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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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얼굴에 홍진이 가득 올라와 있었고 볼 전체도 빨개져 있었는데 가쁜 호흡으로 인해 몸이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다.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아이의 모습에 고지후는 다급히 고윤택의 이름을 불러보았다.하지만 아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고윤택은 멍하니 서 있는 임채아를 향해 소리쳤다.“얼른 구급차부터 불러!”임채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창백해진 얼굴로 구급차를 불렀다.갑자기 큰 소리를 내는 고지후에 식당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깜짝 놀라며 그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알레르기인 것 같은데 지금 빨리 뭐라도 해야 해요. 늦으면 구급차 올 때까지도 못 버텨요!”“지후야, 어떡해?”조급해 난 임채아가 울음을 터뜨리며 물었지만 이런 상황은 고지후 역시 처음이었기에 그에게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의사가 아니니 뭐 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고지후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혹시 의사 안 계세요? 아이만 살려주시면 200억 드리겠습니다.”2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제시되자 현장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다른 사람이 200억을 준다고 하면 헛소리겠거니 하겠지만 고지후의 옷차림과 아우라로 보아 그는 정말 200억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역시 자본주의인지 수군거리던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가 나섰다.“제가 해볼게요.”“정말 살릴 수 있겠어요?”고지후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던 남자는 200억이라는 보상을 떠올리며 어깨를 펴고 대답했다.“제가 의사입니다.”의사인 건 사실이지만 그는 외과 의사지 소아과 의사가 아니었다.전업 분야가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응급처치는 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었다.다만 고윤택 같은 상황은 소아과 의사들이 와야 해결할 수 있는 건데 돈 200억에 눈이 돌아버린 그는 그래도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제 사원증입니다.”남자의 사원증을 받아든 고지후가 표정을 한껏 누그러뜨리자 남자는 바로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려 했는데 그때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멈추세요!”그에 깜짝 놀란 남자가 손을 멈추자 하지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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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하지율은 고지후와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이손 놔. 더 늦으면 윤택이 정말 위험할지도 몰라.”“하지율 씨, 지금 조급한 건 알겠는데 우리는 의사가 아니잖아요. 여기서 아무렇게나 처치했다가 애가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요.”“이런 건 전문적인 분한테 맡기는 게 맞아요.”“전문적인 분?”“저 사람이 진짜 소아과 의사면 생각 없이 심폐소생술부터 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하지율의 자신을 무시하며 코웃음을 치자 화가 난 의사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호흡이 가쁘고 심장이 멈출 것 같아서 심폐소생술로 진정시키려고 한 건데 뭐가 문제에요?”“옆으로 안 비켜요?! 이분이 200억 준다고 해서 돈 노리고 이러는 거예요 설마?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거냐고요.”“지율 씨, 윤택이 지금 정말 위험하다고요. 만약 정말 돈 때문이라면 이분이 윤택이 살린 뒤에 따로 챙겨줄게요.”그 말에 하지율이 돈 때문에 고윤택을 내팽개치고 다른 아이를 돌봐준 일이 떠오른 고지후가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하지율, 너 돈에 미쳤어? 윤택이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돈이 먼저야 너는?”그의 말에 주위 사람들도 하나같이 하지율을 질책하기 시작했다.“정말 돈 때문에 다른 사람이 살리는 거 막나 봐. 사람이 어쩜 저래?”“한 아이의 생명을 두고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자꾸 시간 끌면 애만 위험해져요.”“애가 잘못되면 당신이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한다고요.”