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31 - Chapter 140

149 Chapters

제131화

“넌 윤택이 엄마잖아. 난 굳이 무슨 수를 쓰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계속 이렇게 도를 넘으면... 나도 부부로서의 정을 지켜주지 않을 거야.”하지율은 점점 굳어가는 고지후의 얼굴을 바라보며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환히 웃었다.“봐, 임채아 얘기만 나오면 당신은 꼭 급소라도 맞은 사람처럼 반응하잖아. 고지후 씨, 사람은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어.”“이혼하기 싫대도 괜찮아. 하지만 앞으로 임채아와는 다시는 만나서도, 연락해서도 안 돼. 설령...”그녀는 붉은 입술을 살짝 열었다.“설령 그 여자가 죽는다 해도 가서 얼굴 봐서는 안 돼.”고지후의 짙은 눈매가 가늘게 좁혀지며 차갑고 음침한 기운이 피어올랐다.“하지율, 정말 나랑 끝까지 맞서 보겠다는 거야?”하지율은 담담하게 말했다.“보아하니 내 조건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 같네. 그럼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고.”그렇게 하지율은 그를 스쳐지나 걸음을 옮겼다.이번에는 고지후도 그녀를 막아서지 않았다....하지율은 더 이상 고윤택의 입원 문제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지후 역시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일주일쯤 지난 어느날 오후, 정시온이 학교에서 돌아오자 하지율에게 말했다.“지율 이모, 오늘 윤택이 형이 유치원에 왔어요. 아저씨랑 그 나쁜 이모가 같이 데려다줬어요.”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하지율은 그 말을 듣고 손이 잠시 멈췄다.예전에는 고윤택에게 깜짝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어서 고지후에게 함께 등하원을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마다 고지후는 ‘바빠, 혼자 다녀와’라는 말로 대충 넘겼었다.고윤택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그는 단 한 번도 함께 등하원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임채아와는 그렇게 열심히 다니는 모양이었다.‘역시...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거지.’하지율은 요즘 일부러 정시온의 등하원을 챙기지 않았다.고지후와 고윤택, 임채아를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정시온이 혹여 섭섭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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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정시온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놀란 눈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이모,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정말 저랑 같이 가주실 거예요?”하지율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이번에는 이모가 같이 가줄게.”정시온은 순식간에 하지율의 다리를 꼭 안아버렸다. 얼굴에는 감격스러움이 가득했다.“이모, 이모는 정말 최고예요!”그렇게 기뻐서 껑충껑충 뛰는 정시온을 바라보며 하지율의 마음에는 말로 다 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밀려들었다.고윤택은 자신이 창피하다는 이유로 유치원에서 열리는 부모 참여 행사조차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다.반면 정시온은 조심스레 의견을 묻고 하지율이 허락하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이 얼마나 극명한 차이인가.하지율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시온아, 정말 이모가 같이 가는 거 괜찮겠어?”정시온의 얼굴이 순간 시무룩해졌다.“...이모, 혹시 가기 싫으세요?”“그건 아니야.”하지율이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덧붙였다.“혹시 말이야... 이모랑 가는 게 창피하지는 않을까?”그러자 정시온은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이모가 이렇게 예쁜데 왜 창피해요!”“그래도 혹시 결과가 안 좋으면...”그러나 정시온은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단호하게 잘랐다.표정에는 진지함이 가득했다.“이모가 저랑 같이 가주시기만 해도 저는 정말 기뻐요.”그러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저한테는 엄마도 없고 아빠도 늘 바쁘셔서 유치원 활동에 한 번도 함께 와주신 적이 없어요. 그래서 그럴 때마다 아픈 척하고 결석했어요.”“맨날 생각했어요. 나도 엄마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 말 잘 듣고 화도 안 나게 하고 싶다고요. 주말에는 엄마랑 공원도 가고 놀이공원도 가고... 