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21 - Chapter 130

149 Chapters

제121화

“어머니, 전 어머니가 마음대로 욕하고 때려도 되는 화풀이 대상이 아니에요.”“어머니가 그래도 어른이시니까 오늘은 지후 씨 때리는 걸로 대신하는데 다음에도 이러시면 저도 가만 안 있어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니까요.”“뭐 나를 때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하지율은 화가 나서 떨리는 최혜은의 입술을 바라보며 차갑게 대꾸했다.“그게 궁금하시면 한번 해보시든가요.”하지율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아서 최혜은도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그녀가 내뱉은 말 한마디에 둘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고지후가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하지율, 너도 그만해.”“당신은 그런 말 할 자격도 없어. 여기서 제일 발언권 없는 게 당신이라고.”코웃음을 치는 하지율에 임채아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하지율 씨, 아무리 그래도 어른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죠.”“맞는 게 그렇게 좋으면 임채아 씨가 뺨 맞는 건 어때요? 직접 때리면 되겠네요.”그 말에 임채아가 입을 다물어버리자 수술실의 문이 열리고 의사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보호자분 어디 계세요?”“제가 보호자예요. 아이는 좀 어떤가요?”달려 나오는 최혜은을 보자 의사가 책망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아이 위 약한 거 모르셨어요? 대부분 음식은 먹이면 안 돼요.”“음식에 각별히 주의하셔야 하고 밖에서 파는 것들은 최대한 적게 먹이셔야 해요.”“부모님이면 그런데 더 신경을 쓰셨어야죠. 견과류 알레르기 있는 애한테 견과류를 먹이면 어떡합니까?”의사의 질책에 최혜은은 하지율을 노려봤지만 아까의 일 때문에 뭐라 하지는 못했다....이튿날 아침, 마침내 눈을 뜬 고윤택은 자신의 침대에 기댄 채 자고있는 하지율을 보게 되었다.눈 밑에 내려온 다크써클을 보니 밤새 제대로 자지 못한 것 같았다.그런 하지율을 보자마자 엄마가 아직도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생각에 고윤택은 가슴이 따뜻해지면서도 살짝 아려왔다.자주 아픈 자신의 옆에는 항상 하지율이 있었기에 전에는 그 모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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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고윤택은 하지율의 눈을 마주치지도 못한 채 답했다.“나, 나는... 케익 안에 견과류가 있을 줄 몰랐죠.”“그건 몰랐다고 해도 네가 유당불내증인 건 알았잖아. 그런데도 케익을 먹은 거야?”“한 입 밖에 안 먹었는데.”“그 한 입 때문에 네가 잘못될뻔했어.”하지율에 대한 감동이 짜증과 귀찮음으로 바뀌는 것도 순식간이었다.“엄마는 정시온이랑 잘만 먹었으면서 나는 왜 안된다는 거예요? 엄마가 매일 못 먹게 하니까 그런 것들이 더 궁금해지고 더 먹고 싶어지는 거잖아요!”“엄마는 다 너 위해서...”하지율이 미간을 찌푸리자 고윤택이 그녀의 말을 잘라냈다.“나 위한다고 거짓말하면서 나 통제하려고 그런 거잖아요!”“매일 나 위한다고 말만 하지 한 번도 내 생각 존중해준 적은 없잖아요.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그런 말 누가 알려준 거야? 아니면... 정말 다 네 생각이야?”하지율의 굳은 표정에 고윤택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임채아와 달리 자신의 의견 따위는 가볍게 묵살해버리는 엄마에게 화가 나서 한 말이긴 하지만 그런 말을 내뱉게 된 데에는 임채아의 영향도 컸다.다 널 위한 거라며 자신이 먹고 싶다는 건 다 거절하는 엄마가 자신을 마마보이로 길러내어 아빠의 관심을 끌려는 것만 같아서 고윤택은 자꾸만 짜증이 났다.“내... 내 생각을 말한 거예요.”그 말을 들은 하지율은 아이를 걱정하며 들었던 죄책감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그럼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엄마한테 얘기해줄 수 있어?”그 말에 고윤택은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내가 하고 싶다는 건 다 지지해주고 억압하거니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그리고 나한테도 충분한 자유와 존중을 줬으면 좋겠어요. 어린애 취급하지 말고요.”“나 낳은 엄마라고 생색도 그만 냈으면 좋겠고...”“조언은 해줘도 결정은 내가 직접 하게 내버려 뒀으면 좋겠어요.”“그리고...”계속 말하려던 고윤택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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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윤택아, 좀 괜찮아졌어? 