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때, 아이의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저 사람은 윤택이 형 엄마가 아니에요. 지율 이모가 엄마예요.”바닥을 짚고 일어선 정시온은 하지율 옆으로 달려가 그녀를 부축해주었다.“이모, 괜찮아요?”고개를 든 하지율은 정시온의 예쁜 눈에 자신을 향한 걱정이 가득 담겨있어 또 코끝이 찡해졌다.“난 괜찮아.”무심코 답을 한 하지율은 그제야 자신의 목소리가 듣기도 싫을 정도로 쉬어버린 걸 발견할 수 있었다.정시온의 손을 잡고 일어나려던 하지율은 몸이 떨려서 도저히 제대로 설 수가 없었다.그래서 다시 넘어지려 하자 정시온이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당겼지만 어린아이의 몸으로 하지율을 지탱할 수는 없었다.그런데 그때, 커다란 손 하나가 그녀의 허리를 받쳐주자 하지율은 그게 누군지 보지도 않고 감사 인사부터 했다.“감사합니다.”그런데 시야에 남자의 수려한 얼굴이 들어오자 하지율은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며 그의 손을 쳐내려 했다.하지만 고지후는 하지율의 손목을 꽉 잡아오며 물었다.“윤택이 이제 좀 나아졌는데, 병원에 같이 안 가볼래?”그 말에 하지율이 잠시 고민하자 정시온이 그녀를 부추겼다.“이모, 같이 병원 가서 윤택이 형 보면 안 돼요?”하지율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그래.”정시온을 바라보는 고지후의 시선도 전처럼 날카롭지만은 않았다.한쪽에 서 있던 임채아는 그들에게 잊혀진 채 멀어져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그 광경에 주변에 둘러섰던 이들이 하나둘 수군대기 시작했다.“저 여자는 누구야? 아까도 혼자 떠들면서 아이 엄마가 돈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몰아갔잖아. 저 여자 말만 듣고 정말 그런 줄 알았네.”“배 아파 낳은 자식이 죽게 생겼는데 어느 엄마가 돈을 생각하겠어? 저 여자가 일부러 아이 엄마를 그렇게 몰아간 거야. 아주 못된 여자라니까.”“아이 엄마가 애 살리려고 달려갈 때도 저 여자가 막은 거잖아. 그러면서 돈 줄 테니까 애 엄마 막아달라고까지 하고. 애가 멀쩡하니까 망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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