엄마랑 같이 스티커도 붙이고 그림도 그리고 잘 때는 엄마가 옆에서 동화책도 읽어주고 행사가 있을 때는 엄마가 꼭 함께 와주는 그런 날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예쁘지 않아도 돼요.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되고 단점이 많아도 괜찮아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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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윤택아, 미안해. 이모가 이따가 전신 검사를 받아야 해서 오늘은 여기 같이 못 있어. 내일 다시 올게.”“윤택아, 정말 미안해. 이모가 너랑 밤새 있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네 엄마가 나를 너무 싫어하셔서 그래. 내가 여기 있으면 너희 엄마는 더더욱 너 보러 오지 못할 거야...”할머니와 고모도 이틀 정도 병문안을 왔었지만 병원 환경이 불편하고 잠도 잘 못 잔다며 떠난 뒤로는 다시 오지 않았다.아빠는 일 때문에 바빴고 갑작스럽게 출장을 가면서 더 이상 곁에 있어 줄 수 없었다.결국, 집에서 일하던 서연화와 임연자가 번갈아 가며 아이를 돌봐주었다.그리고 그날 이후 엄마인 하지율은 한 번도 병원에 오지 않았다.전화 한 통도 없었다.임채아가 고윤택에게 말해주었었다.“너희 엄마가 이모를 너무 싫어해서 그래. 그런데 너는 맨날 이모랑만 붙어 있으니까 네 엄마가 너 안 보러 오는 거야.”사실 고윤택은 알고 있었다.엄마가 화가 난 건 자기가 먹으면 안 되는 걸 몰래 먹었기 때문이라는 걸.‘그저 조금 먹었을 뿐인데 엄마는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는 걸까? 알레르기 반응이야 어쩌다 일어난 실수인데 엄마가 너무 예민하게 군 거야.‘엄마의 그런 변화는 고윤택에게 크나큰 분노를 안겨주었다.그때, 유치원 선생님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끊었다.“우리 친구들, 발표회 신청서 다 썼지요?”“네!”아이들이 일제히 대답했다.“이제 장 선생님이 신청서 걷을 거예요. 혹시 변경사항 있으면 금요일 전에 꼭 다시 제출해 주세요.”이번 발표회는 아이들이 집에서 부모님과 상의한 뒤, 어떤 공연을 할지 신청서에 적어서 제출해야 했다.선생님은 아이들이 선택한 공연 항목을 보고 외부의 전문 심사위원들을 초청해 현장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이 나이대 아이들에게 현장 심사는 조금 가혹할 수도 있지만 이곳은 단순히 ‘즐기러 오는’ 유치원이 아닌 본격적으로 ‘교육받고 서로 경쟁하는’ 유치원이었다.이번 발표회 역시 아이들의 예술적 재능을 끌어내기 위한 일환이었다.수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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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정시온의 말에 고윤택은 그 자리에서 거의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격분했다.붉게 충혈된 눈으로 아이는 정시온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너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정시온은 깜짝 놀란 듯한 얼굴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윤택이 형, 왜... 왜 갑자기 그래?”하지만 고윤택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정시온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우리 엄마 다른 사람은 다 버려도 나만큼은 절대 안 버려! 너야말로 진짜 아무도 안 데려가는 놈이야!”이쪽에서 점점 커지는 소리에 주위의 다른 아이들도 하나둘씩 시선을 모았고 선생님들도 급히 달려왔다.“무슨 일이야? 무슨 일 생겼니?”그 순간,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붉어지더니 정시온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맞아, 난 진짜로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 아이야.”“윤택이 형, 난 엄마 없고 아빠는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그래서 지율 이모한테 같이 나가 달라고 부탁한 것뿐이야.”고윤택은 거의 미쳐버린 사람처럼 고함을 질렀다.“안 돼! 안 된다고 했잖아! 그분은 우리 엄마야! 내 엄마 돌려줘, 어서 돌려줘!”상황이 격해지자 선생님들은 급히 두 아이를 떼어놓았다.정시온과 고윤택은 유치원에서도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두 아이였다.선생님들이 잠깐 고개 돌려 신청서를 정리하던 사이에 또 싸움이 벌어진 것이었다.그동안 이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많은 일을 겪어봤지만 이렇게 격렬하게 다투는 아이들은 본 적이 없었다.선생님들은 그야말로 머리가 지끈거렸다.결국 두 아이의 보호자들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직접 유치원으로 오게 했다.마침 그때 고지후는 막 비행기에서 내린 참이었다.전화 통화를 마치자 그는 곁에 운전 중이던 진태환에게 말했다.“유치원으로 가자.”진태환은 즉시 핸들을 꺾어 방향을 틀었다.그리고 백미러로 조심스럽게 고지후의 표정을 살핀 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또 무슨 일 생긴 건가요? 