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421 - Chapter 1430

1432 Chapters

제1421화

하지율은 린의 메일에서 망연함과 무력감을 느꼈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 린에게 위안을 건네주었다.하지율도 그런 시절을 겪었었기에 린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그래서 가벼운 위로의 말이라도 상대방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림을 향한 순수한 애정을 가진 사람은 오랜만이었기에, 하지율은 린에게 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내주었다.린이 이제는 절망 속에서 빠져나온 것 같다고 생각한 하지율은 린을 위해 기뻐하고 있었다.린에게 메일을 보내려는 순간, 누군가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표서준이 서류를 들고 빠르게 걸어왔다.“하 대표님, 중요한 서류가 있습니다. 양 부장님 쪽에 다른 이슈가 생겨서 대표님이 직접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하지율은 표서준이 건네준 서류를 훑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준비하고 있어요. 화야 씨랑 바로 갈 테니까요.”표서준은 알겠다고 대답한 뒤 빠르게 자리를 떴다.이때 화면에 또 다른 메일이 들어왔다.하지만 회사 업무가 더 급했기에 하지율은 메일을 확인하지 않은 채 노트북을 덮어버리고 바로 주용화를 찾아갔다.이 계약은 하지율에게 중요한 계약이었기에 서둘러 처리해야 했다.3시간 뒤, 하지율과 주용화는 개인 여객기를 타고 떠났다.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손형원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summer의 답장을 받지 못했다.손형원은 이미 전송된 이메일을 쳐다보았다.[그 뒷모습 그림, 누구를 그린 그림인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손형원은 그제야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은 이미 저녁 열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summer가 잠에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형원은 메일을 그만 보내기로 했다.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사흘이 지나도, 손형원은 답장을 받지 못했다.이런 적은 처음이었다.summer는 항상 그의 메일을 읽고 꼬박꼬박 대답해 주었다.손형원이 무슨 내용을 보내도 summer는 당일에 답장해 주곤 했다.손형원은 본인이 너무 예민한 질문을 해서 summer가 심기 불편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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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2화

최근 들어 손형서가 손형원을 찾아갈 때마다, 손형원은 늘 컴퓨터 앞에 앉아 summer와 메일을 주고받고 있었다.손형원은 메일함을 몇 번 새로 고침했다. 그리고 새 메일이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느긋하게 손형서를 봤다.“랜선 연애?”손형서가 되물었다.“오빠, 요즘 summer랑 자주 연락하네?”손형원은 담담했다.“지금은 3일째 연락이 없어.”손형서가 눈을 가늘게 떴다.“그런데 왜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summer 답장 기다리는 중이야.”손형서는 잠깐 말문이 막혔다.“방금 3일째 연락 없다며.”“응. summer가 내 메일에 답장을 안 해.”“...”그러니까 손형원이 말하는 3일이란, 상대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 3일이었다.손형서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딱 벌렸다가 다시 물었다.“오빠, 연정미랑은 어떻게 됐어?”손형원이 대답했다.“끝났어. 이제 아무 관계도 아니야.”손형서는 멍하니 서 있다가 표정이 굳어졌다.“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연씨 가문이 우리랑 선 긋고 싶대?”손형서는 원래 연정미가 그런 사람인 걸 알고 있었기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손형서가 차갑게 말했다.“연씨 가문이 의리 없게 굴었다면 우리도 의리 지킬 필요 없어. 그동안 오빠가 연씨 가문에 해준 게 얼만데. 연정미랑 결혼하겠다고 온갖 이익은 다 챙겨줬고, 이제는 지분까지 주겠다고 했잖아. 오빠는 할 만큼 했어. 그런데도 분수를 모르고 기어오른다면 본때를 보여줘야지.”아무리 지금 손형원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손형원은 여전히 손씨 가문 가주다.손형서는 연정미의 오랜 절친이기도 했다.그러니 연정미를 건드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연정미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일 정도는 손형서가 할 수 있었다.손형원은 연정미 얘기를 더 듣고 싶지 않은 듯 차갑게 얘기했다.“아니야. 연정미한테 지분 3%를 넘기고, 선을 긋겠다고 한 건 나야.”손형서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오빠, 방금 뭐라고 했어? 연정미한테 지분 3%를 주고, 그걸로 끝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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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3화