이모가 우리 윤택이 걱정돼서 왔어.”임채아를 본 고윤택은 구세주라도 만난 양 반갑게 인사했다.“채아 이모, 왜 이제 왔어요!”고윤택이 눈꼬리를 축 늘어뜨리자 임채아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래 윤택아? 누가 너 괴롭혔어?”“채아 씨는 말 참 이상하게 하시네요. 병실에 나랑 윤택이 뿐인데 내가 애를 괴롭히기라도 했단 소리예요?”코웃음을 치는 하지율에 임채아는 당황하며 대꾸했다.“지율 씨, 오해예요. 저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그냥 윤택이가 걱정돼서 별 뜻 없이...”“오해인지 아닌지는 임채아 씨 본인이 더 잘 알 것 같은데요. 내 앞에서는 그딴 연기 안 통해요. 역겨우니까 적당히 해요.”그 말을 듣던 고윤택이 임채아를 두둔하기 시작했다.“엄마는 왜 채아 이모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요?”“내 말이 틀려?”“당연히 틀리죠. 채아 이모는 날 걱정하는 것뿐이라고요.”임채아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순진하디 순진한 아이가 이해할 수는 없었다.“날 그렇게 독점하려고 하면 안 되죠. 다른 사람도 날 걱정할 수 있는 거예요.”“그럼 나도 다른 애 엄마 할 수 있겠네? 다른 애들한테 잘해줘도 되는 거고?”하지율의 반문에 정시온을 떠올린 고윤택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안돼요! 그런 못된 애 엄마는 해주지 마요!”“왜?”“그야 엄마는 내 엄마니까요.”“아까는 그렇게 독점하지 말라며?”“그거랑 이거랑은... 다른 거니까...”고윤택이 말을 얼버무리자 임채아가 나서서 아이를 도와줬다.“지율 씨는 왜 아이랑 기 싸움을 하고 그래요? 윤택이 아직 어린데 좀 져주면 어때요?”“아까 자유평등 존중을 요구할 때는 안 이러던데. 다들 평등하다면 내가 아이라고 양보할 필요도 없는 거잖아요.”“다른 사람의 양보를 받고 싶으면서 평등하게 대해달라고 외치는 건 너무 이기적인 거죠. 평소에 애한테 그런 거나 가르치나 봐요 채아 씨는?”고윤택이 한 그 말들은 다섯 살 난 어린애의 입에서 나올만한 말들이 아니었다.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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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왜 이렇게 시끄러워?”나지막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데인 임채아를 보자마자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성큼성큼 걸어 그녀에게로 다가갔다.“채아야, 너 괜찮아?”임채아 걱정에 고지후는 앞을 막고 서 있는 하지율을 밀쳐버렸는데 밤새 아무것도 못 먹고 아이 걱정에 시달리던 하지율은 너무 피곤해서 그 손짓한 번에도 바닥으로 고꾸라질뻔했다.그래서 뒤에 있던 테이블에 허리를 부딪치고서야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그 시각, 임채아는 화상을 입은 손을 보며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지후야, 내가 또 무슨 말을 잘못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지율 씨가 죽을 내 손에...”고지후는 그제야 허리를 부딪쳐 낯빛이 창백해진 하지율을 발견했다.밤을 새운 탓에 다크써클이 눈 밑까지 내려와 있는 피곤한 얼굴을 보며 순간 멈칫하던 고지후는 이내 표정을 굳힌 채 물었다.“또 뭔데 하지율.”허리를 세게 부딪힌 탓에 머리가 어지러웠던 하지율은 고지후의 질문에 바로 답을 할 수가 없었다.그러자 임채아가 그 틈을 타 눈물을 흘려댔다.“어제 일 때문에 지율 씨가 아직도 날 용서하지 않은 것 같아.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나 때문에 윤택이가 죽을뻔한 거야...”“나는 윤택이가 못 먹는 견과류는 지율 씨도 안 먹을 줄 알았는데...”임채아는 말을 하면서 하지율 앞에 무릎을 꿇었다.“지율 씨, 그냥 나 때려요. 지율 씨가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채아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그녀의 행동에 고지후가 발끈하자 고윤택도 따라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이모, 그건 이모 잘못이 아니에요. 케익 안에 견과류가 있다는 건 우리 모두 몰랐던 일이잖아요.”“그리고 우리는 엄마가 시킨 대로 따라 시킨 것뿐이잖아요. 이모가 일부러 시킨 것도 아니고. 엄마가 견과류 케익 안 시켰으면 내가 이렇게 될 일도 없었다고요.”조금 가라앉은 통증에 그제야 정신이 든 하지율은 아이가 내뱉는 말을 곧이곧대로 다 듣고 말았다.그 순간 얼어붙었던 하지율의 심장이 부서지며 그곳에 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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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하지율의 말에 고지후는 잠시 침묵하다 답했다.“그렇게 많은 케이크들 중에서 왜 하필 견과류 케익을 고른 거야?”