도련님 쪽에서...”고지후는 피곤한 듯 뒷좌석에 몸을 기댔다.며칠간 이어진 고강도 업무와 장거리 비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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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는 전화를 받기는커녕 아예 끊어버렸다.고지후가 여러 번 전화를 시도했지만 하지율은 끝내 받지 않았다.그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힘껏 움켜쥐었다.지금껏 하지율의 잘못에 대해 일절 추궁하지 않고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해줬더니 그 결과가 이거였다.제 분수를 모르고 점점 도를 넘는 것이다.‘따끔한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군.’...하지율이 유치원에 도착했을 때는 아니나 다를까 고지후와 임채아가 함께 있었다.그 순간 임채아는 고윤택을 품에 안고 조용히 달래고 있었고 정시온은 혼자 떨어져 서 있는 모습이었는데 마치 버려진 아이처럼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하지율은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좀 늦었어요.”조금 전까지 강병주와 함께 바이올린을 연습 중이었고 그곳이 유치원과 거리가 있었기에 하지율은 가장 늦게 도착한 것이었다.고지후는 그녀를 보자마자 얼굴이 확 굳었다.“하지율, 왜 전화를 안 받아?”하지율은 차갑게 대꾸했다.“받기 싫으면 안 받을 수도 있지. 무슨 이유가 그리 많아?”고지후의 눈빛은 이미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하지율, 넌 윤택이 엄마잖아. 아이한테 일이 생겼는데 전화를 안 받아? 제정신이야?”임채아도 거들며 기름을 부었다.“그러니까요, 지율 씨. 만약 오늘 윤택이한테 정말 위급한 일이 생겼다면 그 전화 한 통을 안 받은 게...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었잖아요.”하지율의 눈매에 차가운 기운이 번졌다.“윤택이 아빠 되시는 분은 아이가 입원했을 때 전화 몇 번 받으셨더라?”“내가 전화 한 번 안 받은 거로 아이한테 큰일이 생긴다 치면 당신은 이미 수백 번쯤 아이를 위험에 빠뜨린 셈이네. 그럼 벌써 애는 죽어도 몇 번은 죽었겠지?”고지후의 눈빛이 한층 더 서늘해졌다.그 눈에는 분명한 적의와 위협이 깃들어 있었다.“하지율, 너 지금 네 자식 저주하는 거야?!”“지후 씨, 눈도 멀고 마음도 멀어지더니 이제 귀까지 막혔어?”하지율은 더는 참지 않고 직설적으로 쏘아붙였다.“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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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그러자 고지후의 얼굴이 싸늘해졌다.“고윤택, 입 다물어.”고윤택은 움찔하며 본능적으로 임채아 뒤로 숨었다.그 모습을 본 임채아는 서둘러 말했다.“지후야, 윤택이는 아직 어려. 그렇게 무섭게 굴지 마. 게다가... 윤택이에게는 늘 엄격했잖아. 윤택이도 그 기대에 한 번도 어긋난 적 없고. 유치원에서도 성적 하나하나 다 우수하잖아.”“승부욕이 있어서 모든 걸 다 1등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 오히려 지율 씨 쪽이....”임채아는 하지율을 힐끗 바라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이렇게나 뛰어난 아들이 있으니 더더욱 스스로를 갈고닦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 같은 부모가 오히려 아이 발목 잡는 일은 없어야죠.”고지후는 무언가에 찔린 듯 얼굴빛이 어두워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정시온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지율 이모는 절대 발목 잡는 사람이 아니에요! 엄청 멋지고 대단하다고요!”그 말을 들은 고윤택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그 사람은 우리 엄마야. 대단한지 어떤지 내가 제일 잘 알거든?”“정시온, 충고하는데 너 그냥 다른 사람이랑 발표회 나가. 괜히 창피만 당하고 울게 되기 전에.”그 말을 들은 정시온은 평소와는 달리 정색하며 고윤택을 손가락질했다.“지율 이모는 형이 말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울게 될 사람은 형이라고!”“성적이 전부가 아니야! 자기 엄마조차 깔보는 사람이 성적이 좋으면 뭐해? 그딴 건 아무 소용도 없어!”“진짜 창피한 건 늘 꼴찌 하는 애가 아니라 형처럼 감사할 줄도 모르고 엄마 무시하고 남의 편만 드는 버르장머리 없는 애지!”정시온의 기세에 눌린 고윤택은 몇 걸음 뒷걸음질 쳤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임채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지율 씨, 제가 자주 윤택이 보러 오는 거 불편해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시온이도 어린아이잖아요. 아이에게 저런 말을 가르쳐서 친자식을 공격하게 만들 필요까지는 없잖아요?”