그런데 손형원은 생각보다 쉽게 포기해 버렸다.손형원이 덧붙였다.“연정미한테 보상을 해 주는 것도, 지난번 네가 멍청한 짓을 해서 연씨 가문이 약점을 잡았기 때문이야. 보상 없이 그쪽에서 너를 그렇게 쉽게 놔줄 것 같아?”손형서가 입술을 달싹였다.“난... 난 그저 오빠 도와주려고 한 건데... 그리고 오빠는 연정미한테 손끝 하나 안 댔는데, 연정미는 순순히 지분을 받았어? 양심이 안 찔리나? 그동안 오빠가 연정미한테 잘못한 일을 한 적도 없잖아. 오히려 연정미가 오빠한테 미안한 게 가득하지. 우리가 연씨 가문한테 빚진 것도 없는데 왜 보상을 해 줘야 해? 반대로 연씨 가문이 오빠한테 보상해야지.”손형원은 담담했다.“넌 뭔가를 이미 손에 넣었는데 다시 토해내라고 하면 순순히 내놓을 거야? 게다가 그건 내가 먼저 준 거잖아. 돌려받을 이유도 없고. 돈, 그깟 걸로 연씨 가문이랑 더 엮이고 싶지 않아. 돈으로 조용해지는 게 낫지.”손형서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손형원을 바라봤다.손형원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손형원은 원래 지는 걸 못 참는 사람이었다. 연씨 가문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은 손형원한테서 이득을 보기 아주 어려웠다.연정미에게 지분을 넘긴 것까지는 이상하지 않았다.하지만 손형원이 이렇게 담담하게 말한다는 건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손형서는 손형원이 돈으로 연씨 가문 사람들과 선을 긋겠다고 한 말이 일부러 한발 물러서는 척하며 연정미의 양심을 건드리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은...그냥 말 그대로인 것 같다.“오빠, 요즘 대체 왜 그래?” 손형서의 시선이 손형원의 컴퓨터로 향했다. “설마 진짜 연애해?”손형원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소리야. 그냥 내가 좋아하는 화가랑 몇 마디 나누는 것뿐이야.”손형서는 그게 끝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연정미한테 제대로 한 방 맞은 손형원이 잘못된 길로 빠질까 봐, 손형서는 결국 잔소리를 늘어놓았다.“오빠, 그 summer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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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4화

손형원은 시선을 천천히 옮겨 ‘블라썸’을 유심히 관찰했다.“연씨 가문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냉혈한이야. 저렇게 감정이 가득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리가 없어.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어쩌면 연씨 가문 저택 뒷정원에 가본 적이 있을 수도 있고.”손형서는 그림을 볼 줄 모르기에 그림만 보고 뭘 알아내는 건 당연히 불가능했다.손형서가 낮게 말했다.“좋아. summer가 연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고 쳐도 그 뒷모습 그림은 누가 봐도 연정미잖아. 만약 summer도 연정미를 좋아하던 사람이라면?”손형원은 눈앞의 그림을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난... 그 뒷모습이 연정미가 아닌 것 같아. 그리고...”손형원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이 뒷모습, 어딘가 익숙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손형서는 단호했다.“익숙한 건 당연하지. 그 뒷모습이 연정미니까 오빠가 눈에 익은 거야! 오빠, 오빠가 정말 연정미를 좋아한다면 우리도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손형서가 손형원을 더 설득하려는 순간, 손형원의 컴퓨터에서 알림음이 났다.손형원은 메일함에 새로 뜬 읽지 않은 메일을 보자마자, 연정미 이야기는 아예 잊은 듯 자리로 가서 메일을 열었다.summer의 답장이었다.손형서는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알아차렸다. 손형원이 summer의 답장에 회신할 때 표정이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말이다.손형서는 또다시 기분이 묘해졌다.어쩌면 연정미 사건으로 머리가 복잡하니까 주의를 돌리려고 얼굴도 모르는 온라인 상대에게 이렇게 집착하는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만약 상대가 남자면? 오빠, 설마 이대로 커밍아웃하는 거 아니야?’다른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손형원이 연정미를 얻지 못해 큰 충격을 받고 그 뒤로 다른 길로 빠졌다고 말이다.손형서의 머릿속에 손형원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장면이 스쳤다. 곧바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하지만 손형원은 손형서의 표정 따위 볼 틈 없이 summer와 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했다.summer는 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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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5화

