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1501 - Chapter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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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1화

단씨 가문과 연씨 가문은 이번 일로 하마터면 완전히 척질 뻔했다.연정미가 중간에서 어떻게든 수습하지 않았더라면 두 집안은 정말 원수가 되었을지도 몰랐다.연재영은 이번 일을 지시한 사람이 단성훈이라는 말을 듣고 대뜸 단성훈을 찾아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했다.그런데 단성훈은 중상을 입고 며칠이 지나도록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연상진은 범인이 단성훈이라는 말을 듣자,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곧바로 이성을 잃은 듯 화를 냈다.“뭐? 단성훈이라고? 그 위선자 새끼가 감히?”연상진은 침대에 누운 채 상처투성이가 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분명 하지율이 시킨 거야. 그래서 그 자식이 나한테 손을 쓴 거라고. 내가 기억하기로 그 자식은 하지율을 쫓아다녔었어. 단성훈, 그 자식! 일부러 정미 옆에 붙어 있으면서 하지율한테 소식을 흘렸을지도 몰라! 스파이짓을 했을지도 모른다고!”연상진의 눈가와 입가에는 멍자국이 선명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졌고 말을 하면 할수록 분은 더 치밀어 올랐다.“안 되겠다. 가서 단성훈 그 자식 얼굴을 직접 확인해야겠어. 진짜 가만 안 둬.”연재영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연정미는 미간을 좁혔다.“오빠, 형원 오빠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연재영이 곧장 받아쳤다.“내가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여?”연재영은 물론, 손형원 역시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실없는 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연씨 가문 사람들은 손형원이 잔혹하고 인정이라곤 없는 인간일지언정, 없는 말을 꾸며낼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연정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차분히 입을 열었다.“성훈 씨는 아직 위중한 상태잖아. 의식이 돌아오면 그때 직접 물어보자. 나는 아무래도 이 일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성훈 씨가 아무 이유도 없이 둘째 오빠를 공격했을 리가 없잖아.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고.”하지만 연상진은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하지율한테 홀딱 넘어간 거지 뭐. 예전에 하지율이랑 같은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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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2화

손형원이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잘못 들은 거로 해. 할 말 남았어?”연정미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동안 손형원이라는 사람을 한 번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연정미의 전화는 스피커폰으로 연결돼 있었기에 손형원의 말은 병실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연정미뿐만 아니라, 단씨 가문과 연씨 가문 사람들까지 모두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마치 전화를 잘못 건 것 같은 황당한 분위기였다.순간 병실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졌다.평소 같으면 가장 먼저 들고일어났을 연상진조차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단보현이었다.단보현은 연정미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가로챘다.“잘못 들었다고? 이렇게 중요한 일을 어떻게 잘못 들을 수가 있어? 손형원, 지금 우리를 우습게 보는 거냐. 정말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손형원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받아쳤다.“궁금한 게 남았다면 단성훈한테 물어봐. 나한테 전화했을 때도 횡설수설 쓸데없는 말만 한참 늘어놓더라. 연상진이 어떻다느니, 연정미한테 뒤집어씌우면 안 된다느니... 결국 나보고 사람 시켜서 한 번 손보라는 식으로 말했어.”그 말에 모든 시선이 단성훈에게 쏠렸다.단성훈은 억울한 얼굴로 급히 말했다.“삼촌, 저 아니에요. 제가 손봐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하지율이지, 상진 형님이 아니었어요. 상진 형님이 정미 오빠라는 걸 제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랬을 리가 있겠습니까?”손형원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래? 그런 거라면 연상진은 굳이 왜 언급했는데?”단성훈은 정말 억울하다는 듯 갈라진 목소리로 변명했다.“아니요! 제가 한 말은 상진 형님이 하지율을 회사에서 봤다는 거였어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나온 걸 봤다는 거요. 상진 형님을 손봐달라고 한 적은 없잖아요!”손형원의 목소리는 갈수록 성가시다는 기색이 짙어졌다.“그때 내가 좀 바빠서 제대로 못 들었나 봐. 이제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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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3화