“지율 씨가 윤택이 곁으로 돌아와 준다면 나도 다시는 윤택이에게 다가가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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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하지율은 얼굴빛이 어두워진 고지후와 임채아를 힐끔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아쉽게도 이모에게는 그런 특별한 능력이 없네. 만약 있었다면 어떻게 검은 걸 하얗다고 말하는지 제대로 보여줬을 텐데.”“괜찮아요.”정시온은 고개를 갸웃하며 임채아를 바라봤다.“이모가 아까 말했잖아요. 저 채아 이모는 그런 능력이 있다면서요? 그럼 전 채아 이모가 어떻게 하시는지 구경만 해도 돼요.”하지율과 정시온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있자니 다섯 살짜리 고윤택조차도 그 속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건 다름 아닌 자신과 아빠가 멍청하게도 임채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것을 비꼬는 말이었다.하지만 하지율은 알고 있었다.이 사람들에게 무슨 설명을 한들 믿지 않을 거란 걸.그렇기에 굳이 말 섞을 이유조차 없었다.하지율은 정시온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온아, 걱정하지 마. 이모가 약속했지? 같이 발표회 나간다고. 그러니까 꼭 갈 거야.”정시온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런데... 윤택이 형이 싫어할 것 같아서...”“그래?”하지율이 고윤택을 바라보았다.“싫어?”고윤택은 하지율이 자기한테 갑자기 말을 걸 줄 몰랐는지 당황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하지율이 자기한테 잘 보이려는 거라 착각한 고윤택은 턱을 살짝 치켜들며 거만하게 말했다.“맞아요! 난 싫어요! 저 나쁜 애랑 발표회 나가는 거 난 절대 허락 못 해요!”하지율은 조용히 물었다.“그럼 나랑 같이 발표회 나가고 싶다는 거야?”정시온은 하지율의 손을 무의식적으로 더 세게 꽉 잡았다.하지율은 그런 정시온의 어깨를 토닥이며 안심시켰다.고윤택은 잠깐 멍하니 있더니 눈빛이 흔들리며 갈등하는 기색을 드러냈다.‘엄마랑 같이 나가면 분명 꼴찌 할 텐데. 이미 친구들 앞에서 큰소리쳤잖아. 꼴찌라도 하면 비웃음거리가 될 게 뻔해.’그런 고윤택의 갈등하는 얼굴을 지켜보던 임채아가 입을 열었다.“지율 씨, 어린애한테 그런 선택을 강요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이번 발표회 성적은 윤택이에게는 정말 중요해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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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내가 네가 죽었으면 했다고?”하지율은 고윤택의 말을 듣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그건 누가 그러던데? 채아 이모?”고지후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율, 무슨 일이든 다 채아 탓으로 돌리지 마.”하지율은 귀찮다는 듯 나른한 어조로 말했다.“지후 씨, 당신도 참 웃기다. 채아 씨 얘기만 나오면 왜 그렇게 과하게 반응해? 마치 둘 사이에 뭐라도 있는 사람처럼 온몸으로 부정하려 드네.”“하지율,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헛소리? 난 다 근거 있는 말만 하는 중이거든.”하지율의 눈빛은 차디차고 냉정했다.“윤택이가 알레르기 반응으로 쓰러졌을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우리 몇 명뿐이었어. 그런데 어떻게 윤택이는 나랑 시온이가 자기가 죽기를 바랐다고 말하게 된 걸까?”하지율은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아니면... 당신이 직접 윤택이한테 말해준 거야? 우리가 윤택이를 구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죽기를 바랐다고?”고지후는 미간을 좁히며 고윤택을 바라봤다.“윤택아, 그 얘기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임채아는 속으로 긴장했다.‘분명 내가 말했다는 거 절대 밖에 말하지 말라고 여러 번 당부했는데...’그런데도 아이는 결국 입 밖에 낸 것이다.역시 애는 애였다.‘끝났어.’전에 고지후에게 정체가 조금 드러난 이후부터 이미 그의 태도는 예전 같지 않았다.‘이번에 또 들키면 지후는 더는 날 믿지 않을 게 분명해.’그 순간, 고윤택이 발끈하며 말했다.“내가 스스로 들은 거예요!”“그때 몸이 아프긴 했지만 완전히 기절한 건 아니었거든요. 희미하게 의식이 있었단 말이에요! 그때 내가 직접 들었어요!”그 말을 듣고서야 임채아는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행히 날 팔지는 않았네.’고윤택은 여전히 분노한 눈빛으로 하지율을 노려봤다.“딴소리 하지 마요. 내가 들은 말이 맞는지 아닌지만 말해요!”하지율은 임채아의 눈에 깃든 불안함과 그 뒤를 잇는 미세한 안도감을 놓치지 않았다.그 눈빛 하나로 확신이 들었다.역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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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고윤택은 임채아 옆에 꼭 붙어 서 있었다.