“그래서? 내가 윤택이 쓰러지라고 일부러 그런 케익을 골랐다는 거야?”“너는 안 골랐겠지.”하지율의 시선에 고지후도 표정을 굳혔다.“그 케익 정시온이라는 애가 고른 거지?”단번에 그 질문의 의도를 알아차린 하지율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시온이 어제 금방 당신 아들 구했어. 그런데 지금 걔가 일부러 윤택이 쓰러지라고 그런 거 시켰다는 소리가 나와? 고지후 씨, 그게 사람이 할 소리야?”“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어. 유치원에서도 우리 윤택이 괴롭힌 게 몇 번인데. 그것도 다 몰래 한 짓이라잖아.”어이없는 말을 몇 번씩이나 들으니 하지율은 조롱 섞인 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니까 임채아는 실수고 다섯 살 난 어린애가 일부러 윤택이 노리고 견과류를 먹였다는 거잖아 지금. 다섯 살 난 애가 스무 살 넘은 어른보다 더 영악하다는 거네?”“고지후 씨, 이런 말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있겠어? 안 부끄러워?”하지율의 반문에 고지후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그들이 이런 어이없는 말을 내뱉을 수 있는 상대도 아마 하지율뿐일 것이다.하지율은 미간을 팍 찌푸린 채 고지후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내가 아까 임채아 씨를 왜 밀었는지는 임채아 씨한테 직접 물어. 어제 금방 위세척한 애한테 해산물을 왜 먹이냐고.”해산물이라는 말에 고지후가 바닥에 떨어진 죽을 바라봤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흰 쌀죽 같았다.“하지율, 그 말 진짜야?”매번 이렇게 의심받는 것도 짜증 났지만 하지율은 오늘도 자신이 한 말이 진짜임을 증명해냈다.“매일 주방에 있는 내가 그 정도 냄새도 못 맡을 것 같아? 아무리 연한 냄새라도 나는 알아볼 수 있어.”“못 믿겠으면 사람 시켜서 확인해봐. 해산물이 정말 든 건지.”하지율의 말에 임채아는 낯빛이 창백해졌다.“지후야, 미안해... 죽에 해산물이 들긴 했는데...”“너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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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임채아는 억울하다는 듯 변명했다.“저 아니에요, 저 원래 요리 잘 안 해요. 진짜 몰랐어요... 그냥 감칠맛만 더해지면 되는 줄 알았어요...”하지만 하지율은 더는 그녀의 변명 따위 들을 생각도 없었는지라 시선을 돌려 고지후를 바라봤다.“이제 당신은 뭐라고 할 건데?”고지후의 얇은 입술이 조금 움직였다.“정말 채아가 몰랐을 수도 있잖아.”하지율은 비웃듯 코웃음을 치더니 이번에는 고윤택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너는?”고윤택은 조용히 말했다.“채아 이모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두 사람이 일부러가 아니라면 아닌거겠지.”‘타인의 운명은 존중해야지. 도우려는 집착도 내려놓고.’하지율은 뒷말 없이 돌아서 걸었다.그러자 고지후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하지율, 너 어디 가는데?”하지율은 싸늘한 어조로 대답했다.“밤새 간호했으니 당연히 쉬러 가야지. 당신은 날 사람도 아니고 짐승쯤으로 아나 봐? 낮이고 밤이고 계속 붙어 있으라니.”고지후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그럼 일단 쉬고 와. 윤택이는 일주일 정도 입원해야 하니까 저녁에 다시 오면 돼.”하지만 하지율은 냉정하게 받아쳤다.“내가 왜 와? 윤택이는 채아 씨한테 간호받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채아 씨가 여기에 남아주는 게 좋을 것 같아.”고지후는 기분이 상한 듯 말했다.“너 윤택이 엄마잖아. 엄마가 아니면 누가 윤택이를 돌봐?”하지율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되물었다.“당신도 윤택이 아빠잖아. 당신은 왜 안 남아? 필요할 때만 날 엄마라는 말로 옭아매지?”“애한테 뭔 일 생기기만 하면 그제서야 우르르 달려와서 묻지. 엄마면서 왜 제대로 안 챙겼냐고. 단 하루도 애를 돌봐준 적 없는 사람들이 매일 애 챙기는 사람을 질책할 자격은 있어? 양심은 어디 둔 거야?”하지율의 차가운 눈빛이 고윤택과 임채아를 향했다.“너 채아 이모가 좋다며? 그럼 이모한테 간호받아. 채아 이모가 매일 병실에 붙어 있을지 지켜보자고.”“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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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하지만 임채아는 또 다른 말을 꺼냈다.“윤택아, 너 그거 모르지? 어제 네 엄마 정말 무서웠어. 네가 알레르기 반응 일으켰을 때, 현장에 의사 선생님이 계셨거든. 그 선생님이 널 응급처치하려고 했는데 네 엄마가 그걸 막았어. 꼭 네 몸에 있던 스프레이로만 처리하겠다고 고집했지.”“스프레이요?”고윤택은 고개를 갸웃했다.“그거 제 몸에 없었을 텐데요?”