“누가 모르냐? 손형원이 네 말이면 무조건 따르는 녀석이라는 거. 네가 시키지 않았으면 감히 나를 건드렸겠어? 지분 문제로 네가 속으로 불만을 쌓아 뒀다가 손형원을 시켜서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거잖아.”그 말을 듣고 있던 단성훈이 더는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님, 이 일은 정미와는 아무 관련 없습니다. 정미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화도 제가 한 겁니다. 단지 손형원 형님이 오해한 것뿐입니다.”연상진은 코웃음을 쳤다.“오해? 손형원이 오해를 해? 손형원도 한 가문을 쥐고 흔드는 놈이야. 그런 놈이 말귀 하나 제대로 못 알아듣는다고? 입으로는 하지율을 손보러 간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슬쩍 딴맘 먹고 나를 공격하게 만든 거지. 그게 더 말이 되지 않아?”연상진은 스스로 확신에 찬 얼굴로 연정미를 노려봤다.“전화를 건 게 네가 아니라고 해서 뭐가 달라져? 네가 굳이 직접 나설 필요 있었겠냐고! 눈썹 한 번만 찡그리면 주변에서 알아서들 도와주잖아. 더러운 일은 다 남 시키고, 정작 본인은 깨끗하고 고상한 척 뒤로 빠져 있으려던 거였지?”연상진의 노골적인 말에 연정미는 물론이고, 곁에 있던 단보현과 단성훈까지 얼굴이 어둡게 굳었다.늘 침착하던 연정미의 표정에도 분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오빠, 지금 선 넘었어.”연상진은 오히려 언성을 높였다.“어차피 난 이제 잃을 거 없어.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놈이 무서울 게 뭐가 있겠냐? 너희가 먼저 선 넘었으니, 나도 봐줄 생각 없어!”단보현은 연상진 같은 수준의 판단력에, 지금처럼 오해까지 겹친 상황에선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는 단성훈을 바라봤다.“손형원한테 다시 전화해. 이 일, 어쨌든 시작은 손형원이야. 직접 와서 정리하게 만들어. 지금 당장 돌아오라고 해. 안 그러면... 연정미 얼굴 다시는 못 보게 될 거라고 전해.”단성훈은 말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곧바로 손형원의 번호를 눌렀다.손형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대로 끊어 버렸다.단성훈은 포기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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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4화

정씨 가문이 L국에 마련한 저택은 Z국이나 M국에 비해 한층 더 웅장해 보였다.하지율과 주용화가 L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정기석이 직접 차를 몰고 공항으로 나와 두 사람을 맞이했다.여전히 하지율의 곁을 지키고 있는 주용화를 보며 정기석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복잡한 감정이 스쳤지만, 그는 곧 표정을 정리하고 부드럽게 웃었다.“지율 씨, 화야 씨, 어서 오세요.”정씨 가문으로 향하는 차 안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그 침묵을 깬 것은 하지율이었다.“할머니 상태는... 어떠세요?”정기석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좋지 않습니다. 의사 말로는... 길어야 한 달 정도라고 하네요.”그 말을 듣는 순간, 하지율은 가슴이 먹먹해졌다.정기석의 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은 아니었지만, 다정하게 대해주던 분이 곧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하지율은 마음이 무거워졌다.차 안에 잠시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하지율의 기색을 살피던 정기석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요즘은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하셨습니다. 더 바랄 것도 없다고 하셨고요.”하지율은 잠시 시선을 떨군 채 있다가, 다시 물었다.“시온이는 요즘 잘 지내나요?”정기석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계속 지율 씨를 찾네요.”하지율의 표정에 미안함이 스쳤다.“죄송해요. M국에 돌아간 뒤로는... 시온이랑 시간을 거의 못 보냈네요.”정기석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이제 막 다시 시작하신 상황이니 바쁘신 게 당연합니다. 저도 한창 바쁠 때는 시온이랑 제대로 연락을 못 하는걸요. 그래도 그때 지율 씨를 알게 되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시온이 곁을 오래 지켜 주셨으니까요.”두 사람은 가볍게 대화를 이어가며 이동했다.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씨 가문 본가 저택 앞에 멈춰 섰다.주용화는 창밖으로 펼쳐진 저택을 바라보았다. 압도적인 규모와 깔끔하게 정돈된 외관이 한눈에 들어왔다.“기석 씨가 이런 곳에 거주하고 계신 줄은 몰랐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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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5화