고지후는 몰래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내와 아들 사이가 갑자기 멀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율은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려 지내라고 했지만 고윤택은 오직 한 사람만을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었다.‘도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 분명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윤택아.”고지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네가 그때 의식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네 엄마와 그 친구가 너를 구한 건 사실이란다.”고윤택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의식적으로 외쳤다.“그럴 리가 없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구했을 리가 없어요.”하지율은 한채아를 향해 눈을 굴리며 말했다.“못 믿겠으면 채아 이모한테 직접 물어봐.”고윤택은 바로 임채아를 돌아보며 물었다.“채아 이모, 전에 이모가 그러셨잖아요...”“윤택아!”임채아는 그의 말을 급히 끊고 다급히 눈짓을 보냈다.“네 엄마랑 그 친구가 널 구한 게 맞아...”하지만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눈치챈 하지율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임채아 씨, 방금 윤택이가 하려던 말, 끝까지 하게 해주세요.”정시온도 거들었다.“지율이 이모, 저 이모는 눈이 불편하신 건가요? 왜 계속 눈을 깜빡거리세요? 우리 집에 좋은 안약 있는데, 하나 드릴까요?”고지후도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이 상황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하지만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진실을 캐묻기엔 적절치 않았다. 고지후는 잠시 임채아를 바라본 뒤, 유치원 선생님에게 시선을 돌렸다.“선생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흥미진진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던 유치원 선생님도 무슨 일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사실 큰일은 아니었고요. 두 아이가 갑자기 말다툼해서...”유치원 선생님은 말하다 말고 고지후와 하지율을 번갈아 바라보았다.“두 분, 잠시 따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유치원 반에는 여러 명의 교사가 있었다.선생님들은 고지후와 하지율을 각각 다른 방으로 안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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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임채아는 천천히 깊은숨을 들이쉬고 억지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네가 시온이구나? 언제부터 거기 있었니?”정시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꽤 오래전부터요. 방금 두 사람이 나눈 얘기 전부 다 들었어요. 이모가 형아한테 의사를 못 부르게 막았다고, 고지후 아저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한 거예요? 나중에 고지후 아저씨한테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물어봐야겠네요.”“안 돼!”임채아는 재빨리 정시온 앞을 막아서며 다급하게 외쳤다.“시온아, 네가 잘못 들은 거야. 이모는 그런 말 한 적 없어.”정시온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임채아를 바라보다가 고윤택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방금 그렇게 말한 거 맞잖아? 조금 전 이모가 형아한테 뭐라고 했어? 지율 이모와 내가 형아를 구하려 했는데, 이 이모가 방해해서 형아가 치료를 못 받은 일을 말했던 거지?”임채아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뭐라도 해명하려는 듯 입을 열려던 찰나, 고윤택이 울컥하며 끼어들었다.“거짓말하지 마! 분명히 너와 엄마가 의사 선생님을 막아서 내가 치료를 못 받게 한 거잖아.”“없는 얘기 잘도 지어내네.”고윤택은 얼떨떨한 눈빛으로 정시온을 바라봤다.그 순간 정시온은 무언가 떠오른 듯 장난기 어린 얼굴로 고윤택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율 이모가 정말 너의 친엄마가 맞아?”고윤택은 얼굴이 확 붉어지며 소리쳤다.“넌 겉과 속이 다른 정말 나쁜 아이야.”정시온은 태연하게 웃으며 받아쳤다.“그래, 나 나쁜 애 맞아. 맘에 안 들면 와서 따져보든지.”임채아는 그런 정시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이 아이는 단순히 순수하기만 한 어린애가 아니었다.고윤택은 눈이 벌게져 달려들 기세로 몸을 움찔하자 임채아는 깜짝 놀라 그를 붙잡았다.“윤택아, 진정해. 저 아이는 일부러 널 화나게 하려는 거야.”“일부러?”고윤택은 이해되지 않는다면 표정으로 되물었다.“그래.”임채아가 무언가 설명하려던 찰나, 정시온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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