 밤 내내 찬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손형서에게 닿은 손형원의 눈빛은 차갑고 매정했다. 손형원은 그저 세 글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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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2화

김경환이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런데 손형원은 연정미 씨에게 실제로 뭘 하진 않았잖습니까. 확실한 물증도 없는데... 정말 괜찮겠습니까?”주용화는 담담했다.“예전에 단성훈이 지율 씨를 함정에 빠뜨릴 때도 아무 증거 없었어. 그래도 사람들은 전부 믿었지.”김경환이 순간 멈칫했다.주용화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순히 손형원과 연정미 사이를 틀어지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다.예전에 하지율이 당했던 굴욕까지 전부 되갚아주려는 거였다.김경환이 말했다.“손형서는 아직이네요. 일을 완전히 성공시키지도 못했으니 말입니다. 연정미 씨한테도 약을 썼다면 우리 쪽이 훨씬 유리했을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주용화는 고개를 저었다.“남자가 원하지 않으면 약을 먹었든 목에 칼이 들어왔든 상대를 건드리지 않아. 연정미 씨가 약에 당했는지 아닌지는 이번 일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나도 확인하고 싶은 게 하나 있었고.”주용화는 늘 그렇듯 속을 읽기 어려웠다.오랫동안 주용화의 곁에 붙어 있던 김경환조차도 가끔은 주용화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으니까 말이다.김경환이 본능적으로 물었다.“확인하셨습니까?”주용화의 검은 눈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이미 확인했어.”주용화는 그게 뭔지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김경환도 감히 더 묻지 못했다.“그럼 바로 유민재 씨 쪽에 지시하겠습니다. 다만... 손형원, 연씨 가문, 단씨 가문이 한꺼번에 나서서 여론을 눌러버리면 퍼뜨리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여긴 L국이 아니다. 그들이 모든 걸 완전히 쥐고 흔들 수 없었다.주용화가 말했다.“일반인들이 아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이 바닥 사람들만 알면 그걸로 충분해요. 일반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예전 방법으로 가면 되지.”김경환은 몸놀림은 좋았지만 두뇌 회전은 유민재만큼 빠르지 않았다.그래서 주용화의 뜻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주 대표님, 말씀하신 예전 방법이라는 건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주용화가 김경환을 힐끗 봤다.“평소 놀고먹기 좋아하는 재벌 2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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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3화

김경환은 머쓱하게 웃었다.“그게... 주 대표님이 짚어주셔서 겨우 알아차렸습니다.”유민재가 말했다.“그랬군요... 주 대표님 곁에서 많이 배우세요. 저희가 더 익혀야 할 건 아직 많습니다.”...모든 일은 과연 주용화가 말한 대로 흘러갔다.온라인에 연정미와 손형원의 이야기를 풀자마자, 게시물은 삭제되거나 계정이 정지됐다.간신히 살아남은 글조차도 근거 없는 망상 글 취급당할 뿐이었다.손형원의 손은 생각보다 더 길었다.손형원이 온라인에 내지 말라고 하면 정말 한 줄도 제대로 뜨지 않았다.덕분에 인터넷은 여전히 평온했다.단보현과 연정미를 응원하는 팬도, 손형원과 연정미를 응원하는 팬도 예전처럼 활동하고 있었다.그런데 상류층 안에서는 다른 소문이 슬금슬금 퍼지기 시작했다.한 룸 안.맨날 술이나 마시고 여자나 끼고 노는 재벌 2세 몇 명이 모여 허세 섞인 수다를 떨고 있었다.“뭐? 연정미랑 손형원이 사귄다고?”맞은편의 남자는 술을 크게 들이마시고,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같이 호텔방 들어갔다고 무조건 사귀는 건 아니지... 그냥 자고 나왔을 수도 있지.”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웃었다.“그냥 자고 나왔다고? 차라리 호텔방에서 순수하게 밤새 수다만 떨었다고 하지 그래?”처음 이야기를 꺼낸 남자가 트림을 한 번 하더니 좌우를 둘러봤다. 그리고 룸 안이 전부 자기 편이라는 걸 확인한 뒤에야 목소리를 낮추고 얘기했다.“내가 진짜 말해줄게. 내 친구 하나가 그날 마침 손화 그룹 호텔에 방 잡고 있었거든.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다가 손형서랑 단보현을 봤대. 그런데 조금 있다가 기자들까지 우르르 올라가더래. 내 친구도 궁금해서 몰래 따라갔는데, 걔가 뭘 봤는지 알아?”몇 사람이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뭘 봤는데?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봐!”그가 더 뜸 들이지 않고 속삭였다.“손형원이랑 연정미가 호텔방에 같이 있었대. 심지어 단보현이 직접 그 현장에 들이닥친 거지. 기자들도 증거 사진을 다 찍었는데 손형원이 바로 틀어막았대.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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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4화