하지율의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단순했다.그녀가 함우민과 얽힌 일로 주용화는 목숨을 잃을 뻔했다.정기석 역시 아무 잘못 없이 그 일에 휘말려, 누군가의 계략에 이용당했다.‘내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애초에 함우민과 엮일 일도 없었을 텐데...’정기석이 차분히 말했다.“지율 씨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함우민 같은 인간은 원래 속이 검은 인간이니까요. 지율 씨가 아니었어도, 저를 못마땅해했다면 결국 저를 노렸을 겁니다.”하지율과 주용화는 정기석의 안내를 따라 정씨 가문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정시온은 거실에 앉아 있었다.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듯,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었다.하지율과 주용화가 들어오는 순간, 정시온은 벌떡 일어나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이모!”하지율에게 인사를 한 뒤, 고개를 돌려 주용화를 향해서도 인사를 건넸다.“아저씨, 안녕하세요!”몇 마디 안부를 나눈 뒤, 정기석이 말했다.“시온아, 너는 아저씨랑 아래에서 좀 놀고 있어. 아빠는 지율 이모 모시고 증조할머니 뵈러 올라갔다 올게.”정시온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네.”하지율도 주용화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화야 씨,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주용화가 짧게 답했다.“네.”정기석은 하지율을 데리고 계단을 올라갔다.두 사람의 걸음이 할머니의 방 앞에서 멈췄다.정기석이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할머니, 지율이 왔습니다.”잠시 뒤, 안쪽에서 힘 빠진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지율이만 들여보내고... 너는 내려가서 기다려라.”정기석은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그리고 고개를 돌려 하지율을 바라봤다.“지율 씨, 할머니 잠시 부탁드리겠습니다.”하지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침대 위에는 수척해진 노인이 누워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몸과 달리, 눈빛만은 또렷하게 빛났다.하지율이 들어서자, 노인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지율아... 이렇게까지 와 주느라 고생했구나. 늙은이를 보러 와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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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6화

하지율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시온이가 기석 씨의 친아들이 아니라고요?”노인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시온이 친모, 기은이는... 우리의 만류에도 그 남자와 헤어지려 하지 않았다. 나와 그 아이 할아버지는 강하게 반대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지.”노인의 시선이 먼 곳을 향했다.“기석이와 기은이 부모는 비행기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두 아이는 내가 키웠다. 기은이도 기석이 못지않게 머리도 좋고 능력도 뛰어난 아이였다. 우리는 손녀라고 해서 따로 차별할 생각은 없었다. 유심 그룹은 두 남매가 함께 이끌게 할 생각이었지.”하지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의 말을 통해 ‘기은’이 정기석의 친누나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아차렸다.“그런데 그 아이가 사랑에 빠지더니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더구나. 결국 우리와 연을 끊겠다고까지 하고... 그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갔다.”하지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기은 씨가 좋아하던 분... 집안이 형편이 많이 어려운 분이셨나요?”정기석의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우리 정씨 가문은 그런 걸 따지지 않았어. 나와 그 양반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으니, 상대가 부유한 가문 출신이 아니라도 착하고 바르면 얼마든지 도울 생각이었다.”노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야속하게 그 남자는 하필이면 주씨 가문 자제였지.”하지율의 눈빛이 흔들렸다.“주씨 가문이요? 세계 최고 부자로 알려진 그 재벌 가문 말인가요?”노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주씨 가문과 우리 정씨 가문은 모두 L국에 기반을 둔 재벌 가문이야. 이 바닥에서 그 집안 이야기는 숨길 것도 없는 사실이다.”노인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주씨 가문 자제들은 외모도 출중하고, 머리도 좋고, 능력까지 뛰어나다는 소문이 자자했어. 크게 애쓰지 않아도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을 걸려도 얻기 힘든 부와 지위를 쉽게 손에 넣었지. 그야말로 돈과 권력을 타고난 사람들이었지.”노인의 표정이 천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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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7화