하지율은 그동안 린과 이렇게 오래 대화한 것이 같은 취미와 비슷한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쩌면 이게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린은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하지율은 린의 진심을 충분히 느꼈다.고민 끝에 하지율은 인스타 계정을 린에게 보내주었다.고지후와 이혼한 뒤, 하지율은 과거를 잘라내 버렸다.고씨 가문에서 나온 뒤 하지율은 그곳에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연락처도 바꿨고 SNS 계정도 다 바꿨다.기존 인스타에서 임채아나 장하준 등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말이다.새 계정으로 바꾼 뒤, 열심히 일에 몰두하느라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계정이 생겼고 유소린이 그 계정을 운영했다.하지율의 개인 인스타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가끔 음식 사진을 올린 것만 빼면 아무것도 없어서 인스타 사진을 보고 계정주가 누구인지 알아맞히기는 어려웠다.프로필 사진마저도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것이고 계정 닉네임도 S였다.summer과 샤인, 모두 s로 시작하니까 말이다.하지율이 인스타를 보내준 지 얼마 되지 않아 팔로우 요청이 들어왔다.하지율은 바로 팔로우를 받아주었다.그리고 린의 인스타를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비공개 계정인가 싶을 정도였다.린의 프로필 사진은 그냥 기본 사진이었다.하지율이 오해할까 봐 걱정되었는지, 린이 갑자기 디엠을 보냈다.[인스타에 뭘 올리는 습관은 없어서요.]하지율이 답장했다.[괜찮아요. 저도 마찬가지에요.]몇 마디 더 나누던 하지율은 아직 처리하지 못한 업무 때문에 린과 작별 인사를 하고 주용화를 찾으러 갔다.하지율은 다른 일 때문에 호텔로 먼저 돌아왔고, 계약 현장의 중요한 서류들은 주용화가 가져오기로 했다.주용화는 아까 하지율에게 서류를 다 챙겼다고 문자했다.주용화의 방은 하지율의 바로 옆에 있었다.하지율은 서류를 확인하기 위해 주용화의 방으로 문을 두드렸다.“화야 씨, 저 왔어요.”한참을 기다렸지만 대답이 없었다.다시 문을 두드리려는데, 그제야 문이 원래 열려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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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6화

하지율의 시선을 느끼자 주용화는 머리를 닦던 손을 잠깐 멈췄다.주용화가 고개를 돌리자 하지율은 멍하니 주용화를 바라보고만 있었다.그런 모습에 주용화의 입가에는 아주 옅은 웃음이 걸렸다.“언제 왔어요?”주용화의 목소리에 하지율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그제야 하지율은 자신이 남의 몸을 그것도 이렇게 오래 빤히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평소에는 마르고 얇아 보이던 주용화가 생각보다 탄탄했다.하지율은 괜히 목이 마른 느낌이 들었다. 큰일을 겪어도 늘 표정 하나 안 흔들리던 하지율이었지만 지금은 머릿속이 조금 멍해졌다.“미안해요. 문이 열려 있길래... 계약서가 급해서 그냥 들어왔어요. 그게... 화야 씨가 불편하면 들고 나가서 볼게요.”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순간, 하지율의 손에 들려 있던 서류가 툭 하고 미끄러졌다.그러자 종이들이 바닥으로 우수수 쏟아졌다.‘이런...’하지율은 민망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급히 허리를 숙여 서류를 주워 담으려는데 그때 주용화가 손에 들었던 수건을 옆으로 던지더니 천천히 다가왔다.주용화가 가까워질수록 하지율의 심장이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샤워 직후의 향이 공기 속에 번지자, 하지율은 머리가 살짝 취하는 것 같았다.주용화도 같이 허리를 숙여 서류를 주워들었다.“여기 몇 군데... 수정된 부분이 있더라고요. 다시 한번 보는 게 좋겠어요. 디테일이 어긋나면 곤란하잖아요.”숨결이 닿을 만큼 주용화는 너무 가까운 곳에 있었다. 심지어 속눈썹 한 올 한 올까지 다 보일 정도였다.하지율은 호흡이 흐트러졌다.“그게... 제가 나가서 혼자 볼게요.”그러자 주용화의 부드러운 눈빛이 하지율의 얼굴에 내려앉았다.“제가 짚어 줄게요. 지율 씨가 하나씩 찾으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이따 반 대표님이 밖에서 보자고 했잖아요. 늦으면 안 돼요.”그 말에 하지율은 더는 거절할 수 없었다.하지만 주용화가 저런 차림으로 옆에 붙어 있는데 무슨 계약서가 눈에 들어오겠는가.주용화는 하지율이 어색해하는 걸 모르는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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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7화