모두가 고개를 숙여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봤다.영상 속에는 정말로 단보현과 손형서의 모습이 잡혀 있었다.잠시 뒤, 기자 무리가 우르르 엘리베이터로 뛰어 들어가는 장면도 보였다.그다음은 그가 떠벌린 이야기와 거의 같았다.기자들은 연정미에게 몰려가 손형원과 하룻밤을 보냈냐고 캐물었다.그리고 또 우르르 욕실 쪽으로 밀고 들어갔다.이 영상을 촬영한 사람도 들킬까 봐 겁이 났는지 그 뒤로는 더 바짝 따라붙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호텔방을 빠져나왔다.그 뒤엔 단보현과 연정미도 자리를 떴다.그런데 영상을 찍은 사람은 떠나지 않고 어두운 곳에 숨어 대기했다.영상이 짜깁기라는 의심을 피하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부분도 녹화하고 있었다.다만 시간을 줄이려고 그 부분은 10배속으로 빨리 돌려놨다.얼마나 지났을까.이번에는 손형원과 손형서가 방에서 나오는 장면이 찍혔다.손형원은 샤워를 막 끝낸 사람처럼 젖은 머리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화면이 한번 흔들리더니 그대로 까맣게 꺼졌다.방금 전까지 시끌벅적하던 룸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다들 서로를 쳐다보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드러냈다.처음에는 다들 이 남자가 술 취해서 허풍을 떠는 줄만 알았다.솔직히 손형원과 연정미 사이에 뭐가 있었으면 진작 있었지, 이제 와서 갑자기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연정미가 예전의 손형원도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지금 위태로운 손형원을 바라볼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그런데 연정미와 손형원이 정말 잤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폭로하던 남자가 트림을 한번 하더니 계속 떠들었다.“너희 진짜 웃긴다. 연정미를 무슨 고고한 성녀처럼 떠받들더니. 연정미가 뒤에서 얼마나 문란한지 누가 알겠어? 생각을 해봐. 연정미가 손형원한테 뭔가 내주지 않았으면, 손형원이 왜 연씨 가문에 그렇게까지 퍼줬겠냐고. 그 계약들은 하나당 몇조의 수익이 나는데. 아무리 연정미를 좋아한다고 해도, 좋아하는 그 마음만으로 몇조씩이나 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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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5화

그 재벌 2세들 옆에 앉아 있던 여자들도 몰래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이건 당장 절친들 단톡방에 풀어야 할 특종이었다....그렇게 연정미와 손형원이 한 호텔방에서 함께 잤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처음 소문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그렇게 과장되진 않았다.그냥 연정미와 손형원이 호텔방에 있었고 단보현이 그 호텔방에 들이닥쳐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걸 확인했다는 정도였다.하지만 원래 소문이라는 건 많은 사람을 거칠수록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하는 법이다.그리고 지금, 연정미가 쌓아 올린 좋은 이미지도 산산조각 나 있었다.예전의 티 하나 없이 완벽하고 고결한 이미지와는 완전히 반대였다.사람들은 연정미가 아주 가볍고 문란한 여자인 듯 떠들었다.물론 연정미는 원래 평판도 좋고 인간관계도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연정미를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특히 연정미를 좋아했다가 차인 남자들 중에는 이 기회에 미친 듯이 연정미를 깎아내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없는 말도 지어낼 정도였다.“연정미가 평소에는 나 쳐다도 안 보는 척했지? 근데 침대에선 엄청 뜨거웠다니까. 먼저 달려든 것도 늘 걔였고.”“너희는 몰라. 걔 욕구가 얼마나 센지, 또 얼마나 화끈하게 노는지. 손형서 알지? 연정미랑 손형서는 원래 남자도 같이 돌려 쓰는 사이야.”“걔 몸에 작은 점 하나 있는 거 알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니까.”“와, 세상에. 연정미, 평소에는 완전 고고한 척하더니, 뒤에서는 그렇게 놀고 있었다고?”사석에서 연정미를 향한 희롱이 쏟아졌다.소문이 이상하게 퍼지자, 연정미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몇몇 재벌 2세들은 나쁜 마음을 먹기 시작했다.그들은 연정미를 찾아가 연정미를 희롱하고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내뱉었다.연정미는 그 자리에서 상대의 뺨을 후려쳤다.그러자 상대는 적반하장으로 소리쳤다.“고고한 척하기는! 여러 남자랑 붙어먹은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자기가 대단한 재벌가 딸인 줄 알아? 퉤!”남자가 진심으로 연정미 얼굴에 침을 뱉었다.연정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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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6화

