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윤택이 엄마잖아. 난 굳이 무슨 수를 쓰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계속 이렇게 도를 넘으면... 나도 부부로서의 정을 지켜주지 않을 거야.”하지율은 점점 굳어가는 고지후의 얼굴을 바라보며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환히 웃었다.“봐, 임채아 얘기만 나오면 당신은 꼭 급소라도 맞은 사람처럼 반응하잖아. 고지후 씨, 사람은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어.”“이혼하기 싫대도 괜찮아. 하지만 앞으로 임채아와는 다시는 만나서도, 연락해서도 안 돼. 설령...”그녀는 붉은 입술을 살짝 열었다.“설령 그 여자가 죽는다 해도 가서 얼굴 봐서는 안 돼.”고지후의 짙은 눈매가 가늘게 좁혀지며 차갑고 음침한 기운이 피어올랐다.“하지율, 정말 나랑 끝까지 맞서 보겠다는 거야?”하지율은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내 조건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 같네. 그럼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고.”그렇게 하지율은 그를 스쳐지나 걸음을 옮겼다.이번에는 고지후도 그녀를 막아서지 않았다....하지율은 더 이상 고윤택의 입원 문제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지후 역시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일주일쯤 지난 어느날 오후, 정시온이 학교에서 돌아오자 하지율에게 말했다.“지율 이모, 오늘 윤택이 형이 유치원에 왔어요. 아저씨랑 그 나쁜 이모가 같이 데려다줬어요.”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하지율은 그 말을 듣고 손이 잠시 멈췄다.예전에는 고윤택에게 깜짝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어서 고지후에게 함께 등하원을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마다 고지후는 ‘바빠, 혼자 다녀와’라는 말로 대충 넘겼었다.고윤택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그는 단 한 번도 함께 등하원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임채아와는 그렇게 열심히 다니는 모양이었다.‘역시...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거지.’하지율은 요즘 일부러 정시온의 등하원을 챙기지 않았다.고지후와 고윤택, 임채아를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시온이 혹여 섭섭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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