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율의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단순했다.그녀가 함우민과 얽힌 일로 주용화는 목숨을 잃을 뻔했다.정기석 역시 아무 잘못 없이 그 일에 휘말려, 누군가의 계략에 이용당했다.‘내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애초에 함우민과 엮일 일도 없었을 텐데...’정기석이 차분히 말했다.“지율 씨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함우민 같은 인간은 원래 속이 검은 인간이니까요. 지율 씨가 아니었어도, 저를 못마땅해했다면 결국 저를 노렸을 겁니다.”하지율과 주용화는 정기석의 안내를 따라 정씨 가문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정시온은 거실에 앉아 있었다.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듯,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었다.하지율과 주용화가 들어오는 순간, 정시온은 벌떡 일어나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이모!”하지율에게 인사를 한 뒤, 고개를 돌려 주용화를 향해서도 인사를 건넸다.“아저씨, 안녕하세요!”몇 마디 안부를 나눈 뒤, 정기석이 말했다.“시온아, 너는 아저씨랑 아래에서 좀 놀고 있어. 아빠는 지율 이모 모시고 증조할머니 뵈러 올라갔다 올게.”정시온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네.”하지율도 주용화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화야 씨,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주용화가 짧게 답했다.“네.”정기석은 하지율을 데리고 계단을 올라갔다.두 사람의 걸음이 할머니의 방 앞에서 멈췄다.정기석이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할머니, 지율이 왔습니다.”잠시 뒤, 안쪽에서 힘 빠진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지율이만 들여보내고... 너는 내려가서 기다려라.”정기석은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그리고 고개를 돌려 하지율을 바라봤다.“지율 씨, 할머니 잠시 부탁드리겠습니다.”하지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침대 위에는 수척해진 노인이 누워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몸과 달리, 눈빛만은 또렷하게 빛났다.하지율이 들어서자, 노인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지율아... 이렇게까지 와 주느라 고생했구나. 늙은이를 보러 와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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