여전히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연정미의 말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사실 굳이 따져 볼 것도 없었다.손형서에게 한 번 제대로 당한 뒤부터 연정미는 뒤에서 자신을 진짜로 흔드는 사람이 주용화라는 걸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손형서에게 그런 머리나 계략이 있을 리가 없었고 누군가가 뒤에서 부추겼다고 보는 게 맞았다.처음에는 손형원이 판을 뒤집으려고 일부러 흔드는 건지 의심했지만 그날 상황을 보고 나니 손형원이라는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손형원이 아니라면 남는 건 주용화뿐이었다.게다가 그 선물은 손형서가 주용화 대신 골라 준 거였다. 그게 자꾸 마음에 걸렸다.연정미가 시선을 떼지 못하자 주용화는 눈썹을 살짝 올리더니 굳이 시치미를 떼지도 않고 말로 빙빙 돌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인정했다.“네. 저 맞아요.”연정미는 주용화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왜요? 왜 저한테만 이래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그러자 주용화가 되물었다.“하지율 씨는 연정미 씨를 따르던 남자들한테 뭘 잘못했나요? 그 사람들은 왜 하지율 씨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였죠?”잠깐 멍해졌던 연정미가 곧바로 의미를 알아차렸다.“하지율 씨가 당한걸... 저한테 그대로 되갚는 거예요?”연정미는 웃음이 나올 만큼 어이가 없어서 목소리가 떨릴 정도로 얇아졌다.“그러니까... 하지율 씨가 겪은 일을 제 몸으로 한 번 더 겪게 하겠다는 거예요?”주용화는 감정 없는 얼굴로 말했다.“대충 그렇죠.”연정미는 주먹을 꽉 쥐었고 목소리도 저절로 높아졌다.“왜요? 대체 왜 제가 당해야 하죠? 저는 하지율 씨를 겨냥해서 뭘 한 적도 없어요. 왜 그 모든 걸 제 탓으로 돌리세요?”마지막 한 마디의 끝에는 연정미도 모르게 부서질 듯한 기색이 비쳤다.그러자 주용화가 담담하게 받아쳤다.“연정미 씨가 남자들을 잘 관리도 못 해서, 그 사람들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하지율 씨를 계속 다치게 했잖아요. 그 사람들이 한 짓이 연정미 씨랑 무관이라면 제가 하는 일도 하지율 씨랑 무관한 거죠. 이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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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7화