아이의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었던 하지율은 그런 수군거림에도 고윤택을 살피려 했지만 고지후가 그녀의 손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아무리 애를 써봐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자 하지율은 눈시울을 붉힌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진짜 저 돌팔이한테 애 맡기면 윤택이 죽어! 내가 애 엄만데 누가 나보다 애를 더 잘 안다고 그래!”그 말에 고지후가 살짝 고민하는 듯 보이자 임채아가 울먹이며 말했다.“지후야, 얼른 윤택이부터 구하자. 우리 윤택이 이제 더는 못 버텨!”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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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임채아는 곧바로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지율 씨, 제발 그만 해요. 여기서 더 늦으면 윤택이 정말 위험하단 말이에요. 지율 씨도 그건 원치 않잖아요.”고지후에게 손목이 잡혀버리고 임채아에게 앞이 가로막혀버린 하지율은 조급한 마음에 땀까지 흘리고 있었다.고윤택은 그녀가 열 달을 고생해서 낳은 아이였다.그러니 아무리 아이에게 실망했다고 해도 아이가 죽는 걸 보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하지율은 눈을 부릅뜨며 임채아를 밀어버렸다.“아!”“채아야!”무방비상태에서 당한 임채아가 뒤로 넘어가자 고지후는 하지율의 손을 놓은 채 임채아부터 부축했다.하지율이 그사이를 틈타 의사를 밀치려고 하자 임채아가 다급히 소리 질렀다.“지후야! 하지율 씨 막아!”하지만 고지후가 막으려고 할 때는 이미 늦은 뒤로 임채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아이가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한테는 꼭 사례할게요!”임채아의 말에 하지율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 나와 그녀의 팔을 잡았다.다들 그녀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여자 하나 끌어내는 걸로 사례금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마다할 이가 없었다.“놔요! 이거 놓으라고요!”하지율은 미친 듯이 발버둥 쳤지만 사람들에게 두 팔이 잡혀버려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나한테 약 있으니까 이거 써요...”하지율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뱉은 말도 임채아에 의해 묻혀버렸다.“하지율 씨, 더 이상 윤택이 응급처치 방해하지 마요!”하지율이 어찌나 세게 움직이는지 남자들이 대여섯 명 달려들어서야 그녀를 제지할 수 있었다.“내가 윤택이 엄마고 윤택이는 내가 키워낸 아이야. 애 상태에 대해서도 내가 가장 잘 안다고! 고지후, 남은 그렇게도 잘 믿으면서 나는 왜 못 믿어줘?”그때 임채아가 고지후 앞을 막아서며 그녀를 질책했다.“집에도 안 들어오고 윤택이 일은 나 몰라라 할 때는 윤택이 엄마가 아니었나 봐요?”“윤택이 위급해지니까 윤택이 살리겠다는 사람 막는 거, 난 오해할 수밖에 없어요.”임채아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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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임채아는 정시온 역시 바닥으로 밀어버렸다.“너 뭐 하는 거야!”아이는 바닥으로 쓰러지면서 손에 들고 있던 약을 떨궈버렸다.“여기가 어디라고 장난질이야!”팔꿈치가 다 까져서 아플 법도 한데 아이는 코를 훌쩍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임채아를 똑바로 쳐다봤다.“장난친 거 아니에요.”“아직도 거짓말할 거야? 평소에 유치원에서도 윤택이 괴롭혔다며. 윤택이가 저렇게 아파하는데도 장난이 치고 싶어? 너 정말 윤택이 죽이려고 이러는 거야?”“어린애가 어쩜 그리 독하니?”임채아가 엄한 표정으로 다그치자 정시온이 똑 부러지게 답했다.“윤택이 형 다치게 할 생각으로 그런 거 아니에요.”“그럼 방금 그건 뭐한 거야?”고지후가 차갑게 바라보며 묻자 정시온이 몸을 한껏 움츠러뜨렸다.“형 구하려고 그런 거예요.”“어디서 거짓말이야!”“거짓말 아니에요. 나는 지율 이모 말대로 한 것뿐이에요.”아이의 말에 임채아는 헛웃음을 흘렸다.“현장에 의사가 뻔히 있는데 의사 말은 안 듣고 하지율 씨 말을 들었다고?”“지율 이모가 윤택이 형 엄마니까 의사보다 형 몸 상태에 대해서 더 잘 알 거 아니에요.”그에 고지후가 표정을 굳힌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봤다.“만약 윤택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무리 어린애라도 난 절대 안 봐줄 거야.”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갑자기 환호를 내질렀다.“애 상태가 좀 나은 것 같아요!”눈썹을 꿈틀거린 고지후가 아이를 바라보니 빨갛던 얼굴도 점점 제 색을 찾아가고 있었고 호흡도 많이 안정되어있었다.얼굴에 홍진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경련을 일지는 않았다.그 모습에 놀란 의사는 다급히 바닥에 떨어진 약을 주워들었는데 시중에서는 판매하고 있지 않는 약이었다.공기 속에 퍼진 강한 한약 향으로 보아 한의사가 지어준 특효약이 분명했다.