그러자 주용화가 말했다.“괜찮아요. 저도 좀 더워요.”그 말에 하지율은 주용화를 올려다봤다.마침 주용화도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하지율을 바라보고 있었다. 까맣게 가라앉은 눈동자, 깊은 웅덩이 같은 그런 시선 속에 알 수 없는 빛이 어른거렸다.하지율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익숙하지만 자주 겪어보지 못했던 그런 불안이 다시 밀려왔다.설명할 수 없는 위험한 예감이 들었다.‘더는 여기에 있으면 안 돼.’하지율은 일 따위는 잊은 채 벌떡 일어났다.“저... 급한 일 생겨서 먼저 갈게요.”말을 끝내고도 하지율은 주용화의 표정을 감히 보지 못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그런데 그 순간, 주용화는 하지율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지율 씨, 잠깐만요.”하지율은 원래부터 마음이 어지러웠다. 급히 빠져나가려던 순간이라 주용화가 이렇게 자기 손목을 붙잡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갑작스러운 힘 때문에 하지율은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그러자 주용화는 재빠르게 끌어당겨 하지율을 바로 세웠다.하지율은 자신이 한심해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남자를 못 본 것도 아닌데, 나 오늘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화야 씨 앞에서 정말 제대로 망신하네. 혹시라도 화야 씨가 자기 때문에 내가 헛된 생각이라도 했다고 여기면 날 얼마나 우습게 볼까.’주용화가 물었다.“지율 씨, 괜찮아요?”하지율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억지로라도 평정을 되찾으려 애썼다.“괜찮아요. 그게... 진짜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들어갈게요. 이따가 다시 올게요.”하지율은 주용화의 대답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재빠르게 방에서 빠져나왔다.하지율의 뒷모습은 어딘가 도망치듯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계약서 서명 과정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는 나름 좋았다.양쪽이 최종 확인을 마치자 반 대표가 직접 자리를 마련했다.비즈니스판에서 밥자리와 접대는 흔한 일이었다. 하지율은 될 수 있으면 거절하는 편이었다.이번도 마찬가지로 거절하려 했지만 반 대표가 너무 열정적으로 나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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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8화

반 대표는 목소리를 낮춘 채 하지율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다들 체계적으로 건강 검진도 받았습니다. 몸에도 이상이 없고, 아주 깔끔해요.”반 대표는 반대편에 앉아 있던 주용화를 힐끗 보더니, 더 낮게 속삭였다.“하지율 씨 옆에 있는 저 남자보다 절대 뒤지지 않아요.”반 대표의 말에 하지율을 할 말을 잃었다.하지율은 그제야 왜 권력 있는 남자들의 주변에 여자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스스로 달라붙는 사람도 많겠지만 협력사 쪽에서 이런 식으로 세팅까지 해 주니까 말이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지후는 임채아 말고는 주변에 여자가 없었으니 그 정도면 꽤 깔끔한 편이었나 싶기도 했다.그 사이 무대 위에는 서로 다른 분위기의 남자 모델 다섯 명이 올라와 공연을 시작했다.먼저 아이돌 그룹처럼 단체로 맞춰 추는 댄스였다.현장의 음악은 요란하게 박자를 때렸고, 무대 위의 남자들도 꽤 노골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하지율을 향해 윙크를 날리고 키스를 던졌다.솔직히 말해서 반 대표의 눈썰미는 나쁘지 않았다.남자 모델들은 얼굴도, 몸도, 무대 매너도 흠잡기 어려울 만큼 완벽했다.그런데도 어쩐지 주용화와 비교하면 한 끗이 모자랐다.하지율은 밖에서 도는 소문 같은 건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귀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특히 연씨 가문 사람들이 입에 올리는 말은 더 자주 들렸다.하지율도 주용화가 잘생긴 건 알고 있었다.다만 둘 사이 관계도 그렇고 바깥의 적도 너무 많아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주용화의 외모 자체를 곱씹을 여유가 없었을 뿐이었다.그런데 오늘 낮에 샤워를 막 끝낸 채 나온 주용화의 모습을 떠올리자 하지율은 두 볼이 괜히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주용화는 몸매도 꽤 괜찮았다.근육 라인이 예쁘게 잡혀 있었다. 하지율은 문득 손끝으로 주용화의 몸을 느끼면 어떤 감촉일지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스쳤다.하지율은 무대 위 공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꽤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머릿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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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9화