“마지막으로 기은이를 봤을 때는 이미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시온이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그 남자의 감금과 통제를 참고 견뎠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시온이를 낳고, 시온이가 점점 커 갈수록 그 집안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더 또렷하게 느꼈다고 했어.”노인은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그래서 떠나려고 했는데, 그 남자가 죽겠다고 협박까지 하며 막아섰대. 결국 그 남자가 죽은 뒤에야 기은이는 풀려날 수 있었어. 하지만 그동안 쌓인 마음의 병이 문제였지. 오랜 우울과 고통에 시달리면서 몸도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더구나.”한숨이 길게 이어졌다.“결국 소문이 틀린 게 아니었다. 주씨 가문과 얽히면 화를 입는다는 말이.”하지율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노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시온이를 데려왔을 때, 그 아이는 세 살이었다. 참 착하고 예의 바른 아이였지. 그리고... 기은이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었기에 우리는 시온이를 기석이 호적에 올리기로 했다. 아이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다. 정서적으로도 버팀목이 필요했으니까.”그리고 덧붙였다.“또 하나는 쓸데없는 소문을 막기 위해서였다.”하지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선택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했다.세상은 언제나 여성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같은 사생아 문제라 해도,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행실이 문란하다느니 자중하지 못했다느니 하는 비난을 받았고 아이까지 함께 손가락질을 받았다.반대로 남자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특히 돈 있는 남자에게 사생아가 있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여겨졌다.더구나 정시온의 친부는 주씨 가문 사람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충분했다.정기석의 할머니가 그들과 어떤 식으로든 엮이길 원치 않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 아이를 주씨 가문에 맡긴다는 건 애초에 선택지에도 없었을 것이다.세간의 시선을 피하는 동시에 정시온을 부모 없는 아이로 만들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그 결정은 결코 잘못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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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8화

하지율을 바라보는 노인의 눈빛은 무척이나 온화했다.“지율아, 오늘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건... 네게 부담을 주려는 게 아니라, 내 못난 손자 대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부탁해 보려는 거야.”잠시 기침이 이어졌다. 정기석의 할머니는 손등으로 입가를 가리며 숨을 가다듬었다.“기석이는 워낙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진 아이라, 이제는 결혼할 생각도 접은 것처럼 보이더구나. 어렵게 마음이 가는 사람을 만났으면서도...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조차 몰라 하니, 내가 생이 다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석이를 도와주고 싶었다.”잠시 숨을 고른 뒤, 노인은 말을 이었다.“나는 이미 유언을 정리해 두었다. 내 명의로 된 지분 중 일부는 기석이의 친자식에게 넘길 생각이다. 시온이가 기석이의 아들인 이상, 장차 기석이 자식이 가져갈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 그래서 그 부분은 내가 대신 채워주려는 것이다.”노인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나머지 일부 지분은 기석이의 아내에게 줄 생각이다. 시온이를 돌봐야 하고...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할 몫도 적지 않을 테니까.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노인은 손자를 위해 모든 것을 헤아리고 준비해 둔 듯했다.방을 나설 때, 하지율의 발걸음은 무거웠다.정씨 가문 분위기를 보면 왜 정기석 같은 사람이 나왔는지, 또 정시온 같은 아이가 자랐는지도 이해가 되었다.할머니가 정기석한테 미안해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정기석은 정시온을 위해 평생 혼자 살 생각까지 하고 있었으니까.생각에 잠긴 채 걷던 하지율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누군가와 정면으로 부딪쳤다.하지율이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죄송합니다.”그때 커다란 손이 그녀를 붙잡아 세웠다.이내 머리 위에서 맑고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율 씨, 무슨 생각을 하느라 앞도 제대로 안 보고 걸었어요?”하지율이 상대를 확인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화야 씨? 여기까지 올라오셨어요? 시온이는요?”주용화가 담담하게 답했다.“기석 씨가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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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9화