아이가 호전되자 그제야 안심한 하지율은 온몸에 힘을 쭉 빼버렸다.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던 그녀가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자 그녀를 잡고 있던 남정네들은 서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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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그런데 그때, 아이의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저 사람은 윤택이 형 엄마가 아니에요. 지율 이모가 엄마예요.”바닥을 짚고 일어선 정시온은 하지율 옆으로 달려가 그녀를 부축해주었다.“이모, 괜찮아요?”고개를 든 하지율은 정시온의 예쁜 눈에 자신을 향한 걱정이 가득 담겨있어 또 코끝이 찡해졌다.“난 괜찮아.”무심코 답을 한 하지율은 그제야 자신의 목소리가 듣기도 싫을 정도로 쉬어버린 걸 발견할 수 있었다.정시온의 손을 잡고 일어나려던 하지율은 몸이 떨려서 도저히 제대로 설 수가 없었다.그래서 다시 넘어지려 하자 정시온이 온 힘을 다해 그녀를 당겼지만 어린아이의 몸으로 하지율을 지탱할 수는 없었다.그런데 그때, 커다란 손 하나가 그녀의 허리를 받쳐주자 하지율은 그게 누군지 보지도 않고 감사 인사부터 했다.“감사합니다.”그런데 시야에 남자의 수려한 얼굴이 들어오자 하지율은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며 그의 손을 쳐내려 했다.하지만 고지후는 하지율의 손목을 꽉 잡아오며 물었다.“윤택이 이제 좀 나아졌는데, 병원에 같이 안 가볼래?”그 말에 하지율이 잠시 고민하자 정시온이 그녀를 부추겼다.“이모, 같이 병원 가서 윤택이 형 보면 안 돼요?”하지율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그래.”정시온을 바라보는 고지후의 시선도 전처럼 날카롭지만은 않았다.한쪽에 서 있던 임채아는 그들에게 잊혀진 채 멀어져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그 광경에 주변에 둘러섰던 이들이 하나둘 수군대기 시작했다.“저 여자는 누구야? 아까도 혼자 떠들면서 아이 엄마가 돈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몰아갔잖아. 저 여자 말만 듣고 정말 그런 줄 알았네.”“배 아파 낳은 자식이 죽게 생겼는데 어느 엄마가 돈을 생각하겠어? 저 여자가 일부러 아이 엄마를 그렇게 몰아간 거야. 아주 못된 여자라니까.”“아이 엄마가 애 살리려고 달려갈 때도 저 여자가 막은 거잖아. 그러면서 돈 줄 테니까 애 엄마 막아달라고까지 하고. 애가 멀쩡하니까 망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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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하지율이 고개를 돌리니 임채아가 또 가식적인 말을 해댔다.“윤택이가 사경을 헤매는데 어떻게 윤택이를 괴롭힌 아이를 친아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윤택이가 알면 서운하지 않겠어요?”“시온이는 윤택이 괴롭힌 적도 없고 아까 오히려 윤택이를 구했어요.”하지율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임채아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임채아 씨야말로 아까 저 계속 막고 다른 사람들 선동까지 하던데, 임채아 씨 때문에 우리 윤택이 정말 잘못될뻔했어요.”그 말에 표정을 굳히던 임채아는 이내 눈꼬리를 축 늘어뜨렸다.“저는 그 사람이 의사라니까 더 잘 아는 줄 알고 윤택이 더 위급해질까 봐 지율 씨를 말린 거죠.”눈에 눈물을 매단 임채아는 고지후를 보며 말했다.“지후야, 미안해. 내가 윤택이 죽일뻔했어...”“네 탓 아니야. 너도 윤택이가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그의 대답에 하지율은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고지후가 임채아를 두둔하고 나설 거라는 건 하지율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임채아와 함께 자신을 막은 이가 고지후이니 임채아를 변호하는 게 곧 고지후 자신을 변호하는 것이었다.그들을 더 보고 싶지 않았던 하지율은 이미 안정을 회복한 고윤택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단종건에게서 얻어온 약을 마침 지니고 있었기에 이만한 거지 그게 없었다면...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무언가 떠오른 하지율이 고지후를 보며 물었다.“윤택이 주머니에 항상 알레르기 스프레이가 있을 텐데 오늘은 왜 없었던 거야? 당신이 버린 거야?”“아니. 윤택이 매일 혼자서 옷 갈아입어. 벗어놓은 옷은 아주머니가 씻으시는데 그때 빼뒀나 보지.”“그럴 리가 없어. 내가 아주머니한테 몇 번이나 말했는데, 우리 집에서 오래 일하신 분이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잖아.”고지후까지 미간을 찌푸리자 임채아의 눈동자가 심히 흔들렸다.“윤택이가 잃어버린 거 아닐까?”그런 임채아의 표정 변화를 보지 못한 고지후의 말에 하지율은 미간을 매만지며 답했다.“내가 몇 번이나 주의를 줬는데. 위급상황에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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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하지율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바라보자 정시온이 말을 이었다.