하지율은 방금 삼킨 물에 그대로 목이 메었다.“콜록... 콜록.”옆에 앉아 있던 반 대표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지율 씨, 어때요? 마음에 드는 친구 있어요? 제가 보기에도 꽤 괜찮은 애들로 골라봤어요.”반 대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지율 씨가 예전에 꽤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다면서요? 그래서 일부러 음악 좀 배운 애들로 골랐습니다.”반 대표의 웃음은 어딘가 묘했다.“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으면 데려가서 곁에 두세요. 지금 지율 씨의 신분이라면 전부 마음에 들어도 전혀 문제없잖아요.”그때였다.“쩅그랑!”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컵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동시에 실내조명이 밝아졌다.주용화의 손에는 부서진 유리컵이 들려 있었다.손바닥에 박힌 파편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고 붉은 피가 손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하지율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화야 씨, 손이 왜 그래요?”주용화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부서진 컵을 옆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그리고 휴지를 몇 장 뽑아 손에 묻은 피를 천천히 닦았다.“괜찮아요. 계속 공연이나 보세요.”하지만 하지율은 더 이상 공연을 볼 생각이 없었다.주용화의 손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안 돼요. 당장 병원 가야 해요.”그리고 반 대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반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 경호원이 다쳐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제가 따로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반 대표는 하지율의 얼굴에 떠오른 걱정과 초조함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급한 일이 있으면 먼저 가세요.”하지율은 주용화의 손목을 잡고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반 대표 옆에 있던 파트너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준비한 게 다 헛수고였네요.”반 대표는 멀어지는 하지율의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처음에는 다 저렇지. 밖에 세상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게 되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반 대표는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요즘 젊은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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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0화

‘화야 씨를 남자 모델들이랑 비교하면 어떻냐고?’하지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남자 모델들의 몸도 꽤 괜찮았던 것 같았다.하지만 정확히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하지율은 가볍게 헛기침하더니 대답했다.“화야 씨의 몸매가 더 좋아요.”주용화는 고개를 돌려 하지율을 바라봤다.“그렇다면 앞으로 보고 싶을 때는 제 걸 보시면 됩니다.”하지율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지금 뭐라고 하셨어요?”주용화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세상에는 목적을 이루려고 미인계를 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심지어 자기 몸까지 이용하면서 상대를 흔들기도 하죠. 지율 씨...”주용화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 주변에는 아직 적이 많습니다. 정체가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는 게 좋습니다.”그러더니 말을 덧붙였다.“지율 씨가 제 몸도 괜찮다고 하셨으니. 정 보고 싶으실 때는 제 몸을 보셔도 됩니다.”하지율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주용화의 말만 들으면 마치 하지율이 욕구를 못 참고 몸 좋은 남자를 찾아다니는 사람처럼 들렸다.하지율은 급히 손을 내저었다.“아니에요. 전혀 그런 거 아니에요. 저는 지금 그런 생각이 전혀 없어요. 그 남자 모델들에도 관심 없고요. 그냥 반 대표님이 너무 적극적으로 권해서... 저도 그런 공연을 준비할 줄은 몰랐어요.”하지율은 서둘러 덧붙였다.“화야 씨 걱정하지 마세요. 윤씨 가문의 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요. 그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연애할 생각도 없습니다.”주용화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음 날, 두 사람은 일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윤씨 가문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안에서 고함이 들려왔다.분노에 찬 연상진의 목소리가 집 안 전체에 울려 퍼졌다.“소아린, 당장 나와. 오늘 널 가만두면 난 연상진이 아니야.”잠시 뒤, 맑고 또렷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그래. 연씨 성이 그렇게 싫으면 내 성을 따르면 되겠어. 이제 연상진 말고 소상진으로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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