임채아는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래도 네 엄마는 그 말을 안 믿더라. 계속 그 스프레이를 찾았어...”그러고는 고윤택을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듯 눈물을 글썽였다.“윤택아... 미안해. 그 스프레이 이모가 그만 실수로 깨뜨려버렸어... 이 일 네 엄마가 알게 되면 분명 이모를 아주 미워할 거야.”“어쩌면... 너랑 다시는 못 만나게 할지도 몰라.”고윤택은 곧장 대답했다.“그럼 엄마가 모르면 되잖아요. 채아 이모, 걱정 마세요. 저 엄마한테는 절대 말 안 할게요.”그러자 임채아는 울다가도 금세 미소를 지었다.“그래, 고마워, 윤택아. 그럼 이 일은 우리 둘만 아는 비밀로 하자, 응?”‘우리 둘만이라, 그럼... 아빠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 걸까? 아빠도 가끔 이모가 주는 음식 못 먹게 하니까 혹시 이 얘기 알게 되면 화낼 수도 있고... 그럼 이모가 간식 안 줄 수도 있어.’그래서 고윤택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임채아는 손가락을 내밀었다.“그럼 우리 새끼손가락 걸자. 말한 사람은 강아지가 되는 거다?”고윤택도 작고 통통한 손가락을 내밀었다.“말하면 강아지!”두 사람은 그렇게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다.그러고 나서 고윤택은 조심스레 물었다.“채아 이모, 근데 아까 말한 거요. 엄마가 왜 의사 선생님이 못 도와주게 했는지... 그건 어떻게 된 거예요?”그 일은 아직도 마음에 걸려 있었다.곧 임채아는 말할 듯 말 듯 망설이며 말했다.“윤택아, 정말 알고 싶은 거야?”고윤택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정말로 알고 싶어요.”임채아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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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고지후의 검은 눈동자가 잠시 어두워졌다.하지율과 그, 혹은 하지율과 고윤택 사이의 다툼은 결국 그들 세 식구의 문제였다.하지만 이제는 하지율과 그의 어머니 사이까지도 극한으로 치달은 상태였다.오늘 아침 그는 최혜은에게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최혜은은 고지후에게 단호하게 말했다.“하지율이랑 이혼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랑은 연락 끊어라.”어제 하지율은 최혜은의 앞에서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의 뺨을 두 대나 후려쳤다.다시 물러설 여지는 사라지고 없었다.고지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요즘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예전에는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하지율은 싸늘하게 대답했다.“당신 눈에 내가 변한 것 같이 보인다면 그건 이제 이 관계에서 당신이 더 이상 이득을 못 보기 때문이겠지. 내가 이 결혼에서, 남편의 배신과 아이의 무시, 그리고 당신 어머니의 모욕 말고 대체 뭘 얻었는데?”고지후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조용히 말했다.“그래도... 엄마는 어른이야. 그러니까 어제처럼 손찌검은 좀...”하지만 하지율은 그 말을 끝까지 듣게 하지 않았고 비웃듯 웃으며 끼어들었다.“혹시 어젯밤 그 두 대 맞으니까 기분 좋았어? 시원했어? 아니면 지금이라도 더 때려줄까? 기분이 덜 풀렸을 수도 있잖아?”그 말에 고지후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하지율!”하지율은 오히려 여유 있게 되물었다.“왜, 직접 맞아보니 아프지? 당신 엄마가 날 때릴 때는 왜 한마디도 안 했는데? 그리고 그거 알아? 당신 엄마가 왜 나한테 그렇게 막 대할 수 있었는지?”하지율은 고지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당신 엄마는 알았거든. 자기가 어떻게 날 대하든, 당신은 절대 나를 위해 나서지도 않고 절대 내 편에 서지도 않을 거라는 걸.”이 말에 고지후는 잠시 멍해졌다.그러나 하지율은 그의 반응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이혼 서류 이미 보냈어. 채아 씨가 세상 떠나기 전에 얼른 사인해. 어차피 이혼에도 숙려 기간이라는 게 있으니까.”곧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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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최혜은은 이제 곧 고성 그룹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후퇴 없이 전진하기로 결심했고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정략결혼이라는 수를 택했다.하지만 최혜은의 팔자는 순탄하지 않았다.결혼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고윤영의 친아버지가 뜻밖의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었다.