“아까보니까 지후 아저씨 테이블에 올려진 음식들이 저희 테이블이랑 똑같더라고요. 지율 이모가 윤택이 형 견과류 알레르기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견과류 케익 시켰잖아요.”“아직도 할 말이 남았어요?”아이의 말을 들은 하지율이 임채아를 차갑게 쳐다보자 임채아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케익 안에 견과류가 들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하지율, 너 왜 자꾸 채아한테만 뭐라고 해?”“채아가 케익 안에 견과류가 들었을지 어떻게 알겠어?”“윤택이가 너 먹는 거랑 똑같은 거 먹고 싶다고 해서 시킨 거야. 채아 잘못 아니야.”“그래, 채아 씨는 모를 수 있다 쳐. 그런데 지후 씨는 윤택이 아빠면서 그런 것도 안 챙긴 거야?”자신에게로 향한 시선에 고지후는 눈을 피하며 대꾸했다.“내가 디저트를 안 좋아하니까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제대로 안 본 거지.”“디저트?”“윤택이 유당불내증인 거 몰라? 크림 들어간 건 아예 못 먹는다고. 케익 안에 견과류 들어간 건 몰라도 케익에 올려진 우유랑 생크림도 볼 수 있었잖아.”하지율이 따지듯 묻자 고지후의 표정도 점점 굳어갔다.그러자 임채아가 나서며 고지후 편을 들기 시작했다.“지율 씨, 애들이 디저트 같은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잖아요.”“지율 씨가 막으면 막을수록 애들은 더 먹고 싶어 해요. 그러다가 몰래 먹는 애들도 많고요. 그럴 거면 그냥 저희가 보는 앞에서 조금만 먹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서...”하지율은 임채아의 어이없는 말을 잘라내며 되물었다.“이딴 말도 안 되는 논리 들먹이면서 윤택이 위한답시고 지후 씨랑 우리 애 가스라이팅 한 거예요?”그 말에 임채아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그게 아니라... 그건 정말 오해에요 지율 씨.”“하지율, 채아 말이 틀린 건 아니잖아. 우리 앞에서 먹게 하는 게 몰래 먹는 것보단 나아.”보다 못한 고지후가 나섰지만 하지율은 태도는 그에게도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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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그 말에 임채아는 가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했다.“죄송해요. 다음부턴 주의할게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임채아가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니 의료진도 그만 입을 다물었다.하지율은 그런 임채아를 보며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연약한 여자인 척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사람들의 동정을 자아내고 그래서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때는 언제고 일이 자기에게 불리한 쪽으로 돌아가니 곧바로 고개 숙여 사과하는 그녀의 스킬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얼굴에 철판을 깐 건지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민망해해도 본인만은 태연자약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임채아는 그런 수법으로 고지후와 고윤택 부자를 꽉 휘어잡고 있는 것이었다.구급차는 곧바로 인근 병원에 도착했고 고윤택은 수술실로 이송되었다.하지율과 정시온은 의자에 앉아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데 임채아만이 수술실 앞을 배회하며 두 손을 맞잡은 채 눈물을 흘려대며 같지도 않은 기도를 하고 있었다.“제발 우리 윤택이한테 아무 일도 없게 해주세요...”임채아가 자책하며 기도까지 하자 고지후는 오히려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다.“채아야, 네 잘못 아니라니까. 너도 일부러 그런 거 아니잖아.”“윤택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 더 이상 윤택이 어떻게 봐?”한 명은 가증스럽게 눈물을 훔치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명은 바보같이 그런 그녀를 달래주고 있었다.하지율은 그 둘을 보니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 같았는데 옆에 있던 정시온이 문득 입을 열었다.“지율 이모, 의사 선생님이 윤택이 형 이제 괜찮다고 하지 않았어요? 저 아줌마는 왜 저렇게 슬프게 우는 거예요?”“이모도 잘 모르겠네. 시온이가 가서 물어볼래?”고개를 끄덕인 정시온은 임채아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아줌마는 왜 그렇게 슬프게 울어요?”자신이 연기를 할 때마다 방해하는 아이가 무척이나 미웠지만 고지후의 앞에서는 착하고 여린 척을 해야만 했기에 임채아는 아이의 말에 상냥하게 답해주었다.“윤택이 형이 걱정돼서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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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임채아 씨가 사과해도 별로 억울할 건 없잖아요.”