호텔 외관은 마치 유럽의 오래된 궁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눈부신 금빛이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었고 화려함이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였다.하지율은 한눈에 알아봤다. 겉으로 보이는 금빛 장식이 단순한 도금이 아니라는 걸.건물 외벽과 내부 장식에 쓰인 금속 대부분이 실제 금으로 제작된 것이었다.호텔에 들어온 뒤, 하지율은 간단히 이곳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로 꼽히는 곳이었다. 비교할 대상조차 없었다.인테리어에 사용된 금만 해도 무려 30톤에 달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하지율이 감탄을 흘렸다.“주씨 가문... 역시 최고의 재벌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네요. 재력이 상상을 뛰어넘네요. 저는 연씨 가문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네요.”주용화는 화려한 호텔 외관을 힐끗 훑어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여긴 그냥 눈길 끌려고 일부러 이렇게 지어 놓은 겁니다. 진짜는 따로 있어요.”잠시 시선을 거두고 덧붙였다.“주씨 가문이 소유한 섬 안쪽이야말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귀한 것들이 많습니다.”하지율이 조금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화야 씨... 주씨 가문에 대해 잘 아시네요?”말을 하던 중, 하지율의 시선이 멈칫했다.‘화야 씨도 성이 주 씨잖아?’순간 머릿속에 스친 생각이 스스로도 낯설었다.‘혹시... 화야 씨가 주씨 가문 사람일까?’그런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들을 떠올리면 부정하기도 어려웠다.주용화는 하지율의 눈빛을 읽어낸 듯, 가볍게 입을 열었다.“지율 씨, 궁금한 거 있으시죠?”하지율은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화야 씨는... 성도 주 씨고, 주씨 가문에 대해 이렇게 잘 아시니까... 화야 씨, 혹시 주씨 가문 사람이세요?”주용화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답했다.“네. 맞습니다. 저는 주씨 가문 사람입니다.”하지율은 잠깐 눈을 크게 떴다. 생각보다 너무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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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0화

하지율이 주용화를 바라봤다.“다만 뭐요?”“시온이가 정씨 가문으로 보내졌다는 건 주대현이 그만큼 큰 대가를 치렀다는 뜻입니다.”하지율이 눈을 좁혔다.“대가요? 그게 무슨 의미예요?”“주씨 가문 사람들은 대체로 수명이 짧은 편이에요. 그래서 주씨 가문의 핏줄은 외부로 흘러 나가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어요. 그럼에도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더 많아, 가문에는 몇 가지 규율이 생겼어요.”주용화는 하지율의 반응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그중 하나로, 성인이 되면 반드시 배우자를 만나 자신의 핏줄을 남겨야 한다는 거예요. 배우자는 본인이 자유롭게 고를 수 있고 가문이나 배경은 따지지 않아요. 대신 건강하고 외모도 일정 기준 이상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최종적으로 가문의 엄격한 검사를 통과해야 해요.”여기까지 털어놓은 뒤, 주용화는 숨을 고르며 시선을 떨어뜨렸다.“누군가가 후사를 남기지 못한 채 사망하게 되면, 대가 끊기는 걸 막기 위해 시험관 시술을 진행해요. 반대로 생전에 아이를 남겼다면 사후에 추가로 시험관 시술을 할지는 남겨진 아내의 선택에 맡겨져요.”이내 우스운 이야기를 털어놓듯 머쓱하게 웃었다.“하지만 대부분은 기꺼이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아이가 하나 더 있으면 그만큼 주씨 가문의 주인이 될 가능성도 더 커지니까요. 그래서 주씨 가문 사람들은 수명은 짧아도 후손이 많은 편이에요. 그리고 가주를 뽑는 기본 조건 중 하나는 기혼자라는 점이죠. 미혼자는 애초에 경쟁에 참여할 자격조차 없어요. 아이러니한 구조죠.”하지율은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혼인에서 집안의 격을 맞추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주씨 가문처럼 조건을 내거는 방식이 더 나은지 말이다.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에게 주씨 가문에 시집가는 일은 평생을 걸고 바랄 만큼의 기회일지도 몰랐다. 한 번에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으니까.게다가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아내는 그대로 주씨 가문에 남을 수 있었고 원한다면 계속해서 아이를 낳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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