남편이 남긴 유산을 둘러싸고 최혜은은 시댁과 격렬한 분쟁을 벌였다.그 싸움은 재계에서도 한동안 회자될 정도로 치열했고 결국 최혜은의 패배로 끝이 났다.고윤영의 조부모는 애초에 손녀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애정을 주지 않았는데 최혜은이 이 사단을 벌이자 아예 고윤영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손절했다.이에 격분한 최혜은은 고윤영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바꾸어버렸다.한편 고지후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성장했고 그는 최혜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단 1년 만에 고성 그룹 내 입지를 탄탄히 굳혔고 이후에는 단 한 번의 승부로 전 국민에게 이름을 알리며 단숨에 스타 기업인 반열에 올랐다.잘생기고 유능한 고지후를 둘러싸고 그에게 시집가고자 하는 상류층 명문가 딸들이 강 건너 모래처럼 몰려들었다.심지어 최고 재벌가들조차도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이쯤 되자 최혜은도 본격적으로 ‘격에 맞는’ 며느릿감을 탐색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고지후가 선택한 사람은 임채아, 배경도 가문도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여자였다.그 일은 최혜은을 분노하게 했다.그리고 그녀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결국 두 사람의 관계를 갈라놓는 데 성공했다.임채아와 헤어진 뒤, 고지후는 줄곧 독신으로 지냈다.최혜은이 아무리 주변에 여자를 들이밀어도 고지후는 단 한 번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오직 일에만 몰두했다.이런 상황에 최혜은도 크게 조급해하지는 않았다.아들이 아직 젊으니 시간이 더 흐르면 더욱 높은 가치를 갖게 될 것이고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우수한 조건의 여자들과도 인연을 맺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그러나 그녀의 예상은 하지율로 인해 깨졌다.하지율이 느닷없이 나타난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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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차가운 바람 사이로 남자의 맑고도 냉정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어쨌든 간에 나랑 채아는 이미 끝난 사이야. 그리고... 채아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이런 얘기 더 이상 해봤자 의미 없어.”“하지율, 넌 윤택이한테 제대로 된 가정을 만들어줄 생각이 정말 없는 거야?”부정하지 않는다는 건 곧 인정이라는 뜻이었다.하지율은 생각지도 못했다.결국 자기도, 다른 방식으로 ‘임채아의 대체물’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을.한때, 수많은 밤을 홀로 지새우며 고지후에게 외면당하고 잊혀지던 시간 속에서 그녀는 고지후가 자신을 지켜주고 아껴주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달래곤 했다.‘그 사람도 분명... 날 신경 써준 적 있었잖아.’‘지금은 바빠서 그런 거야. 감정이 없는 건 아니야.’그렇게 수없이 자신을 속이고 위로했었다.하지만 지금, 그 마지막 남은 추억조차 웃음거리로 전락해버렸다.하지율은 담담히 말했다.“임채아한테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윤택이한테 엄마 노릇도, 당신한테 아내 노릇도 오래 못 할 테니까... 그래서 이혼 얘기도 꺼내지 않았던 거지? 만약 임채아가 백 살까지 살 수 있다면 두 사람은 제일 먼저 날 내쳤겠지.”그녀는 고지후와 고윤택이 선택한 ‘차선책’에 불과했다.결국 고지후는 인내심을 잃었다.“하지율, 제발 그만 좀 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되면 그냥 이혼해. 그럼 더는 당신 앞에서 이런 말도 안 할 테니까.”믿기 어려운 일이었다.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그녀는 고지후와 임채아 사이의 일로 밤마다 뒤척이며 괴로워했다.그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하겠다며 치른 가짜 결혼식조차 울면서도 꿋꿋이 참아냈다.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다.‘그래도 지후 씨는 내게 가정을 만들어줬잖아.’‘윤택이에게는 아빠가 필요하니까...’‘내 감정보다 아이가 우선이야.’심지어는 그렇게도 스스로를 속였다.‘그 사람은 날 사랑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 사람과 함께라면 아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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