하지만 임채아는 하지율이 아닌 고지후를 바라보며 변명했다.“지후야, 나 진짜 안 밀었어. 내가 왜 어린애를 밀겠어.”고지후가 입을 열려 하자 정시온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됐어요 이모. 나 때문이에요 다. 아줌마랑 아저씨, 그리고 이모가 나 때문에 싸우는 건 싫어요.”“그리고 윤택이 형 구한 건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한 거예요. 그러다가 다친 거니까 다른 사람이라 상관없는 거예요.”“다른 사람 구하다가 다친 걸로 생색내고 그러면 안 된다고 아빠가 여러 번 알려줬어요.”“채아 아줌마는 어른인데 어떻게 저 같은 어린애한테 사과를 하겠어요?”다섯 살 난 아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어른들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 났다.정시온을 제외한 그들은 모두 고윤택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임채아가 가장 고윤택을 싸고도는 척하고 있었다.그런 사람들이 고윤택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인 정시온에게 감사 인사는커녕 오히려 아이의 몸에 상처까지 입혔으니 고지후도 이번만큼은 임채아의 편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어린아이를 괴롭힐 수는 없었기에 잠시 침묵을 유지하던 고지후는 결국 임채아를 향해 말했다.“채아야, 그냥 사과해.”믿기지 않는 그의 말에 임채아는 두 눈을 크게 떴다.본인이 원해서 먼저 사과를 하면 몰라도 고지후의 말 때문에 등 떠밀려 사과하는 건 너무 자존심 상했기에 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말했다.“지후 씨, 정말 내가 민 게 아니라니...”“채아야, 시온이는 우리 윤택이를 구해준 아이야. 윤택이 대신해서 감사 인사도 해야 하는 데 사과 한번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아니면 우리 윤택이 위해서는 하기 싫은 거야?”자신의 말을 자르며 되묻는 고지후에 임채아는 하마터면 표정 관리에 실패할 뻔했다.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데자뷔 같았다.자신이 매일 쓰던 수법으로 당하게 된 임채아는 정시온을 노려보았다.‘어린애가 어디서 가식이야.’그러자 정시온이 울먹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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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그렇게 하지율은 무방비상태에서 날아오는 뺨을 제대로 맞게 되었다.손에 어찌나 힘을 준 건지 하지율의 볼은 단 한대 만에 빨갛게 부어올랐다.“지율 이모!”깜짝 놀란 정시온이 소리를 지르자 고지후도 최혜은을 막으며 물었다.“어머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엄마, 화내지 말고 말로 해. 무슨 오해가 있을 수도 있잖아.”고윤영까지 다가가 말리자 임채아는 한쪽에서 입꼬리를 올린 채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었다.그때 최혜은이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오해는 무슨! 평소에도 쟤가 윤택이 돌봤어. 애를 어떻게 봤길래 병원에까지 오게 만들어? 다 쟤 탓이야!”“하지율, 너 잘 들어. 만일 내 손자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너 가만 안 둬!”급하게 병원으로 오느라 옷매무새도 정리하지 못한 하지율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 킨 머리카락이 얼굴을 다 가리고 있었다.그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던 정시온은 하지율이 걱정되어 그녀의 손을 잡았지만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지율 이모...”“이모 괜찮아.”천천히 고개를 들며 감정 없는 눈으로 자신에게 욕설을 퍼붓는 최혜은을 보던 그녀는 갑자기 입꼬리를 올렸다.뺨을 맞았는데도 웃는 하지율에 최혜은이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 하지율이 손을 들어 고지후의 뺨을 두 번 내리쳤다.그녀의 행동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랐고 최혜은은 떨리는 손으로 하지율을 가리켰다.“하지율, 너... 너 지금 내 아들 때린 거야?!”“지후 씨는 어머니 아들일 뿐만 아니라 제 남편이고 윤택이 아빠예요. 그러니까 두 대는 맞아야죠. 제가 어머니 대신해서 때린 거라고 생각하세요.”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는 하지율에 최혜은은 몸을 부르르 떨며 뒷목을 잡았다.“하지율, 너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지?!”“제가요? 그럴 리가요. 아무것도 안 한 제가 맞아야 한다면 아이 데리고 나가서 저렇게 만든 애 아빠는 더 맞아야 할 것 같아서 때린 건데요?”고지후가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는 말에 말문이 막혀버린 최혜은은 고지후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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