그러자 연정미가 말했다.“말해 보세요.”주용화가 담담하게 말을 이어 갔다.“연정미 씨가 가진 지분을 전부 지율 씨에게 넘기고, 그 뒤로는 연경 그룹에 발도 들이지 마세요. 그러면 연씨 가문과 지율 씨 사이의 원한도, 앞으로는 연정미 씨와 무관해집니다.”연정미는 그 말에 목소리가 뚝 끊겼다.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연정미가 겨우 입을 열었다.“미안하지만 그건 못 해요. 연씨 가문 사람으로서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살길만 찾겠다고 가문을 버릴 순 없어요.”주용화는 그럴싸한 핑계를 들을 마음이 없었기에 차갑게 말했다.“선택지는 줬습니다. 거절할 거면 더는 억울한 척, 무고한 척하지 마세요.”연정미가 뭐라 더 말하려는 순간, 주용화는 기회를 주지 않고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회의실의 공기가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연씨 가문 사람들도 연정미 관련 소문을 조금 전에야 들었다. 소문에 엮인 당사자들이 전부 이 바닥 최상위 재벌가 자제들이니, 누가 뒤에서 떠들어도 정작 당사자 앞에서 입에 올릴 수는 없었고, 그래서 한 바퀴, 두 바퀴 돌고 돌아서야 연씨 가문 귀에 들어온 모양이었다.연재영은 소문을 듣자마자 바로 사람을 붙여 확인을 지시했다. 소문이라는 건 퍼지는 동안 계속 덧칠돼 결국 현실과 완전히 딴판이 되기 마련인데, 이 정도로 번졌다는 건 애초에 꽤 오래 굴러다녔다는 뜻이었다.하지율도 급히 불려 와 회의실 한쪽에 앉아 있었다. 오는 길에 하지율도 최근 무슨 일이 터졌는지 사람을 시켜 대강 훑어보게 했다.회의실에는 연정미만 없었다.연정미는 전화를 받았을 때 저택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누군가가 침까지 뱉는 바람에 씻고 옷을 갈아입느라 시간을 잡아먹었다. 그래서 연정미가 제일 마지막에 도착했다.그때 누군가가 회의실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연재영은 당연히 연정미가 온 줄 알고 말했다.“들어와.”문이 열렸는데, 들어온 사람은 연정미가 아니라 주용화였다.하지율이 의아하게 물었다.“화야 씨,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하지율이 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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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8화

말을 끝내고 연정미는 주용화를 똑바로 바라봤다. 주용화의 표정에서 분노든, 당황이든,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기색을 끌어내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정작에 주용화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주용화는 놀라지도 않고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아, 아까 그 말은 일부러 그렇게 한 거였어요.”연정미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아니에요. 화야 씨는 다 진심이었어요. 그냥 화야 씨가 한 말까지 같이 녹음해 둔 것뿐이죠. 말하자면 이 방법도 화야 씨한테서 배웠어요. 누구나 알잖아요. 화야 씨가 제일 좋아하는 게 녹음이라는 걸 말이죠.”연정미는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말로만 들으면 믿기 어렵죠. 직접 들려드릴게요. 지금 녹음 틀겠습니다.”연정미는 연씨 가문에 들어와 주용화를 보는 순간부터 이미 녹음을 켜 두고 있었다. 이 일이 주용화가 한 짓이라면 증거를 남겨 두는 게 당연했다.곧 연정미와 주용화의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화야 씨가 한 거 맞죠?”“맞아요. 제가 했습니다.”회의실은 숨소리조차 죽은 듯 고요했고, 휴대폰에서 울리는 두 사람의 대화만 또렷하게 퍼졌다.연정미는 녹음이 재생되는 내내 주용화와 거리를 두었다. 휴대폰을 빼앗겨 증거가 사라질까 봐서였다.그런데도 주용화는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다 듣고 난 뒤에도 여전히 태연했다. 겁먹은 기색도, 변명도 없었다.“쿵!”누군가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연재영의 얼굴이 시퍼렇게 굳어 있었다. 연재영이 주용화를 노려보며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내뱉었다.“연정미를 모함한 게 화야 씨였어요?”하지율이 입을 열려는 순간, 주용화가 하지율의 팔을 가볍게 눌러 막았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제가 했으면 어쩔 건데요? 단성훈이 예전에 지율 씨한테 했던 짓, 그대로 연정미 씨한테 돌려준 것뿐입니다.”그러자 연재영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단성훈과 지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은 아직 확실치도 않아요. 게다가 정미는 그때 일도 몰랐어요. 화야 씨가 하지율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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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9화

손형원 일당은 하지율을 그렇게 망가뜨려 놓았지만 연씨 가문은 연정미를 범인 심문하듯 몰아세운 적이 없었다.게다가 하지율은 보디가드 하나 제대로 단속 못 한 것뿐이지, 하지율이 그리 크게 잘못한 건 없었다.연씨 가문 사람들은 주용화의 말 몇 마디에 그대로 입이 막혔다. 늘 억지 논리로 우기던 연상진조차 이번만큼은 말문이 막힌 모습이었다.방금 녹음에 담긴 말들은 못 들은 척할 수 있어도, 하지율이 바로 앞에 있는데 대놓고 내로남불을 할 수는 없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마침내 연태훈이 입을 열었다.“네가 정미를 모함한 게 맞다고 인정했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지. 밖에 나가서 네가 한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정미에게 사과해라. 그러면 이 일은 더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 대신 너는... 더이상 지율이 곁에 있을 수 없어.”그 말이 떨어지자, 연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이 일제히 굳었다.“아버지!”아마도 처벌이 너무 가벼운 모양이었다.연재영은 가족들 반응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연정미를 바라봤다.“정미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연정미의 얼굴에는 이런 처벌이 가볍다는 원망이나 불만도 없었다. 대신 오히려 조용히 말했다.“아버지의 뜻대로 하시면 돼요.”연정미는 감히 주용화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주용화가 주씨 가문 가주라는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연태훈조차 함부로 벌을 내릴 수 없게 될 터였다.그러니 차라리 여기서 한발 물러나는 편이 나았다. 그러면 아버지와 오빠들이 자기 편이 되어 주고, 하지율에게도 감정의 빚을 하나를 만들어 둘 수 있으니까 말이다.연정미가 그렇게 말하자 연태훈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장 급한 건 소문을 잠재우는 일이었고 주용화를 너무 궁지로 몰아넣는 건 득이 아니었다. 주용화가 일단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만 인정해 주면, 뒤처리는 얼마든지 가능했다.그런데 주용화가 피식 웃었다.“저는 지율 씨의 보디가드인데, 공개적으로 연정미를 모함했다고 인정하면 그게 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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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0화

연정미는 주용화의 뻔뻔함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이런...’하지율도 결국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손형원이 예전에 벌여 놓은 그 말장난이 주용화 손에 들어가더니 완전히 뒤틀려 버렸다.그건 남의 길을 빼앗고 남은 길조차 없게 만들어 버리는 꼴이었다. 손형원이 예전에 뱉었던 말들이 이제는 그대로 데자뷔가 되어 연정미에게 꽂히고 있으니 손형원이 이걸 알면 과연 후회하지 않겠는가.연씨 가문 사람들도 역시 주용화의 변명에 얼얼해진 채 말을 잃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연상진이 주용화를 손가락질하며 으르렁댔다.“뻔뻔한 놈은 많이 봤어도 화야 씨처럼 뻔뻔한 놈은 처음 보네요! 농담이라고요? 화야 씨가 뭐라고 우리랑 농담해요? 녹음 증거가 남으니까 이제 와서 장난이었다고요? 그걸 누가 믿겠어요? 더는 발뺌하지 마세요. 정미를 모함한 범인은 화야 씨라고요!”하지만 주용화는 전혀 들은 척도 안 했다.“연상진 씨, 무슨 그런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손형원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장난치고도 멀쩡했는데, 저는 왜 안 되는 거죠? 그리고 세상에는 그런 말이 있잖아요. 주장하는 쪽이 곧 입증하는 거라고요.”주용화가 사람들을 천천히 훑었다.“저는 그냥 말장난을 친 것뿐인데, 그 녹음 한 줄로 제가 한 짓이라고 단정하시면... 경찰이 그걸 믿을까요? 제가 보디가드라서 만만합니까? 저도 사람이고, 저도 권리가 있어요. 연씨 가문이 설마... 희생양 하나 필요해서 사람 목숨을 가볍게 보려는 건 아니겠죠?”주용화의 그래서 어쩌라는 듯한 무심한 태도에 연상진과 연상준, 그리고 연정미 셋은 속이 뒤집혀 내상이 날 것만 같았다.무슨 짓이든 품위 있게 하던 가주가 저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구는 건, 누구도 예상 못 한 그림이었다.연태훈조차 잠깐 멍해졌다.이게 정말 주용화가 한 짓이라서 발을 빼는 건지, 아니면 하지율을 위해 일부러 이런 판을 짜서 말로 갚는 복수를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감이 안 왔다.하지만 어느 쪽이든 연씨 